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독서 - 현재진행형, 엄마의 자리를 묻다
정아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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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shin님은 책이 읽었던 육아서 중에 최고라고 하셨는데, 그런 찬사에 동감한다. 사실 엄마의 독서,라는 제목에서는 한국의 흔한 엄마를 상상하게 된다. 독서가 좋대. 독서 하는 애들이 공부도 한대. 그러니까 책을 많이 읽혀야 . 책도 많이 사야 돼고. 그래서 이번에 새로 전집 그거 들여놓았잖아. 아이들을 위해 책을 찾아보고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책을 구입하는 엄마들을 폄하하려는게 아니다. 연령에 적합한 독서지도법이 있고, 여러 읽을만한 좋은 책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권하는 일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엄마 독서 대부분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권하기 위한선별 작업이다. 당연히 필독서 위주일 수밖에 없고, 책을 권하는 기간도 매우 한정적이다.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 학원 숙제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0세부터 10세까지가 책을 제일 많이 읽는 연령대다. 본격적으로 어려운 책들을 읽기 시작하고, 한국말의 유려함을 음미하고,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책읽기가 가능해지는 연령의 아이들은 모두 문제집과 뜨거운 중이다. 



그래서 이런 방향 목적으로엄마의 독서라는 책을 집은 사람이라면, 그런 엄마라면 적잖이 실망할 밖에 없다. 책은엄마의 독서 대한 책이다. 엄마라고 호명된 사람이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아가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읽어나가는 독서 여정에 관한 책이다. 책의 시작점 자체가페미니즘 모먼트이다. 결혼 이후아내, 며느리, 엄마라는 새로운 신분에 편입된 이후 그녀가 겪었던 불합리한 처우에 대한 억울함이 독서 여정의 강력한 추진력이 되어준다.  



하루아침에 남편과 사회 전체가 한통속이 되어 적군으로 변한 듯한 상황에서 나는 자포자기 상태로 나날을 보냈다. 그런 상황은 끝날 없이 영원히 이어질 것이고, 남편과 나의 차이는 날이 갈수록 커질 것이었다. 그는 대리에서 과장으로, 차장으로, 부장으로 승진하고 연봉도 차곡차곡 오르며 가방끈도 길어질 것이나, 나는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영영 음식물 쓰레기를 치우고 식탁 밑을 기어 다니며 밥풀을 떼어내고 아이들에게 소리를 질러댈 것이었다. (49)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힘든 무엇이냐는 질문에 저자는 주저없이외로움이라고 말한다. 세상에 오직 혼자만 있는 같은 느낌, 건너로 화려하고 북적이는 세상이 보이는데 나만 홀로 외딴 섬에 고립돼 끝없이 고행을 반복하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아이 친구 엄마들과의 관계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나는 반대였다. 다시 일을 하게 된다 해도,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 해도 스스로를전업주부라는 카테고리에 넣고 싶지 않았다. 뻔하고 단순한 것을 받아들이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이 친구 엄마들과의 관계에 목매지 않았다. 적어도 내게는, ‘다음주에 만날까?’하고 전화할 친구들이 있었고,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하기 어려울 때는우리집에 놀러와~’ 말할 후배가 있었다. 양쪽 부모님들이 가까이 사셨고, 언제든 아이를 봐주시겠다고 하셨다. 나는 학교 모임 자체에 거부감이 있었다. 가능하면 ‘** 엄마 호출되는 모든 자리를 피했다. ‘** 엄마 빼고서는 나를 설명할 다른 말이 없었는데도, 나를 규정할 다른 단어가 전무한데도, 나는 ‘** 엄마로서의 나를 거부했다.   



엄마들과 많이 어울리지 않았기에 사교육 정보에는 완벽하게 무지했다. 큰아이 4학년때, 임원 아이들 엄마 모임에서 아이의 영어 학원 레벨을 말하며 자랑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엄마를 봤다. 아이가 어느 대학에 갔는지를 자랑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기는 하다. 아이가 좋은 대학에 것이 엄마의 성과이기에 자랑해도 된다는 암묵적 동의가 지배하는 한국 사회이기는 하지만, 영어 학원 레벨을 자랑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티가 났는지 어쩐지 모르겠지만, 나는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하이라이트는 다음이었다. 다른 엄마들이 다들 감탄하며 엄마를 부러워하는 것이다. ? 그래요? 브릿지야? , 브릿지? 브릿지는 청담어학원 레벨 하나다. 나는 세계와도 친하지 않았다. 소신만으로는 일이었다. 한국에서 교육은 가장 중차대하고 엄중한 투자 대상이다. 남편과 나는 사교육에 관한, 아이들 공부에 대한, 사교육비 지출에 대한 생각이 일치한다. 나는엄마표정보에 일희일비 하지 않을 있었다.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 학습에 대한 강박관념에 시달리던 저자는아이들은 어떻게 배우는가』 읽게 , 틀에서 인간의 특성을 보고 근본적으로 사유하게 되면서 한결 자유로워진다. 자잘한 현상 하나하나에 일일이 흔들리지 않는 힘을 얻게 된다. 『아이들은 어떻게 권력을 잡았나』에서는 양육에서 아이들이 가진 무한한 파워에 의문을 제기하고, ‘민주적인 엄마라는 신화에 도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단호하게 대처해야 하는 순간에도 망설이고 뭉그적거렸던 자신의 모습을 자꾸 떠올리게 됐던 저자는 일관되고 단호한 어조의 엄마가 이랬다저랬다 하는 엄마보다 아이들에게 혼란스러울 것임을 알게 된다. 



나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사항의 리스트를 만들었다. 안전과 공동체에 대한 예의. 가지가필수 규칙 주를 이루었다. 범주에 들어가는 문제들에 한해서는 일관되고 단호한 태도를 보이되, 나머지 문제들에서는 최대한 허용해주자는 것이 내가 정한 방침이었다. (168)  


그에 더하여 숱하게 많은 육아서를 읽어왔던 경험치로 기존의 육아서들의 한계를 발견한다. 나는 지적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책을 통과해가면서 알게 되었다. 내가 읽었던 육아서들이 실은 엄마들용으로 마련된자기 계발서였다는 것을. 육아와 가사를 온통 엄마 사람에게 뒤집어씌우는 사회구조를 직시하기보다는 시선을 엄마인 자신에게로 향하게 만드는 자기계발서. 아이의 육신과 정신 모두 너에게 달려 있으니 시종일관 자신을 채찍질하여 어떠한 순간에도 아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이를 악물어야 한다고 말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엄마로 있음에 감사해야 한다고 부르짖는 자기계발서. (166) 



나도 그런 말을 하던 사람이었다. 나도 생각없이 그렇게 말하던 사람이었다. 육아서, 가끔 읽어줘야 한다고. 아이들 크는 금방이라고. 금방 커서 훌쩍 곁을 떠나갈 거라고. 그러니까 지금 예뻐해주고 사랑해 줘야 한다고. 30 가까이 살아왔던 자신을 잊고 자신을 뒤로 하고, 이제 엄마로 살라고. 엄마로서만 살라고 말하는 그런 , 책들.  



현재진행형, 엄마의 자리를 묻는 엄마의 독서. 정아은 작가가 찾은 답이다. 



정말 좋은 엄마가 되려면좋은 엄마 되려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세상에좋은 엄마 없다. 30 동안 엄마가 아닌 상태로 살아오고, 그에 따라 자기 고유의 성향과 습속과 역사가 형성돼 있고, 행복과 성과와 명예를 추구하고 싶은 인간이 자신의 여러 역할 하나로엄마 받아들인 상태가 있을 뿐이다. 엄마가 아이와 맺는 관계는 엄마가 다른 많은 사람들과 맺는 관계의 일부분이다. 다른 관계보다 가깝고 영향력이 뿐이다. 엄마가 자신을 둘러싼 우주와 연계를 끊어버리고 오직 엄마로만 기능하려고 하면, 아이와 우주의 관계도 끊어진다. … 


그러므로 좋은 엄마가 되려면, 그냥 자신이 좋은 사람이 되면 된다. 내가 좋은 인생을 살면 된다. 내가 하고 싶은 하고, 감정에 충실하고, 다른 이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으면 된다. ‘엄마 나의 수많은 정체성 하나일 , 나의 정체성 자체가 되지 않도록 하면 된다. (263) 




아주 시원시원하게 읽히는 책이다. ‘이라는 동아줄을 붙잡고 기쁨과 슬픔, 외로움과 질투, 행복함을 함께 엮어낸 작가에게 화이팅을 전한다. 



좋은 엄마. 번도 좋은 엄마이길 원한 적이 없었다. 없다는 알았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다정한 엄마가 되고 싶었다. 영양 만점 집밥 대신 오뚜기 컵밥을 줘도 다정한 엄마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정한 엄마가 되고 싶다.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다. 


만났을 , 우리가 만났을 , 


다정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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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8-08-06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뚜기 컵밥은 아니지만 이제 막 버거킹 버거 멕였지만 그래도 저도 다정한 엄마❤️

단발머리 2018-08-06 16:18   좋아요 0 | URL
집에 들어갈 때 버거킹 버거 사 가려고 해요. 오늘 저녁은 콰트로치즈와퍼. 3900원입니다.
야나님은 다정한 엄마 맞구요. 다정한 사람 맞아요.

이제 제 차례예요.
저는 다정한 엄마, 다정한 사람이 될 꺼예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8-08-06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꼭!! 읽어보겠습니다. 불끈!!

단발머리 2018-08-09 08:38   좋아요 0 | URL
남자 아이 둘을 키우다 보니 힘든 순간이 많아서 욕하는 장면이 간간히 나옵니다. ㅎㅎㅎㅎㅎㅎㅎ
제 생각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도 조금 있었구요.

위의 제가 인용한 마지막 문단이, 평소의 제 생각과 일치해 전 그 점이 좋았어요.
다락방님표 감상도 기대되네요~~

책읽는나무 2018-08-06 1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두 다정한 엄마 되고 시포요!!
허나~~여름에 덥다길래 학원 끊고 집에서 같이 숨을 토해내고 있자니~~폭염속 실내에선 전기세 무서워 에어컨을 켰다,껐다를 반복하면서 결코 다정해질 수가 없네요ㅜㅜ
이건 폭염때문만은 아닐진대~~~???

단발머리님 글을 중간에 읽으면서 문득 얼마전에 읽은 김소영작가의 에세이집에서 읽은 일본 책방답사중 어느 서점에 아동도서코너가 있었는데 그곳 중간 작은 코너에 엄마 자신들을 위한 추천도서가 있었대요.거기엔 주로 페미니즘 책들이 많았답니다.
엄마지만 여자인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수련?해가는 것이 ‘엄마의 독서‘인셈인거죠.
님의 글에서 많이 겹쳐지면서 읽혔어요^^

그리고.....다정한 엄마!!
이건 제겐 많은 수련이 필요합니다만....저두 하고 싶네요.
여름방학동안만이라도~~~우리 해보아요^^

단발머리 2018-08-09 08:44   좋아요 0 | URL
아, 학원도 끊었다니 아이들과 함께하는 진정한 방학이시군요. ㅠㅠ
책읽는나무님, 아이가 셋인 엄마는, 그것만으로도 그냥 마구마구 박수받아야 한다고 전, 생각합니다.
에어컨은 켰다, 껐다 하면 전기세가 더 많이 나온다고 하더라구요. 흐흑...

김소영 작가의 책도 좋군요. 저도 제목이 특이하고 좋았어요.
사실 그런 생각도 조금 했거든요. 진심일까.
인기 많고 텔레비전에 나오는 유명인이 아니라, 운영이 걱정되는 작은책방을 낸 일을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을까...
진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는 걸 보노라면요.

여름방학에는 특히!!
다정한 엄마가 어렵네요. 그러나, 우리.... 해보아요!!!

라로 2018-08-07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정한 엄마!!! ㅎㅎㅎㅎ (모든 엄마들의 로망일까요? ㅎㅎㅎㅎ)

단발머리 2018-08-09 08:46   좋아요 0 | URL
라로님은 다정한 엄마세요~~~
라로님댁 자녀들이 엄마 생일에 내미는 생일 카드를 보면 단번에 알 수 있어요.
진심 부럽사옵니다~~~

저도 엽서세트 사러 갈까봐요. 아이들에게 먼저 엽서를 쓰는 다정한 엄마.... ㅠㅠ
 
힐러리 클린턴 - 페미니즘과 문화전쟁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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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도날드 트럼프의 기행을 1 이상 보아왔던 상태에서 읽는힐러리 클린턴』 감회가 새롭다. 저자 강준만 교수는힐러리학 핵심을 페미니즘과 문화전쟁으로 보았다. 문화 전쟁의 전선으로 첫째, 진보-보수 갈등의 이념 전선. 둘째, 남녀 차별을 넘어서려는 페미니즘 전선. 셋째, 매우 강한 권력의지 또는 권력욕을 충족시키려는 권력 전선. 넷째, 기득권 체제에 도전한다고 믿음으로써 독선을 정당화하는 소통 전선. 다섯째, 공적 봉사와 자신의리무진 리더쉽행태 사이에 아무런 갈등이 없다고 믿는 위선 전선을 꼽았다.(20) 



대학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 남자와 결혼하는 일은 흔치 않다. 게다가 미국 아니라 이제는 한국에서도 대학 시절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한 남자와 이혼하지 않고 오래 사는 일은 흔치 않다. 힐러리가 그런 경우다. 1969 3 31일에서 웰즐리대학 최초의 학생 졸업 연사였던 힐러리는 반전에 대한 열정적인 연설로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주요 언론에 자신의 이름을 올린다. 예일대학 법대에 입학했을 이미 유명인사였던 힐러리는 도서관에서 흘깃흘깃 자신을 쳐다보는 클린턴에게 통성명을 먼저 제안한다. 클린턴과 사랑에 빠진 힐러리는내가 만나본 남자들 나를 두려워하지 않는 유일한 남자였어요.”라고 말했고, 반면 클린턴은그녀는 내가 일찍이 남자든 여자든 어느 누구에게서도 찾아보지 못했던, 강인하고 침착한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했다. (55)  



권력 지향적이었으며, 대통령을 꿈꾸는 남자와 사귀고 싶어했던 힐러리는 클린턴을 선택한다. 아칸소주 하원 의원 낙선, 아칸소주 법무부 장관 당선, 아칸소 주지사 당선, 주지사 재선 패배, 아칸소 주지사 재도전 성공, 그리고 대선 도전. 클린턴은 대선 출마 발표 연설에서새로운 형태의 리더쉽 약속한다. 그는 아주 태연하게 할인 세일 구호까지 동원해가면서하나를 사면 하나는 공짜 Buy One, Get One”라고 했다. 힐러리가 워낙 똑똑하니 자신을 찍으면 대통령 하나를 거저 얻는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모두 인정하듯 힐러리는 클린턴 당선의 일등공신이었다. “나는 그저 남자 곁에 있는 그런 여자가 아니에요.”라는 그녀의 그대로, 백악관 입성 이후 힐러리는 전통적인 퍼스트레이디 역할에 머물지 않고힐러리케어 불리는 의료보험 개혁을 추진했다. 힐러리 보좌진의 규모는 30 정도로 부통령의 보좌진보다 많았고, 백악관의 사무실에 대통령과 부통령의 사진을 나란히 거는 관행도 바뀌어 클린턴과 힐러리의 사진이 나란히 걸렸다.(129) 하지만, ‘트래블게이트’, ‘포스터게이트’, ‘트루퍼게이트 인해 지지도가 추락하고 중간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힐러리는 2선으로 물러나 클린턴을 뒤에서만 돕겠다고 선언한다. 



1998 1 17, 클린턴과 모니카 르윈스키의 스캔들이 터진다. 주지사 시절부터 끊이지 않았던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은 급속하게 확대되었는데, 우익의 거대한 음모에 언론이 날개를 달아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언론들은 별다른 확인 없이 익명의 제보만으로 오보를 일삼고 선정적인 보도를 일삼았다.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은 자체로 하나의 사업이 되었다. 국가 예산 4,000 달러를 들여서 만든 스타 보고서는 본문만 500여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었으며, 공개하지 않기로 했던 클린턴의 대배심 증언마저 끝내 방송되었다. 1999 2 12, 상원은 클린턴에 대한 탄핵안을 부결했다. 이후 힐러리는 뉴욕주 상원의원에 당선되며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섰다. 민주당 경쟁자는 정치 신예 오바마였다. 페미니스트 운동가이자 언론인인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힐러리 지지를 선언했다. 



스타이넘은흑인인 오바마를 지지하는 것은 인종 통합이고, 여성인 힐러리를 지지하는 것은 남녀 갈등 조장이라니 말이 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녀는오바마처럼 지역사회 운동가와 변호사, 주의원 8년에 흑백 혼혈이라는 동일한 조건을 갖춘 정치인이 여성이었다면 대통령 후보에 오를 있었겠는가라고 물으며, 미국 정치가 여전히 여성들을 조직적으로 배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70) 



오바마가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있었던 언론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언론은 무엇보다 감동적인 스토리텔링의 관점에서 오바마의뉴스 가치 힐러리의뉴스 가치 압도한다고 판단했다.(281) 대통령에 취임한 오바마는 힐러리를 국무장관으로 기용했다. 취임 이후 오바마의 지지율이 추락했을 때는 미국 국민 3분의 2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클린턴이 나섰다. 클린턴은 오바마의 재선을 위해 열심히 뛰었지만 이는 모두 힐러리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이라크 전쟁 지지, 퇴임 이후 클린턴 부부의 고액 강연, 힐러리 패밀리의 특권 퍼레이드, 이메일게이트 등으로 여러 고비가 있었지만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 트럼프의 비상식적 언행으로 공화당 의원들의 힐러리 지지 선언이 줄을 이었다. 대부분의 언론과 여론조사 기관들이 힐러리의 낙승을 예상했다. 하지만 우리가 이미 아는 대로, 힐러리는 48.2% 득표율로 46.1% 트럼프를 앞섰으나, 선거인단 수에서 227 그쳐 304 선거인단 수를 확보한 트럼프에게 패했다. 대통령이 되고자 했던, 가장 높은 곳에 가고자 했던 힐러리는 실패했다. 



맺는말힐러리를 위한 변명 책의 백미다. 저널리스트 엘리자베스 콜버트의 말이다. 



정치적 경주에 임하는 여성 앞에는 온갖 종류의 장애물이 막아선다. 여성이 책임을 정도로 충분히 강하지 못하든 심술궂은 성격 때문이든 상관없다. 또한 여성이 너무 남성적이거나 남성적이지 못해도 마찬가지다. 외모가 괜찮아도 반대 세력이 생겨나고 못생겨도 마찬가지다. 기혼으로 자녀를 기르는 것도 미혼에 자녀가 없는 것만큼이나 문제가 된다. 정리하자면, 여성에게는 암묵적으로 이중 잣대가 적용된다. 여성 정치인은 남성 정치인보다 순수한 목적을 가졌으며, 동정심이 많으며, 개인적인 야망보다 사회적 이슈가 원동력으로 작용한다고 가정한다. 요컨대, 우리는 여성에게 정치라는 것을 넘어서 달라고 요구한다. (416)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여성에게도 강요되는 이중구속 double bind 환경은 대통령을 꿈꾸는 여성에게는 더욱 강력하게 작용한다. 힐러리는 자신이 겪은 이중구속의 딜레마를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여성들은 딜레마에 처하곤 한다. 한편으론 똑똑하게 자립해야 한다. 반면, 아무도 언짢게 하지 말고 누구의 발도 밟지 말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자기주장이 강하다는 이유로 아무도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 (417) 



거짓말쟁이, 자신의 말과 일치하지 않는 행동을 개의치 않는 사람, 독선적이고 오만한 사람. 그런 사람이 나라의 지도자가 되는 것이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개인적인 매력 역시 무시할 없는 요소다. 뚜렷한 이유 없이 싫은, 이유 없이 미운 비호감의 근거를 추론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여러 언론의 집중 포화 속에서힐러리 욕하기’, ‘힐러리 죽이기 게임의 하나로서 작동했음을 부인할 없다. 이에 더해 가진사람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야망 가진여성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무의식적인 편견 또한 고려해야 한다



여성해방주의 주창했다고 하기에는 힐러리의 주장들은 밋밋한 감이 없지 않다. “인간의 권리는 여성의 권리, 여성의 권리는 인간의 권리라는 주장이 그렇게도 과격한 주장인가. 결혼식 피로연에서남편의 성을 따르지 않고 힐러리 로댐으로 남겠다 선언으로 클린턴의 어머니를 울렸던 힐러리는 클린턴의 주지사 재선을 앞두고서는힐러리 클린턴 되겠다고 선언한다. 그녀를 둘러싼 현실이 그러했고 그러한 현실이 그녀에게 그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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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8-06-23 0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힐러리에 대해서는 여러 생각이 교차하는데요. 일단 여자이기 때문에 그의 업적이나 능력이 과소평가 된 것은 맞다고 생각해요. 제가 트럼프가 당선된 다음에 남편에게 흑인은 대통령이 되도 여자는 아직 안되는군 하고 말하긴 했는데요.어느정도 사실이긴 하지만 그게 전부 다는 아닌 듯 해요.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가 된 거는 미국 선거제도의 문제이기도 했구요. 실제로 힐러리가 더 많은 표를 얻었으니까요. 아들 부시때도 일어났던 일인데 선거인단으로 해서 이긴 주의 숫자를 다 먹는 이상한 방식때문에 일어난 일이기도 하죠.
저 역시 힐러리를 찍었고, 트럼프랑은 비교도 할수도 없이 나은 사람인건 맞지만 힐러리 좋아서 찍은 건 아니거든요. 능력있고 똑똑한 사람이지만 그만큼 탐욕도 많고 인간적으로 끌리지 않는 것도 사실이에요. 버니 샌더스랑 경선할 때 민주당 지도부? 와 손잡고 상당히 편파적으로 한 것도 그렇구요. 저는 여자이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 것도 안되지만 마찬가지로 여자이기때문에 우리가 지지해야 한다는 것도 반대에요. 박근혜라는 대표적이 예가 있잖아요 물론 힐러리랑 비교한다는 거 말이 안되지만요. 머리에 떠오른 건 많은데 제 생각이 제대로 표현되었는지는 모르겟네요.

단발머리 2018-06-23 10:22   좋아요 0 | URL
미국 선거제도의 특이성은 미국 대통령 선거 있을 때마다 듣게 되는데 아무튼 참 신기한 것 같아요. 각 주의 독립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그런거겠죠?

이 책에 소개된 이야기만 봐도 힐러리가 개인적인 욕심도 많이 부리고 명성을 이용해 축재도 많이 하고 그렇기는 한것 같아요. 이메일 게이트도 단순하게 볼 일은 아니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저자는 힐러리가 ‘여자‘이기 때문에 더 가혹한 평가를 받지 않았나 하고 문제제기를 했어요. 그러니까, 여자이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 건 안되지만 여자라서 지지하는 건 아니다, 라고 생각하잖아요. 전 그게 맞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힐러리는, 여자이기 때문에, 거의 모든 면에서 불공정한 대우 혹은 평가를 받은건 아닌가 하고 이 책은 묻고 있어요. 이를 테면, 정치의 본질인 갈등 상황에 대처하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정치인에게는 ‘후안무치‘라는 정치 근육이 필요한데, 남성 정치인에게 그것은 꼭 필요한 자질인 반면 여성 정치인에게 이것은 치명적 결함이 될 수 있다는 거죠.

세계적으로 성공한 여성 지도자들의 공통된 특성은 대부분 ‘호전성‘이었다.
이런 이야기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 같구요.
저도 제 생각을 제대로 표현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나저나, 지난 대선에서 진짜 힐러리를 찍으신 분이랑 힐러리 이야기 하니까 완전 좋은대요^^

psyche 2018-06-23 11:46   좋아요 0 | URL
여자라서 불이익을 받은 점이 있다는 거 완전 동감합니다. 하지만 페미니즘 쪽에서는 힐러리가 여자라서 지지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도 사실인듯 느꼈어요. 저는 후안무치는 남자에게는 여자에게든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자 정치인이 그렇게 했다면 비판했을 여성들이 힐러리를 두둔하는 것 또한 맘에 안들었었거든요.
저는 사실 경선때는 버니 샌더스를 밀었지만 (차에 스티커도 막 붙이고 다니고 그랬었다죠) 경선이 끝난다음에는 힐러리 편이었어요. 내맘에 꼭 드는 건 아니지만 트럼프랑 비교할 수는 없으니까요.

단발머리 2018-06-23 12:04   좋아요 0 | URL
저도 프시케님 의견에 동감합니다. 정책 자체로 보면 힐러리보다는 샌더스가 페미니즘이 추구하는 세상에 더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여자라서 지지하는 건 안되죠.

그럼에도 저는 힐러리가 퍼스트 레이디, 의료개혁 추진, 상원의원 당선등을 넘어서 미국 주요 정당 민주당의 대권후보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한다면 ‘여자라서‘ 지지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미스 마플이 울던 새벽
김살로메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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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천 글자 미니 에세이미스 마플이 울던 새벽』 각각 사람, 생활, , 일상, 글의 다섯 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책에 대한 부분을 먼저 읽는다.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남자인 알았던 여자 시인 쉼보르스카에 대한 이야기가 좋았다. 지독하게 추운 날씨. 장갑을 시를 쓴다는 폴란드 시인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가끔 달빛이 온기에 겨워 장갑을 벗는다는 폴란드 시인은 쉼보르스카 자신이기도 할테니, 장갑을 끼고 시를 쓰다 달빛에 장갑을 벗는 쉼보르스카를 상상한다. 



『숨그네』 책을 읽으며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소설이다. 몽환적이며 비약적인 문체, 직설적이고 사실적인 이야기의 조합이 헤르타 뮐러를 통해 가능하다는 말에 금방 솔깃해진다. 롤랑 바르트의애도일기』 그렇다. 어디까지가 문학일까. 어디까지가 사적인 기록일까. 사람들은 유명인의 개인적이고 내밀한 기록을 궁금해한다. 롤랑 바르트는 메모지에 어머니에 대한 단상을 적어가면서 어떻게 생각했을까. 이야기는 고백으로서만 자리할것인가. 이야기는 문학이 것인가. 그의 애도일기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롤랑 바르트의 죽음이 앞당겨짐으로 해서 가공되지 않은 독자들에게 전달되었다고 한다. 나도 롤랑 바르트를 읽고 직접 확인하고 싶다. 그의 기록은 고백이 되었을까. 아니면 문학이 되었을까.




책에 대한 글들을 재미있게 읽었지만 책에서 내가 제일 좋아했던 집밥이라는 글이었다. 『타임푸어』 문단이 떠오르기도 했다. 



집안의 먼지가 없어지고 냉장고가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그냥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자. 케첩으로 만든 스파게티와 좋은 사람들만 있으면 충분하다(<타임푸어>, 454) 




외지에 떨어져 있는 아이들이 돌아오는 주말, 엄마는(저자는) 중복되지 않게 식단을 짠다. 아침엔 초밥, 점심엔 냉면, 저녁엔 피자, 다음날 아침엔 고깃국, 점심은 스파게티, 저녁은 삼겹살. 엄마로서의 임무를 끝내고 뿌듯해하는 찰나, 아들이 속내를 말한다. 집밥이 그리웠는데, 엄마가 차려준 집밥이 아니라 요리였다나. 아들이 바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소박한 밥상이란다. 구수한 된장찌개에 시원한 열무김치, 고등어 토막. (31) 몸에 땀이 범벅이 되고서도 다음 끼니를 걱정하는 어머니에게서 한참이나 불량 엄마지만, 끼니 걱정하는 마음만은 똑같이 품고 사는 1인으로서 그녀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한편엄마, 제가 정말 바라는 소박한 밥상이예요라고 말하는 아들이 너무 예쁘다. 예쁘게 말하는 아들은 듬직하게 자란 멋진 청년이 분명하겠지만 엄마가 차려주는 집밥의 참맛을 아는 아들은, 예쁘다. 




부모가 자식에게, 자식이 부모에게, 친구가 친구에게 바라는 이런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이 사람에게 바라는 것도 그런 아닐까 한다. 소박하고 평범한 밥상, 도란도란 마주앉아 오늘 하루의 일을 이야기하고, 마주 보고 웃고, 그리고 이야기하는. 



김살로메 작가의 에세이를 읽었다. 집밥 같은, 마음이 편안해지고, 속이 편안해지는. 든든한 끼가 되고 피와 살이 되는 그런 글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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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6-16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고 싶은데 아직 받지 못했어요. ㅠㅠ

단발머리 2018-06-16 13:02   좋아요 0 | URL
아하..... 어쩌죠. 미국 알라딘 조금 더 힘내주시기 바랍니다.
라로님이 간절히 기다리고 있답니다^^

cyrus 2018-06-16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의 재봉틀’이라는 글도 저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 수필이었어요. 어린 시절 부정적인 추억으로 남은 재봉틀 소리를 긍정적으로 소환하는 작가의 글쓰기가 정말 좋았고 부러웠습니다. ^^

단발머리 2018-06-16 14:30   좋아요 0 | URL
저에게도 읽는 즐거움을 맘껏 느낄 수 있던 좋은 시간이었어요. 새로운 책들도 알게 됐구요.
cyrus님도 저처럼 마음 편안한 시간을 보내셨군요^^

2018-06-16 15: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17 08: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8-06-17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스러운 책에 사랑스러운 리뷰에요.

단발머리 2018-06-17 19:53   좋아요 1 | URL
사랑스러운 리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ㅎㅎㅎㅎㅎㅎㅎㅎ
사랑스러운 책인거는 확실해요.
책 표지랑 크기랑 디자인이 너무 이뻐서 저는 밖에 나가 읽을 때는 ‘북커버‘에 얌전히 넣어서 이동했습니다.

감사해요, 프레이야님~~~~~~~~~~~~~~~~^^
 
버스데이 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카트 멘쉬크 그림, 양윤옥 옮김 / 비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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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하면서 사고, 읽고 나서 (!)한다는 하루키 신작을 읽었다. 같이 작업했던 카트 멘쉬크의 작품을 음미하며 최대한 천천히 읽으려 했지만 그래도 금방 읽었다. 



그렇게나특별하다 나의 스무 생일은 도통 기억나는 일이 없다. 학교에 갔을 수도 있고, 가족들과 그렇게 두리뭉실, 평범하게 보냈던 같다. , 조용하고 지루했던 나의 이십대여 



소원,이라고 쓰고 보니 산골 마을 혹은 어촌 마을의 노부부 동화가 생각난다. 소원 가지를 들어주겠다는 요정의 말에 소시지가 등장하고, 할머니 코에 붙었다가 다시 떨어지는데, 아뿔싸! 시작이 잘못되니 소중한 소원 3개가 한꺼번에 사라져 버린다. 



소원은 뭘까. 내가 바라는 소원 가지는 뭘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아무것도 부러워하지 않는 경지에 이르고 싶지만, , 속에는 내가 너무 많고, 속엔 욕심이 너무 많고, 속엔 소원이 너무 많아 개로는 되겠다. 죄송한대요, 소원 개로는 되겠어요. 그러니까 소원은 하나, , , 아니다 다섯. 가능해요?!?  



다른 모르겠지만 책은 선물용으로 괜찮을 같다. 선물 받은 , 특히 주는 사람의 취향을 반영한 책은 끝까지 읽기 어려운데, 정도 두께, 정도 표지라면 책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즐겁게 일독 있지 않을까 싶다. 



하루키만 짧게 쓰나.

 

나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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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1 0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8-05-22 16:39   좋아요 0 | URL
네, 제게도 한 개, 두 개, 세 개 너머의 욕심과 욕망이 있어, 누구에게 뭐랄 것도 없이 좀 부끄럽기는 합니다.
끝없는 인간의 욕심이란... ㅠㅠ
 
아룬다티 로이, 우리가 모르는 인도 그리고 세계 - 인도 민주주의 르포르타주
아룬다티 로이 지음, 노승영 옮김 / 시대의창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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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룬다티 로이는 1997 『The God of small things 』 부커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우리나라에는 문학동네를 통해작은 것들의 신』이라는 제목으로 2016년에 번역되었다. 설명이 필요 없는 소설, 인생 가장 아름다운 소설 하나이다. 아룬다티 로이, 우리가 모르는 인도, 그리고 세계』 인도 민주주의 르포르타주로서 여러 잡지와 신문에 기고했던 평론을 묶은 것이다. 



민주주의는 현대 국가가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이상 중의 하나다. 독재국가마저도 국민에 의해, 투표에 의해, 민주적 절차에 운영되는민주주의 국가라고 선전한다. 하지만, 1989 자본주의가 아프가니스탄의 거친 산악 지대를 배경으로 소련 공산주의에 맞서 펼친 전쟁에서 승리한 이후(20), 인도는 급격한 변화의 중심에 서게 된다. 마구잡이식 환경 개발과 대규모 건설 공사, 광산 개발로 인해 수천만의 사람들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났고 강제 수용소 등지로 이주 당했다. 



인도의 국토는 현재개발 이다. 초국적 기업이 국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산과 , 강을 약탈하고 광산과 철광이 생태계 전체를 파괴하고 있으며 기름진 토지가 사막으로 전락하고 있다. 현지의 토양과 기후 조건에 적합한 지속 가능한 식량 작물이 뽑혀 나가고, 자리에 집약적이고 교배종인, 유전자가 변형된 환금작물이 경작된다. 지력이 약해져 수확량이 줄어들고 농사 비용이 증가하여 소농들이 빚의 구렁텅이에 빠져든다. 인도에서는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농민이 18 명이 넘는다.(23) 미만의 인도 아이들 중에서 47퍼센트가 영양 실조를, 46퍼센트가 발육부전을 겪고 있다. 우차 파트나이크의 연구에 따르면, 인도 농촌 인구의 40퍼센트 가량은 곡물 섭취량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79) 아룬다티 로이는 민주주의와 자유시장이 마리의 육식동물로 합체해 오로지 이윤 극대화를 추구했기 때문에 이런 비극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17) 



도시는 다른 상황이다. 군인들의 전횡과 빈민가의 참상과 길거리를 헤매는 비참한 군중에게서 눈을 돌리고 텔레비전에 눈을 고정하면 된다. 곳은 또다른 별천지다. 영원한 특권과 행복을 누리는 사람들, 춤과 노래의 세계가 펼쳐진다. 빛나는 인도, 넘치는 행복. 아룬다티는 계급에 더해 불평등을 강화시키는 힘을신분리주의라고 명명한. 소수집단이 다수에게서 땅과 , , 자유, 안전, 존엄, 저항권을 비롯한 기본권, 한마디로 모든 것을 빼앗아 막대한 부를 누리며 불평등과 차별이 고착화되는 현실을 고발한다.



아룬다티는 지금 인도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와 종파주의적 신파시즘의 위험천만한 역류를 막아내야 하는 운명에 처했다고 말한다. 파시즘이라는 단어는 분노를 사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인도의 상황은 정확히 그러한 형국이다. 종파주의적 신파시즘은 이탈리아 파시즘을 노골적으로 모방한 힌두트바, 힌두 민족주의에 따라 확산되고 있다. 정부의 묵인 지도하에 소수집단 학살이 자행되고, 소수 집단의 여자들이 대로에서 강간당하고 채로 불타며, 15 명이 집에서 쫓겨난 거주가 제한되고, 정부의 고위 각료가 인도 전역에서 증오를 부추기는 집단에 경의를 표하며, 집권당과 관변 지식인들이 살인, 강간, 방화, 사형을 눈감아주고, 모든 일에 대해 언론이 눈길조차 주지 않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파시즘의 시대가 아니라고 말할 있겠는가? 



힌두 민족주의는 하나의 인도, 정확히는 힌두로 하나된 인도를 지향한다. 이미 인도의 일부가 무슬림을이방인침입자 규정하고 그들에 대한 가혹 행위를 환영하는 분위기마저 감돌고 있다. 2002 구자라트 주에서는 무장한 폭도들이 벌건 대낮에 무슬림 2,000명을 학살하고 무슬림 상점, 무슬림 기업, 무슬림 성지와 모스크가 조직적으로 파괴되었으며, 무슬림 15 명이 집에서 쫓겨나 상하수도, 가로등, 의료 시설도 없는 게토에서 살고 있다. 역차 객실에서 불이 힌두교 성지 순례단 55명이 죽은 참사가 참혹한인종 학살genocide’ 이유가 되었다. 아직까지도 역차 객실 사건의 실체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구자라트에서는 인종 학살이 구자라트의 자부심과 힌두교 정신, 심지어 인도 정신을 구현했다며 인종 학살을 대놓고 기념했다.(193) 마법의 묘약은 선거에서도 효력을 발휘해 인도인민당은 선거에서 차례나 승리할 있었다. 



아룬다티는 인종 학살이 인류의 오래된 습성이라고 말한다. 1636, 영국 청교도들의 피퀴트 인디언 살육,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2003 이전에 경제제재 조치로 인한 이라크인 100만명 사망, 터키 정부의 아르메니아인 학살, 독일의 헤레로족 학살, 영국의 태즈메이니아족 학살 등의 인종 학살이 일탈이나 비정상 또는 인간의 결함이 아니라 그것 자체가 인간 조건의 크나큰 부분을 차지하는 습성이라는 주장이다.(202) 빼앗고자 하는 자원과 재화를 소유한 종족 또는 공동체의 절멸이 인종 학살의 목표다. 



인도인민당과 군사 조직의 지주 회사 격인 RSS 수장인 헤드게와르 박사의 말이다. 



힌두인의 힌두스탄에는 힌두 국가만이 존재해야 한다

나머지는 전부 민족의 대의를 배반한 좋게 봐주면 등신이다. … 힌두스탄에 사는 인종은힌두 국가에 철저히 종속되어 아무것도 주장하지 않고 (특별 대우는 말할 것도 없이) 아무 특권도시민권조차요구하지 않고 살아야 것이다. (205) 




인종 학살의 필요한 전제 조건은 죄를 묻지 않는 것이다. 인도 국민이 분명한 사회 구성원에 대한 공공연한 학살에 가담한 자들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음으로써, 테러방지법의 시행으로 무슬림이 대거 연행됨으로써, 구자라트 정부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 편을 들어줌으로써, 대량 학살에서 살아남은 증인들의 진술을 경찰이 고의적으로 누락함으로써, 경제적 이유를 숨긴 인종 학살, 종교를 근거로 삼는 인종 학살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자라트 사태에 대한 유럽 연합의 비난 언론에 대해 인도 정부는국내 문제 왈가왈부해서는 된다고 답했다. 아룬다티의 걱정은 섣부르지 않다. 국가 테러리즘은 인도 소수 민족과 소수정파들을 더 잔인하게 옥죌 것이다. 문제를 손쉽게 해결할 방법이 없다, 쓰는 아룬다티의 문장은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파시즘을 물리치는 길은 파시즘에 분노한 사람들이 분노의 무게만큼 사회정의에 투신하는 것뿐이라는 그녀의 문장 또한 그렇다. 



인도는 어디로 것인가? 분노와 증오를 넘어서 하나의 인도가 아닌 공존의 인도를 이룩할 있을 것인가. 인도 스스로 있을 것인가. 아니면, 아룬다티처럼 기도해야 하는가. 



하늘이시여, 어둠을 헤쳐 나갈 힘을 주소서. 

어둠을 헤쳐 나갈 힘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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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소오 2018-05-13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쉬. 단발머리님. 저 역쉬 가장 아름다운 소설 중 하나라는 말씀에 동의요. 아룬다티 로이는 정치적 글만을 쓰기로 선언한걸로 아는데 아쉽기도 하면서 존경스러워요 ~~

단발머리 2018-05-14 09:10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시이소오님 의견에 완전 100 퍼센트 동의합니다. 아름다운 문장으로 가득한 아룬다티의 소설을 다시 읽을 수 없을 거라 생각하면 참 아쉬워요.
사실, 전 아직 포기한 건 아니예요.
아룬다티 로이가, 인도의 현실을 고발하기에 문학이 부족하다고 하시기는 했지만, 어쩌면 다시 문학, 다시 소설에 기대실 수도 있잖아요.
그렇지 않을까요 ㅠㅠ

시이소오 2018-05-14 13:20   좋아요 0 | URL
말씀처럼 그랬으면 좋겠네요^^

다락방 2018-05-14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 것들의 신을 갖고만 있고 아직 읽지 않은 제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저도 꼭 읽어보겠어요. 불끈!

단발머리 2018-05-18 19:12   좋아요 0 | URL
아룬다티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아름다운 문장, 아름다운 소설의 세계로~~~~~~~~~~^^

유부만두 2018-05-14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본주의:유령 이야기, 를 읽고 정말 눈을 뜨는 기분이 들었는데, 저자의 이 책도 찾아봐야겠네요. 눈을 뜨고 멀뚱멀뚱 ... 아직 앉아만 있지만 일단 뭘 좀 알고 깨쳐야 한다, 는 생각이에요. 아, 전 너무 바보같이 살았어요. ㅜ ㅜ

단발머리 2018-05-18 19:14   좋아요 0 | URL
저도 자본주의:유령이야기를 먼저 읽고 싶었는데, 도서관에서 사 준다 해서 기다리다가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어요.
아룬다티는 참 용감한 사람인 것 같아요. 몇 권 안 읽어 봤는데도 넘 멋진 삶을 사는 것 같아요.

저도 더 많이 배우고, 깨치고 싶습니다 ㅠㅠ

psyche 2018-05-15 0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작은 것들의 신>도 아직 안 읽었어요. 꼭 리스트에 넣어두었다가 읽어야겠어요.

단발머리 2018-05-18 19:16   좋아요 0 | URL
작은 것들의 신,은 참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 책이라 지난번에 읽을 때는 도서관 책으로 읽었는데,
얼만전에 구입했어요. 다시 읽고 싶어서요.
다시 읽기,를 부르는 아룬다티의 세계로 프시케님,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