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는 토요일 오후에 했다. 아침부터 나가자 나가자 실랑이를 하다가, 늦게 준비하는 1인과 토요일에도 학교에 간 1인의 동선을 고려해 투표 후 노상에서 치킨을 먹기로 했다. 벚꽃잎이 흩날리는 거리를 뛰어갔다. 이번 투표를 앞두고 큰애랑 여러 번 싸워서 아예 투표를 안 한다고 할까 봐 걱정했는데 투표소에 들어갈 때는 다정하게 들어섰다. 기표를 하고 나와서 기다리는데 큰애가 나오지를 않는 거다. 왜 이렇게 늦었냐고 했더니, 호호 불고 세로로 반 접고 또 반으로 접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엄마 같은 (거대 정당 찍는) 사람들은 몰라. 우리 같은 사람들은 이 한 표, 한 표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요? 내 한 표도 소중하단다, 아가야.

 

 



반유대주의가 유대인 절멸로까지 이어지는 그 지난한 순간에 대한 연구와 고찰이 이어진다. 내가 꼽은 문장은 여기다.

 


인종주의자들의 유대인 증오는 신이 선택한 민족, 신의 섭리로 성공을 보장받은 민족이 자신들이 아니라 유대인일지도 모른다는 미신적 우려에서 나왔다. 거기에는 결국 모든 외양에도 불구하고 세계 역사에서 마지막 승자로 등장할 것이라는,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보증을 받았다고 그들이 두려워하는 민족에 대한 의지박약한 분노가 있었던 것이다. (451쪽)

 


역사라기보다는 신화로 여겨지는 이스라엘 민족의 이집트 대탈출 때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 벌어진다. 훈련 받은 군인 집단이 아니라, 어린아이부터 시작해 노인에 이르는 가족 공동체, 유목 민족이라 부르기에도 세가 부족한 이스라엘 부족의 대이동이 펼쳐질 때,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공포로 흔들렸다. 그들, 이스라엘인들은 특별하다는 믿음, 그들의 신은 특별하다는 믿음이 선주민이었던 가나안 여러 부족들의 마음을 온통 지배했다. 이스라엘이 계속 승리한 것은 아니지만, 이스라엘의 승리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스라엘은 그렇게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자리를 잡았다.  

 


자기 계발서가 반복해서 말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지라는 것이다. 그 모토가 할 수 있다일 수 밖에 없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할 수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지만, 성공 가능성은 당연히 할 수 있다쪽이 우세하다. 상황의 변화는 태도에 달려있고, 태도는 마음에, 마음은 생각에 달려있다. 이스라엘은 항상 할 수 있다쪽이었고, 자신들이 선민, 선택받은 특별한 민족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요는, 이스라엘인들만, 유대인들만 그렇게 믿은 것이 아니라, 유대인의 말을 반복해서 들었던 인종주의자들도 유대인의 말을 믿었다는 거다. 그 말을 믿게 된, 진심으로 믿게 된 인종주의자들의 의심과 분노는 유대인 증오라는 결과로 산출되었다.

 



 


공산 전체주의 비판하는 세력의 몰락을 기대하며 <전체주의의 기원>을 읽는다. 자랑하기 참 좋은데 <전체주의의 기원>은 너무 두꺼워서 외출 때에는 다른 한나를 모시고 다닌다. 한나 풍년. 한나 대잔치다.

 



깝치는 마음 1도 없이 겸손하게, 저녁에는 치킨을 먹기로 했다. 파티 분위기 절대 아니다. 1년 만의 건강검진에서 평생 처음으로 빈혈판정이 나왔기에 그렇다. 단백질 보충이 필요하단다. 한나 풍년. 치킨 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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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4-10 15: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삼겹살 먹을 겁니다. 혹시 따님이 저랑 같은 정당을 찍은 건 아닐지.. 생각합니다. 흠흠..

단발머리 2024-04-10 15:26   좋아요 1 | URL
저희집 딸롱이가 다락방님과 같은 정당을 찍었을 거라고, 전 생각합니다. 일단 저랑은 다릅니다. 흠흠...
저도 냉동실에 삼겹살 있기는 한데.... 🤗

서곡 2024-04-10 16: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흠 저는 닭강정 사왔습니다 ㅋㅋㅋ 사진 속 말차파이(?)도 맛있어보이는군요!!

단발머리 2024-04-10 16:45   좋아요 1 | URL
하.... 닭강정도 매우 좋은 선택입니다. 말차파이 정말 맛있었어요. 딱딱하지 않지만 꾸덕한 느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시지요? 포크에 힘을 주고 퐉!! 세워야 합니다 ㅋㅋㅋㅋㅋ 아, 또 먹고 싶네요!

페넬로페 2024-04-10 16: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원한 아이스커피와 케잌, 맛있겠어요.
거기다 책까지요.

제가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요,
유대인 또는 이스라엘이 자신들이 선민이라는 것을 믿지 않았어요?
구약 성서의 내용과 달라 궁금해졌어요~~

단발머리 2024-04-10 16:55   좋아요 3 | URL
페넬로페님~~ 제가 명확하게 표현을 못 했나 봐요. 유대인들은 자신들이 선민임을 굳게 믿었습니다!

이스라엘은 항상 ‘할 수 있다’ 쪽이었고, 자신들이 선민, 선택받은 특별한 민족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요는, 이스라엘이, 유대인들이 그렇게 믿었다는 게 아니다. 유대인의 말을 반복해서 들었던 인종주의자들이 유대인의 그 말을 믿었다는 거다. 그 말을 믿게 된, 진심으로 믿게 된 인종주의자들의 의심과 분노는 유대인 증오라는 결과로 산출되었다.


위의 저의 문장을 이렇게 바꾸어 볼게요.

이스라엘은 항상 ‘할 수 있다’ 쪽이었고, 자신들이 선민, 선택받은 특별한 민족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요는, 이스라엘인들만, 유대인들만 그렇게 믿은 것이 아니라, 유대인의 말을 반복해서 들었던 인종주의자들도 유대인의 말을 믿었다는 거다. 그 말을 믿게 된, 진심으로 믿게 된 인종주의자들의 의심과 분노는 유대인 증오라는 결과로 산출되었다.


요렇게 바꾸어 보았습니다. 선민이라는 유대인의 주장을 다른 민족에 속한 사람들도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점을 강조하다 보니, 의미가 명확하지 않았네요. 위의 문장도 이렇게 바꾸어 놓을게요.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ㅋㅋㅋㅋㅋㅋ

페넬로페 2024-04-10 17:02   좋아요 3 | URL
네, 이해했어요.
감사합니다.

저는 유대인들이 너무 확고하게 자신들이 ‘선민‘이라는 것을 믿었고, 받아들였고, 강조했다고 생각해요.
그 믿음에서 오는 후폭풍이 다양했고 억울했고 고통스러웠던 거죠.
제가 절대 인종차별주의자를 이해하고 옹호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한 번씩 유대인의 선민 의식이 조금 불편하더라고요^^

따님과 데이트 잘 하시고
휴일 오후 잘 보내시기 바래요
저도 방금 투표하고 왔어요^^

단발머리 2024-04-10 17:30   좋아요 2 | URL
네, 페넬로페님~~

무슨 말씀인지 알 거 같아요. 유대인들의 선민의식은 워낙 유난하고 유별나지요. 그런 정서가 없었다면 영토 없이 2000년을 떠돌던 소수 민족은 진작에 공중분해 되었을 거 같고요. 이스라엘의 선민의식은 그 탄생, 즉 아브라함이 여호와라는 신을 만나던 그 순간부터 시작된 거라 민족의 핵심 정서로 자리했던 거 같아요. 하지만, 나만 특별하다는 그 생각은 타인에 대한 무시와 모멸로 쉽게 이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가자 지구의 비극도 따로 떼어서 말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구요.

마음 준비하면서 개표방송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30분 정도 남았네요. 편안한 휴일 저녁 되시기를 바래요!

서곡 2024-04-10 18: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표방송 보고 계시죠? ㅎㅎㅎ 저는 유투브 이채널저채널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닭강정은 벌써 다먹 ㄷㄷㄷ 라지로 사올것을 어흑

단발머리 2024-04-10 19:04   좋아요 1 | URL
네, 저희집도 노트북 다 나왔습니다ㅋㅋㅋㅋㅋㅋ저희는 치킨이랑 떡볶이 시켜가지고 아직 먹을 게 쪼금 남았습니다. M으로 시키셨군요.
아까비……

서곡 2024-04-10 19: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포테토칩 꺼내고 한 캔 더 땄습니다 ㅋㅋㅋ

단발머리 2024-04-10 23:12   좋아요 1 | URL
벌써 꺼내시면 어째욬ㅋㅋㅋㅋ 경합 지역 많아서 한 시 넘어서까지 보셔야할텐데욬ㅋㅋㅋ 저희집 의석수 맞히기 내기 했거든요. 아무래도 제가 맞힌거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곡 2024-04-10 19: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대단하십니다 ㅎㅎㅎ 실방 댓글 보는 재미도 쏠쏠 ㅋㅋㅋ

단발머리 2024-04-10 19:33   좋아요 1 | URL
결과를 맞혀서 기쁘고 내기에 이겨서 기쁘고ㅋㅋㅋㅋㅋ 즐거운 밤입니닼ㅋㅋ서곡님도 편안한 밤 되시길요! 🤗
 




 












겁 없이 덤볐다가 모르는 이야기 한참 읽었다. 나는 레비 스트로스의 현장 연구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는데, 예술과 오브제, 회화와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부제를 다시 보니 <원시와 현대 예술에 관한 인터뷰>. , 원시와 현대 예술에 관한 이야기구나. 깝친 나를 또 반성한다. 나는 왜 나대는가. 나는 왜 까부는가. 부제에 뻔히 쓰여 있는 것을. 그것도 안 보고 왜 이 책을 읽겠다 덤볐단 말인가. 내가 읽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런 이야기였다. 57쪽과 77.

 


문명화의 가장 큰 문제는 격차를 유지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이 격차는 노예제, 이어 농노제, 그리고 프롤레타리아 양산과 함께 생겼다는 것을 앞에서 언급했습니다. (57)

 


어떤 사회적 현상에 문자 출현이 늘 그리고 도처에서 발생했다는 것에는 우리가 의견의 일치를 보았지요. 나는 문자 표기와 동시에 일어나는 사회 현실이 바로 카스트 혹은 계급 체제와 부합하는 분열 · 분리의 출현이라고 봅니다. 이미 말했지만 문자는 그것의 초기에 인간이 다른 인간을 노예화하는 수단이었어요. 물건을 사유화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77)

 


계급화를 설명할 때, 잉여 물자의 축적으로 인한 계급의 발생이 아니라, 문자의 출현으로 인간이 인간을 노예화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보는 이런 해석이, 이런 문장이 내게는 두껍게 진하게 읽혔다. 관련된 책을 읽어보고 싶은데, <슬픈 열대>는 너무 두껍고, 이렇게 두 권을 골라봤다.

 
















주된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다.

 


게다가 다른 모든 종류의 오브제로 이행이 가능하지요. 저도 당신 생각에 동의합니다. 두 운동이 있는 거예요. 자연에서 문화로의 열망, 즉 오브제에서 기호로, 언어로의 열망이 있어요. 그리고 두 번째 운동은, 언어학적 표현을 쓰면 오브제에 감춰진 속성을 발견하고 알아보는 것으로, 인간 정신의 구조와 그 기능 양식과 공통성을 갖는 게 이 속성이지요. (154)

 

대부분 이런 이야기다. 자연 예술과 문화 예술, 추상화, 인상주의 그리고 오브제. 언어에 대한 부분에 관심이 있어서 주의해서 읽었는데도 전혀 쉽지 않았다. 사실은, 많이 어려웠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알라딘 이웃님이 오디오 매거진의 <조용한 생활>을 선물해 주셨다. 운전할 때, 다림질할 때, 혼자 산책할 때, 얼마나 야무지게 잘 듣고 있는지 모르겠다. 생각만 해도 좋은 친구는 이렇게 항상 함께하는 좋은 친구가 되었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글/오디오를 읽거나 들을 때, 그 배합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르다. 이를테면, 나는 정희진 선생님과 김혜리 작가 편이 별로 좋지 않았고, 차라리 정희진 선생님과 임경선 작가 편이 더 좋았는데, 김혜리 작가와 홍기빈 작가 편은 아주 재미있게 들었다. 이런 종류의 글 중에 기억에 남는 건 필립 로스와 프레모 레비의 인터뷰였다. <왜 쓰는가>는 필립 로스의 글을 모은 거였는데, 그 파트에서는 질문자가 로스이고 답하는 사람이 레비였다. 이 세상 최강의 까칠함을 선보이며 그렇게나 질문자를 괴롭히던 로스가 레비 앞에서는 얼마나 온순한 사람이던지. 적잖이 웃었지만 두 사람이 서로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지, 배려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한글책으로는 예전에 읽은 강신주-지승호의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이 기억에 남는다. 강신주의 책을 모두 읽었을 뿐만 아니라 그 책의 핵심적인 부분을 정확하게 짚어낸 지승호의 잘 준비된 질문이 강신주의 예리함과 만났을 때, 말 그대로 좋은 책이 탄생하는 장면이 이렇구나 싶었다.

 



이 책의 질문자 샤르보니에는 내 말은 그게 아니고, 니 말은 그게 아니다를 시전하시는지, 뒷부분에서는 약간 피로감이 느껴졌다. 이 책이 잘 읽히지 않고, 불필요한 긴장감이 느껴진다면, 그 잘못은 샤르보니에게 있다. 전적으로.


 

<말 시리즈>의 전체 랭킹으로 봤을 때 이 책은 약간 뒤로 밀릴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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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4-04-09 2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슬픈 열대]는 대학 시절 문화인류학 수업 때 읽었는데, 지금은 정말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네요.

어떤 사람들이 만나면 시너지 효과가 생기기도 하겠지만, 어떤 경우에는 역효과가 생기기도 하지요. 그래서 잘 맞는 사람을 찾는 거이 중요할 것 같아요.

단발머리 2024-04-10 15:19   좋아요 0 | URL
대학 시절 문화인류학 수업 듣고 그러셨단 말이에요? @@ 너무 근사한대요. 그 때, 저는 어디서 무얼하고 있었단 말입니까.

감은빛님 말씀처럼 자신에게 잘 맞는 사람을 찾는게 중요하다고 저도 생각해요. 그리고 가끔은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를 아는 게 더 먼저 필요할 거 같기도 하고요.

잠자냥 2024-04-11 0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질문자가 싸움 거는 거 같아서 피로감 느껴졌다는 말씀에 104% 공감합니다. ㅋㅋㅋㅋ 어제 엠비씨 개표방송의 김진인가 뭔가 그 사람 같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04-11 19:04   좋아요 0 | URL
104% 공감 감사해요. 잠자냥님의 3별을 완벽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질문자를 미워하는 것만큼 예술에 대한 저의 이해 부족을 확인하는 소중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엠비씨 개표방송 그 분은 ㅋㅋㅋㅋㅋㅋ 카하하하하
 

















식구들이랑 같이 있으면 책을 읽지 못한다. 방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읽지 못하는 게 아니라 그냥 읽기 싫은 것일 수도 있겠다. 다림질을 끝내니 밤 11. 딱 한쪽만 읽을까.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펼친다.

 


자연은 다양성 그 자체로 있는데, 인간은 다양성을 다양성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분류하고 통합하여 파악한다. 상징화한다. 약호화하는 것이다. 눈앞에 펼쳐진 다양한 실체들을 '자유 연상 조합association libre'으로 지각하고 그 안에 있는 내재적 상동성을 포착하고 여과하여 자신 안에 강렬하게 수용하는 동안 스스로 매혹된다. 강렬한 시선/바라보기 regard또는 관찰/주시 observation는 사랑하고 욕망하는 대상에 대한 육식이 이미 진행되고 있음을 폭로하는 과잉 행동이다. 이미 예감되었다.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를 왜 뒤돌아보았는가? (9)

 



강렬한 시선, 바라보기, 관찰과 주시.

 















희대의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 <Twilight>에서 이런 장면이 있다. 새로 전학 온 벨라에게 관심 있는 마이크는 미스테리한 컬렌 집안의 에드워드가 벨라에게 눈독을 들이는 걸 눈치챈다. 끼리끼리 커플인 컬렌 집안의 유일한 싱글. 여자애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최강 미모 에드워드가 벨라를 쳐다본다.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는데, 그때 마이크가 이런 말을 한다.

 

”에드워드 걔, 기분 나빠. (벨라) 쳐다볼 때 먹는 거 보는 것처럼 쳐다본단 말이야.

 


이건 은유적일 뿐만 아니라 사실적이다. 마이크의 감은 옳다. 뱀파이어인 에드워드에게 인간 벨라는 ‘먹을’ 음식에 불과하다. 하지만 에드워드가 벨라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는데, 의식을 가진 존재의 ‘생각’을 읽는 초능력을 가진 에드워드에게 벨라의 생각이 ‘읽히지’ 않기 때문이다. 에드워드는 벨라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벨라는 에드워드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눈맞춤. 뚫어져라 그를 쳐다보는 것. 그를 내 눈에 넣을 듯 쳐다보는 것. 혹은 그를 그렇게 내 눈 속에 넣어버리는 것.

 


강신주는 우정과 사랑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우정과 사랑은 함께 있을 때 기쁨을 준다. 함께할 때 행복하다. 차이는 헤어져 있을 때 확실해진다. 우정은 떨어져 있는 시간에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만나면 즐겁지만 헤어져 있어도 괜찮다. 사랑은 다르다. 사랑은 만날 때 행복하고, 헤어져 있을 때 힘들다. 떨어져 있는 순간을 견뎌내지 못한다. 만나지 못할 때 괴롭다. 보지 못할 때 참을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연인이 연인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절절한 고백은 ‘사랑해!’나 ‘좋아해!’가 아니라, ‘보고 싶어!’라고 생각한다. 보고 싶어. 너를 보고 싶어. 너를 내 눈에 넣고 싶어. 너를, 너를 내 눈동자에 가두어 놓고 싶어.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걸을 때 나는 자주 뒤에 선다. 뒤에 서서 걸어가는 가족을, 친구를, 내 소중한 사람을 바라본다. 모두 집으로 돌아간 어느 날 늦은 오후, 한 쪽 다리를 삐끗해 절뚝거리며 걸어가는 그 애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그 오후가 반복된다. 내가 뒤에 있음을, 내가 그를 보고 있음을 그는 알 수 없을 테지만. 나는 뒤에 서서 그를 본다. 내게서 멀어져 가는 그를 본다. 내 시야에서 그가 사라질 때까지 본다. 나는 눈맞춤을 바라지 않는다. 영원히. 영원히 그는, 그에 대한 내 사랑을 모를 것이다. 나는 뒤에 있으니까. 나는 주시한다. 바라본다. 그를 내 눈에 넣는다.

 

 


두 쪽 읽고 너무 말이 많았다. <레비스트로스의 말>을 좀 더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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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8 0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4-10 15: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4-04-08 1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흐음...
강신주의 말을 읽어보니, 저는 사랑을 한 적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지금 드네요. 만약 강신주의 말대로라면, 저는 사랑을 한 적이 없습니다. 저는 연인도 만났을 때 기쁘지만 헤어지고나서 별로 불편하지 않았거든요. 어쩌면 이게 제가 스스로를 연애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될 것 같네요. 크-

아무튼 에드워드와 벨라를 제가 참 좋아했었습니다. 지금 에드워드는 애아빠가 되었고 벨라는 성소수자의 대표가 되었지요. 크-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단발머리 2024-04-10 15:23   좋아요 0 | URL
저도 강신주의 저 말 듣고/읽고 다락방님과 똑같은 생각을 했더랍니다. 사랑이라는 건, 같이 있지 못할 때 괴롭다고 하는 거에요.
아, 괴롭다. 보지 못 해, 괴롭다? 오래오래 기억에 남더라구요. 강신주의 정의니까, 좀 다를 수도 있겠지만요.

에드워드와 벨라는 요즘 아주 잘 지내더라구요. 각자 ㅋㅋㅋㅋㅋㅋ에드워드가 차은우를 만났어요. 어디 패션쇼던가 그런 자리에서요. 차은우가 더 예뻐요. 더 멋지고 ㅋㅋㅋㅋㅋㅋㅋ 세월의 무상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조금 늦게 합류한 편이었는데, 그러니까 친구들이 아렌트!”, “아렌트!”할 때도 내게 아렌트는 그냥 아렌트에 가까웠다. 아렌트가 조금 다르게 보였던 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읽고 난 후였다. 유대인으로서 자신이 겪었던 경험과 그런 경험이 불러오는 억울함, 자괴감을 완벽하게 차단한 채, 학자적 엄밀성을 가지고 사안에 대해 이렇게 집요하게 파고들 수 있는 사람인 것에 나는 적잖이 감동받았다. 그다음으로는 이 책, <한나 아렌트 평전>을 읽은 후, 나도 친구들과 함께 아렌트!”를 외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중립주의혹은 극중주의가 쉽게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명한 민주당 지지자나 확신에 찬 국민의힘 지지자 보다, 내게는 그 가운데 위치한 중도가 더 아슬아슬해보인다. 자신의 입장이 없다는 건, 지배 담론의 영향 아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사람의 생각은 보수적이기 쉽다. 인간의 뇌는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종편만 보는 사람은 언제나 사시사철 보수정권만 칭찬할 뿐이고, 네이버 뉴스만 읽어서는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알 수가 없다. KBS땡윤 뉴스가 되어 버렸다. 매스 미디어는 이미 그 역할을 잃어버렸다, 혹은 갖다 버렸다. 15년 이상 구독하던 한겨레 신문, 한겨레 21을 끊은 지 이제 5년이 넘어간다.



대통령은 양복에 빨간 넥타이를, 여권 비대위원장은 빨간 니트를 입고 투표를 할 수 있지만, 대파를 들고 투표장에 가면 제지를 당한다. 선관위는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항의하는 정치 행위를 할 경우 다른 선거인에게 심적 영향을 줄 수 있고, 비밀 투표 원칙도 깨질 수 있기 때문에 공직선거법에 따라 대파 소지를 제한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니까, ‘정치적 행위라서 안 된다는 설명인데, 사안을 해석하는 정치적 안목’, ‘정치적 판단은 어쩌란 말인가. 대파 들고 온 사람이 윤석열 정권에 화났다는 점을, 선관위는 알고 있다는 뜻인가. 다만 그 분노를 표현하지는 말라는 뜻인가. 집에 대파 없이 양파만 있는 사람은 걱정이 크다. 사 둔 지 며칠 안 됐는데, 양파에 싹이 났다. (내겐 흔한 일) 싹 난 양파 들고 가는 건 괜찮나. 그것도 정치적 판단의 영역인가.

 





한나 아렌트는, 정체성에 기반한 정치는 그 형태가 무엇이든 모순이라고 생각했다(278). 이게 얼마나 복잡한 문제인지는 이루 다 말할 수 없는데결론적으로 한나 아렌트는 정체성의 정치를 비판했는데, ‘정체성만으로 규정되어온 역사적 존재가 바로 여성유대인이고, 한나 아렌트는 이 두 가지 요건에 완벽히 부합하는 사람이다. 한나는 그 한계를 뛰어넘는다. 이 책에는 여러 번, 한나가 여성으로서의 특별 대우’(여성 최초의 ***대 교수)를 거절한 장면이 나온다. 그에 더해 유대인으로서 자기 자신을 넘어선 사람만이 서술할 수 있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의 저자가 바로 한나인 점은, 한나가 여성으로혹은 유대인으로사고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한나는 단독자로 존재했고, 오직 사유로 자신의 이해를 증명했다.



12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제일 흥미로운 부분은 책 출간 이후 미국 학계의 반응과 그에 대한 아렌트의 답이 될 것이다. ‘전체주의의 역사를 쓴 게 아니라, 역사적 측면에서 전체주의를 분석했다’(194)라는 한나 아렌트의 대답. 한나는 자기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정확하게. 또 한 장면은 이 사진. 1950년대 한나와 남편 블뤼허의 사진이다






두 사람 간의 사정을 내가 정확히 알 수는 없겠지만, 한나의 표정에서 느껴지는 건 편안함이다. 내 예상이 맞을 확률은 생각보다 높다. 챕터 12의 마지막 문장 때문이다. 살아 있을 때도, 죽어서도 남편보다 유명한 아내. 남편의 수업 자료 같이 읽는 아내. 혹은 읽어 봐주는 아내.



블뤼허가 공통 과정을 진행한 첫해, 한나도 집에서 블뤼허의 수업 자료를 읽고 있었다. (203)

 


<전체주의의 기원>을 완독하는 것이 전 우주적인 바램이 되어 버린 지금, <한나 아렌트 평전>을 다시 읽으며 아렌트님에 대한 사랑과 충성을 맹세해야 할 시간이 돌아온 것 같다. 달콤한 사랑의 밀어가 아니라면 이 책을 다 읽을 수가 없…. 없어요. 그래서 일부러 준비했다. 아무도 요청하지 않았지만 아무도 거부하지 않을 것이 분명한, 단발머리 아렌트 컬렉션. 많이 부족하지만, 아무튼 아렌트 컬렉션.






아렌트는 김치 냉장고 위에서도 현명하고 단단하고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우시며

대파 없이도 정치적 의사는 표명될 수 있다.


가자. 나가자.

씻고, 옷을 입고 대파 없이.

가자.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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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4-04-06 11: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녀왔습니다 ☺️

단발머리 2024-04-06 11:30   좋아요 2 | URL
어맛! 이 부지런하신 분! 👍🏼👍🏼👍🏼
저 아직도 안 씻어서… 얼른 다녀오겠습니다.
투표권 가지고 있으나 저랑 다른 맘인 저 어린이 아닌 어린이 데리고 가야 하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4-04-06 1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곧 사전투표하러 나가요!

단발머리 2024-04-06 11:26   좋아요 1 | URL
잘 다녀오세요~ 방금 다녀온 사람 왈, 아직은 원활하다고 합니다!!

공쟝쟝 2024-04-06 12:07   좋아요 2 | URL
제가 사랑하는 비비언 고닉이 이렇게 씁니다.
“아렌트는 그 말이 맞다고 대답했다. 그에겐 유대 민족을 향한 사랑이 없었다. 그는 ˝독일 민족이든 프랑스 민족이든 미국인이든, 노동계급이든, 그 어떤 집단도˝ 사랑한 적이 없다고말했다. 그는 친구들을 사랑했고, 그가 아는 유일한 종류의 사랑은 개인을 향한 사랑이었다. 유대인이라는 점에 대해서 그에게 중요한 한 가지는 -몹시 중요한-그의 인생에서 유대인임은 그저 주어진 것 중 하나라는 점이었다. 다른 무언가가되길 바란 적도 없지만, *유대인이었던 덕분에 사람이 다른 가능성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어떤 존재임을 허락받는 일이얼마나 중요한가를 이해하게 되었다*. ˝모든 일에는 그 모습 그대로임을 기본적으로 감사하게 되는 게 있다. ‘만들어진‘ 것이아니라 ‘주어진‘ 것이었다는 점을 향한 감사다.˝ 개별 인간에게 주어진 것들에 관한 이러한 견해를 통해 아렌트는 이전 30년 동안 중요하게 생각했던 모든 것을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가 사랑했던 것은 유대 민족의 ‘경험‘이었고, 이 경험이 일반적인 인간 조건을 고찰해보도록 가르쳐주었다. 아렌트가 이보다 얼마나 더 유대인다워야 한단 말인가?”

저는 한국인이고 ㅋㅋㅋ 집단에 대한 소속감이 아니라 내 경험과 조건을 가지고 사유해서 투표장에 갑니다. 물론! 여성에게는 조국이 없다지만 ㅋㅋ (응?) 얼마나 한국인 스러운가…! 내 경험 땡큐!

단발머리 2024-04-10 15:31   좋아요 1 | URL
제가 궁금해하는 지점은 그런 거 같아요. 아렌트가 시온주의자들과 오래 일했고 또 본인도 감옥에 갇혔고 수용소에서 탈출했고, 친한 친구가 반유대주의 때문에 죽었는데... 그 경험을 가지고도 어떻게 그 경험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을까, 하는 그 생각이요. 그녀가 페미니스트가 아니라는 걸 발견했을 때처럼 저는 요즘도 깜짝깜짝 놀랍니다.
어떻게 아렌트는 이렇게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었을까.

다락방 2024-04-07 2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사전투표를 하고 요가를 갔다가 친구를 만났습니다. 대파를 들고 오면 안된다니, 저는 정말이지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몰라요. 그런 사고를 하고 그런 제지를 입밖으로 낼 수 있다는 것 말입니다. 정말 부끄럽습니다.

단발머리 2024-04-10 15:28   좋아요 0 | URL
그래서 사람들이 더 많이 투표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사실 대파 머리띠 제작하려다가 ㅋㅋㅋㅋㅋ 자중하자, 까불지 말자, 그래서 말았어요. 저 5살만 더 많았으면 진짜 만들었을 거 같고요.

사람들 진짜 열심히들 사는데 왜 부끄러움은 우리의 몫인지 모르겠습니다.......
 





 












방학은 끝나가고 (아직도 방학이었던 사람^^ 오늘, 출근 날짜 확정됐습니다. 하하하!) 겨우내 놀기만 하고, 두꺼운 책 한 권도 끝낸 게 없어서 읽고 있어요중에 가장 두꺼운 책 꺼내왔다. 6장부터 읽으면 된단다. <인종주의 이전의 인종 사상>.

 


인종 사상의 기원은 18세기지만, 19세기에 모든 서구 국가에서 동시에 출현했다(320). 제국주의 정치의 주된 이데올로기적 무기(323)로써, 제국주의가 자신의 행위에 대해 설명과 변명을 위해 고안한 장치(359)이기도 하다. 남아프리카에서 인종주의와 관료주의의 상관관계를 살피기 위해서는 보어인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보어인들은 17세기 중반 인도로 항해하는 배에 신선한 야채와 고기를 공급해주기 위해 케이프에 머물렀던 네덜란드 정착민들의 후손이다. (371)

 


극히 척박한 토양과 종족 단위로 조직화해 유목 사냥꾼으로 살고 있는 많은 수의 흑인 주민들 사이에서 보어인들은 쟁의 조종의 형태로 노예 제도를 유지시킨다. 수적으로 열세였던 보어인의 마음 속에는 어떤 경우에도 자신과 같아서는 안 되는 어떤 것에 대한 공포’(372)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고, 이것이 노예제도와 인종차별 사회의 근본이 되어주었다.   

 

















조셉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이 책은 <암흑의 심장>이라고 번역함)> , 커츠씨의 독백이다.

 


“… 지구는 이 세상 것 같지 않았고 인간들은・・・・・・ 아니다. 그들은 인간이 아닌 존재가 아니었다. 그렇다. 가장 나쁜 것은 - 그들 역시 인간 존재일지 모른다는 의혹이었다. 그런 생각이 서서히 들었다. 그들은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껑충껑충 뛰었으며 빙빙 돌면서 무시무시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너를 전율시킨 것은 그들이 너희들처럼 - 인간이라는 생각, 네가 이 거칠고 격정적인 소란과 먼 친척뻘이 된다는 생각이었다" (<암흑의 심장>, 370).

 


고전 중 하나로 평가받는 <암흑의 핵심>에 대해 이야기할 때, 보통은 문명이라는 이름의 야만, 혹은 제국주의에 대한 폭로라거나 또는 인간 내면에 대한 탐구정도로 많이 이야기하는데,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다. 문학에서 모든 글이 폭로일 수 없고, ‘폭로일 필요도 없지만, 많은 순간에 문학은 폭로이고, ‘고백’, 정확히는 자기 고백이다. 원주민들 사이에서 처럼, 정확히는 처럼 살고 있는 커츠와 그를 떠받치는 원주민들에 대한 묘사가 메타포로만 이해될 수 있는가. 나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생각에 확신을 가질 수 없는 것은, 이 책을 26년 전에 읽었기 때문인데, 계산해 보니 그때 나는 일곱 살이었던 터라 그 책을 제대로읽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원주민들에게 복종의 대상이자 의 자리에 있었던 보어인들을 아렌트는 이렇게 평가한다.

 


서구인이 스스로 창조하고 제조한 세계에서 살면서 느끼는 자긍심에서 전적으로 소외되어 있던 최초의 유럽인 집단이 보어인이었다. (374)

 


원주민들을 원료로 취급하면서도 그들에게 의존해 살았던 보어인들은 타인의 노동에 대한 절대적 의존노동과 생산성에 대한 총체적인 경멸’ (374) 속에 살았다. 그들은 새로운 문명과 사회로 발전하지 못했고, 겨우 살아가기에 충분한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인종주의가 제국주의의 도구로 확정되기 이전에 백인과 흑인이 공존하는 세계에서, 인종주의는 낯선 어떤 것에 대한 끔찍한 경험’(376)을 바탕으로 한다. 생김새, 체취, 의복, 식문화를 비롯해 언어까지. 흑인들은 완강하게 인간적 면모를 나타냈기에 백인들은 자신들을 인간 이상의 존재인 으로써 스스로를 규정할 수밖에 없었다(376)는 것이다. 아렌트의 결론은 이러하다.

 


인종주의는 노동에 대한 경멸, 지역적 제한에 대한 증오, 일반적인 뿌리 상실과 신이 자신들을 선택했음을 믿는 행동주의적 신앙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380)

 


그랬던 인종주의가 어떻게 한 국가의 제일 중요한 정책으로 발전했는지는 다음 장에서 살펴보자. 일단 한 템포 쉬고. 딸기 좀 먹고. 청소기 돌리고. 저녁 멕이고.

그다음에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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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4-04-03 17: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니, 단발님, 무슨 거짓말을 이렇게 능청스럽게 하세요 ㅋㅋㅋ 진짜 일곱살에 읽었다는 줄 알고 깜놀 ㅋㅋㅋ 믿어드릴까요 말까요 ㅋㅋ
다시 출근하시는군요. 그전에 두꺼운 책 끝내려고 꺼내시다니 훌륭합니다!(끝내시라는 압박ㅋㅋ)

단발머리 2024-04-03 17:35   좋아요 1 | URL
깜놀해주시는 다정한 마음에 큰절 올립니다. 그러나, 믿어주세요. 그렇게 되면 제가 동생이고, 독서괭님을 언니로 모시고ㅋㅋㅋㅋㅋㅋ
다시 출근합니다. 잘 다녀올게요(엥?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주에 끝내야지, 하는 원대한 계획을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른 책 재미있는 거 많네요. 🤪🤪🤪

다락방 2024-04-03 20:09   좋아요 1 | URL
일곱살 암흑의 핵심!! 아하하하 그렇다면 지금 단발님의 나이는 저랑 같군요!! 꺅 >.<

단발머리 2024-04-03 20:27   좋아요 0 | URL
푸후후후후후! 그렇습니다. <암흑의 핵심>을 읽었을 때, 제 나이 7살. 저는 그 때부터 조셉 콘래드를 싫어했더랬죠. 폴란드 출신의 영국작가. 수습선원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1886년에 영국에 귀화하고 1895년에 소설을 썼다는.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이 애닳아하는 문장을 써냈다는 이 작가를, 전 일곱살 때 만났습니다 (먼 산)
7 더하기 26은 @@이죠. 다락방님은 저랑 동갑! 우리 이렇게ㅋㅋㅋ나이 공개해도 되는 걸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4-03 20:46   좋아요 1 | URL
벌써 서른셋이라니, 전 뭐하느라 이렇게 나이를 먹은걸까요..
여러분 우리 나이는 잊어주세요! 찡긋~

단발머리 2024-04-03 20:51   좋아요 0 | URL
하루 한 시간, 1분 1초 아끼며 살아야겠어요. 20대랑 30대가 확! 차이가 나더라구요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4-04 06:25   좋아요 1 | URL
어휴, 저 낼모레 서른인데 그렇게 겁주시면 어떡해요 언니들~~

단발머리 2024-04-04 09:26   좋아요 0 | URL
이렇게 우리 한없이 내려가다가 은바오님에게 언니~~ 라고 부르게 되는 거 아니에요? ㅋㅋㅋㅋㅋ은바오 언니! 😎

건수하 2024-04-04 10:25   좋아요 1 | URL
와 다들 엄청 촘촘히 읽으시는군요 ㅋㅋ 전 이 댓글 보고도 일곱 살이 어디 있나 한참 찾았다는 ㅋㅋ

단발머리 2024-04-04 11:52   좋아요 1 | URL
사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지점은 ‘26년‘입니다. 이 책 <암흑의 핵심>을 26년 전에 읽었다는 걸, 그걸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근데 쓰다 보니 제 연식이 탄로나게 생겼더라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러모로 송구합니다.
저 7살에 세계문학 그것도, 민음사판 읽고 그런 어린이 아니었습니다. <코스모스> 열세살에 읽은 거는 사실입니다. 그건 제가 알라딘에서 100번 정도 이야기했습니다.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사과 비싼데? ㅋㅋㅋㅋㅋ) 올려 드립니다. 🍎

건수하 2024-04-04 10: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아 그러고보니 저 두꺼운 책 저도 있는데 샀다고 자랑만 하고 펴보질 않았... 산 책을 다 읽을 날은 언제 오나요...

단발머리 2024-04-04 11:35   좋아요 2 | URL
우리 같이 두꺼운 책 쌓아두고 샀다고 자랑하다 보면 언젠가... 곧 언젠가 벚꽃 환히 피는 좋은 날, 읽을 수 있지 않을까요. (먼 산)
근데... 어제 이 책 링크 넣는데 <품절>이라고 떠서요 ㅋㅋㅋㅋㅋㅋ 우앗! 순간 기쁜 마음ㅋㅋㅋㅋ 저 놀부인가요?

2024-04-04 1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4-10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24-04-04 1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여기서 또 푸코 등장합니다 (뻔뻔) 오리엔탈리즘 (인종주의)을 지은 에드워드 사이드는(그도 여혐을 했던걸로 기억...아.. 탈식민주의 종특인가요ㅋㅋㅋ) 푸코의 감시와 처벌에서 그 이론적 토대를 가져오는데요. 어쨌든 차포 다 떼고. 감시자의 시선-> 식민 지배자의 응시(ㅋㅋㅋㅋ) 그래서 사이드가 제안하는 문학연구는 *(내면화된 지배자의 시선을 응시하며) 주체적 비판적 입장에서 영문학*읽기 입니다. 7살의 단발님이 이미 깨우친 것이지요.

단발머리 2024-04-10 15:54   좋아요 1 | URL
에드워드 사이드가 푸코에서 이론적 토대를 가져왔다는 걸, 다음에 만났을 때 차근히 이야기해보았으면 좋겠네요. 제가 보기에 오리엔탈리즘은 상대적으로 선명하고 이해가 쉬운 이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푸코는 그렇지 않고요!!
사이드가 제안하는 문학연구를 이미 통달하신 20대의 쟝님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제가 7세에 콘래드를 읽었고, 문화이론을 읽었고, 이데올로기에 대해 들었지만서도 사이드가 제안하는 문학연구에 대해서는 들어보지 못했네요.
오늘도 좋은 거 하나 배워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