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트러블 - 페미니즘과 정체성의 전복
주디스 버틀러 지음, 조현준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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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었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다,라고 쓰자니 많이 부끄러운데, 만약 다 읽었다는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면 이 큰 의미를 도대체 어디든 둘 데가 없다. 그래서, 다 읽었다는 큰 의미를, 다 읽었다는 데 둔다.  







앞서 논의한 것처럼 여성은 주체도 타자도 아니며, 이분법적 대립 경제에서 나오는 차이이고, 남성적인 것을 자기 독백의 산물로 만들려는 책략 그 자체이다. - P118

동성애적 욕망 중에서 유일하게 사회적으로 허가되어, 정신병이 아니게끔 위치를 바꾼 것은 모성성과 시인데, 이것 둘 다가 이성애로 적절하게 변용된 여성의 우울증적 경험을 구성한다. 이성애적 시인-어머니는 동성애적 카섹시스의 위치 변경으로 인해 끊임없이 고통을 겪는다. 그러나 크리스테바에 따르면, 동성애적 욕망의 완성은 정신병적 정체성의 발견으로 이어질 것이다. 즉 여성에게는 이성애와 일관된 자아감이 서로 불가분의 관계로 연결되어 있다는 가정이다. - P250

여성은 일인칭 ‘나‘ 를 사용할 수 없다. 왜냐하면 여성화자는 특정한(상대적이며, 관련되어 있고, 관점이 있는) 것이며, ‘나‘를 소환한다는 것은 보편적인 인간으로서, 보편적 인간을 위해 말할 능력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 P304

미묘하고도 정치적인 방식으로 강제되는 수행성의 결과로서, 젠더는 하나의 ‘행위‘ 이다. 말하자면 균열, 자기-패러디, 자기 비판에 열려 있는 행위이다. 젠더는 자신을 과시하면서 보여주는 ‘자연스러운 것‘ 의 과장된 전시를 통해 그근본적인 환영적 지위를 드러낸다. - P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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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1-08-08 23: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고생많으셨어요. 다 읽고나니 다 읽었구나, 하기로는 이 책만한게 없는 듯. 저도 다 읽고나니 읽기 전보다 더 막막했던 것 같아요. 젠더 트러블…

단발머리 2021-08-09 07:30   좋아요 3 | URL
그래도 쟝쟝님 가이드가 있어서 넘넘 좋았어요. 물론 그 길도 쉬운 길만은 아니었지만요. ㅎㅎㅎㅎㅎㅎ
8월에도 우리 잘해봐요! 뽜야!

미미 2021-08-09 0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수고하셨어요!!!👍👍

단발머리 2021-08-09 07:28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저도 수고가 많았어요 ㅎㅎㅎㅎㅎㅎ 미미님, 우리 8월도 화이팅해요!!

수이 2021-08-09 08: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끝내셨군요! 고생하셨습니다!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일이 이토록 고생스러운 일인가 그런 걸 느끼게 만드는 책이 아닌가 싶어요.

단발머리 2021-08-09 11:21   좋아요 1 | URL
저도 그런 생각을 좀 했더랬죠. 벌써 8월이 8일이나 지났더라구요. 이제 8월 책으로 고고씽!!

다락방 2021-08-09 10: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단발머리님.
소설의 정치사 쉬우니 금세 넘어가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서론 읽다 덮어버린 사람으로서, 우리의 8월도 쉽진 않을 것 같습니다. 흑흑. 단발머리님, 화이팅!!

단발머리 2021-08-09 11:22   좋아요 2 | URL
반전댓글이에요. ... 라고 말하고 싶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이제 시작하려고 해요. 쉽지는 않을테지만 요즘 날씨가 좀 선선해진것 같고요. 우리 힘내서 8월도 같이 달려봐요! 뽜야!!
 
세상을 바꾸는 하나의 목소리 세상의 모든 지식
에밀리 하워스부스 지음, 앨리스 하워스부스 글, 김은정 옮김 / 사파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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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변화는 위대한 한두 명의 영웅이 아니라, 자신이 믿는 가치를 위해 양보하고 헌신하는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진실을 보여 준다.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알차고 의미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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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여자
아니 에르노 지음, 김계영 외 옮김 / 레모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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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녀가 성장하면서 자신의 몸에 대해 부끄러움, 증오, 혐오를 배워가는 과정이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감히, 남자처럼 지적 탐구를 갈망하는 여자가 경험할 수밖에 없는 절망감에 숨이 막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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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08-01 21: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서재에서 아니 에르노 평가가 좋아서 세월 주문했어요.^^ 시작하는 책 같아서...!

단발머리 2021-08-02 09:24   좋아요 1 | URL
네, 전 한 권밖에 안 읽고 에르노 좋아져버렸네요. 저도 <세월> 찾아봐야겠어요. 시작하는 책이군요!!! 👍🏼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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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름 부인이 하지만 널 무너뜨리는 건 대부분 룩이야라고 말했을 때, 놀랐다. 체스판에서 내가 제일 즐겨 쓰는 말이 룩이기 때문인데, 룩과 비숍 두 개 기물의 움직임이 가능한 퀸보다 나는 룩이 훨씬 더 좋다. 전진, 후진, 왼쪽, 오른쪽. 직진으로 이동할 수 있는 룩은 세상을 이해하는 일반적인 방식과도 비슷하다. 전진과 후진, 왼쪽과 오른쪽. 하나의 우주, 일직선의 세계.

 


이 책은 이런 일직선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다른 선택으로 만들어진 다른 세계를 경험하는 노라 시드의 모습을 보여준다. 죽기로 결심한 노라는 천국도 지옥도 아닌 곳, 삶과 죽음 사이의 특별한 공간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서 어린 시절 사서 선생님 엘름 부인을 만나게 된다. 더 이상 삶에 대한 아무런 미련도 기대도 없는 노라에게 이번 생은 후회로 뒤덮여 있다. 이렇게 했더라면. 저렇게 했더라면. 그 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그랬더라면 현재의 고통이 자신에게 닿지 않았을 거라 체념하고 후회하는 노라에게 엘름 부인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책들을 건네고, 노라는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던 선택들로 이루어진 다른 세계를 체험하게 된다.

 


지금의 나를 만들었던 선택들 중에 근원적인 요건들은 선택 밖의 것들이다. 부모, 국적, 인종, 그리고 성별. 나는 이것들 중 어느 것도 스스로 선택하지 않았지만, 이것들은 지금 나의 세계를 이루는데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내가 했던 선택이 있다. 대학과 직장, 배우자와 거주지. 이런 선택으로 지금의 내 세계가 만들어졌고, 그런 선택의 합이 지금의 나다

 

그 대학 어떤 거 같아?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대학에 가는 건 어떨까 생각했다. 새로운 생활이 두렵기도 하고, 기숙사 생활도 걱정되었지만, 스무 살 새롭게 시작하기에 괜찮은 곳이라 생각했다. 물어볼 사람이 없어 교회 선배에게 물어보았다. 그 대학 어때? 괜찮지, 거기 괜찮지 뭐. 그래도 나는 니가 안 갔음 좋겠다. 만약 내가 그 대학에 갔다면 내 삶은 지금과 어떻게 다를까. 한 달 다니고 그만두었던 첫번째 직장을 계속 다녔다면, 그랬다면 지금 내 삶은 어떤 모습일까. 큰아이를 낳은 후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 지금까지 계속 회사에 다녔다면, 워킹맘으로 살고 있다면, 그 우주 속의 나는 지금의 나와 어떻게 다를까. 결혼해서 친정과 시댁에서 모두 가까운 이 곳이 아니라, 다른 나라, 다른 도시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면. 만약 그랬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그때 그랬으면 어땠을까의 가정이 노라에게 이루어졌다. 노라는 다른 삶을 산다. 아니, 전혀 새로운 삶 속으로 던져진다’. 영국 시골 펍의 주인이 되고, 친구를 잃고 절망한 채 호주의 해변에서 마약에 찌든 삶을 살고, 수영선수가 되어 올림픽에 출전해 메달리스트가 되고, 북극권 한계선의 빙하학자가 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밴드의 리드싱어가 되고, 다정한 남자친구와 함께 유기견을 돌본다. 남편과 함께 캘리포니아에서 작은 포도밭을 가꾸고, 소설을 쓰고, 피아니스트가 된다. 여행 블로거가 되고, 자려고 하지 않는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가 된다. 그리고 노라는 이 곳으로 오기 전, 자신에게 마지막 친절을 베풀어주었던 이웃 애쉬와 함께 하는 삶 속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행복하다고 느끼던 그곳에서조차 노라는 그 삶이 자신의 것이 아님을 깨닫고, 결국은 현재의 삶으로 다시 살아난다’.

 

우리의 우주와 나란히 존재하는 또 다른 우주에 대한 생각,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상상. 다른 선택으로 만들어진 또 다른 세계. 다른 내가 존재하는 다른 우주. 그런 상상, 새로운 삶에 대한 가능성이 이 책을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동력이다. 다만, 의사 남편과 예쁜 딸아이, 멋진 집과 철학 교수라는 직업적 성공의 총합이 행복한 삶의 전형이 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세상을 바꾸고자 할 때 가장 쉽게 바꿀 수 있는 대상이 자기 자신이라는 건 분명하지만, 관점의 변화만을 말하는 것 역시 세상에 대한 너무 순진한 이해 방식이 아닌가 묻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라의 선택으로 새로운 삶이 열릴 때마다 흥미로웠다. 메달리스트가 되기 위한 고된 새벽 훈련이나 피눈물 나는 인고의 시간 없이 얻게 된 세계 최고 가수로의 손쉬운 안착이 좀 아쉽기는 했지만, 그런 상상마저도 마음껏 꿈꿀 수 있어서 좋았다. 굶주린 북극곰에 맞서 연신 프라이팬을 두드릴 때,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위해 최고급 호텔 스위트룸에 들어설 때, 나도 함께했다. 안식년을 맞은 철학교수가 되어 깔끔한 서가에 꽂힌 플라톤의국가』, 한나 아렌트의전체주의의 기원』, 줄리아 크리스테바와 주디스 버틀러, 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에의 책을 쓰다듬을 때, 나도 그 옆에 있었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의 진학을 소심하게 말리던 사람은 내 아이와 스스럼없이 전화하는 사이가 됐다. 아빠, 언제 와요? 나의 선택은 어떤 식으로든 내 삶을 만들어갔다. 이런 방식 혹은 저런 방식으로. 내가 선택한 지금의 우주와 선택하지 않은 또 다른 우주의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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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1-07-31 19: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단발머리님은 괜찮게 읽으신 모양입니다. 설정 자체는 참 흥미롭네요. 저도 혼출육 안 하고 살아가는 제 모습을 가끔 상상해보곤 합니다… 게으르게 살았을 것 같지만요…

단발머리 2021-07-31 23:30   좋아요 2 | URL
가끔 그런 생각하잖아요. 그 때 그렇게 했더라면. 다른 삶을 살아가는 노라를 보며 맘껏 대리만족했습니다.
혼출육 안 하고 사는 제 모습 저도 상상하곤 합니다. 웃음이 나네요. 흐흐흐.

공쟝쟝 2021-08-03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외의 룩 유저! 직진밖에 모르는 단발님. 언제나 다른 우주를 상상하는 단발님. 멀리있는 다른 우주에서는 우리가 친구로 만날 수 있을까요? 저는 이 곳 우주에서의 삶이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이상할 정도로요.

단발머리 2021-08-10 08:29   좋아요 0 | URL
전 룩 좋아하고, 장기에서는 차 좋아해요 ㅎㅎㅎ 그렇다고요. 언제나 다른 우주를 상상합니다. 멀리 있는 우주, 다른 우주에서도 난 내가 쟝쟝님의 친구였을거 같아요. 어떤, 그런, 확신이 있다고 합니다.
 
내가 되는 꿈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3
최진영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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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어린 아이가 모진 말을 배워가는 과정이 안쓰러웠다. 아이였을 때 어른 같던 아이는 막상 어른이 되어서는 아이 같은 여린 마음에 여전히 혼자다. 최진영을, 아니 열네 살의 태희를 꼭 안아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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