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자마자 대뜸 ㅇㅂ언니는 책을 주신다고 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라고 입은 말하고 있었지만, 마음 단발머리는 이미 훨훨 날아올라 공중 2회전 중이었다. 심쿵 포인트는 선택에도 따라왔다. ㅇㅂ언니는 사주실 책을 미리 정하고 오셨는데, 읽어봐야겠다, 찜해 두었던 바로 책이었다. 광활한 우주, 아름다운 지구별에서 내게 책을 주는 사람. 내가 좋아할만한 책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는 감동받았다. 만남을 가능하게 해준 알라딘에게도 고마워해야 할까, 2초간 생각한다. 



간식을 준비하고 앉아 책을 펼친다. ‘인체의 신비 넘어서는 놀라운질의 응답’.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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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4-04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이 책.. 저도 사두기는 했는데.....(먼 산)

잠자냥 2019-04-04 14:18   좋아요 0 | URL
원래 책은 그렇게 사두고 보기만 하는 겁니다..... (먼 산)

단발머리 2019-04-04 14:20   좋아요 0 | URL
그 언니님께서 지금 두 분과 똑같은 말씀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이 책 사기는 했는데..... (먼 산)

다락방 2019-04-04 14:21   좋아요 0 | URL
오전에는 잠자냥 님의 서재에서 오후에는 단발머리님의 서재에서

‘이 책 나도 있는데...‘

만 반복하고 있네요, 저란 사람.....Orz

단발머리 2019-04-04 14:24   좋아요 0 | URL
책은 일단 사야죠. 사야 읽을 수 있어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샀으니까 ‘시작이 반이다‘에 반까지 왔네요.
이제 읽기만 하면 되겠습니다. 불끈!

잠자냥 2019-04-04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 컵과 씨리얼 딸기 조합은 제가 아침에 먹은 것과 너무 똑같은 비주얼이라 깜놀했습니다. ㅎ

단발머리 2019-04-04 14:22   좋아요 1 | URL
으앗!! 정말이요^^
사실 저는 딸기 잘 안 넣는데, 사진 촬영을 위해 일부러 넣어주었습니다. 씨리얼은 그래놀라 크랜베리 아몬드구요.
근데 컵까지 똑같다니 정말 신기한대요. 잠자냥님이랑 저랑 평행우주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9-04-05 1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06 0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9-04-10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혹시 [성의 변증법] 다 읽었어요?

단발머리 2019-04-10 16:35   좋아요 0 | URL
3분의 2 읽었어요. 요즘 원치않는 집 청소 모드라 일시정지 상태구요ㅠㅠ

다락방 2019-04-10 16:36   좋아요 0 | URL
아 네.
5월 같이읽기 도서는 뭐가 좋을까 생각중이었어요. 하하하하하.

단발머리 2019-04-10 16:3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저도 다락방님이 그 생각 중일거라 생각했어요^^ 꼭 한 번은 읽어봐야할 책인것 같아요. 진달래분홍빛의 책표지처럼 정말 내용이 쨍합니다!!!

다락방 2019-04-10 16:44   좋아요 0 | URL
네 꼭 읽어볼거긴 한데 이왕이면 단발님도 안읽어본 책으로 고르고 싶어서요 ㅎㅎ

단발머리 2019-04-10 18:22   좋아요 0 | URL
헤헤헤~~~ 배려해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안 읽은 책이 겁나게 많고 페미니즘 고전도 엄청 많으니까 천천히 맘 편히 고르시어요^^

다락방 2019-04-10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부드럽게 여성을 죽이는 법], [페미니즘을 팝니다]는 읽어보셨나요?

단발머리 2019-04-10 16:47   좋아요 0 | URL
두 권 다 안 읽어본 책이에요*^^*

다락방 2019-04-10 17:07   좋아요 0 | URL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는 읽으신거죠?

단발머리 2019-04-10 17:12   좋아요 0 | URL
아니요 ㅠㅠ 앞부분 읽다가 ㅠㅠ

다락방 2019-04-10 17:16   좋아요 0 | URL
앗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게 지금 가장 끌리기는 해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4-10 17:16   좋아요 0 | URL
단발님은 울고 저는 웃고 ㅎㅎ

단발머리 2019-04-10 18:23   좋아요 0 | URL
페미니즘 책을 이리저리 골라가며 앗싸!와 물개박수를 이어가는...
우리는 누구인가....
여기는 어디인가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9-04-10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여자는 인질이다... 이 책을 우리가 먼저 시작하지 않았으면, 같이 읽기 진짜 딱인 어마어마한 도서인데 말예요.

단발머리 2019-04-10 17:25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여자는 인질이다 하면 어떨까요? 같이 읽기하면 더 신나게 읽을 수 있을 듯 한대요...^^

다락방 2019-04-10 17:26   좋아요 0 | URL
오, 그러면 지금 쉬었다가... 5월달 같이읽기 할까요?
제가 너무 빡세서 읽다가 멈춘 상태긴 하거든요.

단발머리 2019-04-10 17:44   좋아요 0 | URL
좋아요좋아요좋아요!!!
(물개박수 짝짝짝!!!)

다락방 2019-04-10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말에 단발머리님 서재 댓글 제일 많이 단 사람 1위 제가 합니다.

단발머리 2019-04-10 17:25   좋아요 0 | URL
만세 만세 만만세!!!!
 


















하버드대 연구원이었던 뇌과학자 볼트 테일러는 37살이 되는 1996 12 10 아침, 자신의 뇌가 정보 처리 능력을 완전히 잃어버렸음을 알게 된다. 뇌졸중이었다. 개복 수술 , 8 이상 뇌의 기능을 정상적으로 되돌리기 위해 일상의 모든 기술을 다시 배운다. 그녀가 경험한 뇌의 손상, 이로 인한 사고 체계의 변화와 뇌수술 회복 과정을 담은 것이 책이다. 


출혈이 일어난 지점은 그녀의 좌뇌였는데, 이로 인해 언어와 사고의 순차적 처리가 불가능해졌다. 인지능력과 포괄적인 개념은 물론 시간 감각 또한 사라졌다. 긴급한 순간을 그녀는 이렇게 적는다. 




당시 나는 응급 전화를 걸지 않았을까? 두개골 안에서 커져가고 있던 출혈 분위는 숫자의 이해를 담당하는 영역 바로 위였다. 9-1-1이라는 코드를 인식하는 뉴런들이 웅덩이에서 헤엄치고 있었기 때문에 개념이 더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집주인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을까? 출산휴가 중이라 집에 있었던 그녀는 기꺼이 나를 병원으로 데려다 주었을 텐데. 하지만 주위 사람들과 맺어온 관계의 그림에서 자리를 차지하는 그녀의 파일도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거리로 나가 모르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은 어땠을까? 그런 생각은 결코 떠오르지 않았다. 이런 무능한 상황에서 내가 있는 유일한 선택은 어떻게 하면 도움을 청할 있는지 기억해내려고 발버둥치는 것밖에 없었다. (37) 




이뿐만이 아니다. 좌뇌의 정위연합 영역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자 신체 경계를 인식하는 능력이 피부 끝까지 미치지 못했다. 단일하고 견고한 실체로서의 자아상이 무너진 것이다. 스스로를 견고한 존재라고 말하는 좌뇌의 판단이 사라지자 자연스럽게 유동체 자각 상태가 되었고, 그녀는 스스로를 끝없이 움직이는 유동적 세상에서내부에 액체가 있는 주머니 인식했다(59). 좌뇌가 멈춤으로 해서 박자 감각이 달팽이처럼 느려졌고, 사람들의 말과 행동이 너무 빨라 효과적으로 대응할 없게 되었다. 



좌뇌의 판단이 사라지자 단일하고 견고한 실체로서의 자아상이 무너졌다는 그녀의 말은자아라는 통합적 느낌은 좌뇌의 속임이라는 미치오 가쿠의 주장과 일치한다. 




하나로 통일된라는 느낌은 바로 여기서 발생한다. 의식 속에는 서로 경쟁하면서 종종 모순까지 일으키는 여러 경향이 혼재되어 있지만, 좌뇌는 모든 불일치를 무시하고 논리의 틈새를 어떻게든 메워서라는 하나의 느낌을 만들어낸다. 다시 말해서 좌뇌는 세상의 타당성을 유지하기 위해 때로는 경솔하고 불합리한 변명을 끊임없이 늘어놓는 것이다. (마음의 미래』, 100) 





좌뇌에 손상을 입었지만 의식을 잃지 않았던 저자는 자신을 에너지의 흐름 속에 있는 존재로 인식했다. 시야에 보이는 모든 것이 뒤섞이고, 모든 화소에서 에너지가 사방으로 분출되어 하나로 흘러가는 광경을 보면서, 저자는 대상들 사이의 물리적 경계를 나누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회고한다. 자신 주위 환경과 분리시키지 못하고,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세상 사이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을 경험한다. 이렇게 좌뇌의 손상으로 그녀는 자아 개념을잃어버렸지만’, 우뇌의 지배력이 강력해짐으로 해서 오히려 특별한 만족감을 경험한다. 




좌뇌의 지성 활동이 멈추자 자신이 기적적인 생명이라는 내적 자각이 마음속에 가득 차올랐다. 내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우뇌는 번도 내가 예전보다 못한 존재가 되었다고 말하지 않았다. 나는 세상을 향해 생명의 빛을 내뿜는 존재였다. 내게 다른 사람들의 세상과 연결시켜줄 신체와 뇌가 있고 없고를 떠나, 그저 자신을 세포들이 빚어낸 걸작이라고 여겼다. 좌뇌의 부정적 판단이 사라지자 나는 나를 완벽하고 전체적이며, 현재 모습 그대로 아름다운 존재로 바라볼 있었다. (61) 





그녀의 회복 과정은 신기하고 놀랍다. 그녀는 아이처럼 걷는 , 말하는 , 읽는 , 쓰는 , 퍼즐 맞추는 법을 배웠다. 침대와 욕실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걷는 연습을 했고, 걷기가 끝나면 여섯 시간씩 잠을 자야 했다.(87) 힘들고 어려운 재활 과정이었지만, 지혜롭고 헌신적인 어머니의 도움으로 그녀는 다시 그녀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좌뇌 특정 부위의 손상을 통해 그녀는 학문적으로 이해했던 인간의 두뇌에 대해 실질적으로 알게 된다. 그녀가 말한. 




왼쪽 뇌는 내가 목숨을 잃을 있는 연약한 개인이라고 생각한다. 오른쪽 뇌는 존재의 중심에 영원한 삶이 있다는 것을 안다. 언젠가 이런 세포들이 죽고 3차원 세상을 지각할 있는 능력이 사라지겠지만, 이것은 에너지가 고요한 희열의 바다로 다시 돌아가 흡수되는 것일 뿐이다. 이런 사실을 깨닫자 내가 이곳에 머물며 삶을 구성하는 세포들을 건강하게 유지하느라 노력했던 시간에 대해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165) 


 















끝까지 읽지 못한 나는 뇌가 아니다』 마르쿠스 가브리엘은나는 비물질적 실재들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며 그것은 누구나 얻을 있는 상식적 통찰이라고 본다. 나는 자신을 단지 물질적인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말했다.(18) 『숨결이 바람될 때』 저자 칼라니티는 우리의 정체성은 뇌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165), 우리의 인생에는 과학이 설명할 없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는 과학이 뿐만 아니라 사랑, 증오, 의미 같은 우리 인생의 중요한 일면들의 형이상학적 결정권자가 없다고 주장했다.(201) 



유기체는 알고리즘이며, 인간이 의미에 집착할 , 인생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종교는 이상 사람들의 삶을 규정하지 한다. 종교인이라고 다를 없다. 종교 생활을 좋아하고, 규칙적으로 종교 활동을 수는 있지만, 인생의 의미, 영혼의 존재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을 테다. 



나는 인간이 별과 같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는 말에 감동받지만, 존재가 끝없는 우주로 한없이 흩어진다는 주장에는 자꾸 망설여진다. 단백질 덩어리에 불과한 뇌의 명령에 따라 생존을 위해, 유전자를 위해, 번식을 위해 현재를 살아가는 존재일 뿐이라는 주장에도 비슷한 마음이다. 무조건적인 엄마의 헌신, 있으면 내편이 되려고 하는 남편, 나의 분신 , 1이어도 귀여운 아들, 친구가 내어주는 파스타, 손을 잡아주는 따뜻한 손길, 헤어질 나를 안아주던 선배, 첫사랑의 기억, 아쉬움, 후회, 고마움, 그리고 미안함. 모든 것이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말하기에 내게 인생은 너무 과분하다. 화려하지 않았지만 아름답고, 찬란하지 않지만 소중하다. 



뇌에 대한 책을 찾아 읽기로 한다. 내가 가진 이외의 다른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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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는 누구인가’와 ‘나는 무엇인가’의 사이에
    from 책이 있는 풍경 2023-04-17 21:18 
    결국 질문은 ‘나는 누구인가’와 ‘나는 무엇인가’이고, 해답은 그사이 어디쯤 존재할 것이다. 나는 그 해답 사이의 간극에 관심이 있다. <인생 수업>을 읽고 있다. 현대 물리학(현대 물리학 잘 모르는 사람)에서 원자의 발견은 가장 혁신적인 일이었을 것이다. 지구 문명이 모조리 파괴되었을 때, 후세를 위해서 딱 한 마디만 남길 수 있다면 무슨 말을 남기겠냐는 질문에 천재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답했다.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인
  2. 정의상 과학이 다룰 수 없는 사안
    from 책이 있는 풍경 2023-12-05 15:39 
    이 책의 주장 8가지는 챕터의 제목과 같다. Ⅰ. 모든 것은 물리학이다Ⅱ. 살아 있는 존재는 기계가 아니다Ⅲ. 우주는 수학이 아니다Ⅳ. 모형은 실재와 같지 않다Ⅴ. 컴퓨터는 의식이 없다Ⅵ. 모든 것을 계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Ⅶ. 인간은 특별하지 않다Ⅷ. 자유의지는 없다 이 책의 제일 중요한 문장, 이 책의 결론을 포함하는 문장은 이 책의 첫 문단에 나온다. 비밀을 하나 알려드리겠다. 살아 있는 존재는 기계가 아니고,
 
 
 



















『아침의 피아노』 읽게 , 연이어 생각나는 책은 『숨결이 바람될 때』이다.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아침의 피아노』 저자는 철학자이고, 『숨결이 바람될 때』 저자는 의사라는 . 갑작스럽게 닥친 죽음 앞에 차분히 자신의 삶을 마무리하는 사람의 글은 모두 정갈하고 따뜻하다. 깊어진 사유와 정교화된 통찰, 삶에 대한 관조, 애정,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마음. 이제 두고 떠나야 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 



죽음은 인간의 실존이고 피해갈 없는 문제이다. 라는 문장에 유발 하라리는 반대할 수도 있겠다. 그는호모 데우스』에서 죽음의 문제를 넘어선 인간이 불멸의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과 전망에 대해 말했다. 기대수명을 배로 늘리는 소박한 소망에서 시작한 인간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앞으로만 질주하고, 이제 의학의 발달로 불멸과 영생의 앞에 인간이 그것을 거부할 없다고 하라리는 말한다. 죽음 없는 영원한 삶을 원하는가 혹은 원치 않는가의 질문과는 상관없이 그런 세상은 우리에게 펼쳐질 것이다. 



문제는 시기. 언제 일이 가능해지겠는가. 90년대말 인터넷의 보급으로 이메일, 스마트폰, 인터넷상거래 등이 가능해졌고 우리는 10, 20 전에 상상하지도 못했던 방식으로 존재하고 또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일부 생명 연장의 기술이 상용화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또한 사실이다. 물론, 일이 가능하다 할지라도 내가 그런 삶을 선택할 있을 만큼의경제적 여유 있을지는 다른 문제이다. 



태초로부터 인간을 속박했던 죽음의 문제를 대면한 사람이 여기에 있다. 





15. 



오늘은 주영이 화실 가는 . 외출을 망설이는 등을 떠민

. 재촉을 이겨 거울 앞에 앉은 모습을 바라본다. 

작고 동그란 . 웃음을 담고 있다가 아무 때나 홍소를 

터뜨려서 무거운 세상을 해맑게 깨트리는 웃음 항아리

. 

나는 웃는 여자를 떠날 있을까. 





229. 



사랑의 마음. 

감사의 마음. 

겸손의 마음. 

아름다움의 마음. 





태어나고 살고 죽는 것이 인간의 일이지만, 우리는 모두 죽지 않을 것처럼 산다. 죽지 않을 것처럼 자신 있게 말하고, 죽지 않을 것처럼 확신에 행동을 하며, 죽지 않을 것처럼 나의 무언가를 자랑한다. 하지만, 죽음이 앞에 다가섰을 , 임무로서의 죽음이 내게 배달되었을 , 나의 모습은 어떠할 것인가. 나는 담담할 있을까. 의연할 있을까. 



죽음에 대한 갑작스러운 예고를 받게 되었을 , 대부분의 사람들은 쉽게 받아들이지 한다. 내게 이런 일이 생겼느냐고 분노하기도 하고, 어쩔 없는 상황에 자포자기하기도 한다. 자신의 삶을 그대로 놓아버리며 체념하기도 하고, 불안과 슬픔을 증오로 되바꾸기도 한다. 책의 저자는 죽음의 예고 앞에 자신의 기억과 삶을 돌아볼 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현재를 누리려 한다. 죽음이 임박한 , 시간을 그는 꿋꿋이 살아낸다. 인생의 마지막을 내려가는 책에서 그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단어는 산책, 사랑, 그리고 감사이다. 



지금 나의 고민과 염려가 작은 것이라고 말하지 않으면서도, 지금 나의 고민과 염려를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있는 여유를 책은 선사해주었다. 작가의 말처럼, 그의 가장 사적이고 내밀한 속삭임이 성찰과 위안의 독서가 되어 주었다. 

고맙다. 나도 그에게 고맙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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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3-27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이 잘 웃는 여자를 떠날 수 있을까.


아 너무 아프네요 단발머리님 ㅠㅠ

단발머리 2019-03-27 18:22   좋아요 0 | URL
주영씨에 대한 구절 하나 더 올리면 더 맘이 아플테지만....


218.

걱정하지 마, 라고 주영이 말한다.
그래 걱정하지 않을 게, 라고 대답한다.

걱정하지 않으면 무엇이 대신 남을까.
명랑성.


다락방 2019-03-27 18:29   좋아요 0 | URL
울고싶어요 ㅜㅜ

단발머리 2019-03-27 18:36   좋아요 0 | URL
그 혼란스럽고 시끄러운 상황에서도 이 분은 참 고요하신데,
저는 중간중간 가슴이 쿵쿵 내려앉는 순간들이 있었어요.
딱, 울고 싶은 마음이었죠 ㅠㅠ

blanca 2019-03-27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봐야겠습니다...

단발머리 2019-03-27 18:25   좋아요 0 | URL
순간 순간 떨리기도 했지만,
이 책을 읽는 시간만큼은 마음이 고요해지는 것 같았어요.
blanca님에게도 그런 시간이 되시길요.

2019-03-28 04: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28 14: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n22598 2019-03-29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결이 바람될때 비행기 가운데 자리에 앉아서 흐느끼면 읽었던 책입니다. 슬프기도 했지만 언젠가는 나의 인생의 한 순간으로 다가올 세상과의 이별의 시간에 하루를 충실이 살아가는 작가의 모습이 멋있기도했지만 마음이 뭉클하고 짠했습니다. 아침의 피아노도 한번 읽어봐야겠네요...이 서재에 들어온지 얼마 안되었는데 이렇게 주제별 같이 묶어서 올려주시니 너무 좋아요 ^^

단발머리 2019-03-31 18:12   좋아요 0 | URL
숨결이 바람될 때,는 정말 그런 책인것 같아요. 너무 안타깝고 너무 뭉킁하고요.
아침의 피아노,와는 결이 다르지만, 죽음을 앞둔 두 사람의 삶의 태도는 정말 오래오래 기억이 나더라구요.
han22598님이 좋다고 해주시니 저도 좋네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지금 읽고 있는 책은 『페미니즘과 기독교의 맥락들』.
한 시간 전에 대출한 따근한 새 책. 23쪽.


일문 : 거다 러너(Gerda Lerner)의 『가부장제의 창조』 (The Creation of Patriarchy, 1986)에 보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빗살무늬 토기는 남자가 만들었을까요? 여자가 만들었을까요?


일답 : 어머! 어머머머!
저 오늘 아침에도 그 책 읽었는데... 정답! 여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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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겟타 2019-03-30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책에서 내가 읽었던 책 이야기가 나오면 그렇게 반갑더라구요!

바로 맞추시는 단발머리님의 센스! ㅋㅋ

단발머리 2019-03-31 18:13   좋아요 0 | URL
맞추기에는 너무나 노골적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 읽으면서 답하는 저로서는, 너무나 반가운 문단이었어요.
저자에게 물음에 막 신나게 답하면서요.

정답! 여자들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엥겔스와 그의 추종자들은 사유재산이 먼저 발달하고, 이것이여성이라는 성의 세계사적 전복 초래했다고 생각한다. 그런가 하면 레비-스트로스와 클로드 메이야수는 사유재산이 생기게 것은 여성교환을 통해서였다고 믿는다. (87) 








저자 거다 러너는 레비-스트로스와 클로드 메이야수의 의견에 가깝다. 집단의 생존을 위해서는 여성들과 남성들이 인구학적으로 같은 수를 이루어야 하는데, 여성들이 생물학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많은 수의 여성들의 조달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여성 약탈 전사문화가 출현했다는 것이다. 잡혀온 여성들이 그들을 잡아온 남성들에 의해 보호받는 과정을 통해 여성을 물건과 같은 소유물로 생각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여성의 사물화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신석기시대 도구들은 상대적으로 단순해서 누구든 만들 있었고, 토지 또한 희소한 자원이 아니었기에 생물학적 재생산의 불규칙성과 생태학적 조건에 영향을 받는 집단의 생존에 가장 주요한 요건은 많은 재생산자들여성들 확보에 달려 있었다는 해석이다. 사유재산의 첫번째 전유는 재생산자인 여성의 노동력에 대한 전유로 구성되었다는 것이다. (91)  




이는노예화과정을 통해서도 확인되는데, 자기 집단의 여성들을 종속시켰던 경험이 다른 인종, 다른 민족의 사람들을노예화하는데 적극적으로 활용되었기 때문이다. 다수의 전쟁 포로가 발생했을 관리의 어려움과 잠재적 위협 때문에 대부분의 적국 남성들을 살해했던 것에 비해 여성들과 어린이들은 전쟁 포로가 되었다. 여성들에게 굴욕을 주는 과정은 남성지배의 마지막 행위, 포로여성들에 대한 강간으로 이루어졌는데(140), 자신을 구해줄 가족, 친척 남성의 죽음, 강간과 성적 이용으로 인한 임신과 자녀 출산은 포로 여성으로 하여금 적국의 문화와 강압적인 지배에순응 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따라서 노예제가 처음 잉태된 시기부터 이는 남성과 여성에게 다른 것을 의미했는데, 남성 노예 역시 전적으로 자율성과 명예를 상실하고 보상 없는 노동을 해야했지만, 여성 노예는 주인 혹은 주인의 대리인을 위해 성적 서비스를 제공해야 했다. 여성에게 성적 착취는노예상태 자체 의미하는 것이었다.(156) 




167쪽에서는 소유관계를 기반으로 정해지고, 군사력을 통해 강화되는 남성들 사이의 위계와 비교되는 여성 위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여성에게 위계는 그들이 의존하고 있는 남성의 지위를 매개로 해서 정해졌다. 위계의 밑바닥에는 강력한 남성에 의해 섹슈얼리티가 마치 매매 가능한 물건처럼 처분되는 노예여성이 있었고, 중간층에는 성적 행위를 통해 상승이동하고 일부 특권과 자신의 자녀들을 위한 상속권을 얻을 있었던 노예첩이, 제일 상층부에는 남성에 대한 성적 서비스를 통해서 재산과 법적 권리를 갖게 되는 부인이 있었다. 부인보다 상위의 어느 지점에는 예외적인 여성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그들의 처녀성과 종교적 서비스 덕택에 남성에게만 해당되는 권리들을 누렸다. (167) 




저자도 강조했다시피 최고 지위의 부인과 노예여성의 처지를 등가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최고 지위의 부인은 힘든 일로부터 자신을 자유롭게 해주는 노예를 소유할 있었다. 노예여성은 주인에게 자신의 노동력 뿐만 아니라 성적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했다. 사이의 간극을 무시하는 것은 여성 계급간의 차이를 무시하는 순진한 해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 지위의 여성조차 자신의 가정에서는 가장의 절대적인 지배 보호 아래 있다는 역시 사실이다. 남성은 여성친족들을 처분할 권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부인과 자녀들 역시 그렇게 처분될 있는 그의 재산의 일부일 뿐이었다. (159쪽) 



경제적 지위를 상실했을 , 최고 지위의 부인이 엮는 고군분투에 대해서는파크애비뉴의 영장류』라는 책에 소상히 나와있다. 버킨 백으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완벽한 외모, 완벽한 몸매를 꿈꾸며, 기사가 딸린 럭셔리 세단에 아이들을 태워서는 일정을 세세히 챙기는 맨해튼어퍼이스트사이드최상류층 여성들이 불안에 떨며 술과 약물에 의존하는 이유. 일시적 성별노동분업이 고정화되어 지배적 문화와 개인의 삶으로 구체화된 슬픈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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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3-22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 책은 또 뭐죠... 왜이렇게 세상엔 읽어야 할 책이 많단 말입니까. 아, 저 책 어디서 본 것 같긴 한데.. 단발님 서재였을까요? 아무튼 읽을 책이 너무 많아서 싫기도 하고 또 좋기도 합니다.

저는 이제 부인과 첩 읽을 차례인데 주말에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두렵습니다.....


(파크애비뉴... 마침 중고가 있어서 주문했어요....나란 여자.....)

단발머리 2019-03-22 16:38   좋아요 1 | URL
<파크애비뉴의 영장류>는 좀 엇갈리는 평이 있더라구요. 미국의 상류층 생활을 인류학 공부를 했던 저자가 파헤치는 걸로 컨셉을 잡았는데 사실 저자도 많이 동화되어서 ‘버킨백 습득 히스토리‘도 늘어놓고 그러거든요.
별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구요.

제가 관심이 갔던 건, 고학력에 똑똑한 이 여자들이 얼굴, 몸매에 광적으로 집착하고 자녀 교육에 올인하면서 술과 약물을 찾는, 찾아가는 그 과정이 너무나 안타까운 거예요. 집에 자가용이 아니라 비행기가 있는 여자들, 최상류층 주부들이 남편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면서 살아간다는 건데 그건 경제력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오구요. 시몬 드 보부아르의 주장과 딱 맞아떨어지는 그 지점이 전 참 신기하더라구요.


남편이 소유한 재산이 막대할수록 아내는 그만큼 더 가혹하게 예속된다는 점을 주목하자. 언제나 여자의 예속이 가장 확연한 것은 부유계급에서이다. 오늘날에도 가부장제 가족형태가 존속하는 영역은 부유한 지주계급의 가정이다. 남자는 자기가 사회적·경제적으로 강력하다고 느낄수록 더 권위적인 가장 역할을 한다. 반대로 공통의 빈곤은 부부를 평등한 관계로 만든다.
(<제2의 성>, 134쪽)


주문하셨군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잘하셨어요. 읽고 싶은 책은 읽어버리는 멋진 다락방님^^

다락방 2019-03-22 16:42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제2의 성은 완독하셨어요? 저 아직 완독 못했는데... 같이읽는 책에 이거 한 번 넣어야 하는거 아닌가 싶어서요... 아아..묵직한 숙제... ㅠㅠ


그리고 아니죠, 아니죠, 단발머리님. 읽고 싶은 걸 읽는 멋진 다락방이 아니라, 읽고 싶다고 바로 사버리고 쌓아두는 게으른 다락방.... 이 사실입니다. 하아-

단발머리 2019-03-22 16:51   좋아요 0 | URL
더 이상 피해갈 수 없는 우리의 영원한 숙제며 책무인.... <제2의성>
저도 완독 못 했어요.
그 책 넣는 것에 완전 찬성하지만 그럼 같이 하시는 분들이 힘들수도 .....ㅠㅠ
여성의 역사 부분이랑 몇몇 부분이 쭈욱 읽어가기 좀 어려운 면이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읽을 책은 미리 사 두고 쌓아두어야 제 맛이죠.
책 읽는 맛을 아는 멋진 다락방님^^

다락방 2019-03-22 16:56   좋아요 0 | URL
저도 너무 힘들것 같아서 넣어도 상,하를 따로 넣어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저는 상권만 다 읽었긴 한데, 그렇다면 상권부터 다시 읽어야 할 것 같고. 아아 세상에 읽을 책 너무 많아요, 단발머리님. ㅠㅠ

제2의 성은.. 천천히...아주 많이 천천히 생각해봅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회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03-22 17:14   좋아요 0 | URL
전 한 권짜리인데 저도 하권 앞부분 정도까지.... ㅠㅠ
세상 읽을 책 많은 우리의 한 세상을 기뻐하며 또 두려워하며~~~~

오래오래 같이 생각해봐요. <제2의 성>을 어쩌까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다락방님과 같은 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해피 불금, 다락방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