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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 응답 - 우리가 궁금했던 여성 성기의 모든 것
니나 브로크만.엘렌 스퇴켄 달 지음, 김명남 옮김, 윤정원 감수 / 열린책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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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성의 몸을 가진 사람으로 지금껏 살아왔지만 실제로는  몸에 대해  몰랐남성과 차이점이 도드라지는 사춘기 시절부터 시작해 월경임신출산수유의 과정  남성과 공유가 불가능한 경험과 섹스피임  남성과 공유한 경험이 성이라는 카테고리를 통해   안에서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매순간 나는 내 몸의 주인이 아닌 관찰자였다. 알지 못 했고 묻지 못했다. 성과 섹스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상(혹은 성격상가끔 몸에 대한 이야기를 친구들과 나누기는 했어도 섹스에 대한 이야기는 자주 이야기하지  했친한 친구가 결혼 직후, “언니한테도  물어보겠어 이런 거를 물어볼 사람이 너희들 밖에 없어~” 시작으로 성생활에 대해 질문하곤 했는데내게는 어쩌면  질문들이  야해서(?)  친구보다 한참 전에 결혼한 나는 오로지 O, X로만 대답했던 기억이 있다. 



여성 몸에 대한 대탐험이 가열차게 펼쳐지는  책은 젊고 야심만만한 의학도  여성의 공동작품이다책의 내용도구성도 모두  마음에 든다무엇보다 재미있다나만 이런 유머를 좋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밖에도 생리 주기에 관여하는 호르몬이  가지  있다  뇌하수체라는 기관에서 분비된다뇌하수체는  아래쪽에 있는 콩알만  분비샘으로우리가 성에 관한 글을 쓰는 사람들이라 보는 것보다  성기처럼 보이는지는 몰라도  음낭처럼 생겼다. (98) 






요컨대 섹스가 인간 생존에  필요한 활동이라는 뜻이  것이다그리고 섹스를 그렇게 정의하면우리가 성욕 부족을 심각하게 걱정하는 것이 일리 있는 일이다하지만 여러분이  헷갈릴까  말씀드리는 세상에 섹스를  해서 죽은 사람은  명도 없다섹스는 추동이 아니다보상이다. (144) 





특히 눈길이 갔던 부분은 생리통에 대한 부분이다. 


나는 생리통(혹은 생리 곤란증) 심했다중학교 내내고등학교  정점을 찍었고 대학에 들어간 후로는 조금씩 나아지기는 했지만보통 여성들보다 심했다많이 잡아서 여성 6  1명은 매달 직장이나 학교를 이틀즘 쉬어야  만큼 생리통이 심하다고 하는데내가  6 중의 1명이었다일단 아랫배가 아프다배가 아프고 식은땀이 난다배가 아프고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배가 아프고 구역질을 한다배가 아프고 배가 아프고  아프다내가 생리하는 것을우리  아이들이 모두 알았다  밖에 없었다지금이라면 너무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이지만, ‘중독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언의 압박 때문에 진통제 하나 없이 매월 며칠을 그렇게 견뎌냈다. 



남자들의 군대 이야기와 여자들의 출산 이야기는 접점 포인트가 있는데아무리 반복해도 재미있고 특히나 본인이 그렇게나 재미있어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 나는 출산이야기를 할 참이다. 출산예정일이 3일이나 지난 수요일 새벽자는 도중에 양수가 터졌다책에서 읽은 대로 나는 차분히 머리를 감고(양수가 터졌을  샤워는  되지만 머리 감는 것은 가능합니다), 챙겨  가방을 들고(남편에게 들게 하고진료받던 병원으로 향했다새벽 4시였고진통은 그날 하루 종일 계속 됐다약한 생리통처럼 시작된 진통은 중간 정도의 생리통을 거쳐 심한 생리통의 단계로 들어섰는데하루가  끝날 무렵그러니까 오후 6 반이 넘어설 때쯤 나를 맡고 있던 간호사가 옆에 있는 간호사에게 ‘분만실 들어가야겠다고 말하는  들었다나는 반사적으로 형광등을 쳐다봤다전해 들은 이야기와 맘까페에서 읽었던 글에서는 극한의 고통이 계속되고형광등이 노란색으로 보일 쯤에야 분만실에 들어간다고들 했다. 다시 형광등을 쳐다봤다하얀색이었다노란색이 아니라 하얀색생각했다. ‘아직 하얀색인데 지금 들어가는 건가이렇게 애를 낳는 거야  거야?’  문단을 읽고서야 나의 ‘출산 극복기’ 혹은 ‘용이한 출산기 이해됐다. 




 당신이 남들보다 통증에 예민해서 생리통으로 엄살을 떠는가 싶다면또는 생리통이 얼마나 심한지 설명해도 남들이 좀처럼 믿어주지 않는다면우리가 생리통과 분만의 통증을 비교해 봐줄 테니  말을 전하면 남들도 아마 입을 닫을 것이다생리 곤란증이 있는 여성은 자궁이 수축할 때의 압력이 150~180밀리미터 에이치지나 된다고 한다이것만으로는 가늠하기 어려울 테니분만과 비교해 보자분만  여성이 힘을  때의 압력은 120밀리미터 에이치지다 분만  여성은 자궁 수축을 10분에 서너 번씩 겪는데생리 곤란  여성은 생리  그런 수축을 10분에 네다섯 번씩 겪는다달리 말해극심한 생리통은 분만 통증과 엇비슷한 데다가 발생 간격은  짧다그러니 아플 만도 하다. (283) 




나는 매월 출산에 버금가는 고통을 그냥  몸으로 견디며 살아왔던 셈이다바보같이한약도 먹어보고 약국에서 특별조제한 약도 먹어보았지만모두   뿐이었다진통제 하나 없이  모든 시간들을 견뎌냈고그런 인고의 시간들이 오히려 출산 과정에서 빛을 발해, 나는 죽음을 넘나드는 고통 속에서도 ‘진짜 아프다생리통이랑 비슷하네근데 언제부터 진짜 아픈거지?’라고 물을  있었던 것이다. 




생식기생리 밖의 분비물 챕터에서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 중에서 잘못 알려진 것들을 바로 잡는다이를 테면건강한 성기는 냄새가 난다, 사실 같은  말이다섹스에 대한 챕터는 (물론흥미진진하고피임에 대한 챕터에서는 여러 피임법들을 비교 설명해 준다여성 성기에 대해 자신의 몸에 대해 궁금한 모든 여성들에게 아주 유용한 책이  거라 확신한다너무 흔한 표현이라 지양하고 싶지만느끼는  그대로 말하자면일독을 권한다. 







우리가 처음 만나서 한 일은 하얀 스티로폼 음경에 콘돔을 씌우는 것이었다.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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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k and Honey (Paperback)
Rupi Kaur / Andrews McMeel Pub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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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이모는 지방에 사시는데, 4 2남의 둘째이시고, 슬하에 2 2남을 두셨다. 지금은 이모부께서 돌아가셔서 혼자 지내시는데 지난달에 엄마가 이모에게 소포를 보내실 보니, 전북 땡땡군 땡땡면, 다음에 바로 이모 이름을 쓰시는 거다. 엄마, 땡땡면 다음 주소를 써야죠, 세부 주소. 그렇게 쓰면 알아. 땡땡면 다음에 이름 쓰면 동네 사람들이 어느 집인지 아는 동네. 이모는 그런 동네에 사신다. 



언젠가 엄마는 지나가는 말로, 장성해서 결혼한 자녀들이 집에 찾아와 밥을 먹을 둘째 이모는 절대 같이 자리에 앉아 식사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이유인즉슨, 돌아가신 이모부께서 자식, 특히 사위와 함께 먹는 자리에서 그렇게나 이모에게 퉁을 주셨다고. 



when my mother opens her mouth 

to have a conversation at dinner 

my father shoves the word hush

between her lips and tells her to 

never speak with her mouth full

this is how the women in my family 

learned to live with their mouths closed

 






저자는 인도계 이민자로 캐나다에서 자랐다. 꾸밈 없는 솔직화법으로 사랑, 상실, 트라우마, 치유, 여성성, 이민, 혁명에 대해 말하는 그녀의 첫번째 시집 『milk and honey』.  7 짜리의 짧은 시를 읽으며 식탁 앞의 어느 가정을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는데 난데없이 둘째 이모가 생각났다. 




여자들의 입을 틀어막기 위한 간계는 얼마나 지구적인지. 여성의 소리, 목소리, 말소리, 고함치는 소리를 막기 위한 전술은 각 문화 사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감히 공통적이며, 그렇게 목소리를 빼앗긴 여성들은 오늘도 강요된 침묵을 조용히 받아들인다. 



인어공주처럼. 

마치 모두 인어공주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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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전쟁 - 잔혹한 세상에 맞서 싸우는 용감한 여성을 기록하다
수 로이드 로버츠 지음, 심수미 옮김 / 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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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시대』에서 지글러의 제일 중요한 질문으로, 나는 아래의 문단을 꼽는다. 




출생의 우연이라는 수수께끼는 죽음만큼이나 신비롭다. 나는 유럽에서 태어났는가? 어째서 먹고, 가진 권리도 많고, 자유롭게 있으며, 고문으로부터도 비교적 자유로운 백인으로 태어났는가? 나는 이렇게 태어났는데, 어째서 뱃속에 기생충이 우글거리는 콜롬비아의 광부는 그런 행운을 누리지 못했을까? 페르남부쿠의 혼혈인 카보클루는? 염산에 의해서 얼굴이 일그러진 치타공의 벵갈 여인은? (330) 




배고픔과 전쟁의 위협, 그리고 강간의 공포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백인 남자. 백인 남자로 태어났다는 . 사실 하나만으로도 인생의 많은 부분이 결정된다. 우리는 선택할 없다. 부모를 선택할 없고, 성별을 선택할 없고, 조국을 선택할 없다. 태어나보니 우리 엄마가 엄마이고, 여자( 분류된 사람)이고, 그리고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조건으로 인해 삶의 상당한 부분이 규정되고 제한되며 일면 보호받는다. 




『여자 전쟁』 영국 BBC 언론인 명이며, 인권과 여성 문제를 끈질기고 집요하게 파헤친 로이드 로버츠가 여성 인권 문제에 대한 취재 내용과 피해자들과의 인터뷰를 정리한 책이다. 제목이여자 전쟁』일까. The War on Women. 세상이여성 전쟁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이 일어나는 실질적인 장소가여성’, 바로여성의 이기 때문이다. 



여아 살해, 여성 할례, 여성 감옥, 광장에서의 성폭력, 인신매매, 조혼, 강제결혼, 명예살인, 강간, 강간 그리고 강간. 여성에 대한 갖은 괴롭힘과 학대, 불합리한 처우는 여성이여성이기 때문에 이루어지며, 그에 따르는 과정과 절차 결과가 합리화된다. 이유는 무엇인가. 여성이 어떠해야 함은 언제, 어디서, 누가 결정하는가. 




“ … 나는 다섯을 두었는데 아이들을 모두 먹여 살릴 수는 없어요. 여자들은 아주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합니다. 나이 남자들은 대부분 어린 여자아이들을 좋아하고, 걔들은 상황을 받아들여야만 해요. 그게 전통입니다.” 그는 딸들을 나무라듯 바라봤는데 나는 마넴마가 과연 얼마나 재혼을 거부하며 버틸 있을지 걱정스러워졌다. 


그가 설명하기 위해전통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을 나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세계적으로 여성을 상대로 하는 얼마나 많은 범죄가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벌어지고 있는 걸까? 도대체 , 인류는 세계화되고, 훨씬 많은 정보를 흡수하고, 분명히 풍부한 지식을 갖추었는데도 시대에 뒤처지고 이해할 없는 전통을 경외하는 마음을, 이성을 무시하고 법을 어기면서까지 고집하고 있는 것일까? 전통이라는 아우라는 여성혐오를 감추고 심지어 범죄행위를 합리화하기 위해 얼마나 편리하게 이용되는가? (285) 





여성 할례를 시행하는전통적이유는 부정한 성관계를 즐기는 여성의 음탕한 성향을 억제하기 위해서이다. 18세기, 사우디 왕조의 시조인 무하마드 이븐 사우드와 성직자 무하마드 이브압둘 와하브가 협약한 와하브주의에 의거, 여성은 정신적으로 결함이 있는 상태로 영원히 성숙한 인간이 없는 존재로 취급된다. 여성은 집을 나서기 전에 반드시 남성의 허락을 받아야 하며, 병원 치료를 받거나 은행 계좌를 개설하거나 교육기관에 입학하거나 여행을 때도 밖에서 보내는 순간 남성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116). 



파키스탄에서는 딸이 약혼자 아닌 다른 남자아이와 말을 했다는 이유로 딸을 죽여도, 살인자는 처벌 받지 않는다. 살인자와 희생자가 아버지와 딸이라면, 가족은 자동적으로 살인자를 용서하고 사건은명예살인으로 명명된다. 필요에 따른 살인임을 인정하는 것이다(255). 가족이 준비해둔 신랑감을 거부하고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겠다던 여성은 오빠의 손에 졸려 죽는다. 가족의 명예를 더럽혔기 때문이고 가족의 명예는 어디까지나 여성의 순결에 의해 결정된다. 순결을 잃은 여성은 생명도 빼앗긴다(266). 터키의 열일곱살 소녀 데리야는 같은 학교 남학생으로부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사랑 고백을 받게 되자, 부모는 똑같은 기술을 이용해 그녀에게 자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너는 우리 가문에 먹칠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 우리의 명예를 회복시키지 않으면 우리가 너를 죽일 거야.” (275)   




여성 착취와 학대의 근간은 여성의이다. 여성성은 불결하며, 여성은 유혹에 빠지기 쉽고, 여성은 성적인 유혹이 가능하기에 악마적인 존재이다. 따라서 정확히 " 반대로여성은 순결해야 하며, 처녀성을 생명보다 소중히 여겨야 하고, 이를 잃어버렸을 , 빼앗겼을 때는 살아있는 것보다 죽는 것이 낫다. 여성의 순결은 집안의 명예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으며, 이를 회복하는 방법은 죽음, 여성의 죽음 뿐이다. 



이러한 생각들이, 다섯 여자아이의 성기를 소독되지 않는 불결한 가위로 훼손하는 잔인한 행동의 근거이며,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는 열다섯 소녀를 죽음으로 내몰고, 여섯 살에 결혼() 두살에 임신()하고, 이십 초반에 자궁절제술을 받은 여성들을 집에서 쫓아낸다. 



The War on Women. 전쟁은 여성의 위에서 일어난다. 여성은 여성의 몸을 가지고 있기에 착취당하고 학대받으며 유린당한다. 모든 잔혹한 행위는전통이라는 이름아래에 이루어지며, 이러한 전통은 다름 아닌 사람들의생각이다. 



여성의 성은 불결하며, 동시에 여성은 순결해야 된다는 생각. 그런 생각, 그런 생각들의 .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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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4-24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의 글로 정리를 참 잘해주셨네요, 단발머리님.

잔인하고 힘든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달에도 같이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마지막에 계속되는 강간 얘기에 진짜 심호흡이 필요하더라고요.

자, 더 열심히 알고 귀 기울입시다. 그리고 계속 함께해요!

단발머리 2019-04-24 12:40   좋아요 0 | URL
전쟁에서 적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작전의 일환으로 ‘강간‘이 이용되는 현장을 읽는게 특히 힘들었어요.
좋아서, 혹은 원해서가 아니라, 할 수 있어서, 여성에 대한 범죄를 주저없이 저지르는 그 혹독함에 참... 마음이 그러더라구요.
전쟁을 누가 원하는지 모르겠지만, 가장 큰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점은 확실한 것 같아요.

더 열심히 알고, 귀 기울이고, 같이 읽어가요!!

비연 2019-04-24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과 다락방님, 정말 열심히 읽어나가시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합류하지 못하고 좇아가기 바쁜 저로서는..;;
그래도 올려주시는 책들 하나하나 보관함 넣고 구매도 하면서 열심히 좇고 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해요. 정말 마음 아프고 고통스러운 현실이지만, 외면할 수는 없는 일들이지요.

단발머리 2019-04-24 13:03   좋아요 0 | URL
보기 좋다고 해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항상 비연님과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책 이름을 기억하고, 책을 보관함에 넣고, 구매하는 일. 특히 구매하는 일!
이런 암담한 현실을 고발하고 환기시키는 책이 ‘팔리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고통스럽지만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비연님 말씀에도 동의합니다.
우리도 ‘열녀문‘을 세웠던 나라잖아요.
얼른 열녀로 등록되어야 열녀문 세워진다고 여성들의 자살을 종용했던 나라이기도 하구요 ㅠㅠ

수이 2019-04-27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모두 다 읽어야겠어요. 단발머리님.

단발머리 2019-04-27 21:14   좋아요 0 | URL
저도 <여자 전쟁> 밖에 못 읽었어요. 페미니즘 책 읽을 때는 좀 심호흡이 필요해서 ㅠㅠ
사진 이뻐요^^ 이쁜 수연님~~~
 
가부장제의 창조
거다 러너 지음, 강세영 옮김 / 당대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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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중학교에 다닐 때니까 지금으로부터 100만년 전의 일이다. 국어를 전공하신 젊은 여자 선생님이 한문을 가르쳐 주셨는데, 한문 진도를 마치고 나면 수업보다 재미난세상 사는 이야기 들려주시곤 했다. 칠판 쪽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종종 칠판 전체를 가로질러 끝없이 이어졌다. 어느 세상 사는 이야기인류 초기의 수렵채집사회는 평등한 사회였다 명제로 시작됐다. 잉여생산물의 발생과 사유재산제도의 시작 그리고 자신의 후손에게 축적된 재산을 물려주기 위한일부일처제로의 변화를 설명하셨는데, 선생님이  43쪽의 엥겔스의 주장을 읊어주셨다는 , 나는 이제야 안다. 





목축에서 발생한 잉여는 남성의 전유물이 되었고 사유재산이 되었다. 이렇게 사유재산을 획득하게 되자 남성은 그것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상속자에게 물려줄 방법을 찾다가 일부일처제 가족을 구성함으로써 목적을 달성하였다. 혼전순결에 대한 요구와 결혼에서의 성적 이중기준으로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통제함으로써 남성은 자손이 적자임을 확신할 있었고, 그래서 자신의 재산상 이익을 지킬 있었다. 엥겔스는 재산의 공동소유에 근거한 과거 혈연관계의 붕괴와 경제단위로서의 개별가족의 등장이 관련되어 있음을 강조하였다. (43) 




선생님의 입장이 엥겔스에 가까웠는지 아니면여성교환 여성 종속의 시작이었다고 해석한 레비-스트로스에 가까웠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일부일처제이되 일부다처제로 운영되고 있는 여러 문화 사회 제도하에서 여성이 받게 피해와 여성에 대한 각종 억압에 대한 설명도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선생님의 메시지보다 메신저, 선생님에게 주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간 머리 앤이 예쁘지 않다는 말을 무색하게 정도의 외모. 여드름 대장 곱슬머리의 햇병아리 중학생이었던 우리에게, 아니 나에게 선생님은 마리의 우아한 백조 같았다. 하얀 얼굴에 , , 입이 모두 예뻤던 선생님은 어깨를 지나 허리에 가까울만큼 웨이브머리를, 너무나 예쁜 갈색 웨이브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우리에게페미니즘 수업 주셨건만, 인생 흑역사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었던 우리는, 정확히는 나는, 너무나도 예쁜 선생님 얼굴만 바라보기 일쑤였다. 선생님은, 어쩜, 선생님은 저렇게 예쁠까. 저렇게 똑똑하실까. 우리도 선생님이 되면, 선생님 나이가 되면 저렇게 예쁠까, 예뻐질까. 이런 헛된 생각은 나만의 것이었으리라. 예쁜 친구들에게 길을 허한다. 



햇병아리 중학생들이 초짜 선생님을 앞에 두고 진도를 빼먹으면서 인생 공부를 있는얘기해 주세요찬스는 1 365 가능하지만, 특히 학기 , 오는 , 스승의 전후에 집중적으로 사용됐다. 날도 우리는얘기해 주세요!’ 찬스를 쓰기로 했는데, 날의 주제는프로포즈였다. 바로 얼마 전에 앳된 외모의 선생님이 이미 결혼을 하셨다는 사실을 알게 우리는 선생님에게프로포즈 받은 이야기를 들려달라 떼를 썼다. 선생님, 프로포즈 받은 이야기 해주세요~ 네에? 마지못해 시작한 선생님의 프로포즈 이야기는 결혼하신 분이 학교 선배라는 데서 시작했다. 



중딩들 : 그래서, ( 분이) 어떻게 프로포즈 하셨어요? 

선생님 : 프로포즈? 내가 했는데? 프로포즈. 

중딩들 : (일동 멘탈 탈출) ? (일동 침묵) 

선생님 : 내가 프로포즈 했어. 선배, 우리 결혼하자. 

중딩들 : (일동 침묵) ( 침묵) 

용기 있는 중딩 1: 그래서요? 그러니까 ( 분이) 뭐라고 하셨어요?  

선생님 : . 울면서 고마워!! 그러더라구. 



인류 역사 초기 수렵채집사회에서 잉여물 발생 , 사유재산의 축적으로 인한 계급의 탄생과 그로 인한 일부일처제의 도입. 그런 얘기보다 , 중딩이었던 내게 충격적인 이야기는 이야기였다. 여자가 프로포즈 있다니.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에게 좋아한다고 말할 있다니. 남자가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짐작하고는 있지만, 좋아하는 남자에게 여자가 결혼하자고 말할 있다니. 



중학생이었던 내게, 문화와 교육의 영향 아래, 매스미디어와 언론의 시선과 생각으로 똘똘 뭉친 중학생이었던 내게, 선생님의 프로포즈 이야기는 충격 자체였다. 여자는 다소곳 해야하고, 여자는 성에 소극적이어야 하며, ‘ 여자는 남자가 찾아오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기다려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그렇게 들었고 그렇게 믿었던 모든 사회적 통념을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를 쟁취한 예쁘고 앳된 선생님은 가차없이 넘어서고 있다. 내가 하자고 했어, 결혼. 




『가부장제의 창조』라는 책을 통해서 저자 거다 러너는사회에서의 종속적 위치에 대한 여성의 각성이 오랫동안(3500 이상) 지연된 이유는 무엇인가(19)”라고 묻고 있다. 무엇이 여성들을 자신을 종속시킨 가부장적 체계를 유지하고, 그들을 종속시킨 체계를 후세에 전하고, 체계를 양성의 자손들에게 세대를 이어 전하는 여성이 가담하도록 했는가,라고 묻고 있다. 



그녀의 질문에 대한 그녀의 답으로 나는 77-78쪽을 꼽고 싶다.




재생산능력의 차이, 특히 여성이 아기를 젖먹여 키우는 능력의 차이로 인해 최초의 성별노동분업이 생겨났으며(77), 이러한 생물학적 성차에 근거한 초기의 성별노동분업은 편리하였으며(functional), 그래서 남성들과 여성들이 다같이 받아들일 만했다는 것이다. (78) 




당시의 척박한 환경을 고려할 월경, 출산 아니라 모유수유로만 이루어졌던 양육은 오직 여성들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있었다. 유아의 생존 아니라 일정 정도의 인구를 유지해야 하는 공동체 전체로서도 이러한 여성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따라서, 남성이 동물 사냥을 하고 아이들과 여성들이 작은 동물 사냥과 식량채집을 했던 최초의 성별노동분업은 당시로서는 적합하고 적절한 조치였다



문제는 이러한 초기의 성별노동분업이 지속되면서 그것이 이데올로기화되고, 자궁이 있는 사람에게 출산을 강요하는 논리로 자궁이 없는 자의 부엌 출입을 막는 형태로 발전했다는 있다. 월경과 출산에 대해서는 말이 너무 많은 관계로 모유수유에 대해서만 간단히 의견을 밝히자면, 분유를 타서 아이를 먹이고, 트림을 시켜주고, 잠깐 아이를 세워 안아주며, 젖병을 소독하는 일은 성별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모두 알고 있는 일이며, 다만 모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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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3-18 14:3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크- 좋습니다, 단발머리님. 좋으네요.
이 페이퍼 자체가 너무 좋고 페이퍼안에 실린 이야기도 너무 좋고요.
그러고보면 나는 페미니스트 선생님을 만난 적이 있던가, 돌이켜보게 되는데.. 딱히 기억나는 선생님이 없어요.

한심한 남자 선생님들은 생각나에요. 수학 남자 선생님은 ‘이대 나온 여자는 안돼‘ 라고 하면서 당시 우리의 무용선생님을 험담했어요. (이대 나온 분이셨거든요). 또 우리 학기중에 선생님이 결혼했는데, 와이프가 지하철안에서 성추행 당했던 얘길 하면서, 그 때 와이프가 나한테 ‘왜 그 자리에서 자기를 도와주지 않았냐‘ 화를 내서 ‘그럴 땐 괜히 끼어들면 안된다‘ 고 자기가 말해서 아내가 속상해 했단 얘기... 그 얘기 들으면서도 물음표 백개 됐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진짜 쓰레기였어요.

아아.. 단발머리님. 페미니스트 선생님 만난 건 진짜 운이 좋으셨어요. 저는 저런 개같은 ...

대학시절 전공 교수도 생각나네요. 저희 과 애 하나가 긴 원피스 입고왔는데, ‘너 보험아줌마 같다‘ 이러신.... 아, 저 그 때 같이 웃었네요. 흑역사 ㅠㅠ

단발머리 2019-03-18 14:59   좋아요 3 | URL
저는 그 때 천사처럼 예뻤던 우리 선생님이 해주셨던 이야기가 ‘페미니즘 수업‘인 줄 몰랐어요. 그냥 그냥 듣고 있던...
이제야 기억이 새록새록 나고요. 생각해보니 <꽃들에게 희망을>을 읽어주셨던 도덕 선생님도 생각나네요.
아... 선생님, 고마운 선생님들.

생각해 보면 일상의 그런 이야기들, 이대 나온 여자 안 돼!, 성추행 모른 척 하는 남편 선생님 이야기가 자꾸 재생산 될 수 있는 건, 그 사람들이 선생님이었기 떄문인것 같아요. 선생님 말이니까, 어른 말이니까. 듣는 학생, 듣는 아랫사람의 입장에서는 바로 대꾸를 할 수 없는 그런 구조가 있는 것 같아요. 우리 모두 그 때 아무말도 못 했고, 또 어쩔 때는 같이 웃기도 했구요.
흑역사가 우리 잘못은 아닌데, 그래도 후회되기는 해요. 저게도 그런 순간이... ㅠㅠ


2019-03-18 16: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19 1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19 1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19 1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블랙겟타 2019-03-21 2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선생님을 만나셨었네요.^^
저는 겨우 읽어가고 있는데 정리를 잘해놓으셔서 다시 읽을 힘이 생겻어요!!

맞아요.모두 알고 있지만 모르는 척 할뿐이죠..

단발머리 2019-03-22 12:28   좋아요 2 | URL
네, 제가 좋은 선생님을 많이 만났더랬습니다. 학교는 엄했지만... 다음에는 혹독했던 학교 분위기를 좀 써볼까봐요.
요즘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속속들이 일어났던... 그런 학교 이야기....

열심히 읽으시고 또 잘 정리된 리뷰 올리실 줄 알고(믿고) 기다릴께요.
신나는 금요일이네요. 블랙겟타님~~ 메리 불금^^

블랙겟타 2019-03-22 13:38   좋아요 0 | URL
네. 단발머리님도 메리 불금~ ♪ ٩( ´ω` )و ♪

엔리케 2019-10-21 1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글 감사합니다.

단발머리 2019-10-22 13:52   좋아요 1 | URL
읽어주셔서 제가 감사합니다^^

공쟝쟝 2022-07-07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의 서재란 이 글을 나에게 이렇게 데려다 주었다.... 응... 그 선생님 너무... 좋고.. 멋지고... 그리고 중학생 단발머리님 ㅋㅋㅋㅋㅋ 어머어머!!
 
화성 연대기 샘터 외국소설선 5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김영선 옮김 / 샘터사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화성 연대기』화씨 451』 함께 레이 브래드러리의 대표작 중의 하나로 꼽힌다. 1999 1월부터 2026 10월까지 인간이 화성을 정복하는 과정을 시간순으로 그려내었다. 원래는 장편소설로 집필된 것이 아니었고, 1940년대 후반에 여러 잡지에 발표된 화성 관련 단편들을 연대기 형식으로 묶은 것이다. 이른바픽스업장편으로,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완결성을 갖는다. (‘옮긴이의 ’, 402) 



지구인과 화성인의 만남을 그린 <2002 8, 한밤의 조우> 화성으로 이주하려는 흑인들과 이를 막는 백인들의 갈등을 그려낸 <2003 6, 하늘 한가운데 길로> 좋았지만, 제일 좋았던 작품은 <2005 9, 화성인>이라는 에피소드다. 




라파즈 부부는 오래전에 죽은 아들 톰을 잊기 위해 지구를 떠나 화성에 정착한다. 내리는 , 라파즈는 어둠 속에 있는 작은 사람의 형체를 발견하고, 아이가 톰처럼 생겼다고 생각한다. 라파즈의 아내는 사람 형체의 존재를 쫓아내려 하지만, 라파즈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들의 이름을 부른다. 




, 네가 맞다면, 만에 하나 네가 진짜 톰이라면 말이다, 내가 빗장을 지르지 않을 테니까, 추워서 몸을 녹이고 싶거든 이따 들어와서 난로 옆에서 자도록 해라. 거기에는 털가죽 깔개도 있어.” (269) 




아침에 세수할 물을 길으러 운하에 가려고 밖으로 나가려던 라파즈는 물통 가득 물을 길어오는 톰을 만난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아버지?” 톰이 돌아왔다. 톰이, 죽었던 아들, 죽었던 아들 톰이 돌아왔다. 라파즈의 아내 역시 놀라지도 않고 돌아온 톰을 스스럼없이 대한다. 톰이 들어왔다. 



며칠이 지나고, 라파즈 부인은 시내에 나가보고 싶다고 한다. 톰은 시내가 무섭다고, 사람들이 무서워 가고 싶지 않다고 하는데도, 라파즈 부인의 고집에 어쩔 없이 같이 시내에 가기로 한다. 라파즈는 보트에서 잠든 아들을 쳐다본다. 




대체 아이는 누구이고 정체는 무엇일까? 우리처럼 사랑에 굶주린 아이는 누구일까? 고독을 참지 못해 외계인 캠프로 들어와 우리 기억 속에 있는 목소리와 얼굴로 변장을 하고 아내와 사이에 불쑥 나타나, 우리에게 받아들여지고 비로소 행복해진 아이의 정체는 무엇일까? 어떤 아이일까? 어느 산에서, 어느 동굴에서 왔을까? 지구에서 로켓이 왔을 세계에 남아 있던,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작은 종족에서 것일까? (277) 




시내에 들어섰을 술에 취한 남자 셋과 부딪혀 피하느라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 라파즈는 톰이 사라진 알게 된다. 라파즈는 아내를 진정시키고 톰을 찾아 헤매다가 스폴딩의 딸아이 러비니아가 그날 집으로 돌아왔다는 소문을 듣게 된다. , 행방불명되었다가 바다 밑바닥에서 몹시 부패한 시체 상태로 발견되었던 아이, 아이 러비니아가 집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라파즈는 스폴딩의 집으로 찾아가 러비니아를 만나 그녀에게 애원한다. 




하지만 엄마 생각을 해봐. 엄마가 받을 충격을.” 

사람들의 의지가 너무 강력해요. 그래서 마치 감옥에 갇힌 느낌이에요. 마음대로 예전 모습으로 바꿀 수가 없어요.” 

너는 톰이야. 톰이었고. 그렇지 않니? 노인을 놀리면 . 너는 진짜 러비니아 스폴딩이 아니잖아?”

나는 누구도 아니에요. 나는 다만 나일 뿐이에요. 어디에 있든지 간에 나는 어떤 존재예요. 그리고 지금의 나는 당신을 어떻게 도울 없는 존재예요.” (284)  




결론은 너무 슬프다. 아무의 얼굴도 아니며 모든 이의 얼굴이었던 그녀/그는 사라진다. 




아무런 소용이 없지만 이렇게 불행에 맞닥뜨려져 묻는다. 라파즈 부인은 톰을 억지로시내에 데리고 갔을까. 아무리 엄마라고 해도 아들이 싫다는 일을 강요했을까. 죽었던 아들이 살아왔는데 시내 구경에 집착했을까. 톰의 정체를 불안해하던 라파즈는 아내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반응하지 않았을까. 라파즈 부인의 고집은 죽었다가 돌아온 아들 톰을 바꿀만한 것이었을까. 지극히 작은 사소함이 부른 엄청난 비극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변신의 의무가 누구에게 있는가, 소설이 주는 질문 중의 하나다. 화성을 침략한 지구인은 변하지 않는다. 그들은 여전히 지구인이고 화성에서조차 떠나온 지구를 실현한다. 하지만 침략 당한 화성인은 예전의 모습으로 없다. 화성인은 변신해야 하는데, 침략자인 지구인이 원하는 모습으로, 지구인이 원하는 목소리로, 지구인이 원하는 얼굴로 탈바꿈해야 한다. 그래야만 생존할 있다. 변신은 침략 당한 화성인들만의 몫이며, 변신을 요구하는 지구인들의 목소리가 끝없이 높아질 , 화성인은 파멸을 피할 없다. 침략 당한다. 그들의 행성 화성이 그러했던 것처럼. 



나는 누구도 아닌, 다만 나일 뿐이라는 화성인의 말이 무겁게 들린다. 어디에 있든지 나로서 존재하고 싶고 또한 존재하고 있음을 인정받고 싶어하던 화성인은 결국 누구도 되지 , 그렇게 지구인들에게서 멀어져 간다. 소리치는 지구인들의 욕망에 그녀/그는 아무도 되지 한다. 자신의 얼굴을 잃어버린다. 



어젯밤에는 오랫동안 라파즈에 대해 생각했다. 돌아온 톰이 톰이 아니란 알아챘던 라파즈에게 톰의 정체가 밝혀진 현실은 어떨까. 남겨진 그가 사는 세상을 어떠할까. 톰이 톰이 아닌 알고 있지만, 톰을 톰으로서 믿고 사는 편이 나았을까. 아니면 톰은 톰이 아니니, 톰이 아니란 알게 현재가, 진실이 드러난 현실을 사는 것이 그에게는 나을까. 어느 편이 행복할까. 어느 편이 참을 만할까. 어느 편이 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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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9-03-02 0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작가, 좋아하는 책이예요. 읽었는데도, 단발머리님의 글을 읽으니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단발머리 2019-03-02 08:04   좋아요 1 | URL
저는 이제서야 레이브래드버리를 알게 된 사람입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
안 그래도 책 찾아보다가 보슬비님 리뷰도 보았구요.
이 리뷰 올렸더니, 알라딘이 <보슬비님도 ‘화성연대기‘를 재미있게 보고 리뷰를 남기셨다>고 알려주세요.
친절한 보슬비님, 친절한 북플^^

책읽는나무 2019-03-02 07: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플과 보슬비님 댓글의 일치된 조화!!
ㅋㅋㅋ
영광이겠습니다^^
저도 어떤 작가님이 추천한다는 말을 들은후,읽고 싶어요!에 기록한후,쭉쭉 밀려나버려 잊고 있었네요.
아쉽게도 저희 도서관엔 없더라는...ㅜㅜ
희망도서 신청이라도 해야겠어요.

단발머리 2019-03-02 08:06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오늘 아침에는 북플과 보슬비님이 모두 레이브래드버리를 응원해 주시네요.

희망도서 신청하신다는 생각에는 엄청 찬성합니다만,
아쉽게도 이 책이 절판이라서요 ㅠㅠ
저도 책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 책으로 읽었지만, 그래도 이게 웬떡이냐! 하면서 감지덕지 읽었습니다.
근처 다른 도서관에서라도 책나무님도 이 책을 만나실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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