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페미니스트라면 어떠해야 한다, 당위와 요구에서 벗어나 있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내가 페미니스트가 있는 이유 5개가 있다면, 페미니스트가 없는 이유는 50 정도이다. 페미니즘에 대한 믿음과 페미니스트로서의 삶이 어느 정도 일치되는가 혹은 일치되어야만 하는가에 대해서, 나는 자유롭다. 자유롭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에서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는 스스로를남자를 미워하지 않으며 남자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립글로스를 바르고 하이힐을 즐겨 신는 행복한 아프리카 페미니스트라고 말했다(14). 페미니스트라면 남자를 미워하고, 화장하지 않으며, 하이힐을 신지 않는 여자라는 사람들의 생각, 페미니즘은 비아프리카적이라는 판단, 페미니스트는 입만 열면 불만을 말하는 불평주의자라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에 대해,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남자를 미워하지 않고, 남자가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 화장을 하고, 하이힐을 즐겨 신는 행복한 아프리카인이지만,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내가 크리스챤이라는 사실은 페미니스트가 되는 장애물이 되지 못한다. 물론 나는 대학 때부터 가깝게 지내온 선교 단체의 선배, 친구, 후배들과 내가 생각하고 느꼈던 바에 대해 전부 말할 수는 없다. 교회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나는 나의 신앙과 페미니스트적 지향이 닿는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고 믿는다. 기독교는 여성 혐오적이지만, 기독교만 여성 혐오적인 아니다. 불교의 팔경법(비구니는 비구의 지시를 받아야한다는 규율), 여인오장설(여인에게는 5가지 제약이 있어 성불이 어렵다)등과 유교의 남존여비, 칠거지악등은 일관되게 여성의 지위와 본질이 남성보다 못하다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슬람은여성과 남성이 똑같은 권리가 있으나 남성이 여성보다 위에 있다 주장하며, 아프리카 중동국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여성할례, 명예살인은 여성의 생명보다 소중한 남성의 권리 옹호를 보여준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교, 사회, 문화가 여성에게 적대적이다. 적대적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없다. 공자는 차치하더라도, 예수님과 부처님, 마호메드 원래의 가르침은 이와 다르다고 생각한다. 덧붙여진 남자들의 생각이, 그에 더해진 남자들의 설명이 여성 혐오적이라고 생각한다. 페미니즘은 인간사를 이해하는데 내가 사용할 있는 가장 날카로운 도구가 있지만, 인간의 영혼과 우주의 신비를 밝히는데 답을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내가 크리스챤이라는 사실이 내가 페미니스트가 되는 장애물이 되지 한다. 


















내가 기혼 여성이라는 점도 내가 페미니스트가 되는 막지 못한다. 많은 수의 페미니즘 도서를 읽었다. 아주 많다고는 없지만, 읽었다고 말할 있을 정도로 읽었다. 위대한 여성주의 선구자들이 결혼할 없었거나, 결혼한 경우 이혼할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많이 읽었고, 많이 보았다. 하지만, 모든 페미니스트들이 비혼 상태인 것은 아니다. 박완서 선생님은 결혼해 아이 다섯을 낳고도 묵묵히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고, 어슐러 K. 귄은 남편의 협조로 창작 활동을 이어갔음을 밝혔다(<『분노와 애정』). 『뒤에 여성들에게』 저자 마이라 스트로버는 이혼했지만 오랜 친구였던 남성과 재혼했다. 페미니즘은, 오랜 기간 남성들이 여성들을 무시하고 미워하고 혐오해왔음을 보여주지만, 모든 남성들이 그런 아니다. 그렇게 생각한다. 



















페미니즘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 내게, 가장 장벽은경제적 독립 관한 것이다. 이를 테면 이런 이야기. 공지영의딸에게 주는 레시피』에서 공지영이 딸에게 . 핸드폰 요금과 추운 겨울, 네게 필요한 따뜻한 물을 사용할 있을 정도의 돈은 벌어야 한단다. 아니면 이런 문단. 

















남편 돈으로 생활하는 것이 괜찮을 수도 있다그러나 우리 인간과 비인간 영장류에 관한 비교연구에 따르면그런 방식으로는 밥벌이하는 자의 권위를 없다이를 알거나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기에남편의 권위와 자신의 권위 사이에 있는 심연 같은 차이를 감지하는 것만으로도 생각 있는 여자들은 밤잠을 이루지 못할 있다. (<파크애비뉴의 영장류>, 243)
















아니면, 『행복한 여자는 글을 쓰지 않는다』 인용된 박완서 선생님의 말씀. 여성운동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부추기셨던 박완서 선생님의 노예론. 특히 기득권층 여성들의 무관심 내지 냉소에 이렇게 일갈하셨다고 한다.  



운이 좋아 좋은 주인 만나, 

안방에서 주인과 겸상하는 노예가 

부엌에서 먹는 노예를 비웃는 격이다.” (212) 





정확히 지점이다. 곳이 나를 제일 절망하게 하는 지점이다. 100일간 잠을 설치며 고민하고 기도하던 중에, 나는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좋다 남편의 말에 동의했다. 회사를 그만뒀고, 아이를 키웠다. 아이를 하나 낳았고, 그렇게 아이 둘을 키웠다. 나는 전업주부였는데, 친정과 시댁에서 이루 말할 없는 정도의 전폭적이고 적극적인육아 도움 받았다. 남편도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제 아이들이 제법 자라고 이상은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 일을 있는 환경이 이제 열리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일을 하려고 하지도 않고, 일을 알아보지도 않는다. 그리고 나는 책을 읽는다. 




고로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아래의 노동이 갖는 경제적, 사회적 , 정치적 기능을 명확히 하고, 동시에 세계를 구축하는 방식이 노동의 산업적 형태와 자본주의적 관계 속에 갇혀 있다는 점을 문제 삼으려 했던 것이다. 이렇게 노동을 공적이자 정치적인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은 노동을 당연한 것으로, 사적인 것으로, 개인적으로, 존재의 조건으로 만들려는 압력, 결과 탈정치화하려는 압력에 맞서는 가지 방식이었다. (20) 





내가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 계속 일했더라면 워킹맘으로 살았더라면, 나는 평생 구절을 만날 일이 없었을 것이다. 이중노동 속에, 회사와 가정에서미안하다 말을 반복하며 살아갔을 것이다. 이제 일할 있는 여건이 열려있는 지금, 나는 책을 읽고 있는 것이다. 일하지 않고서. 돈을 벌지 않고서. 페미니즘, 마르크스주의, 반노동의 정치, 그리고 탈노동의 상상. 『우리는 이렇게 오래, 열심히 일하는가?』.  



여기가 나를 제일 절망하게 하는 지점이다. 나는 일하고 있지만, 돈을 벌고 있지는 않다는 생각. 돈을 벌지 않기 때문에 내가 하는 일은 하찮은 일이라는 생각. 돈으로 환산할 없다면 모든 일은 무의미하다는 생각. 자판 위에 옮겨지는 모든 글자들에 더해. 



내가 기본소득에 희망을 걸고 있는 이유다. 일단 오늘은 돈을 벌러 나갈 없으니 일단 책을 읽어 보는 걸로 한다. 쓸쓸한 마음에 약간의 기대를 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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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1-10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용하신 [파크애비뉴의 영장류] 문장을 보니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 생각이 나네요. 그 소설 속에서 여자들에게서 가장 먼저 빼았았던 게 경제적인 능력이었죠. 카드를 정지시키고 돈은 남편으로부터만 타 쓸 수 있도록요. 그렇게 됨으로써 권력은 모두 남자쪽으로만 이동하는.

그나저나 단발님도 이 책을 시작하셨군요. 한분 두분 시작하시니 저도 초조해집니다. 지금 시작한 책을 다 읽으면 저도 읽어야겠어요. 불끈.

단발머리 2020-01-10 10:19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그랬죠. 제일 먼저 빼았는게 경제적인 능력이었어요.
전, 2차 세계대전 이전에 독일에서 유태인들을 탄압하는 과정이 겹쳐져서 생각나네요. 재산을 동결하고, 재산을 몰수하고, 거주지 이동을 불가하게 하고, 그런 행동이요. <증언들>을 읽으면서도, 남자가 여자를 무력화하는 과정이 유태인 탄압 과정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존엄성을 지키지 못하게 함으로써 스스로를 저주하게 만드는 그런 과정이요.

전 이제 막 시작했고, 그리고 이 책은 어렵습니다. 그래도 다락방님과 같이 불끈.

다락방 2020-01-10 10:19   좋아요 0 | URL
으.. 어렵습니까........ ㅠㅠ

아, 단발님, 다른 얘긴데요.
페미니즘의 흐름이랄까, 역사를 정리한 책 혹시 아는 거 있으세요? 이것저것 읽었는데 머릿속에서 그게 어떤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가 안되어서 그걸 해준 책이 있다면 한 권 읽고 싶어서요.
혹시 추천해주실만한 책이 있을까요?

단발머리 2020-01-10 10:31   좋아요 1 | URL
제 페이퍼에 있는 걸 옮겨봅니다^^ (https://blog.aladin.co.kr/798187174/11069612)
1. 새 여성학강의 2. 페미니즘과 기독교적 맥락들 3. 페미니즘의 역사 4. 페미니즘의 작은 역사

페미니즘의 역사, 구체적으로 ‘~주의 페미니즘’의 역사를 대략적으로나마 알고 싶다면 『새 여성학강의』가 좋아요. 자유주의 페미니즘,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 급진주의 페미니즘, 사회주의 페미니즘, 에코 페미니즘 이론등에 대한 간단한 이해를 도와줍니다.

『페미니즘과 기독교적 맥락들』 역시 페미니즘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데요, 저자가 기독교인이라는 점이 한계로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각 페미니즘 이론의 특징과 페미니즘 역사의 변천 과정을 어떤 페미니즘 책보다 명쾌하게 보여줘요.

『페미니즘의 역사』는 정치학자이자 역사가인 니콜 바사랑이 프랑스의 인류학자 프랑수아즈 에리티에, 철학자 실비안 아가생스키, 역사학자 미셸 페로와 <페미니즘의 역사, 여성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나눈 대화를 녹취한 책인데, 인터뷰 형식의 글이라 쉽게 읽히고, 무엇보다 재미있어요.


만화책이 한 권 더 있는데 제목이 기억 안 나네요.
참, 저는 아직 읽지 못한 책이긴 한데, 신간 중에 <페미니즘의 책>도 괜찮은 것 같아요^^

다락방 2020-01-10 10:34   좋아요 0 | URL
아아..물음에 답을 주시는 단발머리님. 감사합니다. 으으 말씀해주신 책 모두 땡기는데요, 흐음... 어쩌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한 권만 해주시지 왜이렇게 많이 해주셨어요. 아이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돈들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이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흐음...검색해보고 결정할게요. 후훗. 감사해요 꺅 >.<

단발머리 2020-01-10 10:44   좋아요 0 | URL
솔직히 저는 그 책들 다 읽었는데 흐름이 잘 정리가 안 되고 있습니다. 시험이라도 한 번 봐야할 것 같아요.
다락방배 페미니즘 흐름 퀴즈 대회, 이런 거 말이지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돈 많이 드니 다 사지는 마시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20-01-10 11:37   좋아요 0 | URL
아. 이 책 목록들...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우짜죠. 우짜죠. ㅜㅜㅜㅜㅜㅜ

단발머리 2020-01-10 11:40   좋아요 0 | URL
만약.... 만약에 여러분들이 제게 한 권만 고르시라면 전..... 으흠....
인터뷰집이라 쉽게 읽히는 <페미니즘의 역사>와 신간 <페미니즘의 책> 중에서 고르겠어요.

다락방 2020-01-10 11:41   좋아요 0 | URL
저는 [페미니즘의 역사] 와 [기독교적 맥락들] 장바구니에 넣어뒀어요. 불끈!

단발머리 2020-01-10 12:09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아주 적절하고 적확한 판단이십니다.
비연님~~~~ 같이 해요, 불끈!!!

비연 2020-01-10 12:10   좋아요 0 | URL
저는 <페미니즘의 역사> 를 우선 살포시 보관함에 넣었습니다... ㅎㅎㅎ

단발머리 2020-01-10 12:11   좋아요 0 | URL
짝짝짝! 아주 적합하고 적절한 선택이십니다!!

비연 2020-01-10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님, 정말 마음에 콕 박히는 페이퍼입니다. 경제적인 능력이라는 것.. 에 대해서 공감하구요.
저도 이 책 좀 읽다가 출장 왔는데 한국 돌아가면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해야겠어요. 홧팅~

단발머리 2020-01-10 10:46   좋아요 1 | URL
출장 가 있는 곳에서도 멈추지 않는 이 알라딘 사랑, 더덕단 사랑에 엄청 감사드립니다.
한국 돌아오시면 이 어려운 책이 비연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움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참고로 <제2의 성>보다 더 안 읽히고 있어요.

비연 2020-01-10 11:11   좋아요 0 | URL
아아.. <제2의성>보다 더 안 읽힌다니.. 아직 초반이라 못 느끼고 있었으나..
좀더 각오를 단단히 하고 가야겠네요 ㅎㅎㅎ;;;
지금 보고 시간 직전에 잠시 시간을 틈타 알라딘 도닥거리고 있는데 넘 좋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01-10 11:19   좋아요 1 | URL
저는 이 쪽으로 워낙 이해도가 낮아서 그래서 더 어려운거 같아요. 간신히 따라가고 있고요. 아직 서문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꿀같은 시간이네요. 알라딘 도닥거리는 시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축하드립니다!!!

다락방 2020-01-10 11:40   좋아요 0 | URL
뭐라고요? 제2의 성보다 더 안읽힌다고요? 맙소사..
저는 그간 같이읽기 책들에 비하면 두껍질 않아서 만만하게 보았는데 말입니다.
아이고야... 얼른 시도해야겠네요 ㅠㅠ

단발머리 2020-01-10 12:11   좋아요 0 | URL
제가 이 쪽으로는 워낙 문외한이라서요. 그래서 더 어려운것 같아요. 읽다보면 좀 나아지려니 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서문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서 오소서, 다락방님! 어서 오소서, 비연님!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의 세계로!!!!

공쟝쟝 2020-01-16 21:50   좋아요 0 | URL
마르크스와 페미니즘이라니.. 제2의 성보다 안읽힐 것인가 과여어어언!

공쟝쟝 2020-01-24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면 이 모든 일은 무의미하다는 생각” .....
.... (통곡)
아직 막 시작했지만, 무의미의 유용함을 설파하는 책이 되었으면!!

단발머리 2020-01-24 11:21   좋아요 1 | URL
다들 연휴를 노리신다고 하던데, 전 연휴라서 좀 미뤄놓고 있어요. 기다리고 있다고 할까요? ㅎㅎㅎㅎㅎㅎ 즐건 연휴되세요! 맛난 거 많이 드시구요^^
 





















책의 저자 타라 웨스트오버 그의 형제자매들은 공교육을 불신하는 부모의 신념 때문에 16 혹은 17살까지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한 채로 자랐다. 사람이 생활하며 겪을 있는 일들 많은 것들을 그의 가족은스스로해결하며 살았다. 이상의 배경 설명은 책을 읽게 사람들의 흥미를 빼앗을 있어 하지 않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마음만은 간절하다. 하지만, 이런 생각. 바로 이런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 생각인지를 책을 읽으며 확인하게 된다. 내가 옳다는 생각, 말이 맞다는 생각, 모르는 너는 이야기를 들어야만 한다는 생각. 


실제로는 저자의 부모보다는 저자의 나이와 가까운 세대이지만, 나는 부모라서, 엄마라서부모 자리를 생각하며 책을 읽었다. 내가 어떤 부모였지를 자주 생각했다. 우리 부모님이 어떠했는지를 자꾸 생각했고, 그래서 지금 내가 현재의이런부모가 되었는가 하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우리 자신의 선택이 아니었다는 기쁨과 슬픔을 느낀다. 태어나보니 딸아이는 내가 엄마인 거고, 태어나보니 아들은 남편을 아빠라 부르게 거다. 우리 엄마가 엄마라서 나는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엄마가 착한 엄마라서, 희생적인 엄마라서 나는 헤아릴 없는 많은 혜택을 누리고 살았다. 하지만 아이들도 그럴까. 아이들도 내가 엄마라서 좋을까, 행복할까. 


저자의 아버지가 특별한 종교적, 정신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없지만, 인생의 어느 순간, 어느 시점이던지 부모는 자녀에게절대성에 가까운 위력 발휘한다. 아이들은 부모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대로 바라본다. 세상에 대한 부모의정의 암기한다. 부모의 예언이 이루어진다고 진심으로 믿는다. 가정이 특별했던 , 이들이 폐쇄적인 삶을 살았기 때문이고, 생활이 고착화되었기 때문이다. 




소설이라고 부를 있을 정도로소설 같은이야기가 펼쳐지는 책이다. 손에서 없어 아이들 봉사활동을 따라갈 때도, 마트에 나갈 때도 쪽이라도 읽겠다고 들고 나갔다. 꿈만 같던 시간들이 지나가 버려, 나는 다른 시작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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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1-09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다 읽으신거에요? 좋다고 하시니 정말 다행입니다. 좋을 줄 알았지만 정말 좋아서 다행이에요!

단발머리 2020-01-09 16:32   좋아요 0 | URL
책이 두껍잖아요~~~!!! 이 책이... 근데 제가 위에 썼듯이 시작하자마자 손을 뗄수 없더라구요. 아주 개인적이고 특별한 이야기지만 어쩌면 평범한 가정의 이야기구요. 아주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감사해요, 다락방님^^

moonnight 2020-01-09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읽어보겠습니다. 두근두근@_@;;;;

단발머리 2020-01-09 16:23   좋아요 0 | URL
전 정말 흥미진진하고 가슴 아픈 며칠을 보냈어요, 이 책과 함께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에요. 혹 책읽기가 어려운 사람이라도 일기처럼 쓰여진 이 책은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고요.
가족, 사랑, 연애, 종교, 의학, 교육, 페미니즘 등등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책인데, 읽으실 분들을 위해 간단히 리뷰를 올렸어요. 나중에 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 같아서요^^

레삭매냐 2020-01-09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곧 읽기에 돌입합니다.

궁금해서 빨랑 읽고 싶네요.

단발머리 2020-01-09 17:11   좋아요 0 | URL
앗! 반갑습니다!!
레삭매냐님 서재에 제가 아는 책이 1권 추가되는군요. 매우 기쁩니다!!!

han22598 2020-01-09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은 분들의 극찬이 이어지네요 ^^그래서 앨런 쇼 나온 영상이랑 여러가지 인터뷰를 찾아서 일단 좀 봤는데 왠지 책을 읽어야 진수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바로 구입들어가야할 것 같아요 ^^

단발머리 2020-01-10 11:20   좋아요 0 | URL
han22598님 말씀 듣고 저도 어제 밤부터 타라 동영상 보고 있어요. 너무 좋으네요.
전 이 책 참 좋았어요. 구입 환영입니다^^

비연 2020-01-10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잇. 이 책 다 읽으셨군요! 저도 읽어보고 싶어요!^^

단발머리 2020-01-10 11:22   좋아요 0 | URL
전 친구에게 선물받아 읽었는데 너무 좋아서요. 한 번 더 읽을까 하고 있어요. 식구들과도 이야기 나누고 있고요.
휴가 뒤 편안한 치소(아시죠? 치소?ㅋㅋㅋㅋㅋㅋㅋㅋ)의 시간에 함께하시면 아주 좋을 듯 합니다!!

비연 2020-01-10 11:25   좋아요 0 | URL
치소 치소 ㅎㅎㅎ

단발머리 2020-01-10 11:30   좋아요 0 | URL
치소! 치맥! 치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20-01-10 11:36   좋아요 0 | URL
저 이 책 방금 보관함에 넣었어요...ㅜ
아 정말 알라딘에 들어오면 책 뽐뿌 당하는 걸 막을 수가 없어요. ㅜㅜ

단발머리 2020-01-10 11:38   좋아요 1 | URL
매우 축하드리고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비연님 어떻게 읽으실지 기대됩니다. 읽으실 분 많을것 같아서 사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못 했어요. 비연님 읽으시고 나서 이야기 나눠요! 우아! 신나요!!!
 




















우리가 사는 세상이 표준화, 획일화가 심한 사회라는 건 알고 있다. 우리는 비슷한 옷을 입고, 맛집을 공유하고, 자동차 마저도 튀지 않는 무채색의 차를 선호하는 사람들이다. 생애주기에 민감하고 그 범주를 벗어난 사람들에게는 오지랖을 동원한 질문세례가 이어진다. 그럼에도 평범한 삶의 범주를 확연히 벗어난 사람들에 대해서도 들었다고, 대충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난 그랬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특별하고 독특한 경험이 주는 놀라움 때문에 자꾸 멈추게 된다. 그의 고민과 고통에 즐거워하는건 아니지만,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 







나의 오래된 버릇에 따라 원서를 검색해본다. 이것은 나의 오래된 습관이다. 독립되고 고정화된 루틴. <번역서를 읽는다 - 책에 관심이 생긴다 - 이정도면 읽을 수 있을거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한다 - 원서를 검색한다 - 원서를 구입한다> 그렇게 루틴의 끝을 장식하는 이 아름다운 책과 책들. Educated』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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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1-06 1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작했군요!

단발머리 2020-01-06 13:37   좋아요 1 | URL
네~~ 아직까지는 색다른 가족이야기에요. 무척 흥미진진합니다^^

단발머리 2020-01-07 0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앞부분 몇 쪽만 읽고 페이퍼를 올린게 조금씩 후회가 된다.
나는 타라의 아빠를 미워하고 있다.

수이 2020-01-06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올린 페이지 저도 저릿저릿하면서 읽었어요. :)

단발머리 2020-01-08 08:34   좋아요 0 | URL
계속 가슴이 두근두근하네요. 수연님은 어떻게 읽었나 궁금해요.
저는 다른 책에 손이 가지 않을 정도에요.

유부만두 2020-01-07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문 속의 아버지는 꽤 점잖네요... 저도 지금 읽고 있어요. 타일러 힘내!

단발머리 2020-01-08 08:36   좋아요 1 | URL
아, 유부만두님도 이 책 읽고 계시군요. 전 친구가 선물해줘서 읽고 있는데, 정말 새로운 책,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있어요.
저도 유부만두님과 똑같이 외치고 싶어요. 타일러 힘내!!
 




캐나다 시즌제 드라마 <빨간 머리 /Anne with an “E”>에서 앤은 길버트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사랑이라는 깨닫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앤이 갈길 몰라 헤맬 , 여러 앤에게 자신의 마음을 보여줬던 길버트는 크게 실망하고 다른 여성과 잠시 교제한다. 다른 여성과 팔짱을 끼고 자신 앞에 나타난 길버트를 후에, 앤은 길버트를 여성에게 밀어버린 사람이 자신이라는 알게 된다. 이제 자신이 길버트를 사랑하고 있다는 깨달았는데, 이젠 길버트가 여기 없다. 사실 길버트는 한결같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시선은 오직 앤에게만 고정되어 있었다. 그는 앤을 사랑한다. 자신의 사랑이 거절당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두려워하지만, 자신의 감정이 사랑임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녀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항상 너였고, 앞으로도 너일 거라고, 그렇게 말한다.  












앤과 길버트의 사랑은 너무 예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성애가 지배하는 사회임을 고려한다 해도, 문화 특히 대중 문화를 통해 이성애의 옳음, 정당함, 자연스러움이 강요되는 사회임을 인정한다 해도, 앤과 길버트의 사랑은 너무 예쁘다. 오해는 풀려야 하고, 진심은 확인되어야 하고, 사랑은 영원해야 한다. 하지만. 


















『가부장 무너뜨리기』 저자들은 가부장제가 소년에게는 앎을, 소녀에게는 돌봄을 배당하는 젠더 이분법의 내면화를 강요함으로써, 소년에게는 거리두기와 소외를, 소녀에게는 절망과 침묵을 강제한다(68) 주장한다. 가부장제가 진실하고 친밀한 관계를 맺지 못하도록 소년을 밀어내고, 소녀를 넘어뜨린다는 점을 강조한다. 『페이드 포』에서 레이첼 모랜은 정착하고 싶어하는 인간적 욕구가 여성에게 강하게 나타나는 같다(377) 말한다. 



『종의 기원을 읽다』에서 양자오는 진화 과정에서 여성이 발정하지 않을 아니라 심지어 임신 여부도 한시적으로는 겉으로 드러내지 않음으로 해서 남성이 충격을 받고, 유전에서 우세를 확보하기 위해 자기 여성을 관리하는 다른 행위를 발전시켰다(443/518) 말한다. 남성은 생식 기회를 빼앗기지 않고 확실히 보장받기 위해 양육 과정에 많이 개입하고, 여성은 남성의 양육 투자로 인해 자신과 자식의 생존을 보전받았다는 것이다. 와중에 가장 합리적인 방식으로 일부일처제를 도입할 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남성의 생식 우세로 따져 남성이 가장 바라는 일은 모든 여성이 자기와만 교배하는 것으로, 남성은 자기 여성과 교배한 후에는 몰래 다른 남성의 여성을 빼앗고 싶어 한다. 이렇게 해야 자기 자손을 가능한 많이 낳고, 다른 남성이 아이들을 키우게 있다. 그러나 남성이 자신의 여성을 떠나 다른 남성의 여성을 노릴 , 자신의 관리에서 벗어난 자신의 여성을 다른 남성에게 빼앗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된다. 이런 상황은 인간이 일대일 관계를 발달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비록 관계가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말이다. (373/430) 




정말 그런가. 진실하고 친밀한 관계를 원하는 여자뿐인가. 남자들은 자신의 유전자를 널리 퍼뜨리는 이외에는 관심이 없는가.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 여러 명의 여자와 관계하면서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전하는 것만이 그들의 지상 과제인가. 진실하고 친밀한, 굳건하고 영속적인 일대일 관계를 원하는 정말여자뿐인가. 길버트는 예외적인 남자인가. 



훅스는 어바웃 러브』에서 말한다. 



진정한 사랑을 하고 있는 커플들과 오랫동안 대화를 해보고 내린 결론은, 진정한 사랑의 가장 공통된 특징은무조건적이라는 점이다. 진정한 사랑을 하는 사람들은 상대에 대해 어떤 조건도 내걸지 않는다. 서로가 상대를 통해 자신을 변화시키려고 건설적으로 투쟁하고 노력하는 가운데 진정한 사랑이 꽃피는 것이다. (234)






하지만, 훅스가 말하는진정한 사랑 우리가 일반적으로 지시하는 사랑이 아닐 수도 있다. 훅스의 사랑은 열정적 감정과 낭만적 분위기, 강렬한 애정을 뜻하는 사랑과는 다른사랑 있다. 만약 다른 질문이라면 답은 간단할 있다. 낭만적 사랑의 감정과 태도가 지속가능한가.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서 지속가능한가. 가능하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정답은 불가능하다, 가깝다. 『행복한 여자는 글을 쓰지 않는다』 저자 최연지가 말했던 것처럼. 




근데 사랑하는 사람과 나흘 이상 같은 공간에서

먹고 자고 비비고 교대로 싸고 하면 

몰아, 접신의 경지가 매우 훼손되는 것이다. 

한계점은 3 정도다. 생선도 손님도 사흘 지나면 냄새가 난다. (Fish and guest go bad in three days.) 

사람과 검은 머리 파뿌리 때까지, 사랑은 절대 불가능하다. 결혼 축사에서 검은 머리 파뿌리 운운도 평균수명 49 얘기다. (56)  




그녀의 말대로라면, 낭만적 사랑의 감정은 오래가지 않는다. 3일이면 제정신으로 돌아오고, 아주 길어야 1년이다. 길어야 1년이라는 의미는 짧으면 6개월이고, 3개월일 수도 있으며, 달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낭만적 사랑의 시효는 최대 길어야 1년이다. 원래의 질문으로 다시 돌아온다. 낭만적 사랑이 끝난 후에도, 그러한 사랑이 사라진 후에도, 애정이 우정과 신뢰로 변한 후에도, 진실하고 친밀한 관계는 이어질 있는가. 그것을 원하는 여자뿐인가. 아니, 남자 뿐인가. 그런 진실하고 친밀한 관계를 원하는 남자 뿐인가. 길버트 뿐인가.  



참다한홍삼 광고 카피는 이렇다. “복숭아나무 아래에서 아내와 남편은 굳게 맹세했다. 형제가 되기로. 의리로 살아가는 모든 부부에게. 다시남자. 다시여자”. 결혼한지 3-4 됐을 친한 친구가 말했다. 남편이 오빠 같다고. 친구에게는 실제로 오빠가 있고, 남편은 오빠처럼 2 위다. 오빠 같은 남편. 남편은 이제 가족이 되었다. 세상 하나 뿐인 진정한 사랑이 의리로 살아가는, 우정으로 살아가는, 동료로 살아가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 
















결혼과 가정에 대한 그림 많은 장면이 문화적으로 주입된 것임을 부인할 없다. 정상성이라는 측면에서 결혼과 가정은 가장 근본적인 전제가 되어왔다. 이미 토대는 흔들리고 있고, 사회는 다른 형태의 가정을 용인하는, 용인할 밖에 없는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다.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 마리 루티의 주장처럼우리는 그것이 아무리 생기 있고, 활력이 넘치고, 자신을 탈바꿈시키는 경험이라 해도 관계가 지속되지 않았을 , 관계는 실패(250)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결혼 이외에 사랑의 관계를 영위하는 나은 방법이 존재할 수도(251) 있는데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기억하는 대부분의 이야기는그래서 사람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끝난다. 진짜 이야기는 다음부터 시작된다는 모두가 알고 있는데도, 아무튼 엔딩이라는 엔딩은 모두 해피엔딩이다. 피할 없는 시선과 주위를 울리도록 나대는 심장. 모든 유혹과 손길은 유전자의 속임이고, 생존을 위한 거짓말이고, 그리고 그런 몰아와 접신의 황홀경은 3 밖에 이어지지 않는데.   

 


그럼에도 사랑, 영원한 사랑을 바라는 지치지 않는 갈망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 걸까. 사랑하고 싶은 마음, 사랑받고 싶은 마음. 사람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 사람이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브라질 남자 펠리페의 속삭임을 듣고 싶고, 그에게 똑같이 답하고 싶은 마음. 




당신이 아직 내가 사랑하는 것만큼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 알아. 하지만 솔직히 그게 별로 신경쓰이지 않아. 이유는 모르겠지만, 당신에 대한 사랑은 마치 아이들이 어렸을 느꼈던 감정과 비슷해. 사랑하는 애들의 의무가 아니지만, 애들을 사랑하는 의무인 것처럼. 당신은 원하는 만큼만 좋아하면 . 하지만 당신을 사랑하고, 앞으로도 언제나 사랑할 거야. 설사 우리가 다시 만나지 못한다 해도, 당신은 이미 인생을 돌려줬어. (465)





아니면, 길버트의 편지. 길버트가 앤에게 썼던 편지처럼 고백하고 싶은 마음. 고백을 듣고 싶은 마음. 네가 놀라지 않았으면 좋겠어. 네게서 같은 말을 들을 거라 기대하진 않아. 하지만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어. 약혼하지 않았어, 앞으로도 하지 않을 거고. 사람이 네가 아니라면 말이야. , My Anne with an e. 나에겐 항상 너였고, 앞으로도 뿐이야. 



열병처럼 찾아오는 모든 감정은 순식간에 사라질 테고, 결국에는 모두 사라지는 무엇이라면 감정은, 열정은 찾아오는가. 이렇게나 사람을 무참하게 감싸는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휘몰아치는가. 끝없이 절망하게 하는가. 또한 기쁨으로 다시 일어서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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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9-12-29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앤을 보고 신랑과 함께 경악을 했었어요. 그동안 알고 있는 앤의 모습과 비슷한듯 비슷하지 않는듯... 아 저런 아이라면 견딜수 없을것 같아..하면서, 앤의 열정에 함께 동화되어 울기도 하고.... 보는데 넘 힘들어서 1시즌에서 멈추었어요.^^ 대신 길버트 넘 좋아요. ㅎㅎ 이제 3시즌 오픈하는것 같은데, 단발머리님 글을 보면 다시 에너지 충전해서 봐야할것 같네요.

단발머리 2019-12-29 23:23   좋아요 0 | URL
전 사실.... 빨간 머리 앤을 보지 않았습니다, 아직. 유투브로 정리된 영상 몇개만 봤어요. (사실은 아주 많이 ㅠㅠ)
제대로 보려면 넷플릭스 신청을 해야하는데, 앞날이 너무 뻔히 보여서 신청을 할 수가... 없습니다ㅠㅠ
시즌 3를 보시게 된다면 보슬비님이 저를 위해 정리해 주신다면.... 매우 기쁠 것 같아요. 매우, 많이, 심히^^

공쟝쟝 2019-12-31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병같은 감정은 모두 우리의 종을 번식시키기 위해서 ... 그리고 여성의 신체와 기능은 종에 종속되어있으며...(제2의 성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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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하고 친밀한 관계- 배타적이고 유일한 관계- 사적이면서 마음과 몸을 나누기까지 하는 관계- 모든 미디어가 부르짖는 낭만적 이성애(혹은 사랑)란 흔해보여서 쉬워보여서 그래서 더 위험하고 알기 어려운 것 같기도 해요.
그러게요, (생각중) 어렵네요. 어때요, 단발머리님은 진실하고 친밀한 관계를 원하시나요?
저는 요즘, 조금 덜 진실하고 조금은 덜 친밀한 관계를 원합니다. 오히려 그때 가장 진실하고 그 순간 가장 친밀한 것 같아요. 하하하하하하하~~~~

단발머리 2020-01-05 18:05   좋아요 1 | URL
전, 진실하고 친밀한 관계를 원하는 사람 같아요.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런 거 같구요. 열병 같은 감정은 믿지 않는데.... 하하.... 아직도 모르는거 투성이네요.
페이퍼의 처음과 끝이 그래서 질문이라지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공쟝쟝 2020-01-05 23:02   좋아요 0 | URL
오늘 오후는 빨강머리 앤 넷플릭스를 열심히 시청했답미다. 같이 보던 동생이 어찌나 울던지... ㅠㅡㅠ 아직 길버트는 안나왔지만 ㅋㅋ 뭔가 영상으로 만난 앤은 너무 못나구 너무 좋더라구요!
 



















16세기에 이르러 몇몇 이탈리아 학자들은 모든 방언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언어를 골라 그걸 이탈리아어로 삼자고 결정한다. … 지식인 회합이 가장 적절한 이탈리아어라고 결정한 언어는 다름 아닌 플로렌스의 위대한 시인 단테 알리기에리의 언어였다. (74)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국가의 언어는 대개 대표도시의 언어이다. 오늘날 우리가 프랑스어라고 알고 있는 것은 중세 파리의 방언이고, 포르투갈어는 리스본의 방언, 스페인어는 마드리드의 방언(73)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이탈리아어는 특별한 경우다. 개인의 언어가 국가의 언어, 민족의 언어가 되었다는 점도 그렇지만, 개인이 군주나 귀족이 아니라, 일개 시인이었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평범한 시인도 아니다. 쫓겨난 시인. 국외로 추방되어 죽을 때까지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시인의 언어, 그게 바로 이탈리아어다. 

















최근에 읽은단테의 신곡』 주요 장면을 위주로 요약본인데다가 산문체여서, 5행마다 압운을 번씩 반복하는 연쇄 압운으로 표현된 플로렌스 방언의 아름다움을 전혀 알아챌 없었다. 물론, 충실한 번역본이어도, 영어로 번역본이어도 그랬을 것이다. <신곡> 진수는 오직 이탈리아어로만 느낄 있을 테다. 




단테가 신의 형상을 직접 마주하는 <신곡> 마지막 줄은 이른바 현대 이탈리아어에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있는 감정을 다루고 있다. 단테는 신이 단순히 눈을 멀게 정도의 밝은 빛의 형상이 아니라 무엇보다도태양과 다른 별들을 움직이는 사랑(l’amor che move il sole e l’altre stele) ……’이라고 했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75) 




현대 이탈리아어에 익숙하지 않아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읽은 책에서는 부분이 비교적 전해지는 같다. 마지막 두서너 쪽에는 그림과 시가 이어진다. 이런 식으로. 



있을 있는 일을 

이룰 있는 일을 

구해야 일을 

당신과 함께 


나는 사랑 


나는  















어느 책에서 읽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오에 겐자부로가 단테의 신곡을 이탈리아어로 읽고 싶어서 칠십이 넘는 나이에 이탈리아어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오에 겐자부로가 이탈리아를 방문해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을 , 이야기를 하더 그가 신곡의 부분 <지옥편> 일부를 암송했다고 한다. 맥락과 분위기는 전해지지 않아 모르겠지만, 프로그램 진행자가당신이 하고 있는 말은 이탈리아어가 아니다라고 했다는데, 발음 때문인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중요한 , 오에 겐자부로가신곡때문에이탈리아어배우기를 시작했다는 . 아름다운 언어를 직접 이해하고 싶어서. 직접 느끼고 싶어서. 







이탈리아어,하면 줌파 라히리를 빼놓을 없다. 그녀에게는 개의 언어가 존재한다. 가족, 친척과 함께 있을 사용하는 벵골어와 그녀의 생활에 필수적인, 새어머니 같은 존재인 영어. 영어는 그녀에게 작가적 명성을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벵골어도 영어도 그녀에게 주어진 언어다. 이탈리아어는 다르다. 이탈리아어는 그녀가 선택한 언어이다.  

 







사람은 사랑에 빠졌을 영원히 함께 살고 싶어한다. 지금 경험하는 흥분과 열정이 계속되기를 꿈꾼다. 이탈리아어로 읽는 내게 그런 열망을 불러일으킨다. 내가 죽으면 이탈리아어를 새록새록 알아가는 것도 끝나기 때문에 죽고 싶지 않았다. 매일 배워야 단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정한 사랑은 영원을 꿈꾸나 보다.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43) 





이탈리아어가 줌파 라히리에게 생존의 열망을 불러 일으키는 언어였다면, 엘리자베스 길버트에게 이탈리아어는 근심과 두통을 날려버리는 섹시함을 가진 언어이다. 





이탈리아어를 배우는 너무나 좋았다. 내게는 모든 단어가 지저귀는 참새, 신기한 마술, 송로 버섯과 같았다. 수업이 끝나면 빗속을 찰박거리며 집에 돌아가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 거품 속에 누워 큰소리로 이탈리아어 사전을 읽었다. 이혼에 대한 근심과 두통을 날려버리기 위해. 심지어 기뻐서 깔깔거리기까지 했다. (43) 





보통의 경우 우리에게 외국어는 영어이며, 대부분 영어이고, 반드시 영어여야 한다. 사실 영어는 외국어라기보다는 중요 과목 중의 하나이다. 학교에 다닐 때는 시험을 위해 공부하고, 직장에서는 점수를 위해 공부한다. 적당한 점수를 얻은 후에는 점수에 걸맞는말하기 능력 얻기 위해 연습하고 훈련한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과정이 즐거움이나 기쁨의 시간으로 기억되지는 않는다. 새로운 언어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두려움과 부끄러움, 낙담과 후회로 변해가는 과정은 너무나 뻔하기는 한데, 그럼에도 극히 개인적인 스토리 또한 존재한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외국어에 대한 이런 찐한 사랑 고백을 듣는 일은 언제나 부럽고도 신기한 일이다. 새로운 단어를 발음한다는 , 새로운 언어를 읽는다는 ,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 



섹시하고 매력적인 이탈리아어는 내게 너무나 멀리 있는 언어이고, 올해의 외국어였던 프랑스어와는 이제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이별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남은 외국어는 하나. 오랜 갈망과 구애에도 응답하지 않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를 바라보지 않는, 사랑을 끝까지 알아채지 못한 첫사랑 같은 언어. 실제로 사랑. 언어만 남았다. 애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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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obe00 2019-12-27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에 겐자부로의 읽는 인간에서 저 이야기 본 것 같아요~ 저는 새해에는 스페인어를 배워보고 싶은데 과연..

단발머리 2019-12-27 08:28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그 책을 생각하기는 했는데 확실하지가 않아서요. 읽는 인간이 맞는군요.
새해에 스페인어 시작하신다고 하니, 외국어 사랑 뿜뿜 이야기 기대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