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의 감정수업 - 스피노자와 함께 배우는 인간의 48가지 얼굴
강신주 지음 / 민음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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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문학, 노예이기를 거부하는...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에서 강신주는 말했다. 

제가 바라는 것은 딱 한 가지입니다. 저의 책이나 강연이 여러분 스스로 한 번밖에 없는 자신의 소중한 삶을 돌아보고, 자신만의 삶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도록 여러분을 자극했으면 좋겠다는 것 말입니다. (597족) 

스스로 자신의 삶의 주인으로 사는 것, 삶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인문학자 강신주가 그의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단 한 가지이다.



2. 사랑, 자발적으로 노예 상태에 빠지는 것 

 

 

 

[동풍서풍], 펄 벅 (길산)

한마디로 사랑에 빠진 사람은 자신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 그러니까 평소의 소신이나 가치관, 심지어 종교마저 기꺼이 내던져 버린다. 이것만큼 우리가 사랑에 빠져 있다는 것을 잘 보여 주는 증표가 또 있을까? 자발적인 노예 상태에 빠지는 것, 이것이 바로 사랑이다. (78-9쪽) 

이 세상 어디에도 굴복하지 않으려는 인간, 권력, 자본, 종교에 당당히 맞서려는 인간, 그 자유로운 사람이 자발적으로 노예가 되려한다. 자신이 사랑해 마지않는 그의 손짓에 울고 웃는다. 그의 눈빛을 갈구한다. 그의 따뜻한 말에 위로받는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어한다.  

사랑에 빠진 사람이 자초하는 노예 상태란 어떤 것일까. 무조건 그의 말에 복종하는 걸까. 그의 명령대로만 사는 걸까. 강신주는 아니라고 말한다.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 상대방에게 철저하게 노예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 다시 말해 상대방은 자신에 대한 나의 헌신이 나의 자유에서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언제든지 나는 상대방의 뜻을 따르지 않을 수 있는 자유를 가지고 있어야만 하고, 또 상대방이 그런 사실을 잊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럴 때에만 상대방은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을 것이고, 동시에 정말로 나를 사랑한다면 내게 기쁨을 주려고 노력할 것이다. (56쪽)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생각, 상대방의 뜻을 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 그리고 그 사실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잊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 내가 그렇게도 소중히 여기는 사랑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 그도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을 것이다. 간절한 내 사랑에 응답할 것이다. 순수한 내 사랑을 소중히 할 것이다. 그를 사랑하는 내게 기쁨을 주려고 노력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노예가 되어, 그와의 현재를 즐기되,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사, 어디 그렇게 만만할까 보냐. 


 


3. 사랑의 본질은 기본적으로 불륜이다. 

 

 

 

[오래오래], 에릭 오르세나 (열린책들)

아내가 있긴 하지만, 누구나 아는 바와 같이 아내라는 존재는 청혼에 응하는 그 운명적인 순간부터 여자라는 종에서 벗어나 별도의 잡종이 된다. ([오래오래(Longtemps)], 열린책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지만, 아내나 남편은 서로에게 배우자일 뿐 결코 애인은 될 수 없다. 어느 사회이든 인간은 가족 성원으로 존재하다가 타인을 만나서 새로운 가족을 구성하기 마련이다. ... 그러니까 기존 가족 관계에 따르면 사랑은 일종의 배신 행위라고도 할 수 있다. 부모와 함께 있기보다는 새로 만난 사람과 함께 있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의 본질은 기본적으로 '불륜'이다. (49-50쪽) 

사랑의 본질은 기본적으로 '불륜'이라는 그의 주장에 공감한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자신이 가족 구성원으로 존재하던 공동체를 어떻게든 벗어나, 새로운 가족을 구성하려고 하니 말이다. 

적절한 예가 될지 모르겠지만, 어머니보다 내 편의를 위주로 움직이는 신랑을 볼 때, 적어도 신랑에게 더 가까운 사람은 어머니보다 나라는 생각이 들 때,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되면서도, 저 앞에서 아른거리는 아롱이를 자꾸 쳐다보게 된다. 아롱아, 너도 그럴테지, 속으로 생각하면서 말이다. 



4. 사랑과 우정 사이 

 

 

[술라] 토니 모리슨 (들녘)
  
기쁨을 주던 사람과 헤어지게 될 때, 우리는 그제야 우정과 사랑을 구분할 수 있다. 헤어져 있을 때, 우리의 슬픔이 어떤 강도로 발생하는지에 따라 우정과 사랑은 구분된다. 슬픔이 너무나 크다면, 아무리 우정이라고 우겨도 그것은 사랑이다. 반면 슬픔이 생각보다 작다면, 표면적으로는 사랑의 관계라 해도 그것은 우정에 불과한 것이다. 결국 우정과 사랑은 질적인 차이가 있는 감정이 아니라, 양적인 차이, 혹은 정도상의 차이만 있는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66쪽) 

우정과 사랑은 질적인 차이가 있는 감정이 아니라, 양적인 차이가 있는 감정이라고 말한다. 하던 일을 멈추고, 가만히 생각해본다. 헤어져 있을 때, 나를 무척이나 슬프게 했던 사람은 누구였더라? 헤어지게 됐을 때, 막 울고 싶도록 만든 사람은 누구였더라?  



5. 탐욕을 이기는 방법 

 

 

[위대한 개츠비], F. 스콧 피츠제럴드 

돈에 대한 갈망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있다. 최적생계비를 계산하고, 그것을 삶에 관철하는 것이다. "됐어. 이 정도면 됐어. 이제 삶과 사랑을 향유해야지." (106쪽)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어떻게 돈의 영향력을 무시하고 살 수 있을까. 돈이 곧 권력이요, 돈이 곧 명예요, 돈이 곧 학력이요, 돈이 곧 사랑인 이 시대에. 

강신주의 제안은 간단하다. 생활에 필요한 만큼, 꼭 필요한 만큼의 돈만 벌고, 그 후에는 그것을 가지고 삶과 사랑을 향유하라. 현재를 즐겨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6. 그가 상큼한 단발머리를 원한다면 나는 기꺼이 긴 머리를 자를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우리는 그가 욕망하는 것을 갖추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가 상큼한 단발머리를 원한다면 나는 기꺼이 긴 머리를 자를 것이다. (61쪽) 

상큼한 단발머리가 된다는 보장이 없더라도, 아니 상큼한 단발머리가 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할지라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단발머리를 원한다면 나는 긴 머리를 자를 것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으로서는 그게 당연한 일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욕망하는 것을 이루려 노력할 테니까. 

 

나는 상큼한 단발머리가 아니고, 그리될 가능성이 거의 제로지만, 강신주님이 선택하신 이 단어 '단발머리'가 눈에 확 꽂혀, 밑줄을 그었다. 쭈욱~~ 

 



7. 책장에 꽂아야만 하는 책, 책들 

                 

 

 

 

        

 

 

 

    

 

 

[초조한 마음] 슈테판 츠바이크 
[프랑스 중위의 여자] 존 파울즈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에밀 졸라 
[질투] 알랭 로브그리예 
[개인적인 체험] 오엔 겐자부로
[크로이체르소나타 (악마)] 톨스토이 

 

 


8. 광대평가는 좀 심하다. 

이건 '글샘님'이 전문이신데(안녕하세요, 글샘님*^^*), 읽다가 나도 모르게 발견한 거다. 다른 책들은 아무리 읽어도 오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더니 이 책은 예외다. 이 책이 짧은 시간 급하게 만들어져서 그렇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강신주님에 대한 내 애정이 이렇게나 촘촘하다고, 그렇게 생각해본다. 

서도- 서로 (86쪽) 
광대평가 - 과대평가 (231쪽)  
그의 소설을 - 그의 소설은 (310쪽) 



 

9. 강신주님 사인만 아니었다면 

 

 

 

이런 상태로 책이 왔다. 원래 그런건가 자세히 살펴보다가 그건 아닌것 같고.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강신주님 책인데. 1:1 상담에 문의해볼까 하던 찰나. 이것을 보게 됐다. 


 

 

 


 

아... 이 책을 돌려보내면, 교환되어 오는 책에는 강신주님 사인이 없는 거다. 그렇다고, 사인면만 빼고 책을 보낼 수도 없고. (고로, 난 이 생각을 안 해 본 바 아니다.)  

강신주님 사인 때문에... 



 

10. 답은 사랑이다.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는 단순한 사실 하나만으로 우리는 금방 자긍심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자신이 충분히 소중하고 매력적인 존재가 아니고서는, 어떻게 타인이 나를 사랑한다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겠는가. (46쪽)

그래서, 결국의 답은, 마지막 말은,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꼭 하고 싶은 말은 사랑이다. 

결국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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