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괴담들을 남겼을 것이다. 후대의 사람들에게 그 위험을 전하기 위해서일 수도, 두려움에 맞섰던 이들의 좌절과 성공의 지혜를 남기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죽음과 두려움에 맞서 끝내 패배한 사람들, 영원히 괴물과 피해자로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며 그 어떤 것이든 나름의 감상을 느껴 보길 바란다.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괴담실록 2》는 이 땅에서, 혹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우리보다 먼저 살다간 사람들의 두려움과의 고군분투, 허무와 절망, 좌절의 이야기이자 유산으로 여겨 주길 바란다.
"너는 사람의 일곱 가지 감정 중, 기쁨(희, 喜)과 분노(노, 怒), 슬픔(애, 哀), 두려움(구, 懼), 미움(도, 惡) 그리고 욕망(욕, 慾)은 모두 잊었으나 끝내 사랑(애, 愛)을 버리지 못했다. 방금 그 소리만 내지 않았더라면, 내 약은 완성되고 너 또한 나와 함께 하늘로 올라가 신선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고는 깊이 탄식하며 말을 이었다. "신선의 재목을 얻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구나…"
예상대로 말일 때와는 다르게 혹사당할 일은 없었고, 토호는 이전보다 훨씬 나은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다만 젖을 뗄 무렵부터 그를 괴롭게 하는 일이 하나 있었는데, 자꾸만 자신의 변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이유 모르게 그 냄새에 끌리고 그것을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솟아올랐다.
사람 중 전생에 짐승이었던 자가 있을 수 있듯 짐승 중에서도 전생에 왕후장상이었던 자가 있을 것이다.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그 나무를 심어야 하듯 가난한 자는 선행을 베풀어야 하고, 꽃이 핀 뒤에도 그 뿌리가 튼튼해야 오래 키울 수 있듯 고귀한 집안 또한 선행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옛 중국 동안현에 석렴이라는 장사꾼이 살고 있었다. 상인이라면 모름지기 이윤을 남기고 손해는 줄이는 것을 최우선으로삼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에게는 다른 이들과 달리 반드시 지키는 한 가지 원칙이 더 있었다.
아무리 이득이 되는 일이라도 협잡과 속임수가 섞인 일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것이었다.
인유삼원(남으로부터 원망을 사는 세 가지, 시기를 이른다)
"단, 이겨낼 수 있는 일에 열어 보아서는 안됩니다. 피할 수 없는 재앙인지, 잡을 수 있는 복인지는 선생께 달려 있으니…"
‘안타깝지만 당신의 명은 여기까지라오. 곧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니…’
‘당신의 아내와 아들에게 작별을 고할 시간을 주겠소.’
위고가 만난 노인은 ‘월하노인’이라는 신으로, 예로부터 혼인을 관장하는 신으로 모셔지고 있다. 중국의 혼례 관습에는 신부와 신랑이 서로 묶인 붉은 천을 들고서 걷는 의식이 있는데, 이는 월하노인의 붉은 실로 서로가 맺어졌다는 의미에서 행해지는 것이라고 한다. 중국에는 현재에도 월하노인을 모시는 많은 사당이 남아 있다.
"지금껏 영험을 부린 것은 부처님이 아니라 이곳의 산 귀신이었다. 놈이 불상에 깃들어 석가여래의 영험함인 것처럼 꾸민 것이다. 물건을 두고 공양을 올리다 보면 그것에 영험함이 깃들고, 어리석은 이는 혹하여 진정 섬기는 것을 잊고 물건을 섬기게 된다. 그렇게 영험함에 취해 의지하게 되면, 마침내 귀신이 본색을 드러내어 화를 닥치게 하여도 눈이 멀어 이를 피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곳에도 간혹 절 전체가 화를 입고 중들이 까닭 없이 죽곤 하였는데, 모두 이와 같은 일이었다. 너희들은 항상 이를 경계하여야 한다!"
대사는 공민왕과 우왕의 왕사이자 무학대사의 스승인 나옹대사로, 그는 고려 불교의 기풍을 바로잡고 민생 교화에 힘썼으며 고려 말기, 살아 있는 부처라 불리며 많은 우러름을 받았다.
물건이 오래되면 신령해지고 물건이 신령해지면 반드시 의지하는 데가 있기 마련이다. 하물며 불사는 아침저녁으로 공양을 하는 곳이니, 음식을 구하는 귀신들이 이를 두고 어디로 가겠는가? 근래에 간혹 돌 사람을 깎아 무덤을 지키게 하는 일이 있는데, 시간이 흐르면 돌 사람이 제사를 대신 받게 된다. 이에 망주석으로 돌 사람을 대신하게 하곤 하니, 이것은 이치에 맞는 일인 것이다. 나옹은 신통한 고승이로다!
죄를 지은 자가 지옥을 멀게 느끼는 까닭은 죄를 짓지 않아서가 아니라 스스로 핑계를 대어 죄가 없는 줄 착각하기 때문이다. 이승에서 자신의 악행을 알지 못하니 저승에서 벌을 받게 될 것 또한 알지 못하고 두려워하지 않는 것뿐이다.
‘원한은 은혜로 푸는 법, 이곳에서 귀인을 만날 것이니 그에게 은혜를 베풀라…’
‘두창’이라고도 불리는 천연두는 만년 넘게 인류를 괴롭혀 온 무서운 질병이다. 이 병에 걸린 사람은 온몸에 심한 발진이 일어나고 죽을 듯한 고통과 고열에 시달리게 되는데,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으며 살아남는다고 하더라도 시력을 잃거나 뇌 손상을 입는 경우가 많았다. 오죽하면 조선시대에 ‘천연두를 마칠 때까지는 식구로 치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예로부터 민간에서는 마마신이라는 귀신이 천연두를 옮긴다고 보았다. 이는 천연두를 다르게 부르는 말인 ‘마마’에서 나온 명칭인데, 과거 지체 높은 이를 부를 때 쓰던 호칭인 ‘마마’와 같은 의미로, 이 귀신이 들어와 병을 옮기면 그저 비위를 맞추고 모셔서 돌아갈 것을 비는 것 외에는 대책이 없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마마는 전쟁의 살벌한 기운이 하늘을 가득 메워 생긴 병이다. 이 병을 옮기는 마마신은 백성들의 무속에서 나온 이야기인데, 그래서 마마가 걸린 집안에서는 반드시 그 귀신의 신위를 마련해 기도를 올리곤 한다. 그것이 효과가 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이 이야기들을 보건대 마마를 퍼트리는 신은 분명히 있는 듯하다. 이 두 이야기는 믿을 만하기에 적어 둔다.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집이 버려진 지 오래되면 음기가 강해져 지박령이 붙고 끝내 흉가가 된다고 믿었는데, 풍수를 중요시했던 조선에서는 이런 흉가들을 몹시 불길한 터로 여겼다. 또한 사람들이 사라지고 버려진 집이란 가문의 소멸을 뜻했기 때문에 조상숭배와 가문을 중요시했던 조선시대에는 크나큰 두려움의 대상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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