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래시 - 누가 페미니즘을 두려워하는가? Philos Feminism 1
수전 팔루디 지음, 황성원 옮김, 손희정 해제 / arte(아르테)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중문화에서의 반격은 미디어, 영화, TV 드라마를 통해 이루어졌다. 집안에 머물며 아이들을 돌보는 전업 주부를 가정의 천사로 칭송했고, 결혼하지 않고 일을 선택한 미혼 여성은 가정을 파탄으로 몰아넣는 부도덕한 마녀로 그렸다. <머피 브라운> 빼면 1980년대의 황금 시간대에는 자신의 일에서 즐거움이나 자신감을 얻는 싱글 여성이 중심인 드라마는 거의 나오지 않았으며(263), 일하는 여성이 아예 등장하지 않는 드라마도 흔했다. 



여성들은 이전처럼 쇼핑을 즐기지 않는데도, 마네킹이나 입을 법한 옷들이 계속해서 만들어졌다. 미용계의 장사치들은 여성의 직업적 성공에는 대가가 따른다며 걱정을 조장했고(324), 반격의 시대 이전의 아름다움의 상징들(연약함, 창백함, 아이 같음) 상품으로 판매하는데 혈안이 되었다.(325) 



<9 뉴라이트가 벌이는 원한의 정치>여성평등은 여성의 불행을 낳는다 반격의 핵심 주장을 만들어낸 뉴라이트 대표 주자들에 대한 이야기다(362). 뉴라이트 지도자들은 신도가 줄어들고 있는 시골의 근본주의 성직자들과 청중이 감소하고 있는 방송용 설교사들이었는데(363), ‘남녀평등헌번수정안 비롯한 여성운동의 승리에 극렬하게 반대했다. 



인상적인 장면은 <미국을걱정하는여성모임> 사무실 풍경이다. <미국을걱정하는여성모임> 1979 비벌리 라헤이에 의해 창립되었는데, 불시에 수십만 명의 여성을 파견할 있는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었다.(391) <미국을걱정하는여성모임> 지역별낙태 반대 집회 안내하고, 남녀평등헌법수정안을 무산시키기 위해 애썼다.(392) 설립자 라헤이는 1987 종신회장이 되었는데, 제트기를 타고 미국 전역을 누비며 세계로 진출했다.(393) 라헤이가 말한다. 





페미니즘은 모성을 정말로 잊히게 만들어요. … 여성에게는 가정이 먼저여야 해요. 다른 모두 자연스럽지 않아요…. 여성에게 0순위는 가정이어야 해요. 그게 직장을 포기하는 뜻한다면 그렇게 해야죠. 그게 자연스러운 거예요. 우리 여성들은 그렇게 만들어졌어요.” (394) 





나는 아직 그녀의 모순을 지적하지 않았다. 라헤이의 옆방이다. 





같은 복도의 다른 방에는 경영 책임자 수전 라슨이 직무 보고서를 검토하고 있었다. 최근에 결혼한 그녀는 전통적인 결혼으로의 복귀를 지지한다. 하지만 미국을걱정하는여성모임에서 일한다는 것은 남편의 직장보다는 자신의 직장을 우선시한다는 뜻이었다. 그녀의 남편은 아무런 구직 가능성도 없는 워싱턴에 아내를 따라왔다. 그리고 집에서는내가 자동차 오일을 교체하고 남편이 빨래를 한다 덧붙였다. (396)     




가정의 , 아이를 돌보는 , 양말을 빠는 , 수건을 너는 일은 저절로 되지 않는다. 미국을걱정하는여성모임의 설립자와 활동가들은 자신들이 사랑하는 일을 선택했고, 아침마다 출근을 했고, 비행기를 타고 출장을 갔다. 시간에 그녀들의 남편들은 집에서 아이를 돌보고 빨래를 하고 집청소를 했다. 수전 팔루디의 말을 다시 가져온다. 




미국을걱정하는여성모임의 활동가들은 정장을 입고 사무실에 나가 보고를 하고 여성들은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언론 보도 자료를 배포하면서도 절대 모순을 느끼지 않았다. 이들은 개인적인 자유와 정치에 대한 공적인 입장을 분리시킴으로써 공식적으로는 페미니즘의 영향력을 개탄하면서도 사적으로는 페미니즘을 이용할 있었다. 이들이 실제로모든 가질 있었던 다른 모든 여성들이 자신들과 같은 기회를 누리지 못하게 저지하는 일에 열성적이었기 때문이다. (397) 




반격은 이렇게도 작동한다. 

페미니즘의 영향력을 개탄하면서 사적으로는 페미니즘을 이용하면서.  


다시 한 번 여성들은 두 진영으로 분류된다. 번식에 참여하는 겸손한 여성들과, 번식을 하지 않는 돈 많은 혹은 출세 지향적인 여성들로. <환상의 커플>의 오만한 상속녀는 출산을 거부한다. 하지만 영화가 끝날 무렵, 그러니까 굴욕을 당하고, 어쩔 수 없이 바닥을 문질러 닦고 음식을 장만하다가 결국 주부로서 행복을 발견한 뒤, 그녀는 폭군과 다를 바 없는 새 남편에게 자신의 인생 최대의 목표는 ‘그의’ 아기를 갖는 것이라고 말한다.(226쪽)

부수적인 역할로 밀려난 싱글 여성들은 두 가지 상투적인 유형, 냉정하게 계산하는 출세 지향주의자거나 깊은 우울 중에 빠진 노처녀로 되돌아갔다. 싱글 여성에게는 아예 감정이 없거나 아니면 감정적으로 만신창이였다. 출세 지향적인 싱글들은 여성 중에서 가장 낮은 계급에 속했다. 이들은 인간성과 월급을 맞바꿨고, 남자뿐만 아니라 아이까지 거부했기 때문이다. (264쪽)

페미니즘에 대한 반격은 아름다운 여성을 두 가지 의미에서 통제한다. 먼저 반격은 여성의 몸을 집에 묶어 두었고 외모를 길들여 신사의 영토로 관리했다. (326쪽)

가슴 확대 시술을 원하는 여성들은 대부분 "자체적인 동기"가 있다고 그는 말한다. 다시 말해서 이들이 가슴을 확대하는 건 남자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들은 ‘미 제너레이션’이에요. 수술도 자기를 위해서 하는 거예요. 대부분의 경우 이들의 남편이나 남자 친구는 이들을 있는 그대로 좋아해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성형외과 의사, 미국 가슴협회 전국 대변인 로버트 하비)의 일정은 여전히 남성 전용 클럽의 연설 약속으로 빈틈이 없다. (342쪽)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쟝쟝 2018-11-16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열시미 읽구 잇어요~~~

단발머리 2018-11-16 16:11   좋아요 1 | URL
좋아요, 좋아!!

이 책 읽으면서 왜 이 책이 아직도 읽히는지 이해가 조금 되더라구요.
정말 대단한 책인것 같아요. 자료도 풍부하구요.
알라딘 이웃들이랑 같이 읽으니 더 좋아요. 공장쟝님도 화이팅요!!!

다락방 2018-11-16 16:20   좋아요 1 | URL
같이 읽으니까 너무 좋아요, 여러분. 더디지만 어떻게든 읽어나가게 되기는 하는 것 같고요. 단발머리님 말씀처럼 이 책이 왜 아직도 읽히는지도 알 수 있지만, 또 이게 여성들에게 도저히 이해되지 않을 부분이 없다는 것도 알겠더라고요.

자, 이제 11월도 보름정도 밖에 안남았어요. 백래시는 절반 이상 남았지만(시무룩) 우리, 열심히 달려봅시다!

글 고마워요, 단발머리님!!!

단발머리 2018-11-16 16:28   좋아요 1 | URL
같이 읽는 것 만으로도 기쁜데, 같이 읽는 책이 의미있고 훌륭하고 잘 쓰여진 책이라는게,
참 좋네요.
힘내서 열심히 읽고 또 이야기 나누어요!!

근데 진짜 11월이 보름 밖에 안 남았단 말이예요? 전 모르는 일인데요 ㅠㅠ

공쟝쟝 2018-11-16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ㅠㅠㅠ 속도 내야겠네요 ㅋㅋ 이번달에 좀 바빴더니 통 읽못하고 있어서 :) 분발할게요~~ 백래시 화이팅 ~~

단발머리 2018-11-16 16:51   좋아요 1 | URL
네네네~~~ 속도를 내야겠어요!
다락방님이 방금 전해주셨는데, 11월이 보름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하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백래시 화이팅~~!!

공쟝쟝 2018-11-16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다락방님 댓글 보고 헉!! 해가지구 설라므네... ㅠㅡㅠ 날짜 왤케 빠른교...

다락방 2018-11-16 16:58   좋아요 1 | URL
자, 남은 보름동안 화이팅 하십시다들!!

단발머리 2018-11-16 17:12   좋아요 1 | URL
그래요, 우리!!
남은 보름 동안 화이팅해요.
백래시 화이팅!!!

다락방 2018-11-16 17:33   좋아요 1 | URL
공장쟝님, 단발머리님.
12월 도서도 같이 읽으실거죠? 페이퍼 썼어요. 같이 읽읍시다, 우리!! (아직 11월 도서도 다 못읽고 이러고있다 ㅋㅋ)

단발머리 2018-11-16 17:39   좋아요 0 | URL
네, 전 12월에도 같이 읽기 같이 할꺼예요.
근데, 우리 다락방님 오늘 대개 바쁘시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8-11-16 17:4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세상이 저를 빡치게 하는 바람에 제가 막 여기갔다 저기갔다 그러고 있네요. 아놔 ㅋㅋㅋㅋㅋ

공쟝쟝 2018-11-16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월 덜읽고 12월 받습니다요 ㅋㅋㅋ

다락방 2018-11-16 17:50   좋아요 1 | URL
공장쟝님! 제 페이퍼에도 댓글 달아주세요. (댓글 달아달란 말을 나중에 추가해서리 ㅎㅎ)
그리고 새로운 멤버도 들어왔어요. 꺅 >.<

공쟝쟝 2018-11-16 17:51   좋아요 0 | URL
이미 달고 있었어용~~~!

단발머리 2018-11-16 17:51   좋아요 1 | URL
일단 12월을 받아놓고 11월에는 서둘러야겠어요!! 와우! 새 멤버!!

다락방 2018-11-16 17:51   좋아요 1 | URL
새 멤버가 들어와서 너무 좋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단발머리 2018-11-16 17:5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우리는 서로서로 부지런하여라!!! 여기저기 댓글을 달고, 또 알람을 받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11-16 17:52   좋아요 0 | URL
우리 오늘 너무 바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8-11-16 17:53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덕에 한 분 더 오셨네요!
저도 넘 좋아요^^ 좋아요 ㅠㅠㅠㅠㅠㅠ
 
코르셋 : 아름다움과 여성혐오 열다 페미니즘 총서 2
쉴라 제프리스 지음, 유혜담 옮김 / 열다북스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코르셋』 저자 쉴라 제프리스는 말한다. 미용 관습은 여자들의 개인적인 선택도, 여자들이 창조성을 표출할 있는담론 공간 아니며, 이전에 다른 래디컬 페미니즘 이론가들이 주장했던 것처럼 여성 억압의 가장 중요한 측면이다.(59) 



페미니즘적 미용 비평은 미용이란 문화적 관습이며 여자에게 피해를 준다고 지적한다. 안드레아 드워킨은 그의 여성혐오 Women Hating』에서아름다움이라는 개념이 남성 지상주의 문화 내에서 여성혐오가 작동하는 방식이라고 분석했다(69). 또한 드워킨은 미용이경제에 핵심적인 역할 하며여자-남자 역할 구분의 주재료이자 여자로 살아감에 있어 가장 즉각적으로 다가오는 육체적, 심리적 현실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미용 관습은 성별 구분에, 성적 지배 계급인 남자와 피지배 계급인 여자를 쉽게 구별하는 데에 필수적이다. 단순히 성별 간의차이 나타내는 그치지 않고차이 만들어내는 쓰이기도 한다. (71) 






사람들은 미용 관습이 어디까지나 여성의 선택이고, 여성이 원해서 수행하는 미용 관습은억압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책은 성적 차이sexual difference라는 관념에 기반을 두고 있는 서구 문화 속에서 성적 차이를 강조하기 위해 또한 성적 굴종의 표식으로 이루어지는미용 관습 조명함으로써 미용 관습의 억압적 힘이 작동하는 현실을 기술한다. 



프랑스 페미니즘 학자 꼴레트 기요맹은 여자는다르다 말은 여자는무엇 다르다는 뜻이 밖에 없고, 무엇 남자가 되기 마련이라고 설명한다. , 무엇과도 다르지 않은 기준으로서의남자 있고, 다르다는 관점에서만 이해되는여자 있다는 의미다. 다른 프랑스 페미니스트인 모니크 비티크 역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말을 인용해여자남자라는 개념은 정치적 분류이며, “모든 생각과 모든 사회에 앞서, 분명한 차이가 있는성별’(태어나는 사람을 양분하는 분류) 존재한다 가르치는 바로남자라는 정치적 계급이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정치적 지배 계급인 남성들은 여성에게미용 관습 강요할까. 성적 차이를 만들려고 할까. 





미용 관습을 통해 성적 차이를 만들어야 하는가? 남자들이 일상생활을 꾸려나가는 동안여자 보고 고추를 부풀리며 성적 만족을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97) 





저자는 성별에 따라 옷차림을 구분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성적 본능을 자극하기 위해서,라고 지적한다. 미용 관습을 통해 여자의 순종을 표시해야만 하고, 여기에서의 순종이란 성적으로 복무할 의지, 심지어 성적 복무를 위해 노력을 들일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저자는 성적 차이difference 굴종deference이라는 방식으로 표현된다고 말한다. 누가 지배 계급이고 누가 피지배 계급인지를 명확하게 표시함으로써 남성의 지배를 공고화하고, 구체적으로 서구에서는 그런 표식을 여자에게 강요되는아름다움 통해 구체화시켰다고 지적한다. 남자를 흥분시킬 있도록 몸의 상당 부분을 노출한 , 치마, 몸에 달라붙는 옷차림, 메이크업, 머리스타일, 제모, 급기야 성형수술을 통해 여성성을 실천하고, 이를 여성의 신체 안에서 완성할 것을 강요받는다는 뜻이다(99).   



한쪽 끝의 립스틱, 다른 한쪽 끝에 위치한 외과적 성형 수술은 서구 미용 관습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저자는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FGM(여성 성기 훼손) 마찬가지로 서구의 미용 관습 역시 유해 전통/문화 관습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UN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에도 관례적 관습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이 근절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저자는 관례적 관습으로서 미용 관습 또한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용 관습은 성별 차이 만들고 유지하는 주요한 도구이다. 미용 관습은 여자에게 성적/미적 대상이라는 고정관념적 역할을 부여하고, 화장, 머리 스타일, 제모, 로션, 미용 영양제, 패션, 보톡스, 성형 수술에 엄청난 시간과 돈을 소모하게 만든다. 남자들이 책에 설명된 대부분의 미용 관습에 참여한다면 목적은 오직 마조히즘적 크로스드레싱을 통해 성적 만족을 얻기 위해서이다. (110) 





UN 정의한 유해 문화 관습은 여성 성기 훼손(FGM), 여자에 대한 강제 음식 주입, 조혼, 남아 선호, 여야 영아 살해, 미성년 임신, 지참금 등이 있다. 이는 명백한 인권 침해이고, 여성에 대한 무자비한 억압으로서 반드시 근절 되어야만 하는 유해 관습이다. 하지만 성인 여성과 여자 청소년에게 매우 유해한 미용 관습은 문화의 이름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것으로 이해되고, 본능적, 생물학적인 행동으로 정당화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미용 관습을 따르지 않는 여자들에게 쏟아지는 사회적 비난, 자기관리가 되고, 프로페셔널하지 못하며, 어설프다는 비난이 주는 무게를 간과한 판단이다.(115) 



제일 어려운 것은선택이라는 문제다. 화장하지 않고, 다리와 겨드랑이 털을 제모하지 않는다고 해서 서구의 여성은 여성 성기 훼손을 거부한 중동이나 아프리카의 여성들과 같은 생명의 위협을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화장하지 않고, 다리와 겨드랑이를 제모하지 않는 여성, 여성적인 용모를 꾸미는 노력을 하지 않는 여성은 일자리를 잡고 유지하는데 영향을 받으며,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에까지 도달하는 어려움을 겪는다. 영국 의회 여자 의원들의 경험을 다룬 너말 푸와의 2004 논문에는 극도로 남성적인 의회 문화에서 살아남기 위해 여성성을 나타내는 외모 관습을 따라야 했던 여자 의원들의 분투가 하나의 예로서 서술되고 있다.(112) 



여성의 미용은 선택일까? 아니면 강요일까? 명망 높은 미국 페미니스트 정치 철학자 마사 누스바움 Martha Nussbaum마저도 다이어트와 같은 서구의 미용 관습을 비서구 관습과 구분 지으며선택 근거로 든다. 마사는 여성 성기 훼손(FGM) 같은 관습과 미국 문화의 다이어트나 몸매 관리 관습은 어머어마한 차이가 있어 그런 비교는 무의미하다고 말하면서, 강제로 이루어지는 FGM 아무리 설득력과 매력을 지녔더라도 궁극적으로 선택의 문제인 다이어트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타국 유해 문화 관습 비판은 자국 문화에 존재하는 유해 관습에 대한 깊이 있는 비평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서구의 다이어트도 건강에 영구적인 피해를 초래하며 극단적인 경우 죽음까지도 낳을 있다고 말한다. 또한 소음순 성형의 경우 FGM 당했을 때처럼 성적 기능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고 주장한다. 여성의선택또는선택 가능성 대한 판단은 페미니즘 지형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문제는사회적 압력에 의한 어쩔 없는 선택여성의 선택으로만 읽는 혹은 읽고 싶어하는 시선에 있다. 



립스틱 바르기나 제모, 염색, 파마처럼 여자들이 일상적으로 행하는 미용 관습을 유해 문화 관습 개념이라고 주장하는 저자는 여성 종속에서 기인해, 남자의 이득을 위해 행해지며,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만들어내는 일상적 미용 관습이 유해 문화 관습의 기준을 충족시킨다고 본다. 역사적으로 성매매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립스틱 바르기(265) 흑인 여성에게 강요되었던백인 여성처럼 되기 미용 관습(270), 이성애자처럼 보이기 위한 화장 압박(273), 다리털, 겨드랑이 면도, 제모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귀찮은 일임에도 여성에게 강요된다. 남자의 , 구두 페티시와 여자의 보행장애를 불러 일으키는 하이힐은 실제로는 여성의 위치를 한없이 낮추는데, 오래 있을 수도, 빨리 걸을 수도, 수도 없게 하며 심지어 괴사를 비롯한 심각한 손상 변형을 불러온다. 그럼에도, 중국의 전족 풍습이 어머니가 딸에게 수행되어 그것은여성들 일이었다며 여성을 탓했던 사람들은하이힐 선택한 여성들을탓한다’(324). 




<5. 패션과 여성혐오>에서는 이런 단락이 인상깊다. 





역사학자들은 21세기 복장의 성별 구분은 18세기 찾아온 남성복의 중대 변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본다. 18세기 이전까지 상류층 남자는 여자와 마찬가지로 겉치장에 참여했다. 그러나 프랑스 혁명은 이런 서구 문화를 변화시켰다. 남자는 빈부 사회적 차이를 명확하게 했던 풍부한 치장 문화를 버리고, 모든 남자가 비슷한 옷차림을 입어 형제애를 정립할 있는 민주적 모델을 선택했다. 이렇게 채택된 남성복은 수수하고 짙은 색으로, 이들이 합류한 자본주의 업무 세계의 가치관을 반영했다. 여성복의 역사는 남성복과는 달랐다. 여자는 여자임을 구분해주는 치마를 입어야만 했다. 그리하여 프랑스 혁명 이후로 여자와 남자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입는 복장 간에 극단적인 차이가 벌어지게 되었다. (223) 





여자 청소년의 화장에 대해서는선택이라는 단어가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또래의 걸그룹이 풀메이크업에, 머리를 찰랑거리며, 교복 모양의 짧은 치마를 입고 화면 속에서 밝게 웃고 있을 , 나도  아이처럼 예뻐질 있는 방법이 미샤, 페이스샵, 이니스프리, 네이처 리퍼블릭, 스킨푸드, 올리브영에 있다면, 그리고 구체적인 도구를 5,900원에 있다면, 여자 청소년이 예뻐지기 위해 구입한 5,900원짜리 틴트의 사용을선택이라고 것인가. 



하지만, 화장하는 중학생과 함께 사는 내가 가장 마음이 아플 때는, 틴트를 바르며 이건 선택이라고 말하는, 자신을 위해 틴트를 바르는 거라고 말하는 여자 청소년을 때가 아니다. 내가 제일 속상할 때는, 애가 교복을 입을 때다. 스타킹을 신고, 치마를 입고, 그리고엄마, 여자 상의 짧아서 불편해! 나도 남자 상의 ! 다른 애들은 샀어!’라고 말할 때다. 



선택이라고 생각하며 화장을 하고, 선택하지 않은 치마를 입어야만 하는 여자 청소년이, 그렇게나 안쓰럽다

매일 아침 그렇다. 매일 아침. 선택과 선택. 




여자들이 칼을 들고 남자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가위를 들고 자기 머리를 자르고 치마를 찢고 브라를 불태우며 화장품들을 부수어 버리는 것만으로도 남자들을 공포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는 사실은 꾸미기 수행을 벗어버린 랟펨들에 대한 남초 커뮤니티의 악의적인 공격을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이런 공격들을 대하고 있으면 성형이나 다이어트, 화장과 긴머리가 자기 만족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남자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 여성들이 선택한 생존 방식이라는 쉴라 제프리스의 분석이 얼마나 명쾌한지 실감하게 된다. (17쪽, 해설 국지혜)

포스트 페미니스트들은 성인 여자와 여아가 성애화된 자기표현을 하고 성적으로 적극적인 행위 주체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여자가 그런 식으로 행위 주체성을 표현하고 힘을 키우도록 돕는 것이 페미니즘의 초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39쪽)

(크로스드레싱을 하는) 남자는 돈과 지위를 위해 밖에선 남성적으로 행동하다가, 집에 오면 마조히즘적 성적 판타지를 돕는 아내를 관객으로 둔 채 여성성을 선택할 수 있다. 남자의 여성성 행위는 젠더 이분법 체계를 유지하며, 이에 따라 남성 지배 체계를 위협하는 대신 더욱 굳건하게 한다. (170쪽)

여성성이란 이성애 남자의 지배적 특권으로부터 배제된 자들의 기본적 위치라고 할 수 있다. 남성성에 성애적으로 결부되는 동시에, 남성성의 정반대를 나타내는 위치인 것이다. 따라서 게이 남자가 취하게 되는 ‘여성성’이란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게이들이 개발해낸 복종적 행동 양태일 뿐이다. 남성 지배 아래 복종하는 길은 여성성 하나뿐이기에, 그 행동에 여성적이란 딱지를 붙이는 것이다. (232쪽)

영국 여자 2,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여자들은 평균적으로 쇼핑하러 나갈 때 21분의 준비 시간을, 동성 친구들과 저녁 약속이 있을 때 54분의 준비 시간을, ‘로맨틱한 저녁 데이트’를 할 때 59분의 준비 시간을 들였다. 이런 절차를 집어 치운 여자들과 남자들에겐 다른 일을 하며 보낼 수 있는 상당한 시간이 주어지는 셈이다. 외국어라도 하나 배우기에 충분하다. (27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역사 속의 페미니스트 - 중세에서 1870년까지
거다 러너 지음, 김인성 옮김 / 평민사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여성은 남성보다 불완전하고 주변적이어서 일종의 인간 아종이라고 규정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여성관이 현재까지 힘을 발휘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로 거다 러너는여성들의 교육적인 불이익 꼽는다. 역사 속에서 여성들이 겪은 차별과 장애가 남녀간의 구조적이고, 법률적, 경제적인 불균형의 원인이 되었으며, 대체로 교육의 박탈이 여성이 자원에 접근하고 자립하는 기회를 제한했다는 뜻이다. 



근본적으로 생각이 있는 여성들은 방어논리에 너무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만 했다. 결국 여성들은 자신들이 집단 실체임을 깨닫는 늦어질 수밖에 없었고, 수천 동안 여성들의 지적 능력은 철저하게 억제되고 왜곡되었다. (25) 




17세기 후반까지 여성이 교육을 받을 있는 최고의 가능성은 부유하거나 지위 있는 자의 딸이면서, 아들 없는 가문의 딸이어야 하고, 아버지가 여성의 교육에 관해 계몽되어 있어야 했다. (48) 여성들의 지적인 산물은 모든 여성들의 인생에 미친 공통된 제약들로 인해 매우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어떤 여성의 인생과 업적은 긴밀한 상호 연관성을 가지고 연구되어야만 했다. ,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후원으로 자신의 지적 열정을 개발할 있는 환경에 놓인 어떤 여성이 지식인의 삶을 살겠다는 결정을 했다면, 이는 여성으로서의 삶이나 결혼 생활을 포기해야 함을 의미했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감정적으로 남성들에게서 독립할 있는 여건이 있는 여성들만이 지적인 통찰과 진보를 이룩할 있었다.   



여성 학자들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말할 있는 다른 명제는 그들이 대체로 독신이었고, 수도원 생활을 했거나 사회에서 은둔했고, 과부인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51) 




어느 시대나 지배계급은 자신들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 교육의 기회를 제한하고 독점했다. 교육은 여성들에게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계층의 특권이었다.(46) 하지만 교회가 성직을 위해 가난한 남자 아이들을 교육했던 반면에, 수세기 동안 여자 아이들은 수녀원에 접근할 있는 부유한 경우가 아니라면 교육을 받을 없었다. 또한 19세기의 브리튼 섬과 미국 빈민학교에서도 재능 있는 빈민 계층의 남자 아이들은 장학금을 얻어서 고등교육을 받을 있었지만, 여자 아이들의 교육은 기본 수준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47)  



여성 학자들의 희소성은 여성 교육의 박탈에 원인이 있다. 문자 해독 능력이 퍼져 나가는 것을 성별 차이의 관점에서 살펴볼 , 여성 교육의 박탈이 귀족가문의 여성이 아닌 일반 여성에게 미친 영향을 더욱 확실히 추적할 있다. 성별 분석의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저자는 남녀간의 문자 해독률에 있어일정한 차이가 있었느냐 말한다. 영국 성공회에서 보관하고 있는 결혼 등록 문서 기록과 전례 없는 문맹 퇴치 운동을 벌였던 소련, 그리고 식민시대 이후 미국의 문맹률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결론은 예상과 같음을 확인할 있다. 












엘리트 층의 극히 드문 경우를 제외하면, 어느 곳이든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시간적으로 늦게, 수적으로 적게 문자 해독력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63) 



아무리 특정 집단의 변수(인종, 연령, 지역, 종교) 고려되더라도 여성의 교육 기회는 변함없이 같은 집단의 남성보다 떨어진다는 점이다. (71)     





여성 교육의 박탈은 여성 역사의 단절로 이어졌다. 천재적 재능의 소유자로 현재까지 기록이 남아있는 소수의 여성들은 당연히 귀족 출신의 여성들이었다. 똑같은 재능과 추론 능력을 가진 다른 많은 여성들의 기록은 분실되거나 파손되어 현재까지 전해지지 않는다. 학자이며 여성, 또는 여성이며 학자로서의 삶을 살려고 했던 대부분의 여성 지식인들은 전해진 여성의 역사가 전무했기에 여성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여겨졌던 지적이고 학문적 연구를 수행하고자 하는 자신의 열망과 위치를 확신할 없었다. 다시, 여성들은, 지적 성취를 이루려 했던 천재적인 여성들은 방어 논리에 너무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만 했다.(25). 그녀들은처음부터다시 시작해야했다.  



여성의 역사, 다시 쓰여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새로 시작하는 여성이처음부터시작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새로 시작하는 여성이, 여성으로서 겪는 차별을 자신만의 것이라 생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새로 시작하는 여성이, 여성이기 때문에 받는 불합리한 처우에 맞서 싸우느라 너무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지 않도록 하기 위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IME Asia (주간 아시아판): 2018년 10월 22일 (방탄소년단 표지) - 포스터 증정 - 방탄소년단 타임지 표지 A3 포스터 증정 (지관통)
TIME(Asia)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오늘은 BTS. 



퍼포먼스라는 측면에서 세계 최고임에는 틀림없지만 실력만 놓고 봐서는 서로 고만고만한 한국의 수많은 다른 보이그룹들은 BTS 성공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얼마나 ㅂㄹ울까. 



차세대 리더에 선정된 BTS <TIME> 표지마저 점령한다. 세계에 울려퍼지고 있는 K-pop을 중심으로 BTS 이야기에는 생각보다 새로운 내용이 없다. 슈가의 말이 비중있게 다뤄지는 것으로 보아, BTS 정신의 중심에 슈가가 있다고, 자는 생각한 같다. 



<IDOL> 듣는 밤이다. 아이돌의 진화를 기대하는 .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읽는나무 2018-10-20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낫!! 방탄♡
타임지에???
딸들을 위해서? 사줘야겠군요ㅋㅋㅋ
슈가가 어떤 말을 했기에 비중 있었을까?궁금해 지네요.보통 랩몬의 말이지 않을까?생각되는데....아!! 꼭 우리 랩몬을 편애해서가 아니고~~ㅋㅋ
슈가는 울큰딸이
좋아해요.얘기해주면 딸은 좋아하겠어요^^
암튼 멋진 아이들입니다.얼마전 UN연설하는 장면을 봤어요.
내가 키운 것처럼 뿌듯했습니다^^

단발머리 2018-10-20 09:31   좋아요 0 | URL
제가 사진찍어올린 요기 딱 두페이지지만, 방탄 팬이라면 좋아할거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랩몬이 리더라 랩몬 이야기가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슈가가 전체 기사에서 주요한 포인트를 꼭꼭 집어주네요.
내가 키운 것처럼에서, 그만 빵!!! 하고 터졌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날이 화창하니 가을날의 진수를 보여주네요.
오늘 화창하고 맑은 하루 되소서~~^^

icaru 2018-11-08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랩몬스터 라는 태그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슈가가 어떤 말을 했을지~ 어그제도 무슨 시상식에 나오서 상을 쓸어가는 것 같긴 하더라고요~ 올해의 발견으로 송은이, 김신영 나오는 아머지머지 ㅋㅋ 그 셀럽파이브(?) 라공~~

단발머리 2018-11-08 12:01   좋아요 0 | URL
제가 좋아하는 사람..... 랩몬스터입니다.
랩몬스터, 너는 아니?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셀럽파이브 엄청엄청 좋아하는데요. 특히 송은이 좋아합니다. 정말 실력 있는데, 실력 보다 대우를 못 받는거 같아서요.
요즘에 팟캐스트랑 라디오에서 인기 많더라구요. 송은이 응원합니다!!!!! 랩몬 좋아하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icaru 2018-11-08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ㅋㅋ 비보;;;비밀보장... 종종 들어염 ㅋㅋㅋ

단발머리 2018-11-08 12:2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송은이 김숙 오래오래 사랑받기를!!
흥해라! 송은이! 흥해라! 김숙!
 
페미니즘의 방아쇠를 당기다 - 베티 프리단과 <여성의 신비>의 사회사
김진희 지음 / 푸른역사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페미니즘의 방아쇠를 당기다』 베티 프리단의 생애를 통해 저술 배경을 드러내고여성의 신비』 의의와 파장과 한계를 짚어낸 해설서이다. ‘공산당 선언만큼이나 위험하다 해서세상에서 없어져야 위험한 10 빠짐없이 오르는 문제적 저술여성의 신비』 (2018여성성의 신화』 재출간됨, 이하여성성의 신화 통일함) ‘제대로 읽기안내서이다. 




와습(White-Anglo Saxon-Protestant)’ 가치가 미국 정체성의 근간으로 받아들여지던 전형적인 미국의 중소도시인 피오리아에 정착한 베티 골드스타인의 부모는 중산층 사회에 편입하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그들의 전방위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베티 골드스타인 가족은 피오리아 중산층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베티 골드스타인도 점차 유대인이기에 받아야만 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을 인식하게 된다. 학생기자였던 베티는 대학시절 내내 부모세대의 중산층 부르주아 문화를 비판했고 노동계급과 연대했으며 인종적, 민족적 다양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여성성의 신화』에서도 소개되었듯, 베티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과 학업 추구에 대한 혼란으로 박사 과정 장학금을 받을 기회를 포기하고 버클리를 떠난다. <연합신문>, 전기노조 UE에서 발간하는 <유이뉴스UE News>에서 기자생활을 하던 베티는 1946 결혼을 기점으로 스스로 일하는 여성의 위치에 서게 됨으로써 여성 노동자의 문제에 더욱 집중한다. 




1956년경 베티와 남편 프리단은 파크웨이 빌리지를 떠나 교외 스네든즈 랜딩에 정착한다. 시기에 프리단 가족의 가정경제는 적자 상태였고 베티는 끊임없이 돈문제를 걱정했다. 베티는 많은 여성지에 자주 글을 기고하여 만성적인 적자상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시간을 위해서는 아이들을 돌봐줄 베이비시터가 필요했다. 베티는 프리랜서 작가로 일해서 돈으로 베이비시터를 고용해야만 했다.(91) 



『여성성의 신화』 계기는 스미스대학 동창회의 설문조사에서 시작되었다. 1956 스미스대학 동창들이 이듬해 개최될 졸업 15주년 동창회를 준비하며 15년간 동창들이 무엇을 경험하고 어떠한 생각을 하며 살아왔는지 확인할 기회라고 생각한 베티는 설문 조사 작업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베티는이름 붙일 없는 문제들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교외에 거주하는 중산층 주부들은 자기들이 모든 것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성공가도를 달리는 남편, 좋은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편리한 최신 가전제품이 갖춰진 현대식 주택까지, 여성지에 나오는 행복한 가정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가정의 주인공이 자신이라고 자부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응답자들을 과연 이것이 전부인지, 밖에 다른 것은 없는 것인지 하는 질문을 하고 있었다. 질문은 베티 프리단 자신의 것이기도 했다. (105) 




베티 프리단은 결과를 바탕으로 1961 스미스대학 동창회보에 글을 실었다. 고등교육이 전업주부가 여성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뉴스위크> 최신호 기사를 반박한 것이었다. 전업주부들도 여성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고등교육이 여성을 좌절시키기보다는 그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여성의 신비 야기하는 좌절감을 극복하게 해준다고 결론을 내렸다. 여성지의 성향을 고려하여 내린 매우 온건한 결론이었다. 



온건한 주장에 대해 <맥콜> 편집자들은 난감해 했다. 그들에게 베티의 주장은 대학 졸업생들이 가정의 경계를 넘어 자신들의 권리를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보였다. <맥콜> 편집자들은 게재 불가를 알렸고, 베티는 자신의 에이전트를 통해 기사를 보냈던 <레이디스 저널>로부터도 논지를 전면적으로 수정할 경우 게재할 의사가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새롭게 수정한 원고 완성본을 <레드북> 기고했을 , 잡지 편집인은 오직병든 여성들 동의할 것이라며 게재를 거부하고 원고를 돌려줬다.(108) 베티는 여성지들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자신의 가치와 반대에 있음을 새삼 절감하고 여성지 기사 대신 책을 출간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문제작 <여성성의 신화>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내가여성성의 신화』 처음 읽었을 ,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인 문단 하나는 바로 이것이다.

 



사회과학자는 스스로 만든 문화라는 테두리에서 완전히 벗어날 없다고 말하는데, 이것은 하나의 슬로건이 아니라 진리에 가까운 것이 되었다. 사회과학자는 자신의 시대의 과학적인 안에서 관찰한 것만을 설명할 있다는 것이다. 개혁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개혁가들은 그들이 사는 시대까지 진행된 과학의 진보가 결정해준 언어와 기준을 통해 자신의 혁명적인 발견을 번역해야 한다. 새로운 기준들을 만들어낸 발견들조차 그들의 창조자의 시점과 무관할 없다. (『여성성의 신화』, 215) 




20세기 중반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프로이트 이론은 심리분석 아니라 대중지 작가와 편집자, 광고대행사, 대학과 출판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견고한 성이며 완벽한 이론이라 여겨지는 프로이트 이론 역시 자신이 속한 시대의 과학적인 안에서 관찰한 것만을 설명할 있을 뿐임을, 베티는 지적했다. 프로이트는 유대 집안의 전통적이고 독재적인 권위로 가족을 다스리는 아버지와 아들 지크문트를 특별히 사랑했던 어머니에게서 자랐다. 누이의 피아노 연습 소리가 그의 연구를 방해하자피아노가 치워지는환경 속에서 자라났다. 베티는, 프로이트의 연구 속에서 그가 생물학적이고 본능적이고 변화하지 않는 것으로 여기던 많은 것들이 사실은특정 문화 근거를 것임이 밝혀지고 있다고 말했. 또한 프로이트가 보편적인 인간성의 특질로 묘사한 것은 19세기 어느 유럽 중산층 남자와 여자의 특성일 뿐임을 지적했다. 베티는 프로이트의 이론이여성성의 신화 강화하는데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설명했다.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에 근거해 여성의 본성과 역할을 제한하고, 남성과의 성적인 관계라는 측면에서만 여성을 보았던 프로이트 이론의 한계를 지적한 것이다. 



보론에서는 ‘물결론 따른 여성학/페미니즘 계보를 통해 미국 여성운동의 단계에서 영향을 미친 페미니즘 이론을 요약했다. 시대별 여성운동의 특징과 주요사건, 역사적 맥락과 주요 텍스트까지 정리되어 있어 간략하게나마 여성 운동의 흐름을 훑어볼 있는 좋은 자료라 생각한다. 중학생 딸아이에게 대학에 들어가기 전에 마치겠노라 약속하고 집필을 시작한 책이 아이가 대학생이 되고도 2 반이 지나서 탈고하게 되었다 지은이의 말이 그대로 느껴질정도로 학자적 노고와 노력이 느껴지는 책이다. 


전체를 읽기에도, 부분적으로 발췌해 읽더라도 페미니즘의 기본 텍스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일독을 권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8-10-01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님. 저는 베티 프리단의 책을 아직 읽지 않았는데 이 책을 먼저 읽어도 괜찮을까요? 단발님 리뷰를 보니 읽고 싶어서요!

단발머리 2020-04-13 13:15   좋아요 0 | URL
네, 이 책을 먼저 읽고 베티 프리단의 책을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기는 합니다. 베티 프리단 개인 뿐만 아니라 당시의 미국 상황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이해를 도와주고요.

또 한 가지는.... 베티 프리단의 <여성성의 신화>는 비교적 쉽게 읽히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페미니즘 책 읽다가 도중에 ‘어머나.... 뭔 말이래...‘라는 경험을 종종 했거든요. 이 책은 ‘전업 주부‘, 또는 ‘여성성의 강요‘라는 측면에서의 고찰이 주요한데, 저의 고민과 맞닿아 있어 저는 어렵지 않게, 힘들지 않게 이 책을 읽었어요. 해설서의 도움 없이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락방님이 한 권만 읽어야겠다고 하신다면, 전 <여성성의 신화>를 추천하고 싶고요.
개정판 <여성성의 신화> 해제가 정희진쌤이라는 것도 살짝쿵 알려드립니다.

하지만, 이 책 <페미니즘의 방아쇠를 당기다> 말미의 ‘보론‘ 부분은 따로 챙겨 보셔도 좋을 듯해요. 저같은 경우 몇 장의 페미니즘 역사 정리만 보고 머리에 페미니즘 역사가 스르륵 정리되지는 않았지만요ㅠㅠ 페미니즘을 좀 길게, 오래 공부하시는 분들이라면 이런 일목요연한 정리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참, 다락방님~~ 굿모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