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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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이 싫은 이유, 지금 한국을 떠나고 싶은 이유, 지금의 한국을 헬조선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말해보라고 한다면, 한국사람이라고 한다면 세 가지 혹은 네 가지의 이유를 댈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조건에서 불리한, 기울어진 판 위에서 시작하는 20대라고 한다면, 적어도 7개 아니, 8개 정도는 댈 수 있지 않을까. 한국이 싫은 이유, 한국을 떠나고 싶은 이유를 말이다.

장강명의 소설은 댓글부대이후 두 번째인데, 우리 모두를 울적하게 만드는 무거운 주제인데 반해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독자에게 쉽다고 인식되면서 빠르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역시 작가의 역량이다,라고 생각하면서, 나 역시 빠르게 책장을 넘긴다.

 

애국가 가사 알지? 거기서 뭐라고 해? 하느님이 보우하는 건 내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야. 만세를 누리는 것도 내가 아니라 대한민국이고. 나는 그 나라를 길이 보전하기 위해 있는 사람이야. 호주 국가는 안 그래. 호주 국가는 호주 사람들이여, 기뻐하세요. 우리들은 젊고 자유로우니까요.”라고 시작해. 그리고 우리는 빛나는 남십자성 아래서 마음과 손을 모아 일한다.”, “끝없는 땅을 나눠 가진다.”고 해. 가사가 비교가 안 돼. (171)

몇 년 사이에 이렇게 빠른 속도로 국가, 나라에 대한 신뢰가 실종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는 하다. 좋은 시절, 일테면 근로자 우대 비과세 적금이율이 10%였던 때를 별 생각 없이 당연하게 살았던 사람으로서는 더 어리둥절한 일이다. 있는 집 자식들은 군대를 가지 않는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를 장관 내정자들의 청문회에서 속속들이 확인하면서도 이런 게 바로 금수저-흙수저의 적용편이라는 걸 바로 믿지 못 했다. 부모의 경제력과 자녀들의 명문대 진학률 사이의 연관관계도 아무래도 그렇겠지,하고 그냥저냥 넘겨 버렸다. 하지만,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것 같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헬조선은 떠나고 싶은 나라가 됐다.

한국이 싫어서, 라기보다는, 한국에 살 수 없어서, 한국이 살지 못하게 해서 떠나려하는, 떠날 수밖에 없는 청춘들, 한 해에 호주 이민을 신청한 젊은이들이 이만 오천명을 넘어 삼만 명에 가깝다는 이야기가 아무래도 가깝게 다가오지 않는다. 한 해에 이만 오천명. 아니, 삼만명.

종횡무진 한국사에서던가, 고 남경태님은 정조 이후 몇몇 가문에 의한 세도정치가 왕을 좌지우지하고, 백성들은 탐욕스런 지방관들에게 끊임없이 수탈을 당하고, 더 이상의 강탈을 감당하지 못해 집을 버리고 유랑하는 백성들의 이야기, 즉 삼정의 문란과 홍경래의 난, 진주민란 봉기를 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때, 이미 조선은 망한 상태였다. 나라가 망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조선은 망한 상태로 100년을 갔다. 열강의 침략과 일본에 의한 국권피탈은 망한 나라 조선에게는 당연한 수순이었을 수도 있다. 놀라운 건 조선이 일본에게 어떤 방식으로 당했다는 게 아니라, 나라가 망한 상태로 100년을 갈 수 있었던 것 아닐까. 그 망할 놈의 100년 동안 그 모든 고통과 괴로움은 민중의 몫이다. 무식하고, 가진 게 없고, 힘이 없는 민중들에게 그 100년은 참으로 끈덕지게 길다. 물론 일본의 침략 뒤에는 더 고단한 삶이 이어진다.

밑줄은 좀 다른 문장에 긋는다. 나 역시 강남 출신이 아니고, 집도 그냥 그렇고, 그리고 여자니까, 나도 2등 시민이라는데 껄끄럽게 동의한다. 여자는 자기의 꿈을 이루려는 남자를 따라가야 하지만, 남자는 자기의 꿈을 이루려는 여자를 따라 갈 수는 없다는 걸 슬프게 확인한다. 그리고 마지막.

나도 전업주부로 살고 싶지는 않다. 원래부터 전업주부로 살려고 했던 것도 아니고. 원래부터 그렇게 똑똑한 여자애는 아니었지만, 집 안에 틀어박혀 있으면서 바보 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많이 드는 건 사실이다. 밖에 나가서 다른 사람을 만나는 일은 사실 좀 귀찮기는 하다. 게을러진 것 또한 사실이고, 사고의 폭 또한 좁아진 걸 느낀다. 다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는 건, 나는 참 잘 하는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아무튼 작가가 그려낸 전업주부의 그림은 나 역시 싫어하는 모습이라는 걸 일부러 밝혀둔다.

오늘의 결론은 한국이 싫어서-헬조선-2등시민-페미니즘-전업주부인가.

한국이 싫어요. 여긴 헬조선이라 2등시민인 제가 살기 힘들어요. 페미니즘이라니요. 그런 얘기 했다간 대쎈 여자라고 따돌림 당해요. 저요? .... 전업주부인데요

    

"어차피 난 여기서도 2등 시민이야. 강남 출신이고 집도 잘 살고 남자인 너는 결코 이해 못해." (61쪽)

실제로 걔는 좀 졸렬하게 굴었지. 사랑을 인질로 삼았어.

"너 나 사랑한다며. 나를 사랑하면 그냥 내 옆에서 한국에 있어 주면 안 돼? 호주에 가는 게 그렇게 중요해?"

난 그 말을 이렇게 받았지.

"너도 나 사랑한다며. 나 사랑하면 날 따라서 호주에 가면 안 돼? 기자가 되는 게 그렇게 중요해?"

지명이 한참 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그건 안 되겠다고 하더라. 자기는 기자가 되는 게 꿈이라고. 이제 내 마음을 이해할 것 같다고도 했어. "호주에 가는 게 너의 꿈이구나."라고 그는 맥없이 중얼거렸어. (62-3쪽)

한국에서 살아도 그냥 전업주부로 살고 싶지는 않았거든. 딱히 어떤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고 한국의 구직 시장이 어떤지도 몰랐어. 그래도 일은 하고 싶었어. 은혜도 그렇고 학생 때는 똑똑하던 여자애들이 집 안에 틀어박혀 있으면서 바보 되는 거 많이 봤거든. 밖에 나가서 다른 사람을 만나고 부딪치고 그러지 않으면 되게 사람이 게을러지고 사고의 폭이 좁아져. 다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할 줄 모르게 되고. 난 그렇게 되기 싫었어. (1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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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6-02-10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직활동에 자신감 상실돼서 다시 일할 수 없을 거라는 비관적인 생각이 강해요.ㅜㅜ
전업주부 11년새 정말 바보된 것도 같고 세상을 보는 시야도 좁고 얕고 꽉 막히기까지한 저를 느껴요. 막막하고 답답해요. 나 자신은 없고 가족을 위해 사는 느낌요.ㅜㅡ

단발머리 2016-02-10 17:44   좋아요 0 | URL
생각하면 할수록 그런 생각이 더 많아져서 될 수 있으면 생각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런 글을 읽게 되면 정말 그런가 싶어, 조금 울적해지기는 해요.
그래도 꿈꾸는 섬님은 아이들이랑 건강하게 잘 지내시는 것 같아 보기 좋아요.
책도 많이 챙겨주시고, 책도 같이 읽고요.
저한테는 어려운.... T.T
 
놈이었습니다 문학동네 시인선 77
이덕규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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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덕규는 1961년 화성에서 태어났다. 1998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다국적 구름공장 안을 엿보다, 밥그릇 경전등이 있다. <알라딘 저자소개>

처음 읽는 이덕규 시인의 시집이다. 마음을 건드린 2개의 시 중에, 죽자 죽자 죽어버리자을 옮겨본다.

 

죽자 죽자 죽어버리자

 

코밑이 거뭇해지던 늦은 겨울 이야긴데요 산속으로 솔방

울 주우러 갔을 때 일인데요

인근 야산엔 겨우내 사람들 발길이 잦아서 좀더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다가 한순간

나도 모르게 그만 털썩 주저앉고 말았는데요

저걸 봐야 되나 말아야 되나, 그러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아버리고 말았는데요

양지바른 산소 풀 위에 낯선 남자하고 이웃 마을 혼자 사

는 친구네 엄마하고 꼬옥 부둥켜안고 있었는데요

한동안 나는 거기서 꼼짝 못하고 뜨거운 손에 쥔 솔방울

하나를 다 부숴버리고 말았는데요

그런데요 친구 엄마는 울고 남자는 달래느라 나지막이 속

삭이는 소리가 생솔나무 가지를 타고 내려와

내 귓속에까지 생생하게 흘러들어왔는데요

마침내는 서로 흐느끼면서 죽자 죽자, 우리 같이 죽자,

염없이 울고 또는 소리가 들려왔는데요

그날 늦은 저녁까지 나는 산속을 헤매다니며 죽자 죽자 솔

방울을 마구 주워댔는데요

땅이 푹푹 꺼지듯, 무겁고 긴 한숨이 흘러내려와 내 작은

가슴을 짓누르며 두방망이질 치던 그 말,

죽자 죽자, 우리 같이 죽자는 그 말을 부대 자루 가득 담

아 메고 이미 어둑해진

겨울 산을 으슬으슬 내려섰는데요

그러니까, 그날이후 며칠 동안 깊은 신열을 앓으며 깜박

깜박 죽었다가 깨어나서는

비몽사몽 관자놀이에 검지를 대고 수없이 방아쇠를 당겼

는데요 누군지도 모를 먼 사람에게

속삭이듯, 나지막이

죽자 죽자 죽자, 우리 같이 죽어버리자는 것이었는데요

 

여성의 순결만큼 중요한게 여성의 정조이다. 여성의 정조보다 더 우위에 있는 건 어머니의 정조이다. 그래야만 하는 당위를 깨뜨려버린 장면을 목격한 는 털썩 주저앉는다. 손이 뜨거워지고 들고 있던 솔방울을 한 손에 부숴버리는 이유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여성은 그래서는 안 된다. 어머니는 더더욱 그래서는 안 되고, 친구의 어머니도 그래서는 안 된다. 하지만, 함께 있으면 안 되는 두 사람이 깊은 산 속에서 서로 부둥켜 안고 있는 것을 목격한 는 며칠 동안 깊은 신열을 앓게 되는데, 그건 두 사람이 나눈 말 때문이었다.

죽자 죽자 죽어버리자.

만약 그 말이 사랑한다,였으면 어땠을까.

만약 그 말이 도망가자,였으면 어땠을까.

사랑한다,였다면 두 사람을 미워할 수 있었으리라. 짐승처럼 이끌린대로 이끌려버린 사랑놀음이라고 욕할 수 있었으리라. 더러운 사랑이라고 조소하고 두 사람의 사랑을 경멸했으리라.

도망가자,였다면 두 사람을 멸시할 수 있었으리라. 무책임하게 인간의 도리를 버렸다고 비웃을수 있었으리라. 도망가서 시작하게 될 두 사람의 사랑을 저주할 수 있었으리라.

그런데 울고 있는 여자를 달래던 남자의 말은 사랑한다,도 도망가자,도 아니다.

서로 부둥켜안고 흐느끼며 두 사람은 말한다.

죽자 죽자, 우리 같이 죽어버리자.

이제 여기서, 이 곳에서 두 사람의 사랑은 이루어갈 방법을 찾지 못한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고 도망가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지만, 이것 또한 두 사람에게는 허락되지 않는다. 두 사람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고, 그렇다고 이 사랑을, 찾아온 사랑을 포기할 수도 없다. 사랑할 수도, 도망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두 사람은 죽음을 이야기한다. 죽음으로만이 이 사랑을 이길 수 있고, 죽음으로만이 이 사랑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코밑이 거뭇해 사랑에 눈뜨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뜨거워 솔방울을 다 부숴버리던 는 누군지도 모를 먼 사람에게 자꾸만 이렇게 말한다.

속삭이듯, 나지막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죽자 죽자 죽자, 우리 같이 죽어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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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6-02-04 15: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전기현 씨네뮤직 깔대기 같아요. 이 시를 읽으며, 다르긴 하지만, 결말이 딱 엘비라 마디간(몇일전 씨네뮤직으로 봄이요,,)이라고 생각했네요.. 사랑하는 사람들이 결국엔 동반 죽음을 선택하려 한다는 점에서,,
죽자죽자죽어버리자 하는 마음이었겠지만, 중년의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각자의 현실로 돌아갔을 법하긴 해요 ㅎ,ㅎ;;

단발머리 2016-02-05 08:58   좋아요 1 | URL
저는 이 다음은 상상하기가 싫더라구요.
힘없이 각자의 집으로 돌아서는 장면이요.
그래서 시의 마지막이 두 사람을 바라보던 `나`로 끝나나봐요.

저는 엘비라 마디간은 잘 몰라서, 또 바로 폭풍검색^^
icaru님 설연휴네요. 즐거운(?) 연휴 되세요~~~ ㅎㅎ

cyrus 2016-02-04 18: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내용이 긴 시는 안 좋아하는데, 이런 이야기가 있는 시는 좋아해요. 특히 슬픈 사연이 있는 거요.

단발머리 2016-02-05 08:59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사실 시가 어려워서 많이는 못 읽는데, 이야기가 있는 이런 시는 너무 좋네요.
슬픈 사연에 마음이 좀 아프지만요...

서니데이 2016-02-04 18: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오늘도 편안한 저녁 되세요.^^

단발머리 2016-02-05 08:59   좋아요 2 | URL
네, 서니데이님~
설연휴 첫날이네요.
맛난거 많이 드시고, 즐거운 연휴 되세요~~

서니데이 2016-02-05 2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설연휴도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단발머리 2016-02-10 12:48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저는 즐거운 설연휴 보내고 있어요~~~

서니데이 2016-02-07 18: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오늘도 많이 바쁘셨지요.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단발머리 2016-02-10 12:48   좋아요 2 | URL
많이 바쁘지는 않았구요. ㅎㅎ
올해는 시어머니께서 음식을 많이 안 하셨거든요.
서니데이님도 연휴 마지막 날 즐겁게 보내시기를요~~~~

[그장소] 2016-03-17 2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혼자 되서 사는 친구의 엄마인데 ㅡ정조라니 ㅡ왜...열녀문이라도 세워주어야 해서인가요? 친구만 크면, 아니 어린 아들이 있어도 우리 여자는 오로지 일부종사를 펴~엉~새~앵~해야하는가요...오죽하면 답답하여 죽으려 하나 ㅡ저 들의 사랑이 안타까워요...그러지 않았다면 좋았겠지만 ㅡ어떤 이유로 친구는 홀어머니가 된 걸까요..이땅의 깊이 박힌 강제적 모성을 저는 슬퍼해요...부제한 부성을 서글퍼해요...사랑이 뭔지 몰랐을 코밑 수염 돋기 시작 하는 화자의 심정은 ㅡ보지 말아야 할 것 ㅡ이란 것 보다 ㅡ처참한 마음의 사랑 ㅡ을 말하려 했을 텐데 ...마음이 아닌데 몸만 순결하면 순결일까 ㅡ단발머리님 ㅡ어머니의 지고한 순결보단 ...늦게 온 사랑에 절망하는 이들을 봐주셨으면 더 좋았을 것만 같아요...
그저 ㅡ제 생각일뿐 ㅡ옳다거나 틀리다는 문제는 아니니 불쾌하지 않으셨음 좋겠어요...
 
마음의 미래 - 인간은 마음을 지배할 수 있는가
미치오 가쿠 지음, 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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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행하는 것을 내가 알지 못하노니 곧 내가 원하는 것은 행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미워하는 것을 행함이라 만일 내가 원하지 아니하는 그것을 행하면 내가 이로써 율법이 선한 것을 시인하노니 이제는 그것을 행하는 자가 내가 아니요 내 속에 거하는 죄니라 (로마서 720-23)

 

어떤 집단이건 최고사령부는 하나만 있으면 될텐데 인간의 뇌에는 무슨 이유로 사령부가 두 개나 존재하는 걸까? 캘리포니아 공과대 교수인 로저 스페리는 좌뇌와 우뇌가 완전히 같지 않으며, 각기 다른 임무를 수행하고 있음을 밝혀냄으로써(67), 독자적인 두 개의 힘에 의해 지배되는 뇌에 대해 설명했다. 이에 더하여 분리된 뇌의 역설이라는 소제목 아래 이어지는 다양한 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상적인 사람이 무언가를 생각할 때, 좌뇌와 우뇌는 상호보완적이지만 최종결정을 내리는 쪽은 우뇌가 아닌 좌뇌이다.

간단히 말해, 우리 머릿속에서는 두 개의 의지가 육체를 지배하기 위해 서로 경쟁하고 있다. 그래서 가끔씩 왼손(우뇌의 지배를 받는 손)이 자신의 욕구와 상반되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68)

하나의 뇌 안에 두 개의 다른 정신이 공존하는 것, 고유한 인격과 욕망 그리고 자아인식이 있는 또 하나의 인격체에 대한 가설은 의식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한다.

인간을 동물과 구분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 중의 하나 역시 의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책은 의식을 이렇게 정의한다.

의식이란 목적(음식과 집, 그리고 짝 찾기 등)을 이루기 위해 다양한 변수(온도, 시간, 공간, 타인과의 관계 등)로 이루어진 다중 피드백회로를 이용하여 이 세계의 모형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77).

또한 인간 의식의 특수함을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시공간 의식 이론space-time theory of consciousness’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가장 낮은 단계의 의식을 지닌 ‘0단계개체는 움직임이 전혀 없거나 극히 제한된 운동만 할 수 있다. 이 단계의 대표적 사례로 자동온도조절기를 들 수 있다. 스스로 움직일 수 있으면서 중앙신경계를 보유한 생명체의 의식은 1단계에 해당하며 대표적 사례로 곤충, 파충류를 들 수 있다. 그 다음 단계인 2단계 의식은 자신이 속한 세계의 모형을 만들 때 공간과 함께 다른 개체까지 고려하는 수준의 의식으로 공동체를 구성하는 개체 수각 개체 사이에 감정을 교환하는 방법의 수를 기준으로 2단계 의식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으며 감정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78-9, 346)

인간 의식이 특별한 이유는 인간만이 유일하게 내일이라는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는 데 있다(80). 인간은 두뇌를 통해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물체나 사건을 상상할 수 있으며, 미래를 예측하고, 미래를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인간의 의식이 다른 개체 혹은 동물의 의식과 구별되는 지점이다.

시공간 의식이론이 옳다는 가정하에 자아인식(自我認識, self-awareness)에 대한 검증 가능한 정의를 내릴 수 있는데, 즉 자아인식이란 자신이 등장하는 미래모형을 만들어 시뮬레이션하는 행위를 말한다(96). 이에 따르면, 의식은 두뇌의 하부단위로부터 형성되며 각 단위는 우위를 점하기 위해 서로 경쟁하는데 우리의 의식은 이 복잡한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채 매끄럽고 연속적으로 이루어진다. 외부에서 어떤 방해가 들어와도 라는 존재로 느낀다는 것이다.

하나로 통일된 라는 느낌은 바로 여기서 발생한다. 의식 속에는 서로 경쟁하면서 종종 모순까지 일으키는 여러 경향이 혼재되어 있지만, 좌뇌는 모든 불일치를 무시하고 논리의 틈새를 어떻게든 메워서 라는 하나의 느낌을 만들어낸다. 다시 말해서 좌뇌는 이 세상의 타당성을 유지하기 위해 때로는 경솔하고 불합리한 변명을 끊임없이 늘어놓는 것이다. (100)

 

100쪽을 읽은 후에야 내가 가졌던 첫 번째 질문에 대한 간단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질문 : 인간의 의식도 물질의 산물인가

답변 : ‘라는 통일된 느낌은 좌뇌가 주는 속임이다

이것은 의 존재에 대한 인간의 의식과도 관련이 있는데, 일부 과학자들은 인간에게 종교적 성향을 부여하는 신 유전자God gene’의 존재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시하고 있다.(309) 종교적 느낌에 반응하는 능력이 우리 게놈 안에 유전적으로 각인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이다.

두꺼운 머리뼈 속에 위치한 뇌라는 기관, ‘라는 통일된 느낌을 주는 뇌. 인식 주체로서의 에 대한 믿음은 사실 좌뇌의 속임일 뿐이며, 나의 게놈 유전자 속에 각인된 신 유전자신에 대한 나의 믿음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라고 느끼는 지금의 ’, 총체적 자아로서의 나, 신의 존재를 긍정하는 ’, 보이지 않는 세계를 믿는 ’,는 어디에 있는가. 나는 뇌에게 속고 있는가. 나는 지금 뇌에게 속고 있는가.

뇌과학의 발달로 여러 가지 뇌질환 치료에 대한 호의적인 전망은 현재에도 뇌관련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희망을 준다. 환청, 환영 등과 같은 정신분열증과 강박장애, 조울증, 우울증, 알츠하이머등의 질병도 머지않은 미래에 치료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의식과 더불어 관심을 끄는 챕터는 로봇 의식에 대한 부분이었다. 현재 인공지능은 두 가지 기본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는데 형태인식pattern recognition과 상식common sense이 바로 그것이다.(341) 현재 세계에서 가장 성능이 뛰어난 로봇도 컵이나 공처럼 단순한 물건을 간신히 인식할 수 있을 정도이다. 눈앞의 의자를 알아차리는데도 엄청난 양의 연산을 거쳐야 하는데, 다행히 데이터베이스에 의자라는 객체가 들어있어 인식에 성공해도 의자를 조금 돌려놓거나 바라보는 각도가 달라지면 로봇은 다시 혼란스러워진다고 하니 앞으로도 인간 정도의 형태인식이 가능하려면 조금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부분은 거울테스트를 통과한 니코Nico라는 로봇에 대한 이야기였다.(378) 가느다란 골격에 전선이 복잡하게 감긴 형태로, 돌출된 두 눈과 세밀하게 움직이는 두 팔만을 가지고 있는 상반신 로봇 니코는 거울 속의 로봇이 자신임을 알아볼 뿐만 아니라, 거울에 비친 영상으로부터 특정 물건이 놓인 위치까지 정확하게 알아냈다고 한다. 의식을 가진 로봇의 출현이다. 가까운 미래에 로봇들은 의식을 갖게 될 것이고, 인간은 물질을 초월해 정신만으로 존재할 것이다.

물론 외부세계와 단절된 방에 사람을 오랫동안 가둬놓으면 환영을 보게 되는 것처럼, 몸뚱이 없이 역설계를 통해 두뇌만 만들어놓으면 육체를 초월한 정신은 고립감이 극에 달해 정신병이 나타날 수도 있다.(431) 그럼 죽지 않고 영생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모라벡 박사가 제안한 방법은 이렇다.

뇌가 없는 로봇을 침대에 눕히고 그 옆에 당사자(당신이라고 하자)가 눕는다. 로봇의사가 당신의 뇌에서 뉴런 몇 개를 추출하여 로봇 안에 있는 트랜지스터에 똑같이 복제한다. 그리고 당신의 뇌와 로봇의 빈 머리에 있는 트랜지스터를 전선으로 연결한 후 이미 복제된 뉴런은 폐기한다. 당신은 몇 개의 뉴런을 잃었지만, 뇌가 로봇의 트랜지스터에 전선으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기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제 로봇의사가 당신의 뉴런을 계속해서 로봇의 머리에 복제하고, 복제가 끝난 뉴런은 계속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 당신의 뇌에 있던 모든 뉴런은 말끔하게 제거되고, 로봇의 머릿속에는 당신의 뇌와 완전히 동일한 트랜지스터 뇌가 완성된다. 수술이 끝난 후, 당신은 침대에서 일어나 거울 앞에 선다. 거울 속에 아름다운 외모와 초인적 능력을 보유한 로봇이 멋쩍은 듯 웃고 있다. 이제 당신은 불사의 존재가 된 것이다.(438)

영원히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에너지 형태로 떠다니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상상한다. 귀신처럼 우주 공간을 자유롭게 떠다니는 존재에 대한 숙고는 외계인의 존재 양식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진다. , 우리보다 수천년 앞선 외계인 문명이 존재한다면, 이미 오래전에 육체를 버리고 가장 효율적인 컴퓨터 기반 육체를 택했을 가능성이 높으며(486), 우리의 미래 또한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예견하는 것이다.

마지막 정리 부분은 의외로 훈훈하다. 저자는 코페르니쿠스 원리Copernican Principle와 인류원리 Anthropic Principle의 철학을 인용하는데, 1천억개의 은하로 이루어진 우리 우주는 팽창하는 우주의 한 점에 다름없다고 말한다. 우리는 우주공간을 목적 없이 떠도는 한 조각 티끌에 불과하다는 것이다.(506) 하지만 이와 동시에 우주는 생명체에 호의적으로 작용하여, 기적과 같은 과정을 통해 생명이 존재하게 했음 또한 강조했다. 여러 차례의 멸종위기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살아남았다는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깝다는 것이다. 우리의 의식은 그 자체만으로 매우 값진 것이며,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 커다란 목적이 될 수 있다고 말이다.’(511)

끈 이론, 평행우주론의 창시자이며 이론물리학계의 세계적 석학이자 독보적인 미래학자로 손꼽히는 미치오 가쿠의 이 책은 해당 분야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나같은 문외한도 비교적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재미있게, 편안하게 비전문가를 배려해서 쓰여진 책이다.

지금의 나는, 칠흙 같은 검은 겨울 밤 밝게 빛나는 저 멀리 별의 일부로서, 내가 곧 별이라는, 내가 곧 우주의 먼지라는 이야기는 참 근사하고 멋지게 들리지만, 그렇게 느끼는 의 총체가 뇌의 지능적 속임이라는 건 쉽게 수긍되지 않는다. <역자의 글>까지 548쪽을 읽고 내린 결론이 그래도 내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가 되는 것을 원하지는 않지만, 내가 충분히 설득되지 못했다는 건 밝혀야하겠기에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둔다.

나는 별의 일부일 수 있겠으나,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를 의식하고 있는 는 바로 .

지금의 가 앞으로도 그대로일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과거의 가 지금의 의 일부인 게 확실한 것처럼, 미래의 또한 지금의 와 완벽하게 구별되지는 못할 것이다.

지금의 는 과거의 이고, 또한 미래의 일 테다. 아무튼 지금 이 글을 쓰는 는 별에서 온 .

별에서 온 내가 쓴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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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6-01-28 1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얼마전 읽은 책에서 `먼 미래에는 지구가 사라질 것이고 지구의 생명체들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현재 내 주변에 흘러가고 있는 일들이 다시 보아진다는 글귀가 눈에 띄었어요.
저는 약간 허무한 감상에 치우쳤었거든요~~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목적이 될 수 있다는 문구는 앞의 무수한 말들을 제쳐두고 조금은 희망적이네요!
아~~내가 읽고픈 말만 가려내는 한없이 이기적인 눈이라니~~~ㅜ

헌데,좌뇌가 주는 속임수로 `나`를 인식한다는 것은 무섭습니다
좌뇌가 명령내리지 않는 진짜
`나`는 누구지?
한 번씩 `나`가 아닌 나자신이 `나`를 거울을 통해 바라보는 느낌이 있어요 그리고 내가 이곳에 태어난 것이 누구의 의도가 아닐까?생명은 신비한 것이 아니고 그냥 누군가 퍼즐 조각 맞추 듯 무심하게 선택되어진 생명인가? 생각이 들곤 하더라구요ㅜ
아~~갑자기 저의 좌뇌가 혼란스러워 요동을 치는 것 같네요
쓰잘데기 없는 생각 때문에 좌뇌가 계산을 할 수 없다고^^
아~~~갑자기 저도 머리가 아파서 두피 마사지를 하러 갈랍니다ㅋ

책읽는나무 2016-01-28 10:58   좋아요 1 | URL
좋은 글 잘 읽고 간다고 적으려다 이상한 궤변만 늘어 놓았어요

오늘 종일 `뇌`에 대한 생각을 할 듯 해요
덕분에요^^♡

단발머리 2016-01-28 11:08   좋아요 1 | URL
이 책이 많이 두껍고 여러가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보니, 제가 잘못 이해한 것일수도 있구요.
저는 식견이 부족하고, 단순하게 이해하다 보니...

제가 정말 궁금했던 것.
그러니까 뇌=마음=영혼이냐? 에 대한 대답은 사실 얻지 못 했습니다.
인간은 물질 이상의 존재가 아니라고, 숨이 끊어져 죽게되면 그대로 끝이라는,
흙으로 돌아갈 뿐이라는 생각을..
저는 당췌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사실 받아들이기도 싫구요.

이 책에서는 말하는 `나`라는 인식, `나`라는 느낌도 좌뇌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면, 그것에도 속고 있는 거라면 이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나`는 도대체 누구란 말입니까.
누구일까요, 저는 도대체 누구일까요? 책읽는나무님은 누구신가요?
도대체 누구신가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책읽는나무 2016-01-28 11:50   좋아요 0 | URL
저는 사라미 아니므니다!!!

단발머리 2016-01-28 11:51   좋아요 0 | URL
외계인출현!!!

cyrus 2016-01-28 1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의 브금으로 이 노래를 깔고 싶어요. 듀스의 `우리는`.

단발머리 2016-01-30 15:10   좋아요 0 | URL
놀라운 것은 cyrus님이 나랑 같은 세대라는 이 느낌~~~~

듀스를 아시나요~~~~~~~~ ?!? ㅎㅎㅎㅎㅎ

아무개 2016-01-29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인간이 물질일뿐이고 죽으면 끝이라는 생각을 갖고 사는 사람인지라.....
내가 나를 인식하고 세계를 인식하는 것은 뇌에서 하는 물질적인 작용일뿐.
마음은 있겠지만, 영혼이란것이 있는지는 글쎄요...

저도 요새 뇌과학쪽으로 부쩍 관심이 많아지네요.


단발머리 2016-01-30 15:15   좋아요 0 | URL
아, 그렇다면 아무개님은 이 책의 주장에 대부분 수긍하시겠군요.
그렇겠어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기는 해요.
이 시대에 신의 존재를 믿는 사람은 중세에 신을 믿지 않는 사람과 비슷한 것 같아요.
저는 이 시대에 신의 존재를 믿는 사람이라 이 똑똑한 과학자이자 미래학자의 말에 다 수긍할 수가 없더라구요. ㅎㅎ

저도 요즘 뇌과학 책이 재미있는것 같아요. (달랑 한 권 읽고^^) 과학 중의 최첨단이죠.
저에게는 이게 시리즈로 오더라구요. 뇌과학-인공지능-외계인....
웃지 마세요~~ 진짜 이런 식이예요.
인간 뇌에 대한 탐구, 인공지능 기술의 혁신적 진보, 외계인은 어떤 식으로 존재하는가.
세트예요, 세트~~~ ㅎㅎㅎㅎ

oren 2016-02-01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 님의 글이 참 흥미롭네요. 한가지 더 재미있는 사실은, 이 글 속에 담긴 내용들과 매우 비슷한 이야기들이 스티븐 핑커의 책 《마음은 어떻게 작용하는가》에도 아주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는 사실이랍니다. 저자는 `전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이자 인지과학자`로도 꼽히고, 심지어 `세계 100대 사상가`로도 불리는 사람이니, 책의 퀄리티는 크게 의심하지 않으셔도 좋을 듯합니다. 언제 기회가 되시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바랄께요~

단발머리 2016-02-02 17:16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oren님~~ 안 그래도 어제 oren님의 엄청나게 멋진 필사 페이퍼를 보고 스티븐 핑커의 책을 `읽고 싶어요`에 넣어두었어요. 위의 책은 아주 쉽게 읽혀서 재미있게 빠르게 읽었는데, <마음은 어떻게 작용하는가>는 그보다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oren님의 추천하신다니 없는 기회라도 만들어 꼭 읽어보고 싶네요.
좋은 책 추천 감사드려요^^

oren 2016-02-02 17:28   좋아요 0 | URL
스티븐 핑커의 책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더라구요. 초반에 <`사람의 손`을 어떻게 `로봇`으로 `역설계`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은 아주 쉽게 술술 넘어가지요. 그런데 `사람의 눈`으로 문제를 확대하면 제법 어려워집니다. 그 부분이 그의 책에서 가장 큰 `고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람의 눈`이 워낙 복잡하니까요. 공간지각능력이라든가, 얼굴맹, 색맹 등등을 다루는 부분은 약간 어렵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지 재미있기도 합니다. 그 부분을 지나고 나면 훨씬 더 흥미진진한 내용들이 쫙~ 펼쳐지니 아주 즐겁게 `끝까지` 마저 읽으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암튼 저 책을 사시거든 즐겁게 읽으세요~~

단발머리 2016-02-03 08:45   좋아요 1 | URL
네~~
사실 저번에 스티븐 핑커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읽다가 포기한 경험이 있어서, 핑커는 제게 어려운 산처럼 느껴졌거든요. oren님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하시니 다시 용기내서 읽어보려고 해요.
최근 필사 페이퍼 사진으로 올려주신 부분 중에, 큰 아이 작은 아이 이야기(696쪽)는 정말 눈에 쏙 들어오고 재미있더라구요.
제가 성공하거든, oren님 덕분입니다. 미리 감사드려요^^

oren 2016-02-04 16:10   좋아요 0 | URL
저도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샀습니다만 아직 읽진 못했어요. 책이 워낙 두꺼워서 쉽사리 붙잡기 힘들더라구요. 저는 두꺼운 책을 은근 좋아하는 편인데, 한 권의 책 속에 정말 다양하면서도 심오한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고, 저자의 온갖 깊은 생각들에 단번에 충분히 가까이 다가갈 수도 있어서 좋더라구요. 그렇지만 두꺼운 책을 함부로 붙잡지는 못하겠더라구요. 혹시나 읽는 도중에 포기하면 너무 아쉬울 듯해서 말이지요. 그래서 그런 책은 두고두고 재다가 정말 절박하게 읽고 싶을 때 읽기 시작하면 쭉~ 끝까지 읽을 수 있게 되더라구요.

제 페이퍼에 올렸던 `큰 아이 작은 아이 이야기`는 저도 정말 인상깊게 읽었더랬습니다. 암튼 그 책에는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이 담겨 있어서, 뒷부분으로 갈수록 `점입가경`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단발머리님께서 그 책을 다 읽으시면 재미있는 리뷰도 꼭 남겨주세요~

단발머리 2016-02-05 09:09   좋아요 1 | URL
역시나 역시, oren님은 두꺼운 책을 좋아하시는군요.^^

말씀하신대로 한 권 속에 다양하고 심오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는 건 두꺼운 책만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이죠. 저는 책 읽는 속도가 워낙 느려서 두꺼운 책을 시작할 때는 오랫동안 찾아보고 리뷰도 많이 확인하는 편이예요. 그래서 확신이 들면 시작하고요. 또 사서 보는 경우보다 도서관에서 빌려 보는 경우가 많은데, 두꺼운 책들은 아무래도 구입해야하니까 요조조모 따져봅니다. ㅎㅎ

일단 제가 어제,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구입했다는 걸 oren님께 알려드립니다.
검색하다보니 가격이 너무 착해서 저도 모르게 구입했거든요. 언제 읽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받고 보니 불끈, 불끈한 마음이 요동치네요.

<마음은 어떻게 작용하는가>도 꼭 읽어보고 싶네요. 큰아이, 작은아이 이야기에서부터 점입가경이라면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을 것 같아요. 기대됩니다.

oren 2016-02-07 13:05   좋아요 0 | URL
며칠 전에 알라딘 계정을 확인해 보니 땡스투 적립금이 무려 90원이나 들어왔더군요.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 `밑줄긋기`로 올렸던 짤막한 글에 누군가가 땡스투를 눌러주셨던데, 그 분이 바로 단발머리 님이셨군요! 암튼 감사드리고요, 단발머리 님께서도 나중에 언젠가는 쇼펜하우어의 그 유명한 책을 꼭 완독하시길 바랄께요~

단발머리 2016-02-10 12:47   좋아요 1 | URL
네~~~ 바로 저예요. ㅎㅎ
그런데 oren님, 그 책을 받고 나서는 바로 이런 표정이 되었습니다. @@
일단 목표는 올해 안에 읽는 것인데요, 잡은 물고기 먹이 안 준다고, 구매한 책들은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보다 손에 잡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올해 안에 읽을 수 있겠죠~~ ^^
 
앵두를 찾아라
배혜경 지음 / 수필세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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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라는 말보다 수필집이 더 어울린다,는 서니데이님의 평가는 정말 옳았다. 한 단락, 한 문장, 한 단어를 아껴가며 읽을 때마다 청아하고 시원한 느낌이 가득하다. 아름다운 한국어의 정취에 빠져들라치면 눈 앞에 그려지는 친절한 묘사에 오히려 내가 금방이라도 책 속으로 빨려들어갈 듯 하다. 예를 들면 이렇다.

불꽃같은 순간의 인상은 세월의 바람을 타고 활활 타오른다. 유년의 기억 속에서 할머니가 풀어 헤치고 있던 머리카락과 방바닥에서 사금파리 빛을 쪼개어내던 은비녀가 시간이 갈수록 눈부시다. 정갈하게 빗질하여 은비녀를 질러 놓은 머리도 곱상이었지만 실뱀처럼 남실대는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뒷모습은 내게 잊히지 않는 초상이다. 오래 품어 오던 꿈을 피워내듯 한 송이 백합화로 피어나던 해사한 그 옆얼굴도 또렷하다. (<비녀>, 15)

지방에서 사시다가 자식들과 같이 지내려고 서울로 올라오신 할머니와 서울 딸네집에서 여름을 나기위해 올라오시는 외할머니와 같이 지냈을 때는 내가 대학에 다니던 몇 해 동안이다. 저녁이되 아직 여름의 태양빛과 한낮의 뜨거운 열기가 가시지 않은 저녁 시간, 할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보면 할머니 두 분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그 때는 이미 두 분 다 많이 연로하셔서 손쉬운 관리를 위해 짧은 머리를 하고 계셨지만, 내 기억속의 할머니들은 은비녀를 품고 단정하게 쪽진 모습, 바로 책 속의 모습 그대로이다.

나도 그 때쯤에는 열 살이 아니었나 싶다.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그 때의 내가 어땠는지, 장소가 어디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 순간의 느낌이 너무 특별해 마음으로만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기억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 할머니 두 분에 대한 기억이, 추억이 되살아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흐릿해져가는 나만의 기억이 다시 새롭게 태어나는 경험이어서 나로서는 놀라우면서도 무척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앵두를 찾아라>는 너무 신나는 글이다. 이 책의 표제작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요놈(?)의 귀여운 앵두는 진정한 웰빙족이어서, 밤이면 친구들과 떨어져 고독을 즐기고,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 가벼운 아침운동을 즐긴다. 먹는 것에 매달리지 않고 소식에 만족해 건강하고 날씬한 몸매를 유지한다.(67) 요즘에는 연애에 흠뻑 빠져있다. 진정한 자유인에 다름 아니다.

우리집에 들어오는 모든 물고기들과 안녕하지 않은 안녕을 했던 게으르고 못된 사람으로서 앵두와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프레이야님이 부럽다. 또 한편으로는 앵두가 안녕할 수 있는 건 그들의 밤과 낮까지도 살뜰히 보살피는 그 분의 마음씀씀이 덕분이라는데 생각이 미친다.

앵두를 찾는 즐거운 일상이 프레이야님에게 계속 되시기를, 프레이야님에게 기쁨과 영감을 주는 귀여운 앵두들이 그 분 옆자리에 가득하게 되기를... 앵두 없이 사는 심심한 나는, 소심히 바래본다.

나도 앵두를 찾아야겠다, 나만의 귀여운 앵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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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8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28 1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는 게 뭐라고 - 시크한 독거 작가의 일상 철학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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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는데 먹는 일은 중요하다. 물론 나는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결혼 15년차에 국 세 개(미역국, 된장국, 북어국)에 찌개 하나(김치찌개)를 끓일 줄 아는 주부가 할 말은 아니다. 그래도 요즘엔 이런 생각이 자주 든다. 사람에겐 먹는 게 중요하다. 같이 먹는 데서 정이 든다.

커피 한 잔 하자고 건너오라기에 털레털레 걸어 구역 식구의 집에 갔더니, 브로콜리, 감자 샌드위치에 맛있는 커피를 내려주고, 제육볶음에 무공해 갖가지 밑반찬에 기가 막힌 된장찌개, 말 그대로 진수성찬 우리집 생일상급 밥상을 내온다. 다른 말이 필요 없다. 애정과 사랑이 그대로 전해진다. 따뜻한 밥 한 그릇에 마음이 전해진다.

시크한 독거 작가 사노 요코씨의 이야기 중에 관심을 끄는 건 먹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일본에서도 이제는 아침은 거르거나 아주 간단히 먹는 문화가 일반적인 듯하다. 아침마다 멸치를 우려내 된장국을 끓이고 매일 새로 배추절임을 만들던 부지런한 일본의 어머니들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아직도 그런 화려한아침 밥상을 받고 있는 남동생이 요코씨 집에 하루 머물러 왔다.

된장국도 필요해?” “밥엔 된장국이지. 다른 건 필요 없어. 아무거나 괜찮아.” “반찬은?” “샐러드 같은 거 말고. 채소는 나물이면 돼.” “평소에는 뭘 먹는데?” “딱히 뭘 먹는다고 할 정도는 아닌데. 저기, 헤헤, 전갱이 구이 정도야. 정말로 특별한 건 안 먹어.” “말린 전갱이 먹을 땐 무도 갈아서 곁들여?” “누나, 그건 당연하잖아. 안 그래?” “그리고 또?” “데루코는 요리 솜씨가 없어서 낫토 정도밖에 못 만들어.” “낫토는 있어. 고명은 양파로 얹어도 되지?” “냄새나는 건 싫은데. 낫토엔 대파잖아. 쪽파는 먹어도 먹은 것 같지가 않다고. 고명은 대파 흰 부분으로 해야지. 진짜로 특별한 건 필요 없다니까.” “그리고 또?” “다시마조림 같은 게 있으면 좋지.” (99)

무 채 써는 소리가 부엌에서 울려 퍼지고 멸치 우리는 냄새가 풍겨오는 아침에 차가운 배추절임과 함께 뜨끈한 밥 한 그릇을 받는다. 전갱이 구이, 대파를 얹은 낫토, 다시마조림. 아들에게 우유를 들이부은 현미 플레이크 따위를 먹였던 누나(102)는 아직도 저 지방 도시 한구석에서 소박하고 수수하게, 알뜰하고 검소하게 살아가는 남동생이 특별할 것 없다는 바로 그 아침상을 계속해서 받게 되기를 바란다. 바로 이 지점. 특별 새벽 기도회를 마치고 온 가족 다함께 새로 생긴 맥도날드에서 맥머핀을 먹고 나서는 배를 두드리며 행복한 아침 수면에 들어간 가족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애들아, 미안하다. 여보, 쏘리. 나는 맥머핀이 좋아요.

 

 

사노 요코. 예순을 넘긴 나이. 암에 걸린 상태이고 머리를 밀었다.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있고, 치매에 걸린 엄마를 찾아가서는 가까이에 있다는 천국이 어디에 있는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착하게 살려고 하지 않고, 아직도 자신만의 고집을 버리지 않는다. 이 귀여운 할머니의 이야기는 즐겁다. 사람이 갖는 매력이다. 사람 자체가 가지고 있는 매력 때문에 그녀의 글을 읽게 된다.

한국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뭔지 모를 쾌감도 느껴진다.

<호텔리어>의 침착하고 유능한 호텔 총지배인은, 이번에는 쾌활하고 성격 좋은 가난뱅이 젊은이가 되었다. 눈부시게 빛나는 가난뱅이 청년은 매일매일 활기차게 생수를 배달한다. 남자판 신데렐라 스토리로, ‘현대 그룹같은 재벌가 회장 따님과의 사랑 이야기였다. 추잉 껌이 된 채 나는 또다시 절절한 행복에 빠졌다. 지금의 나를 예순여섯의 나를 이렇게나 행복하게 만드는 한국 드라마는 대체 무엇인가. 한국 드라마를 모른 채, 이 행복을 모른 채 죽었다면 나의 일생은, 아아, 그건 아마도 손해 본 일생이었으리라. 진심으로 고맙다. (125)

그녀가 그토록 사랑하는 드라마, 예순 여섯의 그녀를 이토록 행복하게 만들었던 그 드라마를 만드는 나라가 내 나라가 아닌가. (그렇다. 이 순간만이라도 헬조선을 잊고 싶다. 잠깐만이라도 잊자. 드라마처럼, 드라마처럼 잠깐만 잊자). 한국 드라마의 저력에 대해 동의한다. 동아시아를 넘어 아시아 지역에서는 최고라고 생각한다. 한국 드라마에는 중국이나 일본이 가지고 있지 않은 독특한 정서가 있다. 연출력도 훌륭하다. (실례: 응답하라1988) 뻔한 듯 하지만 다른 장르에서 줄 수 없는 강렬한 감동을 준다. 아시아의 많은 사람, 아시아의 많은 여자, 아시아의 많은 아줌마들에게 다른 세상에 대한 기대를, 어쩌면 터무니없을지도 모르는 환상을 심어준다. 웃게 한다. 행복하게 한다.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크기에 반해 책읽기를 시작했는데, 그녀의 다른 작품 죽는 게 뭐라고도 찾아 읽어보고 싶다. 암진단을 받고 죽음을 코 앞에 두었으되 삶을 삶, 그 자체로 바라보는 그녀. 늙어가는 것을 느끼고, 그러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그녀. 그녀의 멈춰지지 않는 찰진 불평소리에 중독된 탓일까. 벌써부터 절로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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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3 2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3 2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6-01-13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st에서 와퍼주니어 콜라 세트로 2600원에 할인판매 중입니다. 맥도널드 햄버거 얘기에 문득 그 생각이...제가 업자도, 광고쟁이도 아니고;;; 와퍼를 좋아해서 말해 봤어요ㅜㅜ 한 분이라도 유용하시면 좋겠지 싶어서;

단발머리 2016-01-13 23:51   좋아요 1 | URL
ㅎㅎㅎ 업자도 아니고 광고쟁이도 아니면서 부지런한 Agalma님~~
저 와퍼 좋아해요.
저녁으로 와퍼 먹고, 집에 두 개 사가지고 왔다는...
저는 주니어는 작지만, 그래도 11st로 고고~~~

2016-01-13 2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3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금행복하자 2016-01-14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는 이야기가 나와 오늘 낮에 둘째가 할머니한테 일러바친 일이 생각났어요 ㅋ
엄마가 이제는 나물을 안해준다고.. 숙주나물도 안해주고 고사리나물도 안해준다고.....
할머니 딸이 변했다고~~~
친정엄마의 지청구를 한바가지 얻어듣고 그래도 나는 나물 안해.. 다 먹지도 않으면서 ㅎ
난 이집 잔반처리공장이 아니야 고 소리를 빽 질렀다는ㅠㅠ
해 주는 밥이나 잘 드시지~~ ㅋㅋ
갑자기 이글보고 찔려요 ~~ ㅎㅎ

단발머리 2016-01-15 17:33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저는 진짜 나물 종류는 잘 못 해요.
사람들 말이, 콩나물 무치는 거랑 라면 끓이는 거랑 시간은 똑같이 든다고 하는데,
저는 콩나물 무치는 게 어렵더라구요.
아이들이, 착하네요. 나물도 찾고^^

야클 2016-01-14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끓일 줄 아는 찌개 종류는 제가 더 많네요(맛은 장담 못하지만요) . 하핫 ^^ 잘 읽었어요.

단발머리 2016-01-15 17:39   좋아요 0 | URL
야클님의 찌개가 더 맛있을 거예요.
저는 요즘 `연두`의 도움 없이는 요리를 할 수 없.... 흐흑....
야클님이라면 양파와인 만드시는 수준이니 요리도 잘 하실거라~~ 믿습니다.

2016-01-14 0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4 0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4 0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4 0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5 17: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4 0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5 1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6-01-14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고 사노 요코님처럼 나이들고 싶다는 생각 들었어요^^ 먹는 게 중요하다 싶으면서도 잘 먹기 위해 들이는 시간이 너무 아까운ㅜㅜ;

단발머리 2016-01-15 17:4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저도 사노 요코처럼 약간은 못된(?) 할머니가 되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근데 어쩐대요.
저도 먹는 데 드는 돈은 아깝지 않은데, 시간이 좀 아까워요.
좋은 음식을 만드는 데는 시간과 공력이, 사랑과 정성이 너무 많이 필요해요.
게으른 주부의 변명일까요?

해피북 2016-01-14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겁이나서 음식을 잘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저희 엄마 말씀 왈, `네가 한 음식은 상대방이 다 먹어줄때까지 기다리는게 아니라 네가 다 먹는거야` 라고 말씀하셨거든요. 제가 신랑이 반찬을 많이 먹지 않는다고 투덜거렸더니 해주신 말씀인데 ㅎ 저는 제가 한 음식을 그리 먹고 싶진 않아요 ㅋㅋㅋㅋ 다른사람이 해준 음식은 꿀맛이나는데, 제가 한 음식은 왜이렇게 맛도 모양도 없는지 영 호감이가지 않더라고요 ㅎㅎ 그리고 사노요코 할머니의 무한 긍정에너지가 저는 책을 읽는 내내 좋더라고요. 아직 죽는게 뭐라고는 읽어보지 못했는데 읽으심 소문내주세용^~^

단발머리 2016-01-15 17:50   좋아요 0 | URL
해피북 어머님 말씀 옳아요. 그런데 그게 잘 안되지요잉~~~~~ㅎㅎ
다른 사람이 해준 음식이 꿀맛이라는 건 만고불변의 진리가 아닐까 싶어요.
저도 도무지 늘지 않는 실력 때문에 괴로울 때가 많습니다. 사실 식구들한테도 많이 미안하구요.
나아질 수 있을지, 나아지기는 나아지는 건지 궁금합니다.
노력하고 연습해야할텐데.... @@
사노 요꼬 <죽는 게 뭐라고> 읽어야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