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와 열정
제임스 마커스 바크 지음, 김선영 옮김 / 민음사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저자 제임스 마커스 바크는 『갈매기의 꿈』을 쓴 작가 리처드 바크의 둘째 아들이다. 16세에 학교를 그만두고 스스로 공부해 20세에 애플컴퓨터사의 최연소 매니저가 되었다. 현재 컴퓨터 소프트웨어 테스팅 분야 전문가로 유명 연구소와 여러 대학교에서 강연활동을 하고 있다. 자유롭고 다재다능한 사람, 스스로 공부하는 사람, 그는 버커니어이다.

버커니어란 어떤 사람들일까? 최초의 버커니어들은 1625년 카리브 해 세인트키츠 섬에 정착한 프랑스, 영국 출신의 사냥꾼과 농부들이었다. 이들의 이름은 고기를 저장하는 방식을 뜻하는 ‘부카닝(boucanning, 훈제 바비큐를 만들던 방식 -옮긴이)’에서 유래했다. 그러다가 1629년에 스페인 원정대에게 거의 전멸되다시피 하면서,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다. 버커니어들은 스페인의 공격을 받은 후, 농사짓고 고기를 말리는 대신, 스페인 선박과 마을을 약탈하기 시작한다. (30-1쪽) 그럼에도 그들이 역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갖는 이유는 그들만의 특별한 삶의 방식 때문이다.

그들은 숙련되고 자립적인 공동체였다. 그들은 그 어떤 정부의 지배도 받지 않았다. 개척지에서 자신의 운명을 일구어 나가는 자유로운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다국어를 쓰는 초국가적 공동체였다. 그들은 물에서든 뭍에서든 잘 적응하며 살았고 또 다재다능했다. 그들은 가족도 없고, 일정한 직업도 없었으며, 한 곳에 머물 필요도 없었다. 그들은 숫자가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몇 백명이었다. 그들은 고된 삶을 살았다. 그렇지만 스페인을 약화시키는 데 성공하면서 역사의 흐름을 바꾸었다. (33쪽)

저자 자신이 ‘버커니어’로 살기로 결정하고 학교를 그만 둔 것은 아니었겠지만, 그의 삶은 버커니어들의 삶과 매우 닮았다. 즉, 그 어떤 정부의 도움도 받지 않고 자립적 공동체를 이뤘던 버커니어들처럼, 저자는 배움의 주체를 학교로, 선생님으로 한정하지 않고, 자신 앞에 주어진 여러 가지 과제를 능동적으로, 주체적으로 해결하면서 자기 분야의 일인자가 되었던 것이다. 그가 말하는 공부 전략은 참고할 만한 것이 많다.

1.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는 학습 - 샛길의 지혜

아무리 최악인 상황에서도 뭔가 배우는 것은 언제 우리에게 닥칠지 모를 불행을 향한 일종의 복수이다. (102쪽)

2. 목줄 늘리기 전략

나는 원래 계획대로 공부하면서 동시에 우연히 배울 기회도 만든다.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다! (110쪽)

3. 뛰어들었다가 관두기

1. 아무 기대 없이 한다. 지금 하려는 일에서 아무런 결실도 기대하지 않는다.

2. 가장 힘든 일에 당장 착수한다! 걱정할 것 없다. 계획을 세울 필요도 없다. 그냥 뛰어들고 본다.

3. 아니다 싶으면 그만둔다. 그만둬도 상관없다. 기억하겠지만 애초에 아무런 기대도 품지 않았다. (127-8쪽)

4. 정규교육 없이도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었던 경쟁우위

공부하는 습관 (살아남아야 했으므로)

틀에 박힌 사고를 의심하는 열정적인 자세 (난 권위를 불신하고 길들여지지 않았으며 진정한 삶을 열망하는 사람이었으므로)

다방면에 걸친 공부 (산만했으므로)

야심 (존재감에서 열정이 타오르므로) (194쪽)

정리하고 보니, 나는 내가 좋아하는 그 일, 새롭게 만나게 된 과제를 ‘그냥 해 본다’에 크게 감응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김어준이 떠오르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말이지요. 어떤 일을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하는 거예요. 거기에 거창하고 대단한 의미는 없어도 돼요. 하고 싶으면 하면 되는 겁니다. 안 되면 할 수 없지요, 뭐. ^^ 그런데 보통은 그렇게 시간만 보내고, 핑계만 만들고, 이유를 만들고, 스스로 설득되고, 그러고 나서 그 일을 꾸미려 합니다. ... 그냥 하세요. 이유를 달지 말고,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뭐 대단한 일이 있다고 세상에. 그냥 하면 돼요. (145쪽)

 

한 가지 들었던 의문은 이거다. 물론 저자가 새로운 지식과 기술의 습득을 컴퓨터 분야에서 다른 분야로 어떻게 확장해 나가야 할지에 대해 설명하기는 했지만, 저자가 이 정도의 성공을 이룰 수 있었던 건 어디까지나, 그가 연구한 분야가 ‘컴퓨터 테스팅’이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그가 주목을 받았던 것도 학사학위도 없이 ‘애플 컴퓨터사’에 매니저로 발탁되었기 때문인데, ‘애플’이 어떤 회사인가? 여러 가지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다른 회사들과는 근본적으로 차별되는 회사 아닌가. 회사 운영 전반에서 ‘창의성’이 크게 장려되는 회사 아닌가. 근무 시간에 책 읽는 시간 주는 회사가 어디에 있겠나. 출판사나 신문사 빼고 말이다. 이것은 저자 스스로도 이야기한 바이다.

게다가 어머니의 우려와 달리 컴퓨터 분야는 학교에 안 다녀도 필요한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 (147쪽)

 

아이를 낳은 후에는 무슨 책을 읽던지, ‘자아 비판 타임’이 꼭 한 번씩은 나온다. 육아서는 말할 것도 없고, 정치, 경제, 문화, 역사, 어떤 분야, 어떤 저자의 책을 읽던지, ‘아, 나는 어떤 부모인가, 나는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하나’하는 생각을 한 번씩은 꼭 해보게 된다. 뭐,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공정성fairness에 대한 인식이 일찍 발달하는 아이일수록 지적 재능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사회성은 가장 높이 발달한 생물학적 재능이다. 끝없이 “왜?”를 쏟아내는 아이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 더 창의적인 아이들은 덜 창의적인 아이들보다 부모를 더 힘들게 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기존의 규범으로 길들이면 아이는 호기심을 버리고 창의적이기를 그만둔다. 어떤 부모도 자기에게 없는 것을 자식에게 줄 수는 없다. 자녀에 대한 사랑과 훌륭한 삶의 자세를 가지고 있는 부모만이 그것을 자녀에게 줄 수 있다. 최악의 훈육 방법은 아이를 때리는 것이다. (216쪽)

이 발췌문은 어디에서 나왔겠는가.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읽었던 부분이다. 이 책도 마찬가지였다. 스스로 ‘공부’할 것을 찾아, ‘열정적’으로 살아가려는 개척자 기질의 아이는 필연적으로 기존의 질서 안에서 자녀의 ‘자리’를 찾아주려는 부모의 반대에 부딪히게 된다. 저자는 그것을 이겨낸 사람이다. 그리고, 자신의 자녀가 그러할 때, 지지하고,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부모가 되었다.

많은 부모들은 자녀들이 불투명하고 이해하기 힘든 선택을 하면 불안해한다. 이럴 때 부모가 보기에 생산적이고 건전해 보이는 길로 자식을 내모는 경우가 많다. 레노어와 나는 그러지 않는다. 우리는 불안감을 다스린다. 쉽진 않지만 우리는 그렇게 처신한다.

우리가 우려를 떨쳐 내야 하는 이유는 기본적인 건강과 안전, 준법정신 외에 올리버가 자기 힘으로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떄문이다. 우리는 아들이 자기 인생을 조종하고 설계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그래서 자신의 재능과 포부가 부모인 우리의 편견 때문에 사라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250쪽)

 

학교를 졸업하고, 이제는 공부도, 시험도 없는 세계에 살고 있지만 (앗, 갑자기 미안해진다. 딸롱이와 아롱이는 단원평가에, 수행평가에, 받아쓰기에, 쉴 짬이 없는데, 미안하다 얘들아~~~), 나도 저자 제임스 마커스 바크처럼 살고 싶다. 버커니어로, 모든 새로운 것을 열정적으로 배우고, 어느 누구에게라도 간섭받지 않는 삶, 그런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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