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내가 내일 외국에 나갑니다. 무슨 말씀인지 지금 하시죠. 아, 예예, 그거 좋은 생각이군요. 당연히 해야지요. 남들이 다 하면 하고말고요."

아무리 무거운 인생의 무게도 못 견딜 무게는 없다. 그것이 스스로 선택해서 오는 무게라면 더욱 그렇다. 다만 그 무게에 익숙해지고, 이겨 내는 과정에서 닥치는 고통과 괴로움이 외로울 뿐이다.

고달프지 않은 인생이 없듯이, 외롭지 않은 인생도 없다. 고통은 나누면 절반으로 줄고, 기쁨은 나누면 두 배로 커진다고 했다. 나는 당신의 옆에서 그런 역할을 하는 벗이고 싶다.

선거는 지배계급에게 주기적으로 지배와 억압에 대한 정당성을 선사해 주는 제도일 뿐이다. 프루동의 말이다.

그러니까 지배계급일 수 없는 일반 국민들은 단지 투표장에서만 나라의 주인일 뿐이다. 그들은 투표장을 나서는 순간 지배계급에게 업신여김 당하고 짓밟히는 노예로 전락한다.

왜 그럴까? 이 말을 들어보라. 정치란 비도덕적인 것이 아니라 무도덕적인 것이다. 마키아벨리의 말이다.

그런 존재들에게 국민의 생존권과 재산권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국가권력을 송두리째 넘겨주고 말았으니 그 결과야 뻔한 것 아니겠는가.

"예, 중국과 비교를 해보면 확실히 DNA란 육체적인 것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면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중국의 중화주의와 우리의 변방의식과 약자의식, 그건 참 엄청난 차이지요."

사람에게 먹고사는 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가장 중대한 문제이고, 그 문제가 건강한 몸에 피가 순조롭게 돌듯이 그렇게 되지 못하고 어디선가 엉키고 막히게 되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크고 작은 모든 권세는 파탄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기나긴 인류사가 보여주는 진실이었다.

첫째, 선진국의 기업들은 완전히 투명경영을 한다. 그러므로 전혀 탈세를 하지 않는다.

둘째, 뒤로 비자금을 조성하는 범법을 저지르지 않는다.

셋째, 기업인들은 그렇게 합법적이고 양심적으로 번 자기 개인들의 돈(절대 회사 돈이 아님)에서 천문학적인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이 세상에서 생산되는 먹거리는 세상 사람들 모두가 고루 나누어 먹고도 남는다. 그러나 부자들의 욕심을 채우기에는 모자란다.’
마하트마 간디의 말이다.

남산에 올라가 서울 시내를 구경하던 북쪽 대표가 하는 말, "전국에서 차들 모아들이느라고 수고 많이 했수다래." 이에 남쪽 대표가 응수한 말, "그보다는 저 빌딩들을 옮겨오느라고 더 힘이 들었지요."

인간의 마음에서 재물욕이 생생히 살아 있는 한 세상 사람들은 우리 세력에게 충성스럽게 자발적 복종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대중들은 바보스러울 만큼 착하게 자발적 복종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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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들은 한 푼도 삥땅 칠 수 없는 월급 5백만 원보다 마누라가 모르는 눈먼 돈 10만 원을 훨씬 더 소중하게 여긴다.

나하고 함께 관상 본 놈들 다 목 쳐라! 관상이 아무 효과가 없다는 것이 그렇게 입증되었는데도 회장은 관상 면접을 포기하지 않았다.

똑같은 5백만 원인데 왜 현찰은 ‘뇌물’로 죄가 되고, 상품권은 ‘선물’로 죄가 안 되는 것인지 주는 쪽에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법에서도 그런 판결을 내린 적이 없다는데도 고위 공무원들은 그 번거로움을 고치려 하지 않았다. 그건 순전히 관습을 방패막이 삼고 있는 약은 기회주의이기도 했다.

검찰이란 이상한 특성을 가진 조직체였다. 상명하복 원칙과 검사동일체 원칙이 그것이었다.

위에서는 명령하고 아래서는 무조건 따라야 하고, 검사들은 모두 한 덩어리! 상사에 대해 충성을 다해야 하고, 검사들끼리 똘똘 뭉치는 검찰 조직은 마치 총 갖지 않은 군대나 다름없었다.

그 이름도 거룩한 폭탄주 마시기의 불문율은 또 하나가 더 있었다. ‘열외’ 인정 없음. 그 술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남녀 가릴 것 없이 그 독주를 마셔야 하는 것이다.

그래, 그 짓 자꾸 하다가 위암이고 간암이고 걸려 죽어가도 네 팔자고 네 운명이다. 전인욱은 이런 속말을 하며 그냥 지나치고는 했다.

부처님도 여자 얘기를 하면 빙그레 웃으신다는데. 그것은 이성(理性)이라고 하는 것의 힘으로는 어찌해 볼 수 없는 수컷들의 본능의 발로 아닌가.

부장에게 그런 굵은 돈줄이 있다는 것을 그저 짐작할 뿐이었다. 그러나 그런 돈줄을 생각하면 전인욱은 기분이 영 찜찜하고는 했다. 검사가 그래가지고……, 제대로 된 검사 노릇을 자꾸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억이란 뜻을 아는가? 그 글자는 사람 인 변
(人·亻)에, 뜻 의(意) 자가 합해진 거지.

그게 무슨 의미일까? 그건 실재하는 수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속에만 있는 큰 수라는 뜻이야.

그 글자가 만들어졌던 그 옛날에는 지금과 달리 경제 규모가 작았으니까 억 단위의 금전 거래는 이루어지지 않았던 거야.

여섯 명이 어김없이 시간을 지켰는데 좌장인 부장이 나타나지 않았다. 10분이 지나고, 15분이 지나고……, 먼저 술을 시켜 마실 수도 없고, 그들은 냉수만 홀짝거리는 붕어 신세로 실없는 소리만 주고받고 있었다.

처자식이 있는 몸이라……, 그 한마디는 그 어떤 난처한 입장, 그 어떤 궁지에서도 단숨에 탈출할 수 있는 만사형통의 묘수요, 만병통치 특효약이었다. 그 말의 밑뿌리는 우리의 골수에 박혀 있는 인정주의였다.

‘꼭 그대가 바라는 세상이 되도록 검사 노릇 충실히 하고, 그리고 큰검사 되세요.’ 합격 축하 카드에 그때는 애인이었던 아내가 한 자, 한 자에 정성 새겨 쓴 말이었다.

세상에 3대 바보가 있는 것 알지. 마약 하면서 나만 중독 안 되리라고 생각하는 놈, 사창가에서 바람피우며 나만 성병 안 걸리리라고 생각하는 놈, 카지노 하면서 나만은 돈 따리라고 생각하는 놈.

나그네는 쉬어 간 그늘을 기억하지 않는다. 아, 역시 시인다운 묘사가 아닐 수 없다. 그건 애정이 아니다.

국민은 나라의 주인인가. 아니다. 노예다. 국가권력의 노예고, 재벌들의 노예다. 당신들은 이중 노예다.

긴 인류의 역사는 증언한다. 저항하고 투쟁하지 않은 노예에게 자유와 권리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그런데 그들도 체면치레용으로 겨우 여권용 사진만 하게 써서 한쪽 구석으로 몰았기 때문에 눈을 크게 뜨고도 찾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가 말한 ‘길거리에서 익힌’이란 저 80년대의 운동권 출신들이 시민단체를 많이 이끌고 있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이심전심의 비법이란 석가모니와 그 제자 사이에서만 오가는 깨달음의 기쁨이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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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그거 뭔 소리야. 똥이라고 해야 할 때 똥이라고 해야 기분이 살고, 개새끼 같은 짓을 한 놈한테는 개새끼라고 해야 말하는 맛이 나는 법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저것, 저것, 저것, 하는 짓 봐, 저것! 넌 하는 짓이 왜 다 그 모양이야! 야 이놈아, 하는 짓마다 왜 그렇게 덜떨어졌어! 저게, 저게, 저 꼴 해가지고 사람 노릇 하겠어, 저거!

"예, 일요일에도 이렇게 사람이 많지 않아 가끔 오기는 하는데, 골프를 치게 되면서부터는 등산이 자연히 뒤로 밀리게 됩니다."

박재우는 김동석의 잔에 술을 따르며, 흥, 생각해 보긴 뭘 생각해 봐. 숨길 카드 하나도 없이 속 다 드러냈으면서. 그래, 돈은 귀신도 부리고, 처녀 불알도 산다니까, 하며 키득키득 속웃음을 웃고 있었다.

돈은 단순히 위조하기 어려운 그림이 그려져 있는 종이쪽지가 아니었다. 그건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었고, 그 무엇이든 굴복시키는 괴력을 발휘하는 괴물이었다.

그러면서 자기네 사장이나 임원으로 있는 사람들을 은밀하게 장관으로 미는 거야. 학벌 좋겠다, 행시 출신으로 고급 공무원이었겠다, 경제 현장의 경력까지 쌓았겠다, 마르지 않는 파이프라인의 추천이겠다, 장관 안 시킬 이유가 없는 거지. 그런 메커니즘이 이해가 가?

모든 권력은 총구로부터 나온다. 위대하신 모택동 동지의 말씀이시지.

그건 60년 전의 케케묵은 얘기고, 지금 중국에서도 권력은 돈으로 이동하고 있어.

열녀전 끼고 서방질하더라고 두 검사 나으리께서는 육법전서 끼고 또 다른 범죄 모의를 하신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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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작가이길 원하거든 민중보다 반 발만 앞서 가라. 한  발은 민중 속에 딛고. 톨스토이의 말이다.
진실과 정의 그리고 아름다움을 지키는 것이 문학의 길이다. 타고르가 말했다.
작가는 모든 비인간적인 것에 저항해야 한다. 빅토르 위고의 말이고,
노신은 이렇게 말했다. 불의를 비판하지 않으면 지식인일 수 없고, 불의에 저항하지 않으면 작가일 수 없다.
나랏일을 걱정하지 않으면 글(시)이 아니요, 어지러운 시국을 가슴 아파하지 않으면 글이 아니요, 옳은 것을 찬양하고 악한 것을 미워하지 않으면 글이 아니다. 다산 정약용의 말이다.

허수아비춤 | 조정래 작가의 말 중에서

조정래 몰아읽기. 현재 9권 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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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인간에게 기여해야 하는 문학은 이제 그 물음과 응답 앞에 서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오늘의 우리 사회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그 모습이 추하든 아름답든 그건 피할 수 없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그 자화상을 똑바로 보길 게을리할수록, 회피할수록 우리의 비극은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소설을 쓸 필요가 없는 세상을 소망하면서 이번 소설을 썼다. 그러나 이런 소설이 완전히 필요 없게 될 세상은 오지 않을 것임도 잘 알고 있다. 그 도정이 인간의 삶이고, 우리네 인생 아닐까.

진정한 작가이길 원하거든 민중보다 반 발만 앞서 가라. 한  발은 민중 속에 딛고. 톨스토이의 말이다.

진실과 정의 그리고 아름다움을 지키는 것이 문학의 길이다. 타고르가 말했다.

작가는 모든 비인간적인 것에 저항해야 한다. 빅토르 위고의 말이고,

노신은 이렇게 말했다. 불의를 비판하지 않으면 지식인일 수 없고, 불의에 저항하지 않으면 작가일 수 없다.

나랏일을 걱정하지 않으면 글(시)이 아니요, 어지러운 시국을 가슴 아파하지 않으면 글이 아니요, 옳은 것을 찬양하고 악한 것을 미워하지 않으면 글이 아니다. 다산 정약용의 말이다.

해거름에 구불거리는 야산 길을 따라 검은 승용차가 날렵하게 달리고 있었다. 그 늘씬한 몸매의 유연함이 마치 잔잔한 물결을 가르는 물개의 매끈한 몸짓 같았다.

모두가 숨 헐떡거리고 있었던 60년대 후반, 그때 대한민국의 국민소득은 백 달러가 될까 말까 그랬으니, 무희의 몸을 휘감은 5만 달러를 바라보아야 했던 이 나라 사람들의 심정은 어떠하였으랴.

같은 학교를 나왔다는 것은 고향이 같다는 것과 함께 까마득하게 먼 사람의 관계를 단숨에 옆으로 끌어오는 불가사의한 마력을 발휘하지 않던가. 그건 이성이나 논리적 설명 같은 것을 비웃는 이상야릇한 힘이었다.

조폭은 배신자에게 야구방망이를 휘두르지만 회사는 무능자에게 인사권이란 칼을 휘둘렀다. 그러고 보면 회사는 조폭보다 더 매정한 조직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작은 가재가 바위를 질 줄 알고, 작은 여자도 남자를 태울 줄 알더라고 모든 사원들은 타고난 생존술을 그렇게 잘들 발휘하고 있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살아서 그런가 어쩐가, 내 마음이 내 뜻대로 되지 않으니 원……." 그는 자신을 한심스러워하는 것처럼 중얼거렸다.

윤 실장의 별명은 ‘특급 충견’이었다. 그는 그만큼 회장에게 충성을 다 바쳤고, 그 대가로 사내 귀족의 신분을 확보하고 있었다. 물론 재벌 기업에서 임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 충견 아닌 자들은 하나도 없다고 해야 옳았다. 개도 부지런해야 더운 똥을 얻어먹더라고 경쟁의 첩첩산중에서 동료들 짓밟고 선배들 무찌르며 임원 쟁탈전에 승리한 사람들은 이모저모로 부지런하게 충견 노릇을 잘한 분네들임이 분명했다.

더 보충 좀 하지그래.

뭘 보충하라는 것인가. 양기나 체력을 보충하라는 것이 아니었다. ‘실력’을 보충하라는 말이었다. 그건, 너 실력 없어, 하는 말이었고, 곧 너 능력 없어, 하는 뜻이었고, 무능력하니까 그만둬, 의 다른 말이었다.

부부 일심동체라 하는데, 그건 잠자리에서 육체에 한한 것인가. 먹이를 구해야 하는 수컷들의 고뇌는 오로지 수컷들의 외로움으로 남을 뿐이라고 강기준은 허전하게 하늘을 바라보았다.

돈은 귀신도 부린다

새 직함은 이미 며칠 전에 받았었다. 그러나 정작 명함에 찍힌 것을 보니 그 실감이 전혀 달랐다. 인간은 양식(樣式)의 동물이다. 누군가의 말이 새롭게 실감 났다.

그렇게 스케일이 작으니까 지난번에 회장님께서 실형을 받으셨지요.

돈은 귀신도 부린다. …… 하물며 네까짓 사람쯤이야! 강기준은 하마터면 이 말을 쏟아놓을 뻔했다. 그는 윤성훈을 의식하며, 퀴즈 문제 앞에서 발동하게 마련인 소년적 경쟁심을 꾹 눌렀다.

"그다음에 생략된 것이라……, 까짓 사람쯤이야, 아닌가?"

윤성훈이 망설임 없이 말하며 박재우를 쳐다보았다.

돈만 있으면 처녀 불알도 산다.

돈이면 지옥문도 여닫는다.

돈만 있으면 의붓자식도 효도한다.

돈 있어 못난 놈 없고, 돈 없어 잘난 놈 없다.

돈은 살아 있는 신이다.

"그렇습니다. 그 어떤 조직, 그 누구한테든 통하고, 먹히고, 효과가 납니다. 그건 돈이 생겨난 이후 동서양을 막론하고 돈이 인간을 지배해 온 인간의 역사를 다시 확인시켜 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어느 인류 문화사가가 말했습니다. 장구한 인류사에서 가장 강한 권력은 돈이었다.

까마득한 2천여 년 전에 사마천이 『사기』에서 말했었지. 자기보다 열 배 부자면 그를 헐뜯고, 자기보다 백 배 부자면 그를 두려워하고, 자기보다 천 배 부자면 그에게 고용당하고, 자기보다 만 배 부자면 그의 노예가 된다.

첫째, 우리 일광의 돈은 절대로 뒤탈이 생기지 않는다. 둘째, 만에 하나 로비 증거가 드러나도 그 상대를 절대 불지 않고 100퍼센트 보호한다.

돈을 향해 움직이는 회장의 남다른 감각과 촉수에 윤성훈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는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

원래 유행이란 이해할 수도 없고 설명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 하니까 그런 것은 알 바 없고, 그 유행 바람이 자기네 아파트 분양할 때까지 쌩쌩 불어주기를 윤성훈은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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