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 : 가족이라는 위계 집단 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
크리스틴 델피 지음, 김다봄.이민경 옮김 / 봄알람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를 들어 소비할 때 바닥에서 고기를 날로 먹는 취향이 있는 게 아니라면, 국민계정에 임의적인 부분이 있는 게아닌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임의성 자체는 사실 그리 놀랍지 않다.
다만 가공 절차 가운데 계속해서 이루어지지 않은 양 간주되는 것이 무엇인가? 바로 ‘가사노동‘이라는 용어로 설명되는 행위들이다. - P24

연구자들은 농업의 자가소비를 위해서 특별히 일어나는 생산이 아니라 자가소비를 위한 모든 생산에서 공통되게 나타나는 일을 ‘가사노동‘이라 부른다. - P33

우리의 가설에서는 가사노동이 생산적이라 여겨지지 않으며 집계되지도 않는 이유가 그것이-가사의 영역에서 무료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라고 본다. - P35

이들은 모든 가사노동, 한 사람이 아내로서 하는 노동뿐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서 하는 노동 역시 국가에 의해서 보수를 지급받아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 P36

스스로를 위해 행한 서비스를 무료 노동이라 칭할 수 있을까? 무료 노동이라 칭할 수 있는 활동은 어떤 사회적 생산 조건에서 이루어지는 것일까? 우리는 무료 노동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 오직 타인을 위해 제공된 서비스라고 본다. - P39

따라서 이 경우 노동은 스스로에 의해서 전유된다. 이는 지불받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보상을 얻은 노동이다. 누군가에게‘이득‘을 준 이상 이는 노동이다. 그러나 그 이득이 스스로에게 돌아갔고 그 보상 역시 스스로가 얻은 것이므로 ‘무료‘ 노동이라고는 할 수 없다. - P41

특히 음식 소비는 가장 자명하게 가족적인 소비다. 이는 진정한 의미의 공산주의 공동체, 즉 진정으로 공정한 분배의 이미지를 상기하는 소비이며, 위계의 영향에서 가장 벗어나 있는 소비다. - P73

그저 하루의 신체 활동 시간을 계산해보기만 해도, 여성이 남성보다 삼할 정도 더 움직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토착 이론의 믿음과는 달리, 에너지 소비량과 필요량은 여성의 경우에 더 많다. 그러나 ‘필요‘ 이론, 객관적인 생리적 명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거나 암시적으로 드러내는 이 이론은 그 명령을 완전히 무시한다. - P89

여성들은 일 년에 한 번 만들어둔, 품질이 떨어지는 재료로 만든 음식으로 식사를 한다. 반면 이 여자들이 남자를 위해서 준비하는 식사는 신선하고 좋은 품질의 식재료를 기반으로 한다. 식사 장소, 시간, 기본 재료의 엄격한 분리는 여성과 남성 간에 음식을 두고 경쟁이 일어날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한다(Ferchiou 1968). - P95

가장 나쁜 부분을 취하는 행위의 주도성과, 그렇게 하는 것이 그의 자유에 맡겨져 있도록 한 바로 그 방식을 통해서 말이다. 자유로운 선택처럼 보이는 이 자원의 배분은 ‘평범한‘ 선택, 즉 개인의 기호라는 동기와 연관된다. 질문을 받은 이 여성은 자신이 지방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희생을 굳이 사랑할 필요조차 없다. - P98

희생은 두 번째 성정이 된다. 안주인은 아무 고민 없이 가장 작은 비프스테이크 조각을 먹고, 스테이크 양이 모두에게 충분하지 않다면 아예 먹지조차 않는다. 그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는 스테이크를 원치 않아." ‘원하지 않는‘ 사람이 항상 같다는 데 놀라는 사람은 없다. 그 자신도 물론이다. - P99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4-04-23 08: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다가 99페이지는 모두가 밑줄을 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도 오늘 아침에 밑줄 그은 부분입니다.

햇살과함께 2024-04-23 17:09   좋아요 1 | URL
그죠~ 빡치면서 ㅎㅎ ‘원하지 않는‘ 사람이 항상 같다는 데 놀라는 사람은 없다.

단발머리 2024-04-23 18:10   좋아요 1 | URL
고기를 좋아하던 사람으로서 특히나 큰 분노를 느낍니다. ‘원하지 않는‘ 사람이라니요!!!!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 자연의 재발명 Philos Feminism 4
도나 J. 해러웨이 지음, 황희선.임옥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해러웨이의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를 읽고 쓴다.


 

10편의 논문에서 해러웨이가 말하고 싶은 바를 꼬집어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지점은 정체성객관성에 대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분법적 사고 체계와 타자화, 세계와 나를 구별하는 강고한 구분은 존재하는 에 대한 확신으로 이어지는데, 이것이야말로 인류 문명의 근간이고, 인간 문화의 시작점이다. 그중에서 서구 전통은 여성, 유색인, 자연, 노동자, 동물을 지배하는 논리와 실천 체계를 이분법과 타자화를 통해 제공해 왔다. (321)

 


해러웨이는 인간과 동물이 크게 다르지 않고, 동물-인간(유기체)과 기계도 그러하다고 말한다. 거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물질과 비물질간에도 큰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이는 동물 위에 군림했던 인간의 위상을 인정하지 않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인간이 사이보그로 존재하는 가능성과 현실, 그리고 생명을 담보한 유기체이자 진화 과정의 결정판으로서 인간이 지닌 것으로 추정(?)되던 우주 내 가장 특별한 존재로서의 권위를 완벽하게 해체했다.

 


인간과 동물이 크게 다르지 않고, 인간과 기계도 그러하고, 물질과 비물질 간의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다면, 여성과 남성간의 차이는 어떠한가. 해러웨이는 그것 역시 큰 차이가 아니라고 말하는데, 그런 맥락에서 여성은 없고, 여성성은 없고, 여성됨은 없다’(282)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스피박의 전략적 본질주의에 대해 다시 고려해 볼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전에 써둔 글로 갈음하고 해러웨이에게만 집중하기로 하자. (전략적 본질주의https://blog.aladin.co.kr/798187174/15259889, 저항주체인 여성의 전략적 본질주의: 

https://blog.aladin.co.kr/798187174/15262820)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의 저자인 뇌과학자 질 볼트 테일러는 37살이 되는 어느 날 아침, 좌뇌의 정위연합 영역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뇌졸증이었다. 그녀는 스스로를, 끝없이 움직이는 유동적 세상에서 내부에 액체가 차 있는 주머니로 인식(59)했다. ‘통합된 자아는 환상이다'라는 최근의 뇌과학 연구 결과 혹은 과학적 해석으로 설명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인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인가.

 

서구인에게 고유하고 적절한 상태는 자아에 대한 소유권을 갖는 것이다. 마치 재산처럼, 핵심적인 정체성은 소유하는 것이다. (245)

 


를 구성하는, 나를 설명하는 핵심적 정체성은 소유하는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 ‘내 피부의 경계까지이다. 내 피부의 경계면, 내 몸이 바로 . 하지만.

 


인문과학 영역에서 비페미니스트 이론은 이처럼 '일관적이거나' 주인다운 주체성과의 결별을 '주체의 죽음'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새롭게 불안정하고 종속된 타자들과 마찬가지로, 많은 페미니스트들은 인종화된/섹스화된/식민화된 발화자들이 '최초로', 다시 말해, 제도화된 출판의 실천과 다른 형태의 자기구성적인 실천 속에서 자신들을 스스로 대변하는 기원적 저작권(originary authorship)을 주장하려는 바로 그런 최초의 순간에, 그것의 출현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런 프로젝트 공식을 거부한다. 페미니스트들에게 '주체'의 해체는 근본적인 것이었다. (267)

 


이런 나, 일관적이거나, 주인다운 주체성의 구현자인 , 해체의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다. (‘주체의 발견을 고민하시는 분이시라면 주체의 죽음에 대해 서술한 348, 349쪽 참고하시라 권해드린다)

 


이를 과학적으로설명한 부분이 <10: 포스트모던 몸의 생명정치: 면역계 담론에서 자기의 구성>이다. 몸이 코드화되고, 실험실에서 과학기술적이고 유기적인 각인 장치의 조합과 특징의 비밀을 알아가는 과정에 대한 서술은, ‘해체되어 버린 나’, ‘실체로서 존재하지 않는 나를 묘사한 것으로 읽힌다. 인간을 단세포 번식체를 생산하기 위한 다세포 기계로 보는 도킨스의 의견에 해러웨이가 깊이 공명하는 것(399)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그 의견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다시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을 인간 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단백질 덩어리에 깃든 환상이 인간의 의식이라면, 그 용기에 불과한, 곧 해체될 운명을 지닌 우리는, 왜 오늘에도 살아가는가. 살아있는가.


 


페미니스트들은 세계를 보다 잘 설명할 수 있도록 집요하게 노력해야 한다. (337)  

 


나의 노력은 집요했나. 나는 잘 설명했나. 나는 끈질기게 노력했나. 3개의 반성을 곱게 접어두고 다음 책으로 간다. 읽을 것이, 고민할 것이, 생각할 것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나는 아직 어리고, 아직 젊고, 그리고 어쩌면 아직 청춘인지도 모르겠다.

 


어리니까 청춘이다.

많으니까 청춘이다.

모르니까 청춘이다.




댓글(21)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4-03-28 1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단발머리 님, 읽느라 고생 많으셨고요 이렇게 근사한 글까지 써내시다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 한타임 쉬고, 그 후에 다음책 가십시다. 일단 재미있는 책 좀 몇 권 읽으세요. 저는 그러려고 합니다.
저는 이 책 너무 어려워서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던데, 단발머리 님은 이 책을 아주 보람차게 읽으셨네요. 굿잡!!!!!

단발머리 2024-03-28 11:56   좋아요 2 | URL
사실 저.. 어제 머리 부여잡고 이 책 읽다가 졸아서 의자에서 떨어진 뻔.... 진짜 떨어질 뻔했어요 ㅠㅠ 어찌나 졸리던지...
어제 오후 늦게 다 읽고, 비비언 고닉 읽는데 아주 꿀맛이더라구요 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도 4월 오기 전까지 꿀타임 가지시기 바래요. 그래서 지금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메가에서 큐브라떼(아이스임)랑 반찬가게에서 새우튀김 사와서, 김숙의 <여행 고수 김숙 꿀팁> 보면서 막 웃고 있습니다.
음하하하하하하!!!

햇살과함께 2024-03-28 11: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너무 멋져요!! 해러웨이 읽고 이런 글 쓰는 멋진 분!! 모르니까 청춘이다. 저는 죽을 때까지 청춘으로 살 수 있네요?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안다는 소크라테스의 말이 머리 속에 계속 맴돌았고요.. 수고 하셨습니다!

단발머리 2024-03-28 11:56   좋아요 2 | URL
저는 청춘(?) 시절을 오히려 밋밋하게 보냈거든요. 아직도 궁금하게 많고 모르는 게 많아서 지금이 제 시절이라 여기며 살고 있습니다. 사실 제대로 이해한건지도 모르겠고ㅠㅠ(해러웨이 짱인데 짱어려움ㅠ) 좀 쫄리는 마음으로 올렸는데, 햇살과함께님이 멋지다고 해주셔서 으쓱해지네요. 댓글 감사합니다, 햇살과함께님!!

공쟝쟝 2024-03-28 11: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나는 젊.다!

단발머리 2024-03-28 11:41   좋아요 3 | URL
모르셨을거라고 생각해요. 나도 젊습니다. 생각보다 젊어요. 특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모르니까 청춘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4-03-28 11:47   좋아요 2 | URL
10장, 생명정치 푸코다!! (ㅋㅋㅋㅋ) 낼름! 저는 도킨스에 대한 단발님의 질문 포함 ㅋㅋㅋ 요는 그것을 (유전자를 ㅋㅋ) 본질화하거나 규정하는 권력(언어)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렇기에 내가 아는 앎을 비우는 태도는 얼마나 지성적인 태도인가요. 저렇게 아는 사람도 모른다는 건데 뭘 안다고 떠든 내가 부끄럽다 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떠든다 ㅋㅋㅋㅋ 나는 젊으니까 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03-29 11:30   좋아요 2 | URL
10장에 푸코 나와서 쓸까말까했는데 기어이 댓글에 (아이구 두야 ㅋㅋㅋㅋㅋ 하염없는 푸코사랑)

도킨스에 대한 저의 질문(해러웨이도 그 쪽이라고 저는 이해하거든요)에서 그것을 본질화하거나 규정하는 권력(언어)의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만들어지는 질문은 무척 단순한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요. 이건 제가 종교인으로서 가질 수 밖에 없는 한계일 거구요. 저는, 제 한계를 압니다. 그리고 그 범위 안에서만 이해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구요. 그래서, 인간은? 우리의 몸은? 영혼은? 죽음은? 라고 묻고.... 제가 아는 답을, 제 손에 든 답을, 다시 한 번 살펴봅니다. 이것은 말이 되는 건가? 내 믿음을 설명할 수 없고, 설명할 필요도 없지만요. 저는 그게 우주의 주인이라고 제가 믿는, ‘창조주‘에 대한 바른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무턱대고 믿는 거 말고요 ㅋㅋㅋㅋㅋ 그 분은 지혜의 하나님이시기에.

모르면서도 이렇게 길게 쓸 수 있습니다. 제가 허가할 일 아니지만, 허락합니다.
쟝쟝님 떠들기를 허하노라!!!
떠드니까 청춘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4-03-28 11:59   좋아요 2 | URL
인간을 믿을 수 밖에 없는 종으로 설계한 까닭이 있으시겠고, 저는 믿음 앞에서 겸허합니다. 라캉 좋아하는 이유.
덧붙이면 그 믿음이 깨진 후에도 안전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사회가요. 그러면 끝까지 믿고 주저없이 깨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을 것 같거든요. 그래도 된다. 라고 젊은 우리 모두들에게!!

단발머리 2024-03-28 17:42   좋아요 1 | URL
그 겸허한 마음 존중합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아주 귀한 마음이죠.
강신주는 인문학이란 신과의 한 판, 신과의 맞짱이라고 했지요, 꿇지 않겠다는 외침 같다고요. 그런 의미에서 인문학은 ‘신의 품 속에서의 안전‘을 박차고 나오는 것이라 했습니다. 그렇게 말했다고요^^

우리 사는 사회는 더 안전해져야 하겠지요. 선거일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공쟝쟝 2024-03-28 17:38   좋아요 1 | URL
더 젊고 아름다운 따님과 밥상머리 정치토론이 활발하겠군요? ㅋㅋㅋㅋ 저희집은 가부장 아빠가 가장의 권위가 유일하게 미치지 못하는 곳이 바로 비.밀. 투표의 원칙이라ㅋㅋㅋㅋㅋ
그래서 철학이(신) 그런 거였구나… 전 몰랐어요 정말로…. 이제야… 깨닫다 털썩…

잠자냥 2024-03-28 12: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신생아 다녀갑니다~

단발머리 2024-03-28 12:33   좋아요 2 | URL
신생아 아니시고 오별냥 완독 잠자냥님이시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신생아는 청춘이다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3-28 12:43   좋아요 2 | URL
펀딩 후 적립금 욕심에 눈먼 오별냥 미완독 잠자냥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03-28 12:50   좋아요 2 | URL
앗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반은 읽으셨겠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적립금은 청춘이다
펀딩이라 청춘이다
반읽어서 청춘이다

잠자냥 2024-03-28 12:58   좋아요 1 | URL
아닌뎁쇼... 서문만 읽었읍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03-28 13:00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앗 그래요?
서문이라 청춘이다
펀딩이라 청춘이다
신생아라 청춘이다

호시우행 2024-03-29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리뷰입니다.

단발머리 2024-03-30 09:2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24-04-02 22: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이 너무 어려워서 문득 글을 쓴다면 어떻게 써내려가는 걸까? 그런 의문점들이 계속 들었거든요.
그걸 단발 님이 과감하게 예시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청춘이어서 좋은 점이 많네요.ㅋㅋㅋ
암튼 잘 읽고 갑니다.
전 완독하려면 몇 달 걸리지 싶어요.
몇 달이 걸린대도 부디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음 좋겠네요.ㅋㅋㅋ
아...해러웨이 님 넘 어려워요.ㅜㅜ

단발머리 2024-04-04 09:35   좋아요 1 | URL
이 책 너무 어렵더라구요. 저도 많이 어려웠습니다. 근데 아무것도 안 쓰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아서 ㅋㅋㅋㅋㅋㅋ
밑줄긋기를 중심으로 대충 요약을 해보았습니다. 과감하다 해 주시니 너무 좋아요. 과감한 단발머리!!
이 책은 정말 각 잡고 딱 집중하면서 읽어도 어렵더라구요. 천천히 읽어도 그것 나름대로 좋을 것 같아요.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 하던데, 해러웨이는 진짜진짜 쓴 약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른시선 다른시선 1
엠마 지음, 강미란 옮김 / 우리나비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엠마라고만 소개되는 이 책의 저자는 페미니스트이자 혁명가이며, 컴퓨터 엔지니어다.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었던 블로거의 운영자이고, 웹툰이 큰 인기를 끌어 책 출간까지 이어진 듯하다. 책은 총 7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1) 신비롭고 놀라운 모하메드의 모험!은 포스트 테러리즘 이후 이루어진 이민자에 대한 폭력을 다뤘고 2) 억압당하는 사람들의 폭력(?!)은 직장을 비롯한 일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폭력 행위에 저항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3) 내 친구 C의 이야기는 산부인과 수술실에서 출산 여성이 경험하는 무력감에 관한 것이다. 4) 남자들의 시선은 매스미디어를 포함한 영상 매체에서 그려지는 여성 사물화에 대해 다루었고 5) 너의 거시기를 봤느냐?는 클리토리스와 여성의 오르가슴을 6) 평범한 교외 거주자는 이민자들에게 행해지는 경찰 폭력에 대해 이야기하며 7) 휴가는 출산휴가라 불리는 시기에 산모들이 경험하는 휴식 없는 휴가에 대해 보여준다.

 


이 책은 여성의 몸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지만 동시에 이민자 문제,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페미니즘이 해석하고 설명하는 범위가 어디까지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제일 흥미로운 부분은 챕터 2 “억압당하는 사람들의 폭력(?!)”이었다. 배경은 남자들만 있는 직장, 전쟁터와 같은 분위기에서 현재 임신 중인 저자는 일을 제대로 처리할 것을 요구하다가 오히려 옷차림으로 놀림을 당한다. 이럴 때, 그 사람이 화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 사람이 여자인 경우 반응은 사뭇 달라진다.

 




저자는 묻는다. 언제나 억압을 당하는 이들의 폭력성이 비판을 받는다. 그럼 어느 정도의 굴욕과 폭력의 희생자가 되어야만 그런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는가.

 


가진 자의 분노는 제도적으로 보장되고 배려받지만 약자의 분노는 폭력 취급하는, 약자는 우아하고 세련된 시민일 수 없게 만드는 이 시스템! 나는 흥분하지 말라는 소리가 가장 듣기 싫다. (<정희진처럼 읽기>)  

 


약자의 호소는 소음으로 인식되고, 약자의 외침은 폭력적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리고 언론은 약자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쏟아낸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시위에 대해 출퇴근 시간에 시민의 발을 붙잡으려 한다고 말한다거나, 세월호 유가족 그리고 10.20 이태원 참사 유가족의 시위에 대한 평가가 그러하다.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여전히 사회적으로 성적 억압의 대상이 되고 있는 여성들의 집단행동 역시 과격하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기존의 문법으로는 설명될 수 없기에/악의적으로 재단 당하기에 약자는 자신만의 언어를 가져야 하고, 또한 새로운 언어로 말해야 한다. 지루하고 고단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추구해 온 공동 지식체의 결실이다. 우리 삶과 관련된 결정을 하는데 모든 사람이 참여해 이로운 결정을 내리도록 촉구하는 것이, 공동 지식체의 목적이다. 처음에는 30명이었던 사람들이 천 명이 되고, 4만 명이 되고, 그 후에는 20만 명이 되었다. 좀 더 정의로운 세상과 각자에게 주어진 존엄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공동체의 힘이 점점 커졌다.  

 

다른 시선’, 즉 페미니즘적 시선으로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를 진단하고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해 가는 과정이 우리 삶 전체를 유익하게 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아도 이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의 삶과 생활에 대한 고려가 후순위라는 뜻이 아니라, 그 일을 다른 이름으로도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는 뜻이다.

 

 


오후에는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의 <8. 사이보그 선언문: 20세기 후반의 과학, 기술, 사회주의 페미니즘>을 읽었다. 우리 모두는 기계와 유기체의 잡종으로 이론화되고 제작된 키메라(273)라고 해러웨이는 썼다. 누가 우리인가. 어디까지가 우리인가.

 


'여성(female)' 됨에는 여성(women)을 자연스레 묶는 것이 없다. 심지어 여성''과 같은 상태가 없다. 됨 그 자체가 성과 관련된 과학 담론 및 사회적 관습의 경합을 통해 구성된 매우 복합적인 범주다. 젠더, 인종, 계급에 대한 의식은 가부장제, 식민주의, 자본주의라는 모순적인 사회 현실을 겪어 온 우리의 비참한 역사가 강제로 떠안긴 성과다. 그렇다면 내 화법에서는 누가 '우리'로 간주되는가? ’우리'라는 강력한 정치 신화를 정초하는 정체성은 무엇이며, 이 모임에 들어오고 싶게 만드는 건 무엇일까? (282)

 


질문은 뒤에 있고, 답은 앞에 있다. 여성은 여성으로 묶이지 않는다. 여성과 같은 상태는 없다. ‘여성이라는 범주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체성 대신 동맹과 결연으로 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는 인식 또한 확장되어 왔다. (281)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쟝쟝 2024-03-27 01: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의 분노는 뜨겁고 튀어나올 것 같지만 차갑고 또 차갑게 벼려져야 한다… 오뉴월에 한으로 응결시킨 서리처럼…. 그리고…… 제때에 그것을 꽁꽁 뭉쳐 던질 수 있다면…. 아니 가끔은 그걸 가지고 있다는 기운을 풍기는 것만으로도… 아무도 나를 못건드리지!! 나는 언어를 가질거고 무림의 고수가 될테다!! ㅋㅋㅋ

단발머리 2024-03-27 08:47   좋아요 2 | URL
더 자세히 더 구체적으로 더 정교하게 쓰고 싶어요. 그게 제 작은 바램입니다. 현실은 그렇지 않지만요.
오늘도(아니 어제도...) 도서관 사진에 기대 페이퍼 올리고 줄행랑 칩니다. 그 다음은 쟝쟝님이 맡아 주세요.
 
[공포의 권력] 아브젝시옹과 동물성
공포의 권력 동문선 문예신서 116
줄리아 크리스테바 지음, 서민원 옮김 / 동문선 / 200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포의 권력>을 읽었다.

 


도리어 실망스러웠던 부분은 챕터 4, ‘<성서> 속의 혐오에 대한 기호학이다.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해왔던 사람으로서 그나마 조금 쉽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이런. 인용된 성경 구절들은 익숙한데 그 해석으로 들어가자면, 나도 모르게 이런 표정(@@)이 되어 버렸고. 설득되지 않았는데 반박하기도 좀 어려운, 그렇게 애매모호한 시간을 이럭저럭 지나쳐왔다.

 

 

음식물에 대한 혐오가 여성의 육체나 생식능력이 야기시키는 혐오와의 유사성을 갖는 연장선에서, ‘나에게서 분리되어야 하는 것대변어머니인 것은 의미심장하다(165). 대변이 육체를 가로지르며 내 안에 존재했던 것이면서 동시에 영원히 내게서 추방되어야 할 것인데 반해,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정신적 분리 작용이 어머니에게서의 분리(165)인 것은 자신과 하나인 줄 알았던 어머니가 사실은 자신과 구별된 존재임을 인지하는 데서 시작된다. 이는 126쪽에서도 확인된다.

 


오염에 대한 이같은 가치 기준으로 볼 때, 육체란 방비하고 보존하는 존재 혹은 영원히 숭고한 존재가 될 것이다. 제어할 수 없는 생식 능력을 가진 어머니에 대한 공포는 나의 육체를 밀쳐낸다. 즉 내가 카니발리즘으로 어머니를 거절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어머니의 기각(아브젝시옹)이 나를 타자의 육체, 나의 분신, 나의 형제의 육체에 대한 경의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126)

 


한편으로 ‘<성서>에 나타나는 분리의 내재화 과정속에서 모성의 위치도 흥미롭다.

 


위협적이지만 영양을 공급하는 이질성으로서의 모성은, <신약> 이후의 텍스트와 후세의 신학에서 죄 많은 육체로만 각인될 뿐이다. (179)

 


그리스의 아폴론적 육체관에서는 육체를, ‘충동적 육체완전히 역전된 육체로 이해하면서도 이 두 종류의 육체가 결코 나누어질 수 없다고 이해하는데, 후자의 승화된육체가 전자의 도착적인 육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신약 성경의 많은 부분을 저술했던 사도 바울 역시 그리스적 세계관에서 완벽하게 탈출했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다음과 같은 성경 구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육체, 영이 아닌 육체가, 하나님의 영이 거하는 거처가 될 수 있음을 설파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나님의 성전과 우상이 어찌 일치가 되리요 우리는 살아계신 하나님의 성전이라 이와 같이 하나님께서 이르시되 내가 그들 가운데 거하며 두루 행하여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되고 그들은 나의 백성이 되리라 (고린도후서 6 16)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고, 또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머릿속의 두루뭉술한 그 무엇을 명확하게 끄집어내는 일이 쉽지 않았다. 여성 혐오와 어머니 혐오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도, 어쩌면 이 지구의 문명이 계속되는 한 반복되는 이야기가 될 것이기에, 일단 오늘은 여기에서 접는다. 참 수고가 많았다고 한다. 존경하는 친구들, 이웃님들의 건투를 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햇살과함께 2024-01-27 16: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단발머리 2024-01-27 16:04   좋아요 0 | URL
🤗🤗🤗🤗

다락방 2024-01-27 16: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대박 대박!!!!!!!!!!! 고생하셨습니다!!!!!

단발머리 2024-01-27 16:42   좋아요 0 | URL
힘든 시간 곧 지나가리라! 뽜야!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 - 카를로 로벨리의 기묘하고 아름다운 양자 물리학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카를로 로벨리의 네 번째 책이다. 몇 번째 책인지가 중요한 이유는 읽지 못한 작가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모든 작가 혹은 대부분 작가의 작품을 다 찾아 읽을 수 없다면(현재로서는 그럴 것으로 보인다), 한 작가의 책을 깊이 파기보다는 그녀/그의 대표작을 읽고, 또 다른 작가, 다른 우주로 넘어가겠다는 게 내가 선택한 방식이다. 그런데, 로벨리의 책은 이번이 네 번째다. 잘 이해하지도 못하는 과학책을 네 권이나 읽을 수 있었던 건, 첫째 그의 책이 묘하게 흥미롭기 때문이고, 둘째 그의 책이 작고 얇기 때문이다. 이번 책은 이북으로 읽어서 작고 가벼운느낌을 맘껏 누리지 못해 조금 아쉽다.

 


하이젠베르크의 발상은 단순하고 대담했다. ‘전자가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물체라는 생각을 포기하자. 전자의 움직임을 기술하는 것을 포기하자…. 모든 것을 오직 관찰 가능한 양에 근거해서만 설명하자.’ (전자책, 22/275) 40대인 보른의 후원 아래 20대의 하이젠베르크, 요르단, 디랙, 파울리는 양자 상태에 관한 이론을 완성해 나간다. 이 이론은 세계에 대한 이론 가운데,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오류도 없고 지금도 그 한계를 알지 못하는 유일한 근본 이론(32)이라고 한다.

 


이후 슈뢰딩거가 등장해 파동역학에 대한 이론을 정교화하고, 이 과정에서 하이젠베르크와 슈뢰딩거는 서로의 주장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한다. 저자는 “(슈뢰딩거의) 파동역학도 하이젠베르크의 행렬만큼이나 모호하다고 보았다. 45쪽에 근거해 양자역학의 핵심 아이디어를 정리하면 이렇다.

 


1. 관찰 가능한 것만 설명한다 (하이젠베르크)

2. 확률만을 예측한다 (보른)

3. 입자성; 양자 현상은 세계가 아주 작은 규모에서는 입자적이다

 


여기까지의 독서는 <저것은 아이패드요, 이것은 글씨입니다>의 독서이다. 이 이론을, 파인만이 이걸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고 했던 이 이론을, 이해하겠다 굳게 결심할 필요는 없다. (천생 문과인 저는, 없다고 봅니다) 어차피 양자의 세계를 인간이 다 이해하는 일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읽으면 된다. 그냥, 읽으면 된다.

 


본격적으로(?) 흥미로운 양자 중첩이 이제야 나온다.

 


양자 중첩이란, 어떤 의미에서 서로 모순되는 두 가지 속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 대상이 여기에 있으면서 저기에도 동시에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62)

 


여기에 있으면서도 저기에 동시에 있다는 것. 서울에도 수원에도. 광주에도 부산에도, 동시에 있는 것 말이다. 3차원 세계에 사는 우리가 이걸 이해할 수 있을까. (아시는 분 연락 바랍니다. 010-1234-5678) 이제 저자가 최초로 양자 간섭(양자 중첩의 결과)을 눈으로 관찰한 경험을 소개한다.

 


 



광자로 이루어진 광선이 프리즘에 의해 두 개로 나뉜다. 두 경로(왼쪽과 오른쪽)을 모두 열어두면 모든 광자가 아래쪽 검출기에 도달한다. 그러나 두 개의 경로 중 하나(왼쪽 또는 오른쪽)을 막으면 광자의 절반은 아래쪽에, 나머지는 위쪽 검출기에 도달한다. (64) 두 경로가 모두 열려 있을 때 위쪽 검출기에 광자가 하나도 도달하지 않게 되는 현상이 양자 간섭의 한 예(65)라고 하는데, 더 놀라운 일은 그다음이다.


 




 


관찰하는 일로 일어날 일을 바꿀 수 있다. 더 정확히는, 관찰하려는 뜻만 보여도 광자의 움직임이 다른 결과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를 전문용어를 이용해, 저자는 우리가 관찰하는 순간 파동함수는 붕괴합니다라고 쓰고 있다. (68) 하이젠베르크의 질문을 재구성해 풀어내면 이와 같다.


 

관찰이란 무엇인가?’, ‘관찰자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마침내 우리를 관계라는 개념으로 인도합니다. (89)

 


본인이 인도하고, 본인이 답을 내어놓는다.

 


그 해답의 열쇠이자 동시에 이 책의 핵심 아이디어는, 과학자도 측정 장비와 마찬가지로 자연의 일부라는 단순한 사실입니다. 양자론이 설명하는 것은 자연의 한 부분이 자연의 다른 부분에게 어떻게 자신을 나타내는가 하는 것이죠. (95)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논의는 상호작용으로 나간다. “대상은 대상이 상호작용하는 방식 그 자체로 존재한다(97)". 이게 얼마나 멀리 나온 길인가. 멀리도 가셨습니다.


 

세계의 기원, 우주의 시작을 설명하고자 인간은 우주와 세계의 기초/기본이 무엇인지 알고자 했다. 나는 서구가 쪼개는방식으로 이 문제에 맞섰다고 생각한다. 그 대상이 신체라면 해부하고, 물체라면 더 작은 구조를 밝혀내기 위해 애썼다. 더 작게, 더 작게, 쪼개고 들어가 만난 것들, 발견한 것들이 원소이고 원자이다. 그렇게 어렵게 만난 광자가 움직인다. 움직이는데, 법칙에 따라,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라, 마치 의식이 있는 것처럼, ‘생각이 있는 것처럼 움직인다.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일어날 일이 바뀌어 버린다. 이쪽에서 보고 있으면 저쪽으로 간다. 저기 멀리서 기다리고 있으면, ‘기다리고 있다는 것만으로 광자가 경로를 바꾸어 버린다. 보지도 않았는데. 저기 멀리서 기다리고만 있었는데 말이다.

 

 


이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 나온다. 이걸 쓰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다.

 


사물의 속성은 다른 사물과의 상호작용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죠. 양자론은 사물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방식에 대한 이론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오늘날 우리가 가진, 자연에 대한 최선의 설명입니다. (99)

 


속성은 대상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상과 대상 사이에 놓인 다리인 것입니다. 대상은 맥락 속에서만, 즉 다른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하며 다리와 다리가 만나는 지점입니다. 이 세계는 거울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비쳐야만 존재하는 관점들의 게임인 것입니다. (111)

 


대상이 맥락 속에서만, 즉 다른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것은, 사회학 서적에서나 볼 수 있을 만한 문장이다. 우리는, 인간이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 인간에 대한 이해는 그가 속한 사회적, 역사적 맥락 속에서 (비로소 아주 조금) 독해될 수 있음을 안다. 과학자의 설명으로 듣는 상호작용과 맥락. 문화 비평가의 문장으로 들으면 이러하다.

 


어떤 종류의 친구라 할지라도 우리는 우리가 스스로 자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그들의 영향을 받는다. 우리 중 누가 사랑하는 이들의 인정을 염두에 두지 않을 채 말하고 행동하는가다른 사람의 동의는 일종의 두 번째 양심이 아닌가?   우리는 다른 이들에게 의지하도록 태어났고 우리의 행복은 다른 사람의 손에 쥐어져 있다. ‘우리라는 인물의 형태는 주위 사람들에 의해 주조되며색을 부여한다우리의 감정이 부모의 영향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진리의 발견>, 94)

 


오늘의 결론. 광자는 관찰자를 의식한 듯 경로를 바꾸어 양자 간섭을 그 결과로 나타내고, 사물의 속성은 다른 사물과의 상호작용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며, 속성은 대상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상과 대상 사이에 놓인 다리로서, 모든 사물이 그러하듯 인간 역시 다른 인간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존재한다. 저자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자면, 다른 사물, 다른 인간과의 상호작용 속에서존재한다.

 


사물은 맥락 속에 존재한다. (168)




댓글(5) 먼댓글(0) 좋아요(3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4-01-25 07: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 ㅑ ~
너무 좋은 글이네요. 감히 제가 읽어보지도 못하는 과학책을 단발머리 님이 읽고 써주시니 아아 이럴 때 저는 알라딘 하는 보람을 느낍니다. 계속 과학책 읽고 써주세요. 글 읽고 쓰는 단발머리 님 응원하지만 과학책 읽고 쓰는 단발머리 님은 더 응원합니다.

위의 댓글 써놓으니 갑자기 생각이 나는데, 개그우먼 장도연 있잖아요? 알라딘에서 책을 그렇게 산대요.
장도연이 이 글을 보고 이 책도 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레이스 2024-01-25 08:13   좋아요 1 | URL
혹시 그 비회원?!.....ㅋㅋ

단발머리 2024-01-25 09:34   좋아요 3 | URL
다락방님 / 응원과 지지와 성원 감사해요, 다락방님!
사실 저는 과학책 읽어도 태반이 모르는 일이고, 이 책도 읽으면서 두어번 그만 읽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저는 물리학자가가 우주, 세계, 인간에 대해 말하는게 꼭 듣고 싶어서요, 끝까지 읽었는데 참 좋네요. 제가 그 생각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말이에요.

장도연씨가 이 글을 읽고 이 책도 샀으면 좋겠네요. 도연씨, 제가 팬입니다! 알라딘 자주 오세요!!

그레이스님 / 사랑 고백에 얼른 ‘좋아요‘ 누르신다는 그 분이요? 장도연씨.... 보고 있나요? 그대가 맞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4-01-25 09: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잘 읽었습니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포함 2권 읽었는데,, 이 책도 읽고 싶네요^^

단발머리 2024-01-25 09:35   좋아요 1 | URL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를 읽으셨으면 이 책도 어렵지 않게 읽으실 수 있을 거에요. 저는 읽었던 로벨리의 네 권 중에, 이 책이 제일 흥미로웠어요.
그레이스님 리뷰도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