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끝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부도 열심히 하지 못 했고 (정직해야지, 하지 않았고), 대학다닐 때 많이 놀지도 못 했다. 회사일도 미친듯이 열심히 해본적이 없고, 연애도, 아, 연애도 많이 해보지 못 했다. 그러니, 뭐 살림이야. 두말 할 것 없다. 근데, 책 읽는 것도 그런 것 같다. 잡히는대로, 스치는 대로, 설렁설렁, 대충대충. 그런 식이다. 



 

1. [보통의 독자] 

 

[자기만의 방]을 대출하면서 같이 빌린 책인데, 울프 읽는김에 같이 읽으면 좋으련만, 몇 꼭지를 읽어봤더니, 생각같지 않아서 쌓아두고 있다. 민음사판 [자기만의 방]에 들어있는 <3기니>를 먼저 읽고 싶다. 나랑 가까이 있는, 집에 있는 책은 나두고, 집에 없는, 멀리 있는 책이 읽고 싶은 이 심리는 뭘까. 

 

 

 

 

 

 

 

 

 

 

2. [공부하는 인간] 

 

퓨전 분식집에 돈까스 사러 들어갔다가, 음식이 포장되는 동안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알게 된 책이다. 무식하게 공부하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학생들, 무섭게 공부하는 중국과 인도의 학생들의 생활이 흥미로워 빠르게 읽어가다가, 아, 5부작 다큐를 볼거면 이거 안 읽어도 되나, 하면서 잠시 중단한 상태다.    

 

 

 

 

 

 

 

 

 

 

3.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알라딘 서재의 소세키 열풍에 합류해야 한다, 우리도 소세키 전집을 사야한다, 주장에 주장을 거듭하는 내게, 신랑이 한 마디 한다. 일단, 집에 있는 거 읽고 말하자. 집에 있는 것도 예쁘지만, 난 현암사판이 읽고 싶은데... 아무튼 전집 마련을 위해 급 시작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다. 재미는 있는데,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이건 도대체 무슨 경우?) 

 

 

 

 

 

 

 

 

 

4. [잠수네 아이들의 소문난 수학공부법]

 

 

공부는 스스로 하는 거라고 하지만, 해도 해도 해도 너무한다 싶어 일단 상호대차로 대출한 책이다. 영어학습법 책은 꽤나 읽었는데, 수학에는 너무 신경을 안 쓴 듯 하다. 초4 딸보다 초1 아들이 걱정되는 가을이다. 

 

새로 나온 [잠수네 아이들의 소문난 영어공부법]도 읽고 싶기는 한데, 기존의 책과 많이 비슷하다는 얘기가 있어 어쩔지 모르겠다. 

 

 

 

 

 

 

 

5. [이모부의 서재] 

 

 


차분한 말투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이런 구절이 기억에 남는다. 

내 몸 또한 그렇게 소리 내 울었을 텐데 나는 과연 새로운 균형을 찾았을까. 아니면 공연히 징징거리기만 했을까. 언감생심 새로운 문장은 바라지도 않고 (바랄 수도 없겠지만), 다만 더 이상 깊어지지 않은 채 끈질기게 이어지기만 하는 얕은 우울증세만이라도 이젠 제발 내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54쪽) 

 

 

 

 

 

 

 

 

6. [그리운 나무] 

수요일에는 친구를 만났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알았으니까, 10년이 넘었다. 멀리사는 친구가 명동까지 나와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앞에서 만났다. 파니니를 먹고, 청포도 주스를 마셨다. 짧은 시간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이번주에 친구를 만나기로 해 미리 시집을 준비했다. 이책 저책 많이 골라보다가 결국엔 시집으로 하기로 했다. 

빨간책방에서 다뤘던 최승자 시인의 [이 시대의 사랑]과 이성복 시인의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에도 눈이 갔지만, 표지가 예쁜 창비에서 고르고 싶어 잠시 미뤄뒀다. 마지막으로는 [애인은 토막 난 순대처럼 운다]와 [그리운 나무] 중에서 고민하다가 [그리운 나무] 두 권을 주문했다. 포장을 풀고, 시집을 본 친구가 말했다. 

 

 

 

"내 친구 중에 아직도 시집을 읽는 친구가 있구나." 
"나도 시집은 자주 안 읽는데... 가을이잖아..."   


 

 

7. [자기앞의 생] 

 

'비밀' 결말, 지성, 황정음 책에 힌트 있다!

 

포털에 자꾸 뜨길래 찾아본 책이다. 알라딘서재에서도 리뷰를 꽤 봤던거 같은데, 그 때는 왜 읽을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작품에 대한 궁금증보다는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더 크다. 표지가 참 예쁘다.   

 

 

 

 

 

 

 

 

 

8. [말]

 


오늘 아침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다. 나는 아는 게 많지 않아 처음인게 많다. 장폴 사르트르의 작품도 이 책이 첫번째다. 그의 특별한 삶처럼, 특별한 기억력이고, 특별한 작품이다.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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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3-11-15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문의 헤닝 쉬르프 글이 맘에 드네요...

단발머리 2013-11-15 13:23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비연님. 제 서재 방문해주셔서 감사해요.*^^*

헤닝 쉬르프 글은 '직업이 저를 더 이상 규정'해 주지 않던 시기에, 제가 꽉 움켜줬던 문장이라
한 번도 바꾸지 않았거든요.
좀 산뜻하게 바꿔볼까 했는데, 비연님 말씀 듣고 지금 다시 보니까, 아직도 좋네요.
바꾸지 말아야겠어요.
앞으로 자주 뵈어요~~~~~

2013-11-15 1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15 14: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3-11-21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고등학생 때 '회색노우트' 읽기가 유행이었고
그 다음이 에밀아자르의 '가면의 생'과 '자기 앞의 생' 읽기로 번져갔어요.
시작은 고등학교 때였는데 졸업 후에 그 열풍이 이어졌다고 기억되지만....

단발머리 2013-11-23 08:02   좋아요 0 | URL
저는 '자기 앞의 생'만 많이 들었는데, 제목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웬지 '잠언집' 같은 거 아닌가 해서요.
읽어볼 생각을 안 하고 있었지요.^^

제가 고등학교 때, 저희 반은 로맨스 소설 읽기가 유행이었다는 ㅋㅎ
저도 합류해서 한 권 읽었는데, 나름대로 쪼금 재미있었던 기억이 있네요..
 

 

 

 

 

 

 

 

 

 

 

 

 

 

 

 

강신주님 새 책이 나왔다.

 

사실, 강신주님 책을 다 읽지는 못했는데 (사실, 강신주님도 이해하실거다. 책이 좀처럼 많아야지.) 새 책 소식에 장님 눈 떠진듯 반갑고 반갑다.

 

안 그래도 벙커 라디오에서 10월 중에 책 한 권이 나올테고, 연말에 한 권이 더 나올거라셨다. 독자들이 자기 집필속도를 못 쫓아오게 하는게 자기 목표라며. 참, 목표 한 번...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반갑게도 알라딘에서 <예약판매> 문자를 보내줬다.

 

책 소개에는 '감정의 종류와 성격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이라 되어 있고, 여러 작가들의 작품이 보이는 걸로 보아 문학작품 속에서 감정의 변화, 내면의 갈등에 대해 이야기하신 듯 하다.

 

최근에 읽은 밀란 쿤데라의 [정체성]이 보인다. 또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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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1. 샹탈은 왜 장마르크에게 '남자들이 더 이상 나를 돌아보지 않는다'고 말했나

그녀는 심각한 토론에서 벗어나려고 이 말을 끄집어냈다. 그녀는 가급적 가장 가볍게 말하려고 노력했으나 자신의 목소리가 쓸쓸하고 우울한 데에 그녀 자신도 놀랐다. (31쪽) 



질문 2. 장마르크는 왜 샹탈에게 비밀편지를 보냈나

아무런 계획도 없었고 어떤 미래도 겨냥하지 않았으며 그냥 그녀를 즐겁게 해 주고 남자들이 더 이상 그녀를 돌아보지 않는다고 의기소침해진 상태에서 그녀를 당장 벗어나게 해 주고 싶었다. 그녀의 반응이 어떠할지 미리 상상해 보려고 들지도 않았다. 굳이 상상을 했다면, 만약 그녀가 그에게 편지를 보여 주며 "이봐! 남자들이 나를 아직은 잊지 않았어!"라고 말하면 시치미 떼며 낯선 이의 찬사에 자기 찬사까지 덧붙이리라는 상상 정도였다. (107쪽) 

질문 3. 샹탈은 왜 편지를 장마르크에게 보여주지 않았나

해답은 간단해 보였다. 한 남자가 한 여자에게 편지를 쓴다면 그것은 훗날 그녀에게 접근하여 유혹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자가 이 편지를 비밀로 간직한다면 그것은 오늘의 조심성이 내일의 모험을 보호해 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편지를 간직한다면 그것은 그녀가 이 미래의 모험을 사랑으로 이해하려는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109쪽)

질문 4. 그런 편지를 받게 된다면 어떻게 하겠나

서랍은 무슨, 세계 만방에 자랑하겠다. 

팀에 새로운 멤버들이 들어왔다. 둘은 형제라 했는데, 형은 드러머, 동생은 일렉기타리스트라 했다. 팀에서는 내가 막내 아닌 막내급이라 20대 초반 화사한 형제들의 출현이 내심 반가웠다. 연습 중에, 템포를 바꿀 때 서로 어떻게 사인을 주고 받을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했다. 인도자가 서 있는 위치에서는 오른쪽으로 45도 각도로 내가 보이고, 드럼이나 기타쪽을 바라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도자는 나를 바라보는게 편하고, 나머지 세션들에게는 내가 정면이었다. 드럼 치는 형이 말했다. 

"저희는 누나 보고 맞출께요." 

어머나, 세상에. 나를, 나를 '누나'라고 했다. 그 때는 '얘야, 나는 '누나'가 아니라, '이모'급이다.'라고 생각했는데, 집에 와서는 혼자 있을 때, 피식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보고 누나래. 

그 다음 달이던가. 연습을 마치고, 잠깐 기도하러 모이는데, 이번에는 일렉 튕기는 동생이 말했다. 

"저희는 결혼 안 하신 줄 알았어요." 

엥? 이건 또 뭐야? 나는 초등 고학년 딸롱이랑 초등 저학년 아롱이가 있는데, 나보고, 결혼 안 한 줄 알았다니. 아... 나는 이 깜찍한 형제에게 밥을 다섯 번쯤이나 사 주고 싶었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 제공을 위해, 일렉 동생은 지난달에 라식 수술을 했고, 드럼 형은 라식 수술을 계획하고 있다는 걸 말해야겠다. 

나보고 아름답다고 한 것도 아니고, 이쁘다고 한 것도 아닌데, '누나' 정도로 어려보인다는 말이, 결혼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는 말이, 그렇게도 기분 좋아, 나는 이 얘기를 100번 정도 했다. 엄마는 이 얘기를 3번 정도 들으셨고, 아빠는 2번 정도 들으셨다.  

만약 이런 편지를 받게 된다면, "나는 당신을 스파이처럼 따라다닙니다. 당신은 너무, 너무 아름답습니다."라고 쓰인 편지를 받게 된다면 어떨까. 물론, 샹탈처럼 편지 보낸 사람을 궁금해 할테고, 주위를 살펴 나를 살피는 사람이 누구인가 찾으려 할 테고, 빨간색 잠옷을 (아니다, 나는 분홍색) 구매할 테지만, 무엇보다도 난, 이 편지를 자랑할 것이다.  

난 이 편지를 남편에게 보여주지는 않더라도 남편에게 얘기를 할텐데, 그 이유는 오직 남편에게 이 사실을, 내가 아직 '젊고', '남자들의 시선을 받을만하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서다. 물론, 주위 사람들,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랑할테지만, 나도 인간인지라 시간과 장소의 제한을 받지 않을 수 없는 바, 가장 가까이 있고, 가장 만나기 쉬운 그이에게 이 기쁜 사실을 자랑하련다. 

나, 편지 받았어. 
상상만으로도.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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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11-05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말 안할것 같아요. ㅎㅎ
말 안하고 들통나지 않아야 그런 편지를 계속 받고, 그와 만나고 하는 일들이 가능해질 듯.
저는 아마도 속에 음탕한 여자가 한 열일곱명쯤 들어있나봐요.

단발머리 2013-11-05 14:24   좋아요 0 | URL
ㅋㅎㅎㅎ 저는 다른 사람들에게 말은 하고요.
설마 말하고 만나겠느냐할 때, 그 지점에서 딱 만나려고요.
상상만으로도 호호홍

다락방 2013-11-05 14:26   좋아요 0 | URL
새벽 세시의 레오같은 남자가 똭- 나와줘야 되는데 말예요. 홍홍홍

단발머리 2013-11-05 16:53   좋아요 0 | URL
이 레오란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의 레오 맞나요?
다락방님 페이퍼에서 본 것 같은데, 책을 안 읽어 어떤 남자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외모되고, 매너 좋은 남자주인공일테니,
나와주신다면 감사 땡큐입니다~~
 

 



 

 

 

 

 

 

 

 

 

 

 

1. 엄마들은 빠지세요 

매달 마지막 주엔 엄마들 발표 시간이 있다. 처음에 아이들이 '이게 어디 쉬운거냐, 엄마들도 한 번 해 보라'더니, 엄마들이 책을 준비해와 성심성의껏 발표를 했더니만, 자기들 간식 시간이 줄었다며 목소리 높여 '엄마들은 빠지세요. 저희끼리 할께요'를 외쳐댄다. 그래서, 나온 타협안이 한 달에 한 번씩 한 명의 엄마만 발표하는 시간을 갖자,이다. 


 

2. 피천득의 [인연] 


 


 

 

 

 

 

 

 

 

 

 

 

 

저번달에 J언니는 피천득의 [인연]을 준비하셨다. 다양한 글의 종류와 특징에 대해 설명해 주셨고, 설명을 들은 후에는 [인연]을 함께 읽었다. 요즘 수필같은 신선함은 좀 덜 한듯 해도, 나름의 운치와 멋이 있었다. 

 

3. 김용택의 [콩, 너는 죽었다] 

이번 달에는 내 순서다. 김용택 시인의 얼굴을 사진으로 보여주고, 초등교사이자 시인이었던 그 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섬진강 시인'이라는 별명도 알려주고, '섬진강' 시들도 보여주었다.  

이 시집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시를 하나씩 적어와 낭독하기로 했는데, 아래의 시가 아롱이를 포함, 무려 2명에게 선택받은 오늘의 시다. 

 

 

  

 

  누나

  올

  추석에 꼭

  와


 

 

 

 


 

4. 밭 

  


 

 

 

 

 

 

 

 

 

 

 

 

 

 

이 시집에서 내가 고른 시 하나를 읽어주며 '엄마 시간'을 마치기로 했다. 내가 읽으면 자꾸 코믹버전이 되서, 전공자이신 H언니에게 낭독을 부탁했다. 

밭 

아가 
새며늘아가 
내 시집와서 보니 
식구가 열셋이더라 
바가지만한 뚝배기에 밥을 
퍼담아놨다가 
낮밥 먹을 때 
이 그릇 저 그릇 퍼주고 나면 
수수밥티 하나 안 남더라 
부엌바닥에 쭈그려앉아 
뚝배기에 맹물을 부어
김치 한번 집어먹고
맹물 한 모금 마시고 
김치 한번 집어먹고
물 한 모금 마시다 보면 
맹물로도 어느덧 배가 부르더라
긴긴 여름낮 
얼매나 식은땀이 흐르고
얼매나 해가 길었었는지
서산을 골백번도 더 바라보며
콩밭을 맸단다
시어머니 손윗동서
시동생에 시누이들
여름에는 삼베빨래 
언 강 깨고 무명빨래
손이 쩍쩍 째지면
모자란 젖을 짜서 
쩍쩍 갈라진 생살 틈에 흘려넣으면 
얼마나 쓰리고 아렸는지
제금 나와 살면서 
허기진 배 움켜쥐고
풋보리 잡아 절구질 
풋나락 잡아 절구질 
허리띠를 졸라매고 
무릎이 벗겨지더락 
밤을 새워 삼품앗이 
어치게어치게 
밭을 장만했느니라
저 밭을 장만했을 때는 
세상이 내 세상 같고 
훨훨 날 것 같고 
몇날 며칠 밤을 설쳤단다
아가 
새아가
강 건너 저 밭을 봐라
저게 저렇게 하찮게 생겼어도 
저게 나다 
저 밭이 내 평생이니라
저 밭에 
내 피와 땀과 눈물과 한숨과 
곡식 무성함의 기쁨과 설레임과 
내 손톱 발톱이 범벅되어 있느니라
곡식이라고 어디 그냥 자라겠느냐 
콩 하나 심으면 
콩은 서른 개도 더 넘게 달리지만 
이날 이때까지
요모양 요꼴이구나
하지만 새아가 
저 밭을 이제 누구에게 물려주고
손톱을 기르며 늙겠느냐
내 곁을 곧 떠나갈 
새며늘아가. 

낭독을 마친 후, 엄마들 세 명은 동시에 깊은 한숨을 내뱉었는데, 우리의 촉촉한 감상은 '간식을 빨리 먹자'는 아이들의 원성에 묻혀 버렸다. 얼음빨래에 손이 텄는데, 왜 젖을 바르냐, 로션을 발라야지, 하는 딸롱이의 말에, 나는 그냥 '카스타드'를 한 입 베어먹었다.   

 


5. 키스를 원하지 않는 입술 


 

 

 

 

 

 

 

 

 

 

 

 

 

 

이 시집이 김용택 시인의 최근간 시집같다. 제목이 김용택 시인답지 않아서 은근 기대가 된다. 사실, 이 두 시집도 읽고 싶다. 


 



 

 

 

 

 

 

 

 

 

 

 

 

 

폼으로 사 두고 다 읽지 못한 시집들이 많은데, 아, 항상 그렇지만, 시는 어렵다. 지난 주던가, '빨간 책방'에서 이동진씨가 '남들이 좋다는 시도 뭐가 좋은지 모르겠다'는 말을 하셔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아,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이동진씨도, 그렇게 책을 많이 읽는 사람도 그렇다는구나. 히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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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lla Enchanted] 

 

 

 

 

 

 

지난 달, 우리집 인기 상영 1위에 빛나는 영화다. 뽀뽀신이 몇 장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괜찮은것 같아 아이들도 보게 했다. 거의 10년 전 영화라 기술이 조금 어설프게 보이기는 하지만, 여주인공도 예쁘고, 거인도 나오고, 괴물도 나오니 아이들은 좋아한다. 영화 본 김에 책도 읽어보라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 줬다. "뉴베리 수상에 빛나는~" 하면서 말이다. 



2. 예쁜 표지 vs 그냥 그런 표지  

나는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했는데, 그 때는 이 책이 한글로 번역된 줄을 모르고 있었다. 재미있게 읽어서 책을 사려고 하니, 알라딘에서는 내가 원하는 책을 세트로만 판매하고 있어 다른 인터넷 서점을 통해 구입했다. 검색해서 나오는 책들은 이렇고. 

 

 

 



 

 

 

 

 

 

 

 

 

 

 

 

 

내 책은 이거다. 

 

 

 

내가 가진 책의 표지가 3.5배 정도 예쁘다(고 감히 말한다). 

3. 마법에 걸린 엘라 

엘라는 요정 루신다를 통해 '타인의 말에 무조건 복종한다'는 축복 아닌 축복을 받게 된다. 누구의 말이든 복종해야만 하는 자신의 운명을 바꾸려 떠난 모험은 실패로 끝나고, 엘라는 자신의 약점을 이용하는 새엄마와 언니들 때문에 하녀같은 삶을 살게 된다. 여기까지는 신데렐라 이야기와 매우 흡사하고 왕자님이 슬리퍼 한 짝 덜렁 들고 나타난 것도 똑같다. 

엘라를 찾아낸 왕자님은 그녀에게 청혼을 한다. 인생역전, 지옥탈출, 행복시작의 바로 그 지점이다. 이 때, 엘라는 자신이 왕자님과 결혼했을 때, 일어날 일들을 가늠해보고는 그와 결혼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사랑하는 그를 위해서다.  

왕자가 다시 내 귀에 대고 소곤소곤 명령을 내렸다. 
"엘라, 나랑 결혼해요. 어서 그러겠다고 말해요." 
이런 청혼을 받으면 누구라도 좋다거나 싫다고 대답할 수 있다. 이건 왕자가 백성에게 내리는 명령이 아니었으므로. 샤 왕자는 자기가 명령을 내리고 있다고는 상상조차 못 하겠지. 

하지만, 나는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 그리고 기꺼이 그 명령에 복종하고 싶다. 하지만 왕자에게 해를 입힐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왕자와 결혼하고 싶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내 조국의 멸망을 불러올 것이다. 그들이 위험에 빠지면 아무도 그들을 구해줄 수 없다. 우리 모두는 졸지에 몰락의 길을 걷고, 모두 저주받는 운명이 되는 거다. (371쪽) 

Char was too precious to hurt, too precious to lose, too precious to betray, too precious to marry, too precious to kill, too precious to obey. (225쪽) 

나는 케이크를 먹었고, 강장제를 마셨고, 목걸이를 해티에게 줘 버렸고, 새엄마의 노예처럼 힘겨운 일을 했고, 올리브가 나를 달달 볶는데도 묵묵히 당하고만 있었다. 비롯 나는 그들의 말에 꼭두각시처럼 복종했지만, 샤 왕자에게 해코지를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 절대로. 절대로. 

복종해. 그와 결혼해. 결혼한다고 말해. 결혼한다고 말해. 결혼한다고 말해. (372쪽) 

샤 왕자는 엘라에게 자신과 결혼하자고 말한다. 자신과 결혼하라고 '명령'한다. 왕자의 청혼은 엘라가 원하던 바다. 왕자의 명령에 엘라는 그저 '복종'하고 싶다. '네'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엘라는 왕자를 위험에 빠뜨리게 될 것이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파멸시킬 것이다. 왕자를 위해, 자신이 사랑하는 그를 보호하기 위해, 엘라는 왕자에게 "No"라고 말해야 한다. 

엘라는 여러 번 자신의 저주를 끊어버리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노력은 번번히 실패로 돌아갔다. 그녀는 생일 케이크를 먹으라는 멘디에 말에 복종해야했고, 엄마의 유품인 목걸이를 해티에게 줬고, 새엄마와 올리브의 모든 명령에 복종했다.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와 강한 사랑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왕자를 보호하기 위해, 사랑하는 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그녀는 "No"라고 말한다. 자신을 원하는, 자신이 원하는 단 한 사람, 바로 그 사람에게 "No"라고 말한다. 
 
4. 제인 에어 


 

 

 

 

 

 

 

 

 

 

 

 

 

 

 

 

제인과 로체스터는 조금 다른 경우이기는 하다. 아내가 있는 로체스터는 그 사실을 숨기고 제인에게 청혼해 결혼하기 직전까지 이른다. 하지만, 온전치 못한 사람이라 해도 그에게 아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제인은 그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 지금과 같이, 내 괴로운 인생을 숨김없이 털어놓고, 보다 높고 보다 가치 있는 삶에 대한 주림과 목마름을 이야기하고, 충실하고 깊은 애정으로 나의 사랑에 응해 줄 사람을 충실하고 깊게 사랑하겠다는 나의 결심, 아니 이 말로는 부족해, 나의 거역할 수 없는 진로를 보여주었어야만 했소. 그러고 나서 당신에게 나의 충성의 맹세를 받아주고 또 당신의 충성을 내게 맹세해 주기를 부탁했어야 했소. 제인, 지금 나한테 그걸 해주오." 
잠깐 동안 침묵이 흘렀다. 
"왜 말이 없소, 제인?" 
나는 괴로운 시련을 겪고 있었다. (156쪽) 

로체스터가, '주인님'이라고 불러야 하는 그가 제인에게 말했다. 나의 충성의 맹세를 받아달라고. 당신의 충성을 내게 맹세해 달라고. 주인과 가정교사라는 간극을 뒤로 하고, 동등한 영혼으로, 동등한 인격체로 그녀를 대하겠다고 말한다.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영혼의 동반자로 그녀를 호출한다. 

하지만, 제인은 말한다. 그건 안 된다고. 자신은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말이다.

'자, 승낙하라! 그의 비참한 꼴을 생각하라. 그가 직면한 위험을 생각하라. 그가 혼자 남게 되었을 때의 상태를 생각하고 그의 앞뒤 가리지 않는 성질을 명심하라. 절망에 뒤따르는 무모함을 생각하고, 그를 달래고 구원하고 사랑하라. 그리고 너는 그를 사랑하고 있으며 그의 것이 되겠노라고 말하라. 세상에 너를 걱정할 사람이 누가 있느냐? 너의 행동으로 해를 입을 사람이 누가 있느냐?'
그러나 대답은 여전히 굴복하지 않는 것이었다. '내가 나를 걱정한다. 쓸쓸하고 고독하고 아무도 의지할 사람이 없으면 없을수록 나는 나 자신을 존경한다.... (160쪽)

쓸쓸하고 고독하고 아무도 의지할 사람이 없지만, 아니, 의지할 사람이 없으면 없을수록 나 자신을 존중하겠다는 제인은, 자기가 원하던 사람을, 자신을 원하는 사람을 뒤로 하고 손필드를 떠난다. 자신이 사랑하는 그에게, 자신을 사랑하는 그에게 'No'라고 말하는 것이다. 
                                
5. 주군의 태양 

드라마 속에서 보여지는 사랑은 현실의 그것보다 훨씬 더 자극적이다. 더 자극적이면서도 이야기의 전개가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부족한 것 없는 재벌집 아들이 어떻게 고시텔 옥탑방에 사는 가난한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기는가. 

첫째, 여자가 예뻐야 한다. 이건 시간, 장소, 시대를 초월하는 만고불변의 진리다. 둘째, 외로워도 슬퍼도 안 울어야 한다. 씩씩하고, 발랄하고, 명랑해야 한다. 셋째, 이제야 서로를 찾은 두 사람이 이 세상 하나뿐인 사랑임을 깨달아야 한다. [주군의 태양]에서는 그 근거를 '귀신'으로 설정했다. 이 세상에 단 한 명뿐인 사람, 내게 특별한 그 사람은 같이 있을 때 귀신을 쫓아주는 사람, '대리석으로 만든 방공호'이다. 나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사람, 나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그 사람이다. 

이제 그 사람이 내가 좋다고 한다. 가지 말라고 한다. 태양도 주군 옆에 있고 싶었을 거다. 안전하게, 편안하게 살고 싶었을 거다. 하지만, 태양은 떠나기로 결심한다. 

 

 

 

자기 손을 잡고 안 보고, 안 들으면 된다는 주군에게 태양은 말한다. 
"어떻게 당신한테만 매달려서 살아요? 나도 내 세상이 있는데..." 

주군에게 "No"라고 하고 태양은 떠난다. 
소지섭에게 "No"라고 하고 공효진은 떠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날 원하는 사람에게, 내가 원하는 이 세상 단 한 명의 그 사람, 바로 그 사람에게 "No"라고 말한다. 나의 가장 절실한 "No"는 가장 사랑하는 사랑에게 말해져야 한다. 나의 가장 절실한 "No"는 내가 가장 원하는 그 사람에게 말해져야 한다. 

 

그에게 "No"라고 말해야 한다. 

"No"라고 말해야 한다. 
"No"라고 해야 한다. 
"No"라고...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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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10-25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페이퍼 엄청 근사하네요, 엄청. 짱멋져요! >.<

단발머리 2013-10-25 11:49   좋아요 0 | URL
에궁.... 부끄부끄. $.$

하늘이 너무 파래요. 높고, 파래요.
아.... 가을이라.....

다락방 2013-10-25 11:51   좋아요 0 | URL
No 라고 말할 수 있는건 어렵고 중요하죠. 특히 사랑하는 사람한테라면 더욱 그러하고요.

하늘이 너무 파랗고 높아서 저는 배가 고파요. ( ")

단발머리 2013-10-25 12:31   좋아요 0 | URL
하늘이 정말 파랗고 높아요. 그리고...
저도 배가 고파요.
아들 후렌치파이를 1개만 먹으려다 지금까지 3개나 먹었어요.
아롱이 돌아오기 전에 얼른 봉지를 치워야겠어요. T.T

단발머리 2013-10-25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한 번 읽어보니, 사진이랑 글이 좀 안 맞는 구석이 있다.

소지섭, 공효진 사진에서, 그림의 장면에서, 소지섭은 이렇게 말한다.

"태공실, 가지 마..."

좀처럼 "No"하기 어려운 멘트다.

2013-10-29 2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30 0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