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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중순인데도 최고기온이 삼십삼 도까지 치솟은 날이었다. 그는 오후 네시 반에 집을 나섰다. 애견 시로도 함께였다. 아직 강아지인 시로는 늦더위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산책을 나가자고 졸라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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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하게도 하시바는 신문에 실린 모든 살인 사건을 가리켜 무쿠로바라가 한 짓이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그중 하나를 골라서 오는 것이다.

‘당신은 다른 사람이 발을 밟힌 걸 보고 아프겠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인간의 기억력은 도움이 되기도 하고 되지 않기도 한다. 개인차가 있다. 어떤 일은 이상할 정도로 또렷이 기억하는데 다른 일은 새까맣게 잊는 일이 있다. 이른바 ‘억압’인가 하는 것의 작용 때문이다.

내가 수학여행으로 홋카이도에 갔을 때 오타루의 유리공예점에서 사온 것이다.

우리 두 사람 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집 안의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오스기 씨, 가스 누설인가요?"라고 물어서 엄마는 웃으며 "죄송해요" 하고 대답했다. 뭐가 죄송한지 잘 모르겠지만 옆집 주인에게는 통한 듯했다. 고개를 집어넣는다.

"대뜸 누구냐고 물으며 접촉하는 건 미개인의 방식이에요."

"괜찮아, 겐지는 미개인이니까."

설마 마을 사람들이 안심하고 우리 집을 험담할 수 있도록 여기만 ‘소리 왕따’를 하는 건 아니리라.

할머니는 어쩌고 있느냐 하면 텔레비전을 본다. 원래부터 거의 들리지 않았으니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리라.

"아까 미치코 씨가 양말만 신은 저를 길로 끌어냈기 때문이에요."

"노인장은 오목도 좋아하세요."

나는 할머니가 오목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걸 타인이 알려주다니 마음이 찝찝했다.

‘할머니는 금방 응석을 받아 준다니까’라는 말을 나도 들은 적이 있다. 특히 우리가 자라며 부모님을 조르기보다 할머니를 조르면 더 잘 받아준다는 걸 알고부터 꽤 커다란 마찰의 원인이 되었다.

열시쯤 ‘무음’이 찾아왔다. 우리는 조금 두근거렸다. 이게 마지막이라는 해방감에서 오는 두근거림과 마지막이니까 이런 희한한 체험을 제대로 맛봐 두자는 마음으로.

"봄에 한 건강 검진 때 청력검사를 구실로 그들과 가족 모두의 귀에 하이테크 귀마개인지 하는 걸 붙였군요."

"나가! 나가!"

우리는 웃기 시작했다. 웃고 또 웃고 진심으로 즐겁게 웃어 댔다.

더는 소리가 멈추거나 웃음이 끊이는 일이 없었다.

미야베 미유키는 아무렇지 않게 특별한 작가입니다. 별것 아닌 이야기를 때로는 서글프게, 으스스하게, 익살스럽게 엮어 내는 기묘한 작가입니다.

이 책은 기묘한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기묘한 단편집입니다.

「지하도의 비」는 격정적인 쓸쓸함으로,

「결코 보이지 않는다」는 먹먹해하며,


「불문율」은 분통을 터뜨리며,

「혼선」은 어릴 적에 이불을 뒤집어쓴 채 귀를 쫑긋 세우고 으스스한 옛날이야기를 듣던 기분으로,

「영원한 승리」는 뜻하지 않은 로맨스에 설레는 마음으로,

「무쿠로바라」는 불합리와 맞설 수 없는 무력함을 느끼면서,

「안녕, 기리하라 씨」는 유쾌한 노래를 흥얼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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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가졌다고는 해도 역시 애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아내가 훨씬 많다. 엄마가 하는 말은 아이─특히 엄마랑 사이좋은 딸에게는 신의 계시에 가까운 효력을 지니는 법이다.

"그게 참 재미있다니까. 애들이 ‘어머니’는 혼동하지 않아. 나인지 할머니인지 확실히 안대. 신기하지?"

"세상에는 하느님도 부처님도 없어요."

세상에는 하느님도 부처님도 분명히 있다. 그저 당신이 필요로 했을 때 하필 다들 휴가를 떠났을 뿐이다.

반장은 그걸 생각하면 늘 그렇듯 하시바가 못 견디게 가여웠다. 이 사람은 무엇 하나 잘못하지 않았다. 그저 하느님과 부처님이 휴가 간 사이에 나쁜 장소에서 나쁜 상대와 맞닥뜨리고 말았을 뿐인데 그걸로 인생이 망가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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