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William! (Paperback) - 『오, 윌리엄!』원서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 Random House Trade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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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나와서 식당 문 열때까지 기다리며 두 장 읽었다.

역시, 윌리엄!!


커피는 다 마셨는데 하트가 남았다.
사랑은 오고 갈 테지만 하트는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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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12-12 14: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어떻게 마시면 하트가 남나요?ㅋㅋㅋ
저 지금 치과 와서 혼자 빵 터졌네요.ㅋㅋㅋ
별은 한 장당 한 개이군요?
윗 사진은 외국 잡지 같아요.
넘 이쁘군요❤️

단발머리 2022-12-12 16:52   좋아요 1 | URL
책나무님께 기쁨을 드렸다니 저도 기뻐요.
제가 북플로 하다보니 마이리뷰로 가서 이렇게 됐네요.
이제 막 읽기 시작했지만 별 다섯으로 수정했습니다^^ 진짜 다섯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2022-12-12 15: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12 15: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12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2-12-12 16:37   좋아요 0 | URL
지금도 두 개에요 ㅠㅠ 어떻게 고쳐요? ㅠㅠ

단발머리 2022-12-12 16:51   좋아요 0 | URL
고쳤습니다. 음하하하하하! 두 장 읽고 별 다섯입니다!!!

얄라알라 2022-12-12 15: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아, 진짜 하트가 남아 있네요
정말 신기합니다!!!

단발머리님 어록에 추가
˝사랑은 오고 갈테지만 하트는 남아^^˝ 뿅뿅^^

단발머리 2022-12-12 16:54   좋아요 0 | URL
저는 그냥 생각없이 마셨는데 말입니다. 이렇게 하트가 남았어요.

어록에 추가해주시는 친절한 마음 감사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랑은 오고 갈 테지만(전 남편, 전 아내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고 합니다) 하트는 남아 (하트는 커피잔에 잘 남아있습니다) 헤헤

하이드 2022-12-12 16: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 진짜 런던 피카디리 골목 어느 카페 같구요.

단발머리 2022-12-12 21:59   좋아요 0 | URL
책이 원서라 그런가봐요. 저도 런던 피가디리 골목 가보고 싶네요 ㅎㅎ

아일린 2022-12-17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빵,커피, 책 그리고 남아있는 하트까지 모든 게 조화롭고 아름답네요. 원서로 읽을만해요? 유리 컵 속의 음료는 하이볼 아니죠? ㅎㅎ

단발머리 2022-12-20 18:40   좋아요 0 | URL
저 날, 제가 기분이 좋아서요. 사진이 잘 나온 거 같습니다. 원서는 조금 어렵지만 번역본 도움 받으면서 읽으면 읽을만 합니다^^ 음료는 라떼구요 ㅎㅎ

독서괭 2022-12-19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하트가 정말 사랑스럽게 남아있어요!! 저도 하트라떼 마시게 되면 시도해봐야겠당 ㅎㅎ

단발머리 2022-12-20 18:40   좋아요 1 | URL
성공하시면 알라딘에도 올려주세요. 저는 그냥 마셨거든요. 그런데 하트뿅뿅.
저 기인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2-12-20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트 남기기 도전!^^

단발머리 2022-12-20 18:41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님도 도전 성공하시면 알라딘에 꼭 올려주세요! 우리 꼬리물기도 아니고 하트남기기 릴레이네요^^

페넬로페 2022-12-20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떼의 완숙미입니다^^

단발머리 2022-12-20 18:41   좋아요 1 | URL
네, 라떼는 정말 사랑입니다. 맛도 좋고 하트도 남기고요^^
 
제인 에어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0
샬럿 브론테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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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제인 에어가 왜 내 인생의 책인지에 대해 써야겠다.

 

처음 제인 에어를 읽은 건 중학교 1학년 때였다. 책읽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때까지도 집에는 그 흔한 세계문학전집 하나 없었다. 결혼하고 나서 어느 기사에서 진중권이 어렸을 때 강소천 아동 문학 전집읽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남편이 자기도 그거 집에 있었다고 해서 충격받았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중학교 1학년 봄, 우리 반 반장(언니가 둘)이랑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내가 아직도 제인 에어를 읽지 않았다는 사실을 듣고 반장이 깜짝 놀랐다. 진짜야? 너 진짜 그거 아직도 안 읽었어? 그 친구가 책을 빌려다 준 것으로 기억하는데, 문고판이라 하기에는 두껍지만, 완역은 아닌 듯한 빨간 표지의 책이었다. 모범생 아니지만 모범생 무늬의 내가, 책상 밑에 책을 펼쳐놓고 이리저리 눈을 굴려 가며 읽었다. 그 때 처음으로 제인 에어를 만났다.

 

 


1. 미친 집착의 남주


 

그전까지는 남녀간의 사랑이 이토록 극명하게 격돌하는 장면을 읽어보지 못했던 것 같다. 나는 완전히 그 소설에 사로잡혔는데, 무엇보다 남자주인공 로체스터를 좋아하게 됐다. 한참 연상에, 고집쟁이이며, 거짓말쟁이인 이 로체스터를 말이다.


 

나는 사랑의 배타적 성격에 대해 긍정하는 편이다. 미친 집착을 긍정한다는 뜻이 아니라, 사랑에 그러한 측면이 존재한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고 믿는 편이다. 남녀간의 즉 이성애적 낭만적 사랑만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 예닐곱 명의 사람이 모였다. 이들은 친구 사이일 수도 있고, 알라딘 오프 모임일 수도 있고(진짜요? @@ 거기 어디예요?), 어느 초등학교의 1학년 엄마 모임일 수도 있고, 직장 내 부서회식일 수도 있다. 일곱 명 정도의 사람이 모였을 때도, 빛나는 사람이 있다. 자신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자기에게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사람이 있다. 만약 그 곳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그 사람을, 자체발광하고 있는 그 사람을 좋아한다고 가정하면, 그 사람에게로 향하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양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내가 선망하는 그 사람에게 좀 더 가까이 가고자 하는 열망, 내가 선망하는 그 사람과 눈을 마주치고 싶은 열망 자체는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러한 열망 이면에는 그 사람을 독점하고 싶은 마음도 분명 존재한다. 그가 나만 바라봐주기를, 그에게는 나만 중요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 말이다.

 


나는 고집쟁이이고, 거짓말쟁이이며, 막무가내인 로체스터의 내면에 자리한 그런 사랑을 소중히 생각한다. 미친 집착이라는 감정과 행동에서 <폭풍의 언덕>의 히스클리프를 따라갈 수 없겠지만, 로체스터에게서 느껴지는 그런 미친 집착이 나는, 좋았다. 중학교 1학년이었다.

 



2. 주체적 개인으로서의 여주

 



하인보다 겨우 조금 나은 대우를 받는 가정교사 제인이 말 그대로 주인님, 사장님, 성주님, 왕자님을 흠모하게 되었다. 천사 같은 외모의 신부와의 결혼을 앞둔 로체스터를 더 이상 눈  앞에서 볼 수 없어 이직을 결심한 제인. 평소처럼 무덤덤하게 자신의 진로를 이야기하는데, 평소에도 이상한 이 사장님이 돌연 다른 이야기를 한다. 두 사람은 각자 자기의 생각을 말한다. 완전히 다른 이야기. 숀필드를 떠나기로, 로체스터와 영영 헤어지기로 마음먹었던 제인은 로체스터의 진심을 알게 되었고, 오히려 그에게서 청혼을 받는다. 하지만, 결혼 직전 그들 사이의 진짜 신부, 버사의 존재를 알게 되고. 제인은 다시 한번 그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 승낙하라! 그의 비참한 꼴을 생각하라. 그가 직면한 위험을 생각하라. 그가 혼자 남게 되었을 때의 상태를 생각하고 그의 앞뒤 가리지 않는 성질을 명심하라. 절망에 뒤따르는 무모함을 생각하고, 그를 달래고 구원하고 사랑하라. 그리고 너는 그를 사랑하고 있으며 그의 것이 되겠노라고 말하라. 세상에 너를 걱정할 사람이 누가 있느냐? 너의 행동으로 해를 입을 사람이 누가 있느냐?' 그러나 대답은 여전히 굴복하지 않는 것이었다. '내가 나를 걱정한다. 쓸쓸하고 고독하고 아무도 의지할 사람이 없으면 없을수록 나는 나 자신을 존경한다. 나는 하느님이 내려 주시고 인간에 의해 인정된 법을 지키리라…. ‘ (159)

 


제인은 숀필드를 탈출한다. 로체스터가 원하는 것을, 그에게 주지 않았다. 죽음을 각오하고 빈털털이로 살더라도 인생의 주인으로 살기 위해 숀필드를 걸어 나왔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No’라고 말했다. 가장 소중한 사랑조차 끝내 거부함으로써 자신의 존엄을 지켜냈다. 이렇게 강하고 이렇게 다부진 여주인공이라니. 놀라지 않을 수 없겠다.

 

 


3. 못생긴

 


제가 가난하고 미천하고 못생겼다고 해서 혼도 감정도 없다고 생각하세요? 잘못 생각하신 거예요! 저도 당신과 마찬가지로 혼도 있고 꼭 같은 감정도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복이 있어 조금만 예쁘고 조금만 부유하게 태어났다면 저는 제가 지금 당신 곁을 떠나기가 괴로운 만큼, 당신이 저와 헤어지는 것을 괴로워하게 할 수도 있었을 거예요. 저는 지금 관습이나 인습을 매개로 해서 말씀드리는 것도 아니고 육신을 통해 말씀드리는 것도 아녜요. 제 영혼이 당신의 영혼에게 말을 하고 있는 거예요. 마치 두 영혼이 다 무덤 속을 지나 하느님 발 밑에 서 있는 것처럼, 동등한 자격으로 말이에요. 사실상 우리는 현재도 동등하지만 말이에요!" (32)

 


여남 주인공의 감정이 폭발하는 이 명장면, 이 책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이 장면에서 나는 이 단어, ‘못생긴에 완전히 꽂혔다.

 


하얀 피부에 예쁘다는 말을 가끔 들었던 나는, 청소년기에 모두 다 한 번쯤 지나간다는 흑역사의 시대로 진입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흑역사 뒤에는 찬란한 부활의 시간이 존재해야 하는데, 내게는 그런 약속 따위는 없었다는 것이라 하겠다. 그러니까, 나 자신이 미운 오리 새끼임을 알게 됐는데, 백조가 될 운명의 오리 새끼가 아니라, 오리가 될 운명의 오리 새끼라고 할까. 나는 곱슬머리인데 정도가 심해서 어느 미용실에 가든지 원장님들에게서 강력한 곱슬이다혹은 악성 곱슬이다라는 말을 들었다. 세상이 좋아져 매직 스트레이트 파마를 하게 되었고, 그래서 24(처음으로 매직 스트레이트 파마를 함) 이후에 나를 만난 사람들은 내가 이렇게 강한 곱슬인 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아무튼 그때는 매직 스트레이트 파마의 매직이 시작되기 전이었고, 나는 단정한 교복을 입고 이상한 나라의 폴의 버섯돌이 헤어스타일을 고수하는, 한 명의 서글픈 여중생이었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는 여드름이 났는데, 엄마 아빠 두 분 모두 여드름 대잔치를 겪으신 분들이라, 나 역시 심한 편에 속했다. 피부과 약이 독하기도 하고 또 자연스레 없어지려니 하는 생각도 있어 따로 치료를 받지는 않았는데, 사람들은 종종 나의 상태를 걱정해 주어 내 피부가 얼마나 심한 상태인지를 도리어 내게 알려 주었다. , 피부가 이래서 어떡하니. , 진짜아이고, 아프지는 않아? 돌이켜보면 나는 여자 아이 중에 나보다 여드름이 심한 아이를 한 명도 만나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니까, 내가 아는 모든 사람 중에는, 내가 극강이었던 셈이다. 여드름 최극강.

 

 


몸은 그냥 몸이 아니다. 몸은 내 자아의 경계선이다. 65도의 기울기로 경제가 급성장하던 대한민국의 1980, 90년대를 어린이와 여자 청소년으로 자라면서, 나는 나 자신에게 만족하기는 했지만, 스스로를 예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당연하지 않은가. 우리는 모두 거울을 가지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책 속의 여자 주인공이 가지고 있던 아름다움이라는 만능열쇠를, 나는 가지고 있지 못했다. 그리고 그때의 나는, 그 열쇠가 없다면 결코 주인공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인 에어>에서 여러 번 반복되는 예쁘지 않다는 표현이 예쁘지 않은여자 청소년이었던 내 마음을 아주 강하게 흔들었던 것 같다. 나는 그때 제인과 나를 동일시하지도 못했다. 내가 제인처럼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못생긴여자가 주인공인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 그곳에서는 못생긴여자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돌이켜 보니 내가 좋아했던 책의 여자 주인공들은 모두 예쁘지 않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주근깨가 많은 캔디에게는 귀여운 매력이 넘치고, 빨간 머리 앤은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럽다’. 그러니까 순수하게, 어떤 방식으로든 예쁘지 않은여자 주인공은 제인 에어뿐이었다. 그래서, 소중했다. 예쁘지 않은 여자아이가 주인공인 세계가 있다는 걸 알아서 기뻤다. 그걸 발견했다는 게 기뻤다.

 



 

 

계속 책이 손에 잡히지 않아(비겁한 변명입니까?)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만 읽었는데, 너무 슬프고 아프다. 잠자냥님이 리뷰 기대하신다고 했는데,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슬프고 아프고 안타깝다. 울고 싶다. 우리 집 식구들은 마리 앙투아네트와 츠바이크를 싫어하게 됐다. 내가 하도 이야기해서 그렇게 됐다.

 


 

이제 진짜 <다락방의 미친 여자>로 돌아간다. 식탁에 앉아 책을 읽기 전에 가끔씩 핸드크림을 발랐더니 빨간 표면에 손자국이 생겼다. 그래서! 책에 옷을 입혔다. 선물 받은 포장지로 곱게곱게 입혀 드렸다. 읽지 않고 간직만 하려는 건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그렇게 되어 버렸다. 이제 진짜 다시 시작. 시작 전에 잠시 브레이크 타임.

 


여기, 나의 지극정성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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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인 에어> 읽기 : 여자를 주저앉히지 않기로 한 남자의 간청에 대하여
    from 책이 있는 풍경 2023-06-17 20:40 
    지난주 징검다리 휴가에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다. (피곤하다면 집에서 쉴 것이지 --- 집에 있으면 집안일 해야 해서 나갑니다. 이래 봬도 제가 주부랍니다) 광화문 교보문고 가는 길에 책 몇 권을 팔고(여러분, 제 책은 진짜 완전 새 책이라 직원이 제가 책을 안 읽고 파는 줄로 알아요. 책 구매한 후에 희망 도서가 도착하면 도서관 책으로 읽은 경우엔 완전 새 책이고, 제가 읽은 소설도 거의 새 책이긴 합니다), 두 권을 샀다. 리베카 솔닛 책은 출판사의
 
 
잠자냥 2022-12-10 12: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제인에어 아직도 읽지 않았어요! 깜짝 놀랐죠?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츠바이크와 앙투아네트 가족분들이 싫어하실 정도로 이야기를 많이 했군요! 근데 단발머리 님 그 심정이 제가 그 책 처음 읽었을 때 바로 그 심정이었어요…. 휴 너무 마음 아픕니다. 그녀의 아이들도.

단발머리 2022-12-10 13:21   좋아요 1 | URL
깜짝 놀랄 일 아니구요. 댓글 읽다가 의자 뒤로 넘어갈 일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님은 이전에도 <나는 고백한다>로 저를 그렇게 힘들게 하시더니만, 이번에는 츠바이크네요. 저, 사실 엔도 슈사쿠 마리 앙투아네트도 진작에 대출해서 준비해놓고 있는데요. 저, 다른 책을 못 읽고 있어요. 잠자냥님, 참 독하세요. 어쩜 이렇게 슬픈 책을 권하신단 말입니까 ㅠㅠㅠ 이런 명작은 혼자만 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저 눈물 한 번 더 닦고 올게요.)

건수하 2022-12-10 1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릴 때 읽은 제인 에어는 잘 기억나지 않는데 (로체스터에게 돌아간 것만 마음에 안 들었..) 지나고 보니 스스로 똑바로 서고 이성적이어야 한다는 메시지에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겠다 싶어요.

이번에 가장 인상적인 문장은

질서! 우는 소리 하지 말기! 감상에 빠지지 말기! 미련 갖지 말기! 나는 이성과 결단만 허용할 것이다.

이었답니다 (잉그램 양과 자신의 초상화를 그렸을 때)

아폴로라니…!!

단발머리 2022-12-20 18:43   좋아요 1 | URL
저는 제인의 그 혼잣말이 항상 인상깊었거든요. 근데 빌레뜨에서도 그런 장면이 속속 나오더라구요. 이성의 외침, 같은 거요.
제인의 속마음 토크에 대해서라면 저도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데 그건 다음 기회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2-12-10 14: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미친 사랑 좋아합니다만 저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좀 일찍 알게 된 거 같아요. 그리고 단발님, 제가 아는 여인들 중에 단발님이 탑 오브 더 탑이랍니다. (민이 다음) 그러니 저런 말을 들으면 아 뻥쟁이! 라고 하고 싶어지지만 저기요 극강 곱슬머리 단발님 17세 모습은 좀 많이 궁금한걸요! 아 문맥에 맞지 않게 말하고 말았네! 예쁜 여인들 중에 가장 아름답다고!!

단발머리 2022-12-20 18:44   좋아요 0 | URL
sui님 미친 사랑 제가 응원합니다. 그리고 제가 극강 곱슬머리 17세 여드름 화산 폭발 사진 한 장 보내드릴게요.
그거 보시고도 이 댓글이 유효하다면, 그 사랑은 제가 완전 인정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트뿅뿅!)

공쟝쟝 2022-12-11 2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 이쁘지 않은 중학생 단발머리..아니 곱슬머리님의 제인에어 사랑을 잘 읽었습니다. 저 역시 사랑의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속성을 소유욕(?)을 인정하는 편입니다. 에너지, 열망, 조절, 안정적 관계 안착//굳이 뭐 이렇게 구조화하나 싶은 데 ㅋㅋㅋㅋㅋ// 어제 글 쓰면서 희진샘이 폭력이란 ˝감정을 제도화 하는 것이다˝라는 말에 꽂혀서... 아아.. 그래서... 그렇구나... 아.......... 아........ 감정은 에너지이기에 변하죠. 사랑은 변하는 듯 합니다. 관계도. 그것이 영속적이길 바라는 인간의 모순 ㅜㅜ 지금 이 순간 가장 잘 사랑하고 가장 잘 느끼면 되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전 로체스터 싫었지만 못생긴 게 제일 싫었고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데미안 왜좋아했냐면 싱클레어랑 데미안 다 넘 잘생겼을거 같아서?ㅋㅋㅋㅋㅋㅋㅋ 최근에 논란이 된 데미안 라노벨 버전 표지좀 보실랍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4018887

단발머리 2022-12-20 18:49   좋아요 1 | URL
곱슬머리는 그때나 지금이나 곱슬머리로서 현대 과학의 힘에 기대어 머리를 펴고 ㅋㅋㅋㅋㅋㅋㅋ 그거 알아요? 머리 펴면 관리가 훨씬 쉬워요. 가볍고 정갈해요. 원래의 내 머리는 무겁고 엉키고 사자머리인 것입니다. 아, 닉네임 사자머리 괜찮네요? 나, 그거할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로체스터가 못생긴 거 싫었다는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저도 그랬고요. 그래서 제가 그걸 또 곰곰히 생각해 봤거든요. 그건 또 다음 기회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앗! 사랑의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속성인 소유욕 인정해주는 분 소듕해! ㅋㅋㅋㅋㅋㅋ 소중해요, 쟝님!

공쟝쟝 2022-12-20 19:11   좋아요 2 | URL
대체 할 수 없는 / 온전한 / 하나의 / 존재로 존중과 인정을 다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흠흠.. 유일하기에 배타적인 속성을 띤다고 생각하고요 (소유는 좀 다른 문제인 것 같고)… 저 좀 소중하지요 ㅋㅋ 곰곰 생각해봤는 데 난 좀 소중해요!! ㅋㅋㅋ 갈길은 아직 멀지만 🤣

다락방 2022-12-12 13: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깐 눈물부터 닦고 시작하겠습니다.

여드름, 여드름 피부라고 하셨나요? 단발머리 님의 여드름이 어찌했든 저를 따라올 순 없었을 겁니다. 저는 국민학교 5학년인가부터 시작해서 삼십대 초반까지 여드름이 있었어요. 사이에 뭔가 적어지거나 했던 시기는 없었고요, 내내 심하게 늘 그런 얼굴이었습니다. 아주 심했던 시기에는 목에도 났었어요. 진짜 눈물없인 들을 수 없는 스토리입니다. 저는 병원을 아주 오래 다녔고 효소며 알로에도 다 시도했으며 화장품도 비싼거에 돈 엄청 들였고요 피부관리 센터에도 가본적도 있습니다. 하아. 그러나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더군요. 피부과 약이 독하다던데 그 때 오래 먹었던 약이 저에게 나쁜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다른 사람이 먼저 제 피부에 대해 언급해서 스트레스를 받았던 적이 여러차례고요, 한 번은 지하철 안에서 모르는 아저씨가 어떤 비누를 써보라며 권하기도 하더군요. 정말 수치스러웠어요. 그런데,

제인 에어가 못생겼었나요? 저는 제인 에어를 읽었지만 못생겼다는 것은 전혀 기억에 남아 있질 않아요. 그런데 저는 오래전에 읽었던 할리퀸 소설이, 단발머리 님의 이 페이퍼를 읽고 떠오릅니다. 그 소설 속에서 여주인공은 콜센터에서 일하는 여성이었거든요.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때로는 상대 남성들이 만나자고 조르기도 하고 또 어떤 남자는 실제로 회사로 찾아오기도 하는데요, 이 여자가 덩치가 커서 남자들이 보자마자 실망하고 돌아가고 그래요. 그래서 그 여주가 목소리에 반해 자기에게 만나자고 하는 남자들에 대해 늘 거절을 말합니다. 어차피 나는 덩치가 크고 나 봤자 욕이나 하겠지, 하고요. 그러다가 우리의 남주인공을 만나게 되는데, 남주인공도 역시 목소리에 반해 그녀를 만나고 싶어했어요. 처음에 그녀의 덩치를 보고 놀라긴 하지만 그러나 로맨스는 이루어집니다. 저는 그거 읽으면서 완전 제가 됐었어요..

오늘 이 좋은 리뷰를 읽고 저는 울다 갑니다. 터벅터벅..

단발머리 2022-12-20 18:57   좋아요 0 | URL
아... 댓글이 늦었어요. 일단 저는 다락방님 실물을 본 사람으로서 다락방님이 (한때) 여드름이 심한 피부였다는 이야기를 당최 믿을 수가 없네요. 진짜에요. 극강 여드름 피부는 상처를 가지고 있습니다. 화상과 여드름 자국만이 레이저로도 치료가 어렵거든요. 다락방님은 저보다는 심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3년 전에 아이 땜에 피부과 갔는데, 의사가 아이 진료하다가 저를 쳐다보더니... 어머니, 어머니는 지금도 여드름 나시네요. 지금도요...... 라고 말했답니다. 다락방님은 다른 외과적 치료를 계속하셨기에 실제로는 많이 나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도 못 믿으시겠다면. 담에 만났을 때는 클레징한 상태로 만나기로 하지요. 제가 옅게 화장하는 듯 하지만 클레징하고 나면 아주 깜짝 놀랄..... 심판 1인 대동하시고요. 제가 다락방님보다 심하다는데 5만원을 걸겠습니다. 다락방님은 걸지 마세요, 제가 이겨요. 아..... 슬프다....

제인 에어는 못 생겼어요. 그게 제인 에어 특징인 거 같아요. 가난하고 못 생기고 성격 드세고요. 어제 <다락방의 미친 여자> 읽는데 브론테의 키가 약 143cm로 나오더라구요. ‘작고‘도 제인의 특징이잖아요. 브론테는 제인 자신일까요?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울지 마세요. 우는 건 저에게 맡겨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12-19 16: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님 이 글로 많은 분들을 울리셨군요? 저도 10대 중반부터 20대 후반 피부과약을 먹기 전까지 여드름 때문에 스트레스를 꽤 받았었습니다. 최극강 까지는 아닌 듯 하지만;; 대따 큰 화농성 여드름 그거 있잖아요.. 종종 나고, 딱지 앉고 그 딱지 떨어지기도 전에 또 나고.. 흑흑 아니 이 좋은 글에 여드름이 메인이 아닌데 말이죠ㅋㅋ 암튼 지금도 타고나길 좋은 피부를 가진 사람은 부럽습니다.
제인에어를 좋아한 이유를 대시니 설득력이 퐉! 저는 못생긴 여주, 하면 <장미를 위하여>라는 일본만화가 생각납니다. 재밌어요. 제인에어도 루시 스노우도 그래도 살쪄서 받는 스트레스는 없잖아요?(식탐이 없어서?) 당시에는 살이 적당히 오른 여성이 인기였던 것 같지만, 현대의 우리에게는 그놈의 살이 또 스트레스 주범이니까.. 장미를 위하여 여주는 아주 통통합니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 힘내세요! 마리 앙투아네뜨 저도 꼭 읽어봐야겠어요.

단발머리 2022-12-20 19:00   좋아요 1 | URL
저는 이마 전체와 양쪽이 대따 큰 화농성 여드름으로 덮여있었습니다. 아주 쭈욱이요. 저는 이마도 무척 넓습니다, 일명 만주벌판. <장미를 위하여>는 처음 들어본 만화인데요, 재밌다고 하시니 기회가 된다면 꼭 찾아보겠습니다. 통통여주란 말씀이시죠? ㅎㅎ

마리 앙투아네트는 저 아직 리뷰 안 썼는데요, 올해의 책입니다. 선정 당하셨어요, 츠바이크님이요. 너무너무 좋아요.
반드시, 1독을 권합니다. 후회하지 않으실 거에요!!

다락방 2022-12-20 19:36   좋아요 1 | URL
저 국민학교때 별명이 ‘88서울올림픽 공식 지정 이마빡‘ 이었습니다. 이마가 너무 넓어서 말입니다.. 🥹

서니데이 2023-01-06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단발머리 2023-01-07 09:40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축하 말씀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여유롭고 편안한 주말 보내시길요^^

2023-01-07 0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07 0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11 0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윌의 죽음, 안락사와 선택의 문제에 관하여
Me Before You : The international phenomenon from the bestselling author of Someone Else’s Shoes 2023 (Paperback)
Moyes, Jojo 지음 / Michael Joseph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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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에 다 읽은 책을 미루다 미루다 이제야 리뷰를 쓰겠다고 자리에 앉았다. 여기저기 부산하던 생각과 의문들은 모두 다 사라지고, 마쳤다는 결과만 덜그러니 남아있는 이 순간의 암담함.

 

 


책 전체를 보아 주인공 윌과 루이자를 제외하고 가장 입체적으로 그려진 사람은 루이자의 동생 트리나이다. 그다음, 한 쌍으로 대조되어 자세히 그려진 사람들이 윌의 어머니와 루이자의 어머니다.

 


안락사를 선택한 윌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자기 딸이 고용되었다는 걸 알게 된 루이자의 엄마는 크게 분노하는 동시에 윌의 엄마를 비난한다. 삶의 소중함을 모르는 윌이 불쌍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잘못된(?) 윌의 선택을 용인한 윌의 엄마를 매정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윌의 생존을 세상에서 가장 바라는 사람은 윌의 엄마다. 제일 괴로운 사람도 윌의 엄마이고, 그의 선택을 끝까지 말렸음에도 결국 아들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을 때 비난받는 사람도 윌의 엄마다. 그녀에게는 두 개의 선택지가 있다. 세상의 아우성에 응답할 것인가. 아들의 외침에 반응할 것인가. 그녀는 자신이 아니라, 아들을 선택한다. 그 삶이 자신의 것이 아닌, 아들의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내 목숨보다 더 소중한, 소중한 것처럼 느껴지는 내 아들의 삶을 포기하는 것. 그것이 그녀의 유일한 선택지다.

 



이 책을 읽고 윌의 입장과 주장, 그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나 역시도 윌의 선택에 반대하지만, 그의 그런선택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의 고통, 그의 외로움을 1도 덜어줄 수는 없는 외부인으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나는, 처음 이 소설을 시작했을 때처럼, 윌처럼 자기 삶을 끝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이어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다.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듯, 그림자처럼 작품 전체에 약한 채도로 등장하는 루이자의 할아버지가 잠시 언급된 것처럼, ‘그럼 노인들은 죽으란 말이냐?’는 의문이 내게는 가장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죽는다는 것, 그 평범하고 당연한 진리는 일상으로 바쁜 우리 현대인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현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간이라면 죽기 마련이지만, ‘죽어야만 하는 인간에 자신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불멸을 향한 인간의 끝없는 욕망, 노화에 대한 두려움과 혐오, 더 젊은 육체에 대한 광적인 집착. 건강검진, 성형수술, 건강식품, 무릎 수술, 각종 운동. 영생을 약속하는 이 세상의 모든 약초와 약품들. 핸드폰은 기한이 3년이고, 전자제품도 10년 정도 사용하는데 (냉장고와 텔레비전이 약속한 듯 정확히 9년 차에 고장 남), 70년을 사용한 몸 여기저기가 고장(?) 나는 일은 너무나 당연하지 않는가. 하지만, 사람들은 묻는다. , 왜 아픈 거지? 여기가 왜 아픈 건지 도대체 모르겠어. 나도 모르겠다.

 


생명은 우주에서 흔한 현상이 아니다. 원자는 분해되는 것이 모여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안정적이다. 생명체는 기묘한 방식으로 자신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생명은 열역학 제2법칙을 거슬린다. 서로를 지지할 힘이 없어지면, 느슨해지면 원자는 분해된다. , 죽고자 하는 윌의 의지, 윌의 몸을 이루는 원자들의 의지(?)는 오히려 자연스럽다’. 죽지 않으려는 우리가, 살기 위해 애쓰는 우리의 행동이 오히려 자연스럽지 않다. ‘자연적이다. 우주의 작동 원리에 반한다. <엔드 오브 타임>의 첫 문장 그대로다. 모든 생명은 때가 되면 죽는다. (19)

 


온 우주 속에 생명이라는 현상, 생명체라는 존재가 그렇게 희귀한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렇게 살아 있다. 그 특별한 상태를 지속하기 위한 노력, 그런 노력이 내게는 항상 신비롭다. 밥을 먹고 힘을 내고, 다시 먹는 그런 행위들이.

 


너무 슬퍼하지 마, 호상이잖아라는 말의 허전함. ‘이제 그만 돌아가셔야지라는 말의 서늘함. ‘너무 오래 살아도 좋은 거 없어라는 말의 공허함. 삶을 지속하려는 의지를 꺾는 말들, 죽음을 받아들이라는 그런 말들은 너도, 너도 죽어야 하는 존재야라는 말로 들린다. 언젠가 죽을 운명이라는 걸 알지만, 죽음에 대한 이런 요구와 재촉은 그것이 나에 대한 것이 아니더라도, 불편하다. 쓸쓸하고 허전하다. 피할 수 없는 죽음과 죽음이 찾아오기 전의 그 지루한 시간에 대해 앞으로도 계속 생각해 보고 싶다. 필멸의 운명임을 알고, 사후세계에 대해 긍정하고, 다른 세계에 속한다고 믿는 내게, 가장 궁금한 문제는 바로 죽음과 죽음 이후의 삶이니까.

 


 

윌의 죽음이 서글펐던 좀 더 개인적인 이유는, 윌이 샘이었기 때문이다. 윌을 연기한 샘 클라플린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이 더했다. 하릴없이 핸드폰을 들고 있을 때, 윌의 사진을 몇 개 모았다. 핸드폰 많이 하는 나 자신이 싫어서 샘의 사진을 모으다 그렇게 되었다고 변명하려고, 굳이 여기에 다운받았던 사진 몇 개를 올려본다. 그의 대표작이나 의미 있는 영화들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이다. <나의 사촌 레이첼> <러브, 로즈>에서의 샘을, 나는 사랑한다.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에서는 키스했는데 백설공주 못 구한 어벙한 왕자님으로 나왔고(다행히 아직 못 봤음), <에놀라 홈즈>에서는 못 알아볼 외모로 '변신'했는데 나는 목소리 듣고 단박에 알아봤다.


 

1. 스노우화이트 앤 더 헌츠맨 (2012)

2. 헝거게임 : 더 파이널 캣칭 파이어 (2013)

3. 러브, 로지 (2014)

4. 미 비포 유 (2016)

5. 나의 사촌 레이첼 (2017)

6. 에놀라 홈즈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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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2-12-05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 단발님 에놀라 홈즈에서 샘이 누구로 나왔나요???????

단발머리 2022-12-05 21:12   좋아요 0 | URL
큰오빠지요 ㅋㅋㅋㅋㅋ 슈퍼맨이 셜록 홈즈구요, 둘째오빠에요.
샘은 어디있나요? 🤔🤔🤔

수이 2022-12-05 21:19   좋아요 0 | URL
🫠🫠🫠🫠🫠🫠🫠🫠🫠🫠

단발머리 2022-12-05 21:22   좋아요 0 | URL
😜😜😜😜😜😜😜😜😜😜

다락방 2022-12-05 21:34   좋아요 0 | URL
비타 님, 몰랐구나요!! ㅋㅌ 전 에놀라 큰오빠 보고 오, 당신, 설마 샘?? 😱😱😱 이러고 깜놀했어요 ㅋㅋㅋㅋㅋ

수이 2022-12-06 07:33   좋아요 0 | URL
저는 정말 전혀 몰랐어요, 아 저 재수탱이 큰오빠 같으니라고 라고 욕을 했는데 그가 우리의 샘이였다니;;;;;;

책읽는나무 2022-12-05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헝거게임에서도 나왔었어요???
유일하게 본 영화인데...누구로 나왔는지 모르겠는데 혹시 단발님!! 헝거게임에선 누구로 나왔나요?ㅋㅋㅋ
강력한 우승 후보?? 아..모르겠다ㅋㅋ
에놀라 홈즈 볼까, 말까 많이 망설였는데..봐야겠네요.
여주가 기묘한 이야기? 거기서 연기 진짜 잘하던데, 어느새 아가씨가 되어 짜잔~ 여주가 되어 나타나 깜놀했어요^^

단발머리 2022-12-05 22:14   좋아요 0 | URL
헝거게임에서는 피닉 오데어역을 맡았다고 하네요. 저도 헝거게임 1은 반 정도 봤는데 전혀 기억나지 않습니다 ㅋㅋㅋ
에놀라 홈즈 저는 재미있게 봤어요.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지만 나름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다락방 2022-12-05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1,3, 4, 6 봤는데 저기.. 2번 포스터.. 가 샘입니까? 😱
그리고 제일 처음 긴 머리 샘은 좀..
샘은 윌이 찰떡인 것 같아요.

단발머리 2022-12-05 22:16   좋아요 0 | URL
2번 포스터에 잘생김 초과되었네요 ㅋㅋㅋㅋㅋㅋㅋ 왜 놀라시고 그러세요?
1번의 왕자님은 장발이네요. 저 영화 보고 싶어요. 어째 왕자님보다 헌츠맨 좋아하게 됐는지 궁금해서요.
저는 <나의 사촌 레이첼>의 필립도 좋았어요. 추천합니다^^

유부만두 2022-12-06 0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사촌 레이철이랑 에놀라 홈즈 둘만 봤는데 같은 배우였는지는 몰랐어요. 홈즈에선 디게 느끼하게 나오고 레이첼에선 애송이로 나오니까요. 레이첼 영화 보면서 늙은 엄마 모드 발동해서 ‘아이고 이것아, 홀리지 마러!!!‘ 라고 외쳤지만 그렇게 인생 망치고 (또 안 망치고) 말 안듣는 게 사람 아니겠습니까. 미 비포 유는 소설을 들었다가 너무 오글거리는 분위기에 몇 쪽 못 읽고 덮었더랬어요.

단발머리 2022-12-06 14:52   좋아요 0 | URL
저는 나의 사촌 레이첼 보면서 필립이 막 파바박 홀리는게 좋더라구요. 나도 모르게 레이첼 쪽에 줄 선거 아닌가 하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미 비포 유는 저는 이번에 친구들이랑 같이 읽었는데 생각보다 다루는 주제가 묵직하더라구요.
유부만두님 선택을 못 받았다니 미 비포 유가 안 됐습니다^^

icaru 2022-12-06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 비포유 영화로 봤었는데, 영화보다는 책이 더 묵직할 것 같습니다. 저는 음 그 영화를 봤을 때 언터처블 1프로의 우정이라는 영화를 너무 좋게 봐서, 비슷한 설정의 이 영화가 뭐랄까! 주인공의 선택을 오롯이 이해했다고 하기는 힘든 정도였는데, 종종 이 영화 생각이 나더라고요. 왕좌의 게임 여주 때문이었나?ㅋ 아무튼 책으로도 보고 싶습니당 영화도 좋았어요. 음악 특히 좋았고...

단발머리 2022-12-07 13:36   좋아요 0 | URL
저는 icaru님 추천에 따라 언터처블 1프로의 우정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진짜 비슷한 설정이네요. 그 작품은 결말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미 비포 유에서는 보통의 소설적, 영화적 결말이 아니어서 그래서 전 처음에 좀 충격이었거든요. 결말을 알고 책을 읽기 시작해서요. 근데 사이사이 설득되고 안타깝다가도 속상하고 그러면서도 그런 결정이 이해되고 그러더라구요.
책이 훨씬 더 깊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거 같애요. 저도 베셀 별로라 하지만, 이 책은 정말 잘 쓰여진 책인 거 같애요. 여러모로 생각거리를 던져줍니다.
 
읽기
가야트리 차크라보르티 스피박 지음, 안준범 옮김 / 리시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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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학창 시절에 『제인 에어』를 여러 번 읽었어요. 이런 식으로 읽은 적은 전혀 없었지만요. 제가 (당시) 겪은 것은 미국의 메트로폴리스에 온 양심적인 교육 이주자에게 해당하는 전형적인 자전적 계기였어요. 이는 파농의 숭고한 불쾌에 비견할 만한 감정이지요. 그런 욕구 자체는 미국적 신조American Creed에 의해 생산되었고요. 인도에서 하인을 거느리는 자라면 누구든 제인 에어가 버사에게 한 짓을 똑같이 합니다. 이 한 편의 소설이 인도에 있는 우리를 계급 너머로 회심케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은 전적으로 비현실주의적이지요. 제가 텍스트에서 암시한 것은 우리가 샬럿 브론테를 인종주의자라 부를 수는 없다는 겁니다. - P96

활동가 영역에 발을 담그기 전에 저는 "특권을 버리고 다시 배우라"unlearn your privilege라고 썼어요. 여러분은 자신의 특권-이 대목에서는 문학에서 계급-생산적인 특권을 사용하면서 반전시켜야만 합니다. 사실 여러분이 특권을 버리고 다시 배울 수는 없어요. 그런데도 그런 시도에 계속해서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면 일종의 나르시시즘에 함몰되고 말아요. 여러분의 특권 사용이 봉건적이라 하더라도, 이는 봉건제 없는 봉건성이니, 역사는 우리에게 어떤 다른 선택도 남겨 두지 않았어요. 조심스럽게 나아가세요. - P100

마하스웨타와 브론테는 둘 다 타자를 동물로 변환시킨다는 문학적 토포스를 사용해요. 나중엔 타자와 동물을 파괴할 수 있지만요. 모종의 휴머니즘이지요. 『제인 에어」의 버사는 개와 같고, 타실다르Tahsildar는 어떤 동-물 A-N-I-M-A-L로 변신하지요. - P101

또한 우리는 서양과 서발턴이 이항 대립적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에드워드 사이드의 암시에도 불구하고 간디와 네루는 서발턴이 아니었어요. 실은 둘 다 오리엔탈리즘의 변종들을 사용해 자신을 ‘인도인‘으로 여겼지요. - P103

저는 우리가 스스로 준비해 이론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믿어요. 『그라마톨로지에 대하여』 해제를 썼을 때, 저는 학부에서도 대학원에서도 철학 수업을 들어 본 적이 없었어요. 저는 계몽된 주립 학교인 아주 관대한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었고, 학교에서는 제게 1년의 안식년을 주었지요. 저는 번역을 막 끝낸 이 책의 해제를 쓰려고 학교에 처박혔어요. 또한 동일한 유형의 이유로 이 나이 먹고도 일본어와 중국어를 배우지요. 이른바 아시아의 세기라고 하는 우리 시대에 문화 정치에 관해 작업하는이라면 의당 이러한 언어 메모리들을 입력할 줄 알아야 한다고 봐요. 이론가의 작업에서 언어적 실천은 대충 다루고 논증의 핵심만 간추려서는 안 됩니다. 이론을 읽는 건 그것을 하나의 1차 텍스트로 읽는 거예요. 도구화해 적용하려는 어떤 것으로 이론을읽는 게 아니에요. 그것 자체를 위해 읽는 것이지요. 그것은 우리의 정신적 비품의 일부가 됩니다. - P106

이런 주장은 마르크스에게도 적용되지요. 읽기의 여유를 누리는 제 강의에서 『자본』을 읽을 때는 마치 그것이 우리 책상에 막 놓인 새것인 양 읽어요. 우리가 그것을 쓰고있는 양 읽는다고 할 수도 있겠군요. 이론을 제대로 읽는건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이런 식으로 읽는 건 내면화하는것이지요. 이론화는 하나의 실천이에요. 우리 자신이 생각하는 방식이 변하지요. 그리하여 우리가 읽기를 행할 때 이론적 읽기의 모든 것이 우리의 읽기를 조직하기 시작하고요. 이는 우리가 그것을 적용하기 때문은 아니에요.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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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2-11-16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읽기에 나오는 문장들 인거죠?? 스피박 어떤 사람인거야 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너무 멋있다 ㅠㅠㅜ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

단발머리 2022-11-16 20:03   좋아요 0 | URL
이런 스타일 좋아하는구나, 쟝님!

이론을 읽는 건 그것을 하나의 1차 텍스트로 읽는 거에요. ---- 원서로 읽으라는 이야긴데 ㅋㅋ괜찮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11-16 18:3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그건 안돼요 ㅋㅋㅋㅋ 한국의 독서 생태계는 좋은 번역을 더 많이 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자 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11-16 19:09   좋아요 0 | URL
그것도 좋은 생각이기는 한데.... 쟝님! 스피박이 이렇게 말한 거에요. 알겠나요? 쟝님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11-16 20:0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박님 ㅋㅋㅋㅋ 😉ㅋㅋㅋ

공쟝쟝 2022-11-21 19:30   좋아요 0 | URL
나 이 책 사버렸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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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룰루 밀러는 자신의 삶을 뒤흔드는 혼돈 속에서 자기 손으로 스스로의 인생을 망쳐버린 뒤, 남겨진 삶을 어떻게 다시 복구할 것인지 고민하던 때에 다시 데이비드 스타 조던을 찾는다. 20대 초반에 그의 업적과 행동에 대해 들었을 때 오만한 어류 수집계의 이카로스처럼 느꼈던 것과 달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무한 전진하는 그에 대해 호기심을 느꼈다. 막막하고 암담한 자신의 상황을 헤쳐 나갈 의지를, 자신에 대해 가당치 않은 믿음의 표본을 그에게서 찾고 싶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 대한 기나긴 탐구는 그렇게 시작된다. 조던의 삶에서 불굴의 의지가 가능한 이유를 나는 이 문단에서 찾는다.

  


그리하여 1970년대부터 연구자들은 그것이 사실인지 확인해보기 위해 실험을 시작했다. 실제로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은 자신을 실제보다 더 매력적이고, 남들을 더 잘 도우며, 더 지적이고, (주사위를 던지거나 복권 번호를 뽑는 것 같은) 우연한 사건들을 가능한 정도보다 훨씬 더 잘 통제하는 사람으로 평가한다는 것이 꾸준히 확인됐다. 그 사람들은 과거를 돌아볼 때도 자기가 실패한 것보다 성공한 것들을 훨씬 더 쉽게 기억해냈다. 미래를 내다볼 때는 친구들이나 급우들보다 자신이 성공할 가능성을 훨씬 더 크게 잡았다. (138)

 


장밋빛 자기기만. 자신이 더 착하고 더 매력적이고 남들을 더 잘 도우며 더 지적이라고 믿는, 그렇게 믿는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더 건강한 사람들이다. 자신의 매력을 믿는 사람. 정확한 이유 혹은 근거를 댈 수 없지만, 불굴의 의지와 지칠 줄 모르는 열정, 그리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잔인함에서 나도 모르게 MB를 떠올린다. 낙천성의 방패와 자기 기만(202). 자기 확신의 결정체. 조던 그리고 MB.

 


그렇다면 데이비드 스타 조던을 통해 인생의 의미와 목적을 찾으려 했던 저자의 시도는 실패했던가. 그렇지 않다. 조던의 삶은 그녀의 더 근원적인 질문의 일부분일 뿐이다. 이 책의 진짜 질문은 무엇일까. 나는 일곱 살 룰루의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의 의미가 뭐예요?” 그녀의 아버지가 대답한다.

 


"의미는 없어. 신도 없어. 어떤 식으로든 너를 지켜보거나 보살펴주는 신적인 존재는 없어. 내세도, 운명도, 어떤 계획도 없어. 그리고 그런 게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믿지 마라. 그런 것들은 모두 사람들이 이 모든 게 아무 의미도 없고 자신도 의미가 없다는 무시무시한 감정에 맞서 자신을 달래기 위해 상상해낸 것일 뿐이니까. 진실은 이 모든 것도, 너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란다." (54)


 

인생의 의미에 대해, 삶과 죽음에 대해 우리는 대부분 모른 척하고 산다. 그런 삶을 받아들인다. 그것 외에도 우리 주변에는 골치 아픈 일들이 너무 많다. 카드값, 부모와의 갈등, 신경을 거스르는 직장 상사, 그리고 약해 빠진 몸. 잊어버린다. 잊어버리고 살려고 한다. 당장 오늘 할 일, 지금 바로 해야 할 일에 매여 산다. 그러다 어느 순간. 밤에, 혼자 깨어 있을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그렇게 산다. 우리 대부분은 그렇게 산다.

 

중세 시대를 살았던 유럽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의 선조들도 내세를 믿었다. 죽음 이후의 삶을 믿었다. 현재의 삶은 미래의 일부, 그것도 아주 적은 부분이라고 여겼다. 내세를 믿었던 과거의 사람들과는 달리 요즘에는 내세를 믿는 사람들이 훨씬 더 적다. 많은 사람이, 룰루의 아버지처럼 생각한다. 죽으면 모든 게 끝이다. 우리 인생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어서 태양이 지구를 돌고 있다고 믿었던 우리 인간은 우리가 속한 태양계, 우리 태양계가 속한 우리 은하계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변두리, 그것도 아주 구석이라는 걸 비교적 최근에서야 알았다. 무한의 우주 속에서 우리는 너무 미미한 존재다. 백 년을 살지 못하는 인간. 그 무한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우리는 먼지 같은, 딱 먼지 같은 존재이다.

 



룰루의 아버지는 신, 내세, 운명, 계획이 모두 겁 많은 사람들의 상상이라고 말한다. 『철학 vs 실천』에서 강신주가 옮긴 포이어바흐의 말과 같다. “그렇다면 신을 만든 자는 누구일까? 포이어바흐는 단호하게 답한다. 바로 인간이라고.”(107) 이 모든 것은 사람이 만들어낸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인간이 상상해 낸 것이다. 그렇게 믿는 사람들에게 이 세계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우리의 인생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들이 말하는 진실은 명확하다. 우리는, 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내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것이 올바른 판단이라면 그래도 사는 동안 삶은 의미 있다는 말은 모순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병문안을 온 사람들과 안부 전화에 대해 말해주자엄마가 말했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엄마는 마음속에 품고 있던 두려움을 거듭거듭 꺼내놓았다. (『아주 편안한 죽음』, 170)

 


내가 살아있을 때 존재했던 의미가 나의 죽음으로 인해 없어진다는 것인가. 어떤 사람들의 삶은 더 오랫동안, 더 많은 사람에게 기억될 수도 있다. 훌륭하고 특별한 일부 인간들의 사고와 행동과 말과 업적이 나름의 의미를 획득할 수 있겠지만, 100년 혹은 2,000년을 갈 수도 있겠지만, 결국 그것들은 모두 없어진다. 한편으로는, 이제 죽어버린 나는, 내가 만들었을지도 모를 의미의 존재 여부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존재했을지도 모를 그 어떤 의미는 없어진다, 나의 죽음과 같이.  

 



이건 논의와 설득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안다. 나는 한쪽 편에 치우쳐진 사람이다. 나는 내세를 믿고 십자가를 통한 구원을 믿고 예수를 통한 구속을 믿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런 내가, 내 믿음을 강제하지 않은 위치에서 다른 사람들을 보았을 때, 나는 사람들이 이 슬픔을, 이 무게를, 이 암담함을 어떻게 안고 사는지 모르겠다. 6월 초에는 큰외숙모가, 지난주에는 아빠의 오십년지기 친구분이 돌아가셨다. 영원한 이별. 이제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사람이 되어, 작은 단지에 담겨, 그리고 흙으로 돌아가는 삶. 우리의 삶은 결국 그렇게 끝나고 만다.

 

불멸을 원하는 건 진시황제와 일론 머스크만이 아니다. 일반인들은 돈이 없어서 하지 못할 뿐이다. 삶이 끝나는 걸 원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생명의 비밀을 풀지 못한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죽지 않는 것이다. 필멸의 인생이 원하는 불멸의 삶. 사람들이 건강에 미쳐있는 이유가 바로 그거다.  

 


저자의 답은 무얼까. 그녀의 답은 민들레다.

 

그리고 인간들, 우리도 분명 그럴 것이다. 별이나 무한의 관점, 완벽함에 대한 우생학적 비전의 관점에서는 한 사람의 생명이 중요하지 않아 보일지도 모른다. 금세 사라질 점 위의 점 위의 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무한히 많은 관점 중 단 하나의 관점일 뿐이다. 버지니아주 린치버그에 있는 한 아파트의 관점에서 보면, 바로 그 한 사람은 훨씬 더 많은 의미일 수 있다. 어머니를 대신해주는 존재, 웃음의 원천, 한 사람이 가장 어두운 세월에서 살아남게 해주는 근원. (227)


사랑에 빠질 때, 우리는 바로 그 사람을 사랑한다. 그 사람은 이 세상에 유일하고, 그리고 완벽하다. 그와 같은 학교를 나왔고, 그와 키가 똑같고, 그와 비슷한 취향의 사람을 대신사랑할 수 없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그 사람, 이 우주에 딱 한 사람, 바로 그 사람이다. 그와 같은사람이 아니라 바로 그 사람, 딱 그 사람뿐이다.

 




우리는 별에서 온 원자들이 우리 몸으로 모였다가 다시 흩어진다는 과학의 진실을 안다인간은 필멸이라도 인간을 구성하는 원자는 불멸임을 안다이 사실은 위안을 준다그러나 필멸의 생명이란원자들을 기계적으로 단순하게 조립한 장난감에 불과한 것이 아님도 안다그렇기에 우리는 우주 속 유구한 생명의 흐름은 지속될 것을 알고도 개체의 소멸을 애도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뉴턴의 아틀리에』, 134쪽)

 


나 같은 조합은, 이런 조합은 이 세상에 나 하나밖에 없다. 나를 좋아한다고 하면서 내게 대시하지 않았던 어떤 남자는 내게(간신히 모솔탈출해 막 연애를 시작한 내게) ‘너 같은 여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나 같은 여자는, 나 같은 조합은 이 세상에 나 하나뿐이다. 온 세상을 다 뒤져도 나 같은 사람은 나밖에 없다. 의미 없다는 말을,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 우주가 만들어진 이래 처음으로 만들어졌고 다시는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 분명한 나라는 조합이, 어떻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인가.

 

 

결국 싸움은 지어낸 말과 믿을 수 없는 말 사이에 있다. 단독자로 설 수 없어 신에게 자신의 영혼을 기대는 연약한 인간과 불안하지만 당당하게 일어서서 자신의 무의미함을 인정하는 자신감 넘치는 인간 사이에, 의미의 싸움이 존재한다. 의미는 어디에 있는가. 나는 연약한 인간 쪽이다.

 



 



하나님, 내 삶을 샅샅이 살피시고

모든 사실을 직접 알아보소서.

나는 주님 앞에 활짝 펼쳐진 책이니,

멀리서도 주께서는 내 생각을 다 아십니다.

주께서는 내가 떠날 때와 돌아올 때를 아시니,

내가 주님의 시야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내가 운을 떼기도 전에

주께서는 내가 하려는 말을 모두 아십니다.

내가 뒤돌아보아도 주님은 거기 계시고

앞을 내다보아도 주께서는 거기 계십니다.

어느 곳에 가든 주께서 함께하시니,

내 마음 든든합니다.

이 모든 것이 내게는 너무나 크고 놀라워

다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시편 139 1-6/메시지 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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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페미니즘 입문의 계기
    from 수하의 서재 2022-07-01 12:55 
    며칠 전 아이를 데리러 갔다. 차에 타자마자 "엄마 '회전목마' 라는 노래 틀어줘!" 라고 해서 찾았다. 이건 자이언티 목소리? 그런데 소코도모는 누구지? 멜로디가 단순하고 좋은데 신나면서도 어딘가 슬픈 느낌이 든다. 가사를 들으니 이거 초등 애들이 듣고 좋아할 노래가 아닌 것 같은데... 어제 퇴근길에 들으니 더 슬펐다. (찾아보니 작년에 유행했던 노래였다. 왜 난 들어본 적도 없고 소코도모 이름도 모르지...) 내가 슬플 때마다 이 노래가 찾아
  2. 삶의 내면성은 신의 초월성을 대체한다 (to. 단발머리 from. 독서괭)
    from 의미가 없다는 걸 확인하는 의미 2022-07-03 00:06 
    (중2주의) ㅋㅋㅋ난 내가 세상에 왜 존재하는 지 정말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뭐랄까… 이럴 때 가족이라는 제도는 참 유용한 것이… 그래도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살아야한다는 생각을 하긴 한다. 그것 말고는… 딱히 왜? 만약 죽음이 고통스럽지 않은 거고, 지금 당장 눈을 깜빡 하면 세상에서 아예 사라져 버릴 수 있어. 그건 되돌이킬 수도 없는 이후의 선택이 없는 없음이 되는 거야. 라고 하면. 역시 눈을 깜빡, 해버리고 싶다. 아픈 건 이제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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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07-02 11:02   좋아요 3 | URL
올렸습니다 ㅎㅎ

단발머리 2022-07-02 11:02   좋아요 2 | URL
👍🏼👍🏼👍🏼

공쟝쟝 2022-07-02 22:25   좋아요 2 | URL
단발님은 ㅋㅋㅋ 니체의 영원회기설을 원자 불멸과 연결해버리시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럴듯해요 그럴듯 하다구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 철학 모임하는 고급진 새우깡 기러기 ㅋㅋㅋㅋ 덕분에 니체씌의 사상을 좀 엿보았네요! 좋은 책 공유 감사합니다 ㅋㅋ

mini74 2022-07-08 1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겹치는 책이 세 권인데 낯설었던 그래서 더 좋았어요 ㅎㅎ 축하드립니다 단발머리님 *^^*

단발머리 2022-07-08 18:19   좋아요 1 | URL
에공! 미니님 댓글 감사합니다! 겹치는 책을 읽는 사람을 만나는게 얼마나 근사한 일인지 요즘 더 절실히 느끼고 있어요.
미니님이랑 세 권이나 겹치다니 저의 기쁨입니다!!

건수하 2022-07-08 2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도 2관왕! 축하드립니다 ^^

단발머리 2022-07-09 08:08   좋아요 1 | URL
수하님!! 감사해요! 모두 여러분들 댓글과 먼댓글 덕분입니다!!
어뜩해요 ㅋㅋㅋㅋㅋㅋㅋ 저 2관왕 머리띠라도 하나 제작할까 싶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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