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의 딸, 김알렉산드라 -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꿈꾸었던 조선인 최초의 볼셰비키 혁명가
김금숙 지음, 정철훈 원작 / 서해문집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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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같은 자식들을 뒤로하고 우랄을 향해가는 그녀의 발자국에 마음이 짠하다. 볼셰비키 혁명과 노동자 해방을 위해 자신의 삶을 파랗게 불태운 그녀의 이름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혁명가, 김알렉산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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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0-07-31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웹툰으로 1회만 봤는데 그림이 매우 강렬하던데요?! 익숙하지 않은 그림체에 주제도 무겁고 어렵게 느껴졌어요.

단발머리 2020-07-31 16:14   좋아요 1 | URL
저는 전기를 전혀 모르고 그래픽노블로만 읽으려니 내용이 좀 더 자세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더라구요.
그림체가 좀 무겁기는 한데 내용이 더 무거워서 묘하게 어울리더라구요. 위대한 혁명가의 삶에 대해 아주 조금 배웠습니다.

공쟝쟝 2020-08-08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사적 각색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최후의 장면이 유명하죠? 마땅한 텍스트가 없어 아쉬웠는 데, 그래픽 노블이라니 관심갑니다요

단발머리 2020-08-09 22:11   좋아요 0 | URL
정철훈님의 소설이 원작인 것 같아요. 공쟝쟝님은 그녀의 최후에 대해 알고 있었군요? 역시 독서달인!!!!
저는 김알렉산드라 이름을 이번에 첨 알았어요. 내용도 무겁고 그래픽노블이라 만만한 것도 아니지만 전 참 좋았어요. 역사적 사건들이 두껍게 그려지는데 막 감동이 너울너울~~~
 
식사에 대한 생각 - 세계는 점점 더 부유해지는데 우리의 식탁은 왜 갈수록 가난해지는가
비 윌슨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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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식탁에서 벌어지는 무차별공격을 세세히 분석한다. 건강한 삶을 위해 무엇을 ‘더‘ 먹느냐보다 무엇을 ‘덜‘ 먹어야할지 착실하게 설득하는 책. ‘한국인처럼 먹기‘ 챕터가 전하는 한식의 위대함은 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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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 거주불능 지구 - 한계치를 넘어 종말로 치닫는 21세기 기후재난 시나리오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 지음, 김재경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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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풀니스의 저자는 다급한 본능을 설명하면서, 위험성을 극대화하거나 경고하는 것만으로는 현대 사회의 복잡다단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272)  

 

하지, 2050 거주불능지구』 읽다 보면 생각보다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하다고 느끼게 된다. 다급하게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될 필요성이 존재한다. 살인적인 폭염, 빈곤과 굶주림, 집어삼키는 바다, 치솟는 산불, ‘날씨가 되어버릴 재난들, 갈증과 가뭄, 사체가 쌓이는 바다, 마실 수 없는 공기, 질병의 전파, 무너지는 경제, 기후 분쟁, 시스템의 붕괴(목차). 기후변화로 인한 우리의 미래는 완벽하게 암울하며, 불안한 미래는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 사태 관련 강의를 찾아 듣다가 알게 된 김누리 교수님은 최근에 발견한(?) 사람들 중 가장 흥미로운 사람이다. (재발견의 최고봉, 진중권씨 제외) ‘야수 자본주의에 대해 설파하는 이런 반기업적인물이 어떻게 방송에 출연할 수 있게 되었는지, 어떻게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어 유명해졌는지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우리에겐 아직 희망이 있나 보다.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을 말하다 : 당신은 소비기계입니까?> 강의 중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스위스 취리히에 사는 대학생이 친구를 만나기 위해 베를린으로 이동하려고 한다. 그는 1시간 소요, 50유로의 비행기 대신 8시간 소요, 150유로의 기차를 타고 친구를 만나러 왔다고 한다. ? Flugscham 때문에. 비행기 타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에.

 

Flugscham이라는 단어를 난생 처음 듣고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먼저는 안도감. , 그렇구나. 비행기 타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라니. 유럽애들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비행기 타고 유럽을 누비는 아시아인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다행이야, 나는 해외여행 몇 번 다녀 왔어. , 그럼 한동안은 비행기를 타지 못하는 건가. 두번째는 질투의 감정. 아니, 그럼 자기들은 산업화 다 해놓고, 산업기반 다 마련됐다 이거야? 극단의 소비 저항 운동으로 가겠다고? 따라가야 하는 아시아는? 이제 막 세계를, 유럽을 경험할 수 있게 됐는데, 그걸 하지 말라는 거야? 혼자 고고한 척 도덕적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거야? 사다리 걷어차겠다는 거야?


 



Flugscham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비행기가 탄소를 얼마나 많이 소비하는지 알게 되면, 해외여행 속 명소 사진에 흐뭇해 하던 1인은 다시금 숙연해진다. 혼란스러운 일이다. 너무나 혼란스러워 이 글을 쓴다. 비행기 타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라니. 이런 순.   

 

 


지구온난화를 주제로 글을 쓰는 저자에게 사람들은 미래를 낙관할 만한 이유가 있기는 하느냐고 묻는다. 이 책을 집필하면서(주내용: 지구온난화는 포괄적이고 전면적인 위협이 될 것이다) 저자 부부에게는 아이가 생기기도 했는데, 저자는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해야 하며, 암울한 미래에 순응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인류가 완전히 멸종되지 않는 한 결코 패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담아서 말이다.(58)  

 

저자는 폴 호킨의 주장을 근거로 환경 파괴를 중단하는 일을 시행할 때, 집단적으로 무작정 행동하되 극적인 방식은 물론 지극히 일상적인 방식으로 해내자고 주장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을 실천하며, 에어컨 사용을 절제하고, 비트코인을 사지 말자는 것이 그의 제안이다. 그리고, 그에 더해 정치적 차원의 움직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하면, 기후를 구제하는 일에 일상의 작은 실천보다 투표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학계에서 내놓는 전망이 점차 암울해지자 서구권 국가의 진보주의자들은 책임을 모면할 구실이라도 마련하고 싶었는지 소고기 섭취를 줄이고 전기자동차 이용을 늘리고 대서양 횡단 비행을 줄이는 등 자신이 도덕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결백하다고 포장하는 방식으로 소비 패턴을 조정함으로써 스스로를 위안해 왔다. 하지만 그처럼 개인적인 차원의 생활양식 조정은 전체적인 수치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며 오직 정치적 차원의 움직임으로 확장될 때만 의미가 있다. 얼마 남지 않은 환경 정당 세력은 차치하더라도 이 문제에 걸린 이해관계를 깨닫기만 한다면 그런 움직임을 이끌어 내기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계산기를 정확히 두드려 보면 정치적 차원의 움직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61)

 

 


식사를 하다가 큰아이가 화장지를 너무 많이 써서 짧게 한두 마디 했다. 휴지 아껴서 써라, 이게 다 자원 낭비다. 우리가 가야할 방향은 에코 페미니즘이다. 뭐 대충 이런 이야기였다. 책 딱 두 권 읽고 나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채식을 실천하고 있는 큰아이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이 휴지 아무리 아껴 써 봐, 고기 먹으면 다 소용없어요. 고기 생산하는데 탄소가 얼마나 많이 배출되는지는 알죠?

 

어디 하나 쉬운 길이 없고, 어디 가나 만만한 곳이 없다. 휴지랑 물티슈 아껴쓰기를 한살림 실천 항목에 포함시키기로 한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지구를 이 위기에서 구해줄 정치세력이 어느 쪽인지를 찬찬히 따져 보아야겠다. 생활습관만큼 투표가 중요하다. 분리수거만큼 투표가 중요하다.   






다시 말해 유기농 음식을 먹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진정으로 염원하는 목표가 기후를 구제하는 일이라면 투표가 훨씬 더 중요하다. 정치는 도덕적 증폭기와 같기 때문이다. 병든 세상을 인식하더라도 정치적 참여로 마무리 짓지 않는다면 ‘웰니스wellness‘(‘웰빙‘과 ‘피트니스‘를 아우르는 표현으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트렌드-옮긴이)‘를 얻는 데서 그치고 만다. -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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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0-07-21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천할 것들은 많고 아직 해야할 일도 많은 와중에 확실히 비행기는 덜 타게 될듯 싶어요. 휴지 많이 쓰는 1인은 반성합니다;;

단발머리 2020-07-21 20:25   좋아요 1 | URL
실천 더하기 투표로 가는 길은 무척이나 험난하다고 합니다. 물티슈, 휴지 많이 쓰는 1인 역시 반성 중이라고 합니다.

수이 2020-07-21 20:30   좋아요 0 | URL
김누리 교수님 강의 들으러 가야지!

단발머리 2020-07-21 20:39   좋아요 0 | URL
야수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사고가 전 좋았어요. 좋은 시간 되세요^^

Falstaff 2020-07-21 21: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의 있습니다. 기차는 워낙 많은 사람들을 운송하니까 그렇다고 치고, 그래서 작가가 기차를 타고 갔다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데요,
근데 예를 든 그래픽에서, 버스는 기껐해야 45명이 타고 가거든요. 비행기는 200명... 더 되지만 200명이라고 치면, 일인당 탄소 소비량은 킬로미터 당 버스 1.51g, 비행기 1.43g 입니다. 물론 비행기에 200명 이하가 타는 경우는 별로 없고요, 버스가 45명을 꽉 채우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까 적어도 버스 대비해서는 비행기가 훨씬...까지는 아니고 하여간 탄소 배출을 적게 한다는 뜻인데....
죄송합니다. 직업이 그렇다보니 숫자만 보면 광분을 해서리... 흑흑흑... 이러는 저도 제가 싫습니다. ㅠㅠ

단발머리 2020-07-21 21:54   좋아요 1 | URL
먼저 Falstaff님의 계산에 존경을 표합니다. 일단 저 위의 그래픽은 김누리 교수님이 강의에서 말씀하신 내용 중 방송된 화면을 제가 캡쳐한 것이고요. 사실 저는 어떻게 저런 계산이 나왔는지 모릅니다. Falstaff님 설명을 읽고 보니 그 말씀이 맞는 것도 같아요. 저는 ‘비행기‘의 탄소 배출이 압도적이라는 정보를 전제로, 막연히 위의 그래픽이 맞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신문기사를 몇 개 찾아 봤는데, 위의 수치와 비슷하거나 동일하게 제시하고 있더라고요.

Falstaff님 말씀대로 적어도 버스에 대비해서는 비행기가 탄소 배출을 적게 하는 편이라는 결론을 저도 희망합니다만, 그건 잘 모르겠어요. 혹시 이 분야에 대해 잘 아시는 분이 지나가시다 이 글을 보게 되신다면 적절한 코멘트 부탁드립니다.

다락방 2020-07-22 15:26   좋아요 1 | URL
독일 환경청에 따르면 1년에 한 번만 장거리 여행을 떠나도 시민 한 명이 1년에 평균적으로 배출하는 것과 비슷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달리 말해, 장거리 여행을 즐기는 사람은 평소에 아무리 채식을 생활화하고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다 해도, 스테이크와 자동차를 즐기지만 멀리 여행을 떠나지 않고 캠핑장에서 휴가를 보내는 사람보다 생태발자국이 훨씬 더 크다. 이 대목에서 환경 의식이 강한 사람들은 심한 갈등에 빠진다. 대개 환경 의식이 강한 사람들이 낯선 나라와 문화에도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애플은 얼마나 공정한가], 프랑크 비베, TUI-독일국제관광유니온, p,290


폴스타프님 댓글대로 사람 수대로 나누면 탄소 배출이 적다고 볼 수 있겠지만, 실제 비행기가 이동하면서 배출하는 탄소량이니 사람 수대로 나누는 것 보다는 비행기가 얼마나 멀리 왕복 하는지를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버스가 왕복하는 거리와 비행기가 왕복하는 거리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죠. 버스는 국내를 생각할 경우 서울에서 경상도를 왕복한다고 할 때(자가용도 마찬가지고요) 비행기는 인천에서 뉴욕을 왕복하죠.

부산까지의 거리가 검색하면 396km 로 나오고 뉴욕까지 거리는 항공로 기준 11,000 km 로 검색되는데요, 항공로와 육지가 어떤 차이를 가졌는지까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럴 경우 비행기 한대와 버스 한 대의 탄소배출량은 엄청난 차이를 보이지요.

버스:26,928g
비행기: 3,135,000g

편도 기준 단순계산으로 나온 거라 여기에 뭘 더하고 빼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탄소 배출이 다른 것보다 많은 운송수단이 더 먼 거리를 왕복하기 때문에 여러 학자들이 비행기의 탄소배출량을 문제 삼는게 아닐까요?

Falstaff 2020-07-22 16:26   좋아요 0 | URL
말씀하신대로 될 수 있으면 장거리 여행을 삼가하는 것이 최고겠습니다.
꼭 필요 해서 뉴욕까지 간다면 태평양을 건너는 교량이 있다고 치고, 똑같이 11,000km, 버스의 경우 748,000g의 탄소가 배출되는데요, 만일 225명이 뉴욕에 간다고 가정할 때, 버스 다섯 대가 필요하고, 비행기는 한 대면 되거든요. 여기서 딜레마가 발생합니다.
하여튼 인간의 역사에 그넘의 빠른 ˝이동˝이 시작된 순간 지구는 폭망하기 시작한 거 같습니다.
저도 장거리 여행에 관해서는 여태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아..... 그렇군요!!!!

단발머리 2020-07-22 16:55   좋아요 1 | URL
장거리 비행기 여행을 할 수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 이런 고민에 빠진다는 것이 좀 아이러니하기도 하지만,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 또한 불가능하기에 소비와 여행, 비행기와 버스, 자가용과 기차에 대한 이런 논의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세부적인 면까지는 생각지 못했는데 두 분 댓글 읽다보니 자료를 어떻게 이해하고 그 자료에 근거한 판단은 어떠해야 되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네요. 고급진 두 분의 댓글 감사드립니다^^

syo 2020-07-24 12:43   좋아요 0 | URL
열띠고 훈훈하다 ㅎㅎㅎ 좋은 세상 알라딘 ^ㅂ^

psyche 2020-07-25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은 이 글을 읽으면서 반발이 좀 있었어요. 비행기를 타는 것이 꼭 놀러 가는 여행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하지만 북쪽이 막혀있는 한국으로서는 다른 나라에 가려면 비행기밖에는 방법이 없는데요. 미국의 경우는 워낙 땅덩이가 크기 때문에 같은 나라 안에서도 비행기로 이동하지 않으면 몇날 며칠 차로 움직여야 하니 비행기를 안 탈 수 없고요. 그럼 한국 사람들은 한국에만 있어야 한다는 말이냐. 저렇게 기차로 다른 나라를 가는 게 가능한 건 유럽에서나 가능한 일인데 하고 투덜거리면서 저 동영상을 찾아봤는데요. 어머나 너무 좋았어요! 제가 생각하고 있던 문제점들을 어쩌면 저렇게 잘 말씀해주시는지. 뭔가 정리도 되고 계속 끄덕이면서 봤어요. 덕분에 좋은 강연 잘 들었습니다. 감사해요 단발머리님~

단발머리 2020-07-27 06:34   좋아요 0 | URL
제가 전에 코로나 관련해서 리뷰를 썼는데요. 헤헤헤. 라디오 인터뷰가 <코로나 사피엔스>라는 책으로 묶여서 나왔더라구요. 그 책에서 홍기빈 칼폴라니소장이 그러더라구요. 즐거움을 위해 일년에 한 번 반드시 외국에 나가야 한다는 그런 생각,이 문제라고요. 저는 좀 더 저렴해지고, 좀 더 다양해진 이 기회를 통해 세계를, 이 지구를 아는 일이 비난받는다는 생각에 반발심도 들었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무한소비긍정의 현대문명을 되돌아보는 것도 좋을 거라는 제안에...저도 모르게 끄덕하고 말았습니다ㅠㅠ

한국에 사는 사람과 미국에 사는 사람이 비행기에 대해 다르게 느낄 거라 생각합니다. 한국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 타면 3시간도 안 걸리거든요. 편리하고 편안해요. 하지만 그 큰 땅덩어리 미국에서 그렇게 이동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저도 김누리 교수님 강의 좋아해서 여기저기 찾아 들었답니다^^
 
자메이카 여인숙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한애경.이봉지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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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부터 대프니 듀 모리에의 『자메이카 여인숙』을 읽었다. 밤에는 비가 내렸다. 비가 내리면서 바람도 불었다. 바람에 거실 블라인드 끝부분이 흔들리면서 창문 손잡이에 닿아 밤새 딱딱 소리를 내었다. 꿈 속에서 딱딱, 딱딱. 금속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눈을 뜨면 다시 딱딱, 딱딱. 금속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주일에도 비가 내렸다. 메리가 가로질렀던 황야를 상상하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메리를 물에 빠진 생쥐처럼 홀딱 젖게 만든 비를 상상하는 일은 쉬웠다. 메리가 보드민 황야를 가로질러 자메이카 여인숙에 도착한 날에도 비와 안개 속에서 폭풍우가 내리쳤다. 밖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메리 옐렌은 스물 셋. 같이 살던 어머니의 죽음으로 이 세상에 혼자 남겨진다. 어머니는 그녀에게 유일한 피붙이 페이션스 이모를 찾아가라 유언을 남기고 그녀는 농장을 정리하고 이모를 찾아 정든 집을 나선다. 이모가 사는 마을 근처에서 목적지가 자메이카 여인숙이라고 말하자마자, 마을 사람들은 이내 메리를 불편하게 대하고, 메리는 드디어 귀곡산장과 같은 자메이카 여인숙에 도착한다.

 


어젯밤 345쪽을 읽고 있을 때였다. 예상과 다른 전개에 주인공 메리도, 독자인 나도, “어떻게 해? 어쩌면 좋아!”를 말했던 게 벌써 다섯 번째였다. 이 소설은 438쪽에서 끝이 나는데, 도대체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날지 전혀 예상할 수가 없었다. 결국 메리는 자메이카 여인숙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황야의 귀곡산장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진짜 범인은 그 사람일까. 빗 속에서 메리에게 키스했던 낯선 갈색머리 남자는 다시 돌아올까. 궁금하면 500. 아니지. 궁금하면 12,600. 이북은 9,800.

 


황야는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황량했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끝없이 펼쳐진 이 황야는 군데군데 뚫린 작은 오솔길과 지평선에 솟은 몇몇 높은 봉우리를 제외하면 태고의 광막한 사막과도 같았다. … 어디서 오는지 모를 이상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것이 풀잎 위로 스쳐 지나가면 풀은 몸서리를 쳤다. 그러다가 움푹 파인 돌 위에 고인 빗물을 핥고 지나가면 수면에는 작은 물결이 찰랑거렸다. 폭풍이 노호할 때면 거센 바람은 돌 틈바귀에서 메아리치고 긴 신음 소리가 되었다가 사라졌다. (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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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7-20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12,600원 쪽으로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대프니 듀 모리에가 이런 책도 썼는지 몰랐어요. 레이첼과 레베카 밖에 몰랐던 무지한 다락방..

단발머리 2020-07-21 15:32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쪽에 찬성이에요. 전 이 책이랑 절판된 <새>를 사 두었는데요. 이제 단편집 1권이랑 <희생양>이 남았습니다.
무척이나 아쉽습니다 ㅠㅠ

테레사 2020-07-20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도 있죠.히치콕의 영국시절 마지막 작이라던데..

단발머리 2020-07-21 11:21   좋아요 0 | URL
네, <레베카>도 그렇고 이 책도 영화화 되어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고 하는데, 결말은 다르더라구요.
히치콕의 뮤즈,라고 띠지에 광고가 되어 있더라고요^^

테레사 2020-07-22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대프니 드 모리에의 그 단편들은 안 무서운가요? 무서우면 못 읽을 것 같아, 먼저 읽으신 분들께 여쭤요..괴기..이런게 비위 상해서..

단발머리 2020-07-23 09:01   좋아요 0 | URL
저는 <인형>의 몇 편 읽어봤는데, 장편보다는.... 제 느낌입니다만 장편보다는 전 더 무서웠구요. 놀라운건 대프니 드 모리에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집필한 작품들이라 거장의 초기작을 읽는 느낌이 너무 좋습니다.
현대문학에서 나온 단편모음집 <대프니 듀 모리에>는 아직 읽어보지 않았는데요. 아껴두고 있습니다.
남아있는 장편 2권 다 읽은 후에 읽으려고요^^

유부만두 2020-07-23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 정말 강렬한 단편이에요! 단편집 수록작들이 다 좋았어요.
전 아직 다른 듀 모리에의 소설들은 ˝아껴두고˝ 있습니다.

단발머리 2020-07-23 10:09   좋아요 0 | URL
유부만두님 댓글 보고 확인해보니, [새]에는 <새> 포함 총 다섯편의 소설이 들어있군요!!!
구입만 했지 집에 잘 모셔두고 있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몰랐어요.
저는 [희생양]을 먼저 읽고요. 그 다음에 [새]를 읽으려고 해요. 저도 아끼고 있습니다. 하하하.
 
뉴턴의 아틀리에 - 과학과 예술, 두 시선의 다양한 관계 맺기
김상욱.유지원 지음 / 민음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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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술작품에서 과학을 보는 물리학자 김상욱과 과학에서 예술을 읽는 타이포그래퍼 유지원의 협업으로 만들어어졌다. 내용과 형식의 기묘한 조합은 글자모양 폰트로 구체화되었다. 본명조 레귤러의 김상욱과 아리따부리 미디엄의 유지원은 다른 이야기를 다른 글씨로 말한다. (이 글은 알라딘 돋음체로 쓰여졌다) 신선하고 도전적인 시도이어서 책 읽는 시간 내내 호기심이 일었지만, 특히 작가 유지원의 매력이 대단했다. 읽고 있는 글을 쓴 사람이 유지원이 아니라 김상욱이 아닌가 싶어 앞으로 돌아가 글쓴이를 확인하고는 했다.

 

양자역학 전문가인 김상욱의 글 중에는 <친애하는 마그리트 작가님께>가 기억에 남는다.

 





양자역학에 중첩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공존할 수 없는 두 상태가 공존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파리에 있으면서 동시에 브뤼셀에 있는 것이지요. 당신의 작품 <표절>을 보면 실내에 꽃병이 하나 있는데, 꽃이 있어야 할 자리에 건물 밖의 나무가 존재합니다. <빛의 제국>에서는 하나의 장면 속에 낮과 밤이 공존하고 있죠. 저는 이런 그림이 양자 중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물론 당신이 저의 이런 해석을 달가워하지는 않을 겁니다. (83)

 



저자는 초현실주의 작가 마그리트의 작품이 양자역학의 중요한 측면을 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양자역학과 초현실주의에 일천하지만, 마그리트의 그림과 함께 양자역학의 중첩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되면, 무엇인가 딱 떨어지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한 가지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된 듯 착각에 빠진다. 1920년대 유럽이라는 시공간에서 양자역학과 초현실주의의 동시 탄생에 대한 저자의 학문적 의심에 자기도 모르게 동의하게 된다.


 

<벌거벗은 이름>에서 벌거벗는다는 것은 이름만 남고 그 대상이 남겨진 상태를 말하는데, 생물학에서는 대상의 묘사가 규정에 따라 적절하게 채워지지 않았을 때를 가리킨다(240). 반면 수학에서는 대상이 벗겨진 개념들에도 이름이 붙기도 하고, 물리학 역시 마찬가지다. 있는 그대로 묘사한다는 관념 자체가 환상이기에(239), 이름이란 결국 사람들 간의 소통과 합의가 분명해지도록 하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여기에 느닷없이 외국어 공부의 효용성이 등장한다.     

 


하지만 대상에 이름이 한 번 밀착되면, 거기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멈추게 되기 쉽다. 대상에 들어붙은 이름을 벗겨 보는 데에는, 모국어나 익숙한 영어 아닌 다른 외국어가 도움이 된다. 거리를 벌려 놓으면 대상과 이름 사이에 넓어진 틈새에서, 감각을 확장한 관찰과 대안적인 사유가 활기차게 운신을 재개할 수 있다. 이렇게 느슨해진 공백은 사고가 완고해지는 일을 막아 준다. 다양한 언어를 경험한 정신의 과학적 효용과 묘미도 여기에 있다. (242)

 


국어, 그리고 잘하지는 못해도 익숙한 언어인 영어를 제외한 다른 언어, 완벽하게 낯설고 여타의 정보를 갖고 있지 않은 외국어를 통해서, 외국어 공부를 통해서 사고가 완고해지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외국어 공부가 치매 예방에 좋다는 흔한 이야기의 과학 버전. 어쩌면 그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책을 언제 만나는가에 대한 생각들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이전에는 게을렀던 나 자신과 흘러간 시간에 대한 후회가 많았다면, 변명일지 모르겠지만 요즘에는 만날 책을 만날 때에 만나게 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코로나19로 인해 도서관 휴관이 너무 길어질 것을 예상해 사두었던 책인데, 모두 다 그렇듯이 구입한 후에는 바로 읽지 않고 책상 한쪽으로 밀어 두었다. 요 며칠 심난한 시간들이 이어져 어떤 책도 읽고 싶지 않았는데 내용을 예상할 수 없는 이 책을 손에 든 순간, 잠시라도 고민과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내가 만난 문단은 이 문단이었다. 나는 이 문단이 내게 찾아왔다고 느꼈다. 내가 이 책을, 지금 만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했다. 위로가 되었다.

 


우리는 별에서 온 원자들이 우리 몸으로 모였다가 다시 흩어진다는 과학의 진실을 안다. 인간은 필멸이라도 인간을 구성하는 원자는 불멸임을 안다. 이 사실은 위안을 준다. 그러나 필멸의 생명이란, 원자들을 기계적으로 단순하게 조립한 장난감에 불과한 것이 아님도 안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주 속 유구한 생명의 흐름은 지속될 것을 알고도 개체의 소멸을 애도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한 명의 인간 개체는 생의 노력으로 쌓아 올린 경험과 지식과 기억의 온전한 집적체일진대, 그것이 죽음으로 스러지는 엄청난 사건을 우리는 어떻게 견디어야 할까? 살아간다는 기쁨, 육체 감각의 강렬함, 억제하기 어려운 열망, 넘쳐흐르는 감정들은 어디로 가는가? (134)

 



전시장에는 오래된 책의 한 면이 펼쳐져 있었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열린 라파엘 로자노헤머의 ‘결정의 숲(Decision Forest)’ 전시였다. 펼쳐진 책에는 영국의 수학자 찰스 배비지가 1837년에 발표한 논문 <우리가 거주하는 지구에, 우리의 말과 행동이 남기는 영구적인 각인> 중 한 대목이 담겼다. 그 부분을 읽어 보니 우리말 관용구 하나가 떠올랐다. "말이 씨가 된다." - P43

인간의 말소리는 공기를 진동시킨다. 이렇게 발생된 공기의 파동은 전 지구의 육지와 바다를 돌아다닌다. 인간의 말소리가 바꾸는 공기의 움직임을 지구상 대기의 모든 원자가 받아들이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스무 시간이 채 안 되다는 내용을 담은 논문이었다. 지구 위에서 생존해 온 인류의 모든 개체들이 남긴 소리와 숨결은 그렇게 공기 입자의 움직임 속에 영원히 기록된다는 것이다. 찰스 배비지는 논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지구의 공기 자체가 전 인류의 태곳적 행적부터 기록된 ‘거대한 도서관’이라고. 그러니 우리가 하는 모든 말은 지구의 공기에 진동의 씨를 남기는 셈이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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