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나는 실패했다. 『Normal People』를 마저 읽었고, 끝내 코넬과 화해하지 못했다.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성적인 사랑이란 누군가 위에 군림하는 힘, 혹은 다른 누군가의 힘에 굴복하는 것이라고 상상했다. 아라비아의 전통에 따르면, 사랑에 빠지는 것은 마법의 힘에 굴복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서양에서 사랑에 빠지는 것은 '홀리는 것'이며 아니면 '매혹되는 것'이다. , 구속되는 것이며 무력해지는 것이다. (『더 이상 어머니는 없다』, 75)

 


사랑할 때,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자주 쩔쩔맨다. 영어 단어로 표현하자면, ‘vulnerable’이 제일 가까울 듯싶다. 취약한 또는 연약한 (신체적, 정서적으로 상처받기 쉬움을 나타냄).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속수무책이다. 허둥지둥, 안절부절못한다. 사랑의 원래 모습이 이래야 한다거나 혹은 사랑의 지향점이 그렇다는 뜻이 아니다. 현재의 삶, 지금 이 순간을 통째로 요구하며 총체적 난국을 불러오는 사랑이라는 이 황홀하고 끔찍한 인간의 활동 속에는 그런 측면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내가 어떤 사람을 특별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닐 수 있습니다. 다만 어려운 문제는 타자로 하여금 나를 특별한 사람으로 생각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는 데 있습니다. 그에게는 나를 특별한 사람으로 생각할 수도 혹은 그러지 않을 수도 있는 자유가 있기 때문이지요. 사랑에서 중요한 점은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타자도 자유를 가지고 있다는 자명한 사실에 있습니다. (『망각과 자유』, 21)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원하는 것은 사랑이다. 내가 그를 사랑하듯 그도 나를 사랑해주기를, 우리는 바란다. 그리고 그 사랑은 강압이나 협박, 회유를 통해 얻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얻어지는 사랑에 만족하는 사람은 없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바보다. 그 사랑은 선물 같은 물질적 형태를 넘어선다.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원하는 건, 그녀/그의 진심이다. 나를 사랑하는 마음, 나를 배려하는 마음.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원하는 것은 그것 혹은 그것뿐이다.

 


Ever since school he has understood his power over her. How she responds to his look or the touch of his hand. (248p)

 

When they drew apart Connell looked her in the eyes and said: I love you. She was laughing then, and her face was red. She was in his power, he had chosen to redeem her, she was redeemed. (262p)

 


코넬의 이러한 생각, 판단은 소설 속 상황을 봐서는 옳다고 여겨진다. 그는 마리안보다 더 강하다. 더 강력한 힘을,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코넬이 남자여서 그런 것인지, 혹은 마리안보다 더 안정적인 가정 환경 속에서 사랑받고 자랐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두 가지 모두일수도 있겠다. 



코넬은 자신이 마리안에게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았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You know I love you.’라고 먼저 말할 수 있었다. 마리안을 괴롭히는 친오빠에게 한 번만 더 마리안을 때리거나 나쁜 말을 하면 죽여버리겠다는 말을 할 수도 있었다. 코넬은 자신의 사랑, 마리안에 대한 자신의 사랑에 대해 확신했다. 혼란스러운 건 마리안이다. 마리안은 코넬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해도, 그 말이 진심임을 믿어도, 자주 혼란에 빠진다.

 


나는 코넬이 마리안을 사랑한 것보다 마리안이 코넬을 더 사랑했다고 생각한다. 사랑에서는, 더 사랑하는 쪽이 약자다. 더 사랑한 마리안은 덜 사랑한 코넬보다 약자다. 나는 코넬이 마리안에게 자신의 사랑을 더 많이 보여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리안을 지배하는, 마리안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코넬이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사랑을 보여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매달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애절하게, 더 간절히, 더 많이. 그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에 대한 나의 애닳음, 완결에 대한 끝없는 강박이 코넬을 이렇게까지 밀어붙였지만, 코넬은 내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I never feel lonely when I’m with you. … That was kind of a perfect time in my life…. "라고 말하면 뭐하니. 코넬은 마리안을 떠나갈 것이다. 마리안의 추측처럼 돌아오더라도 예전의 코넬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가라, 코넬. 그냥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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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07-07 12: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4.3 에서 4.5 사이인데 코넬 욕 많이 한 관계로다가..... 5 드립니다. 어쩔 수 없이 5 드립니다.

다락방 2022-07-07 12:30   좋아요 3 | URL
아.. 마음 약하신 분...

단발머리 2022-07-07 12:33   좋아요 2 | URL
🥺🥺🥺

공쟝쟝 2022-07-07 12: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코넬... 잘가...... 이 새끼...... 너 ......
근데 매리엔도 아직 젊은 데 헤어지고 더 좋은 사람만나지 않을까요..? 라고 썼다가. 아니야 무슨 소리야!!! 메리앤 남자 없이 잘 살자!!
나는 남자 없이 잘 살아~ 라랄랄라라라라라 음음~
그리고 끝까지 코넬을 용서하지 않은 이 글을 잠자냥이 좋아합니다.

단발머리 2022-07-07 12:36   좋아요 3 | URL
잠자냥님이 이 글을 좋아할거라는 쟝쟝님의 추측은 매우 기쁜 소식입니다만 이 ㅅㄲ가 뭐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하고 싶은 말, 그렇게 바로바로 할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7-07 13:14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 쟝쟝 역시 똑똑하네! 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님 첫 문장 ˝결국 나는 실패했다. 『Normal People』를 마저 읽었고, 끝내 코넬과 화해하지 못했다.˝ 보자마자 좋아요 누르려고 들어온 사람.... 나, 잠자냥.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7-07 13:17   좋아요 3 | URL
그 귀한 ‘좋아요‘를 저는 잠자냥님에게서 얻습니다. 저도 노력했습니다. 나름..... 애썼어요. 그러나, 그것은 안 될일. (헐)

결국 나는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좋아요,를 얻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샤라라라랄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7-07 12: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메리앤이 코넬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컸다고 생각하고요, 또 코넬이 갈 사람이라는 것도 알겠더라고요. 나중에 돌아올지도 모르지만 돌아올 땐 그전의 코넬과 당연히 다를테고요. 저도 코넬이 더 많이 사랑을 표현해야 했고 진작에 표현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점은 아쉽지만 그러나 코넬은 성장했다고 보여져요. 메리앤도 마찬가지고요.
저는 사실 메리앤의 오빠에게 가서 한 번만 더 손대면 죽여버리겠다고 하는 장면에서, 울기는 했지만, 그 장면보다는,
나를 때려달라고 했을 때 아니라고 말하는 코넬이 더 좋아요.
샐리 루니가 그린 인물들이 젊잖아요. 코넬의 친구도 여자친구의 누드를 찍어서 보여주는 놈이고요. 그런데 그런 경우마다 ‘아니‘라고 말하는 지점이 저는 참 좋았습니다. 그건 아닌 것 같아, 너가 때려달라는게 너가 이상하다는 건 아니지만 나는 그건 좀 아닌 것같아 라고 말하는 코넬이 좋아요. 그런데 뭐 .. 네, 가겠죠. 변하겠죠. 메리앤은 중요 포인트를 알았어요. 자신은 모르는데 다른 여자사람 친구는 알았던 것에 대해서도 그렇고(저는 그것이 정확한 지적이었다고 생각해요. 네가 거기 지망한 거 그 여자애는 알지?), 애초에 갈 마음이 있으니 썼다는 것도 알았고, 그리고 보내줘야 한다는 것도 알죠.

저는요 단발머리 님, 이 소설의 결말이 좋았어요. 지금 퍼펙트한 상대라고 생각하면서도 가라고 말하는 거요. 그런식의 결말이요. 그게 참 좋았어요. 이건 바로 저라는 사람을 말해주는 것 같아요. 이게 저의 은밀한 취향인듯 합니다.

단발머리 2022-07-08 05:58   좋아요 2 | URL
저도 그 장면 좋았어요. 마리안이 자기를 때려달라고 했을 때 아니라고 말하는 코넬, 그리고 혹 마리안의 기분을 상하게 한 건 아닌가 돌아보는 코넬, 그런 모습 넘 좋았어요. 그런 면에서 전 더 아쉬운 거죠. 왜, 코넬이면 안 되는가. 왜 마리안이면 안 되는가. 서로가 서로에게. 이렇게 완벽한데 ㅠㅠ

소설의 결말에 대한 다락방님의 느낌도 전 이해돼요. 전, 이런 방식이, 이런 응대가.... 지금 퍼펙트한 상대라고 생각하면서도 가라고 말하는 게 어른의 방식, 성숙한 사람의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저도 그렇게 하고 싶고요. 다만, 저는 너무 질척이고, 울보쟁이에다가, 쉽게 미련을 못 버리는 사람이라서.... 그래서 코넬을 욕합니다. 저를 욕할 수 없어서 (자기 부정의 힘든 과정을 피하고자) 전, 코넬을 욕하는 거 같아요.

이런 여러 생각을 들게 하는, 특별히 감정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전 이 소설이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다지 이 소설이 좋지는 않고, 또 아쉬운 면이 많지만.... 사유보다 더 고차원적인 감정을 휘몰아치게 한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vita 2022-07-07 13: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남자 취향이 확고하게 달라서 좋아요. 욕하면서도 사랑이 뿜어져나오는 인물로 느껴져요 저는. 비겁하면서도 옹졸하고 할 말은 다해서 더 미울 수도 있는데. 어쩐지 소설 읽기는 독자의 면모까지 모두 파악하게 만드는건가 그런 생각이 확 들었습니다. 이번 읽기에서. 마리안 이야기도 하고 싶지만 그는 그 자체로 또 완벽하게 인생을 살아갈 테니까. :)

단발머리 2022-07-07 13:20   좋아요 1 | URL
욕하면서도 사랑이 뿜어져 나올 때... 제 경우는 마스크 쓴 채로 말할 때 뿜어져 나오는 그 무엇이고, 비타님은 소화전 연결한 소화기에서 분말 가루 뿜어져 나오듯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제 면모가 속속들이 드러나 참 거시기 합니다만, 좋은 소설이었어요.
마리안의 행복을, 건투를 빕니다.

우리는 남자 취향이 확고하게 달라서 참 좋아요. 저는....








잠자냥 2022-07-07 13: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제 늙어서 그런지 이 꼬꼬마들, 젊은이들 사랑이야기보다는 중년의 지독한 사랑을 그린 <헤어질 결심>에 폭 빠져버렸어요. 그 영화에서는 그 어떤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가슴을 울리는 사랑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아아아...... 꼭 보세요.

코넬 같은 놈.... 배워라 박해일(해준) 보고.

단발머리 2022-07-07 13:24   좋아요 3 | URL
저는 이번 소설 읽으면서... 이들보다는 차라리 더 어린 아이들의 사랑(차라리 중고딩)에 더 많이 공감한다는 걸 알았어요. 섹스하는데 사랑은 아니야, 라고 말할 때... 전 정말 아득했습니다.

<헤어질 결심> 쟝쟝님께도 강추하시더니, 정말 좋은 영화인가 봐요. 잠자냥님의 가슴을 울리는 어른표 ‘사랑한다‘는 말, 그 장면 보기 위해서라도 저도 예매창으로 입장!!!

공쟝쟝 2022-07-07 14:57   좋아요 2 | URL
잠자냥 중년의 지독한 사랑이라니… 그런데 박해일이 오랜만에 정상인(?)으로 나오나 보네요…? 박해일 그 이쁜 얼굴을 아주 이상한 역할에만 몰빵해서 제가 좀 서운했는 데… 일단 동생들에게 물어봤습니다… 공쟝쟝은 결심중…

다락방 2022-07-07 15:00   좋아요 3 | URL
저도 박해일 그거.. 연애의 목적... 넣고만 있을게... 때문에 도무지 좋아지질 않는 배우인데, 일단 헤어질 결심은 다시 예매했습니다. 취소하지 말자, 나여...

공쟝쟝 2022-07-07 15:04   좋아요 2 | URL
넣고만있을…. 구체적으로 대사까지 기억하기 있기 없기…. 나 진짜 그 영화 너무 충격이었는 데… 그전까지 박해일 팬이었는 데… 이후로는 박해일을 좋아할 수가 없었다.. 진짜….

다락방 2022-07-07 15:05   좋아요 2 | URL
저 그 대사가 진짜 너무 충격이었어요. 그게 뭐야. 아니 섹스 안하겠다는 여자한테 넣어보기만 한다는게 무슨 .. 와 저 진짜 그게 너무너무 충격이었어요 ㅠㅠ 넣고만 있든 넣고 움직이든 싫다는 사람한테 넣었으니 강간이지 개놈아 ㅠㅠ

단발머리 2022-07-07 15:07   좋아요 2 | URL
저도 넘나넘나 충격적이어서.... 진짜 잊혀지지가 않고.... 그런 거, 그런 대사 첨 봐서... 우리 다 충격파였구나.
근데 댓글 많이 오가서 몰랐는데 ㅋㅋㅋㅋㅋㅋ 여기 내 방이네요? 코넬 욕하는 자리에서 왜 연애의 목적 나와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7-07 15:08   좋아요 2 | URL
앗. 그러니까요.. 코넬 욕하는 페이펀데 왜 박해일...
뭐 이 놈이나 저 놈이나 다 그 놈이 그 놈이니까.. 막 동떨어진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 이만. =3=3=3=3=3

단발머리 2022-07-07 15:10   좋아요 1 | URL
아니에요, 아니야. 코넬이 낫네. 코넬이 나아요.

<헤어질 결심>의 박해일 말고 <연애의 목적>의 박해일이랑 비교하는 거니까.... 코넬이 나아요. 코넬, 네가 낫다.

공쟝쟝 2022-07-07 15:12   좋아요 1 | URL
근데 연애의 목적 진짜 좃같은 영화인게 그래서 강혜정이 결국 박해일 사랑하잖아요? 그게 무슨 미친 결말이지? 끝까지 이해못했는 데 (스무살 어릴 때 봤음ㅋㅋㅋ) 검색해봐야겠다. 그거 감독 남자새끼지?

단발머리 2022-07-07 15:17   좋아요 0 | URL
검색하고 결론 & 결론의 의미 좀 알려줘요. 기다림 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7-07 15:22   좋아요 1 | URL
감독 남자 맞고 각본 여자 맞습니다. 솔직하고 발칙하고 뭐 그렇다는 평 입니다. 두 배우다 존잘 존예였으므로 강간을 성적 긴장으로 오해하며 섹텐 터진다! 이렇게 소비되었을 것 같습니다. 2005년 개봉작이고 전 05학번이엇죠. 정말 좃같았던 나의 20대입니다.

미미 2022-07-07 15:35   좋아요 1 | URL
아 <연애의 목적>범죄영화죠. 저 페미니즘 공부하기전에 봤었는데도 불편했다가 공부하고나서 떠올리며 욕했던ㅠㅠ 앞으로는 안봤으면싶은 성범죄미화의 단적인 예!

단발머리 2022-07-07 15:43   좋아요 1 | URL
참... 그런 거 보면 우리가 그런 세상을, 2005년에도 살았네요. (지금도 뭐, 많이 나아지지 않았지만)
그건 사랑 아닌데... 남자에게는 낭만이겠죠.
생각하면 할수록 화나네요, 진짜!!!

공쟝쟝 2022-07-07 15:44   좋아요 1 | URL
이 영화 상을 겁내 많이 받았어요… 어후… 진짜 한국문학 한다는 영화한다는 시키들 가만히 냅뒀더니 막 아주 알탕진동을 하게 만들고 강간미화를 하고 자빠졌고 문제는 내 20대 내내 그런 성역할을 해보려고 노력하면서 살았다는 거야 이 삐—-삐——- 삐———- 그래놓고 말 좀 안이쁘게 한다고 자아에 손상입는 척을 해? 이 삐ㅣ삐비비 삐비비니비비비비ㅣ삐비비비비비비 … 그만하게씁니다. 대중문화에 페미니즘 비평을 위하여.

단발머리 2022-07-07 15:45   좋아요 1 | URL
누가 할 것인가요? 페미니즘 비평, 누가 할 것입니까?
여러분, 여러분 중에 한 명이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저는, 삼년에 영화관 한 번 가는 사람이잖아요.
여러분, 여러분 중에 누구든 페미니즘 비평해요!! 지금 알라딘에 글 쓰는 것처럼 하면 된다니까요. 하면 돼요!!!

공쟝쟝 2022-07-07 15:51   좋아요 1 | URL
단발님 그러게요! 내가 한다! 고 하려고 했는 데… 그러기엔 내가 대중문화를 너무 안봐요… (보다가 빡쳐서 못보는 지경) 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많을 거예요. 더 많아져랏! 페미들아! 대중문화 비평도 하고 만들고 쓰고 완전 다 그렇게 아주 5천년치 가부장을 다 뿌셔뿌셔!!
 
페미니즘 입문의 계기



수하님의 <페미니즘 입문의 계기>에 이어서 쓴다.

 


정규직 내정자를 채용하지 않기 위해, 임신한 여성을 채용하지 않기 위해, 채용 후 출산 휴가를 주지 않기 위해, 모집 분야를 바꿔 다른 남자 직원을 뽑는 사람들의 마음을, 수하님은 이해한다고 썼다. 나 역시도 그랬을 거 같다. 세상이 온통 남자들 세상인데 여자들에 대한 배려를 기대하는 건, 그래, 너무 과하다. 하지만.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배신감, 실망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나는, 결혼 후 남편과 나에 대한 시댁과 친정의 처우를 보고 나의 위치를 확인하게 된 경우다. 이른바 시월드 입성 후. 시어머니가 심한 경우가 아니라는 것, 보통보다는 나은 경우라는 걸, 결혼 후 4-5년 차쯤 됐을 때 알게 됐다. 시어머니만 그런 게 아니었다. 나를 둘러싼 모든 세상이 그랬다. 나도 결혼 전에는 친정에서 팬덤 거느리던 사람이었는데, 결혼 후 남편은 하늘 같은 아들백년손님을 오가는 데 비해, 나는 (수식어 없는) 큰며느리와 (역시 수식어 없는) 딸이었다. 충격적이라고 할 만하지는 않았지만 놀랍기는 했다.



 













나는 결혼을 하고 어머니가 된 후에야 비로소 나이가 들수록 아는 것이 적어진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슴 터질 듯한 사랑도 느꼈지만 미칠 듯한 좌절감도 맛보았다. 그전까지는 생각해 보지도 못한 존재의 근간을 뒤흔드는 새로운 감정이었다. 백만 가지 방식으로 아이와 연결된 어머니가 되고 나서야 페미니즘의 이상향을 현실에 접목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절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페미니즘을 저버릴 수도 없었다. 아이를 욕조 속에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20)

 


『빨래하는 페미니즘』의 저자 스테퍼니 스탈은 바너드 대학을 졸업하고 컬럼비아 대학 대학에서 석사를 마치고, 언론계와 출판계에서 활약하던 중 결혼-임신-출산을 겪으며 프리랜서 기자로 전업한다. 아이를 키우며 일하던 중 대학의 페미니즘 고전수업을 청강하면서 그 과정을 책으로 엮어냈다. 나의 페미니즘 읽기의 시작과 같은 책. 이때가 2015년이다.

 













『내 날개옷은 어디 갔지?』2013년에 읽은 책이다. 여자, 여자로서의 삶, 여자의 일생, 어머니의 헌신, 어머니의 위대함, 이런 류의 제목에 질색하던 내가 그림(장차현실님)에 이끌려 무심코 읽기 시작했는데 이 문장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집이 안식처가 될 수 없는 나의 현실과 현재를 그대로 보여주는 문장.

 


다음 날 아침이 지나면 집은 다시 거짓말처럼 어질러져 있다벽에 기대 앉아 우두커니 바라보고만 있다어디부터 또 손을 댈까아기는 자기만 보아달라고 소리를 지르다가 옆에서 머리를 바닥에 박아댄다집이 나에게도 쉬는 곳이었던 때가 있었는데나는 집을 나가서 쉬고 싶다고 간절히 바라게 되는 것이다. (30




 













세 번째로는 레베카 솔닛의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가 기억난다. Mansplain의 재발견도 놀라웠지만, 더 놀랐던 건 이런 문장.


 

부연하자면, 총에 맞아 죽은 여성들의 3분의 2 가까이는 현 파트너나 전 파트너에게 살해되었다. (49)

이 나라에서는 9초마다 한번씩 여자가 구타당한다. 확실히 짚어두는데, 9분이 아니라 9초다. 배우자의 폭행은 미국 여성의 부상 원인 중 첫 번째다. (49)

여자와 북어는 삼일에 한 번씩 패야 맛이 좋아진다는 속담을 가진 민족의 일원으로서, 나는 여성 폭력이 미개함과 후진성의 증거(그것 그대로 사실이긴 하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미국 여자들’,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며 가장 부유한 나라의 여성도 맞는다는 데 생각이 이르자, 그냥 맞는 정도가 아니라 미국 여성 부상 원인의 첫번째가 배우자의 폭행이라는데 식겁했다. 은폐되고 감춰지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 국가와 민족, 계급과 인종을 넘어 사회 전 범위에서 지속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이때 어렴풋이 깨달았던 것 같다.

 


















여자가 자신을 위해 자신에 의해 살게 될 때, 그때 여자는 완전히 한 인간이 될 것이다. (379)

 


네 번째 책은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에서 함께 읽었던 주옥같은 책들 중, 시몬 드 보부아르의2의 성』. 천재가 들려주는 여성의 역사. 2의 성으로 갈음되었던 여성이 겪어냈던 여성의 역사, 신화와 문학 속 여성의 모습, 그리고 여성의 현재에 대한 통찰이 이어진다. 그 외에도 주옥같은 책들이 많이 있지만, 내가 처음 페미니즘을 읽기 시작했을 때 울림을 주었던 책을 위주로 적어 보았다.

 


 

다음을 묻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그다음은? 이라고 묻는 사람이고 싶다. 농경 사회에서부터 지속된 견고한 가부장제의 오천 년 역사와 신화, 종교, 정치, 경제, 법률, 사회, 문화, 문학, 과학을 지배하는 여성혐오의 실체를 확인하는 것 너머, 그래서 그 다음은? 이라고 묻고 싶다. 다 망했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인류에게 더는 희망이 없다는 걸 안다. 같은 호모 사피엔스를, 여성을, 동물을, 토양을, 해양을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핍박하고 착복하는 인류에게 미래는 없다. 그럼에도 다음을 묻고 싶다. 그래서,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디로 가야 하는가. 묻고 싶다. 물어야 한다고, 그래야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결국에 그 답은 반핵과 반전, 그리고 환경운동이 될 것임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가부장제와 여성혐오로 엉망이 된 이 지구를 구할 수 없을지 몰라도, 우리의 멸망을 연기하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역시나 정치가 가장 중요하고, 시민이 가장 중요하다. 하아, 우리의 새 정부는 북한에 적대적이어서 한반도에 초긴장 상태가 예견되건 말건 전혀 상관없다는 듯, 원전 세일즈한다고 저러고 다닌다.

페미니즘 정치는 어디로 가는가. 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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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7-05 16: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은 글인데 뭐라고 답글을 적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어쨌든 저는 마지막 두 문단 구구절절 공감이 됩니다. 지금 이 정체된, 시궁창 같은 현실 속에 절망이 찾아올 때가 많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붙잡아야 할 가치가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단발머리 2022-07-05 17:34   좋아요 3 | URL
계속해서 답이 무엇인지 묻고 또 묻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평화와 공존의 시대를, 폭력이 아닌 화합이 주도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한다고 생각하고요. (물론 이 정부 하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겠지요) 댓글 감사합니다, 거리의 화가님^^

독서괭 2022-07-05 16: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수식어 없는 존재. 그것이 딱 가부장제에서 여성의 위치 같아요. 수식어가 붙어도 그건 나쁜 것들.. ˝여자와 북어는 삼일에 한번씩..˝ 이런 비슷한 속담이 세계 곳곳에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자신의 경험을 전체로 확대해 나가는 과정에서 페미니즘에 깊숙이 들어가게 되는 것 같아요. 다음을 물어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단발머리 2022-07-05 17:33   좋아요 4 | URL
여성 혐오와 멸시의 속담, 이야기는 공히 전 세계 공통이라고 저 역시 확신합니다. 가부장제가 역사적 과정의 산물이었듯이 더 발전된, 더 나은, 더 인간적인 사회로 나갈 수 있다고 전 믿어요 (그러나, 너무 견고한 것입니다 ㅠㅠ)

vita 2022-07-05 17: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결혼 후 유령인간이 된 느낌에 사로잡혀 한동안 고생한 기억 있어서 단발님 말씀 구구절절 옳소 하고 두 주먹을 하늘 위로 올릴 수 있습니다. 보부아르 언니 영어책 더 멋져 보이니 저도 얼른 조만간 시작하고 싶습니다. 태그도 모두 옳소!!!!

단발머리 2022-07-05 17:31   좋아요 2 | URL
결혼 후 유령인간이... 되지요, 모두들. 들으면 헉!하는 에피소드 우리 한 두개쯤은 가지고 있잖아요. 주먹 불끈 쥐고 우리 힘내요!!
근데 보부아르 영어책은 읽은 건 아니고, 그냥 <집에 이 책 있어요> 느낌으로 링크해서 부끄럽네요. 헤헤헤!

블랙겟타 2022-07-06 00: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글을 읽으며 단발님의 고민과 생각들을 느낄 수 있었어요.

수 년전에 고등학생 시절 살짝? 친했던 친구를 대학 졸업후에 경찰이 됐다길래 오랜만에 만난 적이 있거든요?
계속 만났던 관계는 아니어선지 어른되어서 다시 만나니까 살짝 어색했는데요. 그날의 백미는 단발님이 언급하신 그 속담(?)이 그녀석의 입에서 말하는 순간이었어요. 저는 그 때까지 그런 문장이 있는 줄 몰랐었는데요 충격을 받았었죠. 이런 말을 자랑스럽게 지껄인다고? 이런 놈이 경찰을 한다고?? 그 뒤로는 멀리하고 싶어서 자연스레 멀어졌죠. 그 문장을 보니 그 날이 생각이 갑자기 났네요ㅠ

단발님 말대로 다음을 묻는게 중요한 것같아요. 역사의 진보를 믿지만 막상 현실에서 보여지는 진짜 진짜 미약한 한걸음을 볼 때마다 답답함을 느끼기도하죠. 게다가 간혹 그 미약하게 딛었던 걸음에 반해 크게 뒷걸음치고 있는 상황을보고 있으면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가 있을까?라고 생각도 들어요.

그래서 요즘드는 생각은요 지치지 않고 서로를 지지해주는거. 생각했던거에 비해 진짜 미약하게 현실이 바뀌더라도 실망하지 않는거..중요하구나. 그리구 어느부분에서 마음에 덜 들더라도 실제현실을 반영돼 바뀌어지는 것에 응원하고 방법들을 고민해봐야겠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했어요. 저도 지구가 더이상 망가지지 않기위해ㅠ 계속 읽고 사유하겠습니다!

공쟝쟝 2022-07-07 12:38   좋아요 3 | URL
블렛겟타 화이팅!!!!!!!! 이 글을 지지합니다~

단발머리 2022-07-07 13:01   좋아요 2 | URL
겟타님 / 자연스레 멀어진 그 친구 같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니, 입 밖으로 내지 않아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 참... 그렇습니다.

그리구 어느부분에서 마음에 덜 들더라도 실제현실을 반영돼 바뀌어지는 것에 응원하고 방법들을 고민해봐야겠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했어요. 저도 지구가 더이상 망가지지 않기위해ㅠ 계속 읽고 사유하겠습니다!

겟타님, 여기 마지막 문장 너무 좋네요. 어느 부분에서 마음에 덜 들더라도 우리의 현실을 어떻게 조금씩 바꿔가야 할지 우리 같이 고민해요. 겟타님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자주 오소서!!!

쟝쟝님 / 저도 겟타님의 글을 지지하고 쟝쟝님 댓글도 지지합니다!

yamoo 2022-07-06 08: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요!

단발머리 2022-07-07 13:01   좋아요 0 | URL
yamoo님!! 댓글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7-06 08: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수식어 없는) 나. 란 대목은
저 또한 결혼하고 초기에 적응 안되고, 우울했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분명 마음 좋으신 시부모님이셨건만, 딱 절정의 순간에는 아들이 우선이고, 나는 늘 그 아들 곁에서 뒷바라지 해주는 ‘나‘ 가 되었다는 점이 도무지 적응 안되고, 심술이 나서..˝어머님..@%^;:_.....˝ 말해서 갑분싸 만들어 버리고.....ㅋㅋㅋ
우리 부모님네 세대까지는 아마도 단발머리님 말씀처럼 그런 분위기와 문화가 보통이었을 껍니다.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 봐도 좀 더 상황이 나았던 이야기를 들어보질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런 걸 보면 그냥 다 일반적인 생각들이었던 거죠.
이제 세대도 바뀌고 있고, 주변에 자식을 결혼 시키는 사람들도 더러 생기고 있던데...이젠 우리가 좀 더 달라진 시월드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갓 결혼한 여성들 외롭지 않게 만들어 주는 시월드요^^
북어랑 속담은 정말 슬프고, 혐오스런 속담이에요ㅜㅜ 여성들의 구구절절한 역사가 읽혀지는...ㅜㅜ

열거하신 책들 중 전 제2의 성은 읽었습니다ㅋㅋㅋ
빨래 표지의 책들 정말 오랜만에 봅니다.
저 책들 열심히 읽으시고, 열심히 글 올리시던 옛 단발님이 떠오르네요^^
그것이 벌써 2015 년 이었나요?
7 년이나 지난 지금은 과연????

단발머리 2022-07-07 13:04   좋아요 2 | URL
저는 페미니즘의 고민이 거기에 있는 거 같아요. 전에 정희진쌤이 여성의 지위와 처우가 바뀐 것을 사람들은 ‘조선 시대‘에 비한다고. 남자들은 아니죠. 남자들은 자신들의 처우를 선진국과 비교하는데요. 여성의 처우는 조선시대와 비교해요. 야, 요즘 여자들 살림하는 거 일도 아니야. 살기 좋아졌다, 그러면서요.

우리가 좀 더 달라진 시월드를 만드는 것도(아들 있음) 괜찮은 생각이지만 시월드를 만들되 입장을 강요하지 않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친절이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전, 자주해요. 무심한 시어머니가 되기를, 벌써부터 다짐하고 있습니다.

제가 2015년부터 페미니즘을 조금씩 읽었더라구요. 7년이 지났는데 저도 그대로이고, 세상도 그대로네요. 허어....

바람돌이 2022-07-06 09: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른곳도 그렇겠지만 한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건 페미니스트로 살수밖에 없게 만든다는.....
제 세대는 가정 학교 사회가 올 가부장월드였던지라 어쩔수없지하고 받아들였던 부분이 많았지싶어요. 하지만 요즘 자라나는 아이들은 가정과 학교에서는 안 그랬는데, 이렇게 안 배웠는데 사회는 왜 이래?라고 이상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이지 않고 체념하지않고 싸울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단발머리 2022-07-07 13:08   좋아요 1 | URL
얼마전 연대 화장실 기사 읽는데 정말 참담한 마음을 어쩔 수가 없더라구요. 정말 세상이 어디로 가는지요. 찬란한 IT 기술 이렇게 사용하다니요 ㅠㅠ
바람돌이님의 바람대로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정과 학교를 넘어서서 사회가 성평등의 이론대로 실천해 갔으면 하는데요. 제도적 뒷받침이 되어 있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기는 어려울 거 같아요.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수하 2022-07-07 09: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답이 많이 늦었습니다. 진솔한 글 먼댓글로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2015년부터 페미니즘 책을 읽어오셨군요. 저는 결혼까지는 그래도 참을만 했는데 아이가 생기니 일상에서 불평등이 더 많이 느껴졌었어요. 가족들과도 많이 싸웠었고..
빨래하는 페미니즘에 나오듯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서 페미니즘을 더 절실하게 느꼈지만 현실에 접목시키는 것이 더 어렵다는게 절망적이었고 여성 중 다수인 기혼 유자녀 여성이 오히려 페미니즘에 거부감이 크다는 게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개인의 문제보다 가부장제나 자본주의 등 사회의 문제로 눈을 돌리게 되었던 것 같아요.

조금 알아가면서 서구 선진국 특히 미국 여성들의 상황도 그리 좋지 않다는 게 놀라웠어요. 그 베티 프리단도 맞는 아내였다는 사실에 놀랐었죠.

반핵과 반전, 환경운동.. 그게 가장 이상적인 것 같지만 많이 비현실적인 이야기잖아요. 약간 더 현실적이고 설득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해러웨이에 기대를 걸었는데 구체적이지는 않아서 약간 아쉽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기를 기대합니다.

단발머리 2022-07-07 14:42   좋아요 4 | URL
저는 대학에서도, 또는 성평등이 제도적으로 보장된 교원 사회나 공무원 사회에서는 그런 부분을 덜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비교적 남녀에 대한 차별이 없는 곳에서 직장생활을 했었구요.
저는 직장 같은 경우, 제도적, 법적 장치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빠들 강제 육아 휴직 1년, 이런 식으로요. 가사 노동에 대한 부분은 아직 개인차가 심할것 같구요.

저는, 페미니즘을 페미니즘이라고 하지 않으면서도 페미니즘적인 적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인도에서 성폭력에 대항해서 전 계급의 여성이 연대했던 것처럼, 언론을 이용하고 ‘이슈‘를 활용하면서 연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n번방, 아동 성폭력, 친족 성폭력 등 반박이 어려운 부분부터요. 이것 역시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수하 2022-07-07 13:21   좋아요 4 | URL
아빠들 강제 육아 휴직 1년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향후 가사나 육아 분담에도 큰 영향을 주고요.
남편이 얼마전 휴직을 썼는데 한시적으로 여성보다 육아휴직 수당을 더 주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것도 좋은 변화인 것 같아요 (똑같이 휴직 썼는데 왜 나보다 많이 받냐는 생각이 잠깐 들긴 했지만).
이 정부에선 다시 후퇴하겠지만요..

‘페미니즘‘ 이라는 단어에 알러지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어서, 말씀하신 페미니즘적 적용이라는 방식도 좋은 것 같아요. 아이들과 엄마들이 함께 책읽고 이야기나누는 북클럽에서 <안녕, 내 이름은 페미니즘이야>라는 책을 읽었는데, 남자아이들은 왜 그런 좋은 가치들을 다 모아놓은 게 ‘페미니즘‘이냐며, 이름을 새로 지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단발머리 2022-07-07 13:28   좋아요 4 | URL
저 얼마전에 알았는데, 직장인들 건강 검진이요. 안 하는 사람이 있으면 회사에서 벌금낸다고 하대요. 강제로 하는 거죠, 직원들의 건강 지키는 거 너희들 몫이야, 하면서요.
육아 휴직도 그렇게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빠들 무조건 1년 써라, 잘 쓰면 혜택, 안 쓰면 벌금. 이런 식으로요. 제가 회사 다닐 때, 육아 휴직이 2개월에서 3개월로 넘어가는 시기였거든요. 보통 2개월인 회사가 많았구요. 정부에서 유인책을 쓰더라구요. 3개월째 월급은 나라에서 내준다고, 3개월 쓰게 하라고. 그런 방식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참 많이 아까워요.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수 없으니까요. ‘페‘만 들어도 눈에 불을 켜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ㅠㅠ

공쟝쟝 2022-07-07 12: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미니즘 정치는 시작되지 않았다고 보는 게 맞지 않나요? 물론 여성의 당이 있긴 한데... 녹색당 보다 페미니즘 정치가 더 이후에 온 것 같고요...? (솔직히 페미니즘 이라는 말이 문제적인 단어가 된 것도 메갈리안 이후 이지 않을까요? 아직 10년이 안되었네요 ㅋㅋㅋ 그때부터 시작된 거 치고는 굉장히 거대하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비슷하게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를 누누이 경고하는 철학보다 남성에 의한 여성의 지배를 말하는 사상이 나타난지가 더 얼마 안된 것 같고요! 선후차를 따지자는 문제는 아니고요...
저는 제가 하고 싶은 말은요... 음 신자유주의가 전면화되고 극복이 앞으로도 안될 것이므로.. 그 덕택에 여성혐오는 더 심해질 거고, 그러므로 페미니즘이 더 창궐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제가 가지고 있는 어떤 입장예요 ㅋㅋㅋ 저는 너무 다행스럽게도 (정희진 샘이 그렇게도 못마땅해 하시는) 신자유주의 페미니스틉니다ㅋㅋㅋ 뿅.

단발머리 2022-07-07 13:38   좋아요 4 | URL
제가 저번부터 느낀 건대 ㅋㅋㅋㅋㅋㅋ 페미니즘을 다시 정의하는 일부터 필요하긴 할 거 같아요. 어디까지가 페미니즘인가 하는 거요. 저는 그 모든 사유와 실천의 중심에 여성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도나를 읽지 않았습니까. 그게 전부라고 하면, 안된다고 도나 선생님이 말씀하셨구요.

페미니즘 정치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데 동의합니다. 이제 막 시작이지요. 쟝쟝님 말씀대로 페미니즘은 더 창궐할 것입니다. 백래시하려는 세력에 어떻게 맞서 싸울지 지혜를 모아야겠지요. 정희진쌤은 신자유주의가 오천년 역사의 가부장제도 이겨 버렸다고 하셨지요. 있는 자리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 봅시다, 우리!!

다락방 2022-07-07 14:21   좋아요 5 | URL
수시로 자뻑이 튀어나오는 저로서는 또 자뻑이 튀어나오네요.
이런 깊은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이 이런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이들 개인의 역량이 물론 훌륭하지만, 그러나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가 중심에 있었다....여성주의 책 같이읽기가 이들을 깊은 사유로 이끌 수 있었다. 이런 지적인 댓글은 그러므로 가능했다... 나 만세다!!

그럼 이만.

단발머리 2022-07-07 14:38   좋아요 5 | URL
이런 댓글은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통해서 가능하다 -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가 이들을 깊은 사유로 이끌었다 -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의 책선정은 내가 한다 -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의 리더는 나, 다락방이다 - 나 만세다!😘😘😘

다락방 2022-07-07 15:06   좋아요 5 | URL
제가 썼지만 부끄럽기 짝이없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7-07 15:09   좋아요 3 | URL
하, 진짜, 여러분 우리 진짜 똑똑하지 않아요? 동네 사람들아~ 한국의 네티즌들아~ 세계의 여성들아~ 여기와서 이걸 좀 읽어라 ~~~ ㅋㅋㅋㅋㅋ 페미벽돌책 4년만 깨면 온 우주를 제패할 지적 오만으로 똘똘 뭉친 자존감이 생겨난다~~

공쟝쟝 2022-07-07 15:10   좋아요 3 | URL
그런데 그걸 누가 시작했냐고? 그건 바로 털어서 먼지나서 불세출의 페미니스트 정치인이 될 수 없는 다락방이지! 뽀에버!

다락방 2022-07-07 15:11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부끄럽다 진짜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7-07 15:13   좋아요 3 | URL
부끄러워하지 말라니까요 ㅋㅋㅋㅋㅋㅋ 자기 확신과 지적오만의 화신으로 거듭나야해요, 우리는 ㅋㅋㅋㅋㅋ 자꾸 연습해야해요 ㅋㅋㅋㅋㅋㅋ 아직도 우리는 배고프다!!!
 





 














친구들과 함께 읽는 『Normal People』이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코넬을 미워했다가 용서했다가 다시 미워하는 시간을 오가고 있다. 먼저 읽은 친구들은 끝까지 읽고 나서 코넬을 이해하고 용서하는 분위기로 마무리되는 것 같던데, 나는 아직 그런 마음은 아니다. 왜 이렇게 코넬이 싫은가 생각해본다.  

 

우리는 모두 인생의 어느 순간, 어느 시기에 부끄러운 행동을 한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현재의 오류를 발견하는 일은 쉽지 않으니까, 선명하게 인식된 나쁜 기억이란 대부분 과거의 것이다. 과거의 나는 얼마만큼 쪼잔하고 또 얼마만큼 부끄럽다. 그런 면에서 코넬이 싫은 진짜 이유는 그의 못난 생각, 행동, 말의 일부분이 과거 나의 것이었음을 발견했기 때문이리라. 코넬, 내 안에는 네가 있다.

 

 















장강명이, 이게 뭐라고』 팟캐스트 팀원들과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이용한 독서모임을 했을 때다. 같은 책을 읽는 사람들과 은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자신을, 다른 사람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이렇게 쓴다.

 


처음에는 책 이야기가 우리 자신에 대한 이야기로 번지는 것에 당황했다. 우리가 너무 수다스럽고 사생활 털어놓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가 궁금했다. 그러다 머지않아 이게 여러 독서 모임에서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97)

 


이런 일이 독서 모임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본 사람처럼 놀랐다. 그런 일은 너무나 자주 일어나는데도 말이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지난번에 친구들과 『One Day in December』를 같이 읽었다. 우리는 스토리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우리는 여남 주인공에게 일어났던 사건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우리는 여주인공의 선택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분명 우리는 소설에 대해, 소설 속 사건에 대해, 주인공의 선택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우리는 나라면?’이라고 묻기 시작했고, 서로가 서로에게 답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글을 썼다. 좋아하는 문장을 옮기고 그에 대한 생각을 적었다. 서로의 글에 댓글을 달았다. 그리곤, ‘, 그렇게 생각할 너라면, 그렇게 선택할 너라면, 이 여주인공의 소설 속 이런 선택을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겠구나하고 말하기 시작했다.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어떤 책을 읽어왔는지 어느 정도 알고 있고, 같은 책을 읽으며 여러 번 생각을 교환했던, 그리고 서로를 어느 만큼 알고 있는 서로에게서 전혀 새로운 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중 일부는, 내게는 무의식으로, 그러니까 말하지 않는 방식으로 내 안에 존재하고 있었던 생각이었다. 나는, ‘나의 말하지 않음속에서 나의 어떠함을 발견해낸 친구의 안목에 깜짝 놀랐다. 나 혼자 가지고 있던 나쁜 생각을 들킨 것 같기도 했고, 나를 이렇게나 정확히 파악한 친구의 판단력에 왠지 모르게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장강명의 말이 기억났던 이유다. 같은 책을 읽는다는 건 이렇게나 은밀하며 섹시한 일이란 걸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런 일은 『Normal People』을 읽는 동안에도 일어났다. 나는 처음부터 한결같이 코넬이 싫었다. 코넬 같은 남자도 싫었지만, 여자가 코넬 같아도 별로라고 생각한 터였다. 아무튼 총체적으로 코넬이 싫었다. 코넬 최악의 장면 중 하나로 꼽았던 장면은 코넬과 그의 여자친구와의 대화문이다. 마리앤이랑 너랑 사귄 거 아니냐는 여자친구의 질문에 코넬이 답한다.



It doesn’t have to be weird that she’s your ex, Helen said.

She’s not my ex. We’re just friends.

But before you were friends, you were …

Well, she wasn’t my girlfriend, he said. (166)

 


매사에 정확한 건 좋은 일이다. Yes 아니면 No. 맞으면 맞은 거고, 아니면 아닌 거다. 그렇다고 마리앤과 코넬이 그냥 친구 사이였을까. 정말 친구였을 뿐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마리앤에게 코넬은, 코넬에게 마리앤은 그 순간에는 삶의 이유였다. 지옥 같은 삶에 한 줄기 구원의 빛이었다. 그 사랑을 인정하지 않는 그가, 고맙다고 여기지 않는 그가, 괘씸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따라 읽고 있는데, 천천히 따라 읽는 동안 한 가지 일이 떠올랐다. (사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뜻이다)

 

 


내가 대학에 다닐 때니까, 최초의 육상 척추동물이 막 육지에 발 혹은 지느러미를 내딛었을 때의 일이다. 대학이라는 데를 들어갔더니 축제가 있다고 했다. 보통은 남친을 초대해 같이 술 마시고 노는 분위기인데, 남친이 없으니 부를 사람이 없네, 이러고 있는데, 초등학교 동창이 자기를 좀 불러달라 했다. 너네 학교 축제가 더 재미있는데, 왜 우리 학교 오려고 하니? 라고 물어보지는 않았고. 여대 축제 가보고 싶기는 하지. 그래, 와라. 그래서 그 친구가 학교에 왔다. 서관 쪽 앞 어디 벤치에 앉아서 이야기하면서 놀고 있는데 선배가 지나간다. 안녕하세요? , 단발아! 친구 왔네? 남친이야? 아니요, 친구. 하하하, 그래. 다음 선배가 지나간다. 안녕하세요? , 단발이 남친 데리고 왔네? 아니에요, 초등학교 동창이에요. , 그래? 친구야? (의미심장한 미소) 그다음에는 교수들이 지나간다. (자리 잘못 잡았나. 왜 이렇게 이 앞으로 지나가시나) Hi! Hi! (의미를 담은 미소) Boyfriend? No. He’s not a boyfriend. Just a friend. 교수님 또 지나간다. Hi! Hello! Boyfriend? No, no. He’s just a friend. 그날, just a friend를 얼마나 많이 말했던가. 확인하려는 듯 그 친구를 바라보는 학교친구들과 선배와 교수들에게 친구는 멋쩍게 마주 보며 웃곤 했다.

 


그 친구가 나를 오랫동안 좋아했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나는 누가 날 좋아하고 그런 거를, 그런 소중한 상황과 느낌과 분위기와 공기를 못 알아보는 그런 무딘 사람이 아니다. 근데 난 진짜 몰랐다. (그럼, 무딘 사람인 걸로) 첫 번째는 그 친구 잘못인 것이, 그 친구는 고백을 안 했다. (사랑에는 고백이 필수입니다) 두 번째 잘못이라면 내 것이라 할 수도 있겠는데. 우린 단둘이 만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친구들과 우르르 만났을 때, 나는 다른 사람에게 신경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다른 사람에게 신경을 쓰고 있었다는 말로는 좀 부족한 감이 있다. 내 시선, 내 청음 능력, 내 모든 세포는 딱 한 사람에게만 집중되어 있었다. 해바라기가 해를 바라보듯이 오로지 그쪽을 향해서만 존재하고 있었다. 그래서, 알 수 없었다. 내 사랑이 소중해서, 내 마음만 소중해서, 나는 나에게로 향하고 있는 그 마음을, 그 감정을 알아챌 수가 없었다.

 


코넬의 문장을 읽는데, 그때의 내가 떠올랐다. 나는 코넬만큼 나쁜 사람은 아니다(라고 저는 생각해요). 나는 코넬만큼 용기 없는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내가 코넬의 문장을 똑같이, 여러 번 반복해서 말하는 동안, 그 친구의 마음이 어떠했는지를 생각하니 내가 코넬 같이 느껴지긴 했다. 내가 코넬 같다는 게 아니라, 나도 코넬처럼 행동하는 사람이었던 사실이, 난 좀 아팠다. 차이점은 여기에 있다. 이 책을 같이 읽은 친구들은 코넬과 비슷한 철없는 자신의 청춘을 기억하면서도 자신의 그러한 면을 그냥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 비해, 나는 그러지를 못한다. 나는 코넬을 계속 미워한다. 용서하지 않는다. 지우려 한다. 없던 것으로 만들려 한다. 시간은 흐르지 않고, 과거의 나는 그대로 존재하는데, 지금도 존재하고 있는데. 나는 과거를, 과거의 나를, 코넬 같은 나를 지우려 한다. 없애려 한다. 여전히 미워하고, 용서하지 않는다. 코넬이 내 안에 있어서, 내 안에 코넬이 있어서.

 


어떤 책을 읽는지, 어떤 문장에 줄을 긋는지, 어느 작가를 좋아하는지, 어느 작가가 별로였는지. 그걸 말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다시 한번 깨닫는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런 일들은 너무나 섹시하고 매혹적인 일이어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한 번은 꼭 해봄 직한 일이란 걸 안다.

 


그래서 제가 요즘 읽는 책들은 이렇습니다. 전 샐리 루니를 읽으면서 과거를 후회하고, 밤마다 한나 아렌트를 읽고, 에이드리언 리치를 끌어 안고 우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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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2-07-04 11: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안에 너 있다..* 언젠가 제가 뭔가가 싫어서 너무 싫다고 했을 때 단발님이 꼬치꼬치 캐물었던 거 생각나요. 알고보니 제가 부러웠던 걸로 밝혀져…(대반전) 전 저를 잘 들여다 보는 기횔 가져찌요…
내가 싫어하는 거엔 내가 내가 있습니다 ㅋㅋㅋ 그러고 보니 제가 그래서 레이먼드 카버 시집을 ㅋㅋㅋㅋㅋㅋ 아 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7-05 17:37   좋아요 0 | URL
제가 그랬었군요 ㅋㅋㅋㅋㅋㅋㅋ 넘 꼬치꼬치는 아니었으면 좋았을 것을요.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너무 돌아보면 목이 아프고요 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싫어하는 거엔 내가 있을 때가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레이먼드 카버 시집은 넘나 ㅋㅋㅋ 나에겐 코넬 같네요 ㅋㅋㅋㅋ

얄라알라 2022-07-04 11: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런.....단발머리님께서는 교수님, 선배들의 ‘의미심장‘ 미소를 그냥 넘기시고 한결같이 ‘친구‘로 소개하셨군요.
어쩌면 그래서 더 매력적이셨을수도..

위 글에서 ˝‘나의 말하지 않음’ 속에서 ‘나의 어떠함’을 발견해낸 친구의 안목에 깜짝 놀랐다.˝
그런 경험, 사람의 지나온 삶을 뿌듯하게 해주죠. 나의 멋진 친구들^^ 단발머리님은 온라인에서도 그렇지만 오프에서도 참 좋은 친구분들 많으실 듯^^

단발머리 2022-07-05 17:40   좋아요 0 | URL
두 가지 경우였겠죠 ㅋㅋㅋㅋㅋㅋ 남친인데 아니라고 우기거나 남친이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인데 역시 아니라고 우기거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그 친구는 제 남친은 되지 못했고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연락두절 ㅋㅋㅋㅋㅋㅋ

제 친구의 안목은 오랜 기간의 독서를 통해 가다듬어졌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건 약간 타고나는 것 같아요. 본질을 꿰뚫어 보는 그런 안목이요. 오프라인에서도 좋은 친구들 많지만 여기 알라딘 친구, 이웃분들도 넘나 좋은 친구들입니다.
얄라알라님도 포함해서요^^

다락방 2022-07-04 14: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제가 어제 본 <귀를 기울이면> 이라는 애니에 바로 이런 스토리가 나옵니다.

‘시즈쿠‘의 주인공 ‘유코‘가 ‘스기무라‘ 라는 남학생을 좋아하는데 짝사랑이라 괴로워하거든요. 나중에 시즈쿠가 스기무라에게 소리 지르면서 ˝너는 왜그렇게 둔한거야, 유코는 널 좋아한다고!!˝ 하니 스기무라가 ˝그렇지만 난.. 널 좋아하는데!!˝ 라고 하는겁니다. 이에 시즈쿠는 집에 돌아와서 엄청 괴로워해요. 스기무라 둔하다고 욕했지만 정작 둔한 건 나였어.. 하면서요.
이런 일은 사실 종종 일어나는 것 같아요. 우리는 다른 사람의 사랑에는 예민한 촉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자신에 있어서라면 예민하게 보지 못하는거죠. 저 사람이 저 사람을 좋아한다는 가능성에 자기 자신을 놓는 걸 잘 안하게 되는 것 같아요. 거기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시즈쿠도 그리고 그 때의 단발님도, 마음이 온통 다른 사람에게 가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수지가 부릅니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어..


아, 너무 좋은 글입니다, 단발님. 저는 언젠가부터 단발님이 꼿꼿하다는 걸 알게 됐고, 그 꼿꼿함은 저의 것과 그 성질이 다르지만, 그러나 단발님의 것을 그대로 좋아하고 또 존경하고 있습니다. 저는 꼿꼿한 사람이 참 좋더라고요, 단발님.

이런 글을 써주는 분이셔서 좋고 꼿꼿해서 좋고, 그렇습니다. 하트 놓고 갑니다.

단발머리 2022-07-05 17:46   좋아요 1 | URL
제가 위에 ㅋㅋㅋㅋㅋ 굳이 제가 그렇게 무딘 사람은 아니라고 썼는데, 그것 자체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친구 경우를 제외하고는 저는 저 좋아하는 사람 잘 찾아냈고요(?) 그 친구가 유일하게 ‘못 알아본‘ 경우인데 그건 네, 맞습니다. 내 마음이 온통 다른 사람에게 가 있었기 때문이죠. 사람 마음은 단수인가봐요. 딱 한 개인가. 주고 나니 다른 건 살필 여력이 없었네요.

제가 그런 사람인 걸 알아서 전 약간은 놀라기도 했거든요. 그러다가 다락방님 글이랑 댓글 찬찬히 읽는데 아, 그렇구나, 맞아 내가 그렇지, 그런 생각이 들면서 소름~~~~ 제 안의 꼿꼿함을 발견해 주셔서 감사해요. 그런 면을 다락방님이 좋다고 해주셔서 저도 넘 좋구요. 무척 행복했고요. 왠지 모르게 난 자유다, 뭐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놓고 가신 하트를.... 제가 어제부터 줍고 있는데 아직도 많이 남아 있어서요. 팔만스물다섯개, 팔만스물여섯개, 팔만스물일곱개....

바람돌이 2022-07-04 13: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젊은 시절에 같이 몇년간 같은 책을 같이 읽었던 친구들이 있는데요. 지금도ㅠ가장 친한 친구들입니다. 우리가 더 이상 같이 책을 읽지 않은지는 너무 오래됐는데도 지금도 이 친구들은 약간 오래 같이 산 부부같아요. 감탄사만 내뱉어도 그속에 들어있는 백마디가 짐작이 가는.... ㅎㅎ 말을 좀 잘못해도 야 네 말은 그게 아니라 이거잖아라고 얘기할 수 있는요. 같은 책을 읽는다는건 그런 공감의 폭이 무한대로 늘어나는 과정인것 같더라구요.

단발머리 2022-07-05 17:49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님 댓글 읽는데 저도 제 친구들이랑 그런 사이가 될거라는 예감이 팍팍팍!! 드네요. 그런 친구를 얻는다는 게 얼마나 복된 일인지요 ㅎㅎ 앞으로도 많이 느끼고 맘껏 누리겠습니다 : )
그리고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도 바람돌이님을 비롯해서 여러 분들이 함께해 주셔서 넘 좋아요. 각각 다르게 읽고 다르게 느끼고 다른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는 일이 얼마나 멋진지요. 여성의 목소리가 더 멀리까지 들리기를 바라게 됩니다.

독서괭 2022-07-05 15: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내 안에 너 있다.. ㅎㅎ 그런데 밤마다 한나 아렌트를 읽고, 에이드리언 리치를 끌어 안고 우는 사람, 너무 멋진 거 아닌가요?
같은 책을 읽고 나의 경험을 끌어와 함께 나누는 거 정말 좋은 것 같아요. 그게 바로 독서모임의 묘미..!! 오프라인 독서모임 한지 오래됐는데, 그립네요.
그나저나 ˝내가 대학에 다닐 때니까, 최초의 육상 척추동물이 막 육지에 발 혹은 지느러미를 내딛었을 때의 일이다.˝ ㅋㅋㅋㅋㅋ 이 문장 넘 재밌어요.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같이 흔해빠진 표현 안 쓰고 이렇게 쓰시는 거 넘 좋네요 >ㅁ<

단발머리 2022-07-05 17:54   좋아요 1 | URL
밤마다 한나 아렌트 읽는데 책만 펴면 잠들어서 아직도 반밖에 못 읽었다는 슬픈 소식 전해드려요. 에이드리언 리치는 완전 사랑입니다. 넘나 좋아요. 그래서 아끼다 보니 진도가 안 나가고 있습니다.

제 유머 알아주셔서 감사해요, 독서괭님!! (와락)
원래는 최초의 육상 생물이... 라고 쓰려했더니 최초의 생물은 식물이었다는 거에요. 그래서 최초의 육상 동물은... 이라고 쓰려고 했더니 그건 또 전갈류 쪽이라네요. 그래서 최초의 육상 척추동물로 쓰려고 했더니, 제 정확한 의도는 학명을 쓰는 건데, 그게 여러 의견이 있는거에요. 어류에서 다리 달린 쪽이랑 양서류랑 또 사지 구분되는 동물이랑 해서 정확히 제일 앞선 종이 어떤건지 잘 못 찾겠고 좀 복잡해서리 ㅋㅋㅋㅋㅋㅋ 그냥 최초의 육상 척추동물이... 이렇게 쓰게 된 것입니다.
알아주는 당신 독서괭님, 고맙습니다.

서니데이 2022-08-10 2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단발머리 2022-08-11 12:53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축하해 주셔서 감사해요.
오늘도 비가 계속 내리네요 ㅠㅠㅠ 꿀꿀하더라도 기분만은 상쾌한 하루 되시길요!

mini74 2022-08-10 2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저도 축하드려요 *^^*

단발머리 2022-08-11 12:52   좋아요 1 | URL
에공!! 축하말씀 감사드립니다!! 미니님!!!

독서괭 2022-08-12 1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님 축하드려요!^^

단발머리 2022-08-12 11:06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 축하 감사합니다, 독서괭님!!

그레이스 2022-08-12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축하드려요 ~~

단발머리 2022-08-13 20:00   좋아요 1 | URL
에궁, 이제 봤어요 ㅠㅠㅠ
그레이스님,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1. 요점 정리

 

초기 그리스도교에서 참회 예식은 행위가 아니었고, 참회자는 여러 특징을 드러내는 하나의 신분 상태(70)일 뿐이며, 엑소몰로게시스는 죽음의 상연과 자기 포기의 극적 상연(75)을 통해 드러난다. 수도원에서의 자기 점검이란 행위보다는 사유를 가리킨다(82).

 



2. 엑소 vs 엑사

 

참회자가 자신의 죄인의 상태를 일종의 공적인 현시 내에서 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엑소몰로게시스이고, 영적 아버지의 의지에 전적으로 복종하는 관계 속에서 행해지는, 사유의 분석적이고 계속적인 구두 표현 행위가 엑사고레우시스이다. (92)

 



3. 주제 문장

 

심지어 엑사고레우시스에서 파생된 이 해석학적 기술들 내에서조차도 진실 생산은, 기억하시겠지만 매우 엄격한 조건 없이는 달성될 수 없었습니다. 그 엄격한 조건이란 자기희생을 내포하는 자기해석학입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 이건 심층적인 모순이거나 아니면 이렇게 말해도 괜찮다면 자기에 대한 그리스도교적 테크놀로지의 어마어마한 풍부함입니다. 그것은 바로 자기희생 없이는 진실도 없다는 것입니다. (95)

 



4. 느낀 점

 


1) 자기 희생 없이는 진실도 없다.

 

2) 두 번의 강연과 두 번의 대담을 엮은 책인데, 뒤쪽의 두 대담이 코믹하다. 한 대담의 사회자 이름은 나와 있고 한 인터뷰어의 이름은 못 찾겠는데, 아무튼 두 대담이 흥미진진하다. 좋은 질문이다, 네 그렇습니다, 라는 푸코의 답이 있기도 하지만, 더 임팩트 있는 시작은, 글쎄요, 그 강연에 (당신이) 참여했던가요, 아니요,  ** (사회자의 언급)이 결코 아닙니다,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 이 정도면 멱살 잡아야 한다.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내용은 재미없고 머리 위로 잠은 쏟아지는데, 두 분이 나를 살렸다.  

 

3) 잠깐 쉬었다가 다음 책은광기의 역사』로 한다.




그 결과 이 두 실천의 공통 요소로서 다음과 같은 원리, 즉 초기 그리스도교의 이 두 경험에서 자기 자신에 관한 진실의 폭로는 자기 자신을 포기해야 하는 의무와 분리될 수 없다는 원리를 끌어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기 자신과 관련된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자기를 희생해야 하고, 자기 자신을 희생하기 위해서는 자신에 관한 진실을 발견해내야 합니다. 진실과 희생, 우리 자신에 관한 진실과 우리 자신의 희생, 이것들은 심층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희생을 삶의 양식의 근본적 변화로 간주해야 할 뿐만 아니라 다음과 같은 정식, 요컨대 너는 실제적인 신체와 실제적인 삶으로서의 네가 소멸하는 오직 그 순간, 그런 너를 네 스스로 파괴하는 오직 그 순간에만 너는 진실을 현시하는 주체가 될 것이라고 하는 정식으로부터 결과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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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ta 2022-06-28 14: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_ 어렵다. 자기희생이라는 말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타성과 닿아있다고 여긴다면 고개 끄덕끄덕.

단발머리 2022-06-28 15:12   좋아요 1 | URL
그니까 말이에요. 진실과 희생이 연결되어 있대요. 자신을 희생하기 위해서는 자신에 관한 진실을 발견해야 된다고.
뭐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6-29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서 말하는 진실이 어떤 진실인지 감이 오지 않아서(혹은 지에 대한 사랑이라는 진실?ㅋㅋㅋ), 저는 ‘진실‘이라는 단어에 ‘사랑‘을 껴보고 싶습니다! (내가 발견할 수 있는 진실이 사랑에 가까운 무엇이라고 했을 때...) 헌신이나 어느 정도의 희생없는 것을 사랑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사랑은 매번 어느 만큼의 나를 내주고 그것을 감당할지를 겨루는 시험장인 것 같아요. 그건 말 한마디로 뚝딱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닐테고, 매일의 현실에 나를 걸어 놓고 어디까지 보호하고 어디까지 희생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협상해야 하는 지난한 노동... 임을 알고(는) 있죠.

그런데 그걸 안하고 그냥 다 바쳐, 그냥 다 내줘! 그게 사랑이야!라고 하는 것이 (어쩌면 그게 쉬울지도 모르겠어요) 아주 오랜 시간동안 여성에게 강조되어온 사랑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것이 옳은지 그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최소한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담론으로 기능해왔을 것 같아요.) 그렇게 보면... 사랑이라는 것이 어떤 희생이라는 말과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기투(?)라고 한다면, 그걸 매일의 삶에서 감당해온, 인류의 존속을 유지해온, 세상에 존재했던 많은 여성들은 재생산 능력 때문에라도 자신의 (언어화되지 못했지만) 진실을 알아차리는 능력을 갖출 수 밖에 없었겠네요. 그럴 의무와 필요가 없었던 남성들은 일부만 계발 할 수 있었던게 사랑의 능력이었을 테고. 또 많은 여성들은 자신을 보호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내몰렸을지도 모르겠어요. (가부장제의 창조를 읽으면 이렇게 전체 여성 인류 역사에 대해 크게 크게 생각하게 되어버린닼ㅋㅋㅋㅋ 이것이 바로 여자가 사유해내는 대문자 역사다ㅋㅋㅋ)

이 지점에서 출산과 육아를 겪지 않은 프리랜서 엔잡러인 저는 신자유주의를 생각하는데요... (ㅋㅋㅋ 이놈의 신자유주의 타령) 매일 매일 어느 수준에서 나를 내어주고 희생하고 배팅하고 감당하고 또 어디까지는 나를 보호하고 지키는 것이고 잇속을 차리는 것인지에 대해 (제 경우에 한정에서), 심지어 어떤 소비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까지도요(?) 끊임없이 겨뤄야 하는 나의 피곤함... 이 극도의 심각한 노동...ㅜㅜ 피곤함... 계속 이렇게 불안해하며 머리 굴리며 살아야 하나, 이 상황 속에서 내가 망가지지 않을 수 있나? 이 속에서도 어떤 자존을 지키고 싶은 그런 자기애가 있긴 하거든요. ㅜㅜ

이 시대를 살아가는 것 자체에서... 저는 어쩔 수 없이 자신에 관한 진실을 발견하게 되네요. 길게 썼는데... 좀 더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갖고 싶어요... 저의 저 자신에 대한 사랑, 그리고 사회화는 이다지도 험난합니다. 자신에 관한 진실. 그것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저를 내줘야한다. 아 피곤하다. 그만하고 싶다. 진실 아닌 삶을 살고 싶다.

단발머리 2022-06-29 19:33   좋아요 1 | URL
쟝쟝님... 사실 나도 여기서 말하는 진실을 다 쫓아가지 못했어요. 책도 반납했고요. 그래서 내가 인용해놓고 내가 두 번 읽었다는... 그러나 다시 한 번 찬찬히 생각해본 결과라면...

이 문맥에서의 진실이란 ˝자신에 관한 진실˝을 말하는 것 같고요. 그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죄에 대한 고백‘을 뜻하는 거 같아요. 자신의 진실, 즉 자신의 비밀, 생각 속의 죄를 영적인 스승 앞에서, 구두 행위로써 밝혀야 만이 자신에 관한 진실(참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전 그렇게 읽었어요. 그런 진실을 밝히는 일은 자기를 포기하고 희생해야만이 얻을 수 있다, 이렇게요. 쟝님이 나중에 읽고 잘 밝혀주세요^^


두번째 문단은 <가부장제의 창조>의 390쪽을 생각나게 하네요. 여성들에게는 여가 시간이 없었죠.

따라서 여성들은 자신의 경험을 불신하고 평가절하하는 것을 배웠다. 월경 속에 무슨 지혜가 있을 수 있는가? 모유로 가득 찬 젖가슴 속에 무슨 지식의 원천이 있는가? 일상적인 수유와 청소 속에 추상성을 위한 무슨 재료가 있는가? 가부장적 사고는 그와 같은 성별 정의된 경험들을 비초월적인 ‘자연스러움‘이라는 영역에 소속시켰다.
여성의 지식은 단순한 ‘직관‘(intuition)으로 되었고, 여성들의 이야기는‘수다’(gossip)로 되었다. 여성들은 특히 희망이라고는 없는 특수한 것들을 다룬다. 그들은 자신들의 서비스 기능(음식과 쓰레기를 처리하는 속에서, 끊임없이 방해받는 시간 속에서, 그들의 분산된 주의집중 속에서, 매일 매시간 현실을 경험한다. 그 특수한 것들이 자신의 소매를 당기는동안 사실들을 일반법칙으로 추론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상징을 만들고 세계를 설명하는 그와, 그의 신체적.심리적 욕구와 그의 자녀를 돌보는 그녀 - 그 둘간의 간극은 엄청나다. (390쪽)


우리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타령과 극도의 심각한 노동,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은 의료보장제도 확대, 기본 소득 도입으로 그 무게의 강도를 줄일 수 있다고 전, 생각합니다. 근데 가능할까요? 특히 이 정부 내에서?


공쟝쟝 2022-07-01 22:42   좋아요 0 | URL
이 정부 내에서는 가능하지 않지만, 이 인민들 내에서도 가능하지 않죠. (모든 인민은 그의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가진다...) 우리 아렌트 읽기로 했잖아요? ^^? (아닌가? 긴가? 아닌가?)

특정 당, 정치인, 정치 세력에게 개인의 무력감을 의존하는 형태의 메시아주의적 정치로는 그것이 진보이든 보수이든 이 무한한 반복을 무한히 반복할 수 밖에 없습니다.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사유하고, 또 발언하고, 토론하고, 자신의 의견을 고치고, 그러면서 공동의 세계를 짓는 일(모두가 원하면 연결될 수 있는 기술과 과학이 발전한 시대 아니겠습니까? 못할 것도 없는 데... 정치를 잘못배운 인간들이 스피커를 자처하며 정치를 드럽게 하는 세상인 듯 합니다..구시대의 유물로 꺼져버렷!!) 에서의 연대감을 회복하는 게 앞으로의 전체 인민이 배워야할 정치겠죠. 그런데.. 그것이 가능한 최소한의 조건이 먼저 기본소득이다! 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긴하네요.

거다러너가 그런 말을 하잖아요. ˝시작하지 않는 한 우리는 결코 알 수 없다. 과정 그 자체는 방법이며 목적이다.˝ 저는 과정 그 자체가 방법이며 목적이어야한다고 생각하고요, 그것이 페미니즘 정치일지 아렌트가 말하는 정치일지는 모르겠지만, 일개 시민이자 영세자영업자로서 힘 닿는한 친구들과 사유하며 공부하고 토론하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려고 합니다 ㅋㅋㅋ 요는 저 자신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전체 인민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알라딘 서재의 똑똑이 중년 여성들의 공부 만세!

다락방 2022-06-29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기의 역사 리뷰 기다립니다..

단발머리 2022-06-29 14:58   좋아요 0 | URL
반사!!! 😘😘😘
 


 
















미국 연방 대법원이 임신 6개월까지 여성의 낙태를 허용해왔던 이른바 로 대 웨이드판결을 2022 6 25일 자로 공식적으로 폐기했다. … 연방 대법관 9명이 표결해 5 : 4의 결정으로 폐기했는데, 진보성향 대법관 3명은 헌법적 보호를 상실한 수백만의 미국 여성들을 위해 반대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MBC 12시 뉴스)  


 

 




환호하는 여성들과 울고 있는 여성들의 표정이 극명하다. 바이든이 오늘은 슬픈 날이다, 라고 말했지만, 대통령 바이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없다. 싸움은 끝나지 않았지만, 미국은 150년 전으로 후퇴했고. 트럼프는 떠났지만, 트럼프가 임명한 대법관들은 남아 있다.  

 

 


우리나라 헌법 재판소 재판관은 9명 모두 윤석열 재임 기간에 임명된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후보들을 검증한다고 하니, 법무부 장관 한동훈의 기호에 맞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최고 법적 결정권을 갖게 될 것이다. 미국은 150년 전으로 후퇴했는데 우리는 호주제 부활하는 거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 9명 전원 교체라면 문재인 당선도 불법이었다고 할 것 같기는 하다

 


만약, 당차고 야무지고 똘똘한 여자아이, 그래 남자아이 포함. 초등학생, 중학생 아이를 가까이 두고 있다면 모두 한 마음으로 로스쿨 입학을 응원해야 할 것 같은 심정이다. 우리의 삶을 이처럼 가까이에서, 이토록 강력하게 좌우하는 법의 영역, 최고 결정권자의 자리에, 사람을 심어야 한다. 온전한 정신을 가진 사람을 키워야 한다. 그래서, 김영란처럼, 긴즈버그처럼 법의 자리로 보내야 한다. 만학도여도 괜찮다. 혹 지금이라도 법 공부하실 분 있으시면. 제가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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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6-25 21: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런. 결국 이리 되었나요ㅠㅠ 진짜 제대로 된 법관들이 절실해졌습니다.

단발머리 2022-06-25 21:28   좋아요 2 | URL
유산인 경우도 낙태로 처리될 수 있고, 그런 경우 유산이었음을 본인이 밝혀야 한다고 하대요. 낙태 관련해서 개인정보 보호도 문제가 되어서 미국 여성들 사이에서는 생리 캘린더 앱 지우자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하고요. 에휴 ㅠㅠㅠ

미미 2022-06-25 22: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미국 충격적이네요.
트럼프의 분탕질은 결국
이런 파장을 만드는군요.
한동훈의 행보도 걱정이구요.
김영란, 긴즈버그같은 여성 법관들이 나와 주어야하는데...

단발머리 2022-06-28 13:44   좋아요 2 | URL
앞으로가 더 걱정이기는 합니다. 미국은 이런데 우리는 괜찮을까요.
초법적 법무부는 또 어쩌구요 ㅠㅠㅠ

바람돌이 2022-06-25 22: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 청소기 수리하러 서비스센터 가서 앉아있다가 이 뉴스보고 어찌나 놀랐던지.....
하 진짜 우리나라에서는 호주제 부활하는거 아닙니까? 역사가 때때로 거꾸로 간다고 하지만 이건 좀 진자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단발머리 2022-06-28 13:45   좋아요 1 | URL
저도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이 호주제 부활이었고요. 그리고 우리나라도 낙태 관련 규정이 더 엄격해질 거 같다는 생각은 들어요.
세상이 어디로 가는지 말입니다. 에휴 ㅠㅠ

psyche 2022-06-27 06: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지난번 미리 유출되었을 때 예견되었지만 진짜 저렇게 발표되니 정말..... 트럼프의 4년이 끝나고 나서도 악몽이 계속되네요. ㅜㅜ

단발머리 2022-06-28 13:54   좋아요 0 | URL
프시케님 미국에 계시니 더 답답하실거 같아요. 근래 경제 때문에 바이든 지지율이 심상치 않다고 그러던대요. 재임이 어렵기도 하겠지만 트럼프 컴백한다는 소문이 여기까지 났어요...

프레이야 2022-06-27 08: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작은딸에게 긴즈버그의 말 사주렵니다.
담아가요. 땡스투유 ~^^

단발머리 2022-06-28 13:46   좋아요 0 | URL
긴즈버그의 말은 저도 아직 못 읽어봐서요. 저는 저 시리즈가 다 좋더라구요. 땡투 감사요^^

독서괭 2022-06-27 12: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 저도 기사 보고..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라고 ㅜㅜ 우리 입법이 어찌될 지 걱정이네요. 앞으로 나올 미국 판결들도.. ㅠ

단발머리 2022-06-28 13:47   좋아요 1 | URL
미국 주에서 보수세가 강한 곳부터 시행될 거라 하는데 낙태를 위해서 다른 주로 이동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날 거 같아요. 참.... 안타깝습니다 ㅠ

블랙겟타 2022-06-28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는 그러더라구요.. 49년 동안만 주여졌던 권리라구요.

단발머리 2022-06-28 13:48   좋아요 1 | URL
다시 찾아오려면 또 얼마나 시간이 필요할까요. 암담할 뿐입니다....

기억의집 2022-06-28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법을 몰랐을 때는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말에 호의적이었는데… 저 말이 법 모르는 사람을 디스한 거더라고요. 법에 대해 알면 알수록. 사건의뢰라는 유투브 보면서 법지식나 작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었어요… 근데 6개월이면 애가 배를 차는 시기인데.. 그러면 낙태를 아예 허용하지 않는 건가요???

단발머리 2022-07-01 10:08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법을 잘 모르는가 아는가에 상관없이 법은 우리 삶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까지를 규제할 수 있으니까요.
미국 연방대법원이 임신 15주 이후의 낙태를 전면 금지한 미국 미시시피 주 법에 대한 위헌 심판을 내린 것이니까요. 강간으로 인한 임신도 낙태 금지된다고 알고 있는데, 그런 경우 다른 주로의 낙태 여행까지 필요할 거 같아요. 참, 암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