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 대한 내 사랑이 그에게 가 닿을 수 없다는 걸, 난 안다. 난 그의 책의, 내가 읽고 있는 그의 책의 5분의 1도 이해하지 못 한다. 난 그가 말하는 '인간 본연의 삶,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는 자유로운 삶'으로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난 여기에 그냥 서서, 물끄러미 그를 쳐다볼 뿐이다. 그의 분신, 그의 자식과도 같은 그의 책을,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이다.
<인문학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간의 죽음>
인간에게 죽음은 가장 두려운 문제이자 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죽음은 우리 가까이에 있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죽음을, 죽음의 문제를 피해갈 수 없다. 인문학자 강신주는 제일 먼저 인간이 얼마나 형편없는 존재인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인간이 죽음을 두려워하고, 종교를 갖는 것은 인간이 약하기 때문(82쪽)이라는 것이다. 제일 먼저 그는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살아 있는 자들이 나약해졌을 때 죽음을 생각한다는 이유에서다(85쪽). 그렇다면, 이 세상의 삶이 너무 힘들어 자살하려는 친구를 살리는 방법은 뭘까? 강신주는 말한다. 그를 사랑하면 된다고.
사랑해 준다는 것은 만날 때마다 껴안아 주라는 의미는 아니에요. 그 아이가 존재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주는 거죠. “안녕, 왔니?” “오늘 머리 모양이 예쁘네.” 이 한마디 말로도 사람은 죽지 않아요. (88쪽)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이, 자신을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이 ‘한 사람’만 있어도 사람은 자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까운 지인이 자살했을 때, 주위의 사람들이 크게 상처받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나는 내 친구에게, 내 소중한 그 친구에게, 절실하게 필요했던 ‘그 한 사람’이 될 수 없었단 말인가.
‘너’의 죽음은 나도 파멸시킬 수 있다는 사실, 이게 우리한테 제일 중요하죠. 내가 살아가는 유일한 이유가 너랑 놀고, 너랑 산책하고, 너랑 밥 먹는 것인데 그런 존재가 사라진다면 ‘나’마저도 죽을 수 있어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것이 너의 죽음인 거죠. 여러분 자신이 죽는 것에 대해서는 너무 두려워하지 마세요. 진짜 중요한 건 ‘너’의 죽음이에요. (91쪽)
걱정할 것 없는 1인칭 ‘나’의 죽음, 아무런 느낌이 없는 3인칭 ‘그들’의 죽음, 그리고 2인칭 ‘너’의 죽음. ‘내가 사랑하는 너’가 죽었을 때, 이것은 나에게 견딜 수 없는 일이 된다. ‘너’의 죽음은 ‘나’를 파멸시킬 수도 있다.
강신주의 마지막 당부.
살아있는 행복은 ‘너’가 있는 곳에서 찾을 수 있으니, 친구든 애인이든 아니면 어떤 시인이든 책이든, ‘너’를 꼭 찾으셔야 돼요. 사랑하는 ‘너’를 꼭 찾으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너’,
‘너’를 꼭 찾으라.
내가 사랑하는 ‘너’의 부탁이다.
‘너’를 꼭 찾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