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락방님의 전방위적 도움을 받게 될 때

나는 항상, 고마움을 느낀다. 처음에는 다락방님의 글을 읽을 수 있어 즐거웠다. 알라딘서재를 통해 ‘단발머리님, 이 페이퍼 좋아요.’하는 다락방님의 칭찬을 받았다. 다음책과 그 다음책으로는 무엇이 좋을지 좋은 책들을 추천받았고, 카드와 책을 선물받았다. 좋은 음악을 전달받았고(*^^*), 진분홍 진달래꽃 사진을 문자로 받았다. 그 중에 가장 반가웠던 건 다락방님의 진분홍 진달래꽃 문자와 그리고, 이 책이었다.

 

 

 

 

 

 

이 책을 통해 좋은 책들을 추천받았고, 웃고, 또 웃었다. 여기저기 색색의 펜들로 줄을 그어 가며 읽은 이 책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대목은, 이렇다.

 

내가 원하는 건 타고난 재능이지 성실함이 아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런 내 생각이 좀 달라졌다. 돌이켜보니 사람들은 블로그를 하다 트위터로 옮겨가고 또 재미있게 하다가 그만두고는 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들고 났고, 열심히 글을 쓰다가 잠수를 타는 사람들도 허다했다. 그런데 나는 그대로였다. 계속 읽고 썼다. 늘 그 자리에 있었다. 친한 사람들이 자취를 감추고 새로운 사람들이 둥지를 틀어도 나는 계속 거기 있으면서 하던 대로 했다. 나는 그야말로 ‘성실’했다. 성실함의 생생한 증거였다..... 내가 그토록 듣기 싫어했던 성실하다는 말이 어쩌면 재능일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나는 재능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 재능이 비록 내가 원하는 쪽으로 나타난 건 아니지만, 타고나는 건 내가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내가 성실함을 타고났다면, 이제는 성실함을 무기로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고난 문장력을 구사하는 대신, 타고난 이야기꾼이 되는 대신, 타고난 성실함을 살려보자! (84-5쪽)

 

타고난 문장력과 생활밀착형 이야기, 그리고 끝없는 개그로 나를 마구 마구 웃겨주는 다락방님은 성실하다. 아주 성실하다.

나는 아마도, 알라딘 서재에 사람들이 들고 나고, 들고 나고, 들고 나고, 또 들고 난 뒤에 들어온 사람일테다. 내가 들어갔을 때(들어간게 맞나 모르겠지만^^ 제대로 들어왔나요?) 다락방님은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다른 사람들도 다들 그렇게 다락방님에 대한 따뜻한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알라딘서재 초기 멤버님들은 다락방님에 대한 ‘절대 소유권’을 주장하고 싶을지 모르겠지만, 그건 어려울 수 있겠다. 다락방님은 알라딘서재의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다락방님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읽고 쓰면서, 새로 들어온 사람들을 격려하면서, 또 읽고 쓴다. 다락방님의 글을 다 의미있지만, 특별히 밀도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일요일 저녁에서 월요일 아침에 올라오는 글들이 아주 좋다.

다락방님의 첫 번째 책이 2쇄를 찍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른 알라디너들의 마음과 똑같이 무척이나 기쁘다. 역시, 사람들은 다, 보는 눈이 있다.

저번주에는 다락방님 페이퍼에서 <비커밍 제인>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나도 영화를 보고 싶다고 했더니, 착한 이모이며, 손톱이 예쁘고, 성실한데다, 친절하기까지한 다락방님은 <굿 다운로드>로 다운로드하면 무료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서둘러 다운로드에 성공해 이 재미있는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참, 전방위적 도움이라고 할 수 있겠다.

 

2. 50대가 결정하는 20대의 삶

제인 오스틴의 소설이나 영화를 볼 때, ‘결혼’으로 인해 자신의 삶이 결정되는 ‘여자들’에게만 관심이 있었다. [오만과 편견]을 읽을 때도, [에마]를 읽을 때도 그랬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조금 다른 측면이 보였는데, 그건 당시 남자의 상황도 여자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부자집 귀부인의 조카 위슬리는 여자의 경제적 여건에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여자와 결혼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남자의 청혼이 거절되는 경우가 별로 없었던 것으로 보아, 이 표현은 정확하다. 경제력이 충분한 남자는 자신이 원하는 여자와 결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 톰 리프로이의 상황은 다르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여자와 결혼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녀와 결혼했을 때 경제적 이익을 기대할 수 없고, 그 결혼은 그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후원자 외삼촌의 반대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물론, 외삼촌은 자신의 조카가 더 나은 집안, 더 나은 형편의 집안과 결혼하기를 원할 것이다. 연인 관계였으나, 제인보다 나은 형편의 여자와의 결혼을 원한 남자 집안의 반대로 그들의 결혼이 좌절되었던 것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 건, ‘결혼’을 통한 신분 상승, ‘결혼’을 통한 경제적 부의 확장은 당시 남녀 모두에게 강요되었다는 것이다.

톰은 제인을 사랑한다. 사랑하고 아낀다. 그녀 없는 삶은 지옥같다고 말한다. 그녀와 도망치자고 말한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같이 살기 위해, 도망치자고 말한다.

하지만, 톰이 진심으로 그것을 원했다 할지라도, 진심으로 그렇게 말했다 하더라도, 톰이 실제로 그런 마음을 실행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영화에서는 톰의 가족을 걱정한 제인 때문에 두 사람의 짧은 도피 여행이 끝나는 걸로 그려진다. 그게 좀 더 영화적일 수 있겠지만, 내 생각에, 현실은 좀 다른 모습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톰이 어떻게 외삼촌을 거스를 수 있겠는가? 외삼촌은 자신의 유일한 후원자이자, 그의 유일한 경제적 기반을 제공하는 사람이다. 외삼촌은 그의 혈육일 뿐 아니라, 직장 상사이다. 어떻게 톰이 외삼촌의 의견에 반하는 결혼을 할 수 있겠는가. 제인이 영화 속에서 말했던 것처럼, 어떻게, 어떻게 애정 있는 결혼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땅 파서 매일 감자만 먹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니다. 땅이 있어야, 소유한 땅이 있어야 감자도 심을 수 있다. 아니다. 땅도 있어야 하고, 집도 있어야 하고, 감자씨도 있어야 하고, 곡괭이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톰은 그런 게 하나도 없다. 경제적 독립이 불가능한 톰에게 애정 있는 결혼은 불가능하다. 집안과 집안의 결합, 인수합병 사업에 다름 아닌 결혼에 애시당초 애정이 끼어든다는 것, 그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다.

50대가 20대의 삶을 결정해버리는, 그 결정에 의해 사랑이 좌절된 이 아름다운 커플을 보고 있으려니, 오늘, 우리가 사는 세대도 이와 비슷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지난 대선에서 2,30대에서도 박근혜를 지지한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4,50대에서도 박근혜를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대선은 명백히 ‘세대별 대결’의 구도였다. 40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50대는 확실히 박근혜를 지지했다. 6,70대는 아예 논외로 하고 말이다.

50대의 지지를 업은 박근혜 정부는 자신들의 공약이 정확히 무엇인지 파악도 못하는 것 같다. 아니면, 원래부터 지킬 생각이 없었을 수도 있다. 정규직의 해고 요건 완화로 입이 떡 벌어지게 하더니, 무상교육을 지방정부의 일로 떠넘기는 모습에서 최고로 경악했다,고 말해야겠지만, 앞으로 더한 장면이 연출될 가능성 역시 매우 높다.

50대가 결정하는 20대의 삶. 살인적 대학등록금, 비정규직 일자리, 연애할 수도, 결혼할 수도, 아이를 낳을 수도 없는 사회. 어쩌면 오늘 우리가 사는 환경이, 애정 없이 결혼만이라도 할 수 있었던 제인 오스틴의 시대보다 더 잔인할 수도 있겠다.

 

3. 제발 밤에는 일찍, 일찍 주무세요.

내가 말하고자 했던 건, 이런 게 아니었다.

나는 앤 해서웨이가 도서관 장면에서 입고 나왔던 베이지색 바탕에 자잘한 꽃무늬 드레스와 톰과 춤출 때 입었던 풍성한 연두색 드레스가 참, 곱다고, 예쁘다고 쓸 예정이었다. 그리고, 톰을 연기했던 제임스 맥어보이의 매력에 반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 써야겠다.

냉담한 듯 하면서도 유혹하는 뜨거운 눈빛과 자연스러운 몸짓, 감미로운 음성, 무엇하나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당신을 보면서. 아.... 나는 아쉽다. 정말, 길이가, 길이가 아쉽다.

나는 키가 크다. 입에 붙은 말로 한국 여성 평균 키보다 10센티가 크니, 난 키 큰 여자다. (생각보다 한국 여성 평균 키는 작다. 평균이잖는가) 하지만, 나는 키가 큰 걸 그렇게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도, 그렇게 불만을 갖고 있지도 않다.

나는 그냥, 키가 컸다. 어렸을 때부터, 계속해서, 쭈욱, 나는 키가 컸다. 나는 항상 키가 컸기 때문에 내가 키가 크다는 걸 의식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러니 남자들을 만날 때도 키 큰 남자를 각별히 좋아하지도 않았고, 키 작은 남자들을 각별히 싫어하지도 않았다. 나는, 일단, 나는 키가 크니까. 그래도, 아... 만났던 남자애들을 돌아보니, 나보다는 커야지, 하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기는 하다. 나보다는 커야 되는데.

정말, 마음에 쏙 드는 제임스 맥어보이는 앤 해서웨이보다 쪼금, 아주 쪼금 키가 크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던 톰이 영화 속에서 영화처럼 나타나, 두 사람이 아름다운 춤을 추는 그 멋진 장면에서도 정말이지, 그에게서는 꼬마신랑 느낌이 팍팍나서, 난 감정이입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인생을 한결같이 키 큰 사람으로 살아온 1인으로서, 매력덩어리 제임스 맥어보이에게 말하고 싶다.

도대체 밤에 뭐, 하셨나요? 일찍 자면 키 크는데. 일찍, 일찍 주무시지...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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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12-01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에 `좋아요` 누르면 너무 뻔뻔해 보이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저,
키 작아요. -0-

단발머리 2014-12-01 12:56   좋아요 0 | URL
앗!!! 저 아직, 사진을 안 올렸어요. 이따가 제임스 보러 놀러오세요.

좋아요~ 눌러도 안 뻔뻔해 보입니다용~~~ 작가님!!!

저는 키 큰 여자지만, 여자는 키 작은 여자가 아담하니, 이뽀요*^^*

아무개 2014-12-01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알라딘에 정붙이게 된게 다락방 님의 전방위적인 도움이 컸어요.
단발머리 님께서 다락방 님을 애정하는 마음 ..압니다!^^

비커밍제인을 저는 폰으로 다운 받아 놓은지 며칠이 지났는데 아직 못보았네요.
남자주인공이 이 사람이였군요. 흠...왜 하필 이렇게 작은 남자를 ...


단발머리 2014-12-01 14:21   좋아요 0 | URL
이히히... 아무개님도 다락방님의 전방위적 도움의 수헤자시군요,.
제 마음도 이해해주시고, 히히... 감사해요.

남자주인공 멋있어요.
밑에서 두번째 사진에서 슬쩍 바라보며 미소지을때, 다락방님 버전으로, ˝까악!!˝ 한 번 해 주셔야돼요.
아쉬운건, 길이지요. 프로필 확인했더니, 저랑 키가 똑같더라구요.
저, 이번에 건강검진에서 0.6센티미티 더 컸더라구요. 제가 더 커요. 엉엉T.T

그렇게혜윰 2014-12-01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공재님 아니 다락방님의 책...몰랐어요ㅠㅠ 공공재 활용을 제대로 못했네요...송구합니다ㅠㅠ
참고로 전 크지도 작지도 않아요...ㅋ

단발머리 2014-12-01 14:31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책인지 모르셨군요.*^^* 컴퓨터로 읽어도 좋지만, 역시 책은 손으로 잡고 한 장, 한 장 넘기며 읽는게 제맛이지요. 다락방님 책, 완전 좋아하실 거예요.
키가 크지도 작지도 않으시다니, 매우 축하드립니다. ㅋㅎ

서니데이 2014-12-01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의 글을 읽고 보니 영화속 사람들이 입은 옷이 예쁜데요, 저 시대에는 하얀색 옷이 많이 나오는 줄 알았는데 잘못알았나봐요,
(그런 설명이 없었으면 사진을 보지 않아 몰랐을 거예요^^)
그리고 제가 예쁜 사람이 되어 기뻐요, ^^ 요즘기준으로는 많이 예쁩니다, 저는^^

단발머리 2014-12-02 11:29   좋아요 0 | URL
예쁜 옷 아주 맞아요. 좀 불편하기도 할 것 같은데, 일단 예뻐는 보입니다.
서니데이님 작품도 완전 이뻐요~~~
게다가 서니데이님 요즘 기준으로 많이 이쁘시다니, 막 부럽사와요~~

무해한모리군 2014-12-01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댓글에 좋아요는 어플에서만 되는군요! 좋아요 좋아요 ㅎㅎㅎ

단발머리 2014-12-02 11:28   좋아요 0 | URL
헤헤.... 그래서 저는 댓글 밑에 댓글을 달기도 합니다.
아직 북플은 잘 모르겠어요. @@

[그장소] 2015-01-13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사수궐기..대회~!! ㅎㅎㅎ
살짝 짐심어린 질투!연인사이 가로질러 가는
얄궂음을 시전하다!!^^;

단발머리 2015-01-14 19:24   좋아요 0 | URL
헤헤헤.... 많아요, 저처럼 다락방님 사모하는 사람.
질투 저한테만 주지 마세요.
반가워요, 그장소님.

[그장소] 2015-01-14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핫~^^ 질투는! 길가는 연인들 사이 비집고 가기..모드..정도임..하하하♥

단발머리 2015-01-17 10:01   좋아요 0 | URL
좋아요... 그정도는 괜찮습니다. 헤헤

[그장소] 2015-01-17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핫~(づ_ど) (づ_ど)

단발머리 2015-01-17 10:05   좋아요 0 | URL
브이 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