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트위터에 들어갔더니, 조국 교수님의 <보노보찬가> 개정증보판 소식이 있다.

너무 반갑다.

난 <보노보찬가>를 아직 읽지 않았는데, 우아, 신난다.

새 책으로 읽게 되겠네~

표지가 훈훈하다.

 

 

 

 

 

 

 

 

 

 

 

 

 

 

문득 <진보 집권 플랜>에서 오연호씨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연예인 같은 교수를 본 적이 있는가."

본 적 있는 사람 손 들어 보시라.

 

나는 완전 손 들 수 있는데, 왜냐하면 나는 조국 교수님을 실제로 봤기 때문이다. (알고보니, 난 참 소박하다. 이런 걸 자랑하다니. 그렇다. 난 자랑 중이다. 나는 조국 교수님을 보/았/다.) 나는 연예인을 많이 보지 못 했는데, 강의가 이루어진 소강당에 들어선 교수님을 본 순간, 사람들이 말하는 '연예인 포스', '자체발광'의 의미를 정확하고 적절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찾아보다가, 조국 교수님이 공동저자이신 이런 책을 발견했다.

반갑다. 역시 표지가 훈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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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2-11-11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체발광이라니!! 어떻게 하면 그렇게 태어날 수 있을까요?? 안밖으로??? 왕부럽~~~책도 보관함에 담아가면서,,힛

단발머리 2012-11-11 23:19   좋아요 0 | URL
아, 글게요. 그냥 보면 "와아~~" 이런 감탄이 나오더라구요. 여자연예인들 민낯이라 하더라도 비비크림이나 이런거 기본적으로 한 상태잖아요. 교수님은 완전 자연스런 광채 그 자체입니다. 어쩜, 좋아, 나비님~~ 난 조국 교수님을 진짜루 좋아한답니다.

댈러웨이 2012-11-11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조국 교수님의 인터뷰를 한 번 봤는데 (한 번 밖에 못봤으니 잘은 모르겠지만) 겸손하시고 소탈한 분 같더라구요. <지금부터 바꿔야 하는 것들>의 목차가 관심을 끄네요. <보노보찬가>는 절판이네요, 2009년 판인데. 아, 개정 증보판! '자체발광'이기도 하신 분이 사상도 '울퉁불퉁'? 일요일 잘 보내고 계신가요? ^^

단발머리 2012-11-11 23:22   좋아요 0 | URL
네, 댈러웨이님. 아기들이 모두 잠든 조용한 밤입니다.*^^* 조국 교수님 동네에 강연오셨을 때, 소소한 질문에도 친절하게 답해주시고, 정말 폴더 전화기 같은 90도 각도 인사를 하셔서요, 정말 완전 반했답니다. 댈러웨이님은 어떤 일요일인가요? 거기도 조용한가요?
 

 

 

 

 

 

 

책 한 권을 읽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가? 하루에 단지 몇 시간만 독서에 할애하는 보통 독자의 관점에서, 평균 분량의 작품 하나에 4일은 걸린다고 가정해보자. 물론 프루스트나 토마스 아퀴나스의 작품을 읽으려면 몇 달이 걸리지만, 하루 만에 읽을 수 있는 걸작들도 있다. 그러므로 평균 4일이 걸린다고 하자. 그렇다면 『봄피아니 작품 사전』에 실린 모든 작품에다 4일을 곱하면 65,400일이 된다. 365일로 나누면 거의 180년이 된다. 이런 계산은 틀림없다. 그 누구도 중요한 작품을 모두 읽을 수는 없다.

- ‘우리는 얼마나 많은 책을 읽지 못했는가’ 『책으로 천년을 사는 방법』, 31쪽, 이책 35쪽

 

인류 최고의 유산 고전(古典)을 대할 때, 그 이름은 익숙하지만, 아직 읽지 않은 그 책들을 대할 때, 나는 여러 가지 변명을 댄다.

1) 집에 책이 많지 않았어요.

2) 고등학교 도서관이 변변치 않았어요.

3) 집 근처엔 도서관이 없었어요.

김연수의 <지지 않는다는 말>엔 고등학교 시절 그가 지방의 단골서점에서 책을 주문해서 읽던 이야기, 교보문고에 처음 방문했을 때의 이야기가 그려지는데, 그의 아름다운 서점 방문기 앞에 내 변명은 설 자리가 없다. 무엇보다도, 나는 서울에서, 그것도 집 앞에서 버스 한 번이면 교보문고 앞에, 정확히 바로 앞에 내릴 수 있는 서울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초등 6학년때 교회오빠의 안내에 따라 교보문고를 첫 방문했을 때의 감격은 그대로 가지고 있다. 다만, 오직 책읽기만을 위해 교보문고에 자주 가지는 않았다는 것. 그것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내가 책읽기를 좋아했던 만큼이다.

그래서, 위의 구절은 참 의미 깊은데, 꼼꼼하게 외우리라 생각하며 따로 정리해둔다. “물론, 유명한 책을 모두 읽을 수는 없어요. 왜냐하면~” 이 말 뒤에 써 먹을 수 있겠다.

결국 내가 좋은 서평자를 판단하는 기준은 정직함이다. 자신의 판단과 감정에 정직할 것. 좋아하는 책에 사랑을 고백하는 일에 주저하지 않고, 참을 수 없는 책에 불평하기를 망설이지 않으며 쓸데없이 공정한 체하지 않는 것. (381쪽)

나는 아직 좋은 서평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정확히 답하지 않았다. 사실 그 대답은 너무 뻔하다. 좋은 ‘서평’ 이전에 좋은 ‘글’이어야 한다는 것. (382쪽) 

좋은 서평 이전에 좋은 글이어야 한다는 그의 말에 동감한다. 좋은 서평은 좋은 글이다. 좋은 글이면, 좋은 서평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은이가 말하는 ‘좋은 서평자’는 자신의 판단과 감정에 솔직한 사람인데, 좋은 책은 좋다, 좋지 않은 책은 좋지 않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나는 아직 이게 잘 안 되는데, 사람들이 ‘와아~ 좋아.’하는 책을 읽고 스스로 ‘그 책은 별로야’고 생각되어도, ‘난 별로던데.’라고 말할 수가 없다. 그냥 속절없이 이렇게 생각하는 거다. ‘내 독서력이 이렇게 형편없구나. 앞으로 더 열심히 읽어야겠다. 더 열심히, 더 꼼꼼히 읽어야겠다.’ 그래서, 어떤 책에 대해 ‘그 책은 별로에요. 게다가 이런 이런 점은 정말 이상하구요. 저자는 제목을 잘못 정한 거예요.’ 이런 얘기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진다. 내가 그 책의 저자도 아닌데. 그렇게 당황스러울 수가 없다. ‘나는 그 책 좋았는데, 저 사람은 별로였구나.’ 이렇게 쿨하게 지나갈 수가 없다. 나는 지은이가 말하는 ‘좋은 서평자’가 되기 어려운 사람인가 보다.

이 책은 유쾌하고 재미있다. ‘지은이가 팔아야 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라고 했던 윌리암 진서의 말은 핵심을 짚었다. 어떤 글이든 그 글을 읽는 진짜 이유는 글쓴이가 가진 매력 때문이다.

책을 좋아해서 출판 관련 일을 하면서도 결국은 ‘책’ 그 자체와는 멀어지는 것 같아 싫어진다는 그의 이야기들, 마감을 앞둔 초조한 저녁, 문학을 사랑했던 대학 시절, 회한에 젖게 하는 친구들과의 만남, 술이 있는 저녁 그리고 계속되는 그의 책사랑 이야기.

그런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그런 이야기가 더 듣고 싶어서, 나는 이 책을 들었다. 그리고 다 읽었다. 그의 이야기는 참 재미있다. 그는 이런 재미있는 책을 낼 만큼 재미있는 사람이다. 그는 이런 매력적인 책을 낼 만큼 매력적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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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김연수가 좋았는데, 일단은 그의 이름이 좋았다. 남자인데, 김연수. 연수. 김.연.수. 김연수를 읽는다. 그의 이름을 부를 때의 느낌이 너무 좋았다. 책 맨앞쪽의 사진을 보면, 그의 이름과 그의 얼굴이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는 걸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그의 소설 제목도 아주 예쁘다.

 

 

 

 

 

 

 

너무 예쁘지 않나. 그의 소설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 했는데, 나는 그 이유가 내가 그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의 산문을 사랑하게 된 지금, 그 이유는 참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그의 이름을 쳐다보게 된 건, 김중혁 때문이었다.

나는 소설가 김중혁의 소설보다 산문집 <뭐라도 되겠지>를 먼저 읽었는데, 곧바로 내가 그를 좋아하게 될 거라는 걸 알았다.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김중혁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나 역시 누군가의 짐이 되지 않기 위해 뭐라도 되고 싶었는지 모른다. 김동현 선수의 심정을 알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에 '재능'이란, (천재가 아닌 다음에야) 누군가의 짐짝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나에 대한 배려 없이 무작정 흐르는 시간을 견디는 법을 배운 다음에 생겨나는 것 같다. 그래, 버티다 보면 재능도 생기고 뭐라도 되겠지. (73p)

 

버티다 보면.

버티다 보면, 재능도 생기고 뭐라도 되겠지.

그의 말은 2011년 말, 내가 들었던 최고의 위로였다. 내가 버텨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난 정확히 모르고 있었고, 내가 잘 버틸 수 있을지도 몰랐었지만, 어떻게든, 버티다 보면, 눈에 힘을 빼고, 그렇게 버티다 보면, 재능이 생길 수도. 그리고 내가, 내가 원하는 뭔가가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이, 너무 작아 희망이라는 글씨가 너무 커보이는 그런 희망이, 아주 조그마한 희망이 생겼다. 2011년에, 나는 그렇게 김중혁에게 고마웠다.

그리고, 김연수 김중혁의 대꾸 에세이 <대책 없이 해피엔딩>을 읽었다. 이 책은 끝까지는 읽지 못 했다. 남자애 둘이 (하는 폼이 딱 남자 애들이다. 죄송합니다, 어르신들), 주거니 받거니, 왔다리 갔다리 대꾸하는 품새가 너무나 재미있었다. 집 앞 퓨전 음식점 <국수나무>에서 같이 밥을 먹으며 수다를 떨고 있던 교복차림의 남학생 두 명이 생각나 나는 자꾸 혼자 웃었다.

 

 

 

 

 

그리고, 이 책. 이 책을 만났다.

 

 

 

 

 

(그러니까, 저 위의 쓸데없다면 쓸데없고, 필요 없다면 필요 없는 이야기들은 이 책의 저자에 대한 화려한 헌사라고나 할까. 나는 당신을 이렇게 만났어요. 나는 당신을 이렇게 알아왔어요. 나는 당신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어요. 그리고 나는 당신을 좋아해요, 라는)

중반을 넘기면서부터 번역은 힘들어지기 시작했고, 그에 비례해서 하루는 점점 더 길어졌다. 그런데도 꾹 참고 번역하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런 소설을 번역해서 생계를 유지한다는 건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는지 몰라.’ 그런 생각은 나를 앞날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끌었으므로 되도록 피하려고 했지만, 결국엔 “그렇다면,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는 의문으로 이어졌다. (34-5쪽)

시간은 흐르고, 번역은 힘들어지고. 그래서 드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번역을 업으로 삼는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영어실력도 영어실력이지만, 번역일을 계속해 나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끈기가 필요하다. 아니, 끈기보다 더 강력한 힘이 필요할 거다. 끈기보다 더 강력한 힘, 뚝심?

영문과 출신으로 전공을 살려 번역일에 ‘매진’하던 스물 여섯의 김연수는 생각한다. 이걸 다 번역한다고 해서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아무리 방황이 젊음의 특권이라 하지만, 젊음이 가장 환하게 빛나는 그 때, 바로 그 때에는 그 젊음이 너무나 버겁다. 지금, 김연수는 한국의 젊은 작가 중 대표적인 작가 중의 한 명임이 분명하고, 그의 신작은 사람들에게 크게 환영받지만, 스물 여섯의 김연수는, 번역할 책을 책상 위에 올려 놓고 미국 지도를 들여다보는 김연수는, 방황하고, 고민하고, 생각한다.

그가 지금 가진 것들을 부러워하는 나는, 스물 여섯의 김연수처럼 고민했던가 생각해 본다.그가 품었던 스물 여섯의 질문이 내겐 있었던가. 그 질문이 내게 있었던가.

내가 원하는 삶이란 게 뭘까.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이란 게 뭘까.

집으로 돌아갈 때면 늘 그렇게 잠깐 앉아 있는 시간을 가졌다. ‘자, 여기 테이블 앞이 내가 아는 세상의 전부야.’ 그런 심정으로 가만히 앉아 있었다.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었는데, 미국에서 돌아온 뒤로도 그 시간들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53쪽)

미국에서 돌아온 뒤로도 생각나는 시간들. 그 시간은 유명한 관광지에서의 시간도 아니고, 매력적인 사람을 만났을 때의 시간도 아니고, 화려한 도시 속에서의 시간도 아니다. 그냥 그렇게, 혼자서 잠깐 앉아 있는 시간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그냥 그렇게 시간이 흘러 가도록 하는 시간이다. 기억나는 시간은 그런 시간인가 보다.

혼자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

그 밤에 나는 “인생은 너무나 길어요”라는 말을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말했다.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인생이에요.” 그런 말도 했다. 당연하지 않은가? 13년 전에만 해도 나는 2010년이 되어서도 내가 소설을 계속 쓰리라는 걸, 더구나 <7번국도>를 다시 써서 출판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그렇게 독자들과 만나게 되리라는 걸 상상조차 못했으니까. 인생은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길다. 그러고 보니 예측한 대로 삶을 산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늘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인생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69-70쪽)

그가 말하는 이 소박한 이야기를, 이 절절한 진실을 빨리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빨리 깨달으면 깨달을수록, 놀라움의 연속인 이 한번뿐인 인생을 즐겁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삶이 예측한 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처음으로 느꼈던 때, 그 때 나는 스물 아홉이었다. 스물 아홉.

나는 학교를 졸업했고, 취업을 했고,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다. 그리고, 나는 회사를 그만두었다.

내가 다니던 회사는 회사 이름을 대면 사람들이 우와~하고 부러워하던 회사는 아니었고, 월급이 그렇게 많은 회사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직무에 관한한 남녀 차별이 없었고, 자기가 맡은 일만 확실하게 처리하면, 즉, 고객으로부터 직접적인 항의만 받지 않는다면, 업무량을 본인이 조절해 가며 일할 수 있는 곳이었다. (대부분의 고객이 외국 회사인지라, 항의하는 일은 드물고, 항의할 일이 생겼다면 그건 정말 큰 일이다. 사건을 놓쳤거나, 사건이 죽었거나.) 휴가를 마음대로 쓸 수 있었고 (거의 마음대로, 내 맘대로), 퇴근시간이 정확했다. (우린 육땡땡이라 불렀다.)

회사를 그만 둔 이유는 ‘육아’였다. 친정과 시댁에서 서로 애를 봐주시겠다고 말씀하셨지만, 신랑과의 오랜 대화 끝에 ‘내 아이를 내 손으로 키우자’는데 합의했다.

그러고 나니, 회사를 그만두고 나니, 나는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나는 단 한 번도 전업주부로서의 내 모습을 상상한 적이 없다. 상상 속의 나는 언제나 가방을 들고 (이왕이면 명품이길, 명품이었기를~~), 힐을 신고 (7cm 내외), 그리고 바삐 출근을 하고 있다 (지하철로). 모닝커피를 마시며 오늘 처리할 일을 확인하고, 오후에는 서신을 마무리하고, 팩스를 보낸다.

그런데, 회사를 그만두고 나니, 나는 다른 세계, 다른 우주에 서 있는 거다. 처음에는 너무 많은 시간, 그 많은 시간이 너무나 버거웠다. 나는 당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큰 애를 어린이집에 잠시 맡기고 돌아서서 문화 센터로 운동을 하러가는 엄마들을 만나게 되면 항상 생각했다. ‘나는 언제쯤 이 생활에 익숙해져서 저렇게 즐겁게 이야기하면서 운동하러 갈 수 있을까.‘

인터넷에서 회원가입을 할 때, 직업 선택란에서는 자꾸 망설여졌다. 스트롤바를 내려서 “주부”를 찾는 내 모습이 웬지 바보같았다. 이건 전업주부는 바보라거나, 전업주부라는 게 창피하다는 것과는 좀 다른 이야기다. 나는 ‘전업주부’인 내 모습이 어색했다. 받아들이기 싫었고,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첫째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자, 학교에서는 “청소”를 하러 학교에 오라고 했다. 나는 공부를 하라고 첫째를 학교에 보냈는데, 학교에서는 공부를 가르칠테니, 나보고 학교에 나와 교실을 청소하라고 했다. 아이들 등하교를 돌봐주는 녹색 어머니회에도 들어가야 했다. 녹색을 서야하는 날에는 둘째를 친정엄마에게 맡겼고, 청소를 하러가는 날에는 둘째 먹일 사탕을 챙겨 학교로 향했다. 나는 만나는 사람마다, 그 사람이 누구든 그 사람에게 한탄했다.

“왜, 왜 집에 있는 게 죄야? 집에 있는 엄마들이 노는 줄 알아? 왜 애들 교실 청소를 내가 해야 돼? 우리집 청소도 잘 안 하는데. 어? 집에 있는 엄마들도 바뻐. 바쁘다구.”

그렇게 답답했던 4-5년이 지났다. 이제 ‘나의 생활’이라는 건 더는 돌이킬 수 없는 거였다. 난 제3의 성 아줌마였고, 다시 일을 시작하기엔 아이들이 너무 어렸고, 다시 일을 시작하고 싶지도 않아졌다. 전업주부 생활 7년이 넘다 보니, 이 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전업주부도 나름의 특장점이 있는데, 그건 부러워하는 사람이 많을테니 여기서는 소개하지 않겠다.

인생은 예측한 대로 굴러가지 않았다. 내가 예상한 대로, 내가 계획한 대로 되지 않았다. 내 스스로 현실에 안주하고, 어느 정도 포기한 면도 있겠지만, 여하튼 나는 현재 생활에 만족하게 됐다. 그래서, 첫째 아이 임원모임에서 00구청 00과에서 일하고 있다는 엄마를 만났음에도, 예전처럼 그렇게 많이 부러워 하지 않았다. (예전 같았다면, 음, 3-4일을 그 엄마가 부럽다고 신랑에게 이야기하고, 또 3-4일을 나도 회사를 그만두지 말걸 하는 한탄과 원망, 푸념과 탄식을 신랑에게 가차없이 쏟아냈을 것이다.)

사람들이 내게 ‘이게 네 할 일’이라고 하는 일들은 여전히 하기 싫다. 일단은 잘 하지 못한다. (‘잘하고 싶지도 않다‘라고 쓰려했으나, 그랬다가 완전 직무유기라 그냥 이렇게 넘어간다. 그런데, 벌써 쓰고 말았네. 사실, 잘하고 싶지 않다.) 집에는 항상 먼지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청소하고 뒤돌아서서 쳐다봐라. 바로 먼지가 앉아 있다. 청소는 기본의 범위에서 처리한다. 음식은, 요즘 ‘1일 1식’ 모르나. 간단히 소박하게 먹는 게 장수의 비결이다. 식사는 간단하게 차린다. 아이들 공부는, 원래 공부는 스스로 하는 거다. 좋은 책이 있으면 소개해 주고, 숙제는 잘 챙겨서 하라고 ‘말해준다’. 대신, 학교 갔다 와서 쫑알쫑알 떠드는 얘기들은 주의깊게 들어준다. 내가 해야 하는 일들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일이다.

그리고, 그리고 나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 책 읽는 속도는 거북이처럼 느리고, 무지개처럼 특별하고 멋진 생각도 떠오르지 않지만, 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로 했다. 책을 읽고 감상을 쓰고, 그 책에 나온 또 다른 책을 찾고 책을 읽고 감상을 쓰고, 그 책에 나온 또 다른 책을 찾고 책을 읽고 감상을 쓰고...

그게 내가 찾은, 내가 하고 싶은, 내 일이다.

인생은 길고, 어떻게 될지 모른다. 지금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미래의 내 모습은 초등학생 학부모, 중학생 학부모, 고등학생 학부모, 대학생 학부모일 테지만, 또 모르지 않겠는가. 앞으로 내 인생이 어떻게 될런지. 그건 나도 모르니까.

여기는 아파트 상가에 새로 생긴 커피숍 이디아. 지금은 옆자리에 앉아 열씸히, 정말 열씸히 수다떠는 네 명의 엄마들 때문에 집중이 잘 안 되지만, 또 모르는 일 아닌가. 언젠가 내가 이 때를 그리워하는 날이 올 수도. (지금 그립다. 이 아침, 모닝 커피 한 잔~)

내가 가장 열심히 일한 회사였다. 집에까지 일거리를 들고 가는 것은 물론이었거니와 출퇴근 시간에도 일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인간이라면 마땅히 그래야만 하지 않겠는가! 신간 서적을 읽고 글을 쓰면 돈을 준다는데 누가 열심히 하지 않겠는가. 한편으로는 그 회사에서 일할 때 나는 가장 많이 놀았다. 어떨 때는 내가 일하는 건지 노는 건지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나는 출근과 퇴근의 구분도, 집과 회사의 차별도 없는 직장 생활의 열반을 경험했다. (102쪽) 

바로 여기다. 여기가 바로 내가 원하는 직장이요, 내가 경험하고픈 직장 생활의 모형이다. 나도 이런 곳에 취직하고 싶다. 자택근무도 가능하다면 좋을텐데, 아, 정말 취직하고 싶다. 이런 곳이라면 백 번 취직하고 싶다.

간절히 원할 때, 내가 원하는 것을 이뤄 주기 위해서 온 우주가 움직인다는 말이 거짓말처럼 들리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자주 우주는 내 소원과는 무관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건 어쩌면 우리가 소원을 말하는 방식이 잘못됐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 할 수 없는 일을 해낼 때가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을 매일 할 때, 우주는 우리를 돕는다. 설명하기 무척 힘들지만, 경험상 나는 그게 사실이라는 걸 알고 있다. (204-5쪽)

할 수 있는 일을 매일 할 때, 우주는 우리를 돕는다. 일단은, 성실하게 지금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그 일을 해보자, 결심해 본다. 불끈!

김연수의 다른 책들도 좀 찾아본다. 나는 김연수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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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노래가 떠올랐어요
    from 아른아른 2012-10-18 16:00 
    Four Leaf Clover - Badly Drawn Boy Go on do what you've got to do.You've got your dreams I've got mine too.Be strong get off at the next stop.Don't worry about a thing.Keep taking it easy.This time it's not personal.The universe will help you now.To find
 
 
다락방 2012-10-18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가락에 힘 빡 주고 추천했어요, 단발머리님. 와- 전 김연수를 좋아하지 않는데 김연수가 좋아질 것 같은 글이에요. 김연수로 하여금 단발머리님이 이런 글을 쓰셨으니 말이죠. 내친김에 김연수의 책들중 한 권을 더 읽어볼까 싶기도 하구요. (전 언제나 김연수의 문장이 한 번에 매끄럽게 읽히지를 않아요.)

이 좋은 글에, 이 진솔한 고백에 더 무슨 말을 덧붙일 수 있을까요. 저는 그저 단발머리님이 좋아서 읽고 쓴 감상들을 즐기겠습니다.

라로 2012-10-18 20:34   좋아요 0 | URL
와~~~저도 김연수에 대해서 다락방님과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에 놀라서 일단 댓글달아요!!!와~~~

단발머리 2012-10-19 03:48   좋아요 0 | URL
김연수의 문장이 한 번에 매끄럽게 읽히지 않는다는 다락방님 말씀, 저도 십분 이해합니다. <세계의 끝 여자친구>를 읽을 때, 저도 그랬거든요. 근데 이 책은 술술~~ 술술술 넘어가더라구요.

아, 다락방님, 저만 다락방님을 일방통행으로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다락방님도 날 좋아한다니요, 아, 난 정말 너무 좋아서 막 울고 싶어요~~ 엉엉T.T.

댈러웨이 2012-10-19 08:51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일단 흥! 제 페이퍼 보고는 김연수 다시 읽어보고 싶네, 뭐 그런 비슷한 생각이 조금도 안 들었던 거에요? 미워할래. 정말 미워할래요. ㅠ.ㅠ 댓글 안 달렸을 때 알았어요.

문장이 안 읽힌다는 게 번역투를 말하는 거에요? 김연수 작가 번역투에 관해 많은 말들이 있었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저는 사실 잘 몰랐어요. 소위 '과'가 같은 과여서 그런지 그런 건 눈에 들어오지가 않던데. 이건 아마 제가 처음 김연수를 읽기 시작했을 때가 다시 책을 잡기도 했던 때라 문장을 보는 힘이 없기도 했을 수도 있구요. 알고 싶어요. 대답해줘요, 다락방님. 그리고 만약 김연수를 읽고 싶은 생각이 드신다면, <꾿빠이 이상>과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를 꼭 읽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사랑해요 다락방님. 와락. (단발머리님, 이건 전략이에요 알죠?)

다락방 2012-10-22 09:14   좋아요 0 | URL
번역투여서 안읽히는 것 같진 않아요, 댈러웨이님. 번역투는 제가 쓰는 페이퍼들도 그런 경향이 강해서요. 음, 뭐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 될 지는 모르겠구요. 일단 저는 그의 글을 단편 [세계의 끝 여자친구]를 읽었구요, 책은 [청춘의 문장들]과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여행할 권리]를 읽었어요. 그의 문장은 굉장히 아름다운데요, 문장이 아름다워서 해야할 말을 명확히 전달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그게 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전달이 되지만, 제게는 전달이 안되더라구요. 문장을 두 번씩 읽어도 모호해요.

아름답다, 뭘 말하는지 대충은 알겠다, 그런데 잘은 모르겠다, 라고 하면 될까요? 그래서 간혹은 이 사람이 하는 말이 한국말인지 뭔지 모르겠는거에요. 그래서 김연수를 좋다고 하지는 못하겠지만 당연히 싫다고 할 수도 없어요. 왜냐하면 무슨 말을 하는지를 잘 모르겠기 때문에요. 한 번에 주욱 읽고 그 문장들이 명확하게 그림이 그려지거나 하지를 않아요.

지금은 그의 단편 [뉴욕제과점]을 조금씩 읽고 있어요. 이건 그나마 잘 읽히는 편인데요, 단편 [세계의 끝 여자친구]는 진짜 힘들었어요. 내가 한국말에 장애가 있나 싶었거든요. 뭔 말이지..하고 말예요.

비로그인 2012-10-18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져요, 단발머리님. 이런 글을 쓰는 김연수 작가님도 멋지고, 그 글을 읽고 이런 페이퍼를 쓰는 단발머리님도 멋져요. 헤닝 쉬르프의 격언과 딱 맞아떨어지는 글이네요. 앞으로 단발머리님의 독서기행이 더 기대되고 또 저도 더 멋지게 해내고 싶은 열망이 더해졌어요. 저도 추천 누르고 가요!

단발머리 2012-10-19 03:54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말없는 수다쟁이님. 뭐, 제가 독서기행까지는 아니구요~ 그냥 소박한 독서여행은 한 번 떠나볼까 하는데, 긴 여행 혼자면 재미 없겠죠~ 말없는 수다쟁이님처럼 용기 주는 알라딘 이웃들과 함께라면 한 번 해 보고 싶어요.

아른 2012-10-18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저도 손가락에 힘 주고 추천을!!!

단발머리 2012-10-19 03:59   좋아요 0 | URL
아른님, 처음 뵙겠습니다. 조용한 서재 방문해 주셔서 감사하고요. 손가락에 계속 힘주고 계시면 제가 또 재미있는 글을 올리겠다 약속드리고 싶지만, 솔직히 자신이 없어요. T.T. 그래도 자주 자주 뵈요~~

라로 2012-10-18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알라딘에 요즘 뜸해서 단발머리님의 글을 처음 읽었어요~~~.^^;; 안녕하세요??^^
글 제목이 익숙해서 들어와봤는데 글이 정말 좋아요!!!
다락방님의 말씀처럼 읽다만 [청춘의 문장]을 다시 펼쳐들고 싶어졌어요!!
그리고 [지지않는다는 말]이란 책두요~~~.
(장사가 안되니 이렇게 몰래 알라딘 글 읽는 재미가,,,^^;;)

단발머리 2012-10-19 04:0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나비님.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나비님 알고 있는데, 헤헤~~ 저는 초짜 알라디너구요, 게을러서 글을 많이 못 올려요. 자랑 아니고, 고백입니다. 제 서재 방문해 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읽는다면 <청춘의 문장들>을 읽고 싶네요. 아직 청춘이라 굳게 믿으면서 말이지요. 앞으로 자주 자주 뵈요~

미네 2012-10-18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 님. 글을 읽다 깜짝 놀랐어요. 마치 제 얘기같아서. 저도 김연수 님의 왕팬이고 전업주부라는게 익숙하지 않고 (아직 2년차) 살림과 육아는 아직도 초보예요. 그래도 김연수 님과 김중혁 님의 책을 보면서 위로받았었지요. 저는 김연수 책 중 <청춘의 문장들>이 제일 좋아요!!

단발머리 2012-10-19 04:21   좋아요 0 | URL
아하, 그래요, 불량주부님~ 저는 전업주부 8년차인데요, 이 놈의 살림과 육아는 계속 초보예요.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 같아서요. 불량주부님, 저번에 고미숙씨 <나의 운명 사용 설명서> 아주 재미있게 읽었어요. <청춘의 문장들> 제일 좋아하신다니, 저도 얼른 시작해야겠는데요.

댈러웨이 2012-10-19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라는 문구가 있는 문장을 보면서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어, 내 마음이 여기 와 있네? ^^ 저는 김연수 작가의 초기 글들을 지금의 글들보다 더 좋아해요. 지금은 사실 많이 반신반의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 그의 초기 작품에 대해 제가 가졌던 확고한 믿음때문에 그냥 밀어붙이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심경이에요.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아, 제가 저 위에서 다락방님한테 시비 걸 거에요. 저는 김연수 싫다는 사람들한테는 다 시비 걸어요. 그거는 쫌 봐주세요.--;;)

단발머리 2012-10-19 10:40   좋아요 0 | URL
저는 <청춘의 문장들>을 먼저 읽으려고 했는데, 다락방님께 <꾿빠이 이상>과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를 추천하셨군요. 저는 어쩔까 아직 결정을 못 했어요.

아, 그리고, 차치하더라도요, 저도 와락 안아주세요. 그럼 쫌 봐 드릴께요~~~

댈러웨이 2012-10-19 14:29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지금 답댓글 확인하고 단발머리님의 페이퍼를 다시 읽었습니다. 제가 놓친게 있었나 해서 세 번째로 읽었어요. ^^ 저는 단발머리님께서 하단에 이미지 올려 놓은 책들도 다 읽었다고 이해했고, 그냥 참고로 올려놓으셨구나 했어요. 그러니 잘 아시는 분한테 무슨 책을 꼭 읽어보시라고 권하는 것도 좀 주제넘게 보일 것 같아서 말았습니다.

제가 김연수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된 건 <청춘의 문장들>이었어요. 한국 작가가 쓴 책을 십 몇년이 넘도록 안 읽다가 김훈을 읽고 그리고 이 책을 읽었는데 정신이 홀딱 나갔었어요. 그 부드럽고 성숙한 사유의 문장들에. 그리고 나서 <꾿빠이 이상>과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외 줄줄이 읽기가 시작됐는데요. 지금 생각해도 이 두 작품은 어렵기도 했지만, 그의 작품들 중에서 독보적이에요. 다시 읽으면 생각이 달라질지 모르겠지만요. 김연수 작가가 이후로 이 비슷한 작품을 써내지 못하는 건지, 방향을 튼 건지 모르겠지만, 그렇지만, 충분히 길게 갈 수 있는 작가가 아닐까라는 개인적인 믿음으로 그냥 읽어나가고 있어요. 사실 저는 근간의 작품들에서 보이는 김연수 작가의 지나치게 섬세한 문장을 좋아하지 않아요. --;; 정말 좋아하는 작가지만 그런 문장은 지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팬이에요.

그래서 만약 제가 팬이신 단발머리님께 주제넘게 한번 읽어보세요 라고 권할 수 있다면, 지금까지 언급한 세 권은 must, 두 권이 더 있는데 그건 맨 위에 읽었다고 하셨으니. ^^

그리고 이렇게 테러를 감행하는 저를 용서해주세요. 와락 안아드리는 건 얼마든지 해 드릴 수 있어요. 다만 사... 사... 음... 이 말은 쫌만 더 있다가요... ( '') 안녕요, 단발머리님.
(댓글창 너무 작아서 뭔 소리를 했는지도 모르겠네요.)

단발머리 2012-10-20 00:28   좋아요 0 | URL
댈러웨이님, 일단 혼란을 일으킨 점 사과드립니다. 저는 김연수 작가님 책을 다 읽지 못 했어요. 저는 그런 삶을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댈러웨이님. 저는 처음 두 권이랑, 이 책, 그리고 <우리가 보낸 순간> 시리즈를 읽었어요. 그러니까, 앞으로도 많이 추천해주세여~~

감은빛 2012-10-19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우연히 이 글을 읽게 되었는데, 육아와 교실청소에 대한 부분이 너무 공감되어 인사 남깁니다.
저희는 맞벌이예요. 아이들을 어린이집과 학교에 보내고 있어요.
큰 아이가 이제 초등 1학년인데 계속 아내에게 교실 청소를 요구한다고 하더라구요.
주위에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몇명 있어서 물었더니,
절대 그러면 안된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원래 1학년 교실 청소는 선생님이 해야 하는 거라고 강조하시더군요.
그렇다고 우리 아이 선생님에게 그걸 두고 따질 수는 없었어요.
안그래도 아이가 느리다고 불평하는 선생님에게 괜히 그런 말을 했다가는
우리 아이가 완전히 눈 밖에 날지도 모른다 싶었어요.
사실 학교라는 시스템, 선생님이라는 사람에게 할 말이 무지 많지만,
참고 참고 또 참고 있습니다.

에휴 첫 인사에 주저리 주저리 말이 많았네요.
자주 뵙겠습니다. ^^

단발머리 2012-10-20 00:34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교실 청소가 꼭 나쁜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제 주위에도 꼭! 꼭! 가고 싶어하는 엄마들이 많았어요. 특히, 남자아이들 어머니들은 가보고 싶어하지요. (책상 속이 완전 엉망인 경우가 많거든요.) 원칙적으론 부모님들의 교실 출입이 불가하지요. 선생님이 직접 청소하시는 경우도 있구요. 제가 속상했던건 그렇다고 직장 다니는 엄마들께 나와서 청소하라는 얘기는 아니었구요, 다만 집에 있으니, 시간 많으니, 나와서 청소 좀 하시라~ 이런 늬양스가 불쾌했다는 거지요. 직장맘들은 직장맘대로 많이들 맘 상해 하시더라구요.

근데, 제가 좀 못된 건가봐요. 아이 참, 다른 엄마들은 잘 하시던데....

그래도, 자주 뵈요, 감은빛님.
 

 

각종 여론 조사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는 대선 후보 세 명에 대한 지지도가 추석을 즈음하여 변동이 있을거라는 전망이 많았다. 서울에서 내려온 자식들과 지방의 부모들 간에 의견 충돌이 예상된다고.

많지 않은 식구에, 제사도 없고, 손님도 없었지만, 나는 전을 부치느라, 설거지를 하느라 다른 사람들과 충돌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혼자 생각했다. 추석엔 철수 생각.

올해 대선에서 여성이자, 30대이자, 수도권 거주자인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1. 어떤 후보가 복지에 관심이 있는가.

2. 어떤 후보가 한반도의 평화에 관심이 있는가.

3. 어떤 후보가 교육제도의 근본적 변화에 관심이 있는가.

여기에서 관심이 있다 함은, 일어날 수 있는 최소한도의 변화가 내가 바라는, 내가 기대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즉, 복지에 대한 관심은 실생활에서 구체적으로 느껴지는 복지 혜택을 비롯해 복지 제도의 확대를 의미하는 것이고, 한반도의 평화에 대한 관심이라 함은 “어떠한 상황에서든” 북한과의 대화를 중단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과 실제적인 우호관계를 유지한다는 뜻이다. 교육제도의 변화라 함은 매우 복잡한데, 학교에서는 입시위주의 교육을 지양하고, 각 개인의 개성을 발현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조성함과 동시에, 학생들이 취업할 수 있는 기업 환경 및 사회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기에, 여기엔 사회 구조의 변화도 포함된다. (아, 대통령에게 이렇게까지 기대하는 것, 너무 무리다. 수퍼맨도, 배트맨도, 스파이더맨도 아니고, 아주 사회를 통째로 바꿔야 가능한 일이다.)

<안철수의 생각>에서 말하는 복지/정의/평화는 많은 부분이 내가 바라는 방향과 일치한다.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보통의 사람들이 그의 의견에 공감할 거라 생각한다.

1. 복지

만 0~2세 영유아에 대한 무상교육 지원안이 시행되고 있는 요즈음, 많은 수의 엄마들이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전업주부 엄마들도 모두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어, 현실적으로 그 혜택이 절실하게 필요한 직장맘의 아이들이 갈 곳이 없다고 한다. 왜 이런 문제가 생기게 되는 걸까? 이는 아이들에 대한 지원금 수혜자가 “영유아의 부모”가 아닌 “영유아가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이기 때문이다. 즉,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어야만 그 아이에 대한 지원금이 지급된다는 것이다. 아이가 엄마랑 집에 있으면? 당연히 아무것도 없다.

일정 연령 이하의 자녀를 둔 가정에 매달 소정의 현금을 지급하는 아동수당제의 도입이 필요하다(101쪽)는 의견은 그래서 매우 반갑다. 집에 엄마랑 있는 아이들에게도 아동수당이 지급된다면, 엄마가 전업주부인 경우 굳이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도, 엄마는 경제적으로 혜택을 보면서, 아이는 엄마와 함께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10살된 딸롱이와 7살된 아들롱이를 두고 있다. 아직까지는 특별한 사교육을 시키지 않고 있어서, 우리 가정에서 교육비의 지출은 매우 미미한 편이다. 둘째를 가졌던 때 몇 개월첫째를 집 앞 어린이집에 보냈던 것을 제외하고는 둘 다 여섯 살때까지 기관에 보내지 않았다.

(설명이 필요하겠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슈퍼우먼이다. 나는 친정이 가까운 곳에 살고 있다. 시댁도 가깝다. 큰애는 다섯 살이 될 때까지 일주일에 이틀씩 시어머니가 봐 주셨고, 둘째를 낳고 나서는 친정엄마가 많이 도와주셨다. 전폭적인 지원이었다. 상황이 그렇지 않았다면, 나도 집앞 어린이집에 애들을 보내야만 했을 거다.

나는 첫째가 18개월 때 회사를 그만두었다. 양가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그만두었다. 아기는 엄마가 키워야한다는 신랑의 간곡하고도 끈질긴 설득에 3개월만에 손을 들었기 때문이다. 난 집에 있는 엄마, 전업주부였지만, 육아와 살림에 양가 부모님들의 도움을 받은 특별한 케이스다.)

그러다, 첫째 아이 유치원 입학을 앞두고 교육비 안내지를 받고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기본 교육비에 기타 비용까지 합치니 한 달에 50만원, 석 달치를 한 번에 결제하란다. 150만원. 정말 억! 소리가 절로 나왔다. 다른 유치원도 알아보았으나, 원비는 거의 비슷비슷했다. 일년만 다니는 것이라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첫째를 유치원에 보냈다. 아이들 교육비가 아깝다고 말하기 조금 그렇지만, 매우, 많이 아까웠다.

둘째는 초등학교 부속 단설 유치원에 보냈다. 첫째는 10대 1의 경쟁률을 뚫지 못 했다. 둘째는 대기번호 8번으로 추첨되었고, 후에 자리가 생겨 입학할 수 있었다. 한달 원비가 3만원에, 우유값까지 포함한 급식비가 3만 5천원 정도이다. 한달에 6만 5천원. 석달에 20만원정도이다. 그것도 올해부터는 모두 정부 지원으로 바뀌어서, 요즘엔 한 달에 만원꼴이다.

일찍 끝난다. 방학이 길다. 버스 운행을 안 하니, 아침, 저녁으로 데려다 주고, 데리고 와야 한다. 하지만, 교육내용이 좋고, 시설도 좋고, 선생님들도 너무 친절하시고, 마지막 특장점으로 교육비가 화끈하게 저렴하다. 어떻게 마다할 수 있겠는가.

저출산의 위험성이 생각보다 심각하다고들 말한다. 2011, 2012 미래 보고서에서도 인구 감소가 각종 산업의 존폐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거라고 예견했다. 국가 경쟁력에도 빨간불이 켜짐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낳으라고만 하지 말고, 아기를 낳았을 때 국가에서 직접적으로, 가시적으로, 효과적으로, 재정적으로 뒷받침 해줘야 한다.

그래서! 아동수당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이를 낳기만 하면, 한 달에 30만원씩 주는 거다. 누구에게? 당연히 아기 보는 사람에게. 아기 엄마면 엄마, 친할머니면 친할머니, 외할머니면 외할머니, 기관에 맡기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지급하는 거다. 둘째를 낳으면 누진율 적용해서 40만원. 셋째는 50만원. 그럼 아이가 셋 있는 집은 아이들 때문에 생기는 수입이 한 달에 120만원이다. 엄마가 일하러 가는 것만큼은 못 되도, 가정 경제에는 큰 도움이 될 거다. 노르웨이에 사는 친척 언니도 말하기를, 아이가 셋 정도 되는 집의 전업주부에게 아이들 명목으로 지급되는 돈이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납세 후 실소득과 거의 비슷해서 굳이 직장생활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했다.

내 말인즉슨, 일을 하지 말라거나, 집에서 애를 봐야한다는 뜻이 아니다. 애를 낳아서 맡길 곳이 없어 직장을 그만둬야 한다거나, 맡길 곳은 있는데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거나, 집에서 애들을 건사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할 때, 국가가 도와줘야 한다는 거다. 이 아기는 나의 소중한 아기이기도 하지만, 국가의 미래이기도 하니까.

점진적으로는 고등학교 의무교육 도입, 대학 등록금 인하 (104쪽)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철수 생각에 찬성.

2. 정의

이제는 법이 가진 자들만 편들지 않고 누구에게든 공정하게 적용된다는 정의를 회복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절망과 분노를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 조건의 하나죠. (141쪽)

여전히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비리가 반복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처벌이 미약하고 특별사면 등을 통해서 형 집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죠. 기득권층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법집서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정의롭지 못한 사회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요. (145-6쪽)

사회적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는 ‘법원의 독립’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법원은 어떤가.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를 위해 애쓰려고 하나. 아니, 최소한 중립이라도 지키려고 하나. 기득권층, 재벌, 가진 자들, 이들 1%에게 너무 관대하지 않나. 기득권층, 재벌, 가진 자들 빼고는 모두 이 물음에 대한 답이 같을 것이다. 아, 알고 보니, 이들 1%가 법원에서 판결 내리시는 분들과 친척 분들 아니신가? 아니면, 가족?

3. 평화

단기적으로는 중단됐던 남북대화와 경제협력을 재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금강산, 개성관광 등을 다시 시작하고 개성공단은 확대하며, 개성공단과 같은 협력모델을 다른 지역에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154-5쪽)

북한과의 대화와 공존만이 우리의 살 길이다. 통일이 이루어지기까지 지루하고, 고단한 과정이 이어지겠지만, 결국엔 우리가 풀어야할 우리의 문제다. 미국도, 일본도, 중국도 제 나라보다 우리나라의 존립과 이익에 더 큰 관심을 가질리 없다. 물론 제일 걱정스러운 사람들은 ‘국민이 허락한다면, 3일간 전쟁을 해보겠다’라는 선동에 워~~하고 동요하는 사람들이다. 서울이 불바다 되어도 그들은 병커 속에서 안전하단 말인가. 난 병커 없는데. 아니면 ‘너죽고 나죽자‘인가. 갈 길이 멀다.

4. 일자리

노동시간을 단축하면서 유럽식으로 일자리를 나누면 현재 세계에서 최장 시간을 일하는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근로 여건이 개선되면서 일자리를 늘릴 수 있을 거예요. (170쪽)

일자리 나누기, 임금피크제 찬성이다. 사회의 잠재적 불안 요소 중 가장 주요한 것이 낮은 취업률이라 생각한다. 할 일이 없을 때, 자신이 쓸모 없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가장 두려워하면서도, 가장 겁이 없어지기 마련이니. ‘일자리 만들기’, ‘일자리 나누기’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본 받침대이다.

5. 가정

요즘도 가끔 다툴 때가 있는데 결국 제가 야단맞고 반성하는 것으로 끝납니다. (웃음) (73쪽)

천하의 안철수 교수도 집에서는 와이프에게 야단맞고 반성한다니, 이것 참. 안철수 부부 참으로 훌륭하다.

마지막으로.

MBC, 진짜 자꾸 이런 식으로, 기본을 무시하면 안 된다. 어디까지 가려고 이러나. 취재하는 태도나, 보도하는 태도나, 사실관계는 감추고, 논문쓸 때의 기본원칙은 말하지 않고, 설명은 뒤로 뺴고, 앞에 ‘의혹’이라는 말에만 굵은 글씨체하면 어떻게 하나. 이러다 대선직전에 또 파업하는거 아닌가. 추석 후 몸살 기운에, 컨디션도 안 좋은데, 이 놈의 MBC 때문에 쉴 수가 없다.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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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10-03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로 어제 놀러오신 이모부가 무조건 ㅇㅇㅇ 찍어, 라고 말하는 바람에 아연실색했다는... 그런데 그 말에 다른 어른들은 별 말씀이 없으시더라구요. 확실히 세대 차이라는 게 있는 건가 싶어요. 어지쩌찌해서 추석은 지나갔고, 이제 찬바람이 달겨들 시기네요. 단발머리님, 모쪼록 컨디션 잘 회복하시길!

단발머리 2012-10-07 07:58   좋아요 0 | URL
네. 말없는 수다쟁이님. 컨디션은 잘 회복했어요.ㅋㅎㅎ 감사합니다요~~~ 오늘은 차가운 바람이 부는 시월의 어느 날이네요. 여유로운 휴일 되세여~

순오기 2012-10-08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설득력 있고 공감되는 페이퍼네요.
특히 유아들에게 지급되는 혜택을 받기 위해 무조건 어린이집에 보내는 현상, 이건 정말 바람직하지 않아요.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에 적극 찬성하는 엄마에요, 나도!^

단발머리 2012-10-08 22:2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제 근처엔 18개월 귀염둥이도 기저귀 차고 어린이집 차를 탑니다. 아침 9시에 가서 3시 반에 돌아와요. 저는 엄마들을 이해합니다. 저도 엄마이고, 그 또래 아이들을 돌본다는게, 아니 같이 있어만 주려 해도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니까요. 그런데, 요즘 주변의 모습은 좀 아닌 것 같고요. 자기 아이지만,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엄마들에게 10만원이라도 격려금이 지원된다면, 커피라도 한 잔 하면서 노고를 잠시 잊을 수 있을 거 같아요. ^^
 

글 쓰는 일을 생업으로 삼는 사람을 보통 ‘작가’라고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작가’는 일반적인 의미와는 조금 다르다. 즉, 표지에 자기 이름을 새긴 ‘종이책’을 출간한 사람이거나, 신춘문예와 같은 ‘등단’ 제도를 거친 사람을 말하는게 아니다. 저자가 말하는 ‘작가’란 ‘어딘가에 있는 친구에게 나름대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사람’이다.

글을 쓸 수 있는 매체가 다양해졌고, 블로그 등을 통해 자신의 글을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올릴 수 있는 시대이니 ‘작가’의 의미가 확대되는 것도 당연하다. ‘어딘가에 있는 친구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작가’는 받아들이기 편안하다. 나도 작가다.

예전에 인터뷰 기자들에게 나는 크리스마스와 독립기념일과 내 생일만 빼고 날마다 글을 쓴다고 말하곤 했다. 거짓말이었다. 내가 그렇게 말한 이유는 일단 인터뷰에 동의한 이상 반드시 ‘뭔가’ 말해줘야 하기 때문이었고, 기왕이면 좀 그럴싸한 말이 낫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얼간이 같은 일벌레로 보이기는 싫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일벌레라면 또 모를까). 사실 나는 일단 글을 쓰기 시작하면 남들이 얼간이 같은 일벌레라고 부르든 말든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쓴다. 크리스마스와 독립기념일과 내 생일도 예외일 수 없다. (어차피 내 나이쯤 되면 그 지긋지긋한 생일 따위는 싹 무시하고 싶어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일하지 않을 때는 아예 아무것도 안 쓴다. 다만 그렇게 완전히 손놓고 있는 동안에는 늘 안절부절못하고 잠도 잘 오지 않아서 탈이다. 나에게는 일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짜 중노동이다. 오히려 글을 쓸 때가 놀이터에서 노는 기분이다. 글을 쓰면서 보냈던 시간 중에서 내 평생 가장 힘들었던 세 시간도 나름대로 꽤 재미있었다. (유혹하는 글쓰기, 186-187쪽, 59-60쪽)

나는 스티븐 킹의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기에, 그의 소설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 모른다. 전에는 베스트셀러 작가로서만 인정받다가, 최근에 문학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는 정도만 알 뿐이다. 다른 책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원제는 ‘On writing'인데, 책의 전반부 절반이 자서전과 비슷해서 자신의 어린시절과 고된 무명작가 시절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세탁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쉬는 시간 짬짬히 글을 써 내려간 이야기나, 그를 계속 믿고 지지해준 아내의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아주, 아주 재미있다.

나는 글쓰는 이들에게 집필을 일과로 할 것을 권한다.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은 이들 뿐 아니라 부업 정도로 삼고 있는 이들에게도 집필을 일과로 할 것을 권한다. 먼저, 집필 시작 시각과 마치는 시각을 정해 놓은 후, 어떤 방해가 있든 유혹이 있든 상관없이, 매일 글쓰기를 일과로 삼고 그 시간을 지키면 많은 글을 써낼 수 있게 된다. (논픽션 쓰는 법, 16쪽, 63쪽)

난 간단한 리뷰를 쓰는데도, 집중력이 떨어져서 그런지 저녁엔 잘 안 써진다. 오전을 이용해야겠다. 아니면, 아침. 아니면 새벽. 새벽? 새벽.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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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9 1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9-29 2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진 2012-10-05 21:50   좋아요 0 | URL
크크, 당연히 읽을 수 있지요 ㅎㅎ
추석은 잘 쇠셨지요?(쇠다... 가 맞는지 모르겠네요 ㅎ)

단발머리 2012-10-07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아이궁 답이 늦어서. 추석은 잘 지냈어요. (쇠다가 맞는 건지 저도 잘~~~ ㅋㅎㅎ) 이젠 가을이네요. 가을, 아~~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