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사를 했다.

그러니까 저번주 금요일이었다. 8년 6개월간 살던 집을, 큰 아이를 키웠고, 작은 아이를 낳아 키웠던 집을 떠나왔다. 나는 그야말로 시원섭섭했는데, 시원했다 함은 2년 넘게 계획했던 일을 실행에 옮기게 되어 시원했단 말이고, 섭섭했다는 말은 그냥 해본 소리다. 이사간다 생각하니 너무 좋았다. *^^*

11월, 12월에도 간간히, 근근히, 간신히 책 몇 권을 읽긴 했는데, 아직 리뷰로 정리하지 못 했다. 이사한다고 생각하니 괜히 들떠서 그렇기도 했고, 이것저것 바쁜 일이 많았다. 12월에는 “(내가 선정한) 올해의 책” 뭐 이런 근사한 페이퍼도 써야하고, 다음주엔 언니들이랑 영화 ‘26년’도 보러 가야한다. 바쁘다, 바뻐!!

2. 사계절을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옷은 몇 벌?

원래 살던 집에서는 안방에 결혼할 때 샀던 열자 장이 하나, 아이들 방에 작은 붙박이장이 하나 있었다. 장이 작으니, 여기 저기 옷들이 나돌아 다녀서 어느 방에 가나 옷 천지였다. 이사를 하고 보니, 이 집엔 붙박이 장이 작은 방에 다섯칸짜리가 하나, 안방 옆 드레스룸에 다섯칸짜리가 또 하나 있었다. 옷을 다 넣고도 자리가 남았다. 모두 다 어디론가 사라져 버려 옷이 별로 없는 것 같았지만, 부피 있는 가전제품이나 피아노 등을 빼놓고는 역시나 옷이 큰 짐이었다. 사계절을 사는 우리에게, 우리 네 식구에게 필요한 옷은 몇 벌일까? 여름옷, 겨울옷 그리고 간절기 옷. 사계절을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옷은 모두 몇 벌일까?

3. 가족 네 명에게 필요한 책은 몇 권?

거실의 책들을 정리했다. 서재에 있던 책들 중 좀 깔끔한(?) 책들을 거실 책장으로 내놓고, 아이들 책도 종류대로 정리했다. 그러고도 양이 안 차는지 신랑은 2*5 책장을 하나 더 주문했다. 신랑에게 나지막히 말했다.

“서재방으로 들어간 책들 말고, 저 쪽 작은방으로 들어간 책들은, 알아서 버려.”

신랑은 순순히 알았다고 했다. 그럼, 그래야지. 우리는 그렇게 책을 못 사게 하고, 도서관에서 빌려보라 해 놓고서, 서재에 책장 두 칸이 다 자기 책이야!!

더 이상 책장!!!!!을 사지 말라고 했다. 책은 사도 된다! 책장은 안 돼! 책을 사면, 책을 사게 되면, 꽂혀 있는 책 한 권을 반드시 버려라! 이게 내가 강력히 주장하는 바, 책들이 우리 집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다.

그건 그렇고, 도서관에 자주 다니는 가족 네 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그 집에 필요한 책은 몇 권일까? 일단 거실 큰 벽엔, 한 칸에 조선왕조실록 두께로 책 14권이 들어가고, 그런 칸이 40개. 그럼 14*40=560. 왼쪽벽에는 책 18권이 들어가는 칸이 9개. 그럼 18*9=162. 서재방엔 48권이 들어가는 칸이 18개. 그럼 48*18=864. 작은 방의 서재에 있는 잘잘한 책을 빼버리면 대략 1600권 정도. 아, 2000권도 안 되는구나. 아이들 책을 빼버리면 그나마 내가 읽을 책은 얼마 안 되는데, 그런데도 관리가 안 되네. 우리에게 필요한 책은, 아니 내가 관리할 수 있는 책은 몇 권?

4. 이제 시작이다, <레 미제라블>

여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은데, Good News가 있고, Bad News가 있다.

Good News 먼저.

드디어, <레 미제라블>을 시작하게 됐다.

 

 

 

 

 

 

다른 사람들은 어쩔지 모르겠는데, 내가 <레 미레라블>을 읽어야겠다 생각한건, 역시나 다락방님의 페이퍼를 읽은 후였다. 처음부터 감동의 물결로 몰아치더니만, 마지막에는 폭풍 눈물로 <레 미제라블>을 마친 다락방님을 보고, 나도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래, 나도 읽고야 말겠어! 게다가 나는 다락방님 서재에 “다락방님, <레 미제라블> 페이퍼 기다리고 있는거 아시지요?”까지 올린 터였다.

 

 

 

 

 

도서관에서 펭귄클래식의 <레 미제라블 1>을 빌렸다. 40페이지 정도 나갔을까, 재미가 붙을 무렵, 대기하고 있는 다른 애들에게 눈이 갔다. 아, 저 책 반납일이 금요일인데, 일단 저거 먼저 읽어야겠다. 아, 저 책을 일단 간단히 훑어봐야겠다. 그러다가, 한 권, 한 권. <레 미제라블>은 이렇게 밀려나고 말았다. (아, 이거 다락방님한테는 비밀인데.... 비밀......... 쩝) 그리고는 <레 미제라블>을 반납할 시간이 돼버렸다.

이번에는 나비님이 <레 미제라블>을 읽고 계신 거였다. 가게일도 하시느라 바쁘실텐데, 책을 많이 읽고 싶다는, 책 읽고 싶을 때 읽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나가고 싶을 때 나갈 수 있는 삶을 갈구한다는 나비님이 한 권, 한 권 <레 미제라블>을 읽어가시니, 나는 다시 한 번 주먹을 불끈!

그래서! 가지고 있는 알사탕으로 따끈따끈한 민음사판 <레 미제라블 1>을 샀다. 나는 너무, 너무 기뻤다. 잘 만났다, 레 미제라블. 내가 널 읽어주마. 여기까지가 Good News.

목요일, 이사 전날, 그 정신없는 와중에 나는, 알라딘에서 책을 주문했다. 총 4권을 주문했는데, 주문하고 나서야, Thanks To는 주문 전에 클릭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허걱.

네 권 모두 “내일 수령 가능”이라 했다. 난 금요일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 중의 “빨간 머리 앤”이 딸롱이 ‘독서 모임’ 도서라, 토요일에는 책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랬다. 하지만 깜깜 무소식. 월요일 아침 10시에 1:1 상담에 배송과 관련해 글을 올렸다. 급하다는 내 문의에 저녁 7시쯤 전화가 왔다. 뭐, 간단히 폭설로 인해 배송이 지연된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책은 화요일 오후에 도착했다.

배송이 지연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눈도 많이 왔고, 아저씨들도 많이 힘드신거 알고 있다. 그래도 조금 서운하긴 하다. 주문했던 목요일 오후에는 이미 눈이 많이 온 상태였고, ‘내일 수령’은 가능하지 않다고, ‘2~3일 소요 예상’이라 안내했다면, 그렇게 목이 빠져라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너무 배부른 소리인가 싶어 여기에서 그만하련다.

아무튼 나는 <레 미제라블> 그 대장정을 시작한다.

내가 읽기 전에, 내게 이 책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이제 내가 이 책을 손에 듦으로 해서, 이 책은 나에게 ‘존재하는’ 책이 된다. 어떤 식의 감동으로, 어떤 식의 느낌으로 내게 존재할지 이제부터 지켜보겠다. 잘 만났다, <레 미제라블>

** 이 페이퍼를 이제 막 썼는데, 알라딘에서 문자가 왔다.

“고객님, 배송지연 관련 문자, 메일은 혹시 아직 못 받으셨을까 해서 보내드렸습니다. 이미 수령하셨다면, 문자, 메일은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책은 잘 받았습니다. 이제 신경쓰지 않으셔도 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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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12-13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며칠 안보이시더니 이사 때문이었군요! 고생하셨어요. 몸살 나진 않으셨어요?
단발머리님 댁은 모든 식구가 책읽기를 즐겨하시는군요. 저희 집은 책 읽는 사람이 식구 구성원들 중 저 뿐이에요. 남동생이 가끔 읽긴 하는데, 그런 경우엔 제 책에서 골라 읽곤 하죠. 저희 집은 책 별로 없어요, 그래서. 한 오백권 되려나.. ㅎㅎ제 방의 한쪽 벽면이 책의 전부랍니다.

이제 레 미제라블 완독하실 단발머리님을 기다리겠습니다. 우후훗~

단발머리 2012-12-13 15:03   좋아요 0 | URL
헤헤헤.. 오랜만이예요, 다락방님. 다락방님은 안 오랜만인데, 저는 완전 오랜만에 들어온듯 해요. 몸살은 안 났는데요, 대신 아직도 집이 어수선합니다.^^
저희 식구들은 모두 책을 좋아하지요. 하지만, 진정한 독서, 진정한 의미의 독서, 틈만나면 읽어대는 독서의 경지는 저희 딸이 이루었습니다. ㅋㅎㅎ
레 미제라블 너무 기대되요. 새로운 세계가 열리네요. 휘리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