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데이비드 화이트하우스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1. 민음사 신간이벤트에 응모해서...

선정되어 책을 받았다. 아이들 책을 이벤트에 응모해 받아본 적은 있었지만, 내 책은 처음이라 책을 받아 들고 보니, 선물 같이 느껴져 기분이 좋았다.

2. 희생 그리고 엄마

만일 전생이 존재한다면, 엄마는 촛불 하나를 손에 들고 푸른색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포화에 휩싸인 전쟁터를 누비는 간호사였을 것이다. 죽음을 앞둔 병사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간호사. 그런 엄마가 현생에서 우리, 아니, 정확히 말해 내게는 기억조차 희미한 외할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맬컴 형 곁으로 온 것이었다. 엄마는 그들에게 사랑과 정성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자신을 위해 남긴 것은 하나도 없었다. 외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아버지가 은퇴하자, 엄마는 오직 형에게만 매달렸다. 헌신과 희생 외에는 달리 할 줄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19쪽) 

사랑하지 않고는 못 견디는 사람, 희생하지 않고는 못 견디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엄마다. 맬컴에게는 엄마가 있었다. 그에게 아낌없는 사랑과 정성을 쏟아붓는 사람. 그가 침대에서 20년 동안 내려오지 않을 수 있었던 건, 그를 그렇게 정성으로 돌보아준 엄마 때문이다.

형은 수수께끼 같은 존재였다. 물론 내가 아니라 다른 아이들에게 그랬다는 말이다. 형은 자세와 걸음걸이, 행동거지 모두 나무랄 데 없이 바른 소년이었다. 게다가 묵묵히 공부에만 몰두했다. 형과 비교하면 나는 컴컴한 곳에서 남은 부품을 대충 조립해 만든 인간 같았다. 사람들은 대부분 나를 맬컴 에드의 동생으로 알았고, 또 그렇게 불렀다. 그들이 나를 부르면 나는 손을 흔들며 형이 어디 있는지 알려 주었다. (41쪽)

수수께끼 같은 존재, 형을 향한 마음은 사랑과 미움, 동경과 질투가 공존하는 형태다. 화자의 이런 복잡한 마음은 형의 연인 ‘루’를 사랑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형을 좋아하며, 그의 연인을 사랑하다.

제일 궁금한 건, 이것일 것이다. 왜, 왜 맬컴은 침대에서 내려오지 않는걸까.

“안 보여?”

“응,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나는 보여. 저게 바로 핵심이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다면, 굳이 다른 일을 할 필요가 있을까?” (183쪽)

다른 사람들은 그냥 쉽게 받아들이는 일상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맬컴. 주 5일 근무, 주말에는 여행을 가고, 아니면 마트에 가고. 매달 날아드는 청구서, 돌봐 달라고 소리치는 아이들, 그리고 월요일, 반복되는 일상.

미래를 산다는 것, 어른이 된다는 것을 ‘그냥 그렇게’ 받아들일 수 없던 맬컴의 선택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 딜레마는 그런 맬컴을 돕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그의 몫 만큼의 ‘일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젊은 작가의 책이라 그런지, 쭉쭉 읽혔다. 빠른 시간에 읽을 수 있어, 영어로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3-04-11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용하신 문장들을 보니 정말 잘 읽힐것 같아요, 단발머리님. 내용상으로 그다지 흥미가 가지 않았는데, 저 문장들을 보니 관심이 생기네요.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일을 해야만 한다는 부분, 그게 항상 딜레마죠. 그러니 어쩌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르겠어요.

단발머리 2013-04-11 17:53   좋아요 0 | URL
넹, 맞아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건 불가능하니까요. 결국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내가 할 일은 누군가가 해 주는 것이겠죠. 대신~~~ 그래서요, 아, 어려운 일인거 같아요, 어른이 된다는 거요.

오늘은 비랑 눈이랑 햇볕이랑 오락가락 완전, 호랑이 장가가는 날씨네요. 다락방님, 퇴근준비하셔요~ ㅋ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