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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빨리 읽지 못 한다. 예전에는 몰랐다. 나는 보통 속도 아니면 그것보다 조금 빠른 정도라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나는 책을 빨리 읽지 못하는 편이다.

 

물론, 내게도 변명거리는 있다.

 

1. 애들이 방학이다

2. 딸롱이가 집에 있다

3. 아롱이가 놀자고 한다

 

아이들이 방학이니, 아무래도 책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읽기 싫어서가 아니라, 읽을 수가 없어서,라고 어젯밤, 신랑에게 말했으나, 콧방귀를 흥흥~~

 

책을 빨리 읽지 못하는데다가, 나는 책구입에서도 두 세 걸음 느리다.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전집] 중 1-4권을 구매했는데, 알라딘서재에서는 이미 유행이, 지나버렸다. 좀 바보같다는 건, 나도 안다. 하지만, 어쩌겠나. 알라딘서재에서 여러 분들이 이 책을 샀어요, 사진을 올리실 때, 책 내부를 보여주실 때, 나도 꼭 읽고 싶다. 정확히는 갖고 싶다,이지만. 

 

 

예전부터 눈독들여왔던 [김승윽 소설전집]도 구매했다.

 

 

 

 

그러나, 책을 받아든 나는 그렇게는 기쁘지 않았다. 왜냐하면...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이 출간됐기 때문이다!!!

 

물론, [김승옥 소설전집]은 위대하고, 아름답고, 소중하다. 하지만,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를 본 순간, 난 또 외치고 말았다.

 

아, 너무 예뻐. 사고 싶다.

 

 

 

 

 

 

 

 

 

 

두 세 걸음 느린 나는 언제쯤이나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을 사게 될까. 일단 사고 싶은 책 몇 권만 골라본다. 알사탕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미리 말해둔다. 이사를 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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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1-24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움화화핫 저는 문동한국문학전집 별로 안땡겨요. 움화화화화핫. 아...이런 저라서 정말 다행이에요! ㅎㅎㅎㅎㅎ

단발머리 2014-01-24 08:56   좋아요 0 | URL
앗! 다락방님, 벌써 출근하셨군요~~ 아니다, 아까 전에 출근하셨죠?
다락방님은 문동전집에 있는 책들 다 읽으신거 아니예요? 그러니까, 안 땡기시지요.
저는 아직 안 읽은게 많아서.... 항상 바쁠 뿐이랍니다.

아무튼 다락방님, 다행이라서... 부러워요. @@

icaru 2014-01-29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명관의 고래는 표지만 시뻘건 것에서 바뀌었을 뿐인데, 호감도 급상승이네요~
김승옥 전집은 우아우 이뻐요,,, 제목 서체도 감각적이구... 무진기행이랑 19몇십년 겨울... 이라는 제목 긴 소설밖에 모르는 저는,,, 저렇게나 두께감있는 다작을 했던 시절이 있었군요. 김승옥 작가...
절필 비슷하게 언제부터인가 작품을 쓰지 않아 그 이유로 호기심이 일었던 작가네요 ^^

단발머리 2014-02-04 10:09   좋아요 0 | URL
전 아직 [고래] 안 읽어봤는데요, 평이 너무 좋아서, 벼르고 있어요. 벼르고만 있나요? ㅋㅎㅎㅎ

김승옥 전집 너무너무 이쁘죠~~ 근데, 그 옆에 나쓰메 소세키 4권이 짠 등장하니까, 외모면에서 확 밀리는거 있죠. 외모 1위는 나쓰메 소세키, 현암사가 1등이네요~ 승자만 기억하는 이 나쁜 기억력 ㅋㅎㅎ

김승옥 전집을 샀을 때는 크고 원대한 꿈이 있었는데, 지금 완전히 밀려있어서 작가님께 죄송합니다.
김승옥 작가님은 전에 <빨간 책방>에서 다룰 때 이야기로는, 종교적인 체험을 하신 후에 절필 비슷하게 하셨고, 또 몸도 불편하셔서 더 이상은 작품활동은 어려울 것 같다 하시더라구요.
아..... 천재들에게는 항상 시간이 짧게 주어지나요.....
 

 


 

 

 

 

 

 

 

 

 

 

 

 

 

 

읽고 있는 소설이 이해되지 않거나, 어렵거나, 재미 없을 때 (써놓고 보니, 세 가지가 한 가지 경우다.) 작품 뒤의 해설과 작가 연보를 읽는다. 번역한 분의 해설이 실려 있는 경우도 있고, 유명한 문학평론가나 소설가의 해설 또는 감상이 실려있는 경우도 있다. 나는, 도움을 받아야 근근히 살아갈 수 있다. 나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다. 그런데, 지난번에 밀란 쿤데라의 [정체성]을 읽었을 때도 그랬지만, 밀란 쿤데라의 소설은 작품 뒤에 해설이 없다. 나는 도움이 필요한데, 나를 도와주는 손길이 없다. 

작품에 대한, 작품의 배경에 대한 이해없이 읽기 시작한다. 고등학교 때는 세계사를 매우 잘했으나 (잘 외우고, 잘 찍었으나), 이 지역의 역사에 대해서는 말 그대로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것 같다. 안 배운 것이냐, 배우지 못한 것이냐. 그래도, 읽어나간다. 소설은, 이미 그 자체로서 완벽한 하나의 세계, 그 안에서 실마리를 찾아보자, 쭉쭉 읽어나간다.  

어쨌든 넌 가면을 쓰지 않은 채 그 말을 쓴 거야. 그렇게 해서 적어도 우리는 네가 누구인지를 알게 된 거지. 우리는 네가 여러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하나는 당을 위한 얼굴, 또 하나는 다른 것들을 위한 얼굴, 그런 식이지. 나는 아무리 아니라고 해봐야 이제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나는 똑같은 소리를 여러 차례 늘어놓았다. 농담이었다, 아무 의미 없는 말일 뿐이었고 그저 당시 내 기분 때문에 그랬던 것이다, 등등. 그들은 아무 말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57쪽)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책을 읽어가는 중간 중간, 아, 이 책의 제목은 이것일 수 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이 여러번 들었다. 소설 밖에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 니체식 선언과 철학적 논쟁 속에서 제목의 의미가 조금씩 이해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책의 제목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농담'이라니, 농담? 

책을 끝까지 읽은 지금은 제목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농담'이지만, '농담'이 아니고, '농담'이 아니라고 하기에는 그 무게가 너무 무거운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첫눈에 반한다는 말들을 잘 한다. 나는 사랑이 자기 자신의 전설을 만들어낸다거나 그 시작을 나중에 신비화시키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지금 그것이 그렇게 돌연히 불붙은 사랑이었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분명 어떤 예시 같은 것이 있었다. 루치에의 본질, 아니 ― 아주 정확하게 말해야 한다면 ― 나중에 루치에가 내게 어떤 사람이 되었는데 그 루치에의 본질, 나는 그것을 한순간에 즉시 깨달았고 느꼈고 보왔던 것이다. 마치 누가 밝혀진 진리를 가져와 보여주듯이, 루치에가 내게 가져와 드러내보인 것은 바로 그녀 자신이었다. (100쪽) 

 

참, 멋있는 문장이다. 원문을 읽을 수 없으니, 더하기고 빼기도 어렵지만, 이런 문장으로 여자에게 다가간다면 어떤 여자가 마다하겠는가, 그런 생각이다. 

그녀의 삶 속에서는 세계동포주의와 국제주의, 철저한 경계와 계급 투쟁,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정의에 대한 논쟁들, 전략과 전술이 동반된 정치, 이 모든 것이 아무런 역할도 하고 있지 않았다. (106쪽)  

내 앞에는 이제 전속력으로 비상하는 역사의 날개 아래 가리워져 있던 초원이 펼쳐지고 있었다. 잊혀져 있던 일상이라는 초원, 소박하고 가난한, 그러나 충분히 사랑할 만한 한 여인, 루치에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곳. (107쪽) 

위대하다고 여겨지는 모든 가치들, 역사 속에서 각 개인의 역할, 의무와 헌신, 논쟁과 투쟁, 이 모든 것들이 아무런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은 장소는 '사랑이 시작되는 곳', '일상'이다. 루드빅이 사랑하는 루치에가 있는 곳, 잊혀져 있었으나 이제 다시 살아난 비밀의 장소, 일상이 바로 그런 장소이다. 

사실상 내가 한 여자에게서 좋아하는 것은 그녀 자체가 아니라 그녀가 내게 다가오는 방식, <나에게> 그녀가 의미하는 그 무엇이다. 나는 한 여자를 우리 두 사람의 이야기의 등장 인물로서 사랑한다. 햄릿에게 엘시노어 성, 오필리아, 구체적 상황들의 전개, 자기 역할의 <텍스트>가 없다면 그는 대체 무엇이겠는가? (232쪽) 

중간쯤 읽었을 때였나, 소설 속 가난하고 소박한 여인 루치에의 삶이 너무 고단하고 괴로워, 나는 책읽기가 힘들었다. 그만 읽을까 하다가, 조금 아쉽기도 해서 이것까지만 읽고, 이제 밀란 쿤데라 작품은 읽지 말자, 나 자신과 약속을 하고는, 책을 끝까지 읽어나갔다. 

끝까지 읽지 않았으면 어쩔 뻔 했나. 

 

끝까지 읽지 않았다면, 나는 407쪽에서 413쪽까지 이어지는 놀랍고도 황당한, 약간 웃기는 데도 정작 웃을 수는 없는, 다행이라 생각되면서도 굴욕적인게 분명한 이 신기한 에피소드를 읽지 못했을 것이다. 바야흐로 나는 또 결심하게 된다. 

 

다락방님테레사님의 안내에 따라 다음은 [불멸]이다. 신난다. 


 


 

 

 

 

 

 

 

 

 

 

 

 

 

이 책의 존재를 알았을때, 그 때 바로 구입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이래저래 미루고 있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최고의 구성인데, 가격도 너무 착하다. 
 
알라딘 다이어리도 블랙, 알라딘 머그컵도 블랙이 왔다. 폼난다. 하지만, 제일 마음에 드는 건, 알라딘 달력. <세계의 작가들> 달력이 왔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마침 그 달력이다. 


 

 

 


1년 12개월 중 제일 멋진 사진이다. 내가 어제 [농담]을 읽어서 이 사진을 고른것이 절대 아니다(라고 아무리 말해도 아무도 듣지 않겠으나), 내가 본 바 이 사진이 제일 작가다운 작가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더하여 가장 섹시한 작가 사진이기도 하다. 사진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그의 그윽한 눈빛에 어디에 시선을 둬야할지 모르겠다. 

 

일단 [불멸]을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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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1-08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저 달력 제대로 펼쳐보지도 않고 친구한테 보낸다고 포장해놨거든요. 그런데 올리신 사진을 보고 포장 뜯을 뻔 했어요. 이 달력은 내가 갖자, 하고 말이지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간신히 참았네요. 쿤데라님 멋지십니다 ㅠㅠ

단발머리 2014-01-09 08:12   좋아요 0 | URL
아, 이 아름다운 달력을 친구분에게요? 정말 다락방님 마음이 아름다우셔요~
쿤데라님, 진짜 멋지요?
소설 속에서 나온 사람이 소설을 쓰네요.
아흐.....

icaru 2014-01-08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다른 달력을 받았네요~ 도서관이나 책장 앞에서 하는 퍼포먼스가 주류를 이루는 사진들이던데 아쉽~
쿤데라 아저씨 야위보이네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도 심지어는 프라하의 봄이라는 영화도 봤던 거 같고요,, 농담도 읽었는데,,,
아 그게 벌써 20년 전이라,, 숙제라서 읽었구요 ㅠ
읽은 책인데, 워낙 한참전이었다는 핑계를 앞세우고,
더하다 덜하다 할말이 없을 때가 제 자신이 젤 찐따~ 같이 느껴지는데,,,
ㅋ 지금 이 순간도요... ㅎㅎ

일전에 지식인의 서재 은희경 편에서, 내 인생의 책 몇 권을 꼽은 가운데에 밀란 쿤데라의 생은 다른 곳에 라는 책이 있었어요.
이 책읽고, 은희경 작가는 나도 할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을 그러니까 습작을 시작한 계기가 되는 작품이라던데요~
그래서 호기심에 구입했는데, 쉽게 시작이 안 되더라고요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읽을 것두 같은데

단발머리 2014-01-09 08:16   좋아요 0 | URL
icaru님, 저 완전 깜놀해서요. 정말 죄송하지만, 저도 모르게 연식추정 들어가서요.
20년 전에 읽으셨다고요? 완전 옛날이네요. 20년 전에, 저는..... 음.....
저희 선생님은 이런 훌륭한 숙제를 내주시지 않았답니다. 갑자기, 급 슬퍼지네요.
선생님의 도움이었다면, 저도 20년 전에 읽었을텐데... 쩝..

[생은 다른 곳에]는 처음 들어보는 책인데, 찾아보니, 번역이 '안정효'네요. 은희경과 함께 일독을 부르는 이름이네요. 기억해두어야겠어요.^^

레와 2014-01-09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농담]을 매번 잡았다가 몇장 안 읽고 던져놓기를 무한 반복하고 있어요.
단발머리님 글을 보니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ㅎㅎ;
이번에도 포기하믄.... ^^;;;;


반가워요 단발머리님!

단발머리 2014-01-10 08:02   좋아요 0 | URL
네, 안녕하세요, 레와님.
저도 읽다가 포기의 유혹 2번 있었는데, 다 읽고다니, 다시 읽고 싶어지는...
한 오년 후쯤 다시 도전하고 싶어요.

제 방에서 뵈니, 너무 반가워요. 레와님~~
앞으로 자주 뵈어요^^

2014-01-09 14: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10 08: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ra 2014-01-09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프카의 서재라는 책을 읽고 농담이랑 참을수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읽고 싶었는데 단발머리님 리뷰를 보니 더욱 읽고 싶어지네요. ㅎㅎ

단발머리 2014-01-10 08:08   좋아요 0 | URL
헤헤, 감사해요, mira-da님.
사실, 저는 책을 많이 읽지 않은 인생이라, 처음인 책이 무척 많아요.
조금 창피하긴 한데, 근데, 다 처음이라 재미있고, 신나요.

전, [카프카의 서재]라는 책을 찾아볼려구요. 날씨가 춥네요. 즐건 하루 되세여~~

icaru 2014-01-10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 님~ 남의 서재에서든 내서재에서든 좌측 달인 엠블럼 볼 때마다 주렁주렁이란 님의 표현이 떠오르네요 ㅎ
네이버 지식인 서재의 댓글들을 쭈욱~ 보면서,,, 혹시 단발머리 님 글도 있지 않을까 했었는데,,, 제 감식안으론 못 찾겠던데,,, 혹시 다셨어요?ㅎ 역시 내용이야 둘째치고, 정말 후끈후끈 달아올랐더라고요~ 그렇게 말들이 향연하는 댓글란... 다른 서재인물에서 봤든가??

단발머리 2014-01-11 18:25   좋아요 0 | URL
지식인의 서재에는 제 글이 없는데, icaru님 말씀대로 한 번 올려 볼까요?
저는 댓글다는게 가능한지도 모르고 있었거든요.

강신주님이 좋기는 한데, 사실 좀 부담스러워요.
좋은데, 부담스러운.... 이런 오묘한....^^

2014-01-10 16: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11 18: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15 1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4-01-17 07:39   좋아요 0 | URL
감사해요, icaru님 한 번 찾아볼께요~~ 아, 보고시프당~~~~~

노이에자이트 2014-01-15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란 쿤데라는 남녀관계에 대한 명언을 많이 남겼기 때문에 그런 문장을 모아놓은 명언집 같은 것이 인터넷에 돌아다니기도 했죠.싸이월드에 특히 많이 퍼나르고...쿤데라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까지도.

단발머리 2014-01-17 07:39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사실 저는 '밀란 쿤데라' 이름에서부터 너무 매력적이라 생각했는데, 얼굴 보니, 더더 좋아지는 신기한 일이 생기더라구요. 소설은 뭐, 제가 말할 것도 없네요.

그런게 유행했었군요. 저는 인터넷도 좀 느린 편이라, 잘 모르고 있었네요^^
 


너무 늦어 올리지 말까 하기도 했지만, 아직 2014년 첫 주, 아직 4일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아직 괜찮다고 판단, 내가 뽑은 2013년 작년의 책을 골라본다. 2013년의 책이라 함은, 2013년에 출판된 책만으로 한정하는게 아니라, 말 그대로, 내가 뽑은, 2013년 내가 읽은 책 중에 기억하고 싶은 책으로 한다. 다른 말로 하면,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1. [레 미제라블 1, 2, 3, 4] 그리고 [레 미제라블 5] 

 

 

 

 

 

 

 

 

 

 

 

 

 

 

 

 

권수가 주는 부담감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사실 두께도 만만치 않았다. 2002년 [토지] 이후로 여러권으로 된 소설들을 자연스레 피해왔지만, [레 미제라블]은 꼭 읽어보고 싶어, 야심차게 도전했다. 자신으로 오인받아 감옥에 갇히게 된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이 '장발장'임을 밝혀야 하나 고뇌하는 장발장의 모습이 그려졌던 장면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파리의 하수도에 관한 설명 내지 안내 부분도 재미있게 읽었다. 소설을 읽을 때는, '장발장', '코제트'. '마리우스'의 이야기가 재미있었는데, 책을 닫은 후에는 '테나르디에'의 이야기가 자꾸 생각났다.

 "당신은 파렴치한이다! 당신은 거짓말쟁이고, 중상자고, 악당이다! 당신은 그분을 고발하러 왔는데, 그분의 무죄를 증명했어. 당신은 그분을 망신시키고자 했는데, 그분을 찬미하는 데밖에 성공하지 못했어. 그리고 도둑놈은 당신이야!... " ([레 미제라블 5], 467쪽) 

코제트를 구박했던 사람, 마리우스를 절망으로 빠뜨렸던 사람이 후에는 장발장의 탈출을 도와주고, 마리우스의 생명의 은인이 장발장임을 밝혀주다니, 이런 악인도 쓸모가 있었다. 쓸모라고 쓰고 나니, 웬지 이상하다. 이런 악인도 나름대로 자신의 몫이 있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나쁜 일을 많이 했지만, 이런 악인도 가끔 착한 일을 할 때가 있다. 본의 아니게,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2.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 [강신주의 감정수업]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은 도중에 읽기를 포기해야 하나, 고민스런 부분이 심히 많았다. 무려 철학박사 강신주가 순화된(?) 쉬운 언어로, 주변의 비근한 예들로 철학과 인문학을 설명하고 있지만, 맨얼굴의 강신주가 말하고 싶은 진짜 철학, 진짜 인문학이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는 인문학이란 결국은, '맨얼굴의' 그리고 '당당한' 인문학이다. 

이렇게 인문정신을 회복하는 순간, 우리는 정치가나 자본가, 혹은 멘토의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무력감에서 벗어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저 자신에게 그리고 여러분에게 원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인문정신을 제대로 갖춘 사람은 우리에게 항상 물어봅니다. 스스로 주인으로 사유하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당신은 용기가 있는가? 당신은 주인으로서의 삶을 감당할 힘이 있는가? (595쪽) 

[강신주의 감정수업]은 근래에 가장 핫한 책이고,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이기도 하지만, 읽어야할, 읽고 싶은 고전의 리스트를 잔뜩 안겨준 책이기도 하다. 끝까지 다 읽었으나, 다시 시작하게 하는 책이다. 다시 말해, 정말 좋은 책이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다. 단지 지금 내가 마주하고 있는 대상이 삶을 향한 의지를 강화시켜 준다면, 다시 말해 내 삶에 경쾌함을 준다면, 그것은 '좋은' 것이다. 반대로 삶을 향한 의지를 약화시켜 내 삶을 우울하고 무겁게 만든다면, 그것은 '나쁜' 것이다. (514쪽) 

 

 

 

 

 

 

 

 

 

 

내 삶에 경쾌함을 주는 '좋은 사람' 강신주를 직접 만나게 된다면, "선생님, 존경합니다."로 운을 떼보려 했으나, 어렵쇼? 실제로 만나고 보니, "선생님~"하고 부르기도 어려웠다. 12월초 벙커에서 있었던 현악사중주 철학 콘서트에서 찍은 강신주의 모습이다. 세 시간 전에 도착해 앞에서 셋째줄에 앉았음에도 친구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은 생각보다 별로다. 맨 앞줄의 어떤 분, 사진기 좋~은 어떤 분이 찍으신 그 날의 다른 사진도 가져왔다. 겉으로는 "선생님~ 존경합니다." 표현 못했지만, 속으로는, 마음으로는 내 맘을 전하고 왔다. 

'선생님~ 존경합니다.' 


3. [패니와 애니]

 

 

 

 

 

 

 

 

 

 

 

 

 

 

D.H 로렌스의 심오한 세계를 나는 잘 모르고, 그의 작품도 읽어본게 없어서, 이 작품이 그의 첫번째 작품이다. 찐한 분홍의 책표지가 너무 마음에 든다. 

"돈 때문이 아니라면 왜 나를 괴롭히는 거야. 난 네 어머니뻘이라고 해도 좋을 나이야. 어떤 면에서는 이제껏 네 어머니였어." 
"그건 문제가 안 돼요." 그가 말했다. "머틸다 사촌은 내게 어머니가 아니었어요, 결혼해서 캐나다로 나가요. 그게 좋을 거예요. 날 만졌잖아요."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면서 몸이 떨렸다. 갑자기 분노로 얼굴이 붉어졌다. 
"이건 너무 망측해!" 그녀가 말했다. 
"뭐가요?" 그가 반박했다. "당신이 날 만졌잖아요." (213쪽) 
 
창비의 세계 문학의 다른 책들에게도 자꾸 눈길이 간다. 창비는 독특한 표기가 특징이고, 잘 알려지지 않은, 다른 말로 내가 처음 듣는 작품을 번역한다는 것도 특징이지만, 가장 특장점은 눈길을 끄는 표지이다. 색상과 색감이 주는 특별성. 일단은 집에서 자고 있는 [돈 끼호떼]를 깨워봐야겠다. 

4.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 

 

 

 



 

 

 

 

 

 

 

 

 

 

 

2013년 알라딘서재를 말 그대로 뜨겁게 달구었던 다락방님 '이유경'씨의 따끈따끈한 책이다. 하루에 두 챕터씩 아껴서 읽다보니, 아직 페이퍼도 쓰지 못 했다. 새 책을 받아들었을 때, 손에서 느껴졌던 묘한 감동이 아직까지 생생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책을 선물했던 순간들이 생각난다. 다니엘 글라타우어, 줌파 라히리, 로맹 가리,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소설을 선물하곤 했는데 내가 선물한 책을 읽고 감상을 말해주었던 상대들도 떠오른다. (26쪽) 

위의 아름다운 내용의 연장선장에서, 나도 다락방님에게서 선물을 받았다. 나는 3년 전쯤에 순오기님의 이벤트에 당첨되어 [울기엔 좀 애매한]을 선물받은 적이 있었음에도, 책선물을 주고 받는 알라딘서재의 모습이 먼 나라 일처럼 느껴졌었다. 그런데! 

 

 

 


다락방님의 리뷰를 보고, '재미있겠다, 이 책을 찜하겠다는' 나의 댓글에 다락방님께서 그 책을 내게 보내주셨다. 정성스럽게 쓴게 분명한 손글씨 연하장에, 향기 그득한 헤즐넛향 원두커피까지 같이 해서 말이다.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나도 나중에 이런 사람이 되어야겠다, 아닌 밤중에 진지한 결심까지 하게 됐다. 

다락방님, 진짜 고마워요~~  


5. 서재의 달인  

이전부터 서재의 달인이셨거나, 서재의 달인에 별로 관심이 없는 분들은 상관이 없겠다. 나는 제대로 글을 올린지는 얼마되지 않았지만, 꽤 오랫동안 알라딘서재를 들락거렸다. 자주 들어와 글을 읽고, 책들을 둘러보고 그렇게 한다. '서재의 달인' 엠블럼을 달고 계신분들, 특히나 한 개도 아니고, 두 개, 세 개, 다섯 개 주렁주렁 달고 계신분들이 참 좋아보였고, 또 부러웠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나는 참, 부러웠다. 

올해 순오기님 페이퍼를 통해 나도 '서재의 달인'에 선정된 것을 알고는 너무 기뻤다.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소중히 여기는 일에서, 내가 부러워하던 한 가지를 얻게 되어서 말이다. 

이제 나도 서재의 달인 엠블럼을 갖게 되었다.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써야겠다는, 초긍정적, 건설적 생각이 뭉글뭉글 피어오른다. 2011년 제35회 이상문학상 대상수상자였던 '공지영 작가님'의 수상 소감이 떠오른다. 정확히는 아닌데, 대강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대상을 수상했다는 전화를 끊고, 볼에 와닿는 한겨울의 바람이 차갑지 않아, 나는 내가 기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도 그렇다. 
내 볼에 느껴지는 한겨울의 바람이 차갑지 않다. 전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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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4-01-07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는 친구도, 강신주 선생님과 그의 강의와 책을 좋아하거든요. 강의나 책 자체는 좋아해도, 사람까지 좋아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 라면서 ㅋ ~ 보니까 다담주 힐링캠프에도 나오시나 보던데요 ^^

저도 서재의 달인 엠블럼을 받았다는 걸 알게 된 날, 마침 마음이 옹졸해져 있을 일이 있었다가는, 소식 접하고 혼자 조용히 마음이 강같이 흘러넘치는 경험을 했더랬어요 ^^;;;;

단발머리 2014-01-07 12:00   좋아요 0 | URL
icaru님 안녕하세요~~ 강신주님 팬이 많으셔요. 참 기쁘고도 슬픈, 소식입니다.
다담주 힐링캠프에 나오신다는 소식은 정말, 빅빅빅 뉴스예요.
좋은 소식 감사드려용!!

전 처음이라, 넘넘 기쁘네요. 한 열 개 정도 모아서, 왼쪽에 주렁주렁 열매처럼 달고 싶어요. ㅋ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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