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리커버)
심채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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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선택의 고민, 비정규직의 비애, 육아의 고단함이 가득한 이 땅에 굳건히 발을 디디고 서서, 저 멀리 토성과 타이탄과 달을 바라보는 한 사람. 그가 말하는 진짜 우주 이야기, 아니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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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리커버)
심채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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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온라인 클래스의 좋은 점

1) 무거운 가방 들고 다니는 아이를 보지 않아도 된다

2) 매일 급하게 체육복을 빨지 않아도 된다

3) 삼시세끼를 아이들과 같이 먹을 수 있다

 

2. 온라인 클래스의 나쁜 점

1)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

2) 좋았다 나빴다 남매간의 사랑과 전쟁을 실시간으로 봐야 한다

3) 삼시세끼를 차려야 한다

 


10년 전쯤 좀 늦게 결혼한 친구가 부친상을 당해 친구를 보러 갔다. , 왔어? 라고 인사하는 친구랑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데, 친구가 말한다. 그러니까, 부모님 건강하실 때 모시고 식사하러 많이 다녀. 그때는 나도 어렸고 부모님도 건강하셔서 그냥 그런가 싶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밖에 나가 식사하는 게 어려워지니 친구의 말이 자꾸 생각난다. 지난 생신 때도 아빠가 이번에는 그냥 건너뛰자고 하셨는데, 내가 우겨서 식사하러 갔다. 아빠, 이제 아빠 생파가 얼마나 남았는지 아세요? 기껏해야 30번이에요. 한 번도 놓치면 안 돼요. 꼬박꼬박 챙겨 먹어야 해요. 아빠도 웃고 엄마도 웃고 이모도 웃고 나도 웃었다.

 


152쪽에서 153쪽까지 너무 좋아 네 번을 읽었다. 처음 읽을 때 두 번 읽고, 아침에 한 번 읽고, 이 글을 쓰기 전에 한 번 더 읽었다. 나는 부모와 자식에 대한 은유 중에 이것보다 더 아름답고 애잔한 걸 본 적이 없다. 자식이었고 이제는 부모인 사람으로서, 미안함과 아쉬움이 그네처럼 앞으로 뒤로 요동을 쳤다. 두 문단을 옮기고 싶지만, 그건 작가에 대한 예의가 아닐 테고, 도서관 책으로 읽는 사람이라 부끄럽지만 다른 분들도 어떤 식으로든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보이저 1호가 찍은 창백한 푸른 점, 우리 지구별이 다르게 보일 것이다.



 

 




인간이 가진 우주에 대한 물음의 궁극은 우주의 기원과 종말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디에서 온 걸까. 우주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그리고 우리 우주의 끝은 어떤 모습일까. 대폭발이 일어나던 첫 순간, 처음 10의 마이너스 43초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과학자들은 아직도 설명하지 못한다. 1%의 오차도 없이, 우연과 우연, 그리고 우연과 우연(우연 곱하기 억?)의 연속으로 지구에는 생물체가 살만한 환경이 조성되었고, 우리는 인간으로서 이 별에 산다. 지구가 태양계의 중심이 아니라는 걸 발견했을 때 사람들의 분노, 태양이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걸 발견했을 때 사람들의 두려움, 우리 은하가 사실은 우주의 변두리에 불과하다는 걸 알아챘을 때 사람들이 느꼈던 허탈함.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서 이렇게 존재한다.

 


칠흑 같은 밤, 반짝이는 별을 떠올리며 우주를 생각한다. 내 조그만 우주의 기원과 종말을 떠올린다. 엄마와의 통화를 들으시고 갑자기 전화해서는, , 너 주차 (위반) 딱지 나왔다며? 크크크. 그거 내가 내줄까? 물어보시는 아빠. 아직도 딸의 반찬을(어머니, 이 불효자를 용서하소서!), 딸의 반찬과 딸 새끼들의 반찬을 걱정하시는 엄마. 원핵세포의 특징을 갖는 미토콘드리아가 진핵생물인 우리와 공존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 분명한 문과 졸업생을 끝까지 설득하려는 기특한 이과생, 꼬리도 없으면서 강아지마냥 엉덩이를 흔들며 노래를 부르는 또 한 명의 한량 청소년. 내 우주의 시작과 끝은 이렇다. 인간의 제한된 시간, 한정된 정보, 부족한 기술로서는 우리는 우주의 신비에 닿을 수 없다. 우리는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다. 하지만 또 그만큼 나는, 내 우주의 시작과 끝은 이렇게나 아름답고 눈부시다. 살아있음이, 생명이 이 거대한 우주의 한 귀퉁이를 채우고 있다.


 

심채경을 읽는 시간이 좋았다. 정재승, 김상욱을 잇는 주목할만한 과학 전문 저자가 될 거라 생각한다. 『랩 걸』 호프 자런의 한글 버전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심채경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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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1-07-14 18:41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정재승 - 김상욱 에 호프자런 이라고요? 당장!!!! (장바구니에 담는다!!!!!!!!!!!!)
안그래도 저 요즘 김상욱 다지 좋아져서 스스로 말도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양자 물리학 담아뒀는데... !! (망했다.....)
과학자들이 에세이 잘쓰면 진짜 반칙인 데, 세상에 반칙이 참 많아 ㅜㅜ

단발머리 2021-07-14 21:17   좋아요 3 | URL
양자 물리학 많이 읽어요. 메타버스 다음에는 양자 물리학이에요. 앗! 그전에 현상학 한 번 찍고 가실께요.
우리 쟝쟝님 너무 바쁩니다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심채경씨는 반칙 대마왕이요!

mini74 2021-07-14 18:4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이 찐독자. 작가님이 이 글 보면 정말 좋아하실듯. 책에 대한 애정과 진심어린 이야기. 제가 다 가슴 뭉클한걸요. ㅠㅠ 저희도 엄마팔순이 작년이었는데 코로나로 못 하다가 올해는 해드리려고요 간단하게라도. ㅎㅎ 엄마가 그럼 작년에 못 한것까지 해서 봉투 2개 갖고오라세요 ㅎㅎㅎ 농담이시겠지요. ~~

수이 2021-07-14 18:52   좋아요 7 | URL
진심이실 거 같습니다 :)

미미 2021-07-14 19:20   좋아요 6 | URL
ㅋㅋㅋㅋ제 생각에도 진심ㅋㅋㅋㅋㅋㅋ아 요즘 미니님 넘 재밌음요!

붕붕툐툐 2021-07-14 21:04   좋아요 3 | URL
악!!! 너무 웃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07-15 06:39   좋아요 3 | URL
미니님 / 그것은 농담이 아닙니다. 여기 위에 댓글 보세요! 어머님은 진심이십니다. ㅎㅎㅎㅎ 원래 계획하셨던 액수를 두 개의 봉투에 나누어 담으심이 어떠실까 싶습니다.

Vita님 / 비타님 맘이랑 내 맘이랑 똑같습니다.

미미님 / 미미님이 진심이다 2번 되시구요. 제가 3번!

툐툐님 / 그러게 말입니다. 툐툐님은 진심이다 4번 되시겠습니다.

유수 2021-07-14 20: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온라인 클래스 장단점을 두려워하며 읽다가 서평이 훅 들어오네요.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단발머리 2021-07-14 21:21   좋아요 3 | URL
네, 저도 처음 보는 작가라ㅠㅠ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읽는내내 무척 좋았고 팬이 되어 버렸네요. 유수님께도 그런 시간 되시길요!

붕붕툐툐 2021-07-14 21: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랩걸 너무 잼나게 읽었는데, 단발머리님의 리뷰도 넘 좋고~ 이 책 진짜 꼭 읽어야겠네용~!!

단발머리 2021-07-14 21:25   좋아요 3 | URL
저도 랩걸 좋아해요. 바이킹의 후손답게 겨울내내 우리 가족들은 서로 말을 안 한다. 이 대목 특히 좋아했구요.
심채경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푸하하하하!!!!

블랙겟타 2021-07-14 22: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보다 박사님 나오시는 영상에서 따뜻하고 섬세한 책이라고 소개하는 걸 보고 ‘아, 다음에 빌려봐야지’ 했었는데 인기가 있는지 계속 없더라구요. ㅠㅠ
단발님 글 보니 어떻해서든지 꼭 읽어봐야할 이유가 1개 더 늘었어요 ㅋㅋㅋ

단발머리 2021-07-15 12:37   좋아요 2 | URL
저도 알라딘에서 마련한 그 동영상 봤어요. 책으로 상상한 것보다 훨씬 근사하고 멋지시더라구요.
읽을 이유를 1 하셨습니다^^

그렇게혜윰 2021-07-15 2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꾸 땡기면서도 미뤄왔었는데 이러시면 읽어야하는데요^^

단발머리 2021-07-16 16:52   좋아요 2 | URL
네네~~ 저도 좋은 시간 보냈습니다^^

초딩 2021-08-06 1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단발머리 2021-08-08 10:47   좋아요 0 | URL
초딩님, 축하해 주셔서 감사해요!

그레이스 2021-08-06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

단발머리 2021-08-08 10:47   좋아요 0 | URL
그레이스님!! 축하 감사드립니다!!

서니데이 2021-08-06 18: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단발머리 2021-08-08 10:47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축하해 주셔서 감사해요!
 
끼인 날 - 2022 아침독서신문 선정, 2021 문학나눔 선정, 2021 한국학교사서협회 추천, 2021.06 학교도서관저널 추천 바람그림책 106
김고은 지음 / 천개의바람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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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사정으로 여기저기 끼어져 있는 친구들을 차분히 구출하는 어린 영웅의 명랑 모험기. 필살기를 통해 엄마, 아빠 사이에 낀 싸움 요정을 빼내는 데 성공한 어린 영웅의 마지막 걱정이 새삼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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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7-12 2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악! 표지 왤케 귀여워!!!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07-12 21:31   좋아요 1 | URL
그림이 전반적으로 요런 느낌이요 ㅋㅋㅋㅋㅋㅋㅋ 재미있고요 찰진 부부싸움 장면도 나오고요 ㅋㅋㅋㅋㅋㅋ1독을 권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비-스트로스의 인류학 강의 - 오늘날의 문제들에 답하는 인류학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지음, 류재화 옮김 / 문예출판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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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레비-스트로스가 1986년 봄 일본을 네 번째로 방문하여, 이시자카 재단의 초청으로 도쿄에서 세 번에 걸쳐 이루어진 강연 내용을 엮은 것이다. 일본 재단의 초청으로 이루어진 강의이기도 하고, 서구에서 일본에 대해 갖고 있는 독특한 환상 같은 것을 부인할 수는 없겠으나, ‘일본이 독특한 방식으로 현대인의 문제를 제기하고 그 해답을 제시해줌으로써 인류학에 어떤 가르침을 주고 있다는 주장 같은 경우 동의하기 어렵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한 엄중한 상황에도 무리한 올림픽 강행을 통해 전 세계적인 바이러스 재확산의 진원지가 될까 염려되는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역시 시의성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레비-스트로스에게 1986년의 일본은 그런 의미였나보다.

 


인류의 세 가지 현안 중 성, 경제발전, 신화적 사고 중, 성에 관련된 부분이 흥미롭다. 시험관 시술을 통해 아기를 낳는 경우가 점점 더 흔해지고 있고, 그런 경우 부모들은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를 동시에 얻는 남녀 쌍둥이를 선호하는 것처럼 보인다. <처녀와 동성 부부를 위한 인공 수정>이라는 글에서, 레비-스트로스는 그간의 연구를 소개한다. 브라질의 투피-카와히브 원주민의 남자는 동시에 혹은 연속에서 여러 누이들과 결혼할 수 있고, 어머니와도 결혼하며, 이 여자들은 그들의 자식을 공동으로 키운다고 한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의 오루바족에서는 부유한 여자들이 아내를 얻어 남자와 살림을 차리게 하고, 자식이 태어나면 그 부유한 여자가 법적 남편자격으로서 그 자식을 요구할 수 있다고 한다. (72-3)

 


제가 제시한 모든 예를 보면, 자식의 가족적, 사회적 위상은 법적 아버지(여성이라 하더라도)에 의해 결정됩니다. 이 아이가 자신을 낳아준 아버지의 정체를 안다 하더라도, 이들은 정으로 맺어진 관계로 결합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걱정하는 바와는 달리, 투명성은 아이에게 그의 생물학적 아버지와 사회적 아버지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에서 기인하는 갈등을 야기하지 않습니다. (74)

 


과학이 발달한 현시대보다 이전 시대 혹은 비서구 문화권에서 부모 자식간의 생물학적 연결에 대한 집착이 덜했다는 결론이다.

 


아이를 낳아 양육하는 과정에서, 너는 정말 내 아이구나, 바로 내 아들이구나, 하는 순간이 참말로 많았다. 가르치지 않았는데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나만의 장난 비법을 장착한 아이를 볼 때 특히 그랬다. 하지만, 아이와의 추억 대부분은 아이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 얻어진다. 싸우고, 달래고, 사과하고, 안아주고. 생물학적 부모 못지않게, 어쩌면 더 많이, 키워준 부모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부모로서, 아이를 키워본 사람으로서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먼 나라 타국에서 다른 피부, 다른 눈동자 색, 다른 머리카락 색에 둘러싸인 경우가 아닌데도, 자신의 생물학적 부모를 찾으려는 이들의 애절함을 볼 때마다, 자신의 근원, 뿌리를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 본연의 욕망이 아닐까 싶다. 부모로서는 키운 자식에게 정들 수 있지만, 자식으로서는 자신의 생물학적 부모를 꼭, 확인하고 싶어 하지 않나 싶다.

 


읽을 책을 쌓아두고 제일 얇은 책을 읽었다. , 더위를 탓한다. 더위와 온라인 수업과 점심 메뉴를 탓한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기술적·경제적 수준이 아무리 낮아도, 사회적 인습과 종교적 신앙이 아무리 달라도, 친자관계 명명법이나 결혼 규칙을 보유하지 않은 사회는 없습니다. 개별적인 개인들이 허용된 부부관계, 더 나아가 보호된 부부관계를 통해 서로 결연된 인척관계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각각의 사회를 구분하고 유형에 따라 분류할 수 있습니다. - P28

어쨌든 원시사회들 대개가 다수결이라는 발상을 거부한다는 것은 인상적입니다. 원시사회는 혁신에 유리하도록 집단 내의 사회적 응집과 융화를 유지하려 애씁니다. 여기서 분쟁을 초래한 사안은 만장일치‘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필요한만큼의 회수를 거쳐 논의됩니다. 간혹 최종 결정이 나오기 전 - P85

까지 할 수 있는 한 여러 번에 걸친 모의 전투가 벌어지기도합니다. 이렇게 해묵은 분쟁이 해소되어야 비로소 투표가 이뤄지는데, 다시 신선해지고 새로워진 집단은 바야흐로 필요불가결한 만장일치를 구현해내는 것입니다. - P86

자연과 문화의 대립은 성별 간의 노동 분업을 기초로 하고 있기도 합니다. 여러 다른 사회들을 비교하다 보면 다양한 규칙들이 나타나지만, 그중에는 다양하게 해석되고 다르게 적용되지만 결국 상수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많은 사회가 자연과 문화의 대립과 여성과 남성의 대립은 서로 상응한다고 봅니다. 여성에게는 자연의 질서와 같다고 해석되는 활동형태가 부여됩니다. 가령 원예나 자연의 질료와 접촉하는 공예 같은 일, 손으로 그릇 만들기 등이 그것입니다. 반면 남성은 사회마다 각각 다르지만, 만들기 복잡해서 도구나 기계를사용해야 하는 일을 맡습니다. - P87

뗀석기의 여러 기술들 - 몸돌, 박편석기, 돌날격지 - 을 기준으로 각각을 전기 구석기시대, 중기 구석기시대, 후기 구석기시대로 나누었습니다. 이렇게 세 단계로 나누어 역사적 진보를 투영하려고 했던 거지요.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 세 형태가 공존할 수 있다고 인정합니다. 즉 그것들이 한 방향으로만 가는 진보의 단계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매우 복잡한 현실의 측면들 혹은 이른바 ‘층상相’을 드러낸다는 것입니다. 석기시대의 산물은 수십만 년, 아니 아마 수백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의 조상인 호모에렉투스의 작품입니다. 한편 이 석기들은 나름 복잡하고 정교했지만, 신석기시대 말이 되면 더 뛰어난 것이 나오게 됩니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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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시간 - 아픔과 진실 말하지 못한 생각
조국 지음 / 한길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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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평생 진영논리에 함몰되어 박사모와 같은 레벨로 불리며 살 것을 안다. 충분히 예상한다. 반면에 똑똑하며 사리 분별이 정확한 중도에 속한 사람들은 그들의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그때 그때 다르게 투표할 것이다. 지난번에는 박원순이, 이번에는 오세훈이 서울시장이 될 수 있었던 건 중도의 이러한 현명한결정 때문이다. 나처럼 한결같은 마음으로 한쪽만을 애정하는 집토끼들의 생각이란 건, 뭐 들어볼 필요도 없다. 그래서 이 글은 들어볼 필요도 없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다. 그렇다는 걸, 나도 알고 시작한다는 뜻이다.

 


 

조국의 시간을 읽었다. 빨리 읽고 싶기도 했고, 읽기 싫기도 해서 천천히 사고, 책이 도착해서도 좀 미루고 있다가, 지난 주말에야 간신히 손에 들었다. 우리나라를 반으로 갈라놓았던 회오리 같던 시간을 돌아보고 다시 돌아본다.

 

 

도대체 검찰개혁이 나랑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세상에, 검찰개혁이 나랑 무슨 상관인가. 나는 큰 죄를 짓기에는 너무 평범한 사람이 아닌가. 검찰에 불려 가기엔 너무 소심한 사람 아닌가. 검찰개혁이 완수된다는 게 무슨 뜻인가. 아니, 검찰을 개혁한다는 게 무슨 뜻인가. 김영삼 정부 이후 문민정부이고,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임명하는 이 시대에, 왜 검찰을 개혁해야 하는가. 왜 검찰이 개혁의 대상인가. 조국의 법무부 장관 임명과 조국의 법무부 장관 취임, 그리고 조국의 법무부 장관 사임의 전 과정에서 보인 검찰의 대대적인 저항은 조국은 안 된다는 확신에 대한 답이다. 조국이면 절대 안 되는데, 왜냐하면 조국은 평생 검찰개혁을 외쳤기 때문이다. 이론과 실무에 능통할 뿐만 아니라 대중적 지지를 거머쥔 똑똑한 서울대 교수이기 때문이다. 그의 개인사가 문제가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안다. 이 정도의 압수수색과 이 정도의 전 방위적 신상 털기식 수사라면 어느 한 사람 괜찮을까마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모두 다 자신은 조국보다 깨끗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래서, 검찰개혁이 나랑 무슨 상관인가. 조국은 발기발기 찢어졌고, 자기 몸 하나 추스르기도 어려운데. <조선일보>는 성매매 기사에 조국과 그의 딸 일러스트를 함께 넣어 패륜적 악행을 일삼고, ‘, 그래? 미안!’ 사과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단군 이래 언론의 최고 먹잇감이었던 조국과 그의 가족은 그렇게 조리돌림 당해도 괜찮은 이유가, 검찰개혁인데. 도대체 검찰개혁이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조국과 그의 가족은 검찰과 언론과 야당의 전방위적 공세에 더해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단 말인가.

 

 

나는 조국에 대한 검증과 압수수색과 신상털기가 지나쳤다고 생각한다. 임은정 검사는 도를 지나친 정도가 아니라, ‘조국 죽이기’, ‘조국 사냥이었다고 말한다.

 


타깃을 향해 신속하게 치고 들어가는 검찰권의 속도와 강도를 그 누가 견뎌낼 수 있을까요. 죽을 때까지 찌르니, 죽을 밖에요. 수사가 사냥이 되면, 검사가 사냥꾼과 몰이꾼이 되면, 수사가 얼마나 위험해지는지를 더러 보아왔습니다만, 표창장 위조 혐의에조차 사냥꾼들이 저렇게 풀리는 걸 보며 황당해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겠지요. (158, 임은정 검사 페이스북, 2019 10 14)

 


오슬로 대학 박노자 교수의 말도 옮긴다.

 


재작년 연말에 이미 누적된 조국 기사량100만 건 정도였습니다. 최순실 관련 기사량의 10배나 된 거죠. ‘국정농단도 아니고 그저 한 가정의 문제임에도 보수, 극우 언론들의 과다한 왜곡, 편파 보도는 거의 테러수준이었습니다. 본인과 특히 가족들이 감당해야 하는 그 부담을 생각하면 절로 동감을 하게 됩니다. ‘문제에 대한 지적을 당연히 할 수 있고 해야 하지만, ‘조국 대전국면에서의 융단 폭격식언론 보도들은 인권 침해적 요소들이 대단히 심각했습니다. 이 조리돌림은 한국 언론사의 수치스러운 기억이 될 겁니다.” (180, 박노자 교수 페이스북, 2021 5 7)

 


『시사인』 고제규 편집장의 말이다.

 


윤석열 검찰이 조국 전 장관을 허위작성공문서 행사, 업무방해, 뇌물수수 등 모두 12개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8 27일 강제 수사에 들어간 지 126일 만에, 100명이 넘는 수사진을 투입한 결과다.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88)를 넘어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151)에 버금가는 기간이고 수사진 규모다. … 수사가 길어질수록 검찰의 목적은 눈에 보였다. 조국 구속. 결과는? 돌팔이 수준의 수사라는 걸 누구보다 검사들이 가장 잘 알 것이다. 100여 명이 투입되어 126일을 수사하고, 수사 타깃이었던 조국 전 장관을 구속조차 못 시켰다. 검찰로서도 수치라고 평가할 것이다. (167, 고제규 편집장 페이스북, 2019 12 31)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자는 이에게 다른 사람이 묻는다. 너는? 너는 어떤데? 나는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도덕성을 보수보다 진보에 더 엄격하게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서 보수는 마음대로 타락해도 괜찮다는 것인가? 걔네들은 원래 그런 애들이니까. 그러니까 괜찮다는 뜻인가. 군인을 동원해 시민들에게 총을 발사하고 국가의 부를 개인적으로 착복해 3대로 이어가는 전직 대통령은 노년에도 마냥 행복하고, 친구에게 후원받은 돈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부끄러워하던 이는 세상을 등졌다. 매섭게 몰아칠 질타와 위선적이라는 비난과 그리고 실망했다는 사람들에게 미안해서. 자신의 실수가 부끄러워서 그래서 세상을 버렸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자는 사람에게 자격이 필요한가. 물론이다. 지도자에게 그에 맞는 도덕성을 요구할 수 있는가. 물론이다. 막대한 권한을 위임받아 그 권한을 행사하는 자리에 앉게 될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비전을 물을 수 있는 자격이 언론에는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완벽한 사람이어야 하는가. 나는 조국 국면에서 사람들이 조국에게 완벽을 요구했다고 생각한다. 완벽하지 않으니 안 된다는 것인가. 완벽하지 않으니 죽으라는 말인가. 이 모든 사태는 검찰 때문이다. 국민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임명한 법무부 장관이 자기 생각에부적격하다고 생각한 검찰은 총장부터 말단검사까지 한 몸이 되어 조국과 그의 가족을 죽이려 들었다. 검찰 개혁이 싫어서. 그리고 언론이 한 편이 되었다.

 

검찰 개혁을 주장하려는 사람은, 그의 가족과 친척과 친구는, 어처구니없는 중상모략에 시달려야 하고, 검찰의 피의사실 유포를 감당해야 하고, 아버지의 비석이 언론의 기삿거리가 되어야 하고, 이혼했지만 사이좋게 지내는 동생의 개인사가 모두 공개되어야 하고, 자녀의 중2 시절 일기장이 압수당해야 하고, 집에서 나온 쓰레기봉투를 뜯어 그 안을 살피는 기자들에게 아무 말 못 해야 하고, 20대 여성이 혼자 사는 집에 늦은 밤 찾아와 문을 두드리는 깡패 같은 기자들에게 제발 가 달라 부탁해야 하는가. 그것이 온당한 일이었나.   

 


그래서, 내가 궁금한 건 이거다. 만약 어떤 사람이 우리 사회를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자고, 우리 사회의 모습이 어떠해야 한다고 말하고자 한다면, 그 사람은 완벽해야 하는가. 완벽한 자격을 갖춘 사람만이 더 나은 사회와 삶을 위해 말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것인가. 자신과 관련된 일에 대해서만 말할 자격이 주어지는가. 자신의 삶, 가족, 친구와 관련 없는 일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어야 하는가. 우리 집 아이들은 학원에 다니지 않으니까, 이 나라의 미친 사교육과 선행 학습은 나와 상관이 없는가. 우리 집 아이들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으니까, 세월호 단원고 아이들을 추모해서는 안 되는가. 우리 부모님들은 건강하고 행복하시니 노인 복지에 대해서는 말하면 안 되는가. 밥하고 빨래하고 아이들 잘 키우고, 내 새끼들, 내 친구들하고만 행복하게 하하호호 잘 살면 되는가. 이건 나와 상관없는 일이니까. 나는 검찰에 불려 갈 일은 없을 테니까. 이건 나와 상관없는 일인가.

 

 

검찰에 불려갈 주제도 안 되는 나는, 여러 밤 고민하고 또 생각한다. 바른말을 하는 사람, 감히 완벽하지도 않은 인간인 주제에 그런 말을 하는 사람, 감히 검찰에 맞서려는 사람은  조국처럼 된다. 그 사람이 우리나라 최고의 형법 전공 법학자여도, 서울대 법대 교수여도. 이렇게 처참하게 짓밟힌다. 조국처럼 만신창이가 된다. 검찰개혁의 이유와 증거가 바로 조국이다. 조국 전 장관이 그 증거다. 

 

언론이 조국 펀드라고 대대적으로 떠들던 사모펀드재판건에서 대법원이 정경심 교수의 무죄를 확정했다. 언론에서 다루어 주지 않으니 사람들은 모른다. 그렇게 똑똑한 검사들이 밤낮으로 덤볐는데도 조국을 구속시키지 못 했고, 이제 남은 건 동양대 표창장 하나다. 동양대 표창장 하나가 작은 일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동양대 표창장이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보다 10배 중요한 일이라고 묻는 중이다.

 

 

대한민국이 반으로 갈라지는 모세의 기적 같은 시간 동안 내가 바랬던 건 딱 하나였다. 조국 전 장관이 죽지 않는 것. 검찰의 괴롭힘에 시달려 죽지 않는 것.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는 말을 남기고 죽지 않는 것. 지지 않는 것. 울지 않는 것.

 


가족 구성원 전체가 도륙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고통은 엄청났다. 그러나 나는 죽지 않았다. 죽을 수 없었다. 진심으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 나의 흠결을 알면서도 응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생환(). 그것이면 족했다. (280쪽) 

 


그는 살아남았고, 살아서 이 책을 썼다. 죽지 않았다. 죽지 않고 살았다. 그것이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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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7-02 13:02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모든 것은 똑같은 상태에서 그가 검찰 출신이었다면 결과가 같았을지 의문입니다. 산장에서 접대영상 찍힌 ‘그 남자‘는 이제 고개 당당히 들고 다니고 출국 금지 시켰던 사람들이 타깃이 되고 있는 기막힌 상황은 ‘그 남자‘가 검찰 출신이기 때문이겠죠. 실상은 임명권자 위에 서 있는 권력.

단발머리 2021-07-02 14:54   좋아요 4 | URL
산장에서 접대영상 찍힌 그 남자의 무사 출국이 검찰이 원하던 바였겠죠. 그게 안 되니 출국 금지시켰던 사람들을 기소하는 것 아니겠습니다. 법 위에 있죠, 우리 나라 검찰은요...

잠자냥 2021-07-02 13:21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이 조국에게 분노한 이유는, ‘모두 다 자신은 조국보다 깨끗하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그간 조국이 보여준 이미지와 너무 배치되는 일들이 벌어져서가 아닐까 합니다. 설사 그것이 표창장 위조처럼 가벼운(?) 행위라 할지라도, 조국이 그간 보여준 이미지와는 분명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었기에 사람들이 배신감을 느낀 게 아닐까요. 그건 박원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의 성범죄는 아무리 그동안 민주당을 지지했어도 도저히 또 찍어줄 수는 없게 만든 것이죠.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은 없겠죠. 다만 그 터는 방식과 횟수는 진영을 떠나서 똑같아야 한다고 봅니다.
이제 윤석렬과 그의 가족들을 똑같은 방식으로 털면 됩니다. 기대하지는 않지만요...

단발머리 2021-07-02 15:01   좋아요 7 | URL
사실 위 책에는 조국 전 장관의 반성이 절절합니다. 저는 그런 사과가 과도하다고 생각하지만, 조국 전 장관은 자신 때문에 상처 입은 모든 사람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하고 있거든요. 표창장과 관련해서 (저는 위조가 아니라 위임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간 보여준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었으니 사람들이 분노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럴 수 있지요. 문제는 그 정도가 ‘조폭 언론‘을 통해 어떻게 확대되었는지 꼭 살펴야한다는 겁니다. 보수가 잘못해서 벌점 얻으면 마이너스 1점이지요. 근데 진보는 잘못해서 벌점 얻으면 마이너스 1,300점입니다. 보수 언론도 진보 언론도 모두 다 함께 물어뜯으니까요. 보수언론은 보수에 관대하고 진보에 적대적이고, 진보언론은 보수에 적대적이고 깨끗한 척 해야하기에 진보에 적대적입니다. 진보 몰락의 기울기가 훨씬 더 가파르다는 걸 말하고 싶습니다.

윤석열과 그의 가족들을 똑같은 방식으로 털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도 조국처럼 핍박받아서는 안 됩니다.
다만, 조국 수사의 10분의 1로 4시간만 털어도 윤짜장은 고개 들고 다니지 못할 겁니다.

미미 2021-07-02 15:08   좋아요 3 | URL
아 단발머리님 마지막 말 공감1000입니다.

잠자냥 2021-07-02 15:12   좋아요 3 | URL
아니요, 저는 윤석렬만큼은 그만큼 똑같이 털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윤석렬이니까요. 남의 가정에 피눈물 나게 했으니까 똑같이 당해봐야 합니다. 그 집에 가서 짜장면도 시키고, 자식이 없으니 자식 일기장 대신 김명신 일기장이라도 털어야 할까요? 암튼 그런데 그 사람은 장모와 자기 대변인 사퇴 문제도 ‘자기‘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하더라고요? 전형적인 윤로남불입니다. 조폭개........아휴 말을 더 안하겠습니다....

단발머리 2021-07-02 18:08   좋아요 2 | URL
미미님/ 공감 1000 감사합니다^^

잠자냥님/ 윤석열도 조국만큼 털려야 된다는 말씀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 심정에는 완벽하게 동의합니다. 근데 피눈물 나게 하고 짜장면 시키고 일기장 빼앗지 않아도 말입니다. 그 집은 그냥 두어도 될 듯 싶습니다. 장모 판결에 대해 윤짜장이 ˝법 적용에 누구나 예외 없다˝라고 말했다죠. 누구나 예외 없고, 자기는 예외죠. 하늘 위에 사십니다, 그 분은.

곰곰생각하는발 2021-07-02 13:3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마테우스라는 알라디너가 이 리뷰를 보았으면 좋겠네요..

단발머리 2021-07-02 15:02   좋아요 1 | URL
하아... 글쎄요.

페넬로페 2021-07-02 13:4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일단 저도 잠자냥님의 생각과 같습니다
아마 그런 이유로 진보진영인 사람들도 조금 힘이 빠진건 사실입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요즘 약간의 니힐리스트 또는 아나키스트가 되어가는것 같아요^^

단발머리님께서 페이퍼에 적으신 문장들의 울림이 너무 좋네요~~
좀 울컥했어요^^
그러면서 안타까워요
조금만 더 잘하고 살 수는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털어서 먼지나지 않는 사람없다는 논리가 아닌 다 가진 사람한테 거는 소시민의 작은 희망 정도입니다^^

단발머리 2021-07-02 15:04   좋아요 6 | URL
전 진영에 갇힌 사람이니까 진영에 갇히지 않는 분들의 의견이 좀 더 중립적일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삐뚤어진 한국의 언론이 그 ‘중립적‘인 판단의 근거가 되고 있다는 걸 모른 척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읽는 내내 저도 여러번 울컥했습니다. 힘든 독서였어요 ㅠㅠ

테레사 2021-07-02 14: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더 강하게 물어야 할 것은 이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그래서 보수는 마음대로 타락해도 괜찮다는 것인가? 걔네들은 원래 그런 애들이니까. 그러니까 괜찮다는 뜻인가. 누군가 거악에 분노 안하고 위선에 더 분노하는 현재를 자신은 받아드리기..너무 힘들다고 말하더군요
. 특히 박원순은 구체적인 사실로 드러난 것이 현재까지 인권위의 성희롱혐의뿐임에도(물론 성희롱을 옹호해서는 안되지만요) 사실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고 말하는 것조차 2차가해라고 입을 닫게 하는 사람들은, 도저히 저로서는 감당이 안되네요.

단발머리 2021-07-02 15:09   좋아요 3 | URL
거악에 분노하지 않고 위선에 분노하는 현재를 받아들여야겠죠. 많은 사람들이 실망했다고 말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들여다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그런 시선이 가능하도록 했던 검찰, 언론, 야당의 공조와 그 악행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잠자냥 2021-07-02 14: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이지만 조국이 LA조선일보 상대 미국소송에서 승리해서 조선일보 폐간이 앞당겨지길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단발머리 2021-07-02 15:06   좋아요 3 | URL
네, 저도 잠자냥님 의견에 완전 동의합니다. 자기 꾀에 자기가 빠지는 경우를 실사로 꼭 보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조선일보는 그럴 자격이 충분하니까요.

blueyonder 2021-07-02 15: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절절한 리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단발머리 2021-07-02 15:04   좋아요 4 | URL
읽어 주시고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다 2021-07-02 15: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었습니다. 조국펀드가 무죄인데 왜 정경심이 징역 4년 받고 감옥에서 못 나오고 있는지요? 조국과 정경심 재판이 남아있고 사모펀드 쟁점도 여전한데요. 이제 남은 건 표창장 하나라는데, 과연 그럴까요?

그리고 언제부터 민주당 정권과 그 지지자들이 진보인가요? 이거야말로 기레기들의 프레임 아닐까요?

단발머리 2021-07-02 20:48   좋아요 3 | URL
사모펀드 관련해서 5촌 조카는 유죄이지만 정경심 교수는 무죄입니다. 대법원 판결이니 확정이지요. 사모펀드 쟁점은 끝났습니다. 입시비리 관련해서 정경심 교수는 유죄이지만 앞으로 법정에서 계속 다툴테니 아직 확정된 건 아닙니다.

민주당 정권은 사실 중도보수에 가깝죠. 70년 전에 내전이 일어나고 ‘빨갱이‘라는 손짓 하나로 사람 죽이던 나라입니다. 제대로 된 진보가 살아 남았겠습니까. 설마 국민의힘당이 진보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다다 2021-07-02 23:43   좋아요 0 | URL
정경심 교수가 조국 전 장관 5촌 조카 조범동과 횡령죄 공범이 아니다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고 해서 무죄라고 볼 수가 있는지요? 1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사모펀드 관련 금융실명제법 위반, 범죄수익은닉, 미공개정보이용에 대한 법적 공방이 아직 진행중인데요.

조국 전 장관은 2019년 8월에 <5촌 조카가 사모펀드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고, 투자처도 모른다고 했죠. 그런데, 며칠 전 5촌 조카가 대법원 유죄 확정됐죠. 조국 전 장관의 거짓말이 확인된 셈이기도 한데, 뭐가 그렇게 당당한지 연일 SNS에 조국대장경을 쓰고 계시더라구요.

네 국민의 힘은 반동수구와 보수가 동거하는 정치세력이라고 봅니다.

조국과 그의 가족에 대한 검찰의 수사방식 그리고 언론보도 형태가 아주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고, 조국 전 장관에 대해 인간적인 연민을 느끼다가도 조국 전 장관의 태도나 제가 경험한 민주당 지지자 대다수가 보이는 반응을 보면 정말 이것 밖에 안되는 사람들인가 싶고 실망감이 큽니다.

모두들 단발머리 님 글에 지지와 공감을 보이는데, 혼자 딴지를 거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는 않네요. 함께 사는 공동체엔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도 있구나 하는 정도로 받아들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단발머리 2021-07-03 08:20   좋아요 0 | URL
대법원에서 공모 부분에 대해서 무죄가 확정되었는데 뭐가 더 남았는지 모르겠네요. 1심에서 유죄였던 사항에 대한 최종판단이 대법원 판결 아닌가요?

5촌 조카는 유죄가 확정되었습니다. 조국 전 장관이 거짓말 한 것으로 이해하실 수도 있겠죠. 하지만 조국 전 장관이 5촌 조카의 말을 그대로 믿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5촌 조카가 자기는 관여하지 않았다, 자기는 아무 죄도 없다, 해서 조국 전 장관은 그 말을 그대로 믿었지만, 알고 보니 5촌 조카가 거짓말을 한 것일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다다님의 이 문장, ˝조국과 그의 가족에 대한 검찰의 수사방식 그리고 언론보도 형태가 아주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고, 조국 전 장관에 대해 인간적인 연민을 느끼다가도 조국 전 장관의 태도나 제가 경험한 민주당 지지자 대다수가 보이는 반응을 보면 정말 이것 밖에 안되는 사람들인가 싶고 실망감이 큽니다.˝가 제가 이 글을 쓴 이유입니다.

실망할 수 있고 욕할 수 있습니다.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을 수도 있고 또 지지하던 정당을 바꿀 수도 있겠지요. 제가 말하는 건, 이 정도의 행적에 대해 이 정도의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검찰 권력의 미친 활개와 언론의 잔악무도함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잘못한 만큼 혼내면 됩니다. 그게 법이 지배하는 사회, 우리가 추구하는 사회 아닙니까. 아이가 컵 하나 깼다고 정신 잃을 정도로 두드려 패야겠습니까. 조국한테는 그러지 않았습니까. 100군데가 넘는 곳을 압수수색하면서 조사 과정에서 조국 장관 동생의 편을 들었던 후배의 집, 임시숙소, 차량등을 3회나 압수수색하고 수차례 검찰 조사를 받도록 했습니다. 그게 온당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게 자연스러운 거겠죠.
전 저 나름의 생각을 표현했을 뿐입니다. 다다님 의견을 딴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다 2021-07-03 10:21   좋아요 0 | URL
대법원에서 공모 부문에 대해서 무죄가 확정되었는데 뭐가 더 남았는지 모르겠다고 하셨습니다. 정경심 교수는 기존 1심에서 사모펀드 관련해서 횡령죄 공모 뿐 아니라 자본시장법 위반, 금융실명제법 위반, 범죄수익은닉법 등을 위반하였다는 판단이 있었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5촌 조카 조범동의 재판 과정에서 일부(횡령죄 공모)가 무혐의로 인정 된 사실을 가지고 ‘대법원에서 정경심씨가 사모펀드 관련 무죄판결을 받았다‘고 성급하게 말씀을 하시면 곤란하다는 뜻입니다. 단발머리님께선 조국 사모펀드 사건(‘기업사냥을 통한 부의 축적‘) 과정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신 듯 한데, 이게 그렇게 가벼운 사안이 아닙니다.

다다 2021-07-02 15: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온 사회가 다 썩었는데도 정치인들에게만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댄다는 항변은 아무 소용이 없다. 권력에는 언제나 그만한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그리고 시민들은 사회 전체가 부패의 늪에 빠져 있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권력을 행사하는 정치인들에게 보통사람들보다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게 싫은 사람은 정치를 그만두면 된다.˝ 동아일보, 정치인과 도덕성, 유시민

지금 다시 읽어도 명문이네요.

단발머리 2021-07-02 20:41   좋아요 2 | URL
네, 저도 명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레삭매냐 2021-07-02 20: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참 할 말이 많지만 글로
다 형언할 수가 없는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그전에 책부터 만나봐야
하는데, 아무래도 좀 시간
이 걸릴 것 같네요.

단발머리 2021-07-02 20:44   좋아요 3 | URL
레삭매냐님의 말씀을 저도 좀 들어보고 싶습니다.

쉽지 않은 읽기였어요. 기억을 돌아볼수록 그 집 식구들이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게 놀랍고도 다행이라 여겨질 뿐입니다.
저도 미루고 싶었지만 결국에는 읽고 말았네요.

붕붕툐툐 2021-07-02 22: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살아줘 고맙다. 그리고 지금 언론들과 치열하게 싸워줘 고맙다. 딱 그 마음입니다. 단발머리님 리뷰 잘 읽었습니다. 저도 책은 나중에나 읽게 될 거 같아요. ㅠㅠㅠ

단발머리 2021-07-03 08:22   좋아요 1 | URL
네, 저도요. 그 기간에는 세상이 온통 조국 세상이라 저도 뉴스 보는 게 싫었거든요. 이번에 여러 자료랑 같이 읽는데, 어떻게 버텼대 ㅠㅠㅠ 이런 생각 많이 했습니다. 힘든 독서지만 그래도 전 이 책 읽기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