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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 - 카를로 로벨리의 기묘하고 아름다운 양자 물리학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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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 로벨리의 네 번째 책이다. 몇 번째 책인지가 중요한 이유는 읽지 못한 작가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모든 작가 혹은 대부분 작가의 작품을 다 찾아 읽을 수 없다면(현재로서는 그럴 것으로 보인다), 한 작가의 책을 깊이 파기보다는 그녀/그의 대표작을 읽고, 또 다른 작가, 다른 우주로 넘어가겠다는 게 내가 선택한 방식이다. 그런데, 로벨리의 책은 이번이 네 번째다. 잘 이해하지도 못하는 과학책을 네 권이나 읽을 수 있었던 건, 첫째 그의 책이 묘하게 흥미롭기 때문이고, 둘째 그의 책이 작고 얇기 때문이다. 이번 책은 이북으로 읽어서 작고 가벼운느낌을 맘껏 누리지 못해 조금 아쉽다.

 


하이젠베르크의 발상은 단순하고 대담했다. ‘전자가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물체라는 생각을 포기하자. 전자의 움직임을 기술하는 것을 포기하자…. 모든 것을 오직 관찰 가능한 양에 근거해서만 설명하자.’ (전자책, 22/275) 40대인 보른의 후원 아래 20대의 하이젠베르크, 요르단, 디랙, 파울리는 양자 상태에 관한 이론을 완성해 나간다. 이 이론은 세계에 대한 이론 가운데,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오류도 없고 지금도 그 한계를 알지 못하는 유일한 근본 이론(32)이라고 한다.

 


이후 슈뢰딩거가 등장해 파동역학에 대한 이론을 정교화하고, 이 과정에서 하이젠베르크와 슈뢰딩거는 서로의 주장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한다. 저자는 “(슈뢰딩거의) 파동역학도 하이젠베르크의 행렬만큼이나 모호하다고 보았다. 45쪽에 근거해 양자역학의 핵심 아이디어를 정리하면 이렇다.

 


1. 관찰 가능한 것만 설명한다 (하이젠베르크)

2. 확률만을 예측한다 (보른)

3. 입자성; 양자 현상은 세계가 아주 작은 규모에서는 입자적이다

 


여기까지의 독서는 <저것은 아이패드요, 이것은 글씨입니다>의 독서이다. 이 이론을, 파인만이 이걸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고 했던 이 이론을, 이해하겠다 굳게 결심할 필요는 없다. (천생 문과인 저는, 없다고 봅니다) 어차피 양자의 세계를 인간이 다 이해하는 일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읽으면 된다. 그냥, 읽으면 된다.

 


본격적으로(?) 흥미로운 양자 중첩이 이제야 나온다.

 


양자 중첩이란, 어떤 의미에서 서로 모순되는 두 가지 속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 대상이 여기에 있으면서 저기에도 동시에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62)

 


여기에 있으면서도 저기에 동시에 있다는 것. 서울에도 수원에도. 광주에도 부산에도, 동시에 있는 것 말이다. 3차원 세계에 사는 우리가 이걸 이해할 수 있을까. (아시는 분 연락 바랍니다. 010-1234-5678) 이제 저자가 최초로 양자 간섭(양자 중첩의 결과)을 눈으로 관찰한 경험을 소개한다.

 


 



광자로 이루어진 광선이 프리즘에 의해 두 개로 나뉜다. 두 경로(왼쪽과 오른쪽)을 모두 열어두면 모든 광자가 아래쪽 검출기에 도달한다. 그러나 두 개의 경로 중 하나(왼쪽 또는 오른쪽)을 막으면 광자의 절반은 아래쪽에, 나머지는 위쪽 검출기에 도달한다. (64) 두 경로가 모두 열려 있을 때 위쪽 검출기에 광자가 하나도 도달하지 않게 되는 현상이 양자 간섭의 한 예(65)라고 하는데, 더 놀라운 일은 그다음이다.


 




 


관찰하는 일로 일어날 일을 바꿀 수 있다. 더 정확히는, 관찰하려는 뜻만 보여도 광자의 움직임이 다른 결과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를 전문용어를 이용해, 저자는 우리가 관찰하는 순간 파동함수는 붕괴합니다라고 쓰고 있다. (68) 하이젠베르크의 질문을 재구성해 풀어내면 이와 같다.


 

관찰이란 무엇인가?’, ‘관찰자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마침내 우리를 관계라는 개념으로 인도합니다. (89)

 


본인이 인도하고, 본인이 답을 내어놓는다.

 


그 해답의 열쇠이자 동시에 이 책의 핵심 아이디어는, 과학자도 측정 장비와 마찬가지로 자연의 일부라는 단순한 사실입니다. 양자론이 설명하는 것은 자연의 한 부분이 자연의 다른 부분에게 어떻게 자신을 나타내는가 하는 것이죠. (95)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논의는 상호작용으로 나간다. “대상은 대상이 상호작용하는 방식 그 자체로 존재한다(97)". 이게 얼마나 멀리 나온 길인가. 멀리도 가셨습니다.


 

세계의 기원, 우주의 시작을 설명하고자 인간은 우주와 세계의 기초/기본이 무엇인지 알고자 했다. 나는 서구가 쪼개는방식으로 이 문제에 맞섰다고 생각한다. 그 대상이 신체라면 해부하고, 물체라면 더 작은 구조를 밝혀내기 위해 애썼다. 더 작게, 더 작게, 쪼개고 들어가 만난 것들, 발견한 것들이 원소이고 원자이다. 그렇게 어렵게 만난 광자가 움직인다. 움직이는데, 법칙에 따라,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라, 마치 의식이 있는 것처럼, ‘생각이 있는 것처럼 움직인다.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일어날 일이 바뀌어 버린다. 이쪽에서 보고 있으면 저쪽으로 간다. 저기 멀리서 기다리고 있으면, ‘기다리고 있다는 것만으로 광자가 경로를 바꾸어 버린다. 보지도 않았는데. 저기 멀리서 기다리고만 있었는데 말이다.

 

 


이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 나온다. 이걸 쓰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다.

 


사물의 속성은 다른 사물과의 상호작용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죠. 양자론은 사물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방식에 대한 이론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오늘날 우리가 가진, 자연에 대한 최선의 설명입니다. (99)

 


속성은 대상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상과 대상 사이에 놓인 다리인 것입니다. 대상은 맥락 속에서만, 즉 다른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하며 다리와 다리가 만나는 지점입니다. 이 세계는 거울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비쳐야만 존재하는 관점들의 게임인 것입니다. (111)

 


대상이 맥락 속에서만, 즉 다른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것은, 사회학 서적에서나 볼 수 있을 만한 문장이다. 우리는, 인간이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 인간에 대한 이해는 그가 속한 사회적, 역사적 맥락 속에서 (비로소 아주 조금) 독해될 수 있음을 안다. 과학자의 설명으로 듣는 상호작용과 맥락. 문화 비평가의 문장으로 들으면 이러하다.

 


어떤 종류의 친구라 할지라도 우리는 우리가 스스로 자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그들의 영향을 받는다. 우리 중 누가 사랑하는 이들의 인정을 염두에 두지 않을 채 말하고 행동하는가다른 사람의 동의는 일종의 두 번째 양심이 아닌가?   우리는 다른 이들에게 의지하도록 태어났고 우리의 행복은 다른 사람의 손에 쥐어져 있다. ‘우리라는 인물의 형태는 주위 사람들에 의해 주조되며색을 부여한다우리의 감정이 부모의 영향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진리의 발견>, 94)

 


오늘의 결론. 광자는 관찰자를 의식한 듯 경로를 바꾸어 양자 간섭을 그 결과로 나타내고, 사물의 속성은 다른 사물과의 상호작용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며, 속성은 대상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상과 대상 사이에 놓인 다리로서, 모든 사물이 그러하듯 인간 역시 다른 인간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존재한다. 저자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자면, 다른 사물, 다른 인간과의 상호작용 속에서존재한다.

 


사물은 맥락 속에 존재한다. (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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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1-25 07: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 ㅑ ~
너무 좋은 글이네요. 감히 제가 읽어보지도 못하는 과학책을 단발머리 님이 읽고 써주시니 아아 이럴 때 저는 알라딘 하는 보람을 느낍니다. 계속 과학책 읽고 써주세요. 글 읽고 쓰는 단발머리 님 응원하지만 과학책 읽고 쓰는 단발머리 님은 더 응원합니다.

위의 댓글 써놓으니 갑자기 생각이 나는데, 개그우먼 장도연 있잖아요? 알라딘에서 책을 그렇게 산대요.
장도연이 이 글을 보고 이 책도 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레이스 2024-01-25 08:13   좋아요 1 | URL
혹시 그 비회원?!.....ㅋㅋ

단발머리 2024-01-25 09:34   좋아요 3 | URL
다락방님 / 응원과 지지와 성원 감사해요, 다락방님!
사실 저는 과학책 읽어도 태반이 모르는 일이고, 이 책도 읽으면서 두어번 그만 읽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저는 물리학자가가 우주, 세계, 인간에 대해 말하는게 꼭 듣고 싶어서요, 끝까지 읽었는데 참 좋네요. 제가 그 생각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말이에요.

장도연씨가 이 글을 읽고 이 책도 샀으면 좋겠네요. 도연씨, 제가 팬입니다! 알라딘 자주 오세요!!

그레이스님 / 사랑 고백에 얼른 ‘좋아요‘ 누르신다는 그 분이요? 장도연씨.... 보고 있나요? 그대가 맞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4-01-25 09: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잘 읽었습니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포함 2권 읽었는데,, 이 책도 읽고 싶네요^^

단발머리 2024-01-25 09:35   좋아요 1 | URL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를 읽으셨으면 이 책도 어렵지 않게 읽으실 수 있을 거에요. 저는 읽었던 로벨리의 네 권 중에, 이 책이 제일 흥미로웠어요.
그레이스님 리뷰도 보고 싶네요!!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 기후 위기 시대의 자본론
사이토 고헤이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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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시대의 자본론>을 부제로 삼는 이 책의 저자는 사이토 고헤이다. 오사카시립대 경제학 연구과 부교수이고, 전 세계적으로 뛰어난 진보적 저술에 주어지는 도이처 기념상을 역대 최연소 수상했다. 1987년생이다.

 


지구 온난화와 기후 위기에 대한 우려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기후 위기는 2050년 전후에 서서히 일어날 것이라 예상되는 미래의 일이 아닌 현재의 일이다. 이상기온, 해수면 상승, 가뭄과 폭우, 그리고 폭설저자는 점점 다가오는 기후 위기의 원인이 편리함에 대한 추구 때문이라고 보는데, 그 직접적인 원인을 제국적 생활 양식으로 본다. 제국적 생활양식이란 간단히 말해 글로벌 노스Global North의 대량 생산, 대량 소비 사회를 가리키는 것이다. (27)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바람직하고 매력적인 이 모든 것. 30쪽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이 책을 읽는 순간순간이 끝없는 반성과 간절한 결심의 시간으로 돌아오게 되리라는 슬픈 예감이 스쳐 지나간다.

 


39쪽의 [지역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분석표를 살펴보면 1945년의 제2차 세계대전의 종결 이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고, 이 중의 많은 부분을 EU 회원국과 미국, 그리고 최근에는 중국이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제국주의 시대에서부터 시작된 자본의 침탈은 이제는 침략이 아닌 투자와 기술협력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고, 선진국 사회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글로벌 사우스를 희생시키는 외부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극단적 외부화와 생태 제국주의를 통해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 혹은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의 천연자원이 무차별적으로 수탈되면서 그곳의 자연환경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지역에 살고 있던 사람들의 삶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저자는 현재의 위기를 타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탈성장, 자본주의의 멈춤이라고 주장한다. 그것이 가능한가 혹은 가능하지 않은가를 넘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멈춤이라는 극단적(?) 방법 이외에 실현 가능한 타협점을 찾아보라고 조언할 것이다. 저자는 실현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다른 해결책들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를 지적한다.

 


UN, 세계은행, IMF(국제통화기금)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등에서 강조하는 녹색 성장이 지구 환경의 보존과 양립할 수 있는가. 저자는 환경학자 요한 록스트룀의 측정 결과를 근거로, 기후 변화와 생물 다양성 손실 등 네 개 영역에서 이미 인류의 경제활동으로 인해 지구 한계를 넘어섰다고 주장한다. , ‘경제 성장또는 지구 기온 상승 1.5도 미만 억제중 하나밖에 선택할 수 없는 상황(69)과 이산화탄소의 절대적인 양을 줄이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존재할 수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 0을 달성해야 하는 절대적 디커플링녹색 성장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후 변화와 관련된 디커플링 : 신기술을 이용해 경제 성장과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을 동시에 실현하는 것) 몇몇 선진국에서 오랜 기간 이어진 경기 침체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감소하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따져보면 신흥국의 현저한 경제 성장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효율화 때문에 기후 위기에 대처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그의 주장 역시 새겨들을 만하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있지만(우리나라만 거꾸로 가고 있음) 그럼에도 화석연료 소비량은 줄지 않고 있다.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의 대체재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기존 화석연료에 더해 추가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76).   

 

 


근본적인 문제는 경제 성장을 가능케 했던 대량 생산, 대량 소비의 문제다. (반성 모드 진입) 문제의 핵심은 선진국의 부유층이다(급 안심). 82쪽에는 전 세계 상위 10퍼센트 부유층이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절반을 차지한다는 놀라운 데이터도 있다. 실제로 상위 10펀센트 부유층이 유럽인의 평균적인 수준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만 해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3분의 1 정도가 줄어든다고 하니(82), 그들의 회심을 바라야 하는 걸까.

 






기술 발전으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자는 기술 낙관론은 전가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선진국의 위험물을 신흥국 영토에 매몰하고, 도시의 산업 폐기물을 농촌에 유기하고, 글로벌 노스의 공장을 글로벌 사우스로 이전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긴 분량을 마르크스의 생태학적 연구에 대한 분석과 자본주의에 대한 한계를 지적하는 데 할애한다. 한편으로, 탈성장이 단순히 경제 성장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지구 한계를 주의하면서 경제적 격차 해소, 사회보장 확충, 여가 증대 등을 중시하는 경제 모델로의 전환임을 강조한다. (135) 이에 더해 마르크스 재해석의 핵심 개념 중 하나인 커먼(common)’ 개념을 소개한다.

 


'커먼'은 미국형 신자유주의와 소련형 국유화 모두와 대치하는 '3의 길'을 여는 데 중요한 열쇠라고 해도 무방하다. 다시 말해, 시장근본주의처럼 전부 상품화하는 것도 아니고, 소련형 사회주의처럼 전부 국유화하는 것도 아니다. '3의 길' '커먼'은 수도, 전력, 주택, 의료, 교육 등을 공공재로 삼아서 사람들이 스스로 민주주의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목표한다. (144)

 


수도, 전력, 주택, 의료, 교육의 민영화를 원하는 자본이 얼마나 싫어할 만한 일인가. 인간 생활에 필수적인 이 재화들을 공공의 이름으로묶어 두다니. 국가의 힘으로도 강제할 수 없는 자본의 힘을 대적하는 세력으로 저자는 사회운동을 제시하는데, 그중에 한 가지 예가 시민의회 citizens’ assembly’이다. 영국의 환경운동 멸종 저항과 프랑스의 노란 조끼 운동이 이들의 성과로 손꼽힌다. 선거가 아니라 제비뽑기로 구성되는 시민의회의 성원들이 기후 변화 방지를 위해 내놓은 대책들은 얼마나 과격하고 급진적인지. 2025년부터 비행장 신설 금지, 항공기 국내선 폐지, 자동차 광고 금지, 기후 변화 대책용 부유세 도입. 우리는 이미 정답을 알고 있다.  

 


 

1세계에 가까운 생활 수준이 지표로 확인되는 나라에 살고 있는 대도시 거주자로서, 현재의 생활 수준을 지속하지 않으면서, 불편을 감수하는 삶에 대해 생각했더란다. 나의 결심을 적어본다.  

 


1) 고기 줄이기 (더 줄일 것이 별로 없기는 합니다만)

2) 덜 먹기 (구입한 식품을 음식물 쓰레기로 만들지 않기)

3) 에너지 절약하기 (, 전기, 도시가스)

4) 불필요한 소비 줄이기 (, , 각종 필수품을 가장한 사치품)

5) 차량 운행 덜 하기  

 


하지만, 나 같은 사람 100명이 에코백을 들고 다니고, 매일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것보다 더 강력한 해결책이 필요하고, 그 해결책이란 바로 탈성장이며, 그 조치가 2-30년에 획기적으로 추진되지 않는 한, 다가오는 지구의 멸망을 막을 수 없다는데. 결국 인류의 운명은 전 세계 상위 10퍼센트 부유층의 합의와 결심 말고는 다른 답이 존재할 수 없는 것인가. 저자의 해답은 이러하다.

 


1. 사용 가치 경제로 전환 : 대량 생산, 대량 소비에서 벗어나자

2. 노동 시간 단축 : 노동 시간을 줄이고, 생활의 질은 높이자

3. 획일적인 분업 폐지 : 분업을 폐지하여 노동의 창조성을 회복시키자

4. 생산 과정 민주화 : 생산 과정 민주화로 경제를 감속시키자

5. 필수 노동 중시 : 노동집약적인 필수 노동을 중시하자 (돌봄 노동)  

 

 

마지막 저자의 당부가 ‘3.5 퍼센트여 일어나라!’이다. 저자는 이것이 무슨 수치인지 아는가(357)하고 물었는데, 한국의 촛불 혁명을 모르는 그대여. 우리는 안다네. ‘3.5 퍼센트의 사람들이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들고 일어나 진심으로 저항하면 반드시 사회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 그렇다. 그러한 일은 일어났고, 또 일어날 것이다.


 

더 큰 범위에서, 더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는지 주목해 보아야 한다. 선진국의 부유층과 일부 국가의 정치 지도자, 그리고 우리가 이름을 알고 있는 세계 최고 부자들의 결단이 이루어지는 주목해야 한다. 일단, 오늘의 실천은 점심, 저녁 냉장고 파먹기. 이번 주의 실천은 마트 가지 않기. 사 먹는 커피는 이틀에 한 잔으로 줄이기. 세 번째가 제일 지키기 어려워 보이는군. (이런) 마무리는 훈훈하게 정희진 선생님의 글로.

 


나는 물건을 파괴하지 않는 아류 러다이트 주의자다. 다시 말해 '멈춤'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성찰적 과학자의 질문, "다시 한번 묻는다. 인공지능 그리고 그다음을 이어갈 또다른 과학의 발전은 계속 인류를 더 나은 미래로 이끌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당연히 아니다"이다. 과학기술은 발전하면 할수록 인류를 불행하게 한다. 이익을 보는 이들은 지구를 버리고 화성에 가서 살고 싶은 극소수 자본가뿐이다. (<녹색평론> 184, [딜레마가 아닌 파국: 영화 <오펜하이머>를 보고], 정희진, 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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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1-08 14: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 님의 결심이 저의 결심이기도 하네요.

저는 몇해전 미국에 갔을 때 마트에 가 장을 봤는데요, 비닐봉지 사용에 전혀 거리낌이 없더라고요? 두겹 세겹으로 해서 물건을 넣어줘요!! 비닐봉지 포함 일회용품 쓰는게 너무 심해서 ‘아니, 내가 대한민국이란 쪼꼬만 나라에서 장바구니 가지고 다니고 텀블러 들고 다니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했더랬어요. 어휴...

아무튼 저도 고기도 좀 줄이고, 먹는 양도 좀 줄이도록 해볼게요. 화이팅!!

단발머리 2024-01-08 14:14   좋아요 1 | URL
그냥 미루기만 하면 안 될거 같아서 ‘나의 결심‘을 꼽아 보지만, 맞아요.... 다락방님이 말씀하신대로 우리처럼 쪼고만 나라에서 나 한명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이런 생각이 들기는 해요. 저는 지난번에 해양 오염 때문에 괴로운 고래 영상을 봤는데... 사람들이 낚시 마치고 그냥 낚시대를 다 바다에 버리더라구요 ㅠㅠ 비닐 봉지도 많이 보였구요.

일단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어요. 기후 위기 마진 노선이 2050년이라던데, 얼른 뭔가 대책이 나와야 할텐데... 하면서도 일단 오늘은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잠자냥 2024-01-08 15:18   좋아요 0 | URL
먹는 양 줄이기에서 빵터짐 ㅋㅋㅋㅋㅋㅋㅋㅋ

얄라알라 2024-01-10 21:34   좋아요 0 | URL
억울한 생각도 있어요. 다락방님, 단발머리님 말씀처럼 ˝쪼꼬미˝ 나라에서도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데 몇 십배 큰 나라들이 그냥 막 섞어 버려도 아무 죄의식 없이!!!
안 바뀔까요?^^:;;흑흑

건수하 2024-01-08 14: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불필요한 소비 (책) 에서 가장 찔립니다...

단발머리 2024-01-08 14:40   좋아요 0 | URL
건수하님은 쪼금만 찔리시구요. 겨울에는 희망도서 신청 안 되서 저도 올 겨울에 책을 쫌....... 샀습니다.
아... 찔리네요. 읽으러 갈게요. (터벅터벅)

잠자냥 2024-01-08 15:18   좋아요 1 | URL
불필요한 소비...책.....에서 좋아요 누르려다가 멈칫....ㅋ

단발머리 2024-01-13 10:22   좋아요 1 | URL
근데... 그렇기는 한대요.
불필요한 소비에도 이유는 있습니다. 대한민국 출판계가 너무너무 어렵다고 하대요. 제가 쪼금 도와드려야 합니다.
우리라도 책 사야하지 않겠습니까, 여러분.... ㅠㅠㅠ

건수하 2024-01-13 12:07   좋아요 1 | URL
책 소비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걱정 마세요 ^^!

잠자냥 2024-01-08 15: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제가 쓴 페이퍼하고 약간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요....
잠자냥! 일회용품 그만 써야한다....(배달음식금지!)
(고기를 끊어야.......주지육림에서 벗어나야.....)

단발머리 2024-01-13 10:34   좋아요 0 | URL
잠자냥님 페이퍼에서 332~333쪽 풀어서 설명하신 부분에서 다시 큰 반성과 후회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작은 실천에서부터 시작해야 하고, 그건 바로 저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일 재활용하는 날인데, 매번 탄식과 탄식. 네 명 사는데 쓰레기 왜 이렇게 많이 나오냐 ㅠㅠㅠ 저는 고기는 많이 줄였지만(메롱), 일회용품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제가 읽은 위에 빨간 책에서는 이런 개인적 노력에 더해 국가적으로, 산업적으로 파격적인, 거의 혁명에 가까운 변화가 있어야만 지구 자원의 불균형과 자연 파괴를 잠시라도 멈출 수 있다고 하는데....
전 그런 생각하다보면 자꾸... 그러니까 답은 정치다...... 이렇게 가버린답니다. 생각 좀 해 보고 올게요.
욕심 없는 잠자냥님! 욕심 없는 고양이들과 그알 보시는 집사2님과 행복한 주말 되시길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얄라알라 2024-01-10 21: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뜨겁게 읽고 한동안 뜨겁게 뇌리에 박힌지라 의식각성이 되었는데 도로아미타불.

김재원님과 단발머리님의 리뷰 나란히 읽으며 재각성합니다!

단발머리 2024-01-13 10:36   좋아요 0 | URL
알라님은 진작에 읽으셨군요!!
전 이번에 리스트 해 놓은것이 있어서 그 책들 하나하나 지워가며 읽으려는데 이 책이 1번이에요.
다시 한 번 각성하고 저도 조금이라도 실천해 보려 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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