어제는 이유경 작가의마니아랭킹을 둘러싸고 소소한 소란이 있었다. 알라딘 유망주 syo님은 이유경 작가의 1번째 마니아임을 무한자랑하며, 세상 누구보다 이유경을 사랑하는 이유경을 이기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소회했다. 이에 더해 알라딘 마니아 선정에 대한 정확하고 과학적인 로직을 내어놓았는데, 이는 초등학교 산수를, 중학교 수학을 포기한 본인같은 이에게는 열역학 3법칙 같은 음울함을 안겨 주었다. 



syo님의 <마니아를 알려드립니다>  http://blog.aladin.co.kr/syo8kirins/10328346



번을 읽었으나 결국 알라딘 마니아 로직을 이해하지 못한 1인으로서, 알라딘 기대주 syo님에게 공개 질문을 하기에 이른다. 질문은 한 줄이요, 대답은 이내로 한다. , 아니오도 오케이며, 내일부터 주말인 관계로 천천히 대답하셔도 무방하겠다.   



1. 페이퍼에 2, 리뷰에 5 또는 7점이 부여된다면 페이퍼보다는 리뷰가 마니아가 되기에 필요한 점수를 받는데 유리한가요? 



2. 좋아요’ 10 미만이 잦은 경우라면 짧은 글을 여러 작성하는 것이 마니아가 되는데 유리한가요?  



3. 빠른 시간 안에 작가의 마니아가 되고 싶다면, 작성하는 모든 페이퍼에 작가의 책을 (마구잡이로!) 넣으면 되는 건가요? (내가 쓰는 방법인데...???) 




이유경 작가(이상 다락방님) 1번째 마니아가 없음을 애석해하며, 내가 1번째 마니아인 작가들을 촘촘히 살펴보았다. 이유경 작가의 2번째 마니아여서 많이 아쉽지만, 이유경 작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사람들을 보라. 



나는 시몬 보부아르의 1번째 마니아이며, 리베카 솔닛의 1번째 마니아다. 

사랑 필립 로스의 2번째 마니아이며, 하하하! 정희진 선생님의 1번째 마니아다.      



증거자료 1.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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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9-07 17: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정희진 쌤 첫번째 마니아 저였는데!! 저 언제 뺏긴거죠???? 맙소사 ㅜㅜ 다 뺏기고 있다, 다, 다..... (털썩)

단발머리 2018-09-07 17:21   좋아요 1 | URL
어머, 다락방님~~~ 제가 의도치 않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이유경 1번째 마니아 빼앗겨서 말이죠.
다락방님 아무리 좋아해도 이건 양보 못 해요~~~~~~~~
아까 syo님 편애하셔서 그러는거 진짜 아니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진짜!

syo 2018-09-07 17: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두괄식 버전
1. 예
2. 예
3. 예

긴 버전
1. 하나의 책만 놓고 보면 리뷰가 유리합니다. 그러나 페이퍼에는 동시에 몇 개의 책을 넣을 수 있지 않습니까? 리뷰 한 편 작성해서 좋아요 10개 받으면 15점입니다. 그러나 페이퍼 하나에 책 10개 쑤셔놓고 좋아요 열 개 받으면 각 12점 x 10 해서 총점120점을 획득합니다. 따라서 1권만 놓고 보자면 리뷰가 미세하게 유리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페이퍼가 리뷰를 압살합니다.

2. 그것은 생각하기에 달렸습니다. 글의 길이가 일정량 이상 되어야 점수가 부여되는지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가 없습니다. 만약 글의 길이와 상관이 없다면 짧은 글 여러편을 작성해 좋아요의 총합을 늘리는 방법도 있겠습니다만, 그 정도가 되면 이제 이건 로직의 문제가 아니라 양심의 문제에 가까워집니다.

3. 맞습니다. 그 책에 대한 내용이 1도 포함되어 있지 않아도 점수획득에는 하등 지장이 없습니다. 이것 역시 양심과 습관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오늘 이런 책을 읽었다, 하며 책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없이 12권의 책을 올렸습니다. 저로서는 기록에 의의가 있는 거라고 자기 자신을 속이고 있으나, 마니아에 큰 의미를 두는 분이 보시기에는 충분히 졸렬한 수작으로 보일 겁니다. 그러나저러나 제 알 바는 아니지만요. 전 현재 이유경과 나쓰메 소세키 마니아를 제외하고는 아무데도 관심이 없는 상태입니다.

단발머리 2018-09-07 17:52   좋아요 3 | URL

두괄식 버전
1. syo님
2. 진짜
3. 똑똑하네요


긴 버전
1. 이전에 알라딘에 문의했었거든요. 리뷰에도 책을 여러권 넣게 해달라. 답은 현재로서는 안 된다, 페이퍼를 이용하라, 였어요.
저는 책을 여러권 넣을 때가 많아 페이퍼를 쓰는 때가 많았는데, 어머, 나도 모르게 알고 있었네요, 비밀을^^

2. 음, 저는 길게 쓰고 싶어요. 하지만 읽을 때는 너무 긴 글 보다는 적당히 긴 글이 좋거든요. 그리고 좋아요,를 하나 주기에 미안한 글도 있고요.
양심의 문제라.... 으흠...

3. 양심과 습관에 대해서라면, 전 그게 꼭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은데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책에, 저의 리뷰가 주르르 달려 있는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말입니다.
그게 졸렬한 수작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아요. 기록의 의미가 있다는데도 동의하고요.
저도 도서관 책을 빌려와서는 ‘빌려온 책‘ 해서는 주르르 넣을 때도 있고요.

이유경과 나쓰메 소세키가 syo님의 답변을 좋아합니다. 아주 많이요^^
성실한 답변에 감사드립니다. 하하하.

카알벨루치 2018-09-07 19: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떤 이는 보니 인용문구를 계속 자주 올려서 1번째 매니아를 고수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마니아가 뭔지...진짜 마니아가 마니아 되면 그게 젤 기쁜가죠 ㅎㅎ

단발머리 2018-09-07 19:27   좋아요 2 | URL
사실.... 저도 인용문구를 자주 길게 올리는 편이예요.
마니아가 뭔지.... 아무것도 아닌데도....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뭐랄까요, 좋아하는 작가에 대한 팬심이랄까요.
전 진짜 마니아가 되서 진짜 마니아가 되고 싶어요(아무말대잔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8-09-07 20:20   좋아요 2 | URL
안녕하세요. ‘어떤 이‘입니다.

그렇지만 마니아 1등을 유지하려고 그런 건 아니었는데요...... 저 그렇게까지 마니아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전 심지어 카알님이 말씀하시는 그 ‘진짜‘ 마니아에조차 욕심이 없는데요.... ㅠㅠ

카알벨루치 2018-09-07 20:23   좋아요 1 | URL
엥~?????ㅜㅜㅜsyo님 더러 그런거 아닌데.......ㅜㅜㅜㅜㅜ한권의 책을 인용해서 계속 올려 매니아가 되는분은 syo님이 아니고 단발머리님도 아닙니다 오해마셔요 아님 댓글 삭제합니다 ㅜㅜㅜㅜㅜㅜㅜ엉어엉엉엉 태어나서 이렇게 우는건 첨입니다 ㅋ 오해 No~

syo 2018-09-07 20:28   좋아요 2 | URL
제가 괜히 찔려가지고 그런가 봐요 ㅋㅋㅋㅋㅋ

마니아 글 올린 이후로 여기저기서 ‘마니아 그게 뭐라고 이러냐‘는 취지의 말씀을 많이 듣네요. 저도 그게 뭐 어마어마한 거라고 생각하고 저렇게 마니아 로직을 분석한 건 아니었는데, 괜히 말했다가 작은 사람 티낸 것 같아서 제 발 좀 저렸습니다 ㅎㅎㅎㅎ

울지 마세요 카알님 ㅎ 카알님처럼 열심히 읽고 내실있는 글 꾸준히 쓰시는 분은 저 정도 한탄은 충분히 하셔도 됩니다!! 전 카알님께 오해도 없고 감정도 없어요^-^

단발머리 2018-09-07 20:2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자 여러분, 다들 진정하시구요~~~~
어떤이는 그 어떤이가 아닙니다.
마니아는 그 마니아가 아니구요.
그러니 울지 마세요~~~
카알벨루치님~~~ 쓰담쓰담^^
syo님~~~~~~~ 토닥토닥^^

카알벨루치 2018-09-07 20:59   좋아요 1 | URL
제가 실수를 했습니다 알라딘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름대로 책사랑을 표현하기에 너무 좋은 곳이고 그것을 데이타를 표해주니깐 솔직히 독서의욕이 더 나는 건 사실입니다 다들 취향과 기질과 독서습관과 스타일이 있는데 제 발언이 무례하였음을 밝히며 사과드립니다 알라디너들은 책사랑을 중심으로 모인 집단이고 여기서 적어도 책을 읽는다고 자부한다는 사람인데, 저의 편견이 오해를 낳았네요 제가 더 부덕해서 그런 것을 널리 용서하시길 바랍니다 ‘오만과 편견’이 제한테도 가득함을 돌아보게 됩니다 반성하겠습니다 제 댓글로 맘 상했다면 제가 사과드리겠습니다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syo 2018-09-07 21:04   좋아요 2 | URL
카알님 왜 이러세요. 카알님 틀린 말씀 하신 거 하나도 없으세요. 맘도 하나도 안 상했다니까요 ㅎㅎ
그냥 혹시 카알님 보시기에 제가 마니아에 집착하는 놈처럼 보일까봐 설레발 친 거예요..... 무슨 반성에 주의까지.... 그럴 잘못 안하셨어요 카알님 ㅎㅎㅎ 정말루요. ^-^

카알벨루치 2018-09-07 21:06   좋아요 2 | URL
오케이~일단 반성은 할께요^^ 내가 좋아하는 syo님❤️ 오늘도 즐독!

단발머리 2018-09-07 21:16   좋아요 3 | URL
아이고..... 두 분 서로 마음 상한거 아니셨다니, 다행입니다.
저는 또 구석에서 이 글을 올린 내 잘못이다.... 하면서 반성을 할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카알벨루치님 댓글보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요.
깊어가는 가을밤이네요.
모두 편안한 밤 되시길요~~~^^

[그장소] 2018-09-07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 유익한 토론의 장이군요?!^^

단발머리 2018-09-09 13:13   좋아요 1 | URL
그런가요? ㅎㅎㅎㅎㅎㅎㅎㅎ
그나저나 그장소님, 너무 오랜만에 오시는거 아니예요?
여름에 바쁘셨봐요~~~
 




















아침에 알라딘 친구와 『모스크바의 신사』 57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너무 웃겨서 하하하 웃었다. 외출했다 집에 돌아와 제일 먼저 든 생각이. 아, 오늘은 『모스크바의 신사』를 많이 못 읽었네... 였는데. 

그런데도 하염없이 단발머리는 도서관으로 향하고. 



제목부터 흥미유발 100%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을 들고 돌아왔다. 

뭐랄까, 나는 근본 없이 어느 주제든 그냥 강준만 교수님을 믿고 또 믿는 편인데, 첫번째 문단을 읽고는 눈물이 핑 돌았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30여 년간 페미니즘 논쟁과 논란이 뜨겁게 벌어졌으며,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너무도 뜨거운 싸움인지라, '전쟁'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전쟁이긴 하지만, 싸우는 양쪽이 대등하게 싸우는 전쟁은 아니다. 인류 역사 이래로 억압을 받던 사람들이 해방을 위해 벌인 전쟁이 다 그렇듯이, 억압을 받는 쪽에서만 수많은 희생자를 내고 있는 '참혹한 전쟁'이다. (4쪽) 




나는, 내가 받는 부당함이 내가 여자이기 때문이란 걸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 내가 사는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 숱하게 많은 나라와 문화가 가부장제의 속박 아래 있음을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여자들이 이건 아니라고 말하기 시작했을 때, 여자들의 외침과 항의와 문제 제기에 쏟아지는 그 엄청난 물량의 비난과 협박과 공격의 실체를 파악하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둘 다 문제라는 말을 들었다. 

그건 잘못이지. 근데 여자들한테도 문제가 있어. 



강준만이 말한다. 


억압을 받는 쪽에서만 수많은 희생자를 내고 있는 '참혹한 전쟁'이다.  



리뷰는 책을 읽고 써야하는데, 이 책은 첫 문단에서부터 초대한다. 

말할 수 밖에 없는 자리로. 참혹한 전쟁의 한 가운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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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9-07 08: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제 음주에 미쳐서..... 책을 하나도 못읽었어요. 오늘 아침에는 음주 다음날 이므로....책을 하나도 못읽었고요. 으하하하하.

아니, 강준만 신간도 제가 읽으려고 찜해두었는데 단발님 벌써 시작하셨습니까?! 우어어어어어어어
인용하신 문장 보니까 당장 시작해야할 것 같네요. 으아악.
저도 곧(언제?) 따라잡겠습니다.
그전에 단발님 리뷰를 읽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단발머리 2018-09-07 08:49   좋아요 0 | URL
저도 63쪽에서 한 페이지도 더 나가지 못했다는 슬픈 소식을 전합니다.

어제 도서관에서 책을 받아와서 읽기 시작하는데, 아.... 다른 책을 다 밀어내네요.
다락방님이 일단 <모스크바의 신사>를 끝내주시고,
저는 이 책을 마무리하고 그 쪽으로 가겠습니다.
리뷰는..... ?!? (도망간다)

잠자냥 2018-09-07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어제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첫 시작부터 밑줄 그을 부분이 정말 많더군요. 전 일단 어제 가장 인상 깊던 대목은... ‘여성 혐오는 엄밀히 말하자면, ‘가족 밖 여성’과 사회에 대한 혐오이다. 나의 어머니는 숭배 대상이지만, 너의 어머니는 혐오 대상이다. 그래서 나온 말이 ‘맘충’이다. ‘

단발머리 2018-09-09 13:18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그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모성에 대한 지나친 숭배가 여성을 억압하는 한편,
모성에 충실한 여성은 비난의 대상이 되니까요.
전업맘도 직장맘도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똑같은데
둘 다 비난하거든요. 전업맘이란 이유로 직장맘이란 이유로요.. ㅠㅠ

블랙겟타 2018-09-07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몇주 전에 학교도서관에서 잡지를 살펴보던중 우연히 한 제목이 눈에 띄었었거든요.
그게 ‘인물과 사상‘ 에서 강준만교수가 쓴 ‘소통하는 페미니즘‘이라는 제목으로 시리즈글 이었어요.
응? 이게 뭐지라고 하면서 손길이 가는 순간 그자리에서 3달치의 시리즈 칼럼을 다 읽어버린 기억이있었네요.
제 생각엔 그 글을 엮고 좀 더 보충해서 나온 책이 이 책인 것같네요. 저도 책으로도 읽어봐야겠어요.
강준만 교수의 장점인 것같은데 어떤 당시의 시대상의 흐름을 잘 정리한다고 할까? 그 능력은 저도 감탄해서
한국근대사로 입덕을 했던 기억이 있는데.^^;;
제가 인물과 사상에서 읽었던 글도 한국에서의 페미니즘의 이슈흐름을 잘 정리해놓은 글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이 책도 기대가 되네요.

단발머리 2018-09-11 06:41   좋아요 1 | URL
아~~ 블랙겟타님 설명을 읽고 보니 말씀하신대로 이 책은 그 시리즈글을 엮은 책 같습니다. 한국의 페미니즘 변천사, 현재의 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 페미니즘 이슈들과 그에 따른 사회의 반응들을 잘 정리한 책입니다.
흐름, 하면 강준만 교수죠~~
읽을수록 마음이 좀 무거워지기도 하구요. 한국의 백래시는 근거 없는 반동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블랙겟타님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한테는 그러네요.
 





















사피엔스는 픽션을 창조하는 능력 덕분에 점점 더 복잡한 게임을 만들었고, 이 게임은 세대를 거듭하면서 더더욱 발전하고 정교해진다. (68쪽) 




시계를 보지 않고도 시간을 정확하게 알아맞히는 리처의 능력이 내겐 없어서, 시작 시간은 정확히 모르겠다. 보통의 경우처럼 1 5분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끝나는 시간은 정확히 기억한다. 1 27. 핸드폰 시간을 여러 확인했기 때문에 확실하다.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이 있었다. 그리고는 굳이 자리를 빛내주지 않으셔도 괜찮은데 굳이 자리를 빛내주시려 참석한 연단 인사들의 인사를 받았고(바둑대회인데 수영협회, 요가협회 회장님들이 오셨는지 모르겠다), 다음으로는 축사를, 축하한다는 인사를 한참이나 들었다. 365 200% 충전 상태의 초등생들. 남자애들이 대부분인 장난꾸러기 아이들 백여명이 불편한 의자에 엉덩이를 얹고 몸을 이리저리 꼬아가며 그렇게 앉아 있었다. 1 27분까지. 




드디어 대회가 시작됐다. 어수선했던 체육관이 조용해졌다. 아이들도, 부모들도, 아이들의 동생들도. 심지어 공기마저도. 



나는 장기를 안다. 체스도 안다. 하찮은 실력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말이 어떻게 움직이는 줄은 안다. 선을 따라 움직이는 장기와 칸을 따라 움직이는 체스. 전진과 좌우 이동이 가능하나 후진이 불가능한 졸과 마지막 연에 도달했을 화려하게 부활이 가능한 (Pawn) 안다는 뜻이다. 하지만 바둑은 모른다. 인간과 인공지능 세기의 대결,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을 보면서도, 것은 돌이요, 검은 것은 검은 돌이라 했던 사람이 바로 나다. 그런데 바로 순간. 다닥다닥 붙은 책상, 등받이도 없는 불편한 의자에 마주 앉아 대국을 시작하는 일군의 아이들을 가만 바라보고 있노라니, 나는 누군가 그리고 여기는 어딘가 하는 생각이 들고야 만다. 








네모난 나무판, 상하종횡 19줄의 위에 하얀 돌과 검은 돌을 교차로 놓으며 집을 지은 사람이 이기는 경기. 앞의 에너자이저들, 차고 넘치는 에너지의 화신이 분명한 초등학생들을 일순간 고요하게 하는 게임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내가 모르는 규칙을 가지고, 내가 모르는 경기를 시작하는 진지한 아이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약속과 규칙, 뜨거운 결전. 승리를 거머쥐기 위해 바둑돌을 드는 아이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내가 전혀 모르는 세계, 그래서 내게는 완벽하게 가려져 있는 상상의 세계로 거침없이 다이빙하는 아이들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나는 몰입해서 모든 경기를 지켜봤다. 나는 아이들의 전쟁터 곳에도 속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내뿜는 열기는 나를 경기 속으로, 경기 가운데로 초대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싸우고 있었다. 아이들은 바둑을 두고 있었다. 



무리의 사피엔스들이 마주앉아 가상 공간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었다. 손에 바둑알을 들고서.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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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8-09-05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린 시절 할아버지 손잡고 경노당을 많이 쫒아다닌 고로,
바둑도 장기도 조끔 둘 줄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다 까먹었습니다~ㅠ.ㅠ

저런 체육관 울아들 어렸을때 검도대회 하느라 가봤어요.
오래간만에 보니,
그 긍정의 에너지가 여기까지 전해지는 듯 합니다.

왠지 반가운 마음에...댓글 남겨봅니다~^^

단발머리 2018-09-05 16:52   좋아요 1 | URL
전 아무리 봐도 바둑이 어려운 것 같아요. 장기는 갈 길이 딱 정해져 있으니까요. 몇 개의 길, 몇 개의 수요.
근데 바둑은 제게.... 흰것과 검은 것. 흰 종이 위의 읽을 수 없는 외국어. 딱 그렇습니다.

긍정의 에너지를 안고 돌아왔어요. 과자도 한 박스 주길래 받아와서 간식타임도 가지고요.
저는 북플로 양청나무꾼님 글 읽고 있었는데, 여기서 뵙네요.
언제나 반가워요, 양철나무꾼님^^

다락방 2018-09-05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오목은 제법 잘 두는데 바둑은...
어릴 때 아빠가 당신 벗삼아 바둑 두기 위해 저를 붙잡고 가르치고 또 가르쳐 보셨지만 저는 알아먹지를 못해서 지금도 바둑이 싫어요.. 레고도 싫어합니다 ㅋㅋㅋㅋㅋ

적어주신 글 만으로도 아이들의 뜨거운 바둑열기가 전해지는 것 같아요! 으아앗 얼마나 치열하게 머리와 심리가 싸우고 있을까요!!

단발머리 2018-09-05 16:58   좋아요 0 | URL
아, 제가 저기 위에 오목을 안 적었군요. 오목도 당당한 한 개의 종목인데 말이지요.
저는 또... 그렇게나 오목을 못 둡니다. 누구와 대결해도 거의 져요.
다락방님은 오목을 잘 두신다니 부럽습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이들은 뜨겁게 치열하게 한 판 승부를 벌였구요.
진풍경을 구경하고 돌아왔어요, 즐겁게요.

syo 2018-09-05 17:06   좋아요 0 | URL
알까기는 안 됩니까??!! 알까기로는 안 되는 거냐구요.... 알까기....알파고... 응??

다락방 2018-09-05 17:08   좋아요 0 | URL
쇼님, 오목으로 붙자요!!

단발머리 2018-09-05 17:09   좋아요 0 | URL
어머!! 이런이런!! 한 종목이 아니라 두 종목을 빼놓았군요.

장기, 체스, 바둑, 오목, 알까기...

결전의 날!

다락방님 대 syo님 오목 대결!

이기는 편, 우리편!

syo 2018-09-05 17:11   좋아요 0 | URL
삼삼 있기?

단발머리 2018-09-05 17:12   좋아요 0 | URL
어떻게 해요? ㅠㅠ
삼삼이 뭐예요?

다락방 2018-09-05 17:18   좋아요 0 | URL
프로의 세계에 삼삼없긔! 하고 싶지만, 쇼님이 원한다면 그래요, 삼삼있긔 합시다.


단발님, 삼삼이란 막지않은 바둑알 세알이 나란히, 두줄 이상임을 의미합니다. 오목은 다섯알을 먼저 만들어야 이기는 경기이니 세알일 때 상대에서 막아줘야 되는데, 세 알이 두개 동시에 생겨버리면, 그냥 져버리는 것이지요.. 삼삼이 되는 순간 게임 끝.....

단발머리 2018-09-05 17:22   좋아요 0 | URL
어머머!! 역시 다락방님!
설명이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
제가 오목에서 졌던 그 숱하게 많은 순간들도 함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방에만 들어가면 화가 난다는 결혼 4년 차 주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캐리의 연애 및 신혼일기.



사랑할 때 그렇다. 

누군가에게 제일 예뻐보이고, 평범한 것도 특별해진다. 

예쁘지 않아도, 화려하지 않아도 

주인공이 된다.  

사랑할 때. 



 



#알콩달콩 #오빠사랑 #피크닉







이 그림을 보고 책을 일부러 찾아 읽었다. 


#오빠는 불면증 #어디선가 많이 본 풍경 #초딩도 단숨에 일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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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9-04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오빠가 불면증인 이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저는 너무나 눈물이 앞을 가리는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8-09-04 15:19   좋아요 0 | URL
캐리의 꿀수면 비법은 집중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캐리 오빠에겐 그것이 부족하지 않나 하고 짐작해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09-04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책 사서 봐야겠어요 ㅋㅋㅋㅋㅋ
뭔가 여자 너무 잘자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8-09-04 17:41   좋아요 0 | URL
저는 도서관책으로 봤구요. 인터넷에 연재한 거 묶은 책이래요. 근데 신혼이다보니 ㅋㅋㅋㅋㅋㅋ 깨소금 냄새 정도가 아니라 깨소금 공장이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09-04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쓸데없는 정보지만 저는 코를 너무 골아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단발머리 2018-09-04 18:1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캐리 오빠가 코너몰기 때문에 불면증인줄 알았는데요.
그림을 자세히 보니.... ZZZ가 있네요.
저도 코골기라면 어디서든 2인자가 된 적이 없거든요.
제가 1박 2일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과의 접점, 이렇게 하나 더 찾아지는 건가요?

다락방 2018-09-04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그림 너무 귀여운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 체형이 딱 캐리 같아서 절 보는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자기가 자기 귀엽다고 하기)

단발머리 2018-09-04 18:54   좋아요 0 | URL
예쁘면 예쁘다 해야 하고
귀여우면 귀엽다 해야합니다.
고로 다락방님 귀엽다!에 1표^^
 



















『포트노이의 불평』 읽으면서 엄마를 떠올렸다는 엄마에겐 비밀이다. 포트노이의 어머니는 청결에 대한 강박이 있고, 건강 염려증이 있다. 햄버거를 히틀러처럼 발음하는 사람을 상상해 보라. 최악의 상황을 단정하고 그에 대한 대답을 강요하는 엄마를 생각해보라. 나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귀여운 아이야tateleh, 시작은 설사지만, 끝은 어떤지 아니? 너처럼 배가 민감한 애는 나중에 어떻게 되는지 알아? 일을 보기 위해 비닐봉투를 차고 다녀야 !

세계 역사상 여자의 눈물을 가장 감당하지 못한 사람이 누구 일까요? 우리 아버지입니다. 내가 다음이고요. 아버지가 나한테 말합니다. “ 어머니 들었지? 학교 파하고 멜빈 와이너하고 프렌치프라이 먹지 .”

앞으로 영원히.” 어머니가 애원합니다. 

앞으로 영원히.” 아버지가 말합니다. 

햄버거도.” 어머니가 애원합니다. 

햄버거도.” 아버지가 말합니다. 

햄버거라니.” 어머니가 비통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마치, 히틀러라니, 하고 말하는 같습니다. “ 안에 자기들 멋대로 세상 온갖 것들을 넣을 있잖아. 그런데 그걸 먹다니. , 쟤한테서 약속을 받아내요. 쟤가 끔찍한 문제tsura 빠지기 전에, 너무 늦기 전에 말이에요.” (52) 





20여년 죽음의 위기를 힘들게 넘기셨던 나의 어머니는 동안의 강철 체력으로 다시 태어나셨다. 엄마는 건강해지셨지만 아직도 건강과 건강 식품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시다. 예를 들어 저번주에는 양배추즙에 올인하셨다. 엄마와의 모든 통화 때마다 양배추즙의 효능 효과, 그리고 질병 개선 효과에 대해 들었다. 양배추즙 전에는 노니(열대과일)였다. 전에는 석류였고, 전에는 닭발이었다. 전에는 오메가 3. , 이번주는 비타민 C. 우리 모두는, 무언가를 먹지 말아야 하고 무언가를 반드시, , 지금 당장 먹어야만 한다. 포트노이의 어머니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엄마를 떠올렸다. 




<타임> 선정 100 소설, <뉴스위크> 선정 100 명저, 모던 라이브러리 선정 100 영문소설에 포함되어 있는 <포트노이의 불평> 출간 직후 미국 전체를 충격에 빠뜨린 문제작이다. 작품을 통해 격찬과 혹평 속에서 삼십 후반의 필립 로스는 미국의 대표 작가로 수직 상승했다. 사춘기 소년의 자위행위에 대한 상당한 양의 상세하고 창조적인 묘사 때문에 1969 출간 당시 미국 도서관들이 금서로 지정하고, 호주에서는 금수 조치되어 펭귄북스가 밀매까지 단행했던 문제작 중의 문제작이다.<알라딘 책소개> 




이전에 책을 읽었을 때는 유대인 가정에서 착하고 순종적인 아이로 자란 포트노이와 강압적이고 전제적인 부모의 관계에 관심이 있었다. 『사실들』 읽으면서포트노이의 불평』  부모의 목소리, 정확히는 포트노이의 어머니 목소리에 그의 첫번째 부인 조시(가명) 목소리가 섞여 있음을 알게 됐다. 몰아치는, 사람을 숨막히게 하는, 미치게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의 목소리. 




조시는 폴리가 우리 가족과 11 추수감사절을 함께 보낸 적이 있고 버크넬 대학 4학년 때는 부활절 방학 일부를 우리집에서 보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은 우리집에 가면 되는지 따져 물었다 폴리 베이츠만 그렇게 특별했던 거야? 너를 만나러 케이프코드에 가려고 저금한 돈까지 써버린 나를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 있지? 시카고에서 1년을 함께 여자를 어머니 아버지께 소개해도 만큼 어른이 아냐? 어른이야, 애야? (154) 





역사는 승리자의 기록이다. 승리한 자만이 기록한다. 아니, 기록하는 사람이 진정한 승자다. 승리한 사람도 패배한 사람도 결국엔 모두 죽게 테지만, 기록은 남게 테니 말이다. 필립 로스의 말이다. 이것이 필립 로스의 말임을 다시 밝힌다. 필립 로스는 연상이고 가난한 이혼녀인 조시에게 접근해 그녀와 동거한다. 필립 로스에게 여성은 개인으로서가 아니라하나의 세계로서 다가왔던 같다. 그는 부유한 유대인 가정에서 편안하고 행복하게 자라난 여자가 아니라, 그가 속하지 못하는 세계에서 자라나 고통스런 가정사를 가진 비유대인 조시를 선택한다. 그럼으로써 그는 뉴저지 유대인의 안전한 영역과 연결시킬 결혼에서 탈출하고, 자신보다 독립적인 여자와 처음으로 반쯤 길들여진 진짜 사랑을 하게 되었다고 믿었다.(129) 




다시 , 이야기는 필립 로스의 말임을 밝힌다. 조시는 필립 로스와 사귄 4개월만에 그에게 임신했다고 말했다. 아이를 낳을 없는 상황이었기에 필립 로스와 그녀는 임신 중절 수술에 합의했고, 임신 중절의 대가로 결혼을 약속했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조시는 임신 검사를 위해 필요한 소변을 톰킨스스퀘어 공원에서 만난 흑인 임산부에게 달러를 주고 샀다. 필립 로스를 붙잡기 위한 거짓 임신이었던 셈이다. 다른 이야기. 조시는 며칠 묵은 자신의 빨랫감을 로스의 어머니에게 건넸고, 로스의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이 침몰하는 배와 같은 여자와 사는 절망스러워서 3마일이나 떨어진 로스 아버지 사무실까지 울면서 걸어갔다.(155) 로스의 아버지는 극도의 사교술, 신사다운 수완을 발휘해 조시를 자신의 집에서 나가게 했다. 조시는 다시 분노와 모욕감을 느꼈고, 로스는 처량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사람이 행복했던 시간이 얼마 없었음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립 로스는 조시와 헤어지지 했다. 그들은 결혼한 상태였고, 조시는 이혼하려 하지 않았다. 필립 로스는 조시에게 별거 수당을 지급했고, 조시는 많은 액수의 별거 수당을 지급하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필립 로스는 조시의 아이들을 다정하게 챙겨주었고, 조시는 필립 로스의 다정함에 다른 이유가 있는 아닌지 의심했다. 죽음이 그들을 갈라놓을 때까지 그들은 헤어지지 않았다. 헤어지지 했다. 그들은 지옥을 함께 살았다. 




작가의 경험이 소설 속에 얼마나 녹아 있느냐, 소설 자아와 작가가 얼마나 서로 닮아 있느냐는 질문은 나같은 유치한 소설 독자의 한결같은 의문이다. 사실과 픽션은 명확하게 가려지지 않고, 가려지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생각한다. 어디까지 진짜일까. 어디서부터 지어낸 이야기일까. 




『사실들』 소설가의 자서전으로서 특별한 지점은 여기에 있다. 로스의 인생 이야기 앞뒤로 앞부분에 로스(작가) 주커먼(소설적 자아)에게 편지가 놓이고, 마지막에 주커먼(소설적 자아) 로스(작가)에게 편지가 놓여 있다. 자신은 어디까지나 객관적인 위치에 서서 서술했음을 보여주려는 설정이다. 하지만 그의 완고함은 제목에서부터 엿보인다. 『사실들』. 사실들이라니. 이것은 사실들이 아니라 기억이다. 그의 기억, 그의 기억들일 뿐이다. 




완벽한 유대인 부모의 보살핌 속에서 자라나 자신이 선택한 새로운 세계에 대한 모험으로 가득 찼던 그의 대학시절을 읽는 것이 좋았다. 시장에서 무가치하게 여겨지는 모든 것들의 전형이라 있는 문학을 선택하고, 그래서 문학 비평, 현대 사상, 고급 셰익스피어, 미학 공부에 미친듯이 매달렸던 젊은 소설가 필립 로스에 대해 알게 되어 좋았다. 때와 장소를 구분하지 않고 여자를 유혹하는 그리고 대부분 성공을 거두는 섹시한 매력의 필립 로스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알고 싶지는 않았지만. 




인생의 많은 순간 필립 로스를 절망에 몰아넣었던, 결코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그를 강하게 옥죄었던 조시는 오히려 가장 위대한 창작 선생이 되어 주었다. 그녀의 뻔뻔함, 그녀의 거짓말, 그녀의 광적 상상력이 그에게 극단적 소설의 미학에 대해 친절하게 가르쳐준 셈이다. 그는 자신의 사랑과 시간과 인생을 바쳤고, 그리고 소설을 얻었다. 『포트노이의 불평』, 『남자로서의 나의 삶』, 『그녀가 아름다웠을 때』등에서 그는 자전적 사실들을 복제하고 해체하고 다시 조립했다. 그리고는 마침내 그는 탈출했다. 그녀에게서, 그녀에게 속한 지긋지긋한 세계로부터.  



















아직 읽지 못한 필립 로스의 다른 소설들이 여유롭게 손짓하는 선선한 9월의 첫날이다. 구입만 하고 읽지 않아 책처럼 보이는, 아니 완전 진짜 책을 쓰다듬는 것으로 필립 로스다시 읽기 워밍업을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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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8-09-01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앙,,, 재밌네요... 몰랐어요... 이런 과거사. 그럼, 조시와 헤어지고 나서 포트노이의 불평을 썼나봐요~? 어디서 읽었는데, 이혼 후의 정신 상담을 받으면서 그것을 계기로 포트노이~를 쓰게 되었다고 읽은 것 같아서... 역시 조시는 뮤지였나보네요. 모든 관계란 아픈 만큼 성숙을 안겨 주는 것인지! 사진 속 견과류가 너무 예쁨예쁨합니다. 저는 눈으로 먹었삼니당!
그나저나 어머님의 기호와 열정 멋지신데용~ㅎ

단발머리 2018-09-04 11:47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정신 상담후에 포트노이~~를 썼다는 이야기는 전에 들은 것 같아요. 조시는 로스의 진정한 뮤즈죠.
악랄하고 끔찍한 ㅎㅎㅎㅎㅎㅎㅎ 로스도 그걸 인정했구요. 더 개인적인 이야기라면...
소설에서 조시를 상징한다고 의심되는 여주인공의 최후를 죽음으로 설정했는데, 조시가 사고사로 죽었거든요. 급작스럽게요.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말이 많았나봐요. 그에 대한 로스의 대답. 이것도 한 페이지 입니다.
로스의 팬이라면 손에서 놓칠 수가 없는 이야기들이고요. 저같은 경우 작품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 아직 번역이 안 된 작품은 어떻게 구해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하게끔 하는 책이었습니다.

견과류가 예쁘게 나왔나요?^^ 엄마를 생각해서는 비타민제랑 찍어야 하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AgalmA 2018-09-06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사실‘은 우리가 보려고 하는 기억이죠. 아무리 노력해도 순간을 잡을 수 없으니 우리는 기억으로 (지나간, 지나갈) 두 번의 사실에 발을 담그고 사는 건지도요.

단발머리 2018-09-07 08:19   좋아요 0 | URL
필립 로스가 다시 보이고 다시 읽히고 그러네요.
젊은 시절의 필립 로스라면 전, 더 싫어졌을것 같고,
나이 든 필립 로스가 더 좋아졌다 할까요. 진짜 ‘사실‘이 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