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을 이겨내는 첫 번째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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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우울증의 세계 - 미국 최고 인기 팟캐스트 진행자가 털어놓는 우울증 투쟁 공생기
존 모 지음, 박다솜 옮김 / 모멘토 / 2021년 5월
평점 :
제목으로 정했던 <우울증을 이겨내는 첫 번째 팁>은 ‘개 기르기’였는데, 정확히 하자면 그건 <나를 더 강하게 만드는 것들>의 소제목 중 하나였다. 첫 번째는 ‘개 기르기’이고 두 번째는 ‘밴드 활동하기’. 말 그대로 밴드 활동이다. 음악적 혹은 상업적 성공이 아니라 순수하게 재미로 이어지는 밴드 활동. 세 번째가 ‘가짜일 수 있는 무서운 것들의 동영상 보기’인데, 이건 잘 모르겠다.
‘자, 여기까지 왔다’로 시작되는 문단. 그 문단의 소제목은 이렇다.
<유쾌한 우울증의 세계> 팟캐스트와 『유쾌한 우울증의 세계』 책,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유쾌한 우울증의 세계에서
내가 배운 아홉 가지 교훈
1. 사람들은 말하고 싶다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차별은 엄연히 존재하고 입에 올리기 두려운 주제이지만, 우리에겐 이야기하고 싶은 갈망이 있다.
2. 모두가 사기꾼이다
성공을 이룬 후에 모두 약간은 불안해 하지만 우울인들에게 이는 진흙 더미에 오르는 것처럼 무시무시한 일이다.
3. 말은 중요하다
기분과 정신질환은 다르다. 부정확한 언어 사용이 실제로 피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사람 우선’ 어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잭은 조현병이다’라고 말하는 대신 ‘잭은 조현병을 가진 사람이다’라고 말해야 한다.
4. 특권은 실재한다
짓밟히는 집단의 사람들에겐 편견과 차별이 실재한다. 저자처럼 특권의 산꼭대기에 지은 성에 살고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는(저자의 표현 그대로임) 우울증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존재의 위협이 될 수 있다.
5. 당신 잘못이 아니다
우울증은 당신에게 그냥 닥친 병이다. 당신의 유전적 문제 혹은 트라우마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요는 당신이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이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6. 성공한다고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다
미래에 대한 야망에 집중, 더 나은 직업을 얻거나 돈을 많이 번다고 해도 끝나는 일이 아니다.
7. 과거는 중요하다
우울증 이야기들을 샅샅이 살펴보니 트라우마를 주범으로 지목하는 여러 패턴이 눈에 띄었다.
8. 깔끔한 결말 따위는 없다
누군가의 앞에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결코 알 수 없다. 앞으로 나아갈 때 낙관을 품을 만한 이유가 있지만, 잘 풀리리라는 보장은 없다.
9. 긍정
머릿속이 먹구름으로 가득해 걱정과 염려가 밀려올 때. 갑자기. 갑자기 뭔가 달라졌다. 살아 숨 쉬는 나무들과 새들에 둘러싸여 드라이브하는 일이 너무나 멋지게 느껴졌다. 세상에 대한 긍정. 또 다른 삶에 대한 기대를 품어보자.
결론은 ‘마음먹기’로 돌아오는가 싶다. 너무 단순화했는가 싶기는 한데 아무튼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방법이기는 하다. 아무 것도 모르는 내가 우울증 관련 책을 1.5권 읽고 느낀 점이다. 내 생각, 나만의 결론임을 참고해 주시길. 물고기 책으로 돌아가 보자.

그리하여 1970년대부터 연구자들은 그것이 사실인지 확인해보기 위해 실험을 시작했다. 실제로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은 자신을 실제보다 더 매력적이고, 남들을 더 잘 도우며, 더 지적이고, (주사위를 던지거나 복권 번호를 뽑는 것 같은) 우연한 사건들을 가능한 정도보다 훨씬 더 잘 통제하는 사람으로 평가한다는 것이 꾸준히 확인됐다. 그 사람들은 과거를 돌아볼 때도 자기가 실패한 것보다 성공한 것들을 훨씬 더 쉽게 기억해냈다. 미래를 내다볼 때는 친구들이나 급우들보다 자신이 성공할 가능성을 훨씬 더 크게 잡았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138쪽)
장밋빛 자기기만. 자신의 매력을 믿는 사람. 정확한 이유 혹은 근거를 댈 수 없지만, 불굴의 의지와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을 가진 사람. 그런 사람들이 정신적으로는 더 건강해 보인다. 실제로는 더 못 됐을 수 있는데. 그런데도 그들은 정신적으로는 더 건강하고 더 활기차며 더 긍정적이다.
자신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본인이다. 내가 얼마나 이기적인 사람인지, 내가 얼마나 이중적인지, 내가 얼마나 멍청이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는지는 내가 제일 잘 안다. 나는 그런 나를 데리고 살아야 한다. 나를 사랑하세요, 라는 제목의 책들이 많이 팔리는 이유가 거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나를 사랑하는 일이 그렇게나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내 안에는 착한 마음이 있고 약간의 유머 감각이 있고 무엇보다 불굴의 긍정 마인드도 있다. 나의 못난 모습을 되새기고, 25년 전의 실수를 한결같이 되새기는 사람은 이 세상에 오로지 나 하나뿐이다. 다른 사람들은 생각보다 내게 관심이 없다. 그런 사실을 알아채는 것이 나 자신을 얼마나 자유롭게 하는지 모르겠다.
자기반성과 자기 확신, 자기 부정과 자기 긍정 사이에서 자기 확신과 자기 긍정이 0.5% 정도라도 더 많은 삶을 추구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요즘 최대 관심은 제임스 웹인데 핸드폰 바탕화면도 바꾸어 놓고 짬짬이 들어가서 다른 사진도 있나 구경을 한다. 감은빛님이 좋은 링크를 알려주셨는데 거기에도 읽을거리가 아주 많다(동아일보 제임스웹 코너: https://original.donga.com/2022/jameswebb)
제임스 웹을 내게 제일 먼저 소개해 준 사람이 새로 공개된 목성 사진도 보여줬는데, 예쁜 고리와 환상적인 구슬의 색감에 반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주가 얼마나 거대한지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깨닫는 순간에 오히려 자유로움을 느낀다. 나는 생각보다 중요한 존재가 아닐 수도 있다는, 나는 이렇게, 나 좋은 대로 살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또 한편으로는 이런 아름다운 우주에 내가 속해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언젠가 내가 누군가의 완벽한 우주였다는 사실이 기쁘고, 또 다른 사람에게 우주의 일부로서 존재한다는 사실이 감격적이다. 혼자 있고 싶은데도 나를 챙겨주는(굳이 챙겨주겠다는) 가족과 나를 좋아하는 친구들, 나 때문에 웃는 사람들. 나를 보고 웃어주는 사람들. 어쩌면 나는 생각보다 훨씬 더 중요한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더 많은 사랑을 줘도 되겠다고, 더 많이 사랑해도 되겠다고 다짐한다. 다짐하는 글, 교훈적인 글, 가르치려는 글을 내 평생 지양하지만. 그래도. 더 많이 사랑해야겠다. 더 많이 웃어야겠다. 그런 결심을 해 본다. 더 많이, 더 더 많이 사랑해야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외부 요소를 탓하지만, 내부적 요인은 결코 고려하지 않는다. 나는 우울증 때문일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맥 빠지고 침울해하진 않았으니까. 슬프지도 않았다. 그때 몰랐던 사실은, 우울증은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울증이란 오랜 기간에 걸쳐 줄줄이 이어지는 그 모든 종종 서로 전혀 다른 생각과 행동들을 유발하는 조건들의 집합이다. - P109
우울증이 속삭이는 수많은 거짓말을 통틀어 가장 믿기 쉬운 건 "너는 망했다"라는 말이다. 우울증은 말한다. 좋은 게 하나도 없어. 과거에도 똑같았지. 그러니 앞으로도 그러리라 생각하는 게 합당해. 지금 최악의 순간에 느끼는 감정을 앞으로도 쭉 느끼게 될 거야. 시간이 흐르면서, 그게 언제까지일지는 얼마나 오래 살아남느냐에 달려 있지만, 더 악화되기만할 거야. 나이가 들고 병에 걸리고 주위 사람들이 죽고 너 자신도 틀림없이, 아마도 고통스럽게 죽을 것이니까. 이렇게 속삭이는 소리를 멈추지 못하면, 논리적인 결론은 모든 걸 끝내는 것이다. - P117
나나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앤디도 약이 오랫동안 잘 듣다가 갑자기 효과가 없어지는 경험을 했다. "그게 돌아왔어요. 절망이." 그는 말했다. "얼마나 좋은 하루를 보냈든 상관없어요. 아내를 얼마나 사랑하든 상관없어요. 보수가 좋은 직장에서 얼마나 재미있는 일을 하고 있든 상관없어요. 내 예쁜 아이들이 얼마나 큰 충족감을 주든 상관없어요. 그런 절망 속에서도 절실한 감정적 고통 속에서도, 저는 이런 생각에 매달려 있었어요. ‘젠장, 어떻게든 약이 다시 듣게 만들어야겠어.’"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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