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나요? - 나, 너, 우리를 향한 이해와 공감의 책읽기
이유경 지음 / 다시봄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생을 철모르고 살아서 오랜만에 나가려니 무슨 옷을 입어야할지 모르겠다. 가을인가 겨울인가.


가방에 책을 넣고 집을 나선다.
어딘가로 가고 있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0-10-24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다들 어딘가로 간다는거야. 어디 가시는거에요 대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10-26 20:56   좋아요 0 | URL
잘 다녀왔습니다. 즐거운 여행길이었고, 아름다운 밤이었죠, 그 때 그 날 밤은...

2020-10-26 15: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6 15: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7 08: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7 0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7 16: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7 2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읽었던 책들 중에서 괜찮은 페미니즘 책을 15, 10, 아니 5권만 꼽는다 해도 주저없이 꼽게 될 책은가부장제의 창조』이다.  

 


목축에서 발생한 잉여는 남성의 전유물이 되었고 사유재산이 되었다. 이렇게 사유재산을 획득하게 되자 남성은 그것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상속자에게 물려줄 방법을 찾다가 일부일처제 가족을 구성함으로써 목적을 달성하였다. 혼전순결에 대한 요구와 결혼에서의 성적 이중기준으로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통제함으로써 남성은 자손이 적자임을 확신할 수 있었고, 그래서 자신의 재산상 이익을 지킬 수 있었다. 엥겔스는 재산의 공동소유에 근거한 과거 혈연관계의 붕괴와 경제단위로서의 개별가족의 등장이 관련되어 있음을 강조하였다. (『가부장제의 창조』, 43)

 


<03 성 혁명 제1 : 1830-1930> <엥겔스의 혁명적 취지>를 읽다 보니 거다 러너의 많은 생각들이 엥겔스에게서 나온 것인줄 알겠다. 인간 불평등의 모든 매커니즘은 남성 우월주의와 여성 종속에서 나왔으며, ‘성별로 인한 차별이야말로 이 모든 불평등의 기초가 된다는 사실을, 최첨단 21세기의 현재를 사는 사람들조차 쉽게 받아들이지 못 하고 있다. 애석하게도. 

 

일부일처제가 남성의 여성에 대한 최초의 계급적 억압(248)이라고 이해했다는 점, 가족은 사랑의 공동체가 아니라 사회의 경제적 단위로서 여성의 경제적 의존을 강화하고 있음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엥겔스는 당대 뿐 아니라 현재 시점에서도 깨어있는남성이다.

 

물론,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공적 영역에 진출한 여성들 대부분이 비서직, 기계적인 공장 근무, 요리, 청소 및 어린이와 노인, 병약자들을 돌보는 것을 포함하는 서비스직에 집중적으로 배치되면서 저임금 노동에 대거 투입되었고, 국가를 위한 ‘거대한 노동력 비축분이 되었다는 지적 역시 귀기울여 들을 만하다.(『페미니즘 교차하는 관점들』, 176)  

 

또한 여성이 가정에서 해방된다면, 남성과 같은 공적인 영역에서 생산자로 일하게 된다면, 여성과 남성이 평등해질거라고 추측했다는 것인데, 이건 마치 빨래는 세탁기가 하고, 청소는 청소기가 하고, 설거지는 식기세척기가 다 한다는 말과 같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많은 일들이 가정에서 이루어지는데, 가사노동은 자연적으로여성의 영역이라 (남성을 포함한 대부분의 여성들이) 믿고 있기에 오히려 여성들은 -가사-육아의 이중-삼중노동에 빠질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당시로서는 혁신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관점을 제시한 엥겔스의 탁월함은 반드시 평가되어야만 한다. 여성해방과 남녀평등을 비롯해 그가 예견했던 미래는 아직도 오지 않았다. 그는 앞서간 혁명가였다. 페미니즘은 고정된 하나의 사조나 생각이 아닌, 생각들의 집합체로서 역동적으로 존재하기에 시대에 따른 변화가 불가피하지만, 페미니즘 책들을 읽다 보면 비판하기 위한 비판에 몰두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자유주의가 가진 한계가 분명 존재했다면 그에 대한 성과 역시 인정해주어야 한다. 흑인여성 페미니즘 내부에서도 이성애와 동성애에 대한 의견은 첨예하게 대립될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이 특별히 반가웠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닌, 더 나은 조건, 더 나아진 환경을 위한 발판으로서 이전의 주장을 비판적으로 사유하고, 그 의미와 의의를 어떻게 살려가야 좋을지 고민하는 과정이 마음에 들었다.

 



두번째 서문에는, 전형적인 성교 장면을 인용하고 해설을 붙인 이 책의 1장 초고를 읽어주었더니, 친구인 작가 짐 웨이건보드와 저자의 첫번째 남편 후미오가 포복절도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19) 시대를 앞서간 페미니즘 문예 비평의 첫 모습은 이러했다. 문학 속에서 페미니즘 찾기,가 그녀의 전공이다.  



 













285쪽에서 301쪽까지 이어지는 샬롯 브론테의빌레뜨』를 비평한 부분은 특히나 반갑다. 여름에 초록초록하고 꽃이 만발한 표지의 『빌레뜨』를 읽으면서 느꼈던 여러가지 감상이 새삼 떠오르는데, 마냥 좋아 보이는 환한 얼굴의 존 그레이엄과 츤데레 폴 에마뉴엘이 박보검과 류준열의 얼굴로 나타나기도 한다. 나이 지긋한 여성을 유능함의 화신으로 여겼던 브론테의 시선을 좇아, 젊고 가진 것 없고 기댈 곳 없는 루시는 자신의 모델이며 친구가 될 만한 여성을 찾는다. 아들만 생각하는 브레튼 부인과 영원한 여성 경찰이자 간수인 베크 부인, 평생 동안 소녀에 머물러 있을 것 같은 아름다운 폴리나. 어디에도 그녀가 모방하고 함께하고 싶은 인물이 없다. 그녀는 혼자서 자신의 길을 개척해 가야만 한다.

 


루시는 브론테 자매를 표상할 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그러했고 현재에도 그러하듯 모든 젊고 의식적인 여성의 야망을 표상한다. 루시는 자유를 원한다. 그녀는 도망가기를, 배우기를, 일하기를, 여행하기를 미친 듯이 갈망한다. 루시는 직업을 가진 남성 모두를 시샘한다. 존은 의사고 폴은 학자다. 루시는 또한 그들이 받은 교육을 시샘한다. 존과 폴은 모두 최고의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교육은 그들에게 앞으로의 삶을 준비할 수 있게 했다. (295)



 

바람이 차갑다. 이제 아이스 라떼와 진지한 이별을 고해야 할 때가 왔는가. 나는 아직 젊고 싶은데. 나는 아직 아이스를 마시고 싶은데. 나는 아직 아이스고 싶은데. 나는 아직. 아이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0-10-23 1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3 1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20-10-23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부장제의 창조.. 보관함 퐁... 단발머리님의 감명깊은 책이라니.. 주저없이. 퐁.
그나저나 이 많은 책들을.. 우짤까요. 흠.. 머리 속에 못 집어 넣으니 머리를 대고 잘까. ㅜ

단발머리 2020-10-23 12:34   좋아요 0 | URL
가부장제의 창조에 더하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다 러너의 다른 책은 <역사속의 페미니스트>가 있고요. <왜 여성사인가>도 있는데 전 이 책은 아직입니다.
책은 정말 많고, 읽을 책도 많고, 읽고 싶은 책도 많습니다. 머리에 대고 자는 방법은 일찍이 제가 초등학교 때부터 유행했던 것으로서, 그 효과를 가늠할 수는 없지만 심리적으로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

syo 2020-10-23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정도면 학자급 아닙니까?? 👍

단발머리 2020-10-25 13:31   좋아요 0 | URL
아니어요, 아니어요, 아니어라~~~~~~~
 


어른들은 모두 아침형 인간이신가. 간단한 검진 결과 듣고 독감 백신 맞으러 가는데도 일찍 나서자고 하시고. 문 열기 전에 대기하는 시간에는 한 잔이 간절하다. 커피 한 잔.


두 쪽 읽었는데 착착 감기게 잘 읽혀서 책이 참 괜찮다는 확신과 책 한 번 잘 골랐다는 기쁨이 재빠르게 교차한다.


프로이트, 프로이트, 프로이트.
프로이트 쓰리 쿠션.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0-10-20 0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0 2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0-10-20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참 이 분 저 너모 초조하게 하시네. 저는 아직 이 책 펼치지도 않았다구욧! >.<

단발머리 2020-10-20 20:13   좋아요 0 | URL
사람 장소 환대 너무 좋지요~~ 저 얼른 이 책 읽고 그리로 가려는데 아아아.... 저도 엄청 초조하답니다!

2020-10-20 1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0 2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살금살금 읽었는데, 196쪽이다.

 


가부장제의 기반을 흔든 기념비적 저작’, ‘여성 해방 운동의 바이블’, ‘현대 페미니즘 운동의 정전이라는 문구가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 페미니즘 책을 요만큼 읽은 사람의 한가지 생각으로는, 더 빨리 읽었더라면 페미니즘을 큰 틀에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읽어왔던 책들을 정리하기에 딱 적당한 시기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페미니즘 책은 내용만큼이나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서사가 흥미롭다. 벨 훅스는 남자들 그리고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안내서가 나오기를 오래도록 기다렸지만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이 책을 쓸 수 밖에 없었다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에서 말했다. ‘이름 없는 문제를 파헤친 『여성성의 신화』가 어떤 잡지에서도 지면을 얻을 수 없어 베티 프리단이 직접 책으로 낼 수 밖에 없었다는 이야기 역시 유명하다.

 


이 책도 그렇다. 1990년 터치스톤 출판사 서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모든 건 내가 해고되었기 때문이었다(16)”. 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외국어 시험과 종합 시험에도 합격하고, 논문 개요도 다 잡아놓은 상태였던 케이트 밀렛은 컬럼비아 대학의 파업에 동참했고, 그 일로 인해 다른 젊은 강사들과 마찬가지로 해고되었다.


 

나는 영원히 아카데미의 성벽 바깥에 있어야 할 것이다. 직업을 잃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 망할 논문은 쓸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썼다. …. 나는 혼자였다. 후미오는 시간제 보수를 받고 페르시안 미니어처를 그리러 갔다. 온종일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조각하듯 이 글을 쓰기로, 재미 삼아 한번 놀아 보기로 했다. (19)

 


그러니까 학교에서 쫓겨났고, 심사 받을 가능성도 없는 논문을, 재미 삼아 놀듯이 써 보기로 했고, 그렇게 박사 논문을 썼다. 그게 바로 이 책이다. 훗날 최초의 페미니즘 문예 비평으로 평가될 <성 정치학>은 이렇게 쓰였다. 예상치 못한 실패와 좌절에도 실망하지 않고. 재미 삼아 노는 것처럼. 너무 혁명적이라는 비난에 직면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떨쳐내고. 당당하게 그리고 꼿꼿하게.

 

 

가부장제 사회에서, 가부장제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여성이 남성과는 다른 계급에 속한다는 사실은, 상식의 측면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마찬가지다. 남자와 여자는 다를 뿐이고, 그 차이라는 것은 자연적인 것이며, 각자에게 맞는 자리가 존재한다는 신념이 상식의 범위다. 페미니즘은 남녀를 분열하게 만드는 위험한 사상이며, 나는 여자를 좋아하지만 페미니즘에는 반대한다는 의견을 자랑스럽게(?) 표명하는 사람들도 그 상식의 범위 내에서 사고한다. 그런 상식들이 현재는 일반적이고 안전한것으로 인정받는다. 이런 상식(?)’을 가진 사람들에게 남성과 여성이 다른 계급에 속한다는 사실을 이해시키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남성에게도 그렇고 여성에게도 그렇다.  

 


여성은 계급 구조에서 투자 대상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지배자에게 생존을 기생하는 집단이 그러하듯, 여성 역시 잉여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의존 계급이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종종 여성은 주변적 삶을 살고 있으므로 보수적이 된다. 같은 상황의 모든 사람들(노예는 고전적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처럼 여성도 자신을 먹여 살리는 사람들의 부와 자신의 생존을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96)  

 


노예 해방 운동이 여성 운동에 미친 영향에 대한 서술(171)과 자유주의 페미니즘의 참정권 운동의 의의와 한계에 대한 설명(178)이 인상적이다. 다른 사람(흑인 노예)을 돕는 가운데 자신들의 불행한 위치를 깨달은 백인 여성 선구자들. 그들의 열정적인 투쟁을 통해 여성도, 어리거나 나이 들었거나, 미혼이거나 기혼인 사실에 상관없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3부 문학적 고찰>에는패니와 애니』의 <목사의 딸들>로 내게는 좋은 추억을 간직한 D.H. 로렌스의 작품에 대한 연구가 이어진다. 『채털린 부인의 연인』에서 시작되어아들과 연인』, 『무지개』와사랑에 빠진 여인들』까지 로렌스는 한결 같다. 매우 단호하게 프로이트적이며 실제로도 그렇다.(483) 그의 소설 속 남자는 모두 아름답고 완벽하며, 여자는 그런 남자에게 속수무책으로 반한다’. 복종을 강요하는 폭압적인 남자의 요구에 여자는 스스럼없이 순종하는데, 대체로 남자의 남성성과 그 상징물, 구체적으로는 그것에 항복한다.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표현은 물론 성적 흥분과 발기에 대한 로렌스식 상투어다. 대수 수업은 둘의 관계를 보여주는 일종의 상징이다. 고통이나 굴욕을 느끼는 미리엄의 모습(그녀는 나중에 이 두 감정이 솟아오른 상태에서 폴에게 처녀성을 바친다)은 폴이 느끼는 매력의 정수다. … “미리엄의 진지하고 말 없는, 말하자면 표정 없는 얼굴을 보면 폴은 다시 그 얼굴에 연필을 던지고 싶은 욕망을 느꼈다.(…) 그리고 미리엄이 그에게 불러일으키는 격렬한 감정 때문에 그는 그녀를 찾았다. 어원상 (그리고 아마 저자의 심리 속에도) ‘연필pencil’남근penis’이 결부되어 둘은 모두 배움이자 처벌의 도구라는 사실을 독자는 불편하게 깨닫게 된다.(496)

 


연필과 남근이라. 저번주부터 읽고 있는 이 책아무튼, 연필』에서도 연필과 남근이 나란했다.



 

 















남근을 떠올리니, 휴대용 남근 챙기는 어떤 사람이 떠오르고.

 


나에게 펜은 필요할 때 바로 손에 쥘 수 있는 휴대용 남근이다. 지난 30년 동안 학생들뿐만 아니라 동료 학자들 앞에서 강의할 때에도 나는 내 권력을 행사하기 위해 펜을 꼭 쥐곤 했다. 특히 경력 초기, 아무런 자격없던 시절에는 종종 관절이 하얗게 보일 정도로 펜을 꽉 쥐었다. (『남근선망과 내 안의 나쁜 감정들』, 26)

 









이렇게 다시 프로이트에게 간다. 어제 페이퍼도 프로이트였는데, 오늘의 마지막도 프로이트다. 가을이라 풍년인가. 프로이트 풍년이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이 2020-10-20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저기 곳곳에 프로이트...... 연필 읽고 싶은데 제 책은 왜 안 오는 걸까요? 단발머리님........ 성 정치학 왜 이렇게 많이 읽으신 건가요-.- 저는 이제 다섯 장 읽은;;;

단발머리 2020-10-20 20:21   좋아요 0 | URL
아니 그러게... 왜 연필이 수연님에게는 안 가는 걸까요? 알라딘 요즘에 좀 많이 풀어졌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성 정치학 너무 좋네요. 도끼 같은 책들이에요, 페미니즘 책들이, 제게는요.

다락방 2020-10-20 08: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단발머리님, 성정치학 언제 거기까지 가셨어요.. 저는 서문 읽다 멈춘 상태인데..아아 세상에 읽을게 왜이리 많은건가요..

저는 그런데 여전히 잘 모르겠어요. 연필에서 휴대용 남근을 떠올리는게, 어원이 페니스에서 왔다한들, 정말 그런건가요? 길쭉한 거 무조건 성기로 환원하는건 아닌가 싶고요. 왜냐하면...저는 요즘 가을이라 자켓을 입고 있는데 주머니가 있고..너무나 편하게 형광펜 넣고 다니거든요. 지하철에서 책 읽을 때는 한 손에 형광펜 쥐고 읽어요. 다른 부서 갈 때도 자주 펜을 가지고 움직여요. 제가..남근을 가지고 다니는걸까요? 프로이트도 로렌스도 .. 너무 이상해요. 그리고 그 문장 보고 연필에서 페니스를 연결짓는 것도 저는... 지나치게 과한 해석이 아닌가 싶어요. 정말 그런걸까요? 전 이런 해석들을 통 믿을 수가 없어요... ㅠㅠ

단발머리 2020-10-20 20:38   좋아요 2 | URL
조금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아직도 많이 남아있지만 벌써 이만큼 왔네요^^

전 연필에서 휴대용 남근을 떠올리고 연필의 어원이 페니스라는 이야기가 좀 과한 해석이지 않는가 하는 다락방님 의견에 동의해요. 위의 문장들은 제 의견 아닙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만, 다락방님 댓글을 읽으니까 오히려 그 생각이 더 그럴듯 하다고 여겨져요.

저는 요즘 고운 연두색 스타빌로 형광펜을 사용합니다. (친구가 선물해줬죠) 우리는 책 읽을 때 왜 형광펜을 쥐고 읽을까요? 형광펜은 어느 때 사용할까요? 중요한 부분, 의미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밑줄을 긋기 위해서잖아요. 생각의 완성이라 할 수 있는 책 앞에서 또는 책 안에서, 우리는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결정하잖아요. 형광펜을 긋는 행위를 통해서요. 형광펜(혹은 연필)이 상징하는 게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중요성을 가늠하고 그것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결정의 이 쪽과 저 쪽을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요. 오랫동안 여성들에게는 형광펜이 없었죠. 남자들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에만 형광펜을 그을 수 있었죠. 이젠 가능하죠. 우리는 책을 읽고, 형광펜으로 줄을 그으며, 말 그대로 책을 해체하고 새롭게 구성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이렇게 이해합니다.

로렌스는 정말 이상해요. 며칠을 연속해서 만났더니 프로이트는 조금씩 좋아지는 면도 있고요. 사람 일은 역시 알 수가 없습니다.

비연 2020-10-21 13: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성정치학> 받아만 두었는데, 벌써 그리 진도가 나가시다니. 아직 펼쳐보지도 못했고.. 프로이트도 아직 못읽었고.
전 예전에 프로이트를 읽을 땐 사실 썩 내키지 않았더랬어요.
이 사람, 정말 기발하긴 한데 너무 한 방향 아냐? 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었거든요
그러니까 어떤 건 기똥차게 맞는데 또 어떤 건 너무 자의적이고 너무 억지고.. 해서 읽기 싫어지기도 했었거든요.
어쨌든, 대단한 사람이다, 세상의 인식을,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꾼 사람이란 측면에서 관심이 가는 건 사실. (이런 사람 좋아하는 비연) 이번 달 책은 다 읽을 수 있을지. 정말 한숨만 푹이네요.

단발머리 2020-10-22 10:23   좋아요 0 | URL
생각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생각보다 무척 진도가 잘 나가는 책입니다. 읽어보시면 무슨 말인지 이내 아실거에요.

비연님의 너무 한 방향 아니야? 이런 생각 저도 100% 동의하구요. 프로이트 저도 별로라인데 이번달에 좀 생각이 바뀔까 하고 있어요. <프로이트 패러다임> 시작하는 글 읽는데, 우리는 아직도 프로이트 시대만큼 인간에 대해 잘 알지 못 한다, 뭐 이런 이야기인데 딱 맞는 말인것 같고요. 암튼 점점 알아가고 싶은 스타일입니다.
벌써 <사람, 장소, 환대> 다 읽으셨으니까요. 화이팅!!! 제 꺼 드립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콤플렉스』를 읽다 보니 프로이트-거세공포-남근선망연결망을 따라 예전에 읽었던 『남근선망과 내 안의 나쁜 감정들』이라는 책이 생각난다. 나는 마리 루티의 책을 두 권 밖에 읽지 못 했지만, 그녀를 정말 좋아한다. ‘프로이트가 여성혐오자?’라는 제목의 머리말은 이렇게 시작한다.

 


오랫동안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여성혐오자라는 비난을 받았다. 여성들이 남근선망으로 고통받는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대학교에 들어가 이 주장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프로이트 책을 방구석에 집어 던지며 외쳤었다. “미친 새끼!” …. 그러나 지난 30년간 페미니즘 이론과 관련 분야를 공부하면서 나는 프로이트의 주장을 다른 방향에서 이해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 페니스 소유자에게 명백한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이익을 주는 사회에서 여성이 페니스를 부러워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둔감한 것이 아닌가? (5)

 


이래서다. 이래서 내가 마리 루티를 좋아한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프로이트의 이론에 비판적이었지만, 『꿈의 해석을 읽다』의 양자오의 말처럼 프로이트를 비판하는 쉬운 일에서 벗어나, 그가 가진 한계와 논리적 비약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는 프로이트식 세계 해석에 대해 분석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일임은 분명하다.

 


남근 선망은 비판을 가장 많이 받는 부분이다. 여자 아이는 남동생 혹은 오빠를 통해 자기에게 없는 그것을 가진 그들을 부러워하고, 자기처럼 그것이 없는 어머니를 원망하며, 자기에게 그것혹은 그것의 대체물인 아이를 선사해 줄 수 있는 아버지를 동경한다는 것이다. 여자 아이가 원하는 그것은 축 늘어진 작은 살덩어리 그것이 아니라, ‘그것이 선사하는 각종 사회적, 경제적 특권임을, 이젠 모든 사람들이 안다.

 

그의 환자 중 한 명이었던 도라 사례 연구 역시 그렇다. 14세에서 16세 사이였던 도라에게 접근해 성적으로 그녀를 유혹했던 K씨에게 도라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이후에 히스테리 증상을 보였다. 도라의 아버지는 K씨의 접근은 도라의 환상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프로이트는 도라 아버지의 설명을 믿지는 않았지만, 그 역시 도라의 이야기를 자신의 정신분석학적 이론에 맞추어 재구성했다. 프로이트는 도라가 실제로는 K씨와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했다. 도라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들을 프로이트는 라고 추정했다. 도라의 판단, 도라의 기억, 도라의 진술보다는 자신의 해석 능력을 강조하는 연구자, 독재적인 연구자의 모습이 엿보이는 장면이다.

 

 

하지만, 매일 밤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채로 꾸고 있는 수많은 꿈들이 미래에 대한 예시나 일그러진 환상이 아니라, ‘꿈은 (억압된) 소망의 (위장된) 충족이라는 명료한 주장은 그에게서 나왔다. 히스테리가 육체적 원인들보다는 유아기에 경험한 성적 장애들과 연관된 정신적 기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46) 역시, 당시 일반인들은 물론 기존의 신경증 관련 질환 연구자들조차 상상할 수도 없었던 가히 혁명적인 주장이었다.

 

수많은 페미니스트들, 또는 다른 철학자들을 통해 해체에 가까운 비판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여성성과 남성성이 고정된 정체성이라기보다는 변화가능하다는 그의 입장(103)이나, 성교에 다다르지 않는 모든 성적 행위를 도착으로 간주했던 당시의 관점에 반대하며, 성욕이 가진 종족 번식 이상의 의미를 주장(107)했던 것 역시 그의 '선구자적' 안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우리가 우리의 감정적 고착들을 세계에 대한 우리의 지식에서 분리시킬 수 없다는 것을, 그러니까 우리 자신에 대한 절대적으로 객관적인 관점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런 프로이트이다. (101)

 


정신분석학적 해석 방식들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 중 하나는 단순히 텍스트 속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 읽기 과정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 다시 말해 읽기 과정에는 항상 창조 또는 허구적 구성 과정이 수반된다는 점이다. (236)

 

 


이 두 문단이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우리 자신에 대한 절대적으로 객관적인 관점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우리 안에는 우리가 모르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 읽고 이해하는 기술로서 정신분석학이 갖는 의미. 기억의 조합, 재구성 그리고 창조 과정으로서의 읽기. 그리고 그 중심에 위치한 프로이트라는 천재 혹은 이기적이고 독단적인, 그럼에도 역시 천재.  

 


1000개 혹은 10,000개 중에 하나 혹은 둘을 배웠다. 내일부터프로이트 패러다임』 읽기를 시작하겠지만, 일단 여기까지

오늘의 진도 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