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그문트 프로이트 콤플렉스』를 읽을 때는 프로이트에 대해 좀 넓은 마음을 갖게 되었더랬다. 여성성과 남성성이 고정된 정체성이라기 보다는 변화가능하다는 입장(103)이나 성욕이 가진 종족 번식 이상의 의미를 주장(107)했다는 점에서도 그랬다. 하지만, 케이트 밀렛의 주장을 들어보면 그게 아니다. 프로이트에 대해 다시 뾰족해질 수 밖에 없다.

 


여성주의자들에게 단골로 공격받았던 남근 선망 이론. 반혁명기 페미니즘 반란에 이용되었던 가장 해롭고 파괴적인 무기인 남근 선망 이론은 결과적으로 남근을 결핍한 여성은 문명을 이룩할 수 없다는 주장으로 나아갔다. 프로이트가 여성성의 세 가지 특징으로 꼽은 수동성과 마조히즘, 나르시시즘은 수동적인 여성만이 정상임을 강조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문단은 여기다. ‘여성성전통적 역할에 대한 가부장제 환상이 종교를 통해 강화되었던 시대가 지나고, 새로운 시대에는 그 역할을 과학이 맡았다는 주장. 새로운 시대의 스피커는 과학이었다. 객관성과 중립성이라는 옷을 입은 과학.

 


실제로 가부장제 사회 질서와 성 역할, 남성과 여성에 대한 기질적 차별화 등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이데올로기는 종교에서 나오지 않았다. … 낡은 태도가 새롭게 정식화된 것은 과학, 특히 심리학과 사회학, 인류학과 같은 새로운 사회 과학에서부터였다. … 보수적 사회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그리고 사회생활에서 혁명적 변화를 수행하는 데서 난처해하고 꺼리는 대중을 만족시키기 위해, 새로운 예언자들이 등장하여 과학이라는 최신식 언어로 별개 영역이라는 낡은 원칙을 다시 포장해야 했다. 이들 중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영향력이 가장 컸다. 프로이트는 의심의 여지없이 당대 성 정치학 이데올로기를 대변하는 강력한 반혁명적 힘이었다. (355)

 


개론서일 뿐이지만 프로이트를 2권 읽고 나니, 소설의 몇몇 장면들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한편으로는 의심했고, 또 한 편으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인데, 프로이트를 읽고 나서는 그 장면들이 새롭게 보인다. 이를 테면, 남자와 여자, 너와 나 사이의 가장 중요한 용무는 섹스뿐이라고 그렇게나 목놓아 부르짖던 필립 로스의 『죽어가는 짐승』.




 












꼭 필요한 매혹은 섹스뿐이야. 섹스를 제하고도 남자가 여자를 그렇게 매혹적이라고 생각할까? 섹스라는 용건이 없다면 어떤 사람이 어떤 다른 사람을 어떻게 그렇게 매혹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그런 용건 없이 누구에게 그렇게 매혹될까? 불가능하지. (28)

 

필립 로스는 프로이트주의자가 확실하다. 나 혼자 확신한다.

 
















아니면, 『속죄』의 서재 scene. 소설가를 꿈꾸는 열 세살 소녀 브리오니는 조용한 서재 안쪽에서 언니 세실리아와 동네오빠 로비의 알 수 없는 행동을 목격한다. 충격을 받은 그녀는 그 날 밤, 단편적인 사실과 상상력을 교묘히 조작해(알라딘 책소개) 로비에 대해 악의적으로 말하게 되고, 이 일 때문에 로비는 평생 동안 고통받게 된다. 부모 사이의 성교가 보편적으로 가-피학적으로 인식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브리오니는 언니와 동네오빠와의 정사 장면을 primal scene (원색 장면; 부모의 성교 장면에 대한 아동기 회상이나 환상)으로 인식한 것은 아닐까. 나 혼자 추측한다.

 















“And so the lion fell in love with the lamb…,” he murmured. I looked away, hiding my eyes as I thrilled to the word.

“What a stupid lamb,” I sighed.

“What a sick, masochistic lion.” (274)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을 사랑하는 죄인이라서, 에드워드는 스스로를 마조히즘 사자라 칭한다. 사랑을 얻기 위해 고통을 선택하는 마조히즘 뱀파이어 사랑장인 에드워드. 두 사람 오래오래 행복하길. 나 혼자 흐뭇하다.

 


프로이트를 읽으며 소설 보는 눈이 조금 달라졌나 싶었는데, ‘이달의 인물은 '푸코'라고 한다. 그렇다면 뭐, 나는 푸코에게 간다. 성큼성큼은 아니고 살금살금 간다. 살금살금 푸코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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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0-11-01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꺄악 다들 시작하신 겁니까!!! 쇼님도 단발머리님두!!!

단발머리 2020-11-01 21:19   좋아요 0 | URL
아니요, 아직입니다. 그니까 이 페이퍼는 푸코를 읽고 있다,가 아니라, 푸코에게 가려고 합니다,라는 예고 페이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0-11-01 21:32   좋아요 0 | URL
그럼 저두 한 장 쓰고 잘까요 ㅎㅎㅎㅎ

단발머리 2020-11-01 21:33   좋아요 0 | URL
네네 네네네! 아주 좋은 생각이네요🤗

han22598 2020-11-01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죄의 브리오니..머리속에 오랫동안 남은 캐릭터였어요. 그런 생각도 해봤어요. 브리오니가 여자가 아니고, 남자 였더라도 자신이 흠모하던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때, 브리오니 처럼 행동했을까? 그리고 부모의 성교를 피-가학적으로 관계로 이해하는 것도 남자,여자 동일한 걸까요? ..궁금하면 프로이트 책을 읽어야하는 건가요?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11-04 09:33   좋아요 1 | URL
브리오니가 남자였다면 세실리아를 흠모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랬다면 역시나 충격적이겠죠... 원색 장면에 대한 내용은 저도 팟캐스트에서 지나가는 길에 들은 거라 잘은 모르겠는데요. 프로이트 저작 중에 <늑대인간>이라고 있잖아요. 그 사람이 그런 증후군이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프로이트 책 많이 읽으시고 나서 han님이 저 알려주세요^^

2020-11-02 1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04 0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0-11-02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립 로스가 프로이트 주의자 라는 단발머리님의 추측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휴먼 스테인의 필립 로스는 제게 너무나 실망이었거든요. 글을 너무 잘쓰는데 안티페미니스트..가 드러나는 소설이었죠. 프로이트 주의자, 라고 하면 그 모든게 연결이 되지 않나 싶어요.

성정치학도 많이 읽으셨네요, 단발머리님. 아아, 저는 단발머리님의 독서를 대체 어떻게, 언제 따라잡을 수 있단 말입니까! ㅠㅠ

단발머리 2020-11-04 09:37   좋아요 0 | URL
다시 필립 로스를 읽게 되면 좀 다르게 읽힐 거 같아요. 글을 잘 쓰는 안티페미니스트에 대해서라면 우리는 뭐.... 안타까울 뿐이죠.
저는 다락방님의 독서를 좀처럼 따라잡을 수 없는 걸요. 앞으로도 따라 잡을 수 없을것 같고요 ㅠㅠ
 




 























그래도 내 평생에 읽어야지, 읽어야겠지, 하고 결심하게 하는 책들이 있기는 하다. 이를테면안나 카레니나 (반 읽고 자체 휴식), 『일리아스, 『오뒷세이아(서양 고전편), 사기도 전부는 아니더라도 사기열전 정도는 읽어봐야겠지(동양 고전편), 고미숙 선생님이열하일기가 그렇게 재밌다고 하셨는데(우리나라 고전편), 쩜쩜쩜.




 













하지만 제임스 조이스의 책은 아직 그 리스트에 없다. 『율리시스피네간의 경야, 그리고더블린 사람들. 학과 일에는 통 관심이 없었는데, 그날은 선배들이 살짝 꼬시고, 약간 반강제의 느낌을 더해 소모임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다. 휑한 회의실, 친한 친구들과 뒤에 나란히 앉아 끝없이 이어지는 설명을 듣고 있는데, 그 때 다뤘던 작품이 더블린 사람들이었다. 뭐라니? 뭐라고 하는 거야? 라는 말을 표정으로 출력하며, 우리는 알았다.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는구나. 다정하게, 우리는 서로 마주보며 소리없이 웃었다. 딱 요 맘때였다. 긴 팔을 입었지만 두꺼운 외투를 입기 전이었고, 세미나 마치고 도망치듯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약간 쌀쌀했다. 그 때가 어제 같다,라고 하면 나는 너무 나이든 사람이 되어 버린다.

 




수전 손택, 하면 나는 항상 이 사진이 떠오른다. 예전에 더 깨끗한 화질의 사진을 가지고 있었는데, 찾아보니 핸드폰에 없어서 이택광씨의 트위터에서 가져왔다. 수전이 공부했던 『피네간의 경야』.

 



타고난 머리가 엄청나게 좋은데다 어마어마한 독서이력을 가진 어떤 천재가 이렇게 열정적이기까지 하다면, 그 사람을 이길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월반이 특기인 천재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아직도 버크의 가르침대로 글을 읽습니다.” 글자 하나, 장면 하나 건너뛰지 않고 꼼꼼하게. 꼼꼼히, 자세히, 열정적으로.

 















여타의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그 천재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라는 점인데, 실제로는 아주 작은 차이였다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조지 엘리엇의미들마치』를 읽고 그녀가 자신의 처지를 자각했을 때, 막 열여덟 살이었다.

 


(손택)도 도러시아처럼 나이 많고 보수적인 남편의 연구 활동을 위해 자신의 삶과 자아실현을 희생한다. 다른 한편에는 남편 필립이 있다. 그는 프로이트에 관한 중요한 논문을 쓰면서 손택과 나눈 수없는 대화, 그리고 심지어 손택이 조사하고 작성한 내용을 가져다 썼다. 실제로 당시 비평가와 학계의 동료들이프로이트: 도덕주의자의 정신』은 두 사람의 공동 저작이라고 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리프는 학계의 인정을 손택과 나누려 하지 않았다.(83)

 


필립 리프는 어리고 영리한 아내, 남편의 논문을 도와줄 정도로 똑똑한 아내와의 전통적인 가정 생활을 원했지만, 손택은 그럴 수 없었다. 그녀는 어렸지만, 그 정도의 삶으로 만족하기에는. 너무 천재였다. 파리, 로맨스(1958-1959)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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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GiKim 2020-10-31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전 손택. 베트남 전쟁에 반대했던 사회운동가 맞죠?

단발머리 2020-11-01 21:07   좋아요 0 | URL
네, 그 수전 손택 맞습니다.

카알벨루치 2020-10-31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경책에 줄 그어놓은 줄 알았습니다 ㅋ

단발머리 2020-11-01 21:08   좋아요 1 | URL
어머니의 성경책과 아주 비슷한 느낌이 나죠? 노트 필기가 아주 야무지네요*^^*

수이 2020-10-31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재의 줄긋기란 역시 이러한 것이로군요. 감탄하고 새삼 아 수전....... 넘사벽 중의 넘사벽.... 수백번 환생한다고 해도 될 수 없는 인간.... 수전

단발머리 2020-11-01 21:09   좋아요 0 | URL
천재란 이렇다, 하는 그런 포스라고 할까요? 제가 좋아하는 사진이에요. 넘사벽 오브 넘사벽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0-10-31 1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01 2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yo 2020-10-31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폰트가 바뀌어서, 뭔가 새로운 느낌이다! 깔끔.

단발머리 2020-11-01 21:15   좋아요 0 | URL
그게.... 의도한 거는 아니구요. 원래 처음엔 저런 모습이구요. 제가 여러번 수정하다 보면 자간이 좁아지며, 깔끔한 느낌이 줄어들고... 쟤도 저런 모습 얼마 안 남았어요 ㅎㅎㅎ

다락방 2020-10-31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블린 사람들의 <애러비>랑 <사자> 제가 너무 좋아합니다!! 아 단발머리님 독서와 손택의 천재성에 자극 받고 갑니다.

단발머리 2020-11-01 21:17   좋아요 0 | URL
더블린 사람들 읽으신 거에요? 다락방님! 제가 심히 놀라며 존경합니다!!! 저는 <더블린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만 알고 있는 1인으로서, 서둘러서 <애러비>랑 <사자> 읽어봐야겠습니다.

다락방 2020-11-02 11:54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진짜 좋아요. 애러비랑 사자가 그 단편집에서 가장 유명하대요!! 근데 정말 좋아요!!

2020-11-01 2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01 2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부만두 2020-11-02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기 열전!!!! 어서 오세요, 재미에 도끼 자루 썩는줄 모르는 중국 고대사의 세계로!
주말에 고수 한단에 천원, 포두부 한봉지 이천원에 득템해서 행복한 아줌마의 세계로!

단발머리 2020-11-04 09:44   좋아요 0 | URL
아.... 사기 열전....읽어야지, 읽어야지, 미루고만 있네요. 전 집에 있는 책들은 하대하는 성격이라서요.
저희집은 고수는 잘 먹지 않는데 한 단에 천원이라면 완전 득템인대요!!!
 





 











나는 확신한다. 70쪽 아니, 105쪽 아니, 118쪽까지는 이해하고 있었다고, 이 책을 잘 따라가고 있었다고. 그러나! 세상은 우리가 모르는 일들로 가득하고, 가끔 혹은 자주, 우리가 잘 모르는 일들은 우리를 곤란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우리에게 부담을 남겨 준다. 이렇게.

 

 

기억이라는 것이 형식적인 측면에서 사용하는 용어라면, 관념은 기억의 내용물들을 가리킵니다. 기억이건 관념이건, 이것을 통합적으로 표상representation’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건, 기억, 관념, 표상이 하나의 축이라면, 또 다른 축에는 정동과 관련된 계열의 어휘들이 있습니다. 쾌락, 불쾌, 불안, 흥분, 긴장, 에너지, 축적, 방출 등의 어휘들이 하나의 세트를 이루면서 작동합니다. (70)

 

 

언어학적인 축에 속하는 기억, 표상, 관념은 지형학적 관점이고, 정동의 축인 쾌락, 불안, 흥분은 경제학적 관념, 동력학적 관점이 된다,가 도대체 무슨 말이냐!

 


니체가 제창한 시대정신의 입장에서 보건대, 무의식은 우리에게 우리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줄 수 있는 무엇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의 어두운 내면이야말로 우리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결정하는 요인이다. 밝은 측면은 누구나 대체로 비슷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저마다 각각 어두운 면을 지닌다. 이 점에서는 모두 같고, 저 점에서는 모두 다르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가능하다. 누군가를 이해하려면 무엇을 이해해야 하는가? 이런 면인가, 저런 면인가. (183/451)

 





결국 나는 양자오에게 도움을 청했고, 『꿈의 해석을 읽다』를 다시 읽었다. 프로이트 읽기, 프로이트 개론서 읽기로 시작했으나, 점점 더 양자오가 좋아진다. 무의식이야말로 내가 누구인지를 결정하는 요소라는 문장과, 밝은 면보다 어두운 면이 나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문장에 하이라이트를 했다.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더, 우리 자신을 모른다는 깨달음, 그 발견이 바로 프로이트의 위대함 포인트임을 명랑하게 확인하고.

 


이틀간의 중간고사를 마친 아롱이는 야호!. 이 책을 마친 나는 이야호!를 외친다.

야호! 이야호!!




브로이어가 안나 O와의 전이적인 사랑 앞에서 두려워 발을 뺌으로써 정신분석의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면, 융은 전이적인 사랑에 굴복함으로써 내적인 갈등에 휩싸이게 됩니다. 그 갈등의 결과 자신이 발견한 무의식의 진리에 눈을 감게 됨으로써 정신분석의 항로를 다른 곳으로 돌리게 됩니다. - P29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 이후 성욕에 관한 논의는 프로이트가 성적인 것을 확장하는 과정입니다. 즉, 성적인 것을 단순히 성적인 것에 한정하지 않고 그 외연을 확장하고 있죠. 여러 가지 수준에서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내는데, 가령 프로이트는 성적인 것을 성 기관의 결합으로 한정하지 않습니다. 성적인 것을 성 기관이 아닌 다른 기관의 활동에까지 확장시키는 것이죠. 우리의 육체에는 성적인 결합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다른 기관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입이라든가 항문은 애초에 성적인 기관이 아니었죠. 그런데 그런 기관이 성적인 기관이 될 수 있다는 것, 지금은 너무나 친숙한 주장이지만 그 당시엔 아주 놀라운 주장이 아닐 수 없었죠.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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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10-29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자오의 책을 다시 읽는 단발머리님, 너무 멋져요! 요즘 단발님 점점 더 멋져지고 있네요 ♡

단발머리 2020-10-29 17:11   좋아요 0 | URL
멋짐 폭발하고 싶으나 그건 아니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전에 유유시리즈 이북 10권을 10년 대여했는데, 아주 유용하게 쓰게 되네요. 자매품 : 종의 기원을 읽다, 자본론을 읽다, 슬픈 열대를 읽다 기타등등^^

수이 2020-10-29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롱이 아롱이 중간고사 끝난 걸 이모가 축하해요! 이제 좀 놀아! 하고 싶지만 그래도 아롱이 어머님이 눈치를 안 주실지;;;;;;;;;;

단발머리 2020-10-29 19:54   좋아요 0 | URL
놀고 있습니다, 이미 ㅋㅋㅋㅋㅋㅋㅋㅋ 가열차게 너무나 뜨겁게 즐겁게 행복하게 놀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0-10-29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흐.. 어두운 점... 그 어두운 점을 방어하기 위해 나는 얼마나 고생해 왔던가..:

단발머리 2020-11-01 21:20   좋아요 0 | URL
크흐.... 나두 그랬어요. 가릴 수 있는만큼 가리고 싶었죠. 사실, 그게 가장 나인데 말이지요. 쩝.

2020-10-30 2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30 2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작은 참 좋았지만, 70페이지를 넘어 90페이지를 지나 100쪽 근처까지 갔더니 여기는 어디인가, 나는 누구인가,의 혼돈이 무겁게 밀려온다. 나는 성의없이 글자를 쫓는 한 사람의 무력한 독서가가 되어, 내일이 시험인데도 천하태평인 귀염둥이 중딩 옆에서, 하염없이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다가. 이렇게 재미있는 문단을 만난다.

 


 

적당한 말이 없어서 일단 인식애적인 충동이라고 번역했는데 원래는 지식을 좋아하는 충동입니다. 지식을 대상으로 하는 충동인 것이죠.

 

지식을 좋아하는 충동, 물론 이 충동은 당연히 성적인 충동입니다. 성적인 충동 중에는 구강 충동이나 항문 충동이 있듯이 인식애적인 충동이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입이나 항문으로 충동 활동을 하듯이 머리로 하는 충동 활동이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것이 단순히 지식욕은 아닙니다. 여기서 지식을 좋아하는 충동이란 뭔가를 알고자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지적인 욕구이긴 한데, 그것이 곧 성적인 충동의 일종인 경우입니다. … 아는 것이 힘이 아니라 아는 것이 섹스가 되는 경우입니다. 뭔가를 알고자 하는 욕구가 곧 성적인 충동의 연장선상에서 작동하는 것입니다. 지식이 곧 성적인 충동의 대상이 되는 경우죠. (157)

 




나는 성적인 충동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한다는 건, 그 관심이 지대하다는 반증)이지만, 지식을 좋아하는 충동이 어마무시하게 많은 사람이 되어, 지식을 성적인 충동의 대상으로 삼아 짧은 인생 흥미진진하게 살 수 있다면, 뭐 또 크게 사양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조금 더 읽어보자. 현재 스코어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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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7 2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7 2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20-10-29 2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단 ㅋㅋ 프로이트 적이야! ㅋㅋㅋ 으헤헷!

단발머리 2020-11-01 21:24   좋아요 0 | URL
나는 성적인 충동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입니다!!!! 다다다다다다다다다!
비가 내리다 그치다 하네요. 내일은 좀 추울 것 같아요.ㅠㅠ 아침에 따뜻하게 입고 나가요, 쟝쟝님!!!
 



















나는 그렇게 읽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스물 셋에 버지니아 울프의자기만의 방』을 처음 읽었을 때, ‘픽션을 쓰는 여자에겐 자기만의 방과 연 500파운드의 수입이 필요하다는 말을 픽션을 쓰는 작가에겐 자기만의 방과 연 500파운드의 수입이 필요하다로 이해한 것 같다. 버지니아 울프가 셰익스피어의 가상의 여동생에 대해 말하고, 여성 역사의 가려짐과 지워짐에 대해 말했는데도 그랬다. 작가로서 성공한 버지니아 울프에게는 성이 없는 것처럼 여겼다. 내 생각대로 버지니아 울프를 읽었다.

 


다시 버지니아 울프를, 그것도 전작을 읽기로 한 결심은 올해 가을 동네 도서관 인문학 강좌의 『댈러웨이 부인』 읽기에서 시작됐고, 마음 넓은 독지가의 격려로 완성되었다. 어떻게, 어떤 식으로 읽을지 모르겠다. 아무 계획이 없으니 생각나는 대로,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읽어볼 계획이다.

 


첫 번째로 읽을 작품은올랜도』. 유튜브 <Why should you read Virginia Woolf?>가 알려줬는데, 『올랜도』가 젠더연구의 핵심 작품이라고 한다.

이제부터 시작. 아님 내일부터 시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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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0-10-26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우연, 필연?!!! 전 댈러웨이 부인을 읽기 시작했는데요. 작가가 딱 제 나이 때 쓴 소설이라서 시작했어요. 실은 커닝햄의 디 아워스를 먼저 읽어서 미리 좋아하기로 ‘작정한’ 소설이기도 해요. 저도 천천히 읽으려고요.

단발머리 2020-10-27 09:08   좋아요 0 | URL
우앗! 진짜요? 전 [댈러웨이 부인]이 진짜 힘들어서 울프 언니 애정이 사그라들었답니다 ㅠㅠ 저도 [디 아워스] 찾아봐야겠어요.
유부만두님이랑 같이 버지니아 울프 읽는 건, 필연 아닐까요? 전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유부만두 2020-10-27 09:58   좋아요 0 | URL
전 ‘디 아워스‘ 읽을 땐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싫었어요. 그땐 아직 버지니아 울프의 글을 하나도 읽지 않았었고요. 그런데 몇 년 사이에 제가 변하고 (늙고) 여기 저기서 ‘댈러웨이 부인‘ 이야기를 접하다보니 이젠 만나야겠다, 라는 결심(씩이나)이 생겼어요.

2020-10-27 0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7 0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n22598 2020-10-27 00: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자기만의 방, 댈러웨이 부인...모두 끝까지 읽어내지 못했어요 ㅠㅠ 어려워요..내공이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ㅠㅠ 단발머리님의 버지니아 전집 읽기를 응원합니다!

단발머리 2020-10-27 09:11   좋아요 0 | URL
저야말로 내공이 부족해서요. 제가 의욕은 충만한데 끈기가 많이 부족합니다.
보내주신 응원 감사합니다. 함 읽어보겠습니다^^

다락방 2020-10-27 05: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져 단발님 멋져!! 😍👍🏻

단발머리 2020-10-27 09:12   좋아요 0 | URL
엄지척!은 다 읽고 나서 다시 한 번 보내주세요. 멋지고 싶네요. 진심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0-10-27 08: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두근두근 제게도 올랜도가 오고 있다는! 저도 같이 읽을래요!! 이것은 운명?! 두루루루루루루둥둥

단발머리 2020-10-27 09:13   좋아요 0 | URL
두근두근 올랜도 모닝입니다. 이것은 운명입니다!!! 빠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빰!

blanca 2020-10-27 08: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올랜도 꼭 리뷰 써주세요. 저도 망설이다 아직 읽어보진 못했거든요. 새로운 양장으로 나온 책이 참 예쁘더라고요. 올랜도가 버지니아 동성 연인 비타를 모델로 쓴 거라 해서 관심만 계속 가지고 있었어요.

단발머리 2020-10-27 09:17   좋아요 0 | URL
오, 제가 자신이 없지만서도 읽고 나서는 리뷰를 써보려고 합니다. 버지니아의 동성 연인 비타가 모델이라는 거, 오늘 알았어요.
감사해요, 블랑카님! 혹 저보다 먼저 읽게 되시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또 리뷰를 부탁드려봅니다.

2020-10-27 0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7 0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