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의 죽음, 안락사와 선택의 문제에 관하여
Me Before You : The international phenomenon from the bestselling author of Someone Else’s Shoes 2023 (Paperback)
Moyes, Jojo 지음 / Michael Joseph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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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에 다 읽은 책을 미루다 미루다 이제야 리뷰를 쓰겠다고 자리에 앉았다. 여기저기 부산하던 생각과 의문들은 모두 다 사라지고, 마쳤다는 결과만 덜그러니 남아있는 이 순간의 암담함.

 

 


책 전체를 보아 주인공 윌과 루이자를 제외하고 가장 입체적으로 그려진 사람은 루이자의 동생 트리나이다. 그다음, 한 쌍으로 대조되어 자세히 그려진 사람들이 윌의 어머니와 루이자의 어머니다.

 


안락사를 선택한 윌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자기 딸이 고용되었다는 걸 알게 된 루이자의 엄마는 크게 분노하는 동시에 윌의 엄마를 비난한다. 삶의 소중함을 모르는 윌이 불쌍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잘못된(?) 윌의 선택을 용인한 윌의 엄마를 매정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윌의 생존을 세상에서 가장 바라는 사람은 윌의 엄마다. 제일 괴로운 사람도 윌의 엄마이고, 그의 선택을 끝까지 말렸음에도 결국 아들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을 때 비난받는 사람도 윌의 엄마다. 그녀에게는 두 개의 선택지가 있다. 세상의 아우성에 응답할 것인가. 아들의 외침에 반응할 것인가. 그녀는 자신이 아니라, 아들을 선택한다. 그 삶이 자신의 것이 아닌, 아들의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내 목숨보다 더 소중한, 소중한 것처럼 느껴지는 내 아들의 삶을 포기하는 것. 그것이 그녀의 유일한 선택지다.

 



이 책을 읽고 윌의 입장과 주장, 그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나 역시도 윌의 선택에 반대하지만, 그의 그런선택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의 고통, 그의 외로움을 1도 덜어줄 수는 없는 외부인으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나는, 처음 이 소설을 시작했을 때처럼, 윌처럼 자기 삶을 끝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이어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다.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듯, 그림자처럼 작품 전체에 약한 채도로 등장하는 루이자의 할아버지가 잠시 언급된 것처럼, ‘그럼 노인들은 죽으란 말이냐?’는 의문이 내게는 가장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죽는다는 것, 그 평범하고 당연한 진리는 일상으로 바쁜 우리 현대인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현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간이라면 죽기 마련이지만, ‘죽어야만 하는 인간에 자신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불멸을 향한 인간의 끝없는 욕망, 노화에 대한 두려움과 혐오, 더 젊은 육체에 대한 광적인 집착. 건강검진, 성형수술, 건강식품, 무릎 수술, 각종 운동. 영생을 약속하는 이 세상의 모든 약초와 약품들. 핸드폰은 기한이 3년이고, 전자제품도 10년 정도 사용하는데 (냉장고와 텔레비전이 약속한 듯 정확히 9년 차에 고장 남), 70년을 사용한 몸 여기저기가 고장(?) 나는 일은 너무나 당연하지 않는가. 하지만, 사람들은 묻는다. , 왜 아픈 거지? 여기가 왜 아픈 건지 도대체 모르겠어. 나도 모르겠다.

 


생명은 우주에서 흔한 현상이 아니다. 원자는 분해되는 것이 모여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안정적이다. 생명체는 기묘한 방식으로 자신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생명은 열역학 제2법칙을 거슬린다. 서로를 지지할 힘이 없어지면, 느슨해지면 원자는 분해된다. , 죽고자 하는 윌의 의지, 윌의 몸을 이루는 원자들의 의지(?)는 오히려 자연스럽다’. 죽지 않으려는 우리가, 살기 위해 애쓰는 우리의 행동이 오히려 자연스럽지 않다. ‘자연적이다. 우주의 작동 원리에 반한다. <엔드 오브 타임>의 첫 문장 그대로다. 모든 생명은 때가 되면 죽는다. (19)

 


온 우주 속에 생명이라는 현상, 생명체라는 존재가 그렇게 희귀한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렇게 살아 있다. 그 특별한 상태를 지속하기 위한 노력, 그런 노력이 내게는 항상 신비롭다. 밥을 먹고 힘을 내고, 다시 먹는 그런 행위들이.

 


너무 슬퍼하지 마, 호상이잖아라는 말의 허전함. ‘이제 그만 돌아가셔야지라는 말의 서늘함. ‘너무 오래 살아도 좋은 거 없어라는 말의 공허함. 삶을 지속하려는 의지를 꺾는 말들, 죽음을 받아들이라는 그런 말들은 너도, 너도 죽어야 하는 존재야라는 말로 들린다. 언젠가 죽을 운명이라는 걸 알지만, 죽음에 대한 이런 요구와 재촉은 그것이 나에 대한 것이 아니더라도, 불편하다. 쓸쓸하고 허전하다. 피할 수 없는 죽음과 죽음이 찾아오기 전의 그 지루한 시간에 대해 앞으로도 계속 생각해 보고 싶다. 필멸의 운명임을 알고, 사후세계에 대해 긍정하고, 다른 세계에 속한다고 믿는 내게, 가장 궁금한 문제는 바로 죽음과 죽음 이후의 삶이니까.

 


 

윌의 죽음이 서글펐던 좀 더 개인적인 이유는, 윌이 샘이었기 때문이다. 윌을 연기한 샘 클라플린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이 더했다. 하릴없이 핸드폰을 들고 있을 때, 윌의 사진을 몇 개 모았다. 핸드폰 많이 하는 나 자신이 싫어서 샘의 사진을 모으다 그렇게 되었다고 변명하려고, 굳이 여기에 다운받았던 사진 몇 개를 올려본다. 그의 대표작이나 의미 있는 영화들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이다. <나의 사촌 레이첼> <러브, 로즈>에서의 샘을, 나는 사랑한다.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에서는 키스했는데 백설공주 못 구한 어벙한 왕자님으로 나왔고(다행히 아직 못 봤음), <에놀라 홈즈>에서는 못 알아볼 외모로 '변신'했는데 나는 목소리 듣고 단박에 알아봤다.


 

1. 스노우화이트 앤 더 헌츠맨 (2012)

2. 헝거게임 : 더 파이널 캣칭 파이어 (2013)

3. 러브, 로지 (2014)

4. 미 비포 유 (2016)

5. 나의 사촌 레이첼 (2017)

6. 에놀라 홈즈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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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2-12-05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 단발님 에놀라 홈즈에서 샘이 누구로 나왔나요???????

단발머리 2022-12-05 21:12   좋아요 0 | URL
큰오빠지요 ㅋㅋㅋㅋㅋ 슈퍼맨이 셜록 홈즈구요, 둘째오빠에요.
샘은 어디있나요? 🤔🤔🤔

수이 2022-12-05 21:19   좋아요 0 | URL
🫠🫠🫠🫠🫠🫠🫠🫠🫠🫠

단발머리 2022-12-05 21:22   좋아요 0 | URL
😜😜😜😜😜😜😜😜😜😜

다락방 2022-12-05 21:34   좋아요 0 | URL
비타 님, 몰랐구나요!! ㅋㅌ 전 에놀라 큰오빠 보고 오, 당신, 설마 샘?? 😱😱😱 이러고 깜놀했어요 ㅋㅋㅋㅋㅋ

수이 2022-12-06 07:33   좋아요 0 | URL
저는 정말 전혀 몰랐어요, 아 저 재수탱이 큰오빠 같으니라고 라고 욕을 했는데 그가 우리의 샘이였다니;;;;;;

책읽는나무 2022-12-05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헝거게임에서도 나왔었어요???
유일하게 본 영화인데...누구로 나왔는지 모르겠는데 혹시 단발님!! 헝거게임에선 누구로 나왔나요?ㅋㅋㅋ
강력한 우승 후보?? 아..모르겠다ㅋㅋ
에놀라 홈즈 볼까, 말까 많이 망설였는데..봐야겠네요.
여주가 기묘한 이야기? 거기서 연기 진짜 잘하던데, 어느새 아가씨가 되어 짜잔~ 여주가 되어 나타나 깜놀했어요^^

단발머리 2022-12-05 22:14   좋아요 0 | URL
헝거게임에서는 피닉 오데어역을 맡았다고 하네요. 저도 헝거게임 1은 반 정도 봤는데 전혀 기억나지 않습니다 ㅋㅋㅋ
에놀라 홈즈 저는 재미있게 봤어요.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지만 나름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다락방 2022-12-05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1,3, 4, 6 봤는데 저기.. 2번 포스터.. 가 샘입니까? 😱
그리고 제일 처음 긴 머리 샘은 좀..
샘은 윌이 찰떡인 것 같아요.

단발머리 2022-12-05 22:16   좋아요 0 | URL
2번 포스터에 잘생김 초과되었네요 ㅋㅋㅋㅋㅋㅋㅋ 왜 놀라시고 그러세요?
1번의 왕자님은 장발이네요. 저 영화 보고 싶어요. 어째 왕자님보다 헌츠맨 좋아하게 됐는지 궁금해서요.
저는 <나의 사촌 레이첼>의 필립도 좋았어요. 추천합니다^^

유부만두 2022-12-06 0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사촌 레이철이랑 에놀라 홈즈 둘만 봤는데 같은 배우였는지는 몰랐어요. 홈즈에선 디게 느끼하게 나오고 레이첼에선 애송이로 나오니까요. 레이첼 영화 보면서 늙은 엄마 모드 발동해서 ‘아이고 이것아, 홀리지 마러!!!‘ 라고 외쳤지만 그렇게 인생 망치고 (또 안 망치고) 말 안듣는 게 사람 아니겠습니까. 미 비포 유는 소설을 들었다가 너무 오글거리는 분위기에 몇 쪽 못 읽고 덮었더랬어요.

단발머리 2022-12-06 14:52   좋아요 0 | URL
저는 나의 사촌 레이첼 보면서 필립이 막 파바박 홀리는게 좋더라구요. 나도 모르게 레이첼 쪽에 줄 선거 아닌가 하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미 비포 유는 저는 이번에 친구들이랑 같이 읽었는데 생각보다 다루는 주제가 묵직하더라구요.
유부만두님 선택을 못 받았다니 미 비포 유가 안 됐습니다^^

icaru 2022-12-06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 비포유 영화로 봤었는데, 영화보다는 책이 더 묵직할 것 같습니다. 저는 음 그 영화를 봤을 때 언터처블 1프로의 우정이라는 영화를 너무 좋게 봐서, 비슷한 설정의 이 영화가 뭐랄까! 주인공의 선택을 오롯이 이해했다고 하기는 힘든 정도였는데, 종종 이 영화 생각이 나더라고요. 왕좌의 게임 여주 때문이었나?ㅋ 아무튼 책으로도 보고 싶습니당 영화도 좋았어요. 음악 특히 좋았고...

단발머리 2022-12-07 13:36   좋아요 0 | URL
저는 icaru님 추천에 따라 언터처블 1프로의 우정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진짜 비슷한 설정이네요. 그 작품은 결말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미 비포 유에서는 보통의 소설적, 영화적 결말이 아니어서 그래서 전 처음에 좀 충격이었거든요. 결말을 알고 책을 읽기 시작해서요. 근데 사이사이 설득되고 안타깝다가도 속상하고 그러면서도 그런 결정이 이해되고 그러더라구요.
책이 훨씬 더 깊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거 같애요. 저도 베셀 별로라 하지만, 이 책은 정말 잘 쓰여진 책인 거 같애요. 여러모로 생각거리를 던져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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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트리 차크라보르티 스피박 지음, 안준범 옮김 / 리시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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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학창 시절에 『제인 에어』를 여러 번 읽었어요. 이런 식으로 읽은 적은 전혀 없었지만요. 제가 (당시) 겪은 것은 미국의 메트로폴리스에 온 양심적인 교육 이주자에게 해당하는 전형적인 자전적 계기였어요. 이는 파농의 숭고한 불쾌에 비견할 만한 감정이지요. 그런 욕구 자체는 미국적 신조American Creed에 의해 생산되었고요. 인도에서 하인을 거느리는 자라면 누구든 제인 에어가 버사에게 한 짓을 똑같이 합니다. 이 한 편의 소설이 인도에 있는 우리를 계급 너머로 회심케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은 전적으로 비현실주의적이지요. 제가 텍스트에서 암시한 것은 우리가 샬럿 브론테를 인종주의자라 부를 수는 없다는 겁니다. - P96

활동가 영역에 발을 담그기 전에 저는 "특권을 버리고 다시 배우라"unlearn your privilege라고 썼어요. 여러분은 자신의 특권-이 대목에서는 문학에서 계급-생산적인 특권을 사용하면서 반전시켜야만 합니다. 사실 여러분이 특권을 버리고 다시 배울 수는 없어요. 그런데도 그런 시도에 계속해서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면 일종의 나르시시즘에 함몰되고 말아요. 여러분의 특권 사용이 봉건적이라 하더라도, 이는 봉건제 없는 봉건성이니, 역사는 우리에게 어떤 다른 선택도 남겨 두지 않았어요. 조심스럽게 나아가세요. - P100

마하스웨타와 브론테는 둘 다 타자를 동물로 변환시킨다는 문학적 토포스를 사용해요. 나중엔 타자와 동물을 파괴할 수 있지만요. 모종의 휴머니즘이지요. 『제인 에어」의 버사는 개와 같고, 타실다르Tahsildar는 어떤 동-물 A-N-I-M-A-L로 변신하지요. - P101

또한 우리는 서양과 서발턴이 이항 대립적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에드워드 사이드의 암시에도 불구하고 간디와 네루는 서발턴이 아니었어요. 실은 둘 다 오리엔탈리즘의 변종들을 사용해 자신을 ‘인도인‘으로 여겼지요. - P103

저는 우리가 스스로 준비해 이론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믿어요. 『그라마톨로지에 대하여』 해제를 썼을 때, 저는 학부에서도 대학원에서도 철학 수업을 들어 본 적이 없었어요. 저는 계몽된 주립 학교인 아주 관대한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었고, 학교에서는 제게 1년의 안식년을 주었지요. 저는 번역을 막 끝낸 이 책의 해제를 쓰려고 학교에 처박혔어요. 또한 동일한 유형의 이유로 이 나이 먹고도 일본어와 중국어를 배우지요. 이른바 아시아의 세기라고 하는 우리 시대에 문화 정치에 관해 작업하는이라면 의당 이러한 언어 메모리들을 입력할 줄 알아야 한다고 봐요. 이론가의 작업에서 언어적 실천은 대충 다루고 논증의 핵심만 간추려서는 안 됩니다. 이론을 읽는 건 그것을 하나의 1차 텍스트로 읽는 거예요. 도구화해 적용하려는 어떤 것으로 이론을읽는 게 아니에요. 그것 자체를 위해 읽는 것이지요. 그것은 우리의 정신적 비품의 일부가 됩니다. - P106

이런 주장은 마르크스에게도 적용되지요. 읽기의 여유를 누리는 제 강의에서 『자본』을 읽을 때는 마치 그것이 우리 책상에 막 놓인 새것인 양 읽어요. 우리가 그것을 쓰고있는 양 읽는다고 할 수도 있겠군요. 이론을 제대로 읽는건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이런 식으로 읽는 건 내면화하는것이지요. 이론화는 하나의 실천이에요. 우리 자신이 생각하는 방식이 변하지요. 그리하여 우리가 읽기를 행할 때 이론적 읽기의 모든 것이 우리의 읽기를 조직하기 시작하고요. 이는 우리가 그것을 적용하기 때문은 아니에요.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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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2-11-16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읽기에 나오는 문장들 인거죠?? 스피박 어떤 사람인거야 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너무 멋있다 ㅠㅠㅜ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

단발머리 2022-11-16 20:03   좋아요 0 | URL
이런 스타일 좋아하는구나, 쟝님!

이론을 읽는 건 그것을 하나의 1차 텍스트로 읽는 거에요. ---- 원서로 읽으라는 이야긴데 ㅋㅋ괜찮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11-16 18:3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그건 안돼요 ㅋㅋㅋㅋ 한국의 독서 생태계는 좋은 번역을 더 많이 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자 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11-16 19:09   좋아요 0 | URL
그것도 좋은 생각이기는 한데.... 쟝님! 스피박이 이렇게 말한 거에요. 알겠나요? 쟝님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11-16 20:0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박님 ㅋㅋㅋㅋ 😉ㅋㅋㅋ

공쟝쟝 2022-11-21 19:30   좋아요 0 | URL
나 이 책 사버렸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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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룰루 밀러는 자신의 삶을 뒤흔드는 혼돈 속에서 자기 손으로 스스로의 인생을 망쳐버린 뒤, 남겨진 삶을 어떻게 다시 복구할 것인지 고민하던 때에 다시 데이비드 스타 조던을 찾는다. 20대 초반에 그의 업적과 행동에 대해 들었을 때 오만한 어류 수집계의 이카로스처럼 느꼈던 것과 달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무한 전진하는 그에 대해 호기심을 느꼈다. 막막하고 암담한 자신의 상황을 헤쳐 나갈 의지를, 자신에 대해 가당치 않은 믿음의 표본을 그에게서 찾고 싶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 대한 기나긴 탐구는 그렇게 시작된다. 조던의 삶에서 불굴의 의지가 가능한 이유를 나는 이 문단에서 찾는다.

  


그리하여 1970년대부터 연구자들은 그것이 사실인지 확인해보기 위해 실험을 시작했다. 실제로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은 자신을 실제보다 더 매력적이고, 남들을 더 잘 도우며, 더 지적이고, (주사위를 던지거나 복권 번호를 뽑는 것 같은) 우연한 사건들을 가능한 정도보다 훨씬 더 잘 통제하는 사람으로 평가한다는 것이 꾸준히 확인됐다. 그 사람들은 과거를 돌아볼 때도 자기가 실패한 것보다 성공한 것들을 훨씬 더 쉽게 기억해냈다. 미래를 내다볼 때는 친구들이나 급우들보다 자신이 성공할 가능성을 훨씬 더 크게 잡았다. (138)

 


장밋빛 자기기만. 자신이 더 착하고 더 매력적이고 남들을 더 잘 도우며 더 지적이라고 믿는, 그렇게 믿는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더 건강한 사람들이다. 자신의 매력을 믿는 사람. 정확한 이유 혹은 근거를 댈 수 없지만, 불굴의 의지와 지칠 줄 모르는 열정, 그리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잔인함에서 나도 모르게 MB를 떠올린다. 낙천성의 방패와 자기 기만(202). 자기 확신의 결정체. 조던 그리고 MB.

 


그렇다면 데이비드 스타 조던을 통해 인생의 의미와 목적을 찾으려 했던 저자의 시도는 실패했던가. 그렇지 않다. 조던의 삶은 그녀의 더 근원적인 질문의 일부분일 뿐이다. 이 책의 진짜 질문은 무엇일까. 나는 일곱 살 룰루의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의 의미가 뭐예요?” 그녀의 아버지가 대답한다.

 


"의미는 없어. 신도 없어. 어떤 식으로든 너를 지켜보거나 보살펴주는 신적인 존재는 없어. 내세도, 운명도, 어떤 계획도 없어. 그리고 그런 게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믿지 마라. 그런 것들은 모두 사람들이 이 모든 게 아무 의미도 없고 자신도 의미가 없다는 무시무시한 감정에 맞서 자신을 달래기 위해 상상해낸 것일 뿐이니까. 진실은 이 모든 것도, 너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란다." (54)


 

인생의 의미에 대해, 삶과 죽음에 대해 우리는 대부분 모른 척하고 산다. 그런 삶을 받아들인다. 그것 외에도 우리 주변에는 골치 아픈 일들이 너무 많다. 카드값, 부모와의 갈등, 신경을 거스르는 직장 상사, 그리고 약해 빠진 몸. 잊어버린다. 잊어버리고 살려고 한다. 당장 오늘 할 일, 지금 바로 해야 할 일에 매여 산다. 그러다 어느 순간. 밤에, 혼자 깨어 있을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그렇게 산다. 우리 대부분은 그렇게 산다.

 

중세 시대를 살았던 유럽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의 선조들도 내세를 믿었다. 죽음 이후의 삶을 믿었다. 현재의 삶은 미래의 일부, 그것도 아주 적은 부분이라고 여겼다. 내세를 믿었던 과거의 사람들과는 달리 요즘에는 내세를 믿는 사람들이 훨씬 더 적다. 많은 사람이, 룰루의 아버지처럼 생각한다. 죽으면 모든 게 끝이다. 우리 인생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어서 태양이 지구를 돌고 있다고 믿었던 우리 인간은 우리가 속한 태양계, 우리 태양계가 속한 우리 은하계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변두리, 그것도 아주 구석이라는 걸 비교적 최근에서야 알았다. 무한의 우주 속에서 우리는 너무 미미한 존재다. 백 년을 살지 못하는 인간. 그 무한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우리는 먼지 같은, 딱 먼지 같은 존재이다.

 



룰루의 아버지는 신, 내세, 운명, 계획이 모두 겁 많은 사람들의 상상이라고 말한다. 『철학 vs 실천』에서 강신주가 옮긴 포이어바흐의 말과 같다. “그렇다면 신을 만든 자는 누구일까? 포이어바흐는 단호하게 답한다. 바로 인간이라고.”(107) 이 모든 것은 사람이 만들어낸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인간이 상상해 낸 것이다. 그렇게 믿는 사람들에게 이 세계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우리의 인생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들이 말하는 진실은 명확하다. 우리는, 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내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것이 올바른 판단이라면 그래도 사는 동안 삶은 의미 있다는 말은 모순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병문안을 온 사람들과 안부 전화에 대해 말해주자엄마가 말했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엄마는 마음속에 품고 있던 두려움을 거듭거듭 꺼내놓았다. (『아주 편안한 죽음』, 170)

 


내가 살아있을 때 존재했던 의미가 나의 죽음으로 인해 없어진다는 것인가. 어떤 사람들의 삶은 더 오랫동안, 더 많은 사람에게 기억될 수도 있다. 훌륭하고 특별한 일부 인간들의 사고와 행동과 말과 업적이 나름의 의미를 획득할 수 있겠지만, 100년 혹은 2,000년을 갈 수도 있겠지만, 결국 그것들은 모두 없어진다. 한편으로는, 이제 죽어버린 나는, 내가 만들었을지도 모를 의미의 존재 여부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존재했을지도 모를 그 어떤 의미는 없어진다, 나의 죽음과 같이.  

 



이건 논의와 설득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안다. 나는 한쪽 편에 치우쳐진 사람이다. 나는 내세를 믿고 십자가를 통한 구원을 믿고 예수를 통한 구속을 믿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런 내가, 내 믿음을 강제하지 않은 위치에서 다른 사람들을 보았을 때, 나는 사람들이 이 슬픔을, 이 무게를, 이 암담함을 어떻게 안고 사는지 모르겠다. 6월 초에는 큰외숙모가, 지난주에는 아빠의 오십년지기 친구분이 돌아가셨다. 영원한 이별. 이제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사람이 되어, 작은 단지에 담겨, 그리고 흙으로 돌아가는 삶. 우리의 삶은 결국 그렇게 끝나고 만다.

 

불멸을 원하는 건 진시황제와 일론 머스크만이 아니다. 일반인들은 돈이 없어서 하지 못할 뿐이다. 삶이 끝나는 걸 원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생명의 비밀을 풀지 못한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죽지 않는 것이다. 필멸의 인생이 원하는 불멸의 삶. 사람들이 건강에 미쳐있는 이유가 바로 그거다.  

 


저자의 답은 무얼까. 그녀의 답은 민들레다.

 

그리고 인간들, 우리도 분명 그럴 것이다. 별이나 무한의 관점, 완벽함에 대한 우생학적 비전의 관점에서는 한 사람의 생명이 중요하지 않아 보일지도 모른다. 금세 사라질 점 위의 점 위의 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무한히 많은 관점 중 단 하나의 관점일 뿐이다. 버지니아주 린치버그에 있는 한 아파트의 관점에서 보면, 바로 그 한 사람은 훨씬 더 많은 의미일 수 있다. 어머니를 대신해주는 존재, 웃음의 원천, 한 사람이 가장 어두운 세월에서 살아남게 해주는 근원. (227)


사랑에 빠질 때, 우리는 바로 그 사람을 사랑한다. 그 사람은 이 세상에 유일하고, 그리고 완벽하다. 그와 같은 학교를 나왔고, 그와 키가 똑같고, 그와 비슷한 취향의 사람을 대신사랑할 수 없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그 사람, 이 우주에 딱 한 사람, 바로 그 사람이다. 그와 같은사람이 아니라 바로 그 사람, 딱 그 사람뿐이다.

 




우리는 별에서 온 원자들이 우리 몸으로 모였다가 다시 흩어진다는 과학의 진실을 안다인간은 필멸이라도 인간을 구성하는 원자는 불멸임을 안다이 사실은 위안을 준다그러나 필멸의 생명이란원자들을 기계적으로 단순하게 조립한 장난감에 불과한 것이 아님도 안다그렇기에 우리는 우주 속 유구한 생명의 흐름은 지속될 것을 알고도 개체의 소멸을 애도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뉴턴의 아틀리에』, 134쪽)

 


나 같은 조합은, 이런 조합은 이 세상에 나 하나밖에 없다. 나를 좋아한다고 하면서 내게 대시하지 않았던 어떤 남자는 내게(간신히 모솔탈출해 막 연애를 시작한 내게) ‘너 같은 여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나 같은 여자는, 나 같은 조합은 이 세상에 나 하나뿐이다. 온 세상을 다 뒤져도 나 같은 사람은 나밖에 없다. 의미 없다는 말을,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 우주가 만들어진 이래 처음으로 만들어졌고 다시는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 분명한 나라는 조합이, 어떻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인가.

 

 

결국 싸움은 지어낸 말과 믿을 수 없는 말 사이에 있다. 단독자로 설 수 없어 신에게 자신의 영혼을 기대는 연약한 인간과 불안하지만 당당하게 일어서서 자신의 무의미함을 인정하는 자신감 넘치는 인간 사이에, 의미의 싸움이 존재한다. 의미는 어디에 있는가. 나는 연약한 인간 쪽이다.

 



 



하나님, 내 삶을 샅샅이 살피시고

모든 사실을 직접 알아보소서.

나는 주님 앞에 활짝 펼쳐진 책이니,

멀리서도 주께서는 내 생각을 다 아십니다.

주께서는 내가 떠날 때와 돌아올 때를 아시니,

내가 주님의 시야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내가 운을 떼기도 전에

주께서는 내가 하려는 말을 모두 아십니다.

내가 뒤돌아보아도 주님은 거기 계시고

앞을 내다보아도 주께서는 거기 계십니다.

어느 곳에 가든 주께서 함께하시니,

내 마음 든든합니다.

이 모든 것이 내게는 너무나 크고 놀라워

다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시편 139 1-6/메시지 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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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페미니즘 입문의 계기
    from 수하의 서재 2022-07-01 12:55 
    며칠 전 아이를 데리러 갔다. 차에 타자마자 "엄마 '회전목마' 라는 노래 틀어줘!" 라고 해서 찾았다. 이건 자이언티 목소리? 그런데 소코도모는 누구지? 멜로디가 단순하고 좋은데 신나면서도 어딘가 슬픈 느낌이 든다. 가사를 들으니 이거 초등 애들이 듣고 좋아할 노래가 아닌 것 같은데... 어제 퇴근길에 들으니 더 슬펐다. (찾아보니 작년에 유행했던 노래였다. 왜 난 들어본 적도 없고 소코도모 이름도 모르지...) 내가 슬플 때마다 이 노래가 찾아
  2. 삶의 내면성은 신의 초월성을 대체한다 (to. 단발머리 from. 독서괭)
    from 의미가 없다는 걸 확인하는 의미 2022-07-03 00:06 
    (중2주의) ㅋㅋㅋ난 내가 세상에 왜 존재하는 지 정말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뭐랄까… 이럴 때 가족이라는 제도는 참 유용한 것이… 그래도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살아야한다는 생각을 하긴 한다. 그것 말고는… 딱히 왜? 만약 죽음이 고통스럽지 않은 거고, 지금 당장 눈을 깜빡 하면 세상에서 아예 사라져 버릴 수 있어. 그건 되돌이킬 수도 없는 이후의 선택이 없는 없음이 되는 거야. 라고 하면. 역시 눈을 깜빡, 해버리고 싶다. 아픈 건 이제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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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07-02 11:02   좋아요 3 | URL
올렸습니다 ㅎㅎ

단발머리 2022-07-02 11:02   좋아요 2 | URL
👍🏼👍🏼👍🏼

공쟝쟝 2022-07-02 22:25   좋아요 2 | URL
단발님은 ㅋㅋㅋ 니체의 영원회기설을 원자 불멸과 연결해버리시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럴듯해요 그럴듯 하다구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 철학 모임하는 고급진 새우깡 기러기 ㅋㅋㅋㅋ 덕분에 니체씌의 사상을 좀 엿보았네요! 좋은 책 공유 감사합니다 ㅋㅋ

mini74 2022-07-08 1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겹치는 책이 세 권인데 낯설었던 그래서 더 좋았어요 ㅎㅎ 축하드립니다 단발머리님 *^^*

단발머리 2022-07-08 18:19   좋아요 1 | URL
에공! 미니님 댓글 감사합니다! 겹치는 책을 읽는 사람을 만나는게 얼마나 근사한 일인지 요즘 더 절실히 느끼고 있어요.
미니님이랑 세 권이나 겹치다니 저의 기쁨입니다!!

건수하 2022-07-08 2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도 2관왕! 축하드립니다 ^^

단발머리 2022-07-09 08:08   좋아요 1 | URL
수하님!! 감사해요! 모두 여러분들 댓글과 먼댓글 덕분입니다!!
어뜩해요 ㅋㅋㅋㅋㅋㅋㅋ 저 2관왕 머리띠라도 하나 제작할까 싶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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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한 위험 - 글쓰기에 대하여 철학의 정원 40
미셸 푸코 지음, 허경 옮김 / 그린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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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내게는 거부되어 있었기 때문에 나는 글쓰기의 즐거움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말하기의 즐거움과 말하기의 가능성 사이에는, 어떤 양립 불가능성의 관계가 존재합니다. 말하기가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은 곳에서, 우리는 글쓰기라는 비밀스럽고 어려우며 조금은 위험한 매력을 발견하게 됩니다. - P19

오히려 글쓰기는 내게 전적으로 가벼운 것이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잘난 체하는 일이었습니다. 이제 나는 글쓰기에 대한 이러한 경시 속에서 표현되었던 것이 내 유년시절의 가치체계는 아닌지 스스로 묻곤 합니다. 나는 의사 집안, 그러니까ㅡ반쯤은 잠들어 있는 작은마을에 비하면 물론 상대적으로 적응된, 또는 사람들이 말하듯, 진보적인 - 의사 집안 중 하나에 속해있습니다. 물론 의사 집안이란 일반적으로, 특히 지방의 경우에는 더욱 더, 깊이 보수적인 것으로 머물러 있다는 점은 변함이 없지만요. 이러한 환경은 여전히 19세기에 속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지방에 존재하는 의학적 환경에 대한 사회학적 연구는 아마도 매우 흥미로운 주제가 될 것입니다. 이 경우, 우리는 의학, 보다 정확히는 의학에 관련된 인물[의사들이 부르주아 계급에 속하게 된 것이 19세기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 P20

글쓰기란 본질적으로, 그것을 통해 그리고 그 결과로서, 내가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무엇인가를 찾을 수 있게 해줄 어떤 작업을 감행함으로써 실현됩니다. 내가 하나의 연구, 한 권의 책, 또는 또 다른 무엇이든, 어떤 것을 쓰기 시작할 때, 나는 그 글이 어디로 갈지, 어떤 곳에 다다르게 될지, 내가 무엇을 증명하게 될지, 정말 알지못합니다. 나는, 내가 글을 쓰는 바로 그 움직임 자체안에서만, 내가 증명해야할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마치 글쓰기가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하던 그 순간에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을 정확히 진단하는 행위이기나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나는 여기서 내가 나의 유산에 전적으로 충실하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이는 내가, 나의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진단을 수행하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내가 그들과 다른 점은 이는 내가 그들로부터 떨어져 나오고, 나아가 그들에 반하게 되는 지점입니다 - P33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까지, 글쓰기는 의미가 없는 것, 있을 법하지 않은 것, 거의, 다른 어떤 것보다 불가능한 어떤 것, 여하튼 우리가 관련되어 있다고는 느끼지 않을 무엇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어떤 순간이 도달하고, 아마도 우리가 첫 쪽을 쓸때일까요? 첫 번째 쪽을 쓸 때? 첫 번째 책의 중간쯤, 또는 그이후 나는 언제 우리가 반드시 써야만 한다고 느끼게 되는지 모릅니다. 이런 의무감이 당신에게 고지되고 알려지는 방식은 여러 가지입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매일 그렇게 하듯이 작은분 량이라도 글쓰기를 하지 않았을 때 우리가 큰 불안이나 큰 긴장을 느낀다든지 하는 것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자신에게 부과한 이 작은 분량을 쓰게 되면, 우리는 우리의 실존에 대한 일종의 사면을 행하게 됩니다. 이 사면은 하루의 행복에 필요불가결한 것입니다. - P51

행복한 것은 글쓰기가 아니라, 글쓰기에 달려 있으며 약간은 다른 어떤 것, 곧 실존의 행복입니다. 이것은 매우 역설적이고, 매우 수수께끼 같은 일인데, 바로 다음과 같은 면에서 그렇습니다. 이다지도 허무하고 허구적이며 나르시시즘적이고 자신을 향해 침잠하는 이 몸짓, 다만 아침 나절을 할애해 탁자에 앉아 빈 종이 몇 장을 채우는 이 몸짓은 어떻게 하루의 나머지 시간에 대한 축복이라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일까요? 어떻게 직업, 허기, 욕망, 사랑, 성, 노동과 같은 사물의 실재가, 아침나절 동안 또는 하루 중 어느 때인가 글쓰기를 했다고 해서, 변형될 수 있는 것일까요? 자, 이것이야말로 수수께끼 같은 일입니다. 어떤 경우든, 내게는 이런 일이야말로 내가 글쓰기의 의무를 느끼게 되는 방식 중 하나입니다. - P51

이제, 내게 있어 글쓰기의 역할은 본질적으로 거리두기 또는 거리를 재는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죽음과 죽은 것으로부터 우리를 분리시켜 주는 이 거리 안에 스스로를 위치 짓는 것입니다. 동시에, 죽음이 자신의 진실 속에서 스스로를 펼치는 것은, 결코 숨어 있는 비밀스러운 진실 또는 자신이 한때 그러했던 진실 속이 아닌, 이 무엇, 내가 죽은 것들에 대해 글을 쓰는 이 순간 내가 죽지 않았고 우리가 죽지않았음을 말해 주는 이 진실, 우리를 죽음과 분리시켜 주는 이 진실 속에서입니다. 내게, 글쓰기가 구축해 내야만 하는 것은 바로 이런 관계입니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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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18 2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18 2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18 2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18 2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18 2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18 2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18 2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18 2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2-06-19 00: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비밀 댓글이 아닙니다.

공쟝쟝 2022-06-19 09:18   좋아요 2 | URL
자냥 어제 술마셨쥬? 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6-19 09:34   좋아요 3 | URL
헉 어케 알았지 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6-19 09:39   좋아요 3 | URL
🤭해장 잘해용

단발머리 2022-06-20 15:18   좋아요 2 | URL
월요일 아침이 밝았구요 ㅎㅎㅎ 해장은 잘 마치셨기를 바라옵니다.
비댓에는 우리가 천재가 아니냐 ㅋㅋㅋㅋㅋㅋㅋ 뭐 이런 대화가 오갔다고 합니다 ㅋㅋㅋㅋㅋ TMI인가요? ㅋㅋㅋㅋ
 
Pachinko : The New York Times Bestseller (Paperback, 영국판) - 애플TV 드라마 '파친코' 원작
이민진 / Head of Zeus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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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를 읽었다. 전체적인 줄거리 말고 제3권의 챕터 8에 대해서만 쓰고 싶다.

 


노아는 대학을 마치지 않은 채, 가족을 떠나 다른 도시로 잠적한다. 어디에 사는지 알리지 않고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돈을 꾸준히 선자에게 보낸다. 자신만의 삶을 일궈가는 노아를 마침내 한수가 찾아낸다. 한수는 노아를 찾았다고 선자에게 알리면서, 멀리서만 그를 보라고 말한다. 그가 선택한 삶 속에서 살게 하자고, 그걸 존중해 주자고 말한다. 선자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차문을 박차고 나가며 선자가 외친다. “노아야!”

 

노아의 불행을 선자의 탓이라고 할 수 없다. 선자는 최선을 다했다. 지옥에서 자신을 구해준 남편에게 신의를 지켰고, 투옥된 남편을 위해 생활을 책임졌고, 늦은 밤 고된 일을 마치고서도 노아의 옷을 깨끗하게 세탁하고 다림질해 입혀 보냈다. 선자는 자신의 모든 삶을 걸고 두 아들을 지켜냈다. 하지만 그녀의 지극한 사랑이, 그녀의 선의가 항상 그에 맞는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 대해 골몰할 때면, ‘선녀와 나무꾼이야기가 떠오른다. 앞부분은 대부분 비슷하지만, 뒷부분은 동화책에 따라 약간씩 다른 내용이다. 나무꾼이 하늘나라에서 선녀와 세 아이와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우리 집 아이들과 함께 읽었던 판본에서 결말의 나무꾼은 인간이 아닌 수탉이다. 하늘나라에서의 행복한 시간 속에서도 효심이 지극한 나무꾼은 땅에 살고 있는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선녀는 천마에 나무꾼을 태워 보내며 절대 땅을 밟아서는 안 된다고 간곡히 당부한다. 반가운 아들의 목소리에 달려 나온 어머니는 아들과 손을 맞잡고 이야기 나누고 싶은데, 아들은 천마에서 내리지도 못한 채, 이제 곧 하늘 나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뭐라도 먹이고 싶은 어머니(어머니는 먹이는 사람이다)는 아들에게 팥죽을 권한다. 그러나 팥죽이 너무 뜨거운 나머지, 팥죽이 든 그릇을 손에서 놓치고, 깜짝 놀란 천마는 나무꾼을 떨어뜨리고 그대로 하늘로 올라가 버린다. 어머니는 나무꾼에게 따뜻한 팥죽 한 그릇을 먹이고 싶었을 뿐이다. 그녀의 의도는 아들을 붙잡아 두려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나무꾼은 하늘로 돌아가지 못했고, 하늘을 바라보며 구슬피 홰를 치는 수탉이 되고 말았다. 괴로워하는 아들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심정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그녀는 아들의 불행을 원치 않았다. 하지만 결국 일은 그렇게 되고야 말았다. 나무꾼은 어머니와 함께 머물고 있으나 그의 마음은 자신이 속하지 못한 머나먼 세계를 끝없이 떠돌고, 탄식과 아쉬움, 슬픔과 원망이 그의 마음을, 아니 수탉의 마음을 가득 채웠을 것이다.

 

 


노아를 대하는 한수와 선자의 태도에는 차이점이 분명하다. 한수는 노아의 결정을 존중한다. 그렇게 살기로 한 노아의 결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 물론, 한수에 대한 노아의 증오심이 훨씬 더 컸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한수는 자신이 노아에게 요구할 수 있는 작은 권리마저 포기했다. 노아를 더 기다리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선자는 달랐다. 대학을 그만두고 가족을 떠난 이유를 이미 오래전에 설명했음에도, 그렇게 긴 시간 동안 가족에게 돌아오지 않았음에도, 선자는 노아의 심정이 어떠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그의 절망이 그에게 얼마나 큰 짐인지를 감히 예상하지 못했다. 그를 그렇게 사랑하면서도, 그를 그렇게 아끼면서도, 선자는 몰랐다. 알지 못했다. 우리 집으로 가자. 선자가 말한다. 여기가 제 집이에요. 노아가 답한다.

 


“Noa and Mozasu. They’re my life”, “I’ve lived only for them.” (421)이라고 말할 때의 선자를 이해한다. 내가 그런 엄마여서가 아니라, 그런 삶을 사는 엄마들을, 여성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식을 위해 사는 어머니들, 자식만이 삶의 이유인 어머니들, 자식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 혹은 많은 것을 희생한 어머니들. 그런 어머니 앞에서 자식은 ‘a good boy’일 수밖에 없다. 선자를 사무실로 안내하고 차를 내주고 다음 주에 찾아가겠다는 다정한 말을 건네는 소년 노아. 그런 어머니 앞에서 자식은, 그 아들은 a good boy일 수밖에 없다. 어머니는 자식의 어떠함을, a good boy의 절망을 끝내 알아채지 못한다.

 

한수는 무책임했고, 사람 좋은 옆집 아저씨 같았지만, 그는 노아를 알았다. 노아가 어떤 사람인지 알았다. 한 발짝 물러설 줄 알았다. 노아를 만나고 돌아와 기분이 좋은 선자에게 “You should not have seen him.” 이라고 말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선자는 노아를 사랑했고, 노아를 위해 살았고, 노아를 위해 자신의 젊음을 다 바쳤지만, 선자는 노아를 몰랐다. 노아가 어떤 사람인지를 몰랐다. 노아를 더 사랑한 선자보다 노아를 덜 사랑한 한수가 오히려 노아를 더 깊이 이해했다는 데 생각이 닿으면 슬퍼진다. 그렇게 보인다. 더한 사랑이, 더 진한 사랑이 결국 노아를 밀쳐버렸다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가장 큰 고통이 선자의 몫으로 남겨졌다. 너무나 가슴 아픈 대목이다.

 



호의와 선의와 사랑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꼼꼼히 생각하고 사는 건 너무나 피곤한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일을 한다. 사랑하고 사랑받는다. 도움을 주고, 또 도움을 받는다. 지나친 사랑은 건강에 해롭습니다. 이 결론이 자식에게도 해당된다는 데 인생의 숨은 뜻이 있다고 생각한다. 노아를 그냥 그대로 살게 하는 것, 나와 멀리 떨어진 도시에 살게 하는 것, 그리운 마음에 찾아가더라도 몰래 숨어서 노아를 훔쳐보는 것에 만족하는 것. 그런 게 사랑이라는 나만의 결론에 또다시 마음이 쓸쓸해진다. 하지만 어린 자녀를 사랑으로 품어주는 것이 사랑인 것처럼, 장성한 자녀를 떠나보내는 것도 사랑일 테니. 출생 후 지금까지 한결같이 여전히. 모성이 부족한 채로 살아왔던 이 매정한 엄마는 한 번 더 생각한다. 과유불급. 넘치지 않도록, 넘치지 않도록 하자. 내 사랑이 넘치지 않게 하자. 보내주자. 놓아주자. 기다려주자. 멀리 가게 하자. 그래서 날아가게 하자. 저 혼자의 힘으로 날아가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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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로에게 져주는 것도 사랑이라는 건 좀 어려운 문제지
    from 의미가 없다는 걸 확인하는 의미 2022-09-29 12:24 
    밥 먹기를 명심하며 토스트를 우물거리면서 마감을 마친 자의 자유를 만끽하면서 쓴다. 오늘은 <디지털…>만 다 읽으면 되는 널럴한 날이다. 원래는 운동 다녀와서 페란테로 *알파수컷* 쓸려고 했는 데, 파친코 2권 어제 다 들었고 운동가기 싫으니까 이거 써야지. 근데 쓰기도 전 부터 너무 마음이 아프기 때문에 마음아픔 주의다. 아, 내 마음 아픔이지 나 빼고 다른 사람은 안 아플 것 같다. 그리고 이 글을 읽기 전에 꼭 단발머리님의 파친코 리뷰
  2. To 쟝쟝님 (부제 : 노아의 선택, 그 불가항력과 결정론의 함정 또는 변명의 문제)
    from 책이 있는 풍경 2022-10-03 07:38 
    이 글(https://blog.aladin.co.kr/jyang0202/13969259)에 대한 댓글을 쓰다가 길어져서 먼댓글로 씁니다. 댓글이어서 댓글처럼 씁니다^^ 제가 쟝쟝님의 글을 오독했을 가능성을 전제하고, 제 나름으로 다시 한번 써봅니다. 노아가 자신이 받은 최고 최대의 사랑이 엇나갓음을 알고, 보답할 수 없음을 알고 나서 그가 했던 선택에 대해, 쟝쟝님은 필연적이라고 썼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 역시, 노아는 자살할 수밖에 없
 
 
얄라알라 2022-05-01 18: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파친고 한글판은 중고가가 4만원대더라고요. 영문판을 데려오긴 했는데 아직 엄두가 안 나서, 단발머리님의 리뷰로 중간 내용을 짐작해봅니다.

˝그냥 그대로 살게 하는 것˝

쉬울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혹시 제가 8장까지 이르게 된다면 단발머리님 말씀 새기면서 천천히 넘겨야겠어요

단발머리 2022-05-01 20:46   좋아요 2 | URL
한글판 인세 관련 협의가 마무리 되었다는 기사를 본 것 같아요. 책이 다시 나올것 같기는한데, 우아~~ 4만원이라니 놀랍네요.

저도 내용을 하나도 모르고 읽기 시작했는데, 중간 중간 놀란 부분이 많았어요. 얄라알라님도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래요^^

다락방 2022-05-01 19: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좋은 글입니다, 단발머리님. 저희가 잠깐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단발님은 모자관계 얘기를 하고 저는 자아에 대한 얘기를 했죠. 그건 우리의 접근 관점이나 성향의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 원서로 읽는 것과 번역본으로 읽는 것의 차이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저는 이 책을 사러 교보문고로 가는 버스 안이라는 겁니다. 지금 시간은 일요일 저녁 19:37 이고요.

그럼 이만..

단발머리 2022-05-01 19:42   좋아요 3 | URL
지지지지지….. 지금이요?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락방님? 🙄🙄🙄

그레이스 2022-05-01 22: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영문판 난이도는 어떨지 궁금하네요

단발머리 2022-05-01 22:26   좋아요 3 | URL
짧은 문장으로 쓰고요. 사건을 시간순으로 서술하는 방식이어서 쉽게 느껴지는 편입니다^^

다락방 2022-05-02 08: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 님, 어제 저녁에 교보까지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단발머리 님께 땡투하고 이 책 알라딘에서 샀습니다. ㅋㅋㅋ 부자 되시길 바랍니다. 제가 드리는 땡투로 책 더 많이 사시고 글 더 많이 쓰세요. 그럼 이만..

단발머리 2022-05-03 16:55   좋아요 2 | URL
입금하신 100원은 잘 적립되었으며 앞으로도 양질의 페이퍼와 리뷰로 찾아뵙겠습니다.
변함없는 사랑과 후원과 관심과 애정에 깊이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수이 2022-05-02 10: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노아를 선자의 남편으로 착각하고 엉뚱한 소리를 하고 말았네요 -_-;;;; 좀 알려주시지! 전 한글판 읽는 동안에 정신없이 읽어버리는 바람에 이렇게 세세하게 바탕을 보지 못했던 거 같아요.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그런데 손꾸락은 왜 그래요 ㅠㅠ 왜 다쳤어요! 뭐 하다가!

단발머리 2022-05-03 16:56   좋아요 1 | URL
그 때쯤 저도 딴 생각하고 있어서 말을 못했나 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손꾸락은 ㅋㅋㅋㅋㅋ 원래 요리 잘 안 하는 사람이 칼에 손 잘 베인다고 해요. 다 나았어요. 헤헤

독서괭 2022-05-03 12: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이래서 영어공부를 해야 하는 거군요.. 이 책 읽고 싶은데 품절이라 못 읽는구나, 하고 말았는데 원서로 읽으면 되는 거였다니.. 흑흑 ㅠㅠ 독해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내 사랑이 넘치지 않게 하자˝라는 말씀 멋져요. 아이 키우면서 정말 명심해야 할 말 같습니다. 희생한 만큼, 사랑한 만큼 놓아주기는 더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전 희생을 최소화 하려고 합니다..쿨럭.
좋은 글 잘 읽었어요, 단발머리님♥

단발머리 2022-05-03 16:59   좋아요 2 | URL
많이 꼬인 문장이 없어서 비교적 잘 읽히는 편이라고 생각해요. 미리보기 함 읽어보시고 결정하시면 좋을 거 같아요. 또 영화랑 같이 봐도 되니까요. 배경 알고 읽으면 더 잘 읽힐 것 같아요.
희생을 최소화하겠다는 다짐.... 넘 멋져요. 저도 한결같이 그 다짐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러면 더 쿨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식들한테..... 내가 그들을 사랑한다는 건 충분히 알려줄 테지만 많이 앵기지는 않으려고 해요. ㅋㅋㅋㅋㅋㅋ

얄라알라 2022-06-05 1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친코 드라마가.아닌.원문.읽으며 다시.읽으니.단발머리님 이글 절절히 와닿아요. 더욱

공쟝쟝 2022-09-29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굿 보이… 아ㅜ영어로 읽었어야 했구나… 팥죽 ㅠㅠㅠ 단발님은 천재다 ㅠㅠㅠㅠㅠㅠ

공쟝쟝 2022-09-29 15: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님… 이 글이 마음 속에서 사라지지 않아서 다시 왔어요… 한수는 노아를 이해하지만 선자는 노아를 이해못한다는 지점이 무슨 말인지 너무 알 것 같아요. 아… 찐 좋은 글이다 진짜… 먼댓글 한 독후감에도 썼지만, 저는 정말 저희들 다 키우려고 부모님이 너무 고생 많이 하셨기 때문에 사랑이 부족하다고 느껴서 자신을 상처내는 아키코-하나 는 알듯 말듯 모르겠더라고요.

다만 부모님을 저도 사랑했기 때문에, 정말 ‘잘’ 살아야 한다는 욕망(?)이 있었는 데, 그건 일본인이 되고 싶다나 자수성가하고 싶다가 아니라, 제게 그건 어떤 양심껏 헌신하면서 사는 삶였던 거 같아요. 근데 내가 그렇게 살 수 없다는 것 혹은 내가 그렇게 살려고 할 수록 양심에서 멀어진다는 걸 견딜 수가 없이 괴로웠던 적이 있었거든요?… 뭔가 내 삶뿐만 아니라 내 부모의 삶까지도 다 부정 당한 것 같은 세계의 상실이 있었어요. 아.. 이건 뭐라고 설명이잘 안되는데… 어쨌든 노아를 너무 제 방식으로 읽어가지고ㅋㅋㅋ 무튼 헌신하는 사랑이라는 게 너무 아파요. 저는 아직도. 엄마가 ‘너 자신을 살아’라고 한번이라도 말해줬다면 어땠을까요?… 마지막에 노아가 엄마한테 책 주는 것도… 저는 거의 완벽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는 데…

독후감이 혼란의 도가니탕이지만… 동시에 단발님이 이렇게 선자의 마음과 한수가 본 것에 대해서 쓴 글을 읽지 못했다면, 저는 노아만 내 방식대로 이해하고 말았을 것 같아요 ㅎㅎ 다시 한번 읽고 쓰고 감상을 나누는 힘을 느낍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