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저작(반다나 시바, 마리아 미즈의 저작)의 바탕이 되는 하나의 가정에는 나도 공감한다. 발전이나 비발전을 지향하는 정치적 제안이든, 계속 발전해야 할 의무는 없으므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든, 근본적으로 자연이 가지고 있는 균형을 존중하고 보존하려는 의지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의 균형은 특히 자연 스스로 재생하고 재생산하는 능력을 말한다. 그리고 모든 생명체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226)

 


원래 자연이 가진 균형을 존중하고 보존하려는 의지가 우리 인간에게 있던가. 좀 더 편한 길, 좀 더 빠른 길을 원하는 인간의 탐욕을 막을 수 있을까.


 

 

<세계은행>의 자금이 원자력 발전소를 필리핀의 지진대에 건설하는 데 쓰였다. 이 발전소는 지진 위험 때문에 가동된 적이 없다.


역시나 <세계은행>에서 나온 자금이 브라질 아마존강 유역 투쿠루이댐 공사에 쓰였다. 이 공사는 총 1,340만 톤의 목재에 해당하는 나무 280만 그루를 베어내는 대신 물 밑에서 썩어 가도록 방치했다. 베트남 전쟁에서 끔찍한 영향력이 잘 알려진 고엽제와 다이옥신이 숲에 뿌려졌다. 다이옥신 몇 통은 행방이 묘연한 채 여전히 물속에 잠겨 있다. 다이옥신이 든 통은 압력 때문에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고, 댐 건설로 생긴 호수를 오염시킬 수 있다. 이 호수는 파라주께주도 벨렝의 물 공급원으로, 오염된 물은 그곳 주민 120만 명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229쪽)

 


세계은행 돈 버리기 대작전. 지진대 위에 원자력 발전소 건설하는 센스. 미친 대작전의 결과로 집에서 쫓겨나는 사람들. 하룻밤 새에 조상 대대로 머물던 터전에서 쫓겨난 사람들. 농민들, 여성들 그리고 아이들.

 

 


식품 수입은 단지 외화 문제만이 아니다. 식품 수입은 한 나라가 자기 고유의 역사 및 지리와 관계를 맺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244)


 

한살림 조합원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식량 주권 수호는 아니었고 (그러나 식량 주권의 핵심인 쌀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 작지 않다. 흰 쌀밥, 현미밥, 흑미밥, 검은콩밥 좋아하는 사람), 항생제를 덜 먹은 고기를 먹겠다는 거였다. 달걀도 유정란. 마당에서 뛰노는 암탉들이 낳은 알. (닭들에게 미안합니다) 유기농 혹은 무농약 채소를 먹고 싶어서 한살림 이용을 시작했다. 모든 제품을 사용하는 건 아니지만 (과일, 화장지, 과자, 라면 등 제외), 점점 더 이용 범위가 넓어지기는 했다. 농민과의 직거래가 그분들에게도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소비자로서는 믿고 먹을 수 있는 곳이라 고맙게 생각한다.  

 

 


조합의 목표물 중 하나는 종자 특허권이다. 기업이 종자에 대한 특허권을 바탕으로 재산권을 주장함으로써 지역민의 종자를 가질 권리가 부정될 수 있고, 따라서 지역민의 생존에 악영향을 끼친다. 기업이 판매하는 실험실의 교잡종 종자는 생식력이 없기 때문에, 농민이 어쩔 수 없이 이런 씨앗을 사용하면 매년 씨앗을 다시 구입해야 한다. , 그 씨앗이 발아하여 성장하는 데 필요한 비료와 해충 억제제도 대개 씨앗을 판매하는 바로 그 기업에서 구입해야 한다. 하지만 농민이 자연 종자를 사용하거나 판매하려고 하면, 교잡종 종자를 불법 판매한다는 죄목으로 결국 법정에 서게 된다. 그리고 피고 스스로 자신이 무죄임을 입증해야 한다. (248)

 


씨앗이란 무엇인가. 흙에 심어 물과 햇빛의 힘으로 열매를 맺는 것이 씨앗 아닌가. 나는 똑똑하다는 사람들의 이런 바보 같은 짓이 너무나 우습고 기가 차다. 똑똑한 척하면서, 아니 실제로는 엄청나게 똑똑한데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자기의 잇속 챙기기에만 올인하는 이 인간 군상들의 한없는 뻔뻔함에 뭐라 보탤 말이 없다. 바보냐, 이 멍충아.  

 

 


일부 지역의 새우 가공 과정은 지옥 같은 시나리오를 건네준다. 파키스탄의 카라치 어장에 있는 마카르 콜로니가 그러한 경우다. 이곳은 갑각류 가공 과정에서 아동을 철저하게 착취한다. 아이들은 관리자들에게 끊임없이 감시받으면서 축축하고 날카로운 바닥 위에 길게 줄을 지어 쭈그리고 앉아 하루 12시간 동안 새우 껍질을 벗긴다. 임금은 새우로 가득 채운 바구니 수에 따라 산정된다. 간신히 새우 15킬로그램을 손질한 아이들은 2달러를 받는다. 얼음과 새우가 섞인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고 쭈그린 채로 일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손가락 관절염과 척추 손상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427)

 


부추전에 넣는 냉동새우는 워낙 소량을 사용하니 괜찮을 것 같은데, , 새우튀김. 극도로 피곤한 날에 챠이의 밀크티(샷추가)와 새우튀김은 나에게 기쁨을 주었다. 이제 어쩌란 말이냐. 완벽하게 끊을 수는 없을 테지만 횟수는 줄여야 할 테고. 내 새우튀김 어쩌면 좋단 말이냐.

 


 

선진국에서는 육류를 엄청나게 소비하기 때문에 육류의 집약적 생산(더불어 인도 같은 나라들에는 너무나 낯선 집약적 도축)이 이뤄진다. 동물을 논밭 가는 기계로 대체해 버린 녹색 혁명 이후, 우리는 가축을 오로지 육고기 혹은 우유 생산자로만 바라본다. 바로 집약적 사육 이야기이다. 그리하여 굴리엘모 도나델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비만은 서구인의 특징으로, 서구인의 절반이 비만을 겪고 있습니다. 이는 섭취하는 식품의 양과 사람들의 생활 방식 때문이기도 하지만 식품의 질 때문이기도 합니다. 우리 식탁에 오르는 육류 속에 다량의 호르몬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사육 시설에서는 질병을 예방하려고 항생제를 광범위하게 사용합니다. 항생제가 누적되면서 우리 인체를 해칩니다." (454)

 



채식 제안은 고미숙 선생님의 공동체 운영에 대한 책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에서 처음 읽었다. 경제적이고 몸에 좋고 준비가 간단하고 설거지하기도 편해 육식보다 나은 채식의 우수성(?)에 대해 강력히 설파하셨다.

 

2400년의 지구, 2500년의 지구를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나도, 내 아이들도, 내 아이들의 아이들도 그때는 살아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주일 오후,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나갈 때마다 산처럼 쌓여있는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들은 나를 불편하게 한다. 저게 다 썩으려면 50~80년은 족히 걸릴 텐데

 


나는 기후 위기에 대처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육류 소비를 자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로서는. , 돼지, 닭이 겪는 고통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상상만 해도 지옥보다 더 지옥 같은 생활임은 확실하다. 소고기, 돼지고기는 가급적 줄이고 있고, 치킨은 특별한 날에만 먹는 건데 여드름에도 안 좋다고 반복해서 말하고 있다(특정인을 겨냥한 멘트). 달걀은 작은 아이만 먹고 있고, 가능하면 라떼를 마시지 않고 두유라떼를 마시려고 한다. 버터는 안 먹어도 괜찮은데, 치즈가 문제다. 얼마 전에도 마트에서 2개에 만원이어서 브리치즈를 2개 사 왔다. 한동안 안 먹었는데 다시 치즈 안 사기를 결심해야겠다. (알프스의 하이디도 아니면서 치즈에 진심인 사람)

 

텀블러 가지고 다니고 있고(현재는 수도권 4단계라 텀블러 안 받아줌), 장바구니 이용하고, 비닐 사용을 가급적 줄이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실천의 결론은 소비 지양이 될 거라는 걸 안다. 먹는 것 이외에 물건을 사지 않는다는 정희진쌤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가능한 방법들에 대해 생각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 혹은 할 수 없는 것(하기 어려운 것)에 대해 생각한다. 이를테면, 이제 세탁 건조기는 포기하지 못하겠다. 한 번 써보면 그렇게 된다더니, 건조기 없는 세상은 이제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코로나 상황이 잠잠해지면 비행기도 타고 싶다. 같은 거리 이동 시 탄소 배출량이 기차의 20배라는 그 비행기를 말이다.

 

하지만 다른 건 가능하다. 에어컨 자제하기(더위 잘 참는 사람)도 도전할 수 있고, 겨울에 난방 덜 사용하기도 가능하다(집에서 외출용 점퍼 입고 수면 양말 신는 사람). 가정에서의 온수 사용을 줄이기 위해 설거지할 때 찬물을 이용하고, 덜 씻고, 진공청소기도 덜 돌리는 방법(앗싸!)도 있다.

  


가사 노동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라는 페미니즘 투쟁은 종자를 지키고 숲을 보존하고 농지를 보호하려는 농민 운동과 만났다. 동물 친구를 위한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한 육류 소비 제한, 달걀, 우유, 치즈, 버터 등 유가공품 소비 자제는 포화 상태에서도 추가 생산을 독려하는 무자비한 현 시스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그리고 새우튀김. 이렇게 얻는 새우라면, 그렇게 만들어진 새우튀김이라면, 줄여가야 한다. 완전히 끊을 수는 없겠지만, 다섯 번을 두 번으로, 두 번을 한 번으로 줄여가야 한다. 한 번을 0번으로 줄이는 데까지. 나의 갈 길은 엄청 멀다고 한다. 쪼금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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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10-06 21: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떤 나라에서 환경지킴이들이 마트에 모여 쇼핑직후 비닐,포장 용기등을 카트에 담아 마트에 되돌려줬어요. 당연히 양이 어마어마하더라구요. 비닐봉투로 인한 환경오염 심각성 이슈되자 반짝 캠페인하더니 어느새 쏙 들어가고...아웅!!

단발머리 2021-10-10 22:35   좋아요 2 | URL
요즘엔 간단하게 포장하도록 하긴 하던데, 청경채 4개 밑에 플라스틱 받침 들어있어서 속상하고 그래요.
반짝 캠페인이라도 해야 현실을 알게 되더라구요 ㅠㅠ

2021-10-07 0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10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붕붕툐툐 2021-10-06 22: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알고 실천하고 계시니 완전 잘하고 계시는 거예요!!!
저는 장은 한살림, 자연드림, 생협에서만 봐요~ 마트 안간지 몇 년은 된 거 같구요~
채식지향이긴 하지만 치즈는 너무나 좋아하는 점에서도 동질감 느끼고 갑니다~
(단발머리님과 공통점이 많아 신이 난 툐툐)

단발머리 2021-10-10 22:45   좋아요 0 | URL
정말 정말 정말 대단하세요. 툐툐님!! 제 친구도 생협만 이용하는 친구 있는데 전 아직도 이중, 삼중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마트 안 간지 몇 년.... 이거 정말 실화입니꽈!!!!!!!!!!!!!!!!!!!!!!!!!!
마트 가면 많이 샀는데 다 과자이고 즉석식품이고 그래서 안 가려고 하는데 근데 또 집에 먹을 거는 필요하고요(변명 중)
아무튼 툐툐님 너무 멋지십니다. 저도 한살림 이용 비율 높여야겠어요^^

다락방 2021-10-07 08: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은 책이었어요. 알지만 실천 하지 못하는 수많은 것들(특히 육류 소비를 줄이는 것!)을 이렇게 책을 읽을 때마다 다시금 되새기게 되는것 같아요. 저의 경우 육류 소비를 줄여나가기로 결심하는 것은 사실 지구라는 거대한 목표, 동물권이라는 소중한 목표 이기 보다는 저 자신의 육체에 대한 것인데요, 제 자신을 생각하는 것이 결국 세상을 생각하는 것이라면 그야말로 실천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저 이 책 읽으면서 새우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가 저 역시 쪼금 슬펐어요. 제 경우에 새우를 딱히 좋아하진 않아서 남들 다 좋다는 대하도 잘 안먹고 새우를 유독 즐기는 사람인건 아니지만, 요즘 어쩐 일인지 새우튀김에는 꽂혀 있어서 자주 사먹었는데, 지금도 새우 튀김이 너무 먹고싶은데 어떡하나요? ㅜㅜ

줄이자, 줄이자, 줄여나가자.. 합니다.

단발머리 2021-10-10 22:43   좋아요 0 | URL
실천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해 자주 생각합니다. 개인들이 분명 해야할 부분들이 있지만 더 많이는 기업에서, 국가에서, 각 국가에서 연대해서 해야하는 부분들이 있으니까요. 결국은 이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에 대한 저항이다 보니 금방 먼나라 이야기가 되어 버리구요. 하지만, 육류 소비를 자제하는 건 그 무엇보다 급한 일인 것 같아요. 다락방님 말씀처럼 바로 내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하구요.

육류, 생선(연어초밥), 달걀, 우유를 가능한 줄여나가는 제 계획표 안에 새우튀김이 들어올 줄은 몰랐습니다. 이런.... ㅠㅠ

mini74 2021-10-07 08: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엥? 새우튀김이 왜? 하다가 읽으면서 아 ;;; 저도 새우튀김 좋아하는데 ㅠㅠ단발머리님 열심히 실천하려 노력하시는 모습에 👍

단발머리 2021-10-10 22:35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mini님! 저는 두 번의 새우튀김을 이겨내었고, 이번주에도 건투하려 합니다. 흐미.
 


 
















여자는 우상이자 하녀이며, 생명의 원천이자 암흑의 위력이다. 진리의 기본적 침묵인가 하면, 기교이기도 하고 수다이기도 하며 거짓말이기도 하다. 여자는 병을 고치는 사람이자 마녀이기도 하다. 여자는 남자의 먹이이자 남자의 실추이며, 남자가 아닌 모든 것이자 남자가 갖고 싶어 하는 모든 것이며, 남자의 부정否定이자 남자의 존재 이유다. (227)

 


마거릿 애트우드의 소설그레이스』의 이 대목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나는 포도가 새겨진 거울을 청소할 때 쓸데없는 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가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쳐다본다. 응접실의 오후 햇살에 비친 내 피부는 희미해져 가는 멍 자국처럼 옅은 자주색이고, 이는 푸르스름하다. 나는 나에 대해 오갔던 이야기들을 모조리 떠올려본다. 나는 잔인한 악마이고, 불한당에게 끌려가 목숨이 위험했던 순진한 희생양이고, 나를 교수형에 처하면 사법 당국이 살인을 저지르는 게 될 만큼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이고, 동물을 좋아하고, 안색이 밝은 미녀이고, 눈은 파란색인데 어디서 말하기로는 초록색이고, 머리는 적갈색인 동시에 갈색이고, 키는 크거나 작은 편이고, 옷차림이 단정하고 깔끔한데 죽은 여자를 털어서 그렇게 꾸민 거고, 일에 관한 한 싹싹하며 영리하고, 신경질적이며 뚱한 성격이고, 미천한 신분인 것에 비해 조금 교양이 있어 보이고, 말 잘 듣고 착한 아이라 나를 나쁘게 말하는 사람이 없고, 교활하며 비딱하고, 머리가 멍청해서 바보 천치와 다를 바 없다. 나는 궁금하다. 내가 어떻게 각기 다른 이 모든 사항들의 조합일 수 있을까? (38)

 


어떤 존재가 우상이며 하녀일 수 있을까. 어떻게 천사이면서 동시에 마녀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한 존재가 이렇게 양면적으로 이해될 수 있을까.

 


세계를 인식하는 주체인 남성에게 여성은 타자일 수밖에 없다. 물론 여성에게는 남성이 타자이다. 이것은 모든 인간에게 동일한 조건이다. 출생 직후 (아기) 인간은 자신을 실체로 인식하지 못하고, 나의 처음과 끝이 어디까지인지 알지 못한다. (혹은 그렇다고 알려져 있다) 자신을 구체적인 하나의 개체로 인식하기 시작할 때, 주 양육자인 어머니는 최초의 외부이며, 남자아이와 똑같이 여자아이도 이 외부를 욕망한다. 어머니와의 원치 않은 분리, 혹은 분리에 대한 이해를 통해 비로소 인간은 이외의 세계를 인지한다. 먼저는 가족 구성원, 그다음은 친척, 친구, 또래 집단. 그들과의 교류를 통해 인간은 를 구체화한다. 외부세계의 인식을 통해 서서히 인간은 나와 구별되는 세계와 그 세계 속의 타인을 인지하게 되는데, 이런 판단의 근거는 차이.

 


서구 문명이 동양을 발견했을 때, 서구인들은 동양인들을 자연적, 동물적, 감정적이라고 평가했고, 동양을 거울삼아 자신을 과학적, 인간적, 이상적이라고 규정했다. 발레리 케네디는 『오리엔탈리즘과 에드워드 사이드』에서 이렇게 표현한다. 



 












다시 말해서, 익숙한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경멸감과 처음 본 여성에 대한 두려움과 즐거움 속의 남성들의 짜릿함 사이에 여성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서양의 경우 타자성이 동양 속에 체화되어 있다면, 남성의 경우 타자성이란 여성 안에 체화되어 있다. (110) 

 


, 남성의 경우 타자성은 여성안에 체화되어 있다. 그렇다면, 여성의 경우 타자성은 남성안에 체화되어 있어야 한다. 남성이 여성의 페니스 없음을 경멸했다면, 여성은 남성의 페니스 있음을 풍자해야 한다. 남성이 여성의 월경을 혐오한다면, 여성은 남성의 무월경을 비정상으로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역사적으로는 두 방향의 가치 판단 중 남성의 사고와 판단만이 강화되었다.

 


역사 이래로 남성은 항상 주체였고, 여성은 타자였다. 남성과 여성에 대한 관념이 만들어졌고 이는 점점 더 고정화 되었다. 결국에는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할 수밖에 없다. . 왜 그런 것이냐. 농업혁명 이래로 지금까지 남자들은 어떻게 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는가. 여성들은 왜 신화의 시대에나 만들어졌을 법한 관념의 지배를 아직도 받고 있는가. 남성이 인간인데 반해 왜 여성은 여전히 여성인가.



 













『가부장제의 창조』에서 거다 러너는 수렵 채집 생활 중에 간단하고 일시적이었던 성별 분업이 고정화됨으로써 현재 남녀 사이의 차별을 만들어냈다고 주장한다. , 당시로써는 순전히 기능적인 이유(여성이 자궁을 가졌으니 출산을 하고, 여성이 유방을 가졌으니 수유를 한다는)에서 시작되었던 성별 분업이 결국 남녀 본성의 차이로까지 고정화 되었다 (여성에게 모성은 본성이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육아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페미니즘의 투쟁』의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는 여성 자유의 훼손과 섹슈얼리티의 왜곡이 자본주의 태동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본다.

 


여성에게서 몸을 빼앗고, 여성의 몸을 노동력 재생산 기계로 변형시킨 일은 5세기 전 자본주의가 태동할 무렵에 시작되었다. 이때부터 노동력은 가장 귀한 상품이 되고, 여성의 섹슈얼리티는 왜곡된 채 타인을 생산하고 재생산하는 기능을 강요 받았다. 산파들이 다른 여성들과 평등한 관계를 맺으며 늘 손에 쥐고 있던 부인과 지식이 마녀들의 화형대에서 파괴당하고, 한창 발달하던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가족에게 필요한 여성의 본보기가 만들어졌다. 고립되고, 성적으로 억압받으며, 남편의 권위에 복종하고, 자식을 낳고,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하며, 섹슈얼리티 및 출산과 관련된 지식이나 의사 결정권을 전혀 가지지 못한 여성 모형이 구축된 것이다. 무엇보다도 국가는 여성에게서 몸을 빼앗는 살인 행위를 함과 동시에, 여성에게서 지식을 강탈하여 노동력 재생산을 장악한다. 국가와 교회의 지배 아래 있던 의료업계는 중간에서 이를 도왔다. (285)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여성들은 여전히 모성 신화와 여자다움에 대한 요구, 섹슈얼리티에 대한 편견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혹은 사랑한다고 믿는 사람)과의 가장 내밀한 순간마저 남성 연대의 즐거움을 위해 공유되는 현실, 직장 생활과 가정생활을 병행하는 여성이 감당해야 하는 이중, 삼중의 노동, 직장에서조차 요구받는 감정 노동, 평생을 옭아매는 돌봄 노동, 그리고 여자라면 어떠해야 한다라는 또는 여자니까 어떻게 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모든 제약이 여전히 여성의 삶을 강제한다.  


 

대안을 찾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작은 여성이 어떻게 규정되어 왔는지, 지난 역사 속에서 여성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제대로 아는것이다. “사회, 정치, 신화, 문학 등 모든 분야에서 나타나는 남성에 의한 여성 지배와 여성 역할이나 이미지를 역사, 사회학, 철학, 인류학, 생물학, 정신분석학을 동원해 탐구했다”. (알라딘 책소개) 이 한 권으로 족하다고 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이 한 권이면 시작으로는 충분하다.

 

아직 놀지 못했는데…. 일단 읽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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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1-10-05 08: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27쪽에, 혹 놀라시는 분 계실까봐요 ㅎㅎㅎ

제가 <프랑스어 책읽기> 이웃분들과 9월부터 <제2의 성> 읽기를 하고 있었는데요(전 한 번 읽어서 깍두기로 참여중입니다), 거기서도 진도가 밀려 있는 상태라서 10월 책읽기와의 혼선 예상됩니다. 일단 오늘 <신화편>에 대한 글을 썼고요 (다 못 읽었지만 글쓰기가 더 밀려서는 안 되어서요). 10월부터 1권과 2권을 동시에 읽습니다. 흐미 ㅠㅠㅠ

다락방 2021-10-05 10:01   좋아요 0 | URL
아오 친절하고 다정한 단발머리 님 ♡

다락방 2021-10-05 10: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저 그레이스 샀나요? (ㅋㅋ)

아 저는 너무나 즐겁습니다. 페이퍼 내용 자체는 분노에찬 것일지라도 같은 책을 읽고 거기에 대한 글이 올라오는 게 정말이지 매우 즐겁습니다. 그걸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단발머리 님! ㅠㅠ

근데, 저 그레이스 있나요? 어쩐지 단발머리님이 아실 것 같아서... ( ˝)

다락방 2021-10-05 10:05   좋아요 2 | URL
있네요, 그레이스. 지금 확인해보니 2020년 10월에 샀대요 ^^

그레이스 2021-10-05 10:10   좋아요 0 | URL
왠지 저도 사야할것 같은, 아니 산것 같은 ㅋㅋㅋㅋㅋ
깜놀했습니다.^^

단발머리 2021-10-05 10:14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ㅋㅋㅋㅋㅋㅋㅋ 핸폰 저 쪽 방에서 충전중이라 이제 막 봤어요.

<다락방님은 그레이스가 있 습 니 다! >

이렇게 댓글달려고 했는데 벌써 아셨네요. 있습니다, 그레이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레이스님 / 그레이스님! 그레이스님도 <그레이스>가 있 습 니 다!!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레이스님이신대요. 설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1-10-05 10:56   좋아요 0 | URL
😅

공쟝쟝 2021-10-06 16:20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 그걸 왜 단발님한테 물어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10-06 17:23   좋아요 1 | URL
단발님은 답을 알고 계십니다..

공쟝쟝 2021-10-06 17:2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이 댓글의 제 웃음 포인트는 단발머리님이 정말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뒤메질러의 책장을 단발님은 안다 ㅋㅋㅋㅋ ㅋㅋㅋ

단발머리 2021-10-06 17:4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야기 나온김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백만년만에 책장 먼지 닦다가 문동 꽂아둔 데서 <인간 짐승>을 발견한 거에요. 세상에, 우리집에 인간 짐승이 있더라구요. 난 깜짝 놀라 가지고, 어머나, 우리집에 인간 짐승이 있었어? 내가 이 책 언제 샀지? 했더란 말이지요.

제가 말이에요.
다락방님 집에 다락방님이 모르는 인간 짐승이 있는 거는 아는 사람인데,
우리집에 인간 짐승 있는 거는 모르는 사람이에요. 이런 사람이에요, 제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10-06 18:17   좋아요 0 | URL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책장 인간짐승은 모르지만 남책장 인간짐승은 아는 우리는 뒤메질러 입니다!!

단발머리 2021-10-06 18:35   좋아요 0 | URL
언제 한 번 시간내서 다락방님 인간 짐승이랑 저희집 인간 짐승이랑 티타임이라도 가져볼까 합니다.
시간 되시는대로 전화 한 번 주십쇼!!!

다락방 2021-10-06 20:00   좋아요 0 | URL
그럼요! 인간짐승들 만나게 해줘야죠! 😤

책읽는나무 2021-10-05 1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딱 표본!!!^^
아....제2의 성 읽으면서 습관 하나를 고쳤어요.
예전엔 내가 읽지 않은 책들은 딴 사람들의 리뷰를 읽으면서 인용문이나 줄거리가 있으면 슬쩍 슬쩍 넘기면서 주로 감상 부분만 읽었거든요.왜냐??혹시나 스포가 되어 내가 책 읽을 때 방해가 될까봐서요ㅋㅋㅋ
헌데....제2의 성 다른 사람들 리뷰 읽으면서 와.........글도 글이지만 인용문!!!!! 읽어도 되겠더라구요.전혀 스포가 되지 않더라는ㅋㅋㅋㅋ
완전 새로움!!!!! 각기 다른 출판사 책으로 읽는 듯한 신선함!!!!!! 오호~~그동안 내가 너무 나의 머리를 믿고 살아왔었다는 오만함!!!!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나저나 저도 그레이스 읽어 보고 싶군요!!^^

단발머리 2021-10-06 17:49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다른 분들이 인용해주신 부분은 책의 엑기스 같아서요. 전 인용문 읽고 빠져들어서 읽게 된 책들이 생기더라구요.
책소개의 뻔한 인용문과는 다르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2의 성을 여러 번역본으로 각기 읽으시니까 같으면서도 다른 느낌 좋아요.
전 아직 진도가 지지부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마음은 급한데 말이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막시무스 2021-10-05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지나쳤던 부분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게 됩니다! 구별이라는 단어가 무서운 의미를 가진다는것도 실감하네요! 즐건 독서 하시구요!ㅎ

단발머리 2021-10-06 17:51   좋아요 1 | URL
읽어 주셔서 감사하고, 댓글도 감사해요.
즐건 독서가 되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이웃님들 책탑이 너무 근사해 보여 여기저기 꽂혀있는 책들 모두 꺼내서 사진 한 장. 내용 없어서 서운하니까 제일 유명한 문장 번역 정리해 보기.

 



 

2의 성 (동서문화사) ;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2의 성 (을유문화사) ; 우리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가 되는 것이다.

 


The Second Sex (Vintage) ; One is not born, but rather becomes, woman.

 


Le deuxième sexe (folio essais) ; On ne naît pas femme : on le devi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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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10-05 06: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불어책도 읽으시는군요! 반갑고 (덥석) 저도 욕심이 생기지만.... 요즘은 불어는 프루스트 문장으로도 차고 넘쳐서 자중하기로 했습니다. ^^ 10월이 시작했습니다. 우리집 막둥이는 또 재택이고요. 가끔 입는 교복 바지가 꽈악 조이는 눈치에요. 설마 졸업 전에 터지기야 하겠어요? ㅎㅎ
단발님 댁에 건강과 평화 (특히 뉴스 시청시)를 기원합니다. 요즘 그래서 더 책에서 위안을 얻는지도 몰라요.

단발머리 2021-10-05 08:07   좋아요 1 | URL
반가운 마음 진심 감사드리고요~~ 어제 요 사진은 정말 ‘이 책 있다!‘의 의미이기는 합니다.

저희집 막둥이도 재택이라지요. 일단 2인 등교에 마음 가벼운 1인입니다. 아롱이는 학교 갈 때 체육복 입거든요. 얼마전에 졸업 사진 찍는다고 바지 입다가 우다다다닥! 이런 소리를 제가 듣기는 했습니다. 무럭무럭 잘 자라니 고맙네요(너네가 우리한테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니니? ㅎㅎㅎ )

다락방 2021-10-05 07: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어본 있으실거야 짐작했지만 불어 원서라니요.. 와 너무 근사하네요! 책탑은 역시 쌓아서 맛이고 (사진) 찍어서 맛이고 그걸 올려서 맛인것 같습니다. 으하하하. 가끔은 책탑 사진 찍고 싶어서 책을 사는 건 아닐까 생각해요.

이만 총총.

단발머리 2021-10-05 08:03   좋아요 2 | URL
불어 원서는 현재 ‘갖고 있어요‘의 의미이고 앞으로도 당분간 그럴테지만, 갖고 있으니 한 문장은 찾아보게 되네요. 지금으로서는 요원하지만 언젠가는 불어로 <제2의 성> 읽는 단발머리로 돌아오겠습니다.

책탑은 사랑입니다*^^*

그레이스 2021-10-05 0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르 되지엠 섹스,
불어로도 읽으시나요?
우와!~

단발머리 2021-10-05 08:08   좋아요 2 | URL
을 불어로 읽으면 제가 얼마나 좋겠습니까 ㅎㅎ 어제밤에 맘이 흥해서 집에 있는 책들 다 모아놓고 사진 한 번 찍어보았어요^^


단발머리 2021-10-05 08:08   좋아요 2 | URL
근데 그레이스님~~ 제목 읽어주시는 센스가.... 혹 불어 읽기 가능하신것 아닌가요? (초롱초롱)

그레이스 2021-10-05 08:26   좋아요 1 | URL
고등학교때 제2외국어 배운 것이 다예요
저도 막 불어로 소통하고 원서읽고 싶어요...^^

단발머리 2021-10-05 08:46   좋아요 2 | URL
아하!! 그러시군요. 전 학교 다닐때 독어 배워서요. 모두 다 잊어버렸지만 암튼 배우기는 했습니다.
저도 막 불어 잘 읽고 쏼라쏼라 (불어로는 어떻게 표현하는지 모르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고 싶습니다^^

막시무스 2021-10-05 1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불어판 표지에 등장하는 여인이 인상적이네요! 뭔가 기존에 있던 명화를 비틀어 놓은 것 같은 묘하지만 강한 느낌입니다!ㅎ 완독까지 즐독하십시요!ㅎ

단발머리 2021-10-06 17:57   좋아요 0 | URL
저도 약간 무섭기는 해요 ㅎㅎㅎ 그래도 이 책이랑 잘 어울리는 것 같기는 해요^^
 


















1. 단독자 김종인의 명암

 


강준만 교수님의 책을 리뷰할 때는 항상 똑같은 말을 반복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나는 월간인물과 사상』의 창간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김대중 죽이기』를 읽고 선생님께 평생 까방권을 선물해 드렸으며, 내가 읽은 선생님 책을 어림잡아도 20여 권은 넘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허나, 이제 선생님은 내게서 너무 멀리 가셨고, 나는 그의 생각 중 많은 부분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선생님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으며, 언젠가 선생님이 돌아오시리라는. 내가 서 있는 이곳이 멈춰져 있는 특정한 장소도 아닌데(지구는 자전 중), 선생님이 돌아오시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별점은 저도 어쩔 수 없어요. 평생까방권은 드렸잖아요)

 

민주당 비판에 적극적인 1인이 책을 사달라고 해서 구입했다. 진짜 사 주기 싫었는데 아침저녁으로 노래를 부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 사 주면 된 줄 알았는데, 엄마도 같이 읽어야 한다고 해서, 또 그걸 가지고 아침저녁으로 노래를 불러서 어쩔 수 없이 읽었다. 존경하는 마음 변하지 않았으나, 읽는 중간중간 화들짝 놀라기는 여러 번 했다. , 왜 이리 멀리 가시나.

 





 












2. How to steal a dog /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제목이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니까 제일 큰 줄기는 어떻게개를 훔칠 것이냐가 될 테지만, 독자가 제일 궁금한 지점은 가 될 것이다. 왜 개를 훔치려는 걸까.

 

옛날에는(, 비교적 옛날 사람), ‘가난은 죄가 아니다. 불편할 뿐이다.’ 혹은 가난이 죄는 아니다. 낡은 옷이라도 깨끗하게 빨아 입고 다니면 된다는 말이 일반적이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대부분의 사람이 가난하기도 했고. 아니다. 내게 부자 친구가 없어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친구네 놀러 갔다가 길 잃었다, 이런 경우를 겪어보지 못했으니까.

 

가난은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딱딱하게 만드는지. 가난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고 하지만, 옷에서 냄새가 날 때, 맥도날드 화장실에서 씻어야 할 때, 가난은 부끄럽다. 그걸 설득력 있게 풀어내서 주인공이 개를 훔칠 수밖에 없음을 독자가 수긍했다면, 그렇다면 이 소설은 성공이다. 내게는 성공한 소설이다.

 

다만, 나는 주인공에 감정이입 하기도 했지만, 그의 엄마에게도 감정이입이 되니까 그게 또 아이러니했다. 갑자기 사라져 집에서 쫓겨나게 만든 아빠를 미워하지 않고, 남겨진 두 아이를 위해 투잡을 뛰고 밤낮으로 애쓰는 착한 엄마에게 못되게 구는 이 버릇없는(ㅆㄱㅈ 없는) 주인공을 고발하는 의미로, 그 문단을 좀 옮겨본다.


 

". What would you like me to do, rob a bank?"
Toby giggled and I shot him a look that wiped the grin right off his face.
"Maybe you could act like a mother," I said.
Mama slammed on the brakes and whipped around to glare at me.
"Just what is that supposed to mean?" she said.
"Mothers are supposed to take care of their kids," I said. "Not let them sleep in creepy old houses and wash up in the bathroom at McDonald
s." (P49)

 




















3. Conversations with Friends / 친구들과의 대화

 


닉과 프랜시스의 불륜이 싫다는 느낌 보다는, 닉의 사랑을 확신할 수 없어 괴로워하는 프랜시스를 보는 게 더 불편했다. 왜 자신을 더 사랑하지 않는 걸까. 등장인물 4명이 다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도 소설을 펼칠 때마다 마음이 이리저리 요동치는 것으로 보아 어쩌면 이 소설이 괜찮은 소설은 아닐까, 두 번 정도 생각했다. 지금 마음으로는, 샐리 루니의 다른 소설은 당분간 읽지 않을 듯싶다.

 




 















4. 학교의 슬픔 / Chagrin d’école / 소설처럼  


 

다니엘 페나크의 책은소설처럼』만 읽어봤는데, 핵심을 찌르는 구절들이 가득했던 책으로 기억난다. 『Chagrin d’école』은 프랑스어 책읽기 이웃들과 같이 읽는 책으로, 이 책이 다섯 번째 책이다. (무슨 일이냐. 나도 놀라고 있다) 아베쎄데 끝까지 모르고 발음도 못 하는 사람이라 뭐라 할 말은 없고, 최근에도 추석이네 어쩌네 하면서 잔뜩 공부가 밀려 있지만, 아무튼 계속해서 책을 읽다 보니 이렇게나 많이 왔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작가의 말로서 읽는 기쁨을 맘껏 누리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너무 멀지만, 일단 지금 가고 있기는 하고. 특별하게 바쁜 일도 없고, 찾는 사람도 없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읽어나갈 생각이다. 같이 공부하는 이웃분들이 진도도 챙겨주시고, 으샤으샤도 해 주셔서 즐거운 마음으로 읽는다. 한글로 된 책이던지, 번역서 나란히 펴놓고 읽는 외국어책이던지, 역시나 중요한 건 내용인 것 같다. 책 자체가 너무 재미있고 즐거워서 순간순간 내가 아베쎄데를 모른다는 걸 까먹는다.

 



오늘도 하루가 이렇게 다 간다. 비가 내리고. 내일도 비가 내린다고 한다. 오늘까지 임시 휴일이라 저번 주 금요일부터 온 가족이 집에 바글바글하니 또 한 번의 성수기였다. 아직 놀지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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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10-04 2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프랑스어 원어 독서 너무 멋지신 거 아닙니까? 2, 3번의 영어 원서 독서는 워낙 많은 분들이 하고 계시니 그렇구나 했는데, 4번 프랑스어에서 앞발 뒷발 다 들었습니다! 단발머리님 리스펙!!

단발머리 2021-10-04 22:08   좋아요 1 | URL
제가 이럴 줄 알고 저의 프랑스어 책읽기를 여태껏 비밀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였던 것이었던 것입니다.
저는 프랑스어 아베쎄데도 다 못 뗀 주제에 다니엘 페낙을 원서로 읽는 사람입니다. 하얀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이 글씨입니다.
리스펙은 고이고이 접어주시어요~~플리즈!!!

Conan 2021-10-04 2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저도 강준만 교수님을 좋아하고 인물과사상뿐 아니라 많은 책을 읽었습니다만, 요즘 너무 멀리 가셨다는데 동의합니다. 돌아오시지는 않을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단발머리 2021-10-04 22:05   좋아요 2 | URL
안타까운 마음이야 뭐 가늠할 길이 없습니다. 다만, 계간으로 발행되는 <THE 인물과 사상>에서는 보수와 진보의 비중을 5:5로 하시겠다고 하대요. 그래서 조금 마음의 위로를 얻고요 ㅠㅠㅠ

다락방 2021-10-04 2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불어 원서를 그렇게나 읽으셨다니 ... 마지막 사진에 엄지손가락 두 개 올려드립니다. 너무 멋져요 단발머리님!!

단발머리님 멋지신 날은 시간이 좀 느리게 가도 좋을텐데요 ㅠㅠ

단발머리 2021-10-04 22:06   좋아요 1 | URL
엄지손가락은 매우 반갑습니다만 위의 댓글 참조하시구요~~~ 하얀 것이 종이요, 검은 것이 글씨입니다 ㅠㅠㅠㅠ
그러나 곧 멋진 날 다가오리라 생각하며 전 밀린 공부를 하겠사와요. (터벅터벅)

책읽는나무 2021-10-05 0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랑스어 공부 하신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다섯 권이나 읽어내실 줄이야....
👍👍👍엄지 척 확실하게 보이시죠???ㅋㅋㅋ
아베쎄데?그게 알파벳 같은 건가 보죠?
저는 그걸 못 뗐는데도 책을 읽어진다는 것에 더 놀랐습니다...역시 보슬비님 말씀이 맞나봐요? 책 읽기를 좋아하면 좋아하는만큼 원서가 잘 읽힌다구요^^ 외국어 학습 책에서도 늘 인용되는 구절이잖아요?그걸 단발머리님께서 직접 실행해 보이는 산증인 이시네요^^
암튼 저는 프랑스어도 프랑스어지만 영어 원서 읽으시는 모습 또한 멋지십니다.
👍👍👍....보이시죠???ㅋㅋㅋ
열심히 공부하시는 모습 더 보여 주세요.롤모델은 쉬이 지치시면 안되니까요ㅋㅋㅋ
다니엘 페나크 학교의 슬픔 번역본 책은 저도 읽어 보고 싶어요.소설처럼을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샐리 루니의 소설은 가는 곳마다 계속 회자 되니까 또 읽어 보고 싶고....^^
화요일 인데도 월요일 같군요.이제 저는 서서히 미뤄 뒀던 애들 교복 다림질 하러 나가봐야 겠네요.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어요^^

단발머리 2021-10-05 09:05   좋아요 1 | URL
그 멋진 엄지척은 고이 접어주시면 좋겠어요 ㅎㅎㅎ 마음만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아베쎄데 못 떼고 프랑스 원서 읽는 비법을알려드리겠습니다. 하얀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씨입니다. 양쪽 책(프랑스 원서, 한글책)을 펴들고 하나씩 하나씩 맞춰갑니다. 흐미 ㅠㅠㅠ

원래는 이렇게 하면서 단어를 외워야 한다고 들었어요. 외국어는 단어가 전부다, 라는 말이 옛날 속담처럼 들리기는 하는데, 그게 또 맞는 것 같더라구요. 근데 저는 단어 외우지는 않고 그날 진도 따라가기도 바빠서요. 놀라운 건 하루에 두 쪽인데 이게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그렇게 읽다보니 이번에 5번째 책을 읽네요. 어처구니없게 못하는 저이지만, 일단 제가 계속 읽어보겠습니다. 응원과 성원 감사드립니다!!

<소설처럼>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그게 또 기뻐요. 책나무님이랑 저랑 좋아하는 스타일 비슷한 거 아닐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혜윰 2021-10-05 0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미의 가시나를 비지엠으로 깔아드리거ㅠ싶네여...

단발머리 2021-10-05 08:52   좋아요 0 | URL
저 유투브로 갑니다. 가시나 플레이~~!!!!

그레이스 2021-10-05 0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인물과 사상>지 즐겨보던 사람인데...!

단발머리 2021-10-05 08:52   좋아요 0 | URL
전 강준만 교수님 퇴임하시고 계간지로 앞으로 계속 내신다는 <THE 인물과 사상>도 읽게 될 듯 해요. 흐미....
 


 
















이 나라에서 아시아인으로 사는 굴욕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우리는 아시아인은 좋은 처지에 있다는 거짓말에 주눅이 들어 있다. 근면성을 발휘하면 존엄성으로 보상 받으리라 믿고 묵묵하게 열심히 일하지만, 근면은 우리를 보이지 않는 존재로 만들 뿐이다. 우리가 목청을 높이지 않으면 우리의 수치심은 억압적인 아시아 문화와 우리가 떠나 온 나라가 초래한 것이 되고 미국은 우리에게 오로지 기회를 주었을 뿐이라는 신화를 영구화하게 된다. 아시아인이 좋은 처지에 있다는 거짓말은 너무나 은근히 퍼져 있어서,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나도 남들에 비하면 나쁜 처지가 아니었다는 의심에 시달린다. 그러나 인종적 트라우마는 누가 앞서고 뒤지는 스포츠 경기가 아니다. 문제는 내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이례적이 아니라 실은 오히려 전형적이었다는 데 있다. (112)

 


저자 캐시 박 홍은 미국에서 나고 자란 한국계 미국 이민자 2세대로, 그녀의 삶을 지배하는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이 책에 담아냈다. 지하철에서 혐오 발언을 서슴지 않는 백인 남성과 뜨거운 한 판 승부는 저항의 중심에 분노가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백인 중심 사회에서 순종적이고 체제 순응적으로 행동하라고 요구받는 아시아인의 모습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녀는 얼마나 소리치고, 반항하고, 저항했을까.

 

비극의 경중을 따지는 것이 바보 같은 일이지만 가끔 그런 바보 같은 일을 하게 된다. 머릿속으로만 하는 일이라 무해하지 않을까 생각할 뿐이다. 인종 차별과 성차별 중에 어떤 것이 더 괴로울까.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의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는 사람들은 인종 차별보다 내가 성차별에 대해 이야기할 때 더 불편해한다고 말했다. 이 세상을 사는 한 명의 흑인 여성으로서, 흑인으로서의 억압과 여성으로서의 억압 중에, 여성으로서 받게 되는 억압의 표출에 사회가 더 적대적이라는 의미로 이해된다.

 

나는 오랫동안 성차별보다는 인종 차별이 훨씬 더 근원적인 차별이라고 생각했다. 페미니즘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는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미국 백인 여성과 흑인 남성의 투표권 획득 역사를 알게 되면서 그 생각이 확고해졌다. 남북전쟁 직후인 1870년 수정헌법 제15조에 의해 흑인 노예에게 투표권이 주어진 데 반해, 여성들의 투표권은 1920년 인준된 수정헌법 제19조에 의거 공식적으로 도입(와이오밍주, 아이다호, 콜로라도, 유타주 등 일부 주에서는 20세기가 되기 전에 여성 투표권을 인정하기는 했다) 되었다. 농장주의 아내인 백인 여성의 권리보다 흑인 남성 노예의 권리가 훨씬 더 중요하고 의미 있었다는 뜻으로(그것 말고 다른 무슨 뜻이 있을까) 이해된다.

 


또 하나는 오바마와 힐러리의 대조 비교다. 나는 미국에 살지 않았으니 내가 가진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고, 나의 판단도 미국과 우리나라 언론 보도를 통해 만들어진 것일 테다. 오바마가 가졌던 장점과 가능성, 힐러리가 가졌던 단점과 한계에 대해서 많은 말을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나는 오바마와 힐러리 두 사람 중 어느 쪽도 지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오바마가 힐러리를 누르고 대선후보가 되었지만, 두 사람 다 민주당 소속이라는 것, 당연히 동원할 수 있는 인재풀이 겹칠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정책에 획기적인 차이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는 힐러리의 상대가 트럼프였다는 것이고, 힐러리가 트럼프에게 실패했다는 점이다. 오바마가 흑인이고, 힐러리가 백인이라는 측면에서만 볼 수 없겠고, 오바마가 남성이고, 힐러리가 여성이라는 측면에서만 볼 수 없겠으나, 오바마가 흑인이라는 약점을 극복했음에도 불구하고 힐러리가 끝내 여성이라는 약점을 극복할 수 없었다는 게, 여전히 아쉽다. 힐러리와 똑같은 배경, 다방면의 전문적인 국정 경험, 비슷한 성품을 가진 백인 남성이 트럼프에게 패했을까를 상상하면 더욱 그렇다.

 

차별은 하나의 모습이 아니어서, 인종 차별과 성차별은 만나고 결합되고, 세분화되고 구체화되면서 백인 남성이 아닌 모든 인간 유형을 억압하고 구속한다. 인종이라는 면에 중심축을 둔 서술이지만, 그녀가 여성으로서 겪어냈던 어려움 또한 그녀를 처지를 더욱 곤궁하게 했을 거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책을 다 읽지 않은 지점에서 한 가지만 더하자면. 나는 이 책을 너무 좋아하고 또 그녀가 자신의 아픔과 감정과 정서를 이토록 치열하게 그려냈다는데 존경의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그녀가 결국은 미국인이라는 점을 모른 척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가정에서 한국어로 말했기 때문에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영어를 배우게 되었고 그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며, ‘아시안 억양때문에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바로 지금, 소수자로서 그녀의 말이 그 사회에서 의미를 획득한 건, 그녀가 영어로 말했기 때문이다. 영어는 그녀를 괴롭히고 그녀의 삶을 한계 짓는 살인 도구와 같았지만, 마침내 그녀는 날카로운 칼날 뒤에 자루를 심어 영어를 자신의 도끼로 만들어냈다. 나는 영어가 세계 공용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 지구 상에서 영어 이외의 다른 언어는 이미 외계어가 되어 버렸다고 말하는 중이다. 어떤 울림은, 어떤 포효는, 어떤 메아리는 결국 자리를 찾지 못하고 흩어질 뿐이며, 그것을 언어로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그녀는 승리자다. 마이너가 분명하지만 메인 스트림에 큰 울림을 주었고, 마이너이지만 성공 신화의 한 페이지가 되고야 말았다. 자신을 괴롭히는 그 언어를 정복해 자신의 무기로 삼은 것. 그건 쉬운 일도 뻔한 일도 아니어서 나는 다시 한번 그녀에게 감탄하게 된다.

 

아직 다 읽지 못했지만 이미 이 책은 별 다섯이다. 가능하다면 별 여섯도.




아무 생각 없는 백인에게 인종 문제를 참을성 있게 가르치기란 정말 고되고 피곤하다. 내가 가진 설득의 능력을 있는대로 끌어모아야 한다. 인종에 관한 이야기는 단순히 수다로 끝날 수가 없다. 그것은 존재론적이다. 그것은 남에게 내가 왜 존재하는지, 내가 왜 아픔을 느끼는지, 나의 현실이 그들의 현실과 왜 별개인지를 설명하는 일이다. 아니, 실상은 그보다도 훨씬 더 까다롭다. 왜냐하면 서구의 역사, 정치, 문학, 대중문화가 죄다 저들의 것이고, 그것들이 내가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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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10-01 06: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생각 백프로 공감합니다! 저도 지금 저 책 읽고 있는데요..성차별이 인종차별보다...더 근원적이라고 하셨는데, 저는 반은 동의하고 반은 동의하지 않습니다...단발머리님이랑 비슷할 수 도 있는데요..완전 같지는 않을 수 있을 것 같아요...정리가 되는데로 요것에 대해서 빠른시일내에 써볼게요.(약속!) ㅎㅎㅎ

단발머리 2021-10-01 07:32   좋아요 1 | URL
han님, 반갑습니다^^ 반은 동의하고 반은 동의하지 않는 생각 꼭 풀어내주세요. 저도 이것저것 생각은 많았는데 어제 밤 늦게 풀어내다 보니 빼먹기도 했고요, 더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따로 페이퍼로 써주셔도 좋고요. 먼댓글도 좋고요, 댓글도 환영합니다.
기다리고 있을께요, han님~~~~~~~~

han22598 2021-12-31 15:14   좋아요 1 | URL
이 답글을 찾기위해서.....머어먼..길 왔습니다. 너무 늦게 돌아와서 죄송합니다. 단발머리님...그래도 해는 넘기지 않았으니 스스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ㅎㅎ사실 제가 대답을 미뤘던 것은 제 생각의 근거가 되는 자료들을 좀 찾아보고 좀 멋드러지게 답변을 달아보려고 했는데, 결심은 실행치 못하고 지금 현재의 저의 수준으로하고 ...혹시 기회가 되면 계속 업데이트 해가면서 이야기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단발머리님이 인용하신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가 언급한 내용에 대해서는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치마만다가 말하는 인종차별에는 아마도 백인vs흑인의 대립구조의 인종차별만 포함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즉, 그 인종의 분류에는 동양인이나 다른 인종은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그래서 생략된 분류는 과연 그것은 차별이 있다고 해야할까요? 아님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 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을 까요? 여러 책에서 언급하는 차별의 종류 중 ˝생략의 차별˝도 차별이라고 했으니...아마 차별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팬더믹 이후로 애시언 혐오로 인해서 생략의 차별 정도에서는 벗어난 정도의 수준은 되긴 한 것 같아요.

그리고 치마만다가 만약 아시안 여자였다면 그리고 대화의 상대가 흑인이었다면 인종에 대한 이야기가 성차별에 대한 이슈보다 더 불편했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아요. 사실 차별과 불평등이라는 문제는 상당히 상대적이고 유동적인 요소가 매우 강하기 때문에 층위를 가늠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반은 동의하고 반은 동의하지 못한다고 했어요 ...

첨부, 사실 오바마의 당선이 매우 유의미한 사건인 것 맞지만, 그 이면에 흑인들의 각자의 무능력과 사회의 부적응의 책임을 개인들에게 돌리는 데 쉽게 거론되는 하나의 좋은 근거가 된다고 생각해요. 미국사회 구조상 흑인이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고, 선량한 시민으로 살아남기 힘든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데, 시스템 변화에 대한 노력들은 미미한테, 마치 너도 오바마처럼 저렇게 ‘열심히‘ 살아서..훌륭한 사람이 되어바라...그러면 대통령까지 될 수 있다라는 채찍을 내세우며..개인을 탓하는 시선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부작용도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수이 2021-10-01 06: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어에 대해서 말씀하신 부분에 저도 강하게 공감해요. 자신을 괴롭히던 그 ‘말’로 그 ‘감정’들을 세세하세 펼쳐놓는데 감탄했습니다. 더불어 한글 번역도 감탄하면서 읽었어요. 이 글 읽으니 다시 얼른 읽고 싶어지네요. 별 다섯 말고 여섯, 저도!!

단발머리 2021-10-01 07:35   좋아요 1 | URL
vita님 올해의 책 후보라 해서 급하게 구매해서 읽었는데요. 놀랍고 신기한 이야기가 가득하네요. 마냥 동경하는 미국인의 삶, 미국에서의 삶에 대해 전 좀 다르게 생각하게 됐구요. 코로나 이후 아시안 혐오에 대한 이야기도 이젠 사회에서 공개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언젠가, 한 번쯤 우리도 뉴욕에 가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ㅎㅎㅎ

붕붕툐툐 2021-10-01 0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앙으앙~ 저 이 책 꼭 읽어볼래요!!!!

단발머리 2021-10-01 08:40   좋아요 0 | URL
제가 완독 못한 처지라 ㅋㅋㅋㅋㅋㅋㅋㅋ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ㅋㅋㅋㅋ 여러가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라 저는 아주 잘 읽고 있습니다. 툐툐님 감상도 궁금합니다^^

2021-10-01 1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02 0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1-10-01 1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읽어 보고 싶네요.
차별이란 단어가 무색해지는 그날이 과연 올 수 있을까?란 생각에 한숨 절로 나옵니다.

단발머리 2021-10-02 08:29   좋아요 1 | URL
일단 분홍색이 엄청 이쁜 책입니다. (분홍 좋아하는 1인) 주제 자체는 무겁고 어렵지만 글쓴이의 문체가 흡입력이 있어서 막 술술 넘어갑니다. 차별이 없어지는 날이 올까요? 에휴... (먼 산)

난티나무 2021-10-01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업! 저도 이번달 읽을 책 목록에 올려두었어요.^^

단발머리 2021-10-02 08:33   좋아요 0 | URL
난티나무님은 좀 다르게 읽으실것 같아요. 전 아무래도 먼 나라의 이야기이고, 또 매체를 통해서만 알 수 있는 이야기라서 정말 그럴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주위에 이민 가신 분들은 모두 잘 적응하고 해피 라이프 이런 이야기만 해 주시니까 이 책은 또 조금 다르게 읽히더라구요. 난티나무님과 이 책도 <같이 읽기>네요^^

독서괭 2021-10-01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진 리뷰예요. 인종차별은 제가 피부로 느껴본 적이 없어서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이중으로 겪어야 하는 여성들의 고통을 감히 짐작하기 어렵네요. 그래서 주류 페미니즘에 대항하는 유색인 페미니즘도 등장하고 그런 거겠죠? 이책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단발머리 2021-10-02 08:40   좋아요 1 | URL
이 땅에 태어나서 여기서 계속 살았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좀 다른 이야기죠. 미국이 백인의 나라가 아닌데도 백인의 나라처럼, 백인이 주인인 것처럼 여겨지는 세상이고 그 세상에서 들리는 아시안의 목소리니까요. 저는 ‘소수자로서 느꼈던 자신의 정서를 자신의 작품에서 감춰야했던 사람들에 대해 안다. 대부분 아시안이다˝ 이 부분이 놀랍더라구요.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이중으로 겪는 여성에 대한 이론서로는, 저는 <흑인 페미니즘 사상>이 좋더라구요. 헉, 하는 순간이 종종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