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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펙이 주장했던 중년 성인기의 4가지 주요 과제에 대한 글을 읽었는데, 두 번째 과제가 이거였다. “인간관계에서 있어서는 성적인 관계에서 사회적인 관계로 전환된다.” 중년 성인기는 35세에서 54세까지니, 나는 중년 성년기에 속한다고 하겠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

 






넷플릭스 브리저튼 시즌 2를 보았다. 원작은 쥴리아 퀸의 『The viscount who loved me 』인데 원작과 드라마는 내용이 조금 다르다. 암튼 즐거운 정주행의 시간을 마친 후에, 아니나 다를까 주인공 조나단 베일리(앤소니 브리저튼 역)에게 흠뻑 빠지고 말았다. 기사도 찾아보고 인터뷰 영상도 여러 편 보았는데,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매력에 헤어날 길이 없던 그즈음, 친구들과 만나 맛난 치킨을 뜯으며, 조나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인터뷰 영상을 보면서 부족한 영어 실력을 더욱 절감하게 된다, 조나단 때문에라도 영어를 더 잘하고 싶다, 뭐 이런 말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때였다. 친구 1이 물었다. “그래서요, 단발님! 만약에 진짜 영국에 가서 조나단을 만났는데, 조나단이 단발님 좋다고 하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가정을 위해서 20년 살았으면 이제 자기 삶 살아야죠. 괜찮지 않아요? 애들도 많이 컸고요.” ‘, 조나단을 만날 수 있다고요? 조나단이조나단이, 저를 좋아한다고요? 에이, 설마 그럴 리가요.’ 머릿속으로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는데, 입에서는 전혀 다른 말이 튀어나왔다. “제가 애들을 거진 () 키워놓기는 했죠.” 한바탕 자지러지게 웃고 나서, 나는 흩어진 정신을 간신히 수습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요, . 성적 지향(조나단은 2018년에 커밍아웃했다)이라는 것도 있고, 시몬 애슐리(상대역)가 그렇게 이쁜데도 스캔들 안 나고 그렇게 끝나잖아요. 조나단이 아시아 사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지도 모르겠고요.” 친구 1과 친구 2가 양쪽에서 같은 말을 다른 표현으로 쏟아낸다. “그건 모르죠. 그건 모르는 거에요. 어떤 사람이 어떤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 거, 그건 딱 정해진 게 아니잖아요. 진짜 모르는 일이죠.” 여러분!!! ? 뭐라구요?

 

내가 아는 어떤 사람들보다 책을 많이 읽고, 내가 아는 어떤 사람들보다 똑똑하며, 내가 아는 어떤 사람들보다 스마트한 두 사람의 확신에 찬 이 단언의 말씀. 사람 일은 모르는 것입니다. 그 순간, 내 인생 최대의 고민은 조나단이 나를 좋아하면, 나는 어쩌란 말이냐?’로 바뀌게 된다. 조나단이 내게 선사한 심미적 즐거움과 쾌락을, 내가 조나단에게 줄 수 있을 거라는 아무런 확신이 없는 채로, 나는 가정의 존립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 것이었다. 애들은 많이 컸다. 둘 다 나보다 크니까 다 키웠다고 할 수 있겠다. 문제는 남편인데. 까탈스럽고(엄마 표현), 까시렁스러운(시어머니 표현) 두 애들에 더해, 총 네 명의 가족 구성원 중에 남편은 나 빼고 내 말을 제일 잘 듣는 사람이다. 20년을 살았다. 그래, 20년을 살았지. 나 같은 사람을 만나 남편은 20년을 한결같이 유쾌하고 재미있게 보냈을 것이다. , 나 같은 사람을 만나 동서양을 아우르는 각종 실험적인 요리의 희생양이 되었지. , 이건 너무나 실존적인 고민이다. 너무 어렵다.

 



조나단을 생각한다. 조나단은, 내가 조나단에게 줄 수 없는 것을 나에게 주었다. 웃음과 기쁨과 즐거움을. 하지만 나는 조나단에게 웃음과 기쁨과 즐거움을 줄 수 없다. 사랑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행복하다고 하기에, 나로서는 조나단에게 무언가를 주고 싶은데, 주지 못하고 받기만 하니 안타까운 마음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딸아이가 내 MBTI의 특징을 읊어주었는데, 나는 몰입을 잘하고 금방 싫증을 내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친구 2는 조나단 사랑은 오래갈 거라 전망했다. 친구의 말은 항상 옳다.



 

내일은 어린이날. 아직도 어린이날 선물을 고대하는 나는, 오늘 아침 진공청소기로 거실 바닥을 박박 밀면서 올해는 무슨 선물이 좋을까 찬찬히 생각해 보았다. 올해는, 조나단. 올해의 선물은 조나단이 좋겠다. 나는 정했다. 조나단으로.

 

 

조나단.

조나단을 제게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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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5-04 17: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 꼰대 앤소니를 여기서 보는군요 ㅎㅎㅎ 나름 귀여운 조나단 ~~

단발머리 2022-05-04 17:13   좋아요 1 | URL
시즌 1의 꼰대 안소니가 시즌 2에선 사랑 찾느라 바쁘거든요. 꼰대끼는 여전하지만요. 조나단 럽💕

vita 2022-05-04 18: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단발님 옆지기도 그러하고 조나단 아니 안소니도 그러하고 좀 까탈스러운 스타일을 단발님은 사랑하는 거 아닐까요. 사랑은 알 수 없습니다, 어느 자리에서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게 될지 장담할 수 없죠. 하지만 어쩐지 조나단도 그러하고 단발님과 20년을 함께 하신 그분도 그러하고 문득 우리는 어느 지점에서 그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건지 저 역시 실존적인 고민을 하게 됩니다. 만나기도 전부터 나는 저 사람을 만나면 사랑에 빠질 거 같은데 라는 말은 이미 저 사람에게 매혹당했다는 것이고 실제로 만나면 뭐 거의 동전을 뒤집을 것도 없이 사랑에 빠지게 되고 맙니다. 문제는 서로의 사랑, 불꽃 같은 연애 여기에서 생기지 않아요. 문제는 그러니까 조나단은 단발님과 사랑에 빠지고 조나단을 극렬하게 원하는 단발님 역시 조나단과 멋진 연애를 할 터인데 문제는 단발님과 20년을 함께 한 그분이 과연 단발님을 놔줄까 입니다. 쏘쿨하게 놔주신다면 더할나위 없지만 과연 놔줄까? 정말 힘들 텐데. 새로운 사랑에 빠지는 건 두렵지 않으나 분명히 멋진 연애를 할 것이나 언제나처럼 사랑과 사랑 사이 그 징검다리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싶습니다. 전 조나단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조나단 저 턱수염은 쪼금 귀엽군요.

단발머리 2022-05-04 19:40   좋아요 1 | URL
일단 비타님은 제가 1) 조나단과 만나고 2) 저와 조나단이 사랑에 빠지고 3) 조나단이 저를 극렬하게 원할거라 예상하시는군요.
저의 그 다음 고민은 그 다음에 하면 되겠어요. 1)번부터 겁나 저에게 먼 일인데 말이지요. 영국으로 가는 항공권을 준비한다 해도 어디에 가야 조니를 만날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니까요. 소속사에 연락해봐야 하나요? 한국에서 날아온 팬에게 무엇이든 알려주지 않을 성 싶은데요 ㅎㅎㅎ
진지한 성찰과 조언 감사드립니다. 사랑과 사랑 사이의 징검다리 문제에 대한 고민도 감사하구요. 큰 도움이 되었어요^^

다락방 2022-05-04 18: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사진 진짜 너무 잘나왔네요! ㅋㅋㅋㅋㅋ 너무 잘나왔다 진짜.

사람일 모르는 겁니다, 단발님. 우리는 인생의 어느 시점에 어떤 격정에 휘말릴지 몰라요. 아니 제가 뭐 조나단한테 가시라고 등 떠미는 건 아니고요, 뭐, 예, 어떤 가능성이든 열려있는게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흠흠 어쩐지 부끄럽네요? 🤭

단발머리 2022-05-04 19:43   좋아요 1 | URL
사람일은 모르는 거라고, 제 친구 1이 다락방님과 똑같이, 정말 그렇게 말했습니다. 제 친구의 말을 저는 철썩같이 믿고 있고요.
어떤 가능성이든 열어 놓으려 합니다. 제가 문 활짝 열어 놓은 거, 영국까지 소문나야 할텐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사진은 생긴대로 나온다는 말이 있더라구요. 사진 너무 잘 나왔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억의집 2022-05-04 19: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제 의리로 살아야죠 단발님 말 잘 듣는 남자는 남편이라면… 여전히 최고의 남자죠!!!

단발머리 2022-05-04 23:06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님 말씀 백번 온당합니다. 제 말 잘 듣는 남자는 아무 것도 모른채 야구 보고 있네요.
최고의 남자 맞는 건가요? 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2-05-05 02: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막상 가지면 남편이 둘이 되는거잖아요. 왜 하나를 버려야 된다고 생각하세요? 그냥 둘 다 가지면 되지말이죠. ㅎㅎ 그런데 남편이 둘인건 좀 많이 많이 귀찮을듯하긴 하군요. 저 조나단이 내 말을 잘 들을때까지 키우려면.... 단발님 우리 힘딸려서 안돼요. 너무 힘들어요. ㅎㅎ

단발머리 2022-05-05 08:27   좋아요 1 | URL
저, 아침에 일어나서 댓글 읽다가 얼마나 웃었는지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님!! 너무 감사합니다.
말씀대로 남편이 둘이 되는 상황도 고려해볼 수 있겠지만, 역시 말씀하신대로 둘은 좀 많이 많이 귀찮을 것 같습니다.
조나단은 현재 33세로서 한참 말 안 듣는 나이인데 제 말 잘 듣게끔 하려면 또 시간이 많이 필요할듯 싶어서 어쩔 수 없이 조나단과는 아쉬운대로 더 이상의 관계 발전은 없는 걸로 하겠습니다. 사실 요즘에 힘도 많이 딸리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님 댓글이 저의 어린이날 선물입니다. 앞으로도 귀한 지혜의 말씀 많이 많이 나눠주세요!!! 좋은 휴일 되세요!

책읽는나무 2022-05-05 1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조나단 잔소리하는 오빠 맞나요? 시즌1의 1편 반밖에 안본 사람이라...^^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오빠가 서글서글하게 생겼던 기억은 남아 있네요^^
조나단이 앤 헤서웨이 같은 형을 좋아한다면 단발머리님을 뵙고...아!! 정말 사람일은 어떻게 변할지 모를 일이란 생각 저도 동의합니다^^
아침에 잠깐 드라마 한 편을 봤는데 거기서 사랑이 시작되는 첫 단계가 이미 남녀 눈빛이 마주치는 그 첫 순간이던데 어쩌면 그게 진리인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얼핏 했었거든요.
본인들은 알 수 없지만 두 번, 세 번 만나다 보면 정 들고, 그래서 결국 우리 처음 만났을 때부터 느낌이 왔었어!! 인정하게 되는 게 아닌가? 뭐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단발머리님 글을 읽으니까 더욱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되네요ㅋㅋㅋ
비행기를 타고 날아 갔는데!!!!!!....
상상의 나래를 막 펼치는 중였는데, 아니 조나단이 33 세였어요??
넘 애기잖아요????
언제 키운대요?? ㅜㅜ
에휴~~단발머리님! 어쩔 수 없지만 이 남자, 저 남자~ 다 똑같다!! 이 말을 명심할 수밖에 없어요. 넘 찬물을 끼얹었네요ㅋㅋㅋ
화면에서 계속 멋진 남자 조나단!! 해야 더 멋진 조나단!!^^
조나단 43 세만 되었어도...비행기 티켓 끊어드렸을텐데 말이죠^^
지금 남편분을 조나단으로 만들어 보심이??^^

단발머리 2022-05-09 12:15   좋아요 1 | URL
조나단은 잔소리하는 오빠 맞구요. 시즌 1보다 시즌 2가 훨씬 재미있습니다.
한눈에 반하는 사랑이 있다고 저도 생각합니다만, 여러분들이 ㅋㅋㅋㅋㅋㅋㅋ 정말 진지하고 생활밀착형 조언을 많이해 주셔서 제가 여러 가지 면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야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요, 만난 후의 과정에 대해서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열어 놓고만 있으려고요.
조난단이 나이가 좀 어리기는 하지요. 하지만 애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멋진 애기라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oonnight 2022-05-05 14: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에 이 브리저튼 2에 관한 기사를 신문에서 읽었는데^^ 이 양반이 요즘 핫하다는 조나단씨로군요. (커밍아웃한 건 몰랐네요@_@;)
어린이날 선물로 조나단을 단발머리님께^^

단발머리 2022-05-09 12:12   좋아요 0 | URL
보내주신 어린이날 선물 아주 잘 도착했습니다. 문나잇님이 제 꺼라고 하셔서 조나단은 제꺼가 되었네요. 매우 감사드립니다^^

에이바 2022-06-01 0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너무 유쾌하네요 단발머리님!! 오랜만에 단발님 서재에 왔는데 연속 3편을 웃으면서 봤어요. 심지어 저 의문의 2패(이름도 몰랐던 배우 조나단의 커밍아웃 단발머리님의 남자 확정).... 저 개인적으로 브리저튼 시리즈를 좋아하고 그 중에서도 앤서니 얘기를 좋아해서 드라마도 재밌게 봤거든요 ㅎㅎ 전 시즌1보다 시즌2가 더 좋았어요! 뭔가 오랜만에 뵙지마는 제인에어로 하나 되었던 단발머리님과의 취향 확인에 행복한 새벽이네용 ㅋㅋ

단발머리 2022-06-01 09:45   좋아요 0 | URL
아침에 에이바님 댓글 보고 얼마나 반가웠던지요!! 에이바님 잘 지내시죠? ㅎㅎㅎㅎ
브리저튼 시리즈도 앤서니도 좋아하신다니 저는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요. 조나단 베일리의 발견과 조나단 베일리의 커밍아웃 소식은 저를 기쁨과 슬픔으로 몰아넣었지만 전 아직도 환상 속의 그대를 포기하지 못하고 마음 깊이 ㅋㅋㅋㅋ 사랑하며 살고 있습니다. 저도 시즌 1보다 시즌 2가 더 좋았거든요. 제인에어를 사랑하는 에이바님, 이제 우리 조나단 사랑도 함께해요. 저랑 함께해 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5월은 가족의 달. 줄줄이 가족 행사 대기 중.  


5월은 도나의 달. 도전할 때마다 나를 절망케 했던 도나 해러웨이. 이번에는 이웃님들과 같이 읽으니 완독하겠지. 같이 읽으면 좋을 책들 고르다 보니, 새로 나온 책도 보인다. 다 구입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일단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하고, 목차랑 미리보기를 살펴본다. 준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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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5-02 16: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시작하시는 겁니까! 저도 곧 시작하겠습니다(라고 어제부터 생각만 하는 중..)!!

단발머리 2022-05-02 16:41   좋아요 0 | URL
이번달에 좀 일찍 시작할까 싶습니다. 부릉부릉 하고 있죠. 페미니즘의 최전선에 같이 서시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2-05-02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서문 좀 읽다가 머리에 쥐나는줄^^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ㅜㅜ 아무래도 다른 책 읽으면서 좀 쉬었다 시작해야겠어요~ 응원합니다!

단발머리 2022-05-02 17:50   좋아요 0 | URL
오래 쉬지 마시고 ㅋㅋㅋㅋ 얼른 돌아오세요, 거리의화가님!!

수하 2022-05-02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준비 많이 하셨네요! 저는 <해러웨이, 공-산의 사유>만 준비해뒀어요.

단발머리 2022-05-02 17:56   좋아요 1 | URL
집에는 한 권 뿐입니다 ㅋㅋㅋㅋ 그러니까 이 페이퍼 제목은… <준비>(하고 싶다) 네요 ㅋㅋㅋㅋㅋㅋㅋ참… 그 책 많이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수하님, 화이팅!!

수하 2022-05-02 17:56   좋아요 1 | URL
사실 저도 준비한 건 아니고.. 그냥 갖고 있었다… ㅎㅎㅎ

저는 <레이디 크레딧>부터 읽어야해요 휴;;

단발머리 2022-05-02 20:49   좋아요 1 | URL
아… 일단 <레이디 크레딧> 화이팅!!! 🥳🥳🥳

수하 2022-05-02 21:19   좋아요 1 | URL
그러고보니.. 많이 어렵다는게 공-산의 사유인가요? 전 좀 쉽게 해설해주신 건 줄 알았는데 @.@??

단발머리 2022-05-02 21:29   좋아요 0 | URL
저는 <공-산의 사유> 안 읽어봤는데 해러웨이 책은 다 어렵다고 들었어요 ㅠㅠ 글고 저도 해러웨이 도전한 책 중에 성공한 책이 하나도 없고요 ㅠㅠㅠㅠ 근데 그 때는 몰랐는데 저자가 한국 사람이네요. 그럼 좀 쉬울 수도 있겠어요.
수하님, 화이팅 하나 더 드립니다^^

수하 2022-05-02 21:41   좋아요 0 | URL
저희 함께 화이팅해요! 레이디 크레딧 다 읽고 나타나겠습니다~

vita 2022-05-02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희망도서 저도 빌릴래요 :)

단발머리 2022-05-02 17:57   좋아요 0 | URL
일단 저 다음인데 ㅋㅋㅋㅋㅋ 제가 3주 읽고 그 담에 이야기 나누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vita 2022-05-02 17:58   좋아요 0 | URL
아악 😫 그렇다면 저는 우리 동네 도서관에 있는지 검색 먼저 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5-03 0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필 5 월이 가장 바쁜 달이라 지금 몸과 마음이 혼미한데 가장 어려운 책이 이번 달 책인가요? 전 책을 보기만 하고 감히 넘겨보질 못하고 있네요. 어떡하나???쩝~😥😞

단발머리 2022-05-03 16:53   좋아요 1 | URL
지금 어렵다고 난리났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두 쪽 읽은 처지라 아직 할 말이 없습니다만.... 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5-03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받았는데요, 걱정이 많이 되네요 ㅎㅎ

단발머리 2022-05-03 16:53   좋아요 1 | URL
우리 같이 읽으면 읽을 수 있을 거에요. 저 두 번 실패한 책이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러분만 믿고 갑니다!!
 






 












1. Beach Read /36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 작별인사



한동안 로맨스 금지를 선언했는데, 이 책을 또 읽어버렸다. 다른 인종 간의 로맨스를 소설로 읽는 건 처음인데, 그가 혹은 그녀가 다른 피부색인 것이 사실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뻔한 진실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한다. 우리 인간이 얼마나 중층적인 존재인지, 유혹당하는 것이 얼마나 쉬운지, 유혹에 저항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결론이 정해져 있는 이런 장르의 소설을 통해서도 관계의 오묘함을 재발견할 수 있다. 좋았던 문장은 여기.

 


I didn’t shower, barely ate, chugged water and coffee but nothing harder. (303)


 

여남 주인공 둘 다 작가인데, 슬럼프에 빠져있던 여자 주인공이 쓰기의 탄력을 회복한 순간, 그녀는 말 그대로 먹지도 씻지도 않고 쓰기만 한다. 초인적 집중력이 쓰기로만 발휘되는 장면이다. 자연스레 김영하의 <옥수수와 나>와 겹치는데 그 단편은 처음부터 끝까지 쓰기와 섹스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유쾌 발랄한 쓰기와 섹스의 완벽 하모니. 집에 책이 없군. 다시 읽고 싶다. 김영하 신간도 나왔다고 하던데 그 책도 궁금하다.





 

 















2. 초인적 힘의 비밀 / 진리의 발견 / 길 위에서

 


무슨 이유인지 나는 이 책이 운동에 관한 책일 거라 예상했다. ‘초인적 힘에서 나도 모르게 에 강세를 주었던 듯하고, 표지도 한몫 했을 거라 추측하는데, 운동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하지만, 정확히는 운동력보다는 창조력에 대한 책으로 보는 게 정확하다. 저자가 즐겨했던 혹은 도전했던 운동/활동은 스키, 달리기, 초월명상, 가라테, 요가, 자전거 타기,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 등이다.

 




책 중간에 마거릿 퓰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진리의 발견』을 재미있게 읽은 사람이라면 앨리슨 벡셀이 들려주는 마거릿 퓰러 이야기도 무척 흥미진진할 듯싶다. 저자가 책 전반에 가장 중점적으로 다룬 작가는 잭 케루악. 『길 위에서』라는 책으로 무명 작가에서 일약 비트 제너레이션의 주도적 작가로 주목받았다고 한다. 내 스타일은 아닐 것 같은데 일단 링크해 놓고 기억해 두기로 한다.

 

 

















3. 어떻게 지내요 / 우리가 사는 방식 / 친구 / 그 부류의 마지막 존재  

 


모험? 모험이라면, 우리는 서로 다른 두 모험에 나선 것이었다. 친구의 모험은 나의 모험과 완전히 달랐고, 앞으로 아무리 함께 생활을 한다 해도 우리는 다분히 혼자일 터였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는 적어도 둘이 있지만, 떠날 때는 오로지 혼자라고 누군가 말한 적이 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모든 인간 경험을 통틀어 가장 고독한 경험으로, 우리를 결속하기보다는 떼어놓는다. (149쪽)

 


1월에, 2022년 상반기 도서로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페미니스트』를 골랐을 때, 알라딘 친구는 내게 너무 성급한 것 아니냐고 물었는데, 그 말이 맞았다. 너무 성급했다. 올해 상반기의 책, 새로운 후보가 나타났으니 그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머릿속으로는 이미 이 책의 리뷰를 세 번 정도 쓴 것 같은데, 실제로는 리뷰를 쓰지 못했다. 꼭 리뷰를 써야겠다고 생각하지만, 그 리뷰는 나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죽음을 앞둔 친구의 부탁. 가족과 친구에 관한 이야기다. 욕하면서 읽는 즐거움. 내가, 누구에겐가 이런 사람(친구 같은 사람)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 인간과 인간 사이의 감정적 거리와 솔직함이 주는 충격.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큼 정직해야 하는지, 얼마큼 인내해야 하는지.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저자의 다른 책을 기다리고 있다.

 


















4. 의식의 기원

 


요즘 제일 재미있게 있는 책은 이 책이다. 60쪽 정도 읽었고, 구매해서 읽으려고 지금은 읽기를 중단한 상태다. 친구 중에 철학책을 잘 읽는 친구가 있다. 『비철학자를 위한 철학 입문』, 이런 책들을 아주 편안하게 읽어버린다. 친구 중에 소설을 잘 읽는 친구가 있다. 나는 아직도 소설 읽기 전 마음 준비가 필요한데, 친구는 소설이 최고라는 말과 함께 소설 읽기의 즐거움을 매분 매시간 설파한다. 친구 중에 사회학 도서를 잘 읽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사회학 도서를 잘근잘근 씹어낼 뿐만 아니라, 푸코를 결혼 안 한 막내 삼촌 대하듯 그의 사상을 놀리고 골린다. 관심과 흥미가 각각 제각각이다. 나는 이런 책에 흥분한다. 이런 부분.

 


의식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을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의식을 의식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대부분 이 의식의 의식을 의식이 무엇이냐에 대한 대답으로 여긴다. 그러나 이것은 제대로 된 대답이 아니다. (46)

 


의식의 의식, 의식의 출현, 양원적 정신, 목소리의 위치와 기능, 신의 음성, 죽은 자의 말, 산 자의 대답, 천사들의 기원, 시간의 공간화, 길가메시, 시와 노래, 정신분열증, 과학이라는 복신술. 내가 궁금해하는 것들, 나를 펄쩍 일어나 앉게 만드는 것들이 이 안에 다 있다. 의식을 찾아 떠나는 신나는 과거 여행 혹은 의식을 찾아 떠나는 신나는 과학 여행. 기대 만발, 개봉 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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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4-24 21: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beach read를 bread read로 처음에 잘못 읽고 라임 맞춰 제목 쓰신 줄 알았어요.

책 분야별로 읽기 특화된 친구분들이 많으셔서 좋은 말씀,추천 많이 받으시겠어요. 그 중에서도, ˝푸코를 결혼 안 한 막내 삼촌 대하듯 그의 사상을 놀리고 골리는˝ 친구분, 와! 어떤 분이실까?

저는 엘리슨 백델이 엄마아빠에 대해 쓴 그 두 권은 올해 정말 재밌게 읽었는데 [초인적 힘의 비밀]은 미지 영역이네요.
제가 사는 지역 도서관 전체에 한 권의 소장도서도 없으니 중고에서 뒤져봐야하나^^:;

단발머리 2022-04-25 09:21   좋아요 3 | URL
푸코를 결혼 안 한 막내 삼촌 대하듯 하는 친구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얄라님도 아실텐데 그 이름도 아름다운 공쟝쟝님입니다. 쟝쟝님은 푸코를 사랑하면서 놀리는데요, 그 균형이 참으로 놀랍기 그지없습니다.
<초인적 힘의 비밀>은 희망도서로 신청하시면 어떨까요. 저도 도서관에 신청해서 읽게 되었거든요^^

거리의화가 2022-04-25 09: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2022년 상반기 최고의 책~이 바뀌셨군요^^ 저는 아직 결정을 못했습니다 아직 두어달 남았으니 바뀔수도 있어서 천천히 생각해보려구요. 특화된 분야가 있다는 것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전 철학이나 문학 장르를 잘 읽는 분들이 참 부럽더라구요 원래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탐낸다고 하잖아요^^; 단발머리님이 현재 재밌게 읽고 계신다는 책이 저도 눈에 들어와서 찜하겠습니다! 즐건 한주되세요^^*

단발머리 2022-04-25 09:19   좋아요 2 | URL
글쎼요. 저는 후보라고 하고 싶군요. ㅎㅎ 후보책 한 권이 더 늘었습니다. 거리의화가님 말씀처럼 아직 두어달 남았으니 더 놀라운 책이 등장할 수도 있겠구요.
저도 제가 잘 못 읽는 분야의 책을 술술 읽어대는 친구들이 참 놀랍고 신기합니다. 친구들 추천 따라 읽다가 금맥을 발견할 때가 많아서요, 전 친구들의 선택을 엄청 신뢰하거든요. 거리의화가님 추천도 눈여겨 보겠습니다^^ 이번주도 화이팅하세요!

공쟝쟝 2022-04-28 19: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앗! 🙏 단발님 혹시이 <침묵의 세계>읽어보셨나요? 저는 요즘 얘를 읽어요. 그리고 단발님을 생각해요. 의식의 의식…🤗 신의 말… 자명한 존재보다 더 자명한 무… 뭐 이런 것들… 되게 아득해져서… 음악도 아무것도 안듣고 그냥 침묵속에서 요즘 일해요..🤫

단발머리 2022-05-01 21:09   좋아요 0 | URL
저 <침묵의 세계> 안 읽어봤구요. 책내용 소개랑 목차 보고 왔는데... 뭐에요, 왜케 어려운 책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거 자꾸 권하면, 반사!!!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요즘 <의식의 기원> 읽어요. 난 지금 메소포타미아에서 함무라비랑 이야기 나누고 있으니까 나 보고 싶으면 그리로 오세요.
저도.... 아무 것도 안 듣고 침묵 속에 있는 거 좋아해요. 난 음악 틀면, 음악만 듣거든요.

책읽는나무 2022-05-01 06: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제가 볼땐 특정분야에 특화된 친구들을 구별해 내고 감탄하시는 단발머리님이 오히려 더 위에 있는 특화된 분이 아닐까? 전 그런 생각을 하거든요. 정말 다양하게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근데 또 깊숙하게 즐기며 읽으시는 분 중 한 분이십니다. 오늘도 김영하 작가 신작 링크해서 들어왔다가 우와~ 이곳에서 도대체 몇 권의 책을 소개 받는지 동공이 확장됩니다.^^ 늘 그랬어요. 단발머리님의 서재에선 말이죠!!!

단발머리 2022-05-01 21:12   좋아요 2 | URL
아이고, 책나무님이 저를 좋게 봐주셔서 그런 겁니다. 제게 특화된 분야가 있다면 우리 알라딘 친구들에게 책소개 받는 것과 도서관에서 대출해 오는 것이지요. 반드시!!! 다양한 장르를 즐겁게 깊이 있게 읽고 이해하는 단발머리가 되어 돌아오겠습니다.
그리고 더 좋은 책소개 페이퍼로 돌아올게요! 좋은 말씀, 격려의 말씀 감사해요, 책나무님!!

서니데이 2022-05-07 17: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단발머리 2022-05-07 17:34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축하 인사 감사해요. ㅎㅎㅎ 즐겁고 편안한 주말 되시길요^^

thkang1001 2022-05-07 1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주말과 휴일 되시길 기원합니다!

단발머리 2022-05-07 20:11   좋아요 1 | URL
thkang1001님 감사합니다.
편안하고 즐거운 주말 되시길요^^
 





 














『파친코』를 읽는다. 예전에 사두었는데 드라마가 인기라고 해서 덩달아 읽는다. 화면 전체가 이민호로 가득 채워질 때, 미국 자본으로 만들어진 한국의 애달픈 역사가 이렇게 아름다울 일인가 싶다. 윤여정은 두말할 것도 없고 젊은 선자역의 김민하도 매력적인데, 애플 티비를 신청할 건 아니어서 영상을 몇 개 보고 책을 읽는다.

 

내용을 전혀 모르고 시작한 읽기라 흔히 소개되듯 일본의 수탈과정에서 겪는 한국인의 고통’, 특별히 일본 이민 1세대와 2세대의 이야기라 예상했다. 그런 이야기는 맞는데 이런 부분이 가슴에 울린다.

 


남편이 투옥된 선자는 경희(형님)와 같이 만든 홈메이드 김치를 시장에 내다 판다. 슬슬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고 시내의 커다란 레스토랑 사장은 경희와 선자에게 식당에 취업할 것을 권한다. 입이 딱 벌어지게 만드는 월급, 각종 편의를 무조건 다 봐주겠다는 사장의 제안에 경희와 선자는 허락을 받고 오겠다고 말한다. 남편의 허락, 시숙의 허락.

 


Seeing that Kyunghee looked more agitated than pleased at this job offer, which would change everything, Sunja said, “We have to ask. For permission –“ (190)


 

시숙은 나쁜 사람이 아니다. 그는 평범한 조선 남자다. 그는 자신의 가족들을 책임지고 싶어 하고 그것이 그 남자가 품위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동시에 그는 식민주의 시대 피지배 계급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왕국 내에서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자 한다. 집이 온통 김치공장으로 변해버려 종일 양념 냄새가 진동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예쁘고 다정한 아내를 레스토랑의 식당에 들여보내는 일을 허락’ 할 수 없다. 하지만, 선자에게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선자에게는 투옥된 남편이 있고, 고기를 먹여야 하고, 깨끗한 옷을 입혀야 하는 아들이 둘이나 있다. 경희와 선자는 식당에서 일하게 된다.

 

 

경술국치, 한일병합조약이 강제로 체결되었을 때, 한국 황제로부터 전권을 부여받은 이완용과 일본 황제의 전권 위원 데라우치 마사타케의 협정은 바로 그 시간부터 강제력을 가지게 되었고, 이는 한반도 전체와 인근 지역에서 생활하는 모든 한국인의 삶을 규정했다. 선자의 모든 불행이 나라를 잃은 것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선자의 불행 중 일부분은 나라를 잃음으로써 선명해졌다. 일본 땅, 오사카에서 사는 조선인의 삶이라면 더욱 그렇다.

 

 

우리 개인의 삶이 전체 사회 구조와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형성되고 주조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개인의 불행은 개인만의 잘못이 아니듯, 한 사람의 행복 역시 노력의 결과만은 아니다. 하지만 매일 일상의 삶을 사는 우리로서는 거대한 구조 속에서 자신의 삶을 조명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한 걸음 떨어져 살펴보기 위해서는 한 걸음 내디딜 만큼의 물리적 기반이 필요한데, 그것 역시 경제적 요건과 깊은 관계가 있다. 오늘을 살아가기에도 버거운 삶 속에서 거대한 구조의 음모와 비밀을 찾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레이디 크레딧』 읽기를 시작하면서, 나는 이 책의 추적과 연구와 결론이 그래서로 귀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성매매에 대한 도덕적 판단, 성매매 업소를 즐겨 찾는 남성 심리에 대한 성토, 성매매 업소 내의 외모를 통한 등급화가 성매매업소에서 오랜 기간 일해왔던 여성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겠는가, 라고 생각했다. 결국은, 그들이 성매매업소를 탈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자활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만이 유일한해결책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그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이제서야 든다.

 


여성학 지식 생산에 있어 인식과 실천은 변증법적 관계다. 실천을 통해 갱신된 인식은 변화를 저지하는 세력을 밝혀냄으로써 대안적 지식 생산에 기여하며, 이는 다시금 과학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관철하는 실천이 된다. 이러한 페미니스트 인식론은 노동자계급의 입장과 자본주의 비판의 자원이 실천적인 행동 속에서 비로소 발견될 수 있다는 마르크스주의에 의거한다. 이 책이 다루고자 하는 질문은 이렇게 분리될 수 없는 여성주의 인식과 실천의 과정에서 도출되었다. 여기서는 성매매 문제를 새롭게 보기 위해 왜 경제적 요인에 주목하고자 하는지 문제의식이 발전된 과정을 밝히고자 한다. (69)

 


오랜 시간 활동가로 일해오면서 성매매업소의 여성들과 가깝게 지내며 그들을 돕고, 같이 생활하기도 했던 저자가 이 책을 쓸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급하게 돈이 필요한 여자아이 혹은 젊은 여성이 성매매업소에서 일을 시작한 이후, 다시는 그 업계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막는 거대한 구조와 산업, 그리고 자본의 움직임을 고발하고자 하는 저자의 진심이 이 챕터 전체를 통해 전해진다.

 


당장의 작은 도움, 지금 당장의 현실적 필요를 채워주어야 하겠지만, 거대한 톱니바퀴 속에서 하나의 부품처럼 쓰다 버려지는 성매매업 종사자 여성들의 삶을 보고하는 것 역시 꼭 필요한 일임은 분명하다. 그들의 불행과 고충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 그들의 삶을 송두리째 지배하는 검은 자본의 흐름을 밝혀내는 것, 불법과 탈법의 현장을 고발하는 것. 이것이 지금 그녀가 하고 있는 일이다. 용감하고, 위대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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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4-21 11:5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남편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경희와 선자를 보면서 사실 <한국남성을 분석한다> 뭐 이런 책이 생각났거든요. <맨박스> 생각도 났고요. 가난하게 살면서 그렇게나 고되고 힘든데도 불구하고 돈을 벌 수 있는 여성들을 용납하지 못하는 가장이란 무엇인가. 남성성이란 무엇인가.
아직 파친코 완독 다 못하신거죠? 한수 라는 인간에 대해서도 아주 할 말이 많아집니다, 단발머리 님.
사랑은 무엇이고, 자식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결혼은 또 뭐란 말입니까.

단발머리 2022-04-21 12:16   좋아요 3 | URL
저… 단발머리…..
유…… 다락방님……
저한테 다락방님이라 하신 분 몇 분 되지만 저더러 다락방님이라고 하는 다락방님…
위에꺼 수정하지 마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4-21 11:58   좋아요 5 | URL
수정했어요. 아 얼굴 빨개짐. 누구로 써놨나 했더니 제가 저를 부르고 있었네요? 아 멍충이. 아직 몸이 회복이 안돼서 그래요. 아 진짜 부끄럽기 짝이없다. 내가 나보고 다락방 님이래 ㅋㅋㅋㅋㅋㅋㅋㅋ 유체이탈인가요... ㅋㅋㅋㅋㅋ (수정하고 이 댓글 쓴 뒤에 단발머리 님 댓글 봤네요 ㅋㅋ)

단발머리 2022-04-21 11:59   좋아요 4 | URL
벌써요? ㅋㅋㅋㅋㅋㅋ 단발님! 수정하지 마시라니까요! 어디가요! 단발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4-21 12:19   좋아요 3 | URL
다락방님 진정한 사랑의 화신. 유체이탈, 물아일체를 넘어 친구한몸의 경지에 이르르다. 하트뿅뿅! 😍😍😍

잠자냥 2022-04-21 13:11   좋아요 4 | URL
다부장 코로나 후유증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유체이탈 등 극심한 증상

vita 2022-04-21 13:22   좋아요 3 | URL
유체이탈은 저도 처음 듣는 후유증인데 음 넘 걱정되어서 어쩌지 얼른 삼겹살에 소주 사주며 몸보신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걱정하고 있습니다 단발님 아니아니 락방님 아니아니 잠자냥님

vita 2022-04-21 12: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글 잘 읽었습니다. 파친코도 다시 읽어보고 싶군요. 레이디 크레딧은 엄청 많이 남았는데 4월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라고 다시 보니 단발님 글이네요?! 🤗

단발머리 2022-04-21 12:59   좋아요 3 | URL
쟝쟝님 댓글 감사합니다 ㅋㅋㅋㅋ 다락방님도 파친코를 읽으셔서 지금 여기는 <파친코 세상>이구요. 오늘은 4월 21일이라고 합니다. 전 지금 <레이디 크레딧> 읽고 있구요🤪

vita 2022-04-21 13:20   좋아요 2 | URL
비타야 비타야 나는 쟝쟝이다 비타는 일하고 있니? 쟝쟝이는 지금 라떼에 우유식빵 뜯어먹고 있습니다 딸기쨈 왕창 발라서 💪

단발머리 2022-04-21 13:25   좋아요 2 | URL
영상으로 보니 우리 비타님은 못 보던 새 머리카락이 많이 자라 백설공주와 같은 칠흙같은 흑단의 생머리로 돌아왔더이다.
비타야… 잘 살고 있더구나. 영상으로라도 우리 얼굴 자주 보자꾸나.

공쟝쟝 2022-04-28 19:29   좋아요 1 | URL
뭐얔ㅋㅋㅋㅋㅋ 여기서 뜬금없이 제가 왜 나옵니까? 라고 할랫다가 이 놀이에 동참 못한게 너무 한스럽다 ㅠㅠ 비타야 왜 이때 안놀았니 ㅠㅠ 너 북플 열심히 하라구!!!

다락방 2022-04-21 13: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여기 어떡해요 어쩜 좋아요. 혼란의 도가니다… 🤪

단발머리 2022-04-21 15:39   좋아요 2 | URL
단발님! 단발님! 저 파친코 읽고 있는데 한수 나왔어요. 그 식당이 그 식당이래요.
세상에, 이런 일이! 😳😳😳

다락방 2022-04-21 15:57   좋아요 2 | URL
그러니까요, 그 식당이 그 식당이라니까요. 한수 이노므 시키... 이 시키 뭐죠.

단발머리 2022-04-21 15:59   좋아요 1 | URL
지금 이노므 시키가 선자 대피 훈련 시키고 있어요. 아흐….

그렇게혜윰 2022-04-21 19: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머리라고 불러냐 하나 남의 정체성 혼란이 파친코급...이라 하기엔 제가 파친코 못 읽은....ㅋ 원서로 읽으신 거군요!

단발머리 2022-04-21 19:46   좋아요 2 | URL
다락머리 괜찮네요, 다락방님께 전해드려야겠어요. 친구한몸체의 결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친코는 저도 이제 막 시작해서요. 늦게 발견하는 기쁨도 있군요.

vita 2022-04-22 13:22   좋아요 3 | URL
다락머리!!!!!!

책읽는나무 2022-04-21 2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여긴 도대체 어딘가요???ㅋㅋㅋㅋㅋ
감명깊게 글을 읽고....댓글들에 빵 터졌다가....나중엔 혼돈의 도가니!!!!

전 지난 주, 확진 걸려 완쾌한 친구와 다른 친구집에 놀러 갔다가 헤어질 때, 안녕~하고 아파트를 벗어났는데 친구 전화 와선 ˝니 가방 가져가랏!!! ˝...아....다시 올라갔다가 진짜로 안녕~ 인사하고 내려오니 그 친구가 옆에서 지켜보더니 ˝확진은 내가 됐었는데 바보는 니가 됐군! 니 내몰래 확진 됐었지?˝그러더군요~ 약속 잡을 때부터 카톡 상대 바뀐 줄도 모르고 열심히 적어 보냈더니 ˝나 아니다.˝....😲😲
모두의 실수들이 다 비슷해 보이네요ㅋㅋㅋ
그래서 위안 받을 수 있는 안도감!!!
이렇게 좋은 이곳, 또 어디에 있을까요??ㅋㅋㅋ

단발머리 2022-04-23 14:15   좋아요 2 | URL
혼돈의 도가니 덕분에 웃음과 안도감을 얻으셨다면 다행이에요. 시작은 매우 미미하였으나 이렇게 커다란 혼돈을 불어올줄은 다락방님도 저도 몰랐을텐데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좋은 이 곳은,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ㅋㅋㅋㅋ 책나무님, 우리 오래오래 같이 읽고 이야기 나누고 커피 마시고 간식 먹기로 해요!!

그레이스 2022-04-21 20: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여성학 지식 생산에 있어 인식과 실천은 변증법적 관계다˝👍👍👍

단발머리 2022-04-23 14:12   좋아요 3 | URL
저도 이 문장에 엄지척을 날렸습니다.
여성학 지식 생산에 있어 인식과 실천은 변증법적 관계다.
 



















질문은 단순하다. 여성들의 성매매 참여를 만들어내는 경제적 요인의 구체적 형식은 무엇이며, 이것은 성매매 산업에서 어떻게 구성되어 작동하는가? (34쪽) 






한편 성매매에 존재하는 구조적 강제‘를 강조하는 입장은 여성들의 경제적 기대는 성매매를 통해 충족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는 현장에서 여성들을 만나 상담 및 지원을 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양적 데이터가 제시된다. 이들에 따르면 성산업에서 여성들에게 제공되는 돈은 곧 ‘부채다. 업소 여성들에게 불리하게 계산되는 임금 시스템, 선불금이라는 족쇄, 물품 강매 등 다양한 종류의 불공정 거래가 여성들의 빚을 만들어내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 P28

여기서 성매매 여성들의 낡은 경제적 태도는 ‘자활이라는 명목 아래 신용 교육이나금융 기법에 대한 교육을 통해 교정된다. 하지만 그런 교육은 성매매 여성이기 때문에 오히려 신용이 부여되고 있는 현재의 자본주의적 계산, 대출 양식을 간과하고 있다. 성매매 경제와 시장경제가착종, 공모, 절합articulation, 혹은 통합되어 있는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성매매 경제에서의 부채를 해결하고 ‘합법적 경제에서 신용을 달성하려는 불완전한 자활 시도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동시에 성노동론자 또한 여성들이 ‘아가씨‘이기 때문에 업소를 순환하는 다양한 종류의 부채에 잠식되는 현실을 고려하지 못하고있다. - P33

질문은 단순하다. 여성들의 성매매 참여를 만들어내는 경제적 요인의 구체적 형식은 무엇이며, 이것은 성매매 산업에서 어떻게 구성되어 작동하는가? - P34

예를 들어 드워킨(Dworkin, 1988: 229)은 ‘수탈하다’, ‘점령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rapere‘에서 유래한 ‘강간ape‘과 성매매를 연결하면서, 성매매는 여성으로부터 "수탈한 것을 파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이러한 연구들은 성매매 산업에서의 돈을 여성들의 수입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에 기여한다. - P40

이러한 빈약한 문제 설정은 성매매 문제를 여성주의 정치학이 그토록 결별하고자 했던 도덕의 문제로 다시금 귀결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성매매 문제는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 인권의 문제‘라는 슬로건은 1980년대 이래 여성주의의 ‘진보성’을 드러내는 가장 중요한 명제였다. - P43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최초의 기계는 증기기관이나 시계가 아니라 바로 인간의 신체인데(Federici, 2011[2004]: 218), 클라우디아 폰 베를호프의연구 이래 최초의 기계인 신체는 성별을 갖게 되었다. 그에 따르면 원시적 자본축적에서 여성의 신체와 섹슈얼리티 역시 토지와 함께 수탈되었다(von Werlhof, 1985; 2000에서 재인용), 페미니스트 학자들에 의해 "축적 전략으로서의 신체"(Harvey, 2001[2000)가 노동 분업, 성역할 분리를 통해 만들어진 ‘성별화된 신체’임이 드러난 것이다. - P59

앞서 언급한 페미니스트들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 노동의 비노동화, 여성의 가정주부화, 나아가 매춘화는 ‘자본주의적 가부장제 사회‘를 조직하는 원리다. 여성은 주부 또는 매춘부로, 이들의 노동이 교환되는 비자본주의적 외양이야말로 자본주의를 위해 기능하는 데 필수적인 조건이다(Fortunati, 1997[19951: 69), 현재 글로벌 자본주의 아래 친밀성의 상품화가 강화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돌봄, 섹스, 가사 노동의 연속선에 자리하는 친밀한 노동 intimatelabors"이 고용 문제가 될 때 이들의 노동은 노동으로서의 지위를 얻을 수 없으며 누구나 할 수 있는 미숙련 노동으로 간주된다(Borisand Parreñas, 2010).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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