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아롱이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지 못 해, 다시 '책을 읽어 주자'고 결심했다. 당연히 1번부터 시작이다. 비룡소 <난 책읽기가 좋아>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어린이 책 시리즈다. 그 이유는, 

첫째, 여러 작가의 책을 모아서 만들었기 때문에, 이야기가 다양하고, 그림이 다양하다. 
둘째, 교훈을 주려고 노력하거나, 노력한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셋째, 어린이 책 치고는 크기가 작고 가벼워 이동할 때 가지고 다니기 편하다. 


 

딸롱이가 여섯 살때 구매했으니까, 나름 오래된 책인데도 나는 이 시리즈가 좋다. 가끔은 아이들보다 내가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작품은 <너 정말 이러기야?>와 <꼬마 곰> 그리고 <원숭이는 원숭이>등이다. 1권, <꼬마 곰> 중 네번째 에피소드, '꼬마 곰의 소원'. 

꼬마 곰이 말했어요. 
"와아, 그 얘기 참 재미있네.
그런데 엄마가 케이크를 갖고 왔잖아요.
엄마는 늘 나를 행복하게 해요."

엄마 곰이 말했어요. 
"지금 너도 나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단다." 

꼬마 곰이 물었어요. "어떻게요?" 
엄마 곰이 말했어요. "네가 자면 되지."
"알았어요. 그럼, 저 잘래요." (60쪽) 

 

 

 

워낙 이 책을 좋아하다보니, 여기 저기 많이 추천해 주었다. 이 부분을 처음 읽고 감탄하지 않는 사람들, 정확히는 놀라지 않는 엄마, 아빠를 본 적이 없다. 만약 어떤 사람이 놀라지 않았다면, 그 사람은 필경 아이를 재우다 먼저 잠들어본 경험이 없는 사람일 테다. 아이와 놀아주기, 아이와 이야기하기, 아이 밥 차려주기, 아이 씻기기 중에서 나를 가장 강력하게 불가항력의 세계로 내모는 건, 언제나 '아이 재우기'였으니까. 아이가 많이 자랐는데도, 그렇다. 아이 재우기는 힘들다. 

엄마 곰은 말한다. "너도 나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단다. 네가 자면 되지." 엄마 곰의 직구발언에 꼬마 곰이 응대한다. "알았어요. 그럼, 저 잘래요." 

세상에서 제일 이쁜 아기는 웃고 있는 아기거나, 놀고 있는 아기거나, 먹고 있는 아기가 아니라, '자고 있는 아기'니까. 자고 있을 때, 모든 아기들은 '하늘에서 잠시 이 땅에 내려온 조그만 아기 천사'가 되는 거니까. 

이젠 아기 천사라 부르기엔 많이 커버린, 아이 두 명이 자고 있다. 아이들과 씨름하다 지친 어른 한 명도 자고 있다. 이 때, 엄마 곰처럼 "나 지금 행복해~~"라고 말해 버리면, 너무 무심한 엄마, 매정한 아내일까. 그래도, 설마 그런다해도 나도 어쩔 수 없다. 

아, 행복하다.   

* 도서관에 갔다가 [꼬마곰] 시리즈가 다른 책으로  변경된걸 알게 됐다. 너무 오래된 책이라 그런가보다. 그래도 난 [꼬마곰] 시리즈가 좋은데,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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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10-17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리즈 검색해 볼래요. 둘째 조카도 태어났으니 또다른 책들을 사줘야죠. 헤헷 :)

단발머리 2013-10-17 10:40   좋아요 0 | URL
이렇게 좋은 이모라니... 내가 둘째 조카하고 싶어요.
이모~~~

다락방님~ 근데 이 시리즈 검색하니까 영어동화책으로만 나와서요.
제가 가지고 있는 한글판은 없네요.
다른 서점에는 확인 못 해 봤는데요.....

<꼬마곰 시리즈>는 이렇습니다.
1. 꼬마 곰
2. 꼬마 곰에게 뽀뽀를
3. 꼬마 곰의 방문
4. 꼬마 곰의 친구
5. 아빠 곰이 집으로 와요.

다락방 2013-10-17 10:42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중고샵까지 검색해봤는데 없더라고요. ㅠㅠ
아쉬운대로 [너 정말 이러기야?] 와 [원숭이는 원숭이]만 사야겠어요.

단발머리 2013-10-17 14:59   좋아요 0 | URL
저희집 책을 스캔해서 보내드리고 싶군요. 1권, 2권은 진짜 압권인데....
[너 정말 이러기야?]와 [원숭이는 원숭이]가 위로가 되기를....
참고로, 원숭이도 시리즈예요.

13. 원숭이의 하루
14. 원숭이는 원숭이
15. 원숭이 동생

구매의 신, 다락방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