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장군은 병법에 있는 말을 기억하지 못하는가? ‘죽을 땅에 떨어뜨린 연후에야 살아나며, 망하는 처지에 그대로 두어야 그 뒤에 일어난다[陷之死地而後生, 置之亡地而後存]’라는 것이, 즉 이 같은 것이란 말일세. 모든 사졸이 후퇴하다가는 강물 귀신이 되겠으니 분투할 것 아닌가? 더구나 지금 우리 군대는 각처에서 항복해 온, 통일되지 못하고 교련을 받지 못한 백성들이니, 적군을 상대하다가 도망가기 쉬운 것들이란 말이야! 그런 까닭에 일부러 내가 등 뒤에 강물을 놓고 진을 치게 한 것이야. 이 때문에 죽어도 앞으로 나가다 죽으려고 목숨을 내놓고 싸웠더란 말이지! 그래서 과연 기대하던 바와 같이 승리를 얻은 것일세."

"이것이 이른바 배수背水의 진陳이란 것일세!"

한신은 자기가 처음으로 그전에 없던 새로운 전법戰法을 써서 크게 성공한 것을 스스로 만족해 했다.

"망국의 대부는 잔명을 보존하고자 도모하는 것이 불가하며, 패군한 장수는 용맹을 말함이 불가하외다[亡國之大夫不可以圖存, 敗軍之將不可以語勇]. 그런고로 나는 할 말이 없소이다."

옛날에 백리해百里奚가 우나라에 있어서는 우나라가 망했건만, 그 후 진나라로 간 뒤에 진나라는 마침내 패업霸業을 성취하지 않았습니까? 다만 그 임금이 그 말을 들어 주느냐 안 듣느냐 하는 데 달렸을 뿐이지요.

선생의 고견탁설高見卓說(뛰어난 의견과 논설)은 병법에서 이른바 ‘싸우지 않고 적국의 군사를 눕히는 것[不戰而屈人之兵]’이올시다.

순천자順天者는 흥興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亡하는 것이외다.

"천하의 일이 다 되었습니다! 폐하께서는 만사를 친히 생각하시는 대로 처사하기를 바랍니다. 다만 노신이 폐하를 모시고 삼 년 동안 진심갈력하여 누차 큰 공을 세웠사오니, 불쌍히 여기시옵거든 고향으로 돌아가 와석종신臥席終身(자리에 누워 신명을 마친다는 뜻으로, 제 명을 다 살고 편안히 죽음)이나 하게 해주시옵소서! 노신이 죽기 전에 아뢰는 소원이옵니다!" [걸해골乞骸骨, 자신의 몸이나 해하지 말고 돌아가게 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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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을 땅바닥에 던져 칼로 부숴 버리면서,

‘아! 이제는 일이 다 틀렸구나! 아마도 우리는 패공에게 사로잡히게 될 거야. 포로가 되는 신세에 이 같은 보물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하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노공이 저에게 주시는 것을 경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고로 귀중한 것은 물건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지금 우리가 보물과 함께 빼앗아 와야 할 것은 패공의 목입니다. 이따위 구슬이 아닙니다."

기암괴석奇巖怪石으로 흡사 깊은 산속같이 꾸민 후원의 좁은 길가에는 난초가 심겨 있고, 높은 언덕 위에는 누각이 서 있고 그 처마에는 ‘만권서루萬卷書樓’라는 현판이 걸려 있었다.

"천자의 팔덕은 인仁·효孝·총聰·명明·경敬·강剛·검儉·학學입니다."

충忠·직直·명明·변辦·서恕·용容·관寬·후厚, 이것이 재상검의 팔덕입니다."

"염廉·과果·지智·신信·인仁·용勇·엄嚴·명明, 이것이 원융검의 팔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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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으로 읽는 초한지
10권을 1권으로, 10분의1. 압축

중학3년 농업선생님의 초한지 강의
수업의 반은 초한지 이야기.
정말 기다려지는 시간 👍 👍

다시 읽어도 재밌다

나쁜 유방.
불쌍한 소하, 한신.
멋진 상남자 번쾌.
살아남은 장량, 장가계

홍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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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때라 하는 것, 음양이라 하는 것은 천지 우주의 시초의 이치요, 또 궁극의 이치이다. 좁히면 한 주먹 속에 들고, 키우면 우주에 가득히 차는 이치이다. 우주 만물이 이에서 생겼고 지금 너의 손톱 끝에도 변함이 없이 최초이며 궁극에 귀착하는 이치가 감돌고 있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내가 너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진시황은 춘추 전국시대가 끝나게 될 때이므로 세상에 나타났고, 그가 아직 갈 때가 아닌데도 그것을 알지 못하고 창해 역사를 시켜 네가 죽이려 했으므로 이런 말을 이르는 것이다. 그런고로 먼저 저를 알고, 둘째로 남을 알고, 끝으로 때를 알아라! 만일 이같이 한다면 제왕齊王을 도운 노중련魯仲連보다도, 월왕越王을 도운 범려范蠡보다도 너의 이름이 일월日月과 같이 빛나리라. 나는 이제 너에게 하고자 했던 말과 물건을 전했으니 돌아가겠다.”

교양으로 읽는 초한지 : 불세출의 두 영웅이 펼치는 천하통일 이야기 | 견위 저/장순필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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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법에서 가르치기를, 진을 칠 때엔 ‘산은 오른쪽으로 등지고 물은 왼쪽 앞으로 두라[右背山陵·前左水澤]’하였는데 원수께서는 오늘 강물을 등 뒤에 두고 진을 치고 도리어 이같이 대승大勝하신 까닭을 모르겠사옵니다. 가르쳐 주십시오!"

한신은 마음에 기꺼웠다.

"모든 장군은 병법에 있는 말을 기억하지 못하는가? ‘죽을 땅에 떨어뜨린 연후에야 살아나며, 망하는 처지에 그대로 두어야 그 뒤에 일어난다[陷之死地而後生, 置之亡地而後存]’라는 것이, 즉 이 같은 것이란 말일세.

바로 ‘배수背水의 진陳’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온 말이다.

"폐하께서 지금 유생들을 참형에 처하시고 시서詩書를 불사르게 하시는 것은 천하를 그르치게 하는 처사이오니 가혹한 법을 폐하시기 바랍니다."

이같이 꼿꼿한 말을 했다.

"공자의 법이 아니오라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안하게 하는 법을 따를 뿐입니다."

동방 창해군은 역사가 깊은 단군조선檀君朝鮮 땅이라 대의大義를 존중할뿐더러 의기남아가 많다 하므로 고 씨를 보냈던 것인데, 다행히 존형을 봐오니 십분 만족하고 다행입니다. 그런데 고 씨는 어디로 갔으며 존형은 언제 이곳에 오셨습니까?

"잔인무도한 진시황을 제거하려 함은 천하의 대의를 위함이요, 대장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므로 그저 죽이려 했을 뿐이다. 그 이상 아무것도 나에게 묻지 마라. 대답하지도 않겠다."

어느 곳을 향해야 할 것인가? 천하가 넓어도 이제 그는 갈 곳이 없는 것 같았다. 삼사 년 동안 계획해 오던 진시황 암살도 허사가 되고 보니 앞길이 캄캄했다.

"너는 지난날 때를 모르고 큰일을 하려 한 것이다. 창해 역사의 힘을 빌려서 진시황을 죽이려 한 것도 그 잘못이니라. 때를 알면 이치를 알고, 이치를 알면 운을 안다. 너는 네 몸과 마음을 다해 성심껏 배우겠느냐?"

"욕심이다! 내 잘못은 욕심이었다."

입속으로 이같이 부르짖었다. 그는 자기의 육십 평생을 그르친 것이 이것인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는 약을 마시고 쓰러졌다.

여불위가 죽은 지 십오 년 만에 왕은 육 국을 차례차례 완전히 멸망시키고 스스로 ‘시황제’가 되었던 것이다.

유방은 생각했다. 그리고 장정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모두 내 말을 들어라! 너희가 현령 영감의 명령으로 여산의 공역에 부역하러 가는데 거기 가서는 고생만 할 뿐 언제 고향으로 돌아갈지 알 수 없다. 이미 도망간 놈들은 살 수 있을 것이요, 나를 따라가는 놈은 고생살이를 하다 헛되이 죽을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너희도 도망쳐라! 이것이 내가 너희들에게 이르는 말이다."

하루는 번쾌樊噲가 찾아왔다.

"형님! 안녕하십니까. 여기 계신 것을 모르고 애써 찾아다녔습니다."

번쾌는 유방에게 절을 하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자네가 어찌 알고 찾아왔는가?"

‘잘못했다! 초나라에 붙는 것이 아니었는데…….’ 그는 이렇게 후회하면서 수레 밖에서 항우의 수레 뒤에 따르는 우자기를 내다보며 물었다.

"저 사람이 누구인가?"

"예, 패현 땅의 패공 유방이라고 합니다."

"그 사람은 한韓나라의 장량張良입니다. 한나라 오 대 정승집 자손이지요. 자는 자방子房이라 부르는 사람인데, 일찍이 의인을 만나 가르침을 받은 바 있어 그야말로 도통한 사람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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