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실패의 기억 

 

 

 

 

 

 

 

 

 

 

 

 

 

 

 

무지의 소치, 무식의 발로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전 국민의 애독서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1-남도답사 일번지]을 펴들었을 때, 나는 5장을 넘어가지 못 했다. 내가 얼마나 우리 고유의 문화를 모르고 있었느냐를 확인하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아무래도 재미가 없었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도대체,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시간은 흘러 흘러 바야흐로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7-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제주도편]이 발간되었다. 나는 다시 한 번 도전에 나섰다. 국내의 유명 관광지나 명승지는 안 가봐서 모른거고, 제주도는 여기 저기서 들은 풍월이 있으니, 그걸 밑천 삼아 도전해 보자 했다. 결과는 역시 참패였다. 이 시리즈는 안 되겠다, 실패!를 외치려던 찰나였다. 

2. 주황색 표지 

내가 유치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속물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책 안 읽는 사람들은 다 그렇더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책표지는 중요하다. 책 디자인은 중요하다. 책과의 첫 대면이 만족스러울수록, 인상적일수록 실제 독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내 경우엔 그렇다.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일본편 1 - 규슈, 빛은 한반도로부터]는 예쁜 주황색 (안 예쁜 주황색, 탁한 주황색도 있다) 바탕은 일본 전통 의상인 기모노 문양이고, 도자기는 이도 다와, 이마리야키, 가키에몬, 에가라쓰, 사쓰마야키 등 본문에 나오는 도자기 작품들이다. 제목 글씨는 조선 후기에 목판본으로 간행된 [언간독]에서 집자한 것이라 한다.   

이 책을 보는 순간, 다시 한 번 도전의 열망이 솟아 올랐다. 그래, 다시 시작해보자. 국내편 7권을 다른 사람이 집필한 것도 아니고, 동일 저자의 동일 저작일텐데, 세상에, 이 책은 너무나 재미있어 술술 넘어간다. 예쁜 주황색 때문인가. 아무튼 놀라운 일이다. 

3. 쌍둥이 형제 이야기 

아랍인과 유대인의 경우처럼 한국인과 일본인은 같은 피를 나누었으면서도 오랜 시간 서로에 대한 적의를 키워왔다. (...) 한국인과 일본인은 수긍하기 힘들겠지만, 그들은 성장기를 함께 보낸 쌍둥이 형제와도 같다. 

(6쪽, [총, 균, 쇠] (Guns, Germs, and Steel, 재러드 다이아몬드, 김진준 옮김, 문학사상사 1998, 654쪽) 

몇 년 전 [총, 균, 쇠] 읽었을 때도, 뒷부분의 추가 논문 <일본인은 어디에서 왔는가>는 한국과 일본에 대한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관심과 애정이 오롯이 느껴졌다.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일본은 더더욱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겠지만, 외부에서는, 서구에서는 그렇게도 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 성장기를 함께 보낸 2) 쌍둥이 형제. 1) 후천적 경험의 많은 경우를 서로 공유하고 있고 2) 유전적, 생물학적 일치를 보여주는 친인척. 한국과 일본, 일본과 한국이 그러하다. 이제는 서로에 대한 콤플렉스를 이겨내고 상대국을 긍정적으로 인정해야 할 때. 일방적 시각에서 쌍방적 시각으로 옮겨져야 한다는 유홍준님의 주장은 '일본 답사기'를 시작하는 학자의 지점으로 아주 적확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이 문장들은 옳다. 옳고, 웃기다. 

현재의 대한민국으로 말하자면 아직 분단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너도 나도 얘기하듯이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어 남한만으로도 더 이상 일본에 꿀릴 것이 없다. 바둑도 피겨스케이팅도 골프도 우리가 더 잘 한다. (5쪽)  

하핫. ^^

임진왜란이 후대에 주는 교훈이 한둘이겠습니까마는 지금 이 자리에서 떠오르는 것 두 가지만 얘기하겠습니다.... 첫째는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임진왜란의 전승국은 조선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일본의 침략을 물리쳤죠. ... (중략) ... 조선은 전승국이었기 때문에 전후 국가 재건 사업에 박차를 가하여 더욱 강한 나라가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 결과 100년 뒤 숙종, 영조, 정조 연간의 문예부흥을 맞게 됩니다. 이에 반해 일본은 패전국에서 당연히 일어나는 정변이 일어납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에도 막부로 정권이 교체되죠. 이때 동아시아의 정세가 요동을 쳐 명나라는 청나라에 망하게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조선이 건재한 것은 전승국이었기 때문입니다. (79-80쪽)

임진왜란 직후 조선의 상황은 끔찍했을 것이다. 국토 전체가 전쟁터였으니, 여기저기 시체가 즐비했을테고, 젊은 남자들은 모두 전쟁터에 동원되었을테니, 전후 작업도 암담했을 것이다. 무능한 조정은 임금을 가운데에 두고 여기저기 도망다니기 바빴을테니 위신이 안 섰을테고, 명군의 도움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전쟁터에서는 관군보다 의병이 주력 부대였으니, 버려진 논밭은 황폐해질대로 황폐해졌을 것이다. 이 모든 전란의 책임은 조선에 있다. 이것은 조선의 당쟁 싸움 때문이다,라고 배웠다. 그래서, 전쟁의 원인과 전쟁의 진행, 전쟁의 결과를 조선이 모두 감당해야 한다고 배웠다. 그렇게 배웠다. 

그런데, 유홍준은 말한다. 

"조선은 전승국입니다. 일본의 침략을 물리쳤죠."

맞다. 조선이 전승국이다. 일본도 중국도 패전의 상황 때문에 정권이 교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은 큰 흔들림 없이 나름대로 전후 복구 사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패배주의에 찌든 비관적 판단은 그만. 민족주의를 앞서운 어설픈 해석도 사양. 사실을 사실대로만 말한다. 
조선은 전승국이다.

오징어를 먹으면서 나는 근래에 와서 읽은 정약전(1758~1816)의 [현산어보]가 떠올랐다. 그의 흑산도 유배 시절 저술한 [현산어보]는 [자산어보]라고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이는 한자를 잘못 읽은 것이다. (96쪽) 

유흥준님이 얼마나 타고난 이야기꾼인지 여실히 드러난다. 이런 식이다. 오징어를 먹으면서 오징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현산어보]를 떠올리고, [현산어보]를 이야기하자니 정약전과 그의 삶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오징어-현산어보-정약전을 넘나드는 이 찰진 이야기를 그 누가 지루하다 하리요. 

가라쓰야키는 처음부터 끝까지 조선 분청사기 기법에 기초를 두고 있으면서 이를 일본식으로 변화, 발전시킨 것이다. (120쪽) 

그들은 우리의 분청사기를 미시마, 하케메, 고히키, 가타데 등으로 더욱 변화, 발전시켰다. 이렇게 섬세하게 분류해서 부를 수 있는 것은 그만큼 그 미감에 대한 이해가 깊었다는 얘기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는 도자기에 대해 거의 무관심하다. 고려청자, 조선백자, 조선 분청사기가 뛰어나다는 주장만 했지 생활 속에서 그것을 즐기지 않고 있다. 그러나 조선 도자의 가치를 일본인들은 일찍이 알아챘고 그것을 생활 속에서 마냥 즐기고 있다. 우리는 고유기술을 갖고 있었지만 그것을 활용할 줄 몰랐고, 일본은 그 고유기술을 통째로 가져가 자신들의 위대한 도자기 문화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반성할 대상은 우리 자신에 있다. (123쪽) 

도자기에게까지 갈 것도 없고, 그릇에도 접시에도 관심이 없는 나는 시집올 때 엄마가 사 주신 '한국도자기'를 아직까지 사용한다. 백화점에서 5만원이상 구매시 주었던 사은픔 면기세트도 잘 사용하고 있다. 이쪽으로는 도통 관심이 없다. 물론, 우리 나라에도 그릇에 관심이 많은사람들이 있을테다. 다른 집에 놀러갔을 때, 근사한 찻잔이나 그릇을 볼 때가 종종 있다. (물론, 나는 그 유명한 찻잔과 그릇의 이름도 모른다. 그 엄마들께 죄송^^) 

일본 사람들은 우리의 분청사기를 더욱 변화, 발전시키고, 유럽의 주문에 따라 다채롭게 제작했다니 정말 대단하다. 책에서도 확인되다시피, 임진왜란, 정유재란때에 일본으로 끌려간 도공들은 대부분 공주, 남원, 김해, 울산 등 삼남 지방의 도공들이었다. 조선시대의 관요가 있던 경기도 광주등의 뛰어난 도공들은 조선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그들이 만들던 가마터에 대한 조사나 연구는 이루어진게 없다고 한다. 그 때도 그랬고, 지금도 도자기에 대해 거의 무관심하다. 조선 도자의 가치를 알아채고, 그것을 생활속에서 만끽하는 일본인들의 미적 감각이 조금, 부럽다.  

당시 번주는 이런 장관의 무지개 솔밭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400년 뒤 후손들은 이런 행복을 누릴 것을 알았기에 어린 묘목을 100만 그루나 심은 것이었다. 똑똑한 지도자 한 분 만난다는 것이 국가와 국민에게 얼마나 큰 복인가를 이 솔밭이 말해준다. (107쪽) 

위의 문장은 책 전체를 통틀어 가장 슬픈 문장이다. 똑똑한 지도자 한 분 만난다는 것이 국가와 국민에게 얼마나 큰 복인가. 아, 그런 적도 있었는데. '잃어버린 10년'에는 어디에 내놔도, 심지어 오만방자함이 하늘을 뚫고 태양계를 지나 은하계에까지 가버릴 듯한 신출내기 검사들 앞에서도 논점을 잃지 않으시고, 그러면서도 신사적 품위를 유지하셨던 '똑똑한 지도자' 한 분 계셨었는데, 아, 근래 몇 년은... 참, 복도 지지리도 없다.  

4. 골든벨 문제 

신랑이 필요하다 해서 엄청 쉽고, 간단한 것들로만 골든벨 문제 10항을 급조했으나, 마감을 맞추지 못 해 폐기처분되었다. 속상한 마음에 여기에 올려본다. 

나중에 '조선 분청사기 기법에 기초를 두고 일본식으로 변화, 발전된 토기의 형태는?'하고 누가 묻는다면, '가라쓰야키'하고 대답하지는 못하겠지만, '일본의 도조라 일컬어지는 조선의 도공은?'하고 묻는다면, '이삼평' 정도는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 일본편 1 규슈]

1. 저자는 [총, 균, 쇠]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말을 인용해 한국과 일본이 상대국을 부정하는 일방적 시각에서 서로를 인정하는 쌍방적 시각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재러드는 "아랍인과 유대인의 경우처럼 한국인과 일본인은 같은 피를 나누었으면서도 오랜 시간 서로에 대한 적의를 키워왔다. (...) 한국인과 일본인은 수긍하기 힘들겠지만, 그들은 성장기를 함께 보낸 000 형제와도 같다. (6쪽)"라고 말했는데요, 위의 글에서 빈 칸에 들어갈 말은 무엇입니까?
정답 : 쌍둥이 

2. 일본 훗카이도와 사할린에 일부 남아 있는 아이누족은 털이 많고, 키가 작으며 얼굴이 네모지며 눈에 쌍꺼풀이 있는 폴리네시아인 계통으로 짐작됩니다. 수렵, 채취 생활을 영위했던 이들이 만들었던 토기로, 그릇 바깥 면을 마치 새끼줄로 덧붙인 것같이 장식해서 그 이름을 얻은 토기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정답 : 조몬토기 

3.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을 침략을 위해 축조했던 거대한 성으로 총 면적이 50만평에 이르는 임진왜란 침략 기지는 무엇입니까? 
정답 : 히젠 나고야성 

4. 저자는 말하기를 임진왜란이 주는 중요한 교훈 중 첫번째로 이것을 들었습니다. 조선이 전쟁 후에 전후 국가 재건 사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던 것도, 100년 후에는 숙종, 영조, 정조 연간의 문예부흥을 맞을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이것 때문이라고 보았는데요. 

일본은 패전국에서 당연히 일어나는 정변이 일어납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에도 막부로 정권이 교체되죠. 이때 동아시아의 정세가 요동을 쳐 명나라는 청나라에 망하게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조선이 건재한 것은 (조선이) 000이었기 때문입니다. (79-80쪽) 라고 평가했는데요, 빈 칸에 들어갈 말은 무엇입니까? 
정답 : 전승국 

5. 현재 200명 정도가 살고 있는 일본의 작은 섬으로 약 2만 그루의 동백나무가 자생하는 동백섬으로 유명합니다. 백제 무령왕이 태어난 곳으로 알려진 일본의 섬은 무엇입니까? 
정답 : 가카라시마 

6. 일본에서 오징어를 먹으며 저자는 오징어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흑산도 근해의 수산물의 이름, 분포, 형태, 습속을 조사한 정약전의 저서를 떠올렸습니다. [자산어보]라고도 알려져 있으며, 현재까지도 학술적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있는 정약전의 저서는 무엇입니까? 
정답 : 현산어보 

7. 가가미 신사는 일본에서 전쟁의 화신처럼 여기는 진구 왕후를 모신 신사입니다. 이 신사에는 유명한 고려 불화가 보관되어 있는데요, 김우문 또는 김우가 그리 작품으로 고려 불화 중에서 유일하게 높이 4미터가 넘는 대작입니다. 이 불화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정답 : 수월관음도 

8. 일본의 3대 대표 토기중의 하나로, 일진왜란 이후 일본으로 끌려온 조선 도공들에 의해 세워진 가마터에서 만들어진 토기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조선 분청사기 기법에 기초를 두고 있으면서 이를 일본식으로 변화, 발전시킨 토기의 형태입니다. 이 토기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정답 : 가라쓰야키 

9. 임진왜란 당시 다케오의 번주인 고토 이에노부에게 끌려온 김해의 도공 김태도의 아내로, 아리타의 히에코바에서 천신산 가마를 열고 백자를 생산해낸 사람입니다. 문근영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MBC사극 [불의 여신 정이]가 이 사람의 이야기를 허구로 꾸민것인데요, 이 사람은 누구입니까? 
정답 : 백파선 

10. 정유재란 때 번주인 나베시마 나오시게에게 끌려와, 도자기 가마의 책임자로 임명받고 가나가에 산페이라는 일본 이름을 얻었으며, '덴구다니 가마'를 열어 일본 최초의 백자를 생산해낸 사람입니다. 일본 자기의 시조의 추앙받는 이 사람은 누구입니까? 
정답 : 이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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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10-26 0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문화기 일본편으로 매니아 대열에 합류하신다고.... 내맘대로 접수합니다!ㅋㅋ
그런데 나는 책만 사두고 아직 못 읽었어요,
예전엔 나를 위해 사고 읽었는데, 이제는 도서관을 위한 책으로 바뀌었다는...ㅠ

단발머리 2013-10-26 16:34   좋아요 0 | URL
아항~~ 순오기님 많이 바쁘시군요.
전에 순오기님 유홍준 작가님과 제주도 다녀오셨드랬죠? 그 때 완전완전 부러웠어요.

나도 순오기님처럼 부지런히 살면 언젠가 그런 영광이 있을까나, 하지만서도
자신이 없어, 그냥 문화기 매니아 대열에 줄 선 것으로 만족합니다.
바로 일본편 2권 구매들어갑니다. ㅋㅎㅎ
 

 


 

 

 

 

 

 

 

 

 

 

 

 

 

 

 

1. 이건 불법이다. 

원래는 불법인데, 그 때는 그렇게들 했다. 

3학년 2학기 제일 만만해 보이는 국문과 수업을 신청했다. 교재는 학교 앞 문방구에서 찾아가라 했다. <현대 소설 강독>. 

 

 

 

원래는 불법인데, 그 때는 그렇게들 했다. 교수님께서 아름다운 작품으로만, 주옥같은 명작으로만 고르셔서, 각 단편의 수록본을 복사해서, 그 복사본을 제본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현대 소설 강독>. 

 

 

 


다른 뜻이 있어, 국문과 수업에 들어간 건 아니었고, 과소개나 과순서 열거상 국문과가 우리과 바로 옆에 있는지라, 나름 적응에는 큰 어려움 없으려니 하고 수업에 들어갔다. 결과는 무참했다. 

우리과 친구 한 명,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친구 한 명이 어떤 글을 써 가든 교수님께 극칭찬을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우리과는 '한국말도 모른다'며 초전박살, 멸공수준의 폭격을 받았다. 나중에는 수업중에도 머리가 띵해지곤 했다. 내가 여기를 왜 들어왔을까, 왜 들어왔을까 하면서도 끝까지 수업을 들었던건(F학점이 무서워서가 아니고^^), 그 교수님의 수업이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심오한 내용도, 그렇게 특별한 내용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 교수님의 수업은 뭔가 좀 달랐다. 아주 간단한 한국어를 구사하시지만, 그 안에 필요한 말들이 모두 들어있었다. 잘못된 것을 가차없이 지적하셨지만, 잘된 글에 대해서는 어느 부분이 좋았는지 명확히 하셨다. 폭격은 무서웠지만, 그래도 좋았다. 


2. 김승옥의 [무진기행]

불법제조된 그 책에 실린 단편 중 김승옥님의 [무진기행]이 참 좋았다. 이전에도 읽어본 듯 줄거리는 알고 있었지만, 문장 하나 하나가 가슴에 와 닿았다. 

모든 것이 세월에 의하여 내 마음속에서 잊혀질 수 있다고 전보는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상처가 남는다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오랫동안 우리는 다투었다. 그래서 전보와 나는 타협안을 만들었다. 한 번만, 마지막으로 한 번만 이 무진을, 안개를, 외롭게 미쳐가는 것을, 유행가를, 술집 여자의 자살을, 배반을, 무책임을 긍정하기로 하자. 마지막으로 한 번 만이다. 꼭 한 번만. 그리고 나는 내게 주어진 한정된 책임속에서만 살기로 약속한다. 전보여, 새끼손가락을 내밀어라. 나는 거기에 내 새끼손가락을 걸어서 약속했다. 우리는 약속했다. 

한 번만 배반을 눈감아 달라는, 무책임을 긍정해 달라는, 새끼 손가락을 걸고 약속해 달라는 주인공의 애원이 22살, 그 때는 그렇게도 멋있었다. 

난 일반적으로 말하는 '평범한' 학생의 범주, 조금 더 좋게 봐준다면 '모범생'의 범주에 드는 사람이었다. 선 밖을 넘어가는게 쉽지 않았다. 사실, 선 밖으로 넘어간 적이 없다는 말이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래서 더욱 더, 22살, 무책임을 긍정하자는 그의 말이 내게 솔깃했는지 모르겠다. 나는, 선을 넘을 수 없는 나는, 한 번만, 꼭 한 번만 선을 넘어가겠다는 그에게 기회를 준 건지도 모르겠다. 한 번만, 단 한 번 만이에요, 하면서 말이다.  

나는 소리내 책을 읽었다. 읽고 또 읽었다. 눈으로 읽다가 이내 소리내 읽었다. 소리내 읽다가 다시 눈으로 읽었다. 22살, [무진기행]을 읽었다. 



3. 이동진의 <빨간 책방> 

이 책을 다시 찾아보자 생각한 건, <빨간 책방> 오프닝 멘트 때문이었다. 나는 오프닝 멘트는 모두 작가가 써 주는 줄로 알았는데 (더 예전에는 오프닝 멘트는 진행하는 사람이 쓰는 줄 알았다.) 

 

핑키님 페이퍼에서, 46회 오프닝은 진행자인 이동진씨의 책, [밤은 책이다]의 일부분이라는 걸 알게 됐다. 심한 사춘기를 앓던 10대의 어느 시기, [무진기행]을 필사했다는 이동진씨의 이야기가 이 책을 기억나게 했다. 나에게 특별한 이 책은, 이동진씨에게도 특별한 책이다. 흐뭇하다. 

 

 



 

 

 

 

 

 

 

 

 

 

 

계속 이 불법제조된 책으로 읽을 수 없어, [무진기행]을 찾아보았더니, <김승옥 소설 전집>이 눈에 띈다. 

 

 

 

 

 

 

 

 

 

 

 

 

요즘엔 전집이 대세인가. 여기 알라딘서재 분들은 <나쓰메 소세키 전집>을 모두 모두 사셨나 알라딘서재는 요즘 '소세키'로 대배 중이다. 나도 사고 싶다. 

 

 

 

 

 

 

 

 

 

 

 

 

 

 

 

 

 

 

 

 

 

 

 

 

 

 

 

최근 읽기 시작한 '밀란 쿤데라'도 전집으로 모셔 두면 너무 너무 폼날텐데, 불법이 용인되지 않는 이 시대에, 다만 현금이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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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10-17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현금 좀..

단발머리 2013-10-17 17:22   좋아요 0 | URL
카드 결제도 가능하기는 하지요^^
사실, 다락방님께는 좀 드리고 싶네요.
조카가 둘이니, 아무래도 현금이 많이 필요하실 거예요.
어쩌죠~~ 저도 T.T
 


 

 

 

 

 

 

 

 

 

 

 

 

 

 

 

 

 

최근에 아롱이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지 못 해, 다시 '책을 읽어 주자'고 결심했다. 당연히 1번부터 시작이다. 비룡소 <난 책읽기가 좋아>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어린이 책 시리즈다. 그 이유는, 

첫째, 여러 작가의 책을 모아서 만들었기 때문에, 이야기가 다양하고, 그림이 다양하다. 
둘째, 교훈을 주려고 노력하거나, 노력한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셋째, 어린이 책 치고는 크기가 작고 가벼워 이동할 때 가지고 다니기 편하다. 


 

딸롱이가 여섯 살때 구매했으니까, 나름 오래된 책인데도 나는 이 시리즈가 좋다. 가끔은 아이들보다 내가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작품은 <너 정말 이러기야?>와 <꼬마 곰> 그리고 <원숭이는 원숭이>등이다. 1권, <꼬마 곰> 중 네번째 에피소드, '꼬마 곰의 소원'. 

꼬마 곰이 말했어요. 
"와아, 그 얘기 참 재미있네.
그런데 엄마가 케이크를 갖고 왔잖아요.
엄마는 늘 나를 행복하게 해요."

엄마 곰이 말했어요. 
"지금 너도 나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단다." 

꼬마 곰이 물었어요. "어떻게요?" 
엄마 곰이 말했어요. "네가 자면 되지."
"알았어요. 그럼, 저 잘래요." (60쪽) 

 

 

 

워낙 이 책을 좋아하다보니, 여기 저기 많이 추천해 주었다. 이 부분을 처음 읽고 감탄하지 않는 사람들, 정확히는 놀라지 않는 엄마, 아빠를 본 적이 없다. 만약 어떤 사람이 놀라지 않았다면, 그 사람은 필경 아이를 재우다 먼저 잠들어본 경험이 없는 사람일 테다. 아이와 놀아주기, 아이와 이야기하기, 아이 밥 차려주기, 아이 씻기기 중에서 나를 가장 강력하게 불가항력의 세계로 내모는 건, 언제나 '아이 재우기'였으니까. 아이가 많이 자랐는데도, 그렇다. 아이 재우기는 힘들다. 

엄마 곰은 말한다. "너도 나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단다. 네가 자면 되지." 엄마 곰의 직구발언에 꼬마 곰이 응대한다. "알았어요. 그럼, 저 잘래요." 

세상에서 제일 이쁜 아기는 웃고 있는 아기거나, 놀고 있는 아기거나, 먹고 있는 아기가 아니라, '자고 있는 아기'니까. 자고 있을 때, 모든 아기들은 '하늘에서 잠시 이 땅에 내려온 조그만 아기 천사'가 되는 거니까. 

이젠 아기 천사라 부르기엔 많이 커버린, 아이 두 명이 자고 있다. 아이들과 씨름하다 지친 어른 한 명도 자고 있다. 이 때, 엄마 곰처럼 "나 지금 행복해~~"라고 말해 버리면, 너무 무심한 엄마, 매정한 아내일까. 그래도, 설마 그런다해도 나도 어쩔 수 없다. 

아, 행복하다.   

* 도서관에 갔다가 [꼬마곰] 시리즈가 다른 책으로  변경된걸 알게 됐다. 너무 오래된 책이라 그런가보다. 그래도 난 [꼬마곰] 시리즈가 좋은데,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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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10-17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리즈 검색해 볼래요. 둘째 조카도 태어났으니 또다른 책들을 사줘야죠. 헤헷 :)

단발머리 2013-10-17 10:40   좋아요 0 | URL
이렇게 좋은 이모라니... 내가 둘째 조카하고 싶어요.
이모~~~

다락방님~ 근데 이 시리즈 검색하니까 영어동화책으로만 나와서요.
제가 가지고 있는 한글판은 없네요.
다른 서점에는 확인 못 해 봤는데요.....

<꼬마곰 시리즈>는 이렇습니다.
1. 꼬마 곰
2. 꼬마 곰에게 뽀뽀를
3. 꼬마 곰의 방문
4. 꼬마 곰의 친구
5. 아빠 곰이 집으로 와요.

다락방 2013-10-17 10:42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중고샵까지 검색해봤는데 없더라고요. ㅠㅠ
아쉬운대로 [너 정말 이러기야?] 와 [원숭이는 원숭이]만 사야겠어요.

단발머리 2013-10-17 14:59   좋아요 0 | URL
저희집 책을 스캔해서 보내드리고 싶군요. 1권, 2권은 진짜 압권인데....
[너 정말 이러기야?]와 [원숭이는 원숭이]가 위로가 되기를....
참고로, 원숭이도 시리즈예요.

13. 원숭이의 하루
14. 원숭이는 원숭이
15. 원숭이 동생

구매의 신, 다락방님 화이팅~~
 

 


 

 

 

 

 

 

 

 

 

 

 

 

 

시작이 어려운 책이 있다. 이건 어떻게 읽히느냐와는 다른 이야기이다. 읽기엔 어려워도 리뷰 쓰기 쉬운 책이 있는가 하면, 읽을 때는 술술 읽혔는데, 막상 리뷰를 써 볼까 하니 아무 생각도 안 떠오르고, 그냥 멍~한 경우도 있다. 근자에 나를 가장 멍~하게 만들었던 책은 한병철의 <피로사회>. 읽을 때는 마음에 쏙쏙 들어오는 구절 구절에, 어머! 나 성경 읽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더니만, 막상 리뷰를 쓸려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난감함, 그 자체였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다. 소설 형식의 전방위적 파괴라는 점에서, 철학적 사유가 자유롭게 펼쳐진다는 점에서, 주인공들의 사랑이야기가 너무 아름답다는 점에서, 육체적 사랑에 대한 사유가 구체적으로 보여진다는 점에서, 정치적 압박과 망명 생활이 엿보인다는 점에서, 프라하의 이름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사실, 이 독특하고, 위대하며, 아름답고 훌륭한 작품에 대해 무슨 말인가를 덧붙인다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일일 수도 있겠다. 

나는 읽고, 감동하고, 감격하고, 그리고 놀랄 뿐이다.   

칠년 전 테레자가 살던 도시의 병원에 우연히 치료하기 힘든 편도선 환자가 발생했고, 토마시가 일하던 병원의 과장이 급히 호출되었다. 그런데 우연히 과장은 좌골 신경통 때문에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자기 대신 토마시를 시골 마을에 보냈던 것이다. 그 마을에는 호텔이 다섯 개 있었는데, 토마시는 우연히 테레자가 일하던 호텔에 들었다. 우연히 열차가 떠나기 전까지 시간이 남아 그는 술집에 들어가 앉았던 것이다. 테레자가 우연히 당번이었고 우연히 토마시의 테이블을 담당했다. 따라서 토마시를 테레자에게 데려가기 위해 여섯 우연이 연속적으로 존재해야만 했고, 그것이 없었다면 그는 테레자에게까지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58쪽) 

다음 날 아침 수화물 보관소에 짐을 맡긴 뒤 <안나 카레니나>를 겨드랑이에 끼고 프라하의 거리를 쏘다녔다. 저녁에 그녀가 초인종을 눌렀고, 그가 문을 열었다. 그녀는 책을 놓지 않았다. 그것이 마치 토마시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장권인 양. (88쪽)  

똥은 악의 문제보다 더욱 골치 아픈 신학 문제다. 신은 인간에게 자유를 주었으며 따라서 인류 범죄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점은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똥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인간을 창조한 신, 오직 신에게만 돌아간다. (378쪽) 

그러나 그녀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프란츠는 강하다. 그러나 그의 힘은 오직 외부로만 향한다. 그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그는 약하다. 프란츠의 허약함은 선의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프란츠는 사비나에게 결코 명령을 내리지 않을 것이다. 그는 예전 토마시처럼 바닥에 거울을 놓고 나체로 걸어 다니라고 명령하진 않을 것이다. 그에게 관능성이 없는 것이 아니라, 명령할 힘이 없는 것이다. 세상에는 폭력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는 것이 있다. 육체적 사랑이란, 폭력 없이는 생각할 수 없다. (176쪽) 

토마시를 테레자에게 데려가기 위해서는 여섯 번의 우연이 연속적으로 존재했다. 1984년에 출판됐지만, 2013년 10월 오늘, 내게 쿤데라의 소설이 와 닿기까지 여섯 번의 우연이 있었겠지. 그것이 없었다면 나는 쿤데라에게까지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팟캐스트 벙커 1 특강에서 강신주님이 쿤데라의 소설 <정체성>을 추천해 주셨다. 사랑이 시작될 때 사람들의 감정과 반응에 대해 잘 알 수 있을거라 하셨다. 반 정도 읽었는데, 그 놈의 반납기일 때문에. <정체성>의 쿤데라에게까지 이르기 위해서는 여섯 번의 우연이 아니라, 여섯 번의 클릭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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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10-14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태그에 똥이라니!

저 176쪽 부분, 저도 몇 년전에 읽으면서 인상깊게 봤었어요. 그 때 사비나가 프란츠에게 물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당신의 힘을 내게 쓰지 않는 이유가 뭐죠?" 라고.

사랑이 시작될 때 사람들의 감정과 반응에 대해 잘 알 수 있을거라니, 저도 [정체성]을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단발머리 2013-10-14 09:01   좋아요 0 | URL
괜찮았어요? *^^*

나 지금 다락방님 방에 가서 이쁜 새 사람 발 보고 왔는뎅ㅋㅎㅎㅎㅎㅎㅎ

176쪽처럼 물어보고 나서, 사비나는 프란츠를 떠날 결심을 하죠. 사랑한다는 것은 힘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지,라고 프란츠가 말해서요. 사비나의 에로틱한 삶에서 퇴출당하죠. ㅋ

아, 웃으면 안 되는데... 암튼. <정체성>은 일단 다시 빌리려고요.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연인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설정이 특이하죠.

그렇게혜윰 2013-10-14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읽은 책 중에 단 한 권을 뽑으라면 [피로 사회]를 뽑을 정도로 저도 이 책이 좋았어요. 그 이후에 [시간의 향기]도 샀는데 아직 읽기 전이네요,,,그렇게 좋았으면 당장 읽을 것 같은데 도통 손에 잡고 있는 책은 다른 책이니 ㅋㅋ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볍움]도 [향수] 읽고 얼른 읽어야지 했는데 여적이구요 ㅠㅠ [정체성]은 제목 때문에 산 것 같은데 가물가물~~하네요 ㅎㅎ 저도 강신주 님 추천이니 읽어야겠네요^^

단발머리 2013-10-14 10:40   좋아요 0 | URL
와~~ 책만먹어요살쪄요님.
진짜 책 많이 읽으시는군요. 진짜 이러다가 살 찌시는 거 아니예요?

저는 <시간의 향기>는 꿈도 못 꾸구요. <향수>도요. <정체성>을 어떻게 한 번 해볼까 생각중이예요.
강신주님 추천이니까~~ ㅋㅎㅎ

테레사 2013-10-14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가벼움 읽고, 놀랍도록 지적이면서 에로틱하고, 사색적이면서 반항적이라는데 열광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그 이후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쿤데라처럼 되면 얼마나 좋을까..그의 글을 모방하고 싶어 안달이었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네요.. ...불멸 역시 철학적이면서 유머스럽고, 재치가 넘치지만 사색적이어서 늘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책입니다. 저는 쿤데라에게서 무엇을 취하고 싶냐고 선택하라면 이 두권만 고스란히 가져오고 싶었더랬죠...사실은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것 같아요..숨이차서.

단발머리 2013-10-14 10:42   좋아요 0 | URL
아, 테레사님.
<불멸>도 좋군요. 그럼, 그것도 읽어야겠어요.

집에는 <농담>이 있거든요. 집에 있는 <농담>은 안 읽고, 테레사님 댓글 추천에 집에 없는 <불멸>이 읽고 싶은 이 알 수 없는 느낌은 뭐죠? 너무 너무 기대돼요.

<참을 수 없는...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아, 다시 읽어야겠다, 이 책은....

다락방 2013-10-14 10:57   좋아요 0 | URL
아 단발머리님, [불멸] 도 좋습니다. 그렇지만 [농담]도 정말 좋아요. 전 [농담] 읽고 완전 흥분해서 친구들에게 열변을 토하며 얘기하기도 했었어요. [농담] 어떻게 더 설명할 수는 없지만 좋아요, 진짜 좋아요!!

단발머리 2013-10-14 13:06   좋아요 0 | URL
아핫!!! 그래요?
<농담>도 엄청 좋군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요?
그럼 저는, 집에 없는 <정체성>을 다 읽은 후에, 집에 있는 <농담>을 읽는걸로 해야겠어요.
이러다 남편한테, 밀란 쿤데라 전집 사자고 보챌거 같은데요.

근데, <농담> 이렇게 말고요. 다락방님처럼 네모난 괄호 어떻게 하는 거예요? 다른데서 써와서
붙이는 거 아니지요? 키보드 어디에 네모난 괄호가 있나요? @@

다락방 2013-10-14 15:04   좋아요 0 | URL
p 옆에요.

단발머리 2013-10-14 18:43   좋아요 0 | URL
어흥... 찾았어요. 아까는 안 보였는데 @.@

테레사 2013-10-15 10:03   좋아요 0 | URL
농담도 재밌었죠.....아직 가야할 길이 먼 젊음의 느낌이 난다면(아주 단순화해서^^;) 불멸은 인생의 절반을 훌쩍 넘긴 아녜스, 그 여자의 삶의 태도를 한없이 따라하고 싶은, 뭐랄까..아무튼...ㅎㅎ

단발머리 2013-10-15 11:01   좋아요 0 | URL
오호~~ 젊음의 느낌 [농담] 좋아요~~

그럼 순서는 이렇게 ~~
집에 없는 [정체성] - 집에 있는 [농담] - 집에 없는 [불멸]
아하, 신나는데요*^^*

다락방 2013-10-17 09:59   좋아요 0 | URL
저는 [정체성] 샀지 뭡니까, 이 페이퍼 읽고요. ㅎㅎ

단발머리 2013-10-17 10:24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나도... 에잇!!!
 



 

 

 

 

 

 

 

 

 

 

 

 

 

 

 

1. 서평을 쓸 때가 가장 행복했다. 

서평을 쓰면서 평소 읽고 싶었던 책들을 맘껏 읽고 그에 대한 내 느낌을 말할 수 있어 좋았다. 15년 이상 여러 다양한 일간지에 글을 쓰고 살았지만, 서평을 쓸 때가 가장 행복했다. (5쪽)  

서평을 쓸 때, 가장 행복했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이 된다. 책을 다 읽은 후의 따뜻한 '감동'과 가벼운 '감상', 그리고 기억하고 싶은 구절들을 '인용'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컴퓨터 앞에 앉아 방금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갈 때, 그에 대해 무언가를 쓰고 있을 때, 난 행복하다. 최재천도 행복하고, 나도 행복하다. 



2. 취미로 하는 독서예요. 

독서를 취미로 한다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마음을 비우고 머리를 식히기 위해 하는 독서도 때론 필요하리라. 하지만 취미로 하는 독서가 진정 우리 삶에 어떤 발전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조금 공허해진다. ... 눈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취미 독서를 해야 하는지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나는 독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의 책을 붙들고 씨름하는 게 훨씬 가치 있는 독서라고 생각한다. ... 하지만 기왕 읽기 시작한 그 분야의 책을 두 권, 세 권째 읽을 무렵이면 신기하게도 책장을 넘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이렇게 하다 보면 자츰 내 지식의 영역이 넓어지는 가슴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7-8쪽) 

중학교, 아니 고등학교 때부터인가, 학기초마다 선생님들은 똑같은 잔소리를 하시곤 했다. 
"야, 니네 취미란에 제발 '독서'라고 좀 쓰지 마! 독서가 취미야, 생활이지!"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학교에, 집에, 학원에, 다시 학교에, 집에, 학원에.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똑같은 생활을 반복하는 우리에게 '취미'라는 건 너무 사치스러운 거였다. 그렇다고 취미 옆 '빈 칸'을 그냥 그렇게 놔둘수도 없었다. 선생님이 뭐라 하시든, 우리는 꿋꿋했다. 

취미 : 독서 

여기에 그 선생님들을 떠올리게 하는 분이 한 분 계시다. 저자는 말한다. 눈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취미 독서를 할 필요가 있느냐. 그렇게 해서 '발전'이 있겠느냐. 독서를 '일'이라고 생각해라. 모르는 분야의 책과 '씨름'해라. 그것이 '가치'있는 일이다. 후에는 '가슴 뿌듯함'을 느낄 것이다. 

작은 따옴표 안의 단어들이 모두 마음에 안 든다. 발전, 일, 씨름, 가치 그리고 가슴 뿌듯함. 독서는 그래야만 하는가. '발전'을 위해, '일'처럼 독서하고, 책과 '씨름'하고 (책이 '이만기'도 아니고), 그래서 그 일이 '가치'있다고 평가받고, 그리고 '가슴 뿌듯'하면 된다는 건가. 

어떤 사람이 어떤 책을, 어떤 목적으로 읽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위의 방법은 내게는, 적어도 내겐 맞지 않다. 아, 맞다. 저자는 과학자다. 나는 그걸 잊고 있었다. 과학자는 과학자 나름의 독서법이 있기 마련이다. 과학자는 인류의 '발전'을 위해, '일'처럼 독서하고, 책과 '씨름'하고, 그리곤 '가슴 뿌듯'해 할 것이다. 난, 과학자가 아니다.  

나에게 독서의 가장 큰 목적과 이유는 오로지 하나다. 즐거움. 그렇다. 바로 '즐거움'이다. 내가 읽는 책의 대부분이 '소설'이라서, 내가 '문학'을 좋아하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 (아니더라도 그렇다고 생각해야만 한다. 내게는 다른 무언가 거창한 이유나 이론 같은 것이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간단히 생각해봐도 그렇다. '소설'이란게 무언가. '문학'이란 게 무언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공간에서,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 사이를 오가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인물들이 들려주는 하나의 이야기 아닌가. 있지도 않은 일, 보이지도 않는 사람들을 쫓아가는 일이 어떤 '발전'을 이룰 수 있나. 그 일이 어떻게 '가치'있다고 평가받을 수 있나. 그 일이 무슨 '쓸모'가 있나. 

하지만, 내 생각은 이렇다. 세상에는 '쓸모 있는 것'이 필요하고, 또 '쓸모 있는 것'이 많아야 하겠지만, '쓸모 없는 것'도, 가끔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쓸모 없는 것', '쓸데 없는 짓'도 이 세상에는 필요하다. 



3. 도전하고 싶은 책 

진화학이 모든 학문의 선두에 선 것은 확실해 보인다. 가히 모든 첨단 학문에는 접두어로 '진화'라는 단어를 붙여야만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과학엔 문외한이지만, 저자의 추천 속에 아래의 책 세권은 읽어봐야겠다, 생각해본다. 

다만, '발전'이 아닌 '즐거움'을 위해, '일'이 아닌 '취미'처럼, 책과의 '씨름'이 아닌 책과의 즐거운 '요가'를 하다보면, '가치' 있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웬지 '가슴은 뿌듯'해질 것 같다. 

취미가 독서다. 
독서가 취미다. 

유전자의 관점으로 보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이기적 유전자> 
위대한 사상가 다윈의 자화상 <나의 삶은 서서히 진화해왔다> 
과학시간에 이런 책을 읽히면 어떨까? <거의 모든 것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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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13-10-02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책과 관련된 일을 할 때, 얼마나 행복한지요^^

단발머리 2013-10-02 12:2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저는 책과 관련된 중요한 일은 없고요ㅋㅎㅎ

도서관에서 예약도서 도착했다는 문자 받고 도서관에 책 찾으러 갈때, 참 좋아요.
행복해요^^

다락방 2013-10-02 14:04   좋아요 0 | URL
저는 책을 삽니다. 부지런히........................

단발머리 2013-10-02 18:48   좋아요 0 | URL
아....

난 언제나 이런 주옥같은 멘트를 남기나.

저는 책을 삽니다. 부지런히..................... 홍홍홍

그렇게혜윰 2013-10-02 20:34   좋아요 0 | URL
저도 어떤 직업적인 일을 하는건 아닙니다요^^;
여기서의 일이란 그냥 움직임 뭐 비슷한...^^; 작업이라고 할걸 그랬나요^^;;;

단발머리 2013-10-02 20:38   좋아요 0 | URL
헤헤헤. 네, 책과 관련된 모든 일과 모든 작업에 관여하신다는 얘기지요? ㅋㅎㅎ
저도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책과 관련된 작업은 많이 하고 있어요.

읽고, 보고, 쉬고, 찾고.
또, 읽고, 보고, 쉬고, 찾고...

테레사 2013-10-04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저는 인문학을 전공하였지만, 진화론에 경도되어 진화론에 관련된 책을 이것 저것 읽어왔어요. ..뭐랄까..자신이 무엇인지 알고자 하는 열망이 자연스럽게 이런 류의 책에 끌리게 하였던 것 같아요..^^. 물론 소설만큼 좋은 것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과학이 말하는 진리(?)에 몰두하는 것도 참 즐거운 일이에요. 이기적 유전자와 거의모든것의 역사 완전 강추!!근데 상대적으로 이기적 유전자는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느낌을 주더군요.

단발머리 2013-10-06 18:3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테레사님.

아, 네 맞아요. 소설만큼 좋은 것은 없지만 (ㅋㅎㅎㅎ) 과학이 말하는 새로운 세상도 매력적이기는 하지요.
전 만약 읽게 된다면 '이기적 유전자'부터 시작하고 싶은데, 그것도 꽤 두껍네요.

앞으로 자주 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