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읽지 않은 책을 이 책 저 책 뒤적이다가 이 책을 꺼낸다.

 


나는 무력하고 우주는 내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생각과, 나는 독재자이며 모든 사람이 나를 돌봐야 한다는 생각이 공존한다. 무력한 신체, 자기애, 유아기적 나르시시즘의 조합이 그 모순을 만들었다. (106)

 


혐오의 기저에 두려움이 존재하고, 이것은 무기력한 시간을 보내야만 하는 인간 아기의 경험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보복 없이 저항하는 분노, ‘이행 분노에 대해 읽는다(124) .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거부한 검찰총장의 행태가 직무 정지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는 법원의 결정이 잘못된 것이라 생각하지만,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종편 방송을 주로 보시는 아버지는, 너는 아무 것도 모른다 하시고, 포털만 보는 아이는 엄마가 틀렸다고 말한다. 김어준의 뉴스 공장과 김종배의 시선 집중을 보는 나는, 그냥 말을 안 한다. 어떤 검찰인가. 어떤 검찰총장인가.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고, 박근혜를, 이명박을 구속시킨 검찰 아닌가.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날카로운 칼을 자신의 조직을 위해서는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 그런 검찰 아닌가. 중립의 의무를 위반한 채 피의자에게 여권인사의 이름을, 여권인사의 이름만 대라,고 말하는 검찰 아닌가.  

 


보수 쪽 인사가 정치 프로그램에서, 검찰 개혁이 일반인의 삶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말했다. 맞다. 검찰 개혁이 지금의 내 삶과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난 검찰에 불려갈 만큼 큰 사고를 칠 만한 사람도 못 되는데. 하지만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미쳐 날뛰는 검찰과 검찰 받아쓰기에 충실하게 복무하는 언론을 보면서 검찰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를, 진실을 왜곡하는데 언론이 얼마나 열심인지를 새삼 알게 됐다.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한다. 아무나 욕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아무도 좋아하지 않으면 좋을 텐데. 중도라는 자리에 있으면 좋을 텐데. 국정 농단일 때는 박근혜를 욕하고, 박원순 시장 사건 때는 박원순을 욕하고, 방역이 잘 될 때는 잘한다 칭찬하고, 백신 문제가 불거지면 문재인을 욕하고. 그럴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나도 그럴 수 있으면 좋겠는데. 2004,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되지도 않는 이유로 탄핵했던 세력이 야당이었다면, 이제 검찰이 그렇다는 걸,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거스르고 있다는 걸, 기껏해야 자신의 명예를 위해 공부하고 사시에 합격한 한 줌의 검사들이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는 걸. 나만 알고 있는 것도 아닌데. 내가 분노한다고, 내가 걱정한다고 바뀌는건 없는데. 그런데도 마음이 그렇지가 않다. 

 


동지가 지났어도 밤이 길다.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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五車書 2020-12-27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이 길어도 반드시 아침은 오지요. 잠들지 않으면 새벽 여명을 보면서 점차 환해지는 세상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단발머리 2020-12-27 21:15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저도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제이 2020-12-27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분노하면 바뀐다는 걸 믿습니다!! 우리 함께 분노해요!

단발머리 2020-12-27 21:20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게 믿어요.

psyche 2020-12-28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빽뺵거리는 트럼피들이 있지만 그건 무시하면 되고 이제 드디어 트럼프 시대가 끝났구나 했더니 바로 한국에서 또 분노할 일이....ㅜㅜ

단발머리 2020-12-28 11:21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특히 위의 책은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바로 그 밤부터 시작되거든요. 그 날의 충격이 이 책을 완성시켰죠.
얼른 새로운 정부가 안정적으로 관리해서 미국도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랍니다. 코로나도 다른 문제들도요 ㅠㅠ

 

















크리스마스에는 좀 달달하고 말랑한 이야기를 읽고 싶은데 기어이 노란 형광펜을 찾아 손에 잡는다. 

졸린 눈을 크게 하고 가슴뛰게 하는 사람은 마사 누스바움. 


오늘밤에는 미세먼지 없이 코로나 없이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되기를. 

플리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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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4 1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24 1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20-12-24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세요!^^:)

단발머리 2020-12-25 09:28   좋아요 1 | URL
겨울호랑이님 감사해요! 겨울호랑이님도 평화롭고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시길 바랍니다!!!

다락방 2020-12-25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메리 크리스마스!

저는 이제 푸코를 좀 펼쳐볼까 합니다.... 이만 총총.

단발머리 2020-12-25 16:37   좋아요 0 | URL
네네 다락방님!
다락방님도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시길요!
푸코 응원합니다. 저의 따뜻한 사랑을 담아, 🤗
 


















창비 블로그의 사진을 가져와 본다.

 









그 책이 이 책이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의 그 남자가 저자를 앞에 두고 흥분해서 말하던 그 아주 중요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미지의 시대를 연 사진가 머이브리지가 부제인데, 그를 통해 격변했던 당시의 사회를 조명하고, 역사와 문화를 깊이 있게 파헤친다. 책표지가 너무 무겁게 보이고, 주제 자체가 흥미롭지 않은데도 저자의 유려한 글솜씨 때문에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철도와 사진에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열차를 타거나 사진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세상을 더욱 가까이 가져다주었다는 점이다. (27)

 


각각의 사진은 사건 자체에서 나온 하나의 증거, 손에 잡히는 증인이었다. 사랑하는 이의 젊은 얼굴을 시간이 흐른 후에, 심지어 죽음이나 이별로 그 얼굴이 더이상 존재하지 않을 때도 마치 물건처럼 소유할 수 있었다. (31)

 

 


손에 잡히는 증인으로서의 사진. 아련한 첫사랑의 현재를 확인할 수 없지만, 그 때 그 순간 그 아이의 모습은 앨범 사진을 통해 지금이라도 다시 볼 수 있으니, 머이브리지 다음 세대인 나는 그저 행운아인가

좀 더 감상에 빠지고 싶은데, 내일이 반납일이다. 서둘러야 하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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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12-18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 책이 그 책입니까? 맙소사..
저 방금전에 책이 또 도착했는데(물론 제가 지른겁니다) 또 사야겠네요. 안그래도 다음주에 크리스마스라서 저한테 제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책을 좀 사줄까 하던 참이었습니다만? 후훗.

2020-12-18 15: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0-12-18 15:46   좋아요 1 | URL
에고고고! 이거 비댓하지 마세요! 엉엉! 리베카 솔닛 한국 왔을 때 사인 받으셨군요. 부러워요!!! 엉엉!

다락방 2020-12-18 15:50   좋아요 1 | URL
저 그 때 거기 가긴 했었는데 사인받는 줄 서는 대신 친구랑 갈비 먹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0-12-18 16:16   좋아요 0 | URL
저 그때 당첨되긴 했지만 멀어서 안 갔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12-18 16:31   좋아요 0 | URL
어쩜 이렇게 다 달라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12-18 17:32   좋아요 0 | URL
아니..... 그 좋은 기회를.... 눈 앞에서 리베카 솔닛을 볼 수 있었는데 말이지요. 전 뭐하느라 안 갔단 말입니꽈!!! @@

얄라알라북사랑 2020-12-18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TENET느낌. 암튼 어떻게든 고리 ㅋ

단발머리 2020-12-18 17:3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 말입니다

수연 2020-12-19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또 사야한단 말인가요 ㅠㅠ 저 진짜 마음먹고 새해부터 책 아주 쪼금 사기로 했는데 알라디너 친구님들 서재 들어올 적마다 사야할 책이 쌓여갑니다. 어찌해야 합니까!!!!!

단발머리 2020-12-19 11:15   좋아요 1 | URL
중간 부분에서 좀 지루합니다 ㅠㅠ 저는 슬퍼하고 있어요. 배경지식이 부족해서요 ㅠㅠ 엉엉

수연 2020-12-19 11:21   좋아요 0 | URL
그럼 안 살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12-19 11:3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어쩔 ( ‘’)
 





 













3장 가정관리술이 흥미롭다.

 


사실상 아내로서 여성들은 그들의 법적, 사회적 지위에 의해 묶여 있었다. 그녀들의 모든 성적 활동은 부부관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남편이 그들의 유일한 파트너여야 한다. 아내는 남편의 권한하에 놓여 있으며, 그의 상속인이자 시민이 될 아이를 남편에게 낳아주어야 한다. (220)

 


결혼관계를 통해 아내가 된 여성들은 남편의 권한 하에 놓이며, 여성들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남편의 아이를 낳는 일이 된다. 쫓겨나지 않기 위해 기혼 여성은 정숙하고, 어떤 과오도 범하지 않고, 가정의 충실한 관리자가 되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강력한 성생활의 행동 규율을 강요당한다. 남성은 다르다.

 


남성은 기혼자로서 또 다른 결혼을 하는 것만이 금지되어 있을 뿐, 어떠한 성 관계도 그가 맺었던 부부관계로 인해 금지되지는 않는다 남성의 결혼은 그를 성적으로 구속하지 않는다. … 간통은 기혼 여성이 그녀의 남편이 아닌 남자와 관계를 가진 경우에만 범법행위가 된다. 어떤 관계를 간통으로 규정하는 것은 여성의 결혼한 처지이지 결코 남성의 그것은 아니다. … 왜냐하면 아내는 남편에게 속하지만, 남편은 단지 그 자신에게만 속하기 때문이다. (222)

 


여성과의 관계에서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던 남성이지만 소년과의 관계에서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소년에게 구애하고, 그가 있을만한 장소를 찾아다니고, 함께 사냥을 가고, 이제 더는 필요하지 않은 훈련을 함께 하는 이유가 있다. 소년과 성인 남성과의 관계에서 결정권은 소년에게 있기 때문이다.


 


부부 사이의 관계는 혈통의 유지와 가정 관리를 위해서만 존재한다. 아내는 남편에게 속하지만 남편은 오로지 그 자신에게만 속한다. 성인 남자와 소년의 관계는 연애술의 영역에 속하기에, 애정이 관계의 주요한 동인이 되는데, 결정권은 소년에게 있다. 사랑 받는 대상으로서 소년은 독특하고 특별한 위치를 점한다. 권태로운 생활이 이루어지는 곳이 가정이라면, 가슴 설레는 사랑이 이루어지는 곳은 개방된 공적 영역이다. 지루한 일상을 함께하는 사람이 아내라면, 꿈 속 환상을 함께하는 사람은 소년이다. 아내와는 일상을, 소년과는 환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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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12-15 08: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소년애가 자꾸 걸리적거려요. 우리가 그간 페미니즘 책 읽어오면서 여성혐오와 차별 여성대상 폭력이 존재했다는 건 알고 있잖아요. 아내와는 일상을 보내고 아내에게 가사 노동을 전담시키고 아내에게 온갖 도덕적 룰과 법을 다 적용한다는 거 알고 그게 싫었는데, 도대체 소년애는 뭘까 싶은 거에요. ‘소년‘은 미성년자잖아요. 이게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면 연애나 성관계 경험, 결혼의 연령대가 훅 낮아지긴 하지만, 그래서 지금을 살고 있는 제 시점으로 보게 되기는 하는거지만, 소년애라니, 전 정말 환장하겠어요. 아무리 그래도 미성년자인데, 하면서 너무 불편해져요. [성의 역사 3]권을 읽다 보면 소년애의 대상인 소년들이 성인 남성과의 사랑을 자기들이 원하거나 바란 것도 아니거든요. 대상이 되는거에요. 저 때는 시대가 달랐다, 문화가 달랐다, 라고 아무리 생각하려고 해도 저는 특히나 미성년자를 성애의 대상으로 놓는 것에 있어서 진짜 너무 싫기 때문에 소년애 부분을 읽을 때마다 너무 화가나요 ㅠㅠ 저 시대의 성인 남성들 대체 뭔가 싶고요 ㅠㅠ

단발머리 2020-12-15 09:19   좋아요 0 | URL
저는 전체적으로는 ‘성의 역사‘라는 것이 좀 어처구니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랬다더라~~~ 정도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아내가 남편에게 매여있고 남편은 그 자신에게 매여있다. 아내에게는 정조가 요구되고 남자에게는 요구되지는 않으나 알아서 절제해라. 이런 이야기를 계속 읽다보니 문화라는 게, 법률이라는 게 사람을 이렇게 계속 규제한다면 그것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쉽지 않을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소년애에 대해서는 [성의 역사3]을 읽어보면 좀 더 자세히 알겠다 싶습니다.
궁금한 게 많아지는 책이네요, 이 책이. 알고 보니 괜찮은 책? ㅎㅎㅎㅎㅎ

2020-12-15 09: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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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5 10: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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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5 10: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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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5 10: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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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5 11: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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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 2020-12-15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푸코랑 아듀하고 싶습니다. 3권 읽고 영원히 굿바이 할래요. 억지로 읽고 있는.......

단발머리 2020-12-15 09:39   좋아요 0 | URL
전 일단 3권까지 구입했어요. 읽으려고요, 3권까지는 ㅠㅠㅠ

다락방 2020-12-15 10:01   좋아요 0 | URL
푸코 싫어요 ㅠㅠ 2020년에 푸코 싫다고 오백번쯤 말하고 다니는 듯요.. ㅎㅎ

단발머리 2020-12-15 10:27   좋아요 0 | URL
우리 얼른 푸코 끝내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은 시절 맞이해요!
from 푸코 2권 아직 읽는 사람

2020-12-15 1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15 11: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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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5 11: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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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5 11: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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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5 15: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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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5 15: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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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5 15: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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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5 15: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n22598 2020-12-17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용이............좀 어마무시하게 이상한 것 같아요. 그 시대는 저런 말이 유식한 말이었나봐요. ㅠ

단발머리 2020-12-17 21:44   좋아요 1 | URL
여성의 지위가 남성에 비해 터무니없이 보잘 것 없는 건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것 같기는 해요.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다는 생각이 만들어진 이래로 그 신념이 현재까지 유식한 말로 ‘여겨지는 것‘ 같기는 합니다.
 



















이승우의사랑이 한 일』을 읽고 있다. <작가의 말>을 먼저 읽었는데 패러프레이즈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소설쓰기가 일종의 패러프레이즈라는 생각을 한다. 이미 쓰인 것을 다시 쓰고 풀어 쓰는 것. 그런 점에서 이 일은 번역하는 것과 같다. …. 그러니까 잘 번역된 글은 원작과 다른 글이다. 다른 글이어서, 다른 글이기 때문에 원작과 같다. 패러프레이즈도 다르지 않다. (243)

 

 

얼마 전 한국 교회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성경이메시지』 성경이다. 다종다양한 성경 판본을 가지고 있는 영어권에 비해 한국은개역개정』, 『현대어성경』, 『쉬운 성경』 정도였는데, 『메시지』는 한국 성경 판매 시장의 대전환을 가져왔다. 『메시지』는 한 사람(유진 피터슨 목사)에 의한, 의역에 가까운 번역이 그 특징인데, 그래서 공적 예배 시 사용되기 보다는, 개인이 가정에서 혼자 성경을 읽을 때 유용한 통독용성경으로 널리 알려졌다. ‘일상의 언어로 쓰여진 성경 옆의 성경이라는 광고 문구처럼, 오랫동안 교회를 다녔거나, 성경적(?) 표현에 익숙한 교인들에게 낯선느낌의 성경으로 크게 인기를 끌었다.

 

미국판 『The Message』는 이 책을 ‘best-selling paraphrase of the Bible’ 혹은 ‘a translation of Scriptures’라고 소개한다. 의역이되 성경이라는데 더 큰 의미를 부여한 한국과 ‘paraphrase’, 성경 다시쓰기로 이해하는 미국의 차이를 보여준다. 어차피 성경은 번역이라는 과정을 통과해야 하기에, ‘성경 읽기란 결국 다시 읽기이다. '다시 읽기'일 수 밖에 없다. 

 



사라의 종 하갈은 사라에게 아이를 낳아주기 위해 아브라함과 동침한다. 이는 명백하게 사라의 요청이다. 하갈은 사라의 요구대로 아브라함의 아이를 가졌지만, 그 때부터 사라의 질투가 시작된다. 아이 때문에 버틸 수 있었던 하갈은, 사라가 자신의 아이를 가지면서 더 자주, 더 큰 위험에 빠지게 된다.

 

이른 아침, 아브라함은 하갈에게 이스마엘을 깨워 데리고 나오라고 이른다. 크고 붉은 해가 성큼 떠올라 눈을 찌푸릴 수 밖에 없는 그 곳에서, 광야 한 복판에서 아브라함은 모자를 남겨두고 떠난다.

 


그녀는, 그분이 너를 사랑하는 걸 알고 있지?가 아니라 아버지가 너를 사랑하는 걸 알고 있지?라고 말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신이 너를 사랑하는 걸 잊지 마라,가 아니라 아버지가 너를 사랑하는 걸 잊지 마라,라고 했어야 한다고. (61)  

 

 

나는 이 대목에서 조금 놀랐다. 어떻게 하갈이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이것이 정말 하갈의 생각이었는지 궁금했다. 종이었던 하갈이, 어쩌면 태어났을 때부터 종이었던 하갈이, 자신의 아이가 아브라함을 아버지라고 불러도 된다고 생각했다는 대목이, 나는 이해되지 않는다. 이스마엘이 아브라함의 아들이 아니라는 뜻이 아니다. 이스마엘은 아브라함의 아들이다. 하지만, 이스마엘이 정말 아브라함의 아들이라 주장할 수 있었을까. 이스마엘에게 아브라함을 주인님이 아니라 아버지라 부르도록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하갈은 오르막이거나 내리막, 영광이나 비참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평평하게,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58) 분수를 모르지 않았고, 자기가 누구인지 잘 이해했다.(61) 그랬던 그녀가, 가진 것이 없어 빼앗길 것도 없는 종 신분의 그녀가, 하지만 이 아들은 당신의 아들이에요,라고 말하는 대목이 의아했다. 나는 종이지만 이 애는 당신의 아들이에요, 나는 종이지만 이 아이는 당신의 적자에요. 이런 장면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아내의 신분으로 아브라함의 침실로 들어가라고 하갈을 떠밀었던 사라의 말이나, ‘하지만 저 아이도 내 아이요라는 아브라함의 말을, 나는 믿지 않는다. 그 사람들은 신뢰할 만한 사람들이 아니다. 주변의 다른 주인들보다 나은 면이 있었겠지만, 딱 그 정도였을 것이다. 그들의 행동이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아들을 낳자마자 하갈을 괴롭히다가 결국 내치는 사라나, 사라의 요구대로 모자를 광야로 내쫓는 아브라함이나, 둘 다 똑같다. 믿을만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내가 주목한 부분은 사라의 종 하갈의 아들인 이스마엘을 하나님이 주목하셨다는 점이다. 이것은 아브라함으로 인한 것이 아니다. 아브라함은 하갈을 통해 아들을 얻으려는 계획도 의도도 없었다. 사라의 등쌀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침실로 들어갔고 아이를 낳았지만, 그 모자를 끝내 지켜주지 못 했다. 아브라함은 중요한 사람이 아니다. 아브라함은 그저 그런, 소심하고 용기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 부분이 더 특별하다. 하나님이 무책임한 아브라함과 이기적인 사라로 인해 고통받는 사라의 종 하갈의 울음소리를 들으셨다는 것. 그녀의 아들을 살려 주셨다는 것. 그들을 보살피셨다는 것.

 


 

주인의 집에서 쫓겨난 하갈은 아들과 함께 광야에서 살았다. 아들은 광야에서 살면서 활을 쏘는 사람이 되었다. 신이 그들을 보살폈다.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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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12-14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하갈이 당연히 해야 할 생각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단발님은 그 부분이 의심스럽다고 하셔서 저는 이 글을 읽다가 놀랐습니다. 종이기 때문에 그런 말과 생각에 제약이 있었을 거라는 의미인가요? 아니면 하갈의 성격이 욕심을 모르는 성격이기 때문에 이런 생각이 의심스럽다는 걸까요? 단발님과 저의 이 차이는 성경을 기존에 읽었던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차이일까 싶어서 지금 다른 분들의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찾아보는데 뭔가 속시원한 리뷰는 없네요. 이 책 속의 하갈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궁금한데 말이죠.

단발머리 2020-12-14 13:55   좋아요 0 | URL
제가 성경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오랫동안 읽어온 사람이기는 해서, 제 시각에서 ‘성경적‘인 해석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요. 전 하갈의 문제를 읽을 때는 그런 부분보다는 당시의 사회를 염두에 두었던것 같습니다.
아브라함과 하갈이 등장하는 이 지역이 <가부장제의 창조>에서 다루었던 사회와 매우 유사하다고 전 생각했구요. 종이나 노예의 개념에 다른 면이 있다고는 하지만, 하갈도 정확히는 종이라기 보다는 노예에 가까운 처지였다고 여겨집니다.

사라가 하갈에게 아내의 지위로 침실에 들어가라, 혹은 아브라함이 이스마엘을 바라보며 쟤도 내 아들이다,라고 말한 부분을 전, 패러프레이즈로 봅니다. 성경에 그렇게 묘사된 게 아니라, 작가가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부분이라는 뜻이구요. 여주인의 여종이 낳은 자신의 아들에게 주인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도록 했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좀 다른 경우지만 서자에 대한 차별이 제도화되었던 조선시대에도 임금이 양가집의 규수를 후궁으로 맞을 때는 혼례를 올렸다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그런 경우에조차도 첩으로서 인정한다는 뜻이지, 첫번째 아내에 비할 정도의 지위를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아니구요. 첩에게서 얻은 아이들의 지위가 일정 정도 보장되기는 했지만 적자에 비하면 비교할 정도는 못 되었잖아요. 전, 무심히 홍길동을 떠올렸습니다.

현재에도, 재산권을 비롯한 모든 부분에서 남편과 아내의 평등한 관계 설정이 어려우니까요. 수천년 전, 절대적인 가부장제 사회속에서 여종이 자신의 권리를 그 주인에게 ‘주장‘할 수 있었다고, 전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것 역시 저의 해석이기는 하지만요.
이스마엘이 아브라함의 자식이 아니라는 뜻이 아니라, 아들이라 ‘주장‘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단발머리 2020-12-14 14:11   좋아요 0 | URL
혹시나 해서, 성경을 찾아보았어요^^

<개역개정> 사라가 본즉 아브라함의 아들 애굽 여인 하갈의 아들이 이삭을 놀리는지라 그가 아브라함에게 이르되 이 여종과 그 아들을 내쫓으라 이 종의 아들은 내 아들 이삭과 함께 기업을 얻지 못하리라 하므로 아브라함이 그의 아들로 말미암아 그 일이 매우 근심이 되었더니

<쉬운성경> 그런데 사라가 보니, 이스마엘이 이삭을 놀리고 있었습니다. 이스마엘은 아브라함이 사라의 이집트인 여종 하갈에게서 낳은 아들입니다. 그래서 사라가 아브라함에게 말했습니다. ˝저 여종과 그 아들을 쫓아 내십시오. 이 여종의 아들이 우리 아들 이삭과 함께 재산을 물려받을 수 없습니다.˝ 아브라함은 이 일로 매우 괴로웠습니다. 왜냐하면 이스마엘도 자기 아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주로 읽는 <개역개정>의 경우 이스마엘을 아들로 인지한 아브라함의 고민이 더 적게 나타난것 같습니다. <쉬운 성경>에는 좀 더 직접적으로 표현되어 있네요. 적어도 아브라함은 이스마엘을 자신의 아들이라 여기고 있었다는 뜻이고, 그렇다면 아브라함에 대한 작가의 패러프레이즈는 원래 성경이 의미했던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은 것 같네요. 전 이 부분도 작가의 상상이라고 여겼는데, <쉬운 성경>을 보니 작가의 상상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다락방 2020-12-14 14:29   좋아요 1 | URL
저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작가의 상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당시 말을 할 수 없던 위치에 있던 사람들에게 이 책을 빌어 말을 할 수 있게 했다고 보고 있거든요. 시대적 상황과 하갈의 신분은 단발머리님의 말씀대로 당신이 이 아이의 아버지요, 라는 주장을 할 순 없었을 테지만, 작가는 현재의 위치에서 성경에 대해 새로운 해석과 상상력을 덧붙여 이 책을 써냈다고요. 저는 거기에서 이 소설의 의미가 있다고 보았어요. 그대로 가져올 것이라면, 그러니까 어떤 ‘다른‘ 식의 상상을 붙일게 아니라면 굳이 새로 쓸 의미는 없었을 거라고 보여지고요.
저는 성경을 안읽었기 때문에 이 책에서 소설적 재미쪽에 더 몰두할 수 있었던것 같기도 하네요.

아무튼 현대인의 성경이 도착하였으니 이승우가 출애굽기 써주기 전에(라고 저 혼자 생각하고) 성경을 완독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단발머리 2020-12-14 14:40   좋아요 0 | URL
현재 위치에서의 새로운 해석이라는 측면이 이 책의 의미겠죠. 어쩌면 저는 그게 싫은지도 모르겠구요.
다락방님 성경 완독, 제가 완전 응원합니다!!!

Falstaff 2020-12-14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승우 나오면 무조건 아닥입니다.
친구들은 이승우를 ‘새끼 이청준‘이라고 부르기도 했었습지요. 그래도 그 시절이 더 나았던 걸로. 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12-14 13:53   좋아요 0 | URL
이승우님 책에서 등단 준비하면서 글이 안 풀리고 꼬일 때마다 ‘이청준‘ 선생님을 읽고 또 읽었고, 등단되었을 때 심사위원 중 한 분이 ‘이청준‘ 선생님이었다, 이런 대목이 기억나네요. 너무 신기합니다^^

blanca 2020-12-14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을 읽을 때는 이 글과 여기 댓글들을 정독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단발머리 2020-12-14 14:33   좋아요 0 | URL
꼭 그런것은 아니지만요 ㅎㅎㅎㅎㅎ 믿고 사는 이승우 작가님 신작인데다가 무척 흥미로운 책이여서 저도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