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장정일의 독서일기

도덕 교과서 같은 이야기라서 많이 쑥스럽지만, 글을 쓰고 책을 내서 돈을 버는 사람은 당연히 자신의 수입을 책 사는 데 할애함으로써 출판계를 튼튼히 하고 다른 저자들과 동료애를 나누는 게 맞습니다. 출판의 어려움을 늘 이야기하지만,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사람들이 먼저 품앗이 삼아 책을 구입해 준다면, 좋은 책들을 통해 자신도 보답을 받게 됩니다. (16p)

우리집은 책을 잘 사지 않는다. 필요한 책은 거의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보고, 읽어본 후에 괜찮다, 아니 정~~말 괜찮다 싫으면 구매한다. 아이들 책도 마찬가지다. 책을 좋아하는 큰 아이도 세 번 정도 대출을 한 후에야, “아빠, 이 책 사고 싶어요!”하고 운을 뗀다. 덕분이지, 덕택인지, 2011년도에도 한국도서관협회에서 “책읽는 가족”으로 선정되었다. 큰애 왈. “엄마, 우리 2009년에도 선정되었는데, 또 됐네. 사람이 없나봐.” 끄응~.

내가 좋아하는 알라딘 서재의 “로자”님의 글을 읽다가, 이런 대목이 나왔다. “주문한 00책이 오늘 도착했다. 사실, 매일 책이 배달된다.” 허걱, 매일? 매일 책이 오는 거야? 매일? 그저께 주문한 책이 그저께 도착하고, 어제 주문한 책이 어제 도착, 오늘 주문한 책이 오늘 도착, 내일 주문할 책은 내일 밤 도착. 아.... 뭐, 가히 상상하기도 쉽지 않은 정겹고도 아름다운 장면이다. 매일 책이 배달된다. 그냥, 꿈 속의 일이겠거니 하고 생각했는데.

장정일님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게 맞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보는 것도 좋지만, '책을 사서 보는 것도 필요하겠구나', 수긍이 된다. 이 자리를 빌어 감히 약속드린다. 제가 글을 쓰고 책을 내서 돈을 버는 사람이 된다면, 저의 수입을 책 사는데 할애함으로써 출판계를 튼튼히 하고 다른 저자들과 동료애를 나누겠습니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저의 과거를 잊어주시고, 제발 저를 믿어주십시오.

2. 20대의 독립을 위하여 - <88만원세대> (우석훈, 박권일)

저자들은 말한다. 지금 88만원 세대가 가질 수 있는 상징적 ‘짱돌’은 당장 스타벅스와 같은 프랜차이징 매장에 출입하는 것을 끊는 일이라고. “만약 20대 1만 정도가 스타벅스에 가기를 거부하고 20대 사장이 직접 내려주는 커피와 차를 마시겠다는 선언‘을 한다면 ”100명의 20대가 자신의 카페를 가지고 경제적 삶을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의미있는 출발점“이 된다는 뜻이다. ... 젊은 세대의 반프렌차이징 운동은 ”스위스와 스웨덴 같이 프렌차이징을 권장하지 않는 나라가 4만 달러 경제로 넘어갔던 사실과, 프렌차이징을 늘리면서 사회 양극화를 경험하지 않은 나라가 없다“는 사실을 전체 사회에 알리는 효과가 있다. (20-21p)

40대가 30대를 볼모로 잡고, 20대를 협박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등골이 휘도록 아르바이트를 해도 1년에 1000만원하는 등록금을 댈 수 없는 상황에서, 인턴으로 취업해도 대출금 갚기가 빠듯한 상황, 한참전에 20대를 통과하고, 빛의 속도로 30대를 지나고 있는 이 시점, 낭만의 20대를 빠듯하게 살아내고 있는 현재의 20대들에게 미안하다. 내가 취업할 때만 해도, 계약직이란 단어가 없었다. 평생 직장이 없어진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떠돌고, 이직이 점점 쉬워진다 해도, “취업했어요.“ 하면, 그건 정규직으로 채용된 걸 의미했다. 정규직이예요, 하고 부연설명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정규직만큼, 아니, 정규직 보다 계약직직원이 더 많다. 법적으로 2년 계약직 근무 후 정규직 전환을 강제했더니, 기업에서는 법을 악용해 2년 되기 하루 전날 직원들을 해고한다. 암담한 현실이다.

저자들의 작은 제안은, 프렌차이징을 거절하고, 20대들이 20대 사장이 운영하는 소규모 사업장의 열렬한 소비자가 되어, 20대의 단합되고 공고한 힘을 시장에서 보여주라는 것이다. 일주일에 세 번씩 가는 문화센터 근처 작은 슈퍼 옆에 대기업 편의점이 두 개나 생겼다. 깨끗하고, 정리도 잘 되어 있고, 오픈이라 선물도 주고 해서 아들 녀석이랑 자주 갔는데, 동네 슈퍼도 잊지 말고 이용해야겠다. 반프렌차이징의 실천이라할까.

3. 문명세계를 향한 도전 - <잠들면 안 돼, 거기 뱀이 있어> (다니엘 에버렛)

작가 장정일의 ‘충격반전’이라는 소개가 전혀 과장이 아닌, 말 그대로 ‘충격결말’의 소개글을 보고 이 책을 찾아 읽었다. 다 읽지는 못 했다. 너무 두꺼웠다.

아마존의 밀림 속에서 독특한 문화를 이루고 사는 피다한 사람들과의 30년.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함께 생활하게 된 지은이는 피다한 종족이 기존의 언어학이나 인류학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독특한 문화와 언어를 가진 민족임을 깨닫는다. 피다한 말에는 '전쟁', '걱정', '미래'와 같은 단어가 없고, '소유'나 '믿음'과 같은 개념도 없다. 그들을 오로지 '지금' 속에서 존재하며, 언제나 만족을 느끼며 유쾌하고 명랑하게 살아간다.

전도 활동에 한계를 느낀 지은이는 대학 시절의 은사를 찾아가 이들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조언을 구한다. “그들이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면을 찾아봐라.” “부족하다고 느낀다?”어쩌면 좋으냐. 그들은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그들은 항상 현재에 만족한다. 그들은 내일 먹을 양식을 ‘보관’하지 않으며, 가을에 먹을 양식을 키우기 위해 ‘밭을 갈지 않는다’. 오늘, 지금, 현재, 필요한 물건, 바구니, 작은 바구니 하나면 된다.

자신의 신앙을 전하기 위해 피다한 사람들에게 찾아간 지은이는 오히려 그들의 자유롭고 행복한 삶의 모습에 매료된다. 그는 오랫동안 품어왔던 ‘신에 대한 회의’를 본인 스스로 인정하고, 신에 대한 믿음을 포기한다.

사실, 나는 저자가 ‘회의’를 품고, 떠난 믿음과 신념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에, 다른 세상, 다른 세계를 만나 떠나버린 저자에 대해 긴 말을 하기는 좀 그렇다. 하지만, 이 책의 인류학적, 언어학적 가치는 대해서는 100% 긍정한다.

4. 역사는 발전한다는 믿음으로 <역사가의 시간> (강만길)

“국민이 3일만 참아주면 북한의 핵심 목표를 폭격해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는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씨의 사설은 자신의 무식함과 용기를, 그 환상적인 합자를 무리없이 보여준다. 정신차리고, 6·25를 직접 체험하기도 했던 역사학자 강만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1) [6·25는]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될 참극이었지만, 그 전쟁이 전체 민족사회에 큰 교훈을 준 것도 사실이다. 아직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많긴 하지만 그 교훈이란, 6·25 전쟁은 우리땅의 경우 강대국들로 둘러싸인 그 지정학적 위치 문제가 주된 원인이 되어 한쪽이 다른 한쪽을 정복하는 전쟁의 방법으로는 통일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었음을 아는 것을 말한다.

2) 앞으로 남북간의 평화주의가 정착할수록 유리하게 될 수도 있을 그 지정학적 조건 때문에, 전쟁통일은 아예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그 7,000만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철저히 알아야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다. (313p)

6·25 전쟁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많이 들어봤다. 그 교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시작은 일제로부터의 해방이 우리의 손이 아니라, 열강에 도움에 의한 것이었기에, 남북이 신탁통치를 받게 되었고, 한반도 전체를 아우르고 싶은 누군가의 욕망에, 북한 정권이 무모한 공격을 감행, 민족 전체에게 돌이킬 수 없는 크나큰 아픔을 주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해석은 처음이다. “그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한 쪽이 한 쪽을 점령하는 전쟁의 방법으로는 통일을 이룰 수 없다.” 이 교훈 하나를 얻기 위해 그리도 많은 사람들이 허무하게 죽어갔나 생각하면 많이 아쉽기도 하지만, 아직도 역사로부터 배운 이 귀한 교훈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허다하게도 많은 듯 싶다. “전쟁의 방법으로는 통일을 이룰 수 없다.” 남쪽이든, 북쪽이든, 귀담아들어야 하실 분들, 귀담아 들으시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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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3-22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쓰고 책을 내서 돈버는 사람이 되면.... 얼마나 기다리면 될까요?
저하고는 거리가 먼 일 같아서, 다른데 쓸 돈 아껴서 책 사는데 쓰겠습니다~ 라고 약속할게요.^^

단발머리 2012-03-23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정말 맞는 말씀이예요. 귀한 가르침 감사합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