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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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http://anateresafernandez.com/)

 

 

 

 

1. 가르치려는 남자들 vs 받아들이는 여자들

man + explain의 합성어 mansplain은 이 단어의 탄생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하는 저자의 설명과는 상관없이 이 책이 발표된 직후에 만들어져 많은 사람들에게 사용되고 있으며 그녀의 독특하면서도 일반적인 일화 때문에 그녀를 이 단어의 창조자로 아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그 해에 주목할 만한 책으로 꼽히는 의미 있고 훌륭한 책의 저자를 바로 눈 앞에 두고도 그 책을 읽지도 않았으면서도 침을 튀기며 열을 올리며 그 훌륭한 책에 대해 말하는 어떤 돈 많은 남자에 대한 이야기와 긴밀히 맞닿아 있는 채로 말이다.

어떤 남자들은 남자들이 자꾸 여자를 가르치려 드는 것은 사실 젠더화된 현상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 대개 여자들은 지적했다. 여자들이 제 입으로 직접 겪는다고 말한 경험을 기각할 권리가 자신에게 있다고 우긴다는 점에서, 그 남자들이야말로 내가 그들이 종종 그런다고 말한 바로 그 방식으로 여자들을 가르치려 드는 셈이라고. (27쪽)

 

자신이 직접 겪은 일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다고, 네 생각이 틀렸다고, 네가 오해한 거라고 말하는 남자들을 대면하는 일이 즐겁고 유쾌한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 이야기만 가지고도 한 권의 책이 나옴직하며, 이 책은 그에 대한 답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내가 더 주목하는 건 이런 부분이다.

즉, 다른 여성들에 비해서 스스로 생각하고 발언할 권리를 훨씬 많이 인정받아온 사람(17쪽)인 저자가, 이미 다양한 주제로 예닐곱권의 책을 저술해 공히 작가로서의 이력을 소유하고 있는 저자가, 공교롭게도 같은 주제에 관한 다른 책이 동시에 출간되었다는 그 남자의 말을 믿는다는 것, 내가 그걸 놓쳤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기꺼이 받아들인다는 것(13쪽) 말이다.

남자들은 네가 모르는 게 있다고 말하며, 여자들은 자신들이 모르고 있다고 믿는 것. 남자들은 여자들이 어떤 분야에서든 자신보다 더 구체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믿으며, 여자들 또한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것. 남자들은 가르치려 들고, 여자들은 남자들의 가르침을 받아들인다는 것, 말이다.

 

 

2. 폭력, 통제의 욕망

부연하자면, 총에 맞아 죽은 여성들의 3분의 2 가까이는 현 파트너나 전 파트너에게 살해되었다. (49쪽)

이 나라에서는 9초마다 한번씩 여자가 구타당한다. 확실히 짚어두는데, 9분이 아니라 9초다. 배우자의 폭행은 미국 여성의 부상원인 중 첫 번째다. (49쪽)

 

여성에 대한 폭력, 광범위하고 뿌리 깊고 끔찍하지만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여성에 대한 폭력은 타인, 즉 여성에 대한 ‘통제’의 욕망(45쪽)에 근거하는데, 자신의 욕망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이들의 분노는 ‘통제 불가능한 격렬한 분노’가 되어 자신의 통제를 벗어난 사람을, 연인을, 파트너를, 아내를 살인하는 데까지 이른다. 비극은 내가 너를 통제하겠다는 생각, 너는 나의 지배 아래 있어야한다는 생각, 그것을 거부했을 때는 준엄한 심판을 내리겠다는 생각, 잘못된 이런 작은 생각에서 시작된다. 잘못된 작은 생각은 예상치 못한 환경에서 분노를 일으키며, 분노 유발자인 여성에게는 ‘응징’이 내려진다. 모든 성폭력이 이런 작은 생각에서 시작된다.

 

 

3. 고위직 남성의 성범죄, 도미니크 스트로스깐 IMF 전 총재의 경우

전지구적으로 대대적인 빈곤과 경제적 불공정을 낳은 IMF를 이끄는 특출하게 강력한 그 우두머리는 현재 뉴욕 어느 고급 호텔의 스위트룸에서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 여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68쪽)

 

한국에도 미국의 고급 호텔을 배경으로 하는 이에 버금가는 일화가 있어 원치 않게도 사건의 개요 및 전개상황이 매우 쉽게 이해된다. 

 

[5월 7일-역사 속 오늘] 윤창중 성추행, 끝나지 않은 진실게임

시사위크, 권정두 기자 2014.05.07

윤 전 대변인은 “30분가량의 술자리를 마친 뒤 숙소로 바로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 노크 소리가 들려 긴급 브리핑 자료를 가져다주는 줄 알고 황급히 문을 열었더니 A씨가 있었다. 그래서 ‘여기 왜왔어, 빨리 가’라고 말한 뒤 문을 닫았다”고 해명했다. A씨가 자신의 방으로 온 이유에 대해서는 전날 모닝콜을 부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반면 현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전해진 내용은 윤 전 대변인이 8일 새벽 A씨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고, 새벽 6시쯤 A씨가 뒤늦게 전화를 받자 화를 내며 자신의 방으로 오라고 지시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윤 전 대변인이 알몸 상태로 A씨를 맞았다는 것이 2차 성추행의 내용이었다.

기사 원문 (http://www.sisaweek.com/news/articleView.html?idxno=22827)

 

세상에서 가장 유력한 남자중의 하나였던 고위직 남성의 범죄, 정확히는 고위직 남성의 성범죄에 대해 항거할 때, 합의를 거부할 때, 피해자는 자신의 인격을 증명해야만 한다. 피해자가 오해한 것이라고, 잘못 생각한 것이라고 말하는 가해자와 싸워야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를 매춘부로 중상하는 언론과도 싸워야 한다.(85쪽)

아프리카 출신의 이민자 여성이 배불뚝이 60대 노인의 알몸을 보자마자 성적 기운이 충만해져 ‘합의에 의한 성관계’를 가졌다는 가해자 측의 이야기(86쪽)는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고위직 남성의 성범죄에 대항할 때는 이 정도가 당연하다. 고발자, 즉 피해자에 대한 인신 공격과 언론의 무자비한 태도에 맞서기 위해서, 피해자는 자신이 받은 상처와 고통에 직면할 시간조차 없다. 그녀는 일어서서 맞서야만 한다. 세상은 가해자, 유력한 남자 편이다.

 

 

4. 빨래-널기 = 말소-되기

 

 

 

여기 아나 떼레사 페르난데스 (Ana Teresa Fernandez)의 그림에서, 여자는 존재하는 동시에 말소되었다. (102쪽)

 

존재하는 동시에 말소되는 여자라는 존재는 수천년을 이어온 족보에 등장하지 않는다. 자매들, 고모들, 어머니들, 할머니들, 증조할머니들, 방대한 인구가 종이에서, 그리고 역사에서 지워진다(103쪽). 책 속의 예는 인도의 것인데, 한국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할아버지-아버지-아들’로 이어지는 족보만 존재한다. 아무도 여자의 이름이 족보에 올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성의 비존재는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베일은 일종의 프라이버시의 벽이었고, 여자가 한 남자의 소유라는 표지였으며, 휴대 가능한 감금용 건축물이었다. 휴대성이 그보다 떨어지는 건축물은 여자들을 집 안에, 집안 일과 양육으로 이뤄진 가정의 영역에 가두었다. 그럼으로써 공적인 삶을 갖지 못하게 했고,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못하게 했다. (108쪽)

 

 

 

 

 

 

남자의 소유로서 인식되는 여자가 ‘발언하는 것’,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그것 자체로 이미 거대한 도전이다. 여자는 침묵을 강요당하며, 침묵의 요구를 거절했을 때, 연인이나 남편, 옛 배우자에게 살해당한다(112쪽).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모든 여자들은 지금도 그들을 사라지게 하려는 세력들과 싸우고 있는 셈이다. 여자의 이야기를 자기가 대신 말하려는 세력들과, 여자를 이야기와 족보와 인권헌장과 법률에 기록하지 않으려는 세력들과. 자신의 이야기를 단어로든 이미지로든 스스로 말할 수 있는 능력은 그 자체로 이미 승리다. 그 자체로 이미 반란이다. (112쪽)

 

 

 

5. 아, 공부

존경하는 필립 로스의 신작 『네메시스』에 푹 빠지지 못한데는, ‘페미니즘’의 영향이 컸다. 수많은 권장 도서들 중, 나름대로 뽑은 리스트에 따라 책을 읽고 있는데, 『행복한 페미니즘』은 다 읽었지만 어떻게 리뷰를 써야할지 모르겠고, 『페미니즘, 왼쪽 날개를 펴다』는 2번째 논문에서 좌절, 잠시 휴지기이다. 공부하고 계시는 애정님들의 글도 읽어야 하는데, 금방 금방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이 아니라, 두 번 이상 읽는 경우도 많고, 또 심각하게는 아니더라도 진지하게 생각도 해봐야 한다. 책 읽는 속도가 달팽이, 거북이와 경쟁하는 수준이라, 이 모든 게 버겁다.

아무도 강제하지 않은 이 일을, ‘페미니즘’을 대해 알고 싶다,는 작은 생각 하나로, 읽고 싶은 재미있는 책들을 뒤로 하고, 난생 처음 보는 책들과 씨름하며 낑낑대고 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가,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 안착해서, 그 안에서 일을 하지 않고, 사회적 고용 관계에 있지 않으면서도 삶을 보장받으면서 살고 있는 내가 (그래요, 권인숙씨, 저 뒤끝 있어요. 그래도 파란 지붕 아래 어떤 분보다는 한결 나으니, 대충 이쯤에서 넘어가세요), 페미니즘을 공부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페미니즘의 역사를 꿰찬다거나 특별한 깨달음을 얻겠다는 야심찬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공부하겠다,고 줄 섰지만(나는 지금 후회하고 있나@@) 생각만큼 잘 안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물스물 올라오고 있다. 한 가지는 확실한데, 여하튼 나는 ‘읽겠다’는 거다.

잘 정리하지 못할 수도 있고,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고, 내가 이해한 바를 정연하게 표현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해보기로 한다.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반복합니다. 책을 읽고 텍스트를 읽는다는 것은 그런 정도의 일입니다. 자신의 무의식을 쥐어뜯는 일입니다. 자신의 꿈도 마음도 신체도,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 일체를, 지금 여기에 있는 하얗게 빛나는 종이에 비치는 글자의 검은 줄에 내던지는 일입니다. (87쪽)

 

사사키 이타루가 말한 바, 이것은 나의 무의식을 쥐어뜯는 일이고, 하얗게 빛나는 종이에 비치는 글자의 검은 줄에 나를 내던지는 일이다. 지금까지 내가 겪어왔던 모든 불평등에 항거하는 일이며, 아직도 폭력과 협박, 살해의 위협 속에 살아가는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혹은 한국의 어떤 여인의 침묵에 귀기울이는 것이다.

읽는다.

이렇게 어설프게 시작하지만, 시작은 반이고, 반이면 많이 왔다.

시작한다. 그리고.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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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7-25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트로스깐 사건을 보면서 저도 윤 모 씨 사건이 생각났어요. 이 사건도 정말 냄비 끊듯이 미디어에서 떠들다가 어느새 잊혔잖아요. 고위직 남성 성범죄의 심각성을 논의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어야 하는데 그냥 새누리당을 공격하기 쉬운 야당의 이슈로 끝나고 말았어요.

2015-07-25 20:46   좋아요 1 | URL
전 ˝국가적망신˝ 운운하는 언론도 너무 싫었어요. 마치 국가적 망신이라도 당하지 않았으면 그냥 넘어갈 수 있었던 일이라는 뉘앙스라. 고위 공직자의 성 인식이 이정도 수준이라는 것부터 논의하는게 아니라 `다 된 밥에 재뿌렸다`는 식의 보도들이었잖아요. 그러니까 일부 종편에서 그당시에 피해여성 평소 행실 어쩌구하는 소리가 나올 수 있었을거구요.

단발머리 2015-07-25 22:02   좋아요 0 | URL
아, cyrus님도 그러셨군요. 제가 요즘 기사 살펴보다가 알게 됐는데요. 유야무야된 것 같더라구요.
일단 미국쪽에서도 강하게 밀어붙이는게 외교적으로 부담스럽구요.
무죄라고 주장하는 윤 모씨가 억울함을 해소하려면 미국에 가야하는데, 갈 생각은 전혀 없는것 같구요.

그냥, 이렇게 넘어가는 것 같아요. 대통령을 수행하는 고위직 남성이니까요.

단발머리 2015-07-25 22:29   좋아요 0 | URL
롸님, 안녕하세요. 주제는 무척이나 안녕하지 못하지만요.^^

`국가적 망신` 말하는 사람들이 피해여성의 행실 어쩌구 저쩌구 하는 것 같아요. 그것마저도 스트로스깐 사건하고 유사하네요. 그게 고위직 남성의 성범죄를 은폐하는 수순인 것 같아요.
부인하고, 언론 플레이하고, 피해여성을 깍아내리고.

이 책에서, 저자가 이런 말을 했는데요.
여기는 미국이다. 경찰이 `성폭행을 당했다`는 그 여성의 말을 믿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대략 이런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 윤씨 사건도 마찬가지인것 같아요.
그 여성이 한국 여성이었다면 이 문제는 보도되지도 못했을 것 같아요.
언론에 말했어도 덮었을 것이고, 보도되었다면 바로 피해자에 대한 `마녀사냥`으로 몰아갔을 가능성도 충분하구요.

피해여성이 미국 시민권자였다는 게, 이 사건의 핵심인거죠.
그녀는 한국계이기는 하지만, 미국인이고, 그래서 미국 국민에 대한 성추행,성폭행 사건으로 인지된거죠.

참... 한숨 나오는 세상입니다.

에이바 2015-07-26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페미니즘 서적 여러 권 읽는 중인데 리뷰 쓰기가 어려워요. 전부 연결되어 있는 주제라 어떤 건 여기, 어떤 건 저기 이렇게 쓰는게요. 일단 메모들 하며 독서중인데~ 아 어렵네요ㅎㅎ 이 책 좋더라고요. 칼럼을 모아둔 거라고 생각 못했는데 그래서 다 좋았습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생각하면 돼죠. 스테퍼니 스털처럼요ㅋㅋ 진정한 빨래하는 페미니즘! 권인숙 씨 발언이 어떤 시각에서 나온 건 줄은 알겠지만 마음쓰지 마세요. 연대! la solidarite! 연대가 중요합니다.^^

단발머리 2015-07-26 17:32   좋아요 0 | URL
에이바님 페미니즘 리뷰, 기다리고 있습니다. 메모를 하면서 독서중이시라니 더욱 기대되네요.
제 리뷰가 좀 부족합니다. 톡톡 튀는 작가의 문체를 잘 전달하지 못한 것 같아요.
방금 읽었지만, 바로 또 읽고 싶네요.

그리고, 감사해요.
제가 권인숙씨 이야기를 여러번 하면서요, 저도 누가 나 좀 말려줬으면~~ 했거든요.
저, 말려주셔서 감사해요. ㅎㅎㅎ

연대해야죠. 아무렴요. 그래야죠. 연대가 중요합니다. ^^

아무개 2015-07-29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글이 왜 즐찾 브리핑에 안 떳을까요 ㅠ..ㅠ

저는 페미니즘 공부는 아마도 평생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정희진 씨의 책을 읽고 들더라구요.
여성학 하나만을 공부해서는 안되는 학문.
군사학, 남성학, 정치학, 생태학, 의학, 심리학 등등 연계된 학문이 너무 많아서
파도파도 끝이 안보일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어차피 끝도 없을테니
끝까지 할 생각일랑 접고
가는데 까지 가보자...뭐 이러고 있습니다.

함께 걸어가 주실꺼죠?
웃으면서 즐겁게!^^

단발머리 2015-07-29 09:14   좋아요 0 | URL
글게요, 왜 안 떴을까요? ㅋㅎㅎ

처음에 이적 엄마가 `여성학`을 전공한 학자다 듣고, 참.... 여성학이 뭐냐,하고 무식한 소리했었는데, 읽을 게 끝도 없는 것 같아요. 위의 말씀하신 연계된 학문을 다 섭렵하지 않더라도, 대충은 읽어야할텐데.
저도 뭐, 평생의 공부거리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무개님이랑 함께 걸어는 가겠으나,
저는... 웃으면서는 안 갈꺼에요.
짜증을 내면서, 투덜거리면서... 그러면서 가요. 힘은 내서요*^^*
 
집 나간 책 - 오염된 세상에 맞서는 독서 생존기
서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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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뱃속까지 보여주는 화끈한 솔직함

서평집은 인지도로 낸다는 점을 고려하면, 책을 내도 괜찮은 수준에 이른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에는 나보다 인지도가 높은 분이 숱하게 있다. 하지만 그분들은 너무 바빠서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하고, 어쩌다 읽어도 서평 같은 걸 잘 쓰지 않는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적당히 인지도도 있으면서 서평도 봐줄 만큼은 써야 한다는 기준을 충족하는 사람이 몇 없는 탓에 내가 서평집을 내게 되었다. 안타까운 점은 2014년 이후로 방송 출연을 거의 못하고 있어 인지도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인데, 그게 바로 인물과사상사가 서둘러 서평집을 만들게 된 이유였다. (8쪽)

 

이렇게 ‘생각’할 수는 있겠다. 서평을 쓰는 이유가 책 한 권을 다 읽었다고 자랑하기 위해서라거나, 금전적 이익 때문(5쪽)이라는 ‘생각’ 말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실제로 말하기는 쉽지 않다. 다른 사람에게 멋진 모습, 근사한 모습으로 보여지고 싶은 것은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이다. 그런데, 그 욕망을 인정하고, 자신 안에 그런 모습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그것을 공개적으로 ‘말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쉽지 않은 일을, 골몰히 생각해보면 나름 어려운 이 일을, 저자는 참 쉽게 한다. 솔직하게 말한다. 이런 이유로 서평집을 냈노라고 말한다. 그의 이런 솔직함은 저자의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이 책을 읽은 사람들에게는 ‘급호감’을, 이미 그의 솔직함을 잘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한다. 그의 솔직함이 독자를 무장해제 시킴과 동시에 저자와 독자의 암묵적 거리를 단숨에 단축시킨다.

 

2. 이런 생각 또 없습니다, 독특한 시선

      

 

 

 

『유령퇴장』은 작년에 내가 읽었던 책 중 Best 3에 속하는 책이고, 필립 로스의 작품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70대의 노인이 자신보다 40살이 어린 30대의 유부녀에게 끌린다는 이야기‘ 너머의 다채로운 빅재미를 엿볼 수 있다. 물론, 그 이야기가 가장 매력적이다.

내가 매료된 부분은 주커먼과 에이미의 가상대화인데, 에이미의 어린 시절을 묻는 이야기, 그녀가 읽었던 책 이야기, 주커먼이 권하는 책이야기가 길게 이어진다. 관심 가는 여자, 유혹하고 싶은 여자에게 독서 이력을 묻는 남자라니. 이런 남자야말로 진짜 ‘뇌색남’이다.

저자의 독특한 시선은 이 지점에서 발휘되는데, 조지 W. 부시 George W. Bush가 재선에 성공한 2004년의 상황을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과 연결지어 설명한 것이다. 이 부분을 읽을 때는, 나도 그 생각을 했었다. (은근슬쩍 묻어가기^^)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하다는, 불길한 방송 사고부터 시작해서, 다음날, 그 다음날 아침까지도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박근혜’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고, 믿을 수가 없었다. 완벽한 절망. 그 상황을 저자는 이렇게 풀어 쓴다.

발기도 안 되는 노인이 왜 여자에게 집적대는 걸까? 어쩌면 이 장면은 상징적인 비유일지도 모르겠다. 발기불능은 영영 집권이 불가능해진 우리나라 좌파를, 노인이 집적대는 유부녀는 이미 새누리당과 결혼한 우리나라 유권자를 상징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여전히 집적대는 노인에게 유부녀는 그의 발기불능을 상기해준다. ... 책에서 노인은 결국 뉴욕을 떠난 원래 있던 산속으로 돌아가려고 결심하는데, 이는 저자가 한국 좌파들에게 “정치판을 떠나라”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다. (27쪽)

 

부시가 당선되었을 때 에이미의 절망과 박근혜가 당선되었을 때 2030세대들의 절망은 나도 연결해서 생각할 수 있었지만, 발기불능 = 한국좌파, 유부녀 = 새누리당과 결혼한 우리나라 유권자, 의 해석은 정말 창의적이다.

저자만의 독특한 해석, 특별한 독법은 『유령퇴장』을 식탁 위에 두고 짬짬히 읽어가는 내게 이 책의 재독, 삼독을 간곡히 권유한다.

 

3. 유쾌상쾌 거침없는 매서운 비판 정신

 

 

아래 인용은 존 퀘이조의 『콜레라는 어떻게 문명을 구했나』에 대한 글이다.

사후의 일이기는 하지만 스노가 바라던 안전한 물 공급은 결국 이루어졌고, 이제 웬만한 나라에서는 콜레라 환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국정원이 바라는 것처럼 유우성이 결국 간첩이라고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국정원에도 상하수도 시설을 만들어 국정원을 망치는 더러운 물을 차단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결국 스노의 의견을 받아들인 빅토리아 여왕과 달리 우리나라 대통령은 국정원이 깨끗해지는 걸 바라지 않는 것 같아 걱정이다. 괜히 간첩으로 몰리지 않게 우리가 정신 차리고 살아야 하는 이유다. (87쪽)

 

정부의 잘못에 대해 불평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차원’에서 불만의 토로이다. 누구라도 정색을 하고 물어볼라치면, 은근슬쩍 꼬리 내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저자는 정부에 대한 비판, 정책에 대한 비판,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글’로 풀어내고 있다. 일전에 고소를 당했을 때,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하고, 산더미 같은 자료를 준비하셨던 지혜로운 아내를 두셨으니 망정이지(42쪽), 읽을 때마다 속 시원하고 통쾌한 건 사실이지만, 조금 걱정스럽기도 하다. 고소장 한 장에 벌벌 떨면서 “앞으로 글을 좀 부드럽게 써야겠다”라고 자체 검열하는 자신을 돌아보면서도(45쪽), 날선 비판을 멈추지 않는 그의 용기가 새삼 존경스럽다.

 

        

 

 

 

저번주 토요일에는 교보문고 명강의 BIG 10에 다녀왔다. 마태우스님의 책은 무척 재미있지만, 강의는 5배 정도 더 재미있었다. 초등학생들이 적지 않게 참석했는데, 이 아이들은 마태우스님의 책을 다 읽었는지, 퀴즈란 퀴즈는 죄다 아이들이 맞혀 좋은 책선물을 많이 받아갔다. 기술이 부족해 마태우스님의 멋진 모습을 잘 포착하지 못 해 아쉬울 뿐이다. 사인을 받을 때, ‘단발머리’라고 써달라고 부탁드렸더니, 그 바쁜 와중에도 단발머리는 아니시잖아요, 라며 깨알개그를 선사하셨다. 주최측에서 준비한 네팔 어린이 돕기 팔찌는 아롱이 선물로 재탄생했다.

간만에 즐거운 외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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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5-06-29 1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저 팔찌 받았어요!
끝번호가 0,3,6인가 맞죠? ㅎㅎㅎ

마태우스님 싸인 바뀌셨네요.
그전엔 멋진 말그림이였는뎅

그나저나 우리는 왜 일면식도 없으면서
두리번 거리면
알라디너를 알아볼수 있을꺼라 생각했던 것일까요.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5-06-29 19:50   좋아요 1 | URL
앗!! 아무개님도요? 그럼 우리 팔찌 받는 줄 앞에서 마주쳤을 수도 있겠군요. ㅋㅎ
저는 3으로 끝났어요.

아무래도 말은 그리려면 시간이 좀... 그래서 바꾸신것 아닐까요?

그게 저의 가장 큰 의문이죠. 저는 왜!!! 알라디너들을 만나면 단박에 알아볼거라고 생각했을까요?
이마에 `알라딘`이라고 써 있지도 않는데 말이죠.
저도 그게 의문입니다.
다음에는 ˝알라딘˝이라고 써서 등에 붙이고 나갈까봐요. 진짜로요~~~~~

AgalmA 2015-06-29 13: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필립 로스 <유령퇴장>이랑 존 쿳시 <추락>이랑 비교해 읽어보고 싶어요...늘 그랬는데 시간이 없는 걸까요. 제 맘이 거기까지 다다르지 못한 걸까요ㅎ

서버가 해외면 못 잡는다고 푸념하듯이 대통령, 나라 질타를 맘껏 하려면 해외에서;; 쿨럭)) 젠장)))

˝단발머리는 아니시잖아요˝ ㅋㅋ 마태우스님 유해진 닮았어요. 실례는 아니겠죵ㅎ;;
하트머리ㅋㅋ 보슬비님 유머 실력도 상당한데!
그래! 유머를 서재에서 배우는 거야!!ㅎㅎ

단발머리 2015-06-29 19:55   좋아요 1 | URL
아하... 저는 그래서 또 존 쿳시의 <추락> 검색 들어갑니다.
Agalma님 많이 바쁘시고 시간도 없으시니까, 한가한 제가 비교하면서 읽어볼께요.^^

마태우스님을 실제로 본 사람으로서 말씀드릴께요.
유해진보다는 마태우스님이 더 멋지구요.

유머를 서재에서 배우시고, 갈고 닦으세요~~ 보슬비님 같은 고수분들이 아주 많구요.
참고로 저는 Agalma님 유머 스타일도 좋아합니다^^

icaru 2015-06-29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오~ 단발머리님이시닷,, 하트 치워주세요 미투요!

단발머리 2015-06-29 19:56   좋아요 0 | URL
우하핫....
마태우스님을 봐주시구요.
저기 줄 서서 기다리면서 다른 사람들 보면서 느낀 건데요. 마태우스님이 머리가 작으세요.
그래서 사진 옆의 사람이 대두처럼 나옵니다.
김수현 옆 일반인처럼요.
제 사진도 그런 식으로 나왔구요. 공개 못 하는 진짜 이유는....

제가 너무 명랑하게 나와서요.
저, 명랑한 여자로 나왔어요. 흐흑...................................................

다락방 2015-06-29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단발머리님의 저 하트 안에 숨겨진 초미모의 포쓰가 느껴져요!! >.<

단발머리 2015-06-29 19:58   좋아요 1 | URL
진짜, 다락방님도.... 히히힛...
다락방님, 사랑합니다.

다락방님이 완전 초미모시죠. 저는 아닙니다.

저는 그런 삶을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마태우스 2015-07-04 04: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이런 멋진 서평 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ㅠㅠ 제 강의도 들으시고, 흑, 뭐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 할지, 앞으로 나오는 책은 꼬박꼬박 보내드릴게요! 글구 저도 페미니즘 공부 한창 했었는데, 그때 읽은 책 중 하나가 행복한 페미니즘이었지요. 저도 님 서재 가끔 들러서 인사 올릴게요.

단발머리 2015-07-04 22:48   좋아요 0 | URL
마태우스님~ 저자 직접 방문 완전 감사드립니다. 저, 가족들한테 막 자랑하고 이 화면 캡쳐했어요~ 마태우스님의 역작과 야심작들은 제가 모두 차곡차곡 사 모을테니 걱정마시구요~ 앞으로도 재미있고 유익하며 감동까지 주는 좋은 책들 많이 쓰시기를 바래요~~~ 마태우스님과 아리따우신 사모님, 그리고 귀여운 기생충들을 응원합니다!!!
 
The Mighty Avengers: The Story of the Avengers (Paperback)
Mike Norton / Marvel Press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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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관객 1000만명을 동원한 슈퍼히어로급 인기 영화다. 5월초에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보았는데, 아이들은 아주 좋아라 했고, 나도 아주 재미있게 봤다.

 

 

 

이 책에서는 Iron Man, Hulk, Thor, Captain America 등이 어벤져스 팀을 이루는 과정을 보여준다.

내가 “이런... ‘캡틴’이 ‘아메리카냐?”고 묻자, 딸아이가 그렇다며, 별명은 ‘아메리카노’라고 말해줬다.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 잔 했으면...

 

 

 

CD가 같이 들어있는데, 성우 목소리가 아주 근사하다. 그림이 위주인 책이라, 많은 영어 표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많이 등장해 흥미를 가지고 영어를 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벤져스를 좋아하는 어린이들, 특히 남자 어린이들, 자신을 어벤져스 캐릭터 중의 하나로 생각하며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많은 남자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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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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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도 안 돼서 그는 이 결혼이 실패작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1년도 안 돼서 결혼생활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버렸다. 그는 침묵을 배웠으며, 자신의 사랑을 고집하지 않았다. 그가 애정을 담아 그녀에게 말을 걸거나 몸을 만지면, 그녀는 그를 외면하고 내면으로 숨어 들어가 아무 말 없이 견디기만 했다. (107쪽)

 

하지만 고든 핀치의 사무실을 나선 순간부터 그는 알고 있었다. 존재의 작은 중심에서 자라난 무감각한 공간 속 어딘가에서 자기 인생의 일부가 끝나버렸음을. 자신의 일부가 거의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이라서 다가오는 죽음을 거의 차분한 태도로 지켜볼 수 있을 정도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300-1쪽)

 

 

 

스토너, 나는 스토너가 행복하기를 얼마나 바랬던지.

나는 스토너가 행복하기를 바랬다. 그의 행복이 조금 더 지속되기를 바랬다. 그가 혼자가 아니기를 간절히 바랬다. 그를 괴롭히는 고통이 사라지기를 바랬다. 마지막에는, 마지막에라도 그가 편안하기를 바랬다.

나의 소원, 스토너에 대한 나의 소원은 한 가지만 이루어졌다. 스토너의 행복은 금방 끝나버렸고, 결국에 그는 혼자였으며, 마지막까지 그의 고통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소원은 이루어졌는데, 결국에 스토너는 편안해졌다. 그는 편안하게 잠들었다.

우리의 인생이 스토너의 인생과 같다고 말할 때, 우리 모두가 ‘한 사람의 스토너’라고 말할 때,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 모두는 스토너가 아니기를 바란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은 스토너의 것과 닮아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최고점을 찍고, 최저점을 찍는 삶. 시작이 있고, 끝이 있는 삶. 슬픔과 아픔이 있는 삶. 그럼에도 지진하게 계속되는, 그런 삶 말이다.

갸름하고 섬세한 얼굴에, 날씬하다 못해 부러질 것처럼 보이는 아름다운 여인 이디스와 결혼했지만, 그녀는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자신을 만지는 스토너를 외면했다. 아버지의 서재에서 얌전히 책을 보며 스토너에게 가장 편안한 미소를 선물했던 그레이스는 마지막 순간에 그의 눈빛을 모른척했다. 스토너를 문학의 길로 이끌어준 슬론 교수는 마르고 가여운 사람이 되어 스토너의 울음을 뒤로 하고 떠나 버렸다. 평생 동안 우정을 쌓아온 고든은 정신을 잃고 오래전 전사한 친구의 이름을 부르는 스토너를 보며 뒷걸음질 쳤다. 스토너에 대한 뿌리 깊은 증오에 사로잡힌 로맥스는 평생 스토너를 괴롭혔다. 암과의 사투는 말할 수 없는 고통과 함께 찾아왔다.

캐서린.

캐서린과의 시간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한 때였지만, 그 시간은 정말 한 때였다. 두 사람은 한 몸처럼 서로를 사랑했고, 서로를 아꼈으며, 서로를 통해 완전해졌지만, 하지만 두 사람은 헤어졌다.

그래서, 두 사람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라는 유치한 결론을 고대하는, 그런 결론만을 갈구하는 나에게, 이 진지하고 우아한 소설은 인생 그 자체를 보여준다. 사랑하고, 불화하며, 애정을 갖고, 무관심해지며, 우정이 있었지만, 그 우정도 언젠가는 사그라들고, 불화하고 복수를 일삼으며, 사투를 벌이며, 고통 받는,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삶, 그 자체를 말이다.

해피엔딩에 집착하는 나는, 김연수의 산문집에서 읽었던 이 구절을 떠올리며, 스토너를, 스토너의 인생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혹시나 이뤄질지도 모를 어떤 삶이 내 인생의 목적지가 아니라 어쩌면 내 뜻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 현실이 내 삶의 궁극적인 목적지일지도 모른다고. (251쪽) 

 

내 뜻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현실의 어느 한 지점에 반드시 도달하기 원한다. 하지만, 내게 남겨진 시간 속에서, 내가 원하는 어떤 현실에 끝까지 도달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걸, 이제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직은 5월이라 이 소설을, 올해 최고의 소설,로 꼽기에는 조금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한데, 이 소설은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 소설은 오래 오래 기억될 것이다. 이 소설은 자주 자주, 생각날 것이다. 나는, 책장에서 이 소설을 꺼내서는, 이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다시 읽게 될 것이다.

“그런 걸 어떻게 아시죠?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이건 사랑일세, 스토너 군.” 슬론이 유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는 사랑에 빠졌어. 아주 간단한 이유지.“ (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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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5-13 13: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맨 밑에요, 인용하신 32쪽.
스토너가 문학과 사랑에 빠진 바로 그 순간, 그 때부터 저도 이 책이 좋아졌더랬어요.

단발머리 2015-05-13 14:51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군요~ 저는 스토너 같은 사람이라 스토너의 이런 상태, 문학과 사랑에 빠진 이런 상황을 빨리 눈치채지 못했어요. 그 증세를 읽고 보고 하면서도 말이지요. @@

아무개 2015-05-13 14: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토너는 제 스타일이 아닐꺼라고
알라딘에서 귀여움을 담당하는
어느분이 제게 하신 말씀때문에
망설이고만 있습니다요 (-_ど)

단발머리 2015-05-13 15:00   좋아요 0 | URL
아하하~ 그 분이 그러셨군요~ 사실 저는 `필립 로스` 소설만 연달아 읽던 중에 이 소설을 읽었는데요. 시작이 `옛날~ 하고 먼 옛날~` 이런 식으로 차분하게 나와요~ 끝까지 차분합니다~ 차분한 스타일도 괜찮으시다면 추천하고 싶지만 알라딘 귀여움 담당이신 분이 아무개님 취향을 잘 파악하셨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ㅋㅋㅋ

다락방 2015-05-13 15:17   좋아요 0 | URL
아무개님, 도전해 보세요. 도전!! ㅎㅎ

단발머리 2015-05-13 16:04   좋아요 0 | URL
그 분이 아무개님에게 말합니다.
도전해 보세요~~~~~!!!ㅋㅎㅎㅎ

CREBBP 2015-05-13 14: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계속 서재에 올라와도 안사고 버텼었는데.. 어쩔 수 없군요. 잘 읽었습니다.

단발머리 2015-05-13 15:1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guiness님 반갑습니다~ 저도 알라딘서재에서 계속 눈팅하다가 읽게 됐어요. 알라딘은 책을 부르는 회오리바람 @@ 아니던가요?ㅋㅎㅎㅎ

CREBBP 2015-05-13 15:11   좋아요 1 | URL
북풀이 더욱 부채질하고 말이죠. 읽지 않고 쌓이둔 책도 많은데 말이죠.

참, 둘러보니 필립로스 광팬이신듯.. 저도 좋아해요. 포트노이의 불평을 재밌게 읽으셨다니 방가방가

단발머리 2015-05-13 16:05   좋아요 0 | URL
ㅎㅎ 북플은 우리 공동의 적인가요? 저는 필립 로스 광팬은 아니구요~~
제가 많이 좋아합니다, 필립 로스. 그 사람
ㅋㅎㅎ호

AgalmA 2015-05-14 0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진지한 작품 말씀하시는 자리면 포카칩을 치우고 사진을 찍으실 만도 한데, 이 글은 포카칩 사랑 인증도 하시는 걸로....
(엉뚱한 걸 보는 이 주책...)

단발머리 2015-05-14 07:36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제가 어제 이 글 올릴때는요, 너무 배가 고파서 포카칩이 그리 사랑스럽게 보이더라구요.
Agalma 님 댓글 읽어보니 진짜 글이랑 사진이랑 안 어울리는 것 같아, 내심 마음이 혼란스럽군요. @@

북극곰 2015-05-19 1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필립 로스 떠올렸는데, 저는 필립 로스가 더 좋았어요. ^*^

단발머리 2015-05-19 14:27   좋아요 0 | URL
헤헤헤~~ 정말이요? 북극곰님~ 우리 앞으로 필립로스 이야기 많이 많이 같이 나누어요*^^*
 
잊지 않겠습니다
416가족협의회 지음, 김기성.김일우 엮음, 박재동 그림 / 한겨레출판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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