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락방님의 리뷰를 읽고 읽기 시작

다락방님의 리뷰를 읽고, ‘벨아미’를 읽기 시작했다.

다락방님은 나를 모른다. 사실, 나도 다락방님을 잘 모른다. 단지 취미가 알라딘 서재 가서 노는 일이기에, 다락방님의 새로운 글이 서재에 올라오면 거의 다 읽는 편이다. 물론 재미있어서다. 글을 읽고, 추천을 누르고, 곧장 퇴장하는데, 아직 댓글을 달아보지 못 했다. 나는 사이버 세계에 좀처럼 적응을 못 하고 있어서, 내 방에 가끔 놀러오시는 그 한 분 하고도, 1년이상 서재를 기웃거린 후에야, 세 번의 용기를 모아 댓글을 단 후에야, 친절하신 그 분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선물을 받은 이후에야,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는 사이가 되었다.

사이버공간에서, 얼굴을 보지 않고도 서로서로 친하게 지내는 이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은 어찌하는 줄 모르겠는데, 난 자꾸 프로필 사진을 보고 ‘그 사람’을 추측 내지 상상하게 된다. 이를테면, 다락방님의 프로필 사진은 ‘안젤리나 졸리’여서, 물론 다락방님이 ‘안젤리나 졸리’를 좋아하셔서 그 사진을 올리셨겠지만 (싫어서 올린건 아니지 않겠는가), 난 자꾸 다락방님이 ‘안젤리나 졸리’인 것처럼 느껴진다. 다락방, 이 아이디를 보면 자동적으로 생각한다. ‘아, 안젤리나 졸리다.’

다락방님의 서재에 모파상의 ‘벨아미’에 대한 리뷰가 올라왔다.

오호, 감탄을 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다. 읽기 시작했을 때, ‘벨아미’의 책 두께는 책 읽는 사람을 교양과 지성을 겸비한 사람으로 보이기에 적당해서, 참 보기 좋았는데, 들고 다니면서 읽으려니 영 무거웠다.

2. 아름다운 남자 벨아미

 진도는 안 나가고, 그냥저냥 지지부진하던 찰나, 드디어 우리의 주인공 조르주 뒤루아가 첫 번째 연애 상대를 발견, 공략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과정이 너무 간단하면서도 단촐했다. 새까만 상자, 마차에 갇혀 여인의 몸이 자신의 몸 가까이에 바짝 다가앉은 것을 느낀 순간 (116쪽), 뒤루아의 머리는 복잡하다. 고심하던 조르주, 그녀의 발이 움직이는 것을 느낀다. 바로 행동 개시.

그 동작은 머리 끝에서부터 발끝까지 그의 피부에 걷잡을 수 없는 전율을 느끼게 했다. 그는 홱 몸을 돌리고 여인에게 달려들면서 입술로는 입을, 손으로는 피부를 더듬었다. (117쪽)

 

이렇게 쉽게 넘어가는 거야? 이런거야??

이게 다야?

3. 그리고 장동건

잘생긴 남자, 잘생긴 남자의 유혹은 왜 이리도 쉽게 성공하는가. 물론, 예쁜 여자, 예쁜 여자의 유혹도 그렇지 않은 여자의 것보다 쉽게 성공하겠지. 하지만, 평범한 한 명의 여자로서, 내게 더 큰 의문은 당연히 이것일 수 밖에 없는데, “잘생긴 남자의 유혹은 왜 이렇게 쉽게 성공하는가.”이다.

이건 말이 안 된다. 눈빛만으로, 타는 듯한, 뚫을 듯한, 녹일 듯한 눈빛만으로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가. 이 세상에 볼 게 얼마나 많은데, 그 짧은 순간, 순간의 번쩍임으로 이런 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물론, 뒤루아는 잘 생겼다.

그는 키가 크고 풍채가 좋았으며 금발이었다. 그것도 희미하게 다갈색이 된 밤색 금발이었다. 말아 올린 콧수염은 입술 위에서 거품이 이는 것 같았고, 맑고 파란 눈 속에는 아주 작은 동공이 열려 있었으며, 나면서부터 곱슬곱슬한 머리털은 한가운데로 가르마가 나서 나뉘어 있었다. 그는 대중소설의 악한 인물과 아주 흡사했다. (10쪽)

그의 별명 ‘벨아미’는 ‘미남 친구, 아름다운 남자’라는 뜻이다. 그렇다. 그는 잘 생겼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건 정말 말이 안 된다. 한 번의 응시와 한 번의 키스로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게 말이 되는가. 여자는 정말 그런 존재란 말인가. 난 정말 그런 존재란 말인가.

그리고, 또 그리고.

나는 ‘신사의 품격’을 봤다. 우리집에는 텔레비전이 없기에 여기에서 봤다 함은, 몇 개의 에피소드를 봤다는 얘기다. 몇 장의 사진을 보고, 다시보기 에피소드 몇 개를 보다가, 나는 이런 장면을 보게 되었다. 동영상은 어떻게 올리는지 모르니, 사진을 올린다.

 

 

 

 

구체적인 이해를 위해 이 부분 동영상을 직접 감상하면 더 좋다.

여자분들에게 : 생각해보니 전 너무 친절하네요. 후회 안 하실 거예요.

남자분들에게 : 안 보셔도 됩니다.

다음은 녹취문이다.

장동건 : 원래 짝사랑 3개월차에는 이렇게 자주 화가 나는 겁니까?

김하늘 : 왜, 화가 나는데요?

장동건 : 난 왜 싫은데?

......

장동건 : 잘 생겼죠?

김하늘 : 네!

......

장동건 : 흠, 넘어만 오면 진도는 꽤 빠르겠네, 이 여자.

김하늘 :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장동건 : 거부할 수 없는 취향이라는 게 있죠.

김하늘 : 흠, 자신있어서, 좋아요.

여기까지만....

그리고는 키스신이다. 실제로 키스가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다가오는 장동건을 김하늘은 밀쳐내지 않았으니, 키스신이다. 키스신이라 부를만하다.

요는 이렇다.

벨아미의 유혹에 넘어가 가정과 도덕을 저버린 여자들의 행동은 이해되지 않는다. 어떻게 그럴 수가...

그렇지만, 장동건의 유혹에 넘어가는 김하늘의 행동은 백분 이해가 된다. 그럴 수 있지. 내지는 당연히 그런 거지.

이것은 벨아미가 유혹하는 여자들이 유부녀이고, 그녀들과의 사랑이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데 반해, 장동건과 김하늘은 결혼의 가능성이 있는 처녀, 총각의 자유연애이기 때문이 아니다.

또한, 이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 많은 여자를 유혹하는 뒤루아에게 그녀들을 향한 진정한 사랑이 없었다거나, 일방적으로 처신하기는 하지만 장동건이 진심으로 김하늘을 좋아한다는 것과도 상관이 없다.

즉, 이건 그냥 장동건에 대한 문제다.

장동건이, 그 눈빛으로, 그 자세로, 그 목소리로, 그렇게 유혹할 때, 어느 누가 거부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난 왜 싫은데?” 하고 장동건이 물었을 때, 그 대답은 다른 게 아니다.

“싫긴요, 제가요? 아니에요. 완전 좋아요.”

“다시 한 번 말할께요, 좋아요. 완전, 완전 좋아요.”

이건 장동건이기에 가능한 거다.

벨아미는 안 되는 이유 10가지에, 되는 이유 하나 둘을 가지고 있지만, 장동건에게는, 장동건에게는 되는 이유 한 가지가, 안 되는 이유 100가지를 묻어 버리고도 남는다. 그건, 그가 장동건이기 때문이다.

자꾸 장동건, 장동건 하니까, 진짜로, 실물로 장동건이 보고 싶어진다. 내가 ‘자기’를 이리 사랑하는 줄 ‘자기’는 모르시겠지.

혹, 혹여나, 만에 하나, 오해하실까봐, 웃긴 액션이라 비웃는데도 소심하게 밝혀 둔다. 장동건이야말로 두말 할 것 없이 우리나라 국보급 외모이지만, 우리 신랑도 잘 생겼다. (확인을 위한 실물 사진 첨부! 안 된다. 그냥 날 믿어달라.) 요즘은 예전같지는 않지만, 연애할 때부터 결혼날짜 잡고 회사에 신랑을 소개시키는 그 많은 날 동안, 신랑을 처음 본 사람들에게 듣는 첫 번째 말은 딱 정해져 있었는데, 그건 바로 이거였다.

“헤에? 언니, 남자친구 진짜 잘 생겼다.”

“워어, 남자친구(애인) 잘 생겼던데~”

처음엔, 아~, 예~, 뭐~ 하고 대답했지만, 친구에게, 학교 후배들에게, 사촌 오빠에게, 직장 동료에게, 과장님에게, 차장님에게 그런 말을 듣다 보니, 나중엔 “와아, 남자 친구 잘 생겼던데~” 하면, 자연스럽게 “네! 그렇습니다.”하고 대답하게 됐다.

울 신랑은 잘 생겼다. 본인은 이젠 “아저씨”라고 본심과 다르게 은근히 부인하지만, 내년에 딱 마흔인데도, 울 신랑의 미모는 아직도 여전해서 총각 같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울 신랑은 잘 생겼다. 나는 잘 생긴 사람과 살고 있다. 나는 잘 생긴 사람과 살고 있는 사람이다.

고로, 나의 장동건 예찬은 내가 잘 생긴 사람을 마냥 좋아해서가 아니다. 그만큼은 아니지만, 보통보다는 잘 생긴 사람, 객관적으로 봐도 잘 생긴 사람과 살고 있다, 지금.

이건, 그냥 장동건에 대한 문제다.

장동건이기에, 장동건이니까, 그의 유혹은 가능하다. 가능하고, 또 가능하다.

굳이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

장동건을 좋아하지만, 김은숙 작가가 그려내는 신사의 품격 ‘김도진’에게는 불만이다. 일방적으로 스킨십을 시도하는 것도 그렇고, 툭 하면 “나랑 잘 거냐?”하는 것도 좀 그렇다. 여자들이 그런 남자를 좋아한다고, 겉으로는 싫어하는 척 해도 속으로는 은근 좋아한다고, 남자들에게 잘못된 선입견을 심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크릿가든’에서 김똘추가 “남녀 사이에는 원래 좀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야 되는 거야.”에서 가슴이 철렁했는데, 여기서는 한 술 더 뜬다. 좀 그렇다.

끝을 어떻게 맺어야할지 난감하다.

다락방님의 방에서 '벨아미'를 보게 되고, '벨아미'를 읽고 나서, ‘신사의 품격’을 보게 되고, 장동건을 만나, 그의 유혹을 음미한다. 그럼, 아쉽지만 이렇게 정리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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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6-25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단발머리님. ㅎㅎ

계속 웃으면서 읽었어요. 저는 [신사의 품격] 을 한 번 보고 장동건이니까 저 역이 그다지 화딱지가 나지 않는거다, 라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드라마는 전체적으로 품격이 좀 떨어진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저는 장동건을 실제로도 봤었는데요(삼겹살집에서 마주쳤어요!!) 막 울고싶더라구요. 정말 엄청나게 환상적으로 잘생겼구요. 마침 술이 취해서 얼굴이 붉었고 같이 고기를 먹던 스텝 한명에게 뭐라고 웃으면서 얘기하는데, 와, 진짜 ... 제가 왜 여기에 이런 모습으로 있는지 허무하더라구요. 뭐, 그렇다고 다른 모습이 될 순 없었겠지만.

그런데 저였어도 장동건이 저 좋다고 하면 싫다고 할것 같아요. 왜냐하면 자기가 잘생긴걸 너무나 잘 알고있고 그래서 여자를 유혹하는 것도 쉽다고 할것이 너무도 분명해서요. 정말 장동건이 싫어서가 아니라 '이런 남자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는 자존심이 한 몫을 하는거겠죠.

그러다 결국은 울지도 몰라요, 김하늘처럼. 아...나도 좋아하고 있었어, 좋아하고 있는거였어, 하면서 말이지요. 어휴..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단발머리 2012-06-26 07:03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안녕하세요. 너무 반갑습니다.

장동건을 실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것 그 다음 급으로(!), 다락방님의 방문이 반가워요.

원래 다락방님의 리뷰를 보고 '벨아미'를 시작할때는, 아름다운 민음사 책을 손에 들고, 우아한 자태로 읽은 후, 깊이 있는 리뷰를 쓰는 게 목표였는데, 이 아름다운 남자분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웃으며 읽는 리뷰가 되었네요. 전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이진 2012-06-25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도 프로필사진으로 알라디너를 떠올리곤 해요.
이를테면 위의 두분 같은 경우요. 다락방님은 저도 안젤리나 졸리를 떠올리곤 해요.
다락방님께서 사진을 올리시거나 하실때면 왠지 졸리의 느낌이 나는 거 있죠. ㅎㅎㅎ
한수철님께서는 전의 프로필이 백발의 남자였나요. 컬을 진하게 했던 남자였던 것 같은데 그래서 한수철님을 떠올리면 강한 남자의 이미지가 떠올랐구요.

뭐, 그랬다구요. ㅎㅎㅎ
저는 소이진입니다. 안녕하세요 ^___^

단발머리 2012-06-26 07:06   좋아요 0 | URL
네, 소이진님은 이쁜 7살 여아는 아니구요~~~
소이진님은 고등학생이죠. 전 여기까지 알아요.
시험기간~~~ 이런 얘기를 자주 본 적이 있는 거 같아서요.

저 어제 곗날도 아닌데, 반가운 분들을 많이 만나 기쁘네요.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