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대장정 서재 (대장정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 /><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Tue, 04 Aug 2026 01:56:09 +0900</lastBuildDate><image><title>대장정</titl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myface/pt_7980481063106933.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대장정</description></image><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에세이</category><title>[마이리뷰] 장날 - [장날 - 사라져 가는 순간의 기억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31156</link><pubDate>Tue, 04 Aug 2026 00:5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3115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2794958&TPaperId=1743115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7599/8/coveroff/895279495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2794958&TPaperId=1743115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장날 - 사라져 가는 순간의 기억들</a><br/>이흥재 사진, 김용택.안도현 글 / 시공아트 / 2018년 12월<br/></td></tr></table><br/>[나의 이야기 4] 용택이 성을 찾아 천담리로 가던 날<br><br>아부지에 대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다 보니, 이번에는 훌쩍 자라 스물다섯 살이 된 내가 떠올랐다.<br><br>1998년 어느 날.<br><br>군대 휴가를 나온 한 청년은 서울에서 임실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관광을 가는 것도 아니고, 친척을 찾아가는 것도 아니었다. 책 두 권 때문이었다.<br><br>김용택 시인의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와 『그리운 것은 산 뒤에 있다』였다.<br><br>청년은 김용택 시인의 글을 읽을 때마다 궁금해했다. 용택이 성은 어린 시절 일을 어쩌면 그렇게 세세하게 기억하는지, 아무래도 기억에 문학적인 재구성이 조금은 보태진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청년은 당최 생각나는 것이 거의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br><br>그런데 막상 하나의 기억을 붙잡고 더듬기 시작하니, 기억은 혼자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나가 떠오르면 그 옆에 있던 또 다른 기억이 따라 나오고, 그것이 다시 오래 묻혀 있던 장면을 불러냈다.<br><br>책을 읽는 동안 청년은 자꾸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br><br>“워매, 우리 동네 야그그만.”<br><br>김용택 시인이 써 내려간 섬진강변의 냇물과 논밭, 장날과 시골 사람들의 모습은 어린 시절 자신이 살았던 웅천의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br><br>그래서 청년은 김용택 시인을 마음속으로 ‘용택이 성’이라 불렀다. 유명한 시인이라기보다 우리 동네 어디쯤에 살고 있을 것 같은 정겨운 시골 형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br><br>청년은 임실에서 다시 덕치행 버스를 타고 덕치 차부에 내렸다. 차부에 있던 어르신에게 물었다.<br><br>“천담리 가려면 어디로 가야혀요?”<br><br>어르신은 저쪽 고개를 가리키며 말했다.<br><br>“저짝 고개로 넘어가소.”<br><br>“아, 그려요. 고맙습니다.”<br><br>청년은 그 말 한마디만 믿고 고개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br><br>지금 같으면 휴대전화를 꺼내 지도를 확인했겠지만, 그때는 그런 것이 없었다. 길이 맞는지,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고개를 넘고 한참을 걸었지만 어디가 어딘지 도무지 분간되지 않았다. 날은 점점 저물어 갔다.<br><br>그 무렵 길가에는 하림 닭고기 공장으로 기억되는 큰 시설이 하나 있었던 것 같다. 정확한 장소와 공장 이름은 이제 분명하지 않다. 다만 그 근처에서 더는 무작정 걸어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히치하이킹을 했던 기억은 남아 있다.<br><br>요즘 같으면 낯선 차를 얻어 타는 일은 꿈도 꾸기 어렵겠지만, 그때는 길가에서 손을 들고 지나가는 차를 세웠다. 마침 차를 멈춰 준 사람은 전주로 가던 치과의사였다.<br><br>그분은 아마 군인 한 명을 차에 태워 준 일을 오래전에 잊었을 것이다. 그러나 도움을 받은 청년은 거의 삼십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날의 길과 그 사람을 잊지 못하고 있다.<br><br>세월이 흐른 지금 그날을 다시 떠올려 보니, 용택이 성의 고향을 찾아 걸었던 기억과 어린 시절 웅천장의 풍경이 어느새 하나로 겹쳐져 있었다.<br><br>이제 기억은 천담리에서 다시 웅천으로 향한다.<br><br>용택이 성은 갈담장의 풍경을 글로 남겼지만, 청년이 떠올린 것은 웅천장이었다.<br><br>그 청년은 바로 젊은 날의 나였다.<br><br>어린 시절 웅천장날은 작은 축제와 같았다. 웅천장은 2일과 7일에 서는 오일장이었다. 장날이 되면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읍내로 모여들었다. 웅천역에는 기차를 타고 온 사람들이 내렸고, 버스차부에도 인근 마을에서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br><br>웅천에는 기차역과 버스차부가 있었고, 농협과 의원, 지서도 있었다. 중국집과 라사도 있었으며, 금성전자와 대우전자 대리점 간판도 눈에 들어왔다. ‘라사’는 당시 양복점을 뜻하던 이름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웅천은 갈담보다 훨씬 큰 읍내였고, 어린아이의 눈에는 제법 번듯한 도시처럼 보였다.<br><br>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갖가지 물건과 사람들이 눈길을 붙들었다. 고무신과 옷가지, 농기구와 생활용품이 좌판에 늘어섰고, 어디선가 뻥튀기 기계가 굉음을 터뜨렸다.<br><br>“뻥!”<br><br>갑작스러운 소리에 놀랐다가도 금세 퍼지는 고소한 냄새에 다시 그쪽으로 눈길이 갔다. 어른들에게 장날은 필요한 물건을 사고파는 날이었지만, 아이들에게는 세상을 구경하는 날이었다.<br><br>장터 주변에는 중국집과 국밥집, 막걸릿집뿐 아니라 보신탕집도 있었다. 보령과 서천 쪽에서는 보신탕집이 낯선 풍경이 아니었고, 특히 서천 판교는 오래전부터 보신탕으로 이름난 곳이었다. 그런 지역의 식문화 속에서 웅천장 주변의 보신탕집도 자연스러운 읍내 풍경의 하나였다.<br><br>중국집 가운데에는 사천성도 있었다. 훗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에도 소개된 집으로, 지금은 웅천장을 찾는 외지 사람들에게도 알려져 있다.<br><br>설 대목의 웅천장은 평소 장날보다 더욱 붐볐다. 어느 해였는지는 또렷하지 않지만, 설을 앞두고 엄니를 따라 가래떡을 빼러 장에 갔던 기억이 난다.<br><br>불린 쌀을 빻아 만든 뜨거운 반죽이 기계 안으로 들어가면, 잠시 뒤 희고 긴 가래떡이 김을 모락모락 피우며 뽑혀 나왔다. 기계 밖으로 길게 밀려 나오는 가래떡을 바라보는 일은 어린 내게 참 신기하고도 짜릿한 구경이었다.<br><br>갓 뽑은 가래떡을 그 자리에서 한입 베어 물면, 뜨겁고 말랑한 떡이 입안에 착 달라붙었다.<br><br>“카, 맛이 기가 멕히네.”<br><br>별다른 고물도 양념도 없었지만, 그때 먹었던 따끈한 가래떡 맛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br><br>엄니와 함께했던 가래떡의 기억을 떠올리다 보니, 이번에는 아부지와 함께 웅천 시내의 ‘백마루’라는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었던 날도 다시 생각났다.<br><br>예전에는 어디를 다녀오던 길이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만 여겼다. 그런데 장날 풍경을 하나씩 더듬다 보니 문득 그날도 웅천장날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br><br>확실한 것은 아니다. 다만 장날에 아부지를 따라 읍내에 나갔다가 백마루에 들러 짜장면을 먹었을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다.<br><br>백마루는 훗날 사라졌다. 그래도 그날 아부지와 함께 먹었던 짜장면 한 그릇만은 잊히지 않는다. 어쩌면 그 기억은 짜장면과 함께 오래전 웅천장날의 한때를 품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br><br>장날은 물건을 사고파는 날만은 아니었다. 당시 시골 사람들은 면사무소에 볼일이 있어도 아무 때나 읍내에 나가기 어려웠다. 장날이 되어야 장도 보고 다른 볼일도 한꺼번에 보면서 겨우 면사무소에 들르곤 했다.<br><br>내가 왜 실제보다 한 살 늦게 호적에 올랐는지도 훗날 엄니에게 들었다.<br><br>내가 태어난 때는 추석 무렵이었다. 그해 아부지는 벼를 베고 타작하며 추수를 마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고 한다. 당시에는 면사무소에 볼일이 있어도 일부러 하루를 내어 가기 어려웠고, 장날이 되어야 겨우 읍내에 나가 면사무소에도 들를 수 있었다.<br><br>그런데 농번기에는 그 장날마저도 나갈 수 없었다. 결국 농사일이 뜸해진 겨울에야 출생신고를 했고, 그 바람에 나는 실제보다 한 살 늦게 호적에 오르게 되었다.<br><br>그 시절 시골에서는 출생신고가 늦어 실제 나이와 호적 나이가 다른 아이들이 드물지 않았다. 내 친구들 가운데도 그런 경우가 제법 있었다.<br><br>그런데 나보다 실제 생일이 한 달쯤 늦은 사촌은 출생신고가 제대로 되어 있었다.<br><br>국민학교에서는 출석번호를 생일순으로 매겼는데, 그 녀석은 늘 내 앞번호였다. 분명 내가 먼저 태어났는데도 사촌이 언제나 앞에 있으니 어린 마음에는 그것이 영 이상했다.<br><br>‘작은아부지는 내 것도 좀 같이 해주시지.’<br><br>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지만, 그때는 정말 이해하기 어려웠다.<br><br>세월이 흐르면서 웅천의 모습도 많이 달라졌다. 장항선이 이설되면서 읍내에 있던 옛 웅천역은 문을 닫았고, 새 웅천역은 읍내 외곽으로 옮겨갔다. 장날이면 사람들을 싣고 와 읍내에 내려놓던 옛 역에는 이제 열차가 서지 않는다.<br><br>그래도 웅천장은 여전히 남아 있다.<br><br>지금도 추석을 앞두고 작은아부지와 형제들이 모여서 함께 벌초를 한다. 벌초를 마치고 웅천장으로 가서 식사도 한다. 예전처럼 읍내 전체가 들썩일 만큼 붐비지는 않지만, 시장 안에는 채소와 나물, 고구마와 곡식을 펼쳐 놓은 좌판이 이어지고, 오래된 식당들도 여전히 손님을 맞는다.<br><br>신기한 것은 문다방 간판이다. 언제부터 그 자리에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내가 중학생이던 시절에도 문다방은 분명히 있었다. 지금도 같은 이름의 간판이 걸려 있는 것을 보면, 그 앞을 수없이 오갔던 어린 시절이 문득 떠오른다.<br><br>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아직도 장터 한쪽에 뻥튀기 기계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낡은 기계 주변에는 튀겨진 곡식 부스러기가 흩어져 있고, 그 옆에서는 강아지 한 마리가 쫄랑거리며 돌아다닌다.<br><br>어린 시절 귀를 막게 했던 그 “뻥!” 소리가 지금도 웅천장 한쪽에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장터의 모습도, 그곳을 오가는 사람들도 많이 달라졌지만, 문다방 간판과 뻥튀기 기계를 보고 있으면 옛 웅천장과 지금의 웅천장이 잠시 한자리에 겹쳐 보인다.<br><br>용택이 성의 갈담장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생각나는 것이 거의 없다고 여겼던 내 기억 속에서도 웅천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br><br>기차역과 차부, 농협과 의원, 라사와 문다방, 금성전자와 대우전자 대리점, 뻥튀기 소리와 설 대목에 엄니와 함께 뽑았던 김 나는 가래떡, 중국집과 보신탕집, 아부지와 마주 앉아 먹었던 백마루의 짜장면, 장날에야 갈 수 있었던 면사무소까지.<br><br>흩어져 있던 기억들은 그렇게 하나의 웅천장으로 이어졌다.<br><br>용택이 성이 써 내려간 것은 갈담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 시절 시골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슴속에 하나쯤 품고 있는, 자기 고향 장날의 풍경을 글로 남긴 것이었다.<br><br>나에게 그 장날은 갈담이 아니라 웅천이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7599/8/cover150/895279495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75990815</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에세이</category><title>[마이리뷰] 장날 - [장날 - 사라져 가는 순간의 기억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31153</link><pubDate>Tue, 04 Aug 2026 00:5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3115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2794958&TPaperId=1743115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7599/8/coveroff/895279495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2794958&TPaperId=1743115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장날 - 사라져 가는 순간의 기억들</a><br/>이흥재 사진, 김용택.안도현 글 / 시공아트 / 2018년 12월<br/></td></tr></table><br/>이 책은 갈담장의 실제 규모를 생각하면 다소 크게 묘사된 부분도 있고, 객관적인 장세와는 차이가 있는 대목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점과는 별개로 충분한 소장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br><br>이 책에는 임실 강진장뿐만 아니라 임실장, 관촌장, 오수장, 운암장, 순창장, 쌍치장, 복흥장, 장수 장계장, 남원장, 인월장, 전주 남부시장, 전주 중앙시장, 정읍 샘고을시장, 김제 원평장, 고창장, 무장장, 해리장, 완주 삼례장, 무주 안성장, 부안 줄포장, 진안 마령장, 구례장, 화순장, 곡성장, 영광장, 영암장, 금산장, 부여장 등 충청과 호남의 수많은 장터들이 담겨 있다. 특히 대부분의 사진이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 촬영되어 우리 시골 장터가 가장 활기를 띠던 마지막 시기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br><br>사진 속에는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과 좌판, 장꾼들의 모습은 물론 당시의 거리 풍경과 시장 주변 건물까지 자연스럽게 기록되어 있다. 덕분에 단순한 수필집을 넘어, 지금은 대부분 사라져 버린 우리 시골 장터의 생활상과 지역문화를 고스란히 담아낸 생활사 기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br><br>오늘날 많은 오일장이 명맥만 유지하거나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히 김용택의 추억을 담은 책이 아니라, 충청과 호남 곳곳의 장터가 가장 활기찼던 시절을 사진과 글로 남겨 놓은 귀중한 기록물이다. 앞으로 세월이 흐를수록 그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며, 오래도록 간직할 만한 충분한 소장가치를 지닌 책이라고 생각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7599/8/cover150/895279495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75990815</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에세이</category><title>[마이리뷰] 장날 - [장날 - 사라져 가는 순간의 기억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31151</link><pubDate>Tue, 04 Aug 2026 00:5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3115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2794958&TPaperId=1743115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7599/8/coveroff/895279495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2794958&TPaperId=1743115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장날 - 사라져 가는 순간의 기억들</a><br/>이흥재 사진, 김용택.안도현 글 / 시공아트 / 2018년 12월<br/></td></tr></table><br/>[장터 비교 분석보고]<br><br>김용택의 『장날』에 나타난 갈담장과 웅천장의 장세 비교<br>― 2000년 인구와 배후생활권을 중심으로 ―<br><br><br>1. 분석 개요<br><br>가. 분석 목적<br><br>ㅇ(배경) 김용택의 『장날』에서 전북 임실군 강진면 갈담장을 많은 사람과 물자가 모이는 크고 활기찬 장터로 묘사<br><br>ㅇ(비교) 갈담장의 실제 장세를 살펴보기 위해 내 고향 충남 보령시 웅천읍의 웅천장과 중심지역 인구, 인접 읍·면의 배후인구, 교통 및 생활권 기능 비교<br><br>ㅇ(기준) 『장날』에 수록된 사진들이 주로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의 장터 모습을 담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당시 장세를 비교하기 위한 기준 시점을 2000년으로 설정<br><br><br>나. 비교 대상<br><br>1) 갈담장 생활권<br><br>ㅇ(중심지역) 임실군 강진면<br><br>ㅇ(인접지역) 임실군 운암면, 청웅면, 덕치면, 정읍시 산내면<br><br>2) 웅천장 생활권<br><br>ㅇ(중심지역) 보령시 웅천읍<br><br>ㅇ(인접지역) 보령시 남포면, 주산면, 성주면, 미산면<br><br><br>2. 중심지역 인구 비교<br><br>가. 강진면<br><br>ㅇ(인구) 2000년 강진면 인구 2,457명<br><br><br>나. 웅천읍<br><br>ㅇ(인구) 2000년 웅천읍 인구 9,579명<br><br><br>다. 비교 결과<br><br>ㅇ(차이) 웅천읍 인구는 강진면보다 7,122명이 많고 약 3.9배 규모<br><br>ㅇ(절대규모) 웅천읍은 자체 인구만으로도 하나의 중심상권을 형성할 수 있는 규모였던 반면, 강진면은 주변 산간 면 지역의 수요까지 흡수해야 장터 유지가 가능한 구조<br><br>ㅇ(의미) 중심지역 인구만 비교하더라도 두 장터의 경제적 기반과 잠재 소비수요에서 상당한 차이 존재<br><br><br>3. 배후생활권 인구 비교<br><br>가. 갈담장 생활권<br><br>ㅇ(인구) 2000년 생활권 인구는 5개 면 총 약 10,171명<br><br>  * 강진면 2,457명, 운암면 2,141명, 청웅면 약 1,908명, 덕치면 약 1,785명, 산내면 약 1,880명<br><br>ㅇ(비고) 강진면과 운암면은 확인값이며, 청웅면, 덕치면, 산내면은 현재 인구에 강진면과 운암면의 2000년 대비 인구감소 비율을 적용한 추정값<br><br><br>나. 웅천장 생활권<br><br>ㅇ(인구) 2000년 생활권 인구는 5개 읍·면 총 27,086명<br><br>  * 웅천읍 9,579명, 남포면 7,051명, 주산면 4,009명, 성주면 3,846명, 미산면 2,601명<br><br><br>다. 비교 결과<br><br>ㅇ(차이) 웅천장 생활권은 갈담장 생활권보다 약 16,915명이 많고 약 2.7배 규모<br><br>ㅇ(주변지역) 웅천읍을 제외한 남포면, 주산면, 성주면, 미산면의 인구만 합산해도 17,507명으로 갈담장 생활권 전체 추정인구를 크게 상회<br><br>ㅇ(시장기반) 장터를 이용할 수 있는 잠재인구와 물품 소비량, 농수산물 반입량 등을 고려할 때 웅천장의 경제적 기반이 갈담장보다 현저히 큰 구조<br><br><br>4. 중심지 기능 비교<br><br>가. 웅천장<br><br>ㅇ(행정기능) 웅천은 1995년 읍으로 승격된 보령 남부지역의 중심지로서 행정, 교육, 상업 기능이 집중된 지역<br><br>ㅇ(도로교통) 국도 제21호선과 지방도를 통해 남포면, 주산면, 미산면, 성주면 등 주변 지역과 연결되는 구조<br><br>ㅇ(철도교통) 장항선 웅천역이 위치하여 사람과 물자의 중장거리 이동에 유리한 조건<br><br>ㅇ(교통특성) 국도와 지방도에 장항선 철도가 결합된 교통체계를 갖춘 지역으로 도로와 철도를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교통 구조<br><br>ㅇ(시장기능) 농산물뿐 아니라 서해안 수산물과 웅천 모시 등 다양한 상품이 거래되어 시장의 품목과 이용계층이 넓은 장터<br><br><br>나. 갈담장<br><br>ㅇ(행정기능) 강진면 소재지로서 면사무소 등 행정기능을 수행하며 지역 주민의 생활 중심 역할 담당<br><br>ㅇ(지역기능) 갈담장은 섬진강과 임실 남서부 산간지역 주민들이 생활필수품을 구입하고 농산물을 거래하던 지역 중심 장터<br><br>ㅇ(도로교통) 국도 제15호선, 제27호선, 제30호선이 통과하거나 연결되어 주변 지역의 접근성이 비교적 양호한 구조<br><br>ㅇ(교통특성) 철도교통은 없으나 여러 방향의 국도망을 통해 임실, 순창, 정읍, 남원 방면과 연결되는 도로교통 중심의 구조<br><br>ㅇ(생활중심) 객관적인 상권 규모와는 별개로 주변 산골 주민들에게 사람과 물자, 소식이 한곳에 모이는 중요한 생활공간<br><br><br>5. 중심지 이론에 따른 분석<br><br>가. 중심지와 배후지의 관계<br><br>ㅇ(중심지) 장터는 주변 주민에게 물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심지이며 장터 유지를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배후인구 필요<br><br>ㅇ(최소수요) 배후인구가 많을수록 판매 가능한 상품의 종류와 수량이 증가하고 상설점포와 전문상점의 유지 가능성 확대<br><br>ㅇ(접근성) 시장의 실제 이용권은 배후인구뿐 아니라 도로와 철도 등 교통망의 형태와 연결 방향에 따라 결정<br><br><br>나. 갈담장과 웅천장 적용<br><br>ㅇ(갈담장) 약 1만 명 규모의 산간 생활권을 배후로 하면서 강진면 소재지와 국도 제15호선, 제27호선, 제30호선을 기반으로 한 도로교통 중심의 지역 장터<br><br>ㅇ(웅천장) 약 2만 7천 명의 배후인구와 읍 소재지 기능, 국도 제21호선, 지방도, 장항선 웅천역을 바탕으로 보령 남부권의 중심 장터<br><br>ㅇ(도로망) 도로 노선의 수와 방사형 연결성에서는 강진면이 오히려 우세한 구조<br><br>ㅇ(철도망) 웅천읍은 장항선 철도를 통해 도로망의 한계를 보완하고 장거리 인구와 물자의 이동에 유리한 조건 확보<br><br>ㅇ(기능차이) 웅천장의 배후인구가 갈담장보다 약 2.7배 많다는 것은 단순한 이용객 수의 차이를 넘어 거래 품목, 점포 수, 상설시장 기능에서도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의미<br><br>ㅇ(종합판단) 두 지역의 교통조건은 강진은 도로교통 중심, 웅천은 도로와 철도가 결합된 교통 중심의 구조이며, 장세 차이의 핵심 요인은 교통망보다 배후인구와 상설상권 규모에 있는 것으로 판단<br><br><br>6. 『장날』의 갈담장 묘사에 대한 해석<br><br>가. 문학적 기억과 실제 시장 규모<br><br>ㅇ(기억) 김용택에게 갈담장은 어린 시절 세상의 여러 사람과 물건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던 가장 크고 화려한 공간<br><br>ㅇ(체감규모) 작은 산골마을에서 생활한 어린이의 시선으로 볼 때 장날의 갈담장은 평소의 조용한 마을과 대비되어 실제 규모보다 훨씬 크고 북적이는 공간으로 기억될 수 있는 조건<br><br>ㅇ(문학성) 『장날』의 묘사는 장터의 면적이나 거래액을 객관적으로 비교한 것이 아니라, 갈담장이 지역 주민과 작가의 삶에서 차지했던 존재감을 표현한 문학적 기록<br><br><br>나. 객관적 비교 결과<br><br>ㅇ(중심인구) 2000년 웅천읍 인구는 강진면 인구의 약 3.9배 수준<br><br>ㅇ(배후인구) 주변 읍·면까지 포함한 웅천장 생활권은 갈담장 생활권보다 약 2.7배 큰 규모<br><br>ㅇ(교통여건) 강진은 도로교통 중심, 웅천은 도로와 철도가 결합된 교통 중심의 구조<br><br>ㅇ(판단) 교통 여건은 서로 장단점이 존재하지만, 실제 장세와 경제적 기반은 배후인구와 상설상권 규모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것으로 판단<br><br><br>7. 종합 결론<br><br>ㅇ(갈담장) 갈담장은 강진면 소재지를 중심으로 임실 남서부와 섬진강 산간생활권 주민들에게 중요한 지역 중심 장터였으며, 김용택의 어린 시절 기억 속에서는 세상의 모든 사람과 물건이 모이는 큰 공간<br><br>ㅇ(웅천장) 웅천장은 웅천읍 소재지를 중심으로 강진면보다 약 3.9배 많은 자체 인구와 갈담권보다 약 2.7배 큰 배후인구를 기반으로 성장한 보령 남부권의 중심 장터<br><br>ㅇ(교통비교) 강진은 국도 제15호선, 제27호선, 제30호선을 기반으로 한 도로교통 중심의 지역이었고, 웅천은 국도 제21호선과 지방도, 장항선 철도가 결합된 교통 중심의 지역<br><br>ㅇ(장세비교) 인구수의 경제학과 중심지 기능을 기준으로 볼 때 웅천장은 갈담장보다 시장 규모와 상권 범위에서 현저히 우세하며, 두 장터의 객관적인 장세는 직접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br><br>ㅇ(최종해석) 김용택이 『장날』에서 갈담장을 크고 성대한 장으로 묘사한 것은 실제 경제규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산골마을 주민과 어린 김용택의 삶에서 갈담장이 차지했던 기억과 감정의 크기를 표현한 문학적 서술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br><br><br>※ 갈담장 생활권 인구 중 청웅면, 덕치면, 산내면의 2000년 인구는 현재 인구와 강진면, 운암면의 2000년 대비 인구감소 비율을 적용한 추정값이며, 해당 지역 통계연보 원자료 확보 시 보정 필요]]></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7599/8/cover150/895279495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75990815</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에세이</category><title>[오늘의 한문장] 장날</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31086</link><pubDate>Tue, 04 Aug 2026 00:0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31086</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2794958&TPaperId=1743108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7599/8/coveroff/8952794958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7599/8/cover150/895279495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75990815</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에세이</category><title>내가 어른이 되어 다시 보게 된 그 기와집은 작아 보...</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30814</link><pubDate>Mon, 03 Aug 2026 22:1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30814</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2794958&TPaperId=1743081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7599/8/coveroff/8952794958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7599/8/cover150/895279495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75990815</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에세이</category><title>[마이리뷰] 충청도의 힘 - [충청도의 힘 - 능청 백단들의 감칠맛 나는 인생 이야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30333</link><pubDate>Mon, 03 Aug 2026 17:1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3033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3720926&TPaperId=1743033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889/69/coveroff/896372092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3720926&TPaperId=1743033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충청도의 힘 - 능청 백단들의 감칠맛 나는 인생 이야기</a><br/>남덕현 지음 / 양철북 / 2013년 07월<br/></td></tr></table><br/>[나의 이야기 3] 내 기억 속의 아버지 2...<br>― 소나기로 보지 못한 야구, 담을 넘으신 아부지<br><br>1982년 여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br><br>프로야구가 처음 시작된 해였고, 나는 국민학교 2학년이었다. 아부지와 형, 나 이렇게 셋이 대전에 사시는 큰고모님 댁에 갔다. 당시 큰고모님은 자양동에 살고 계셨다.<br><br>큰고모님 댁에는 삼 남매가 있었다. 맏이인 누나는 나보다 나이가 제법 많았다. 훗날 가수 신승훈과 같은 대학 같은 학과를 다녔다고 들었는데, 동창이었는지 선후배 사이였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그 아래로 우리 형보다 한 살 많은 형과, 나보다 한 살 어린 여동생이 있었다.<br><br>그날 나와 형은 큰고모님 댁의 형을 따라 한밭야구장으로 갔다. 아부지는 야구장에는 함께 가지 않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br><br>당시 대전과 충청도를 연고로 한 프로야구팀은 OB 베어스였다. 프로야구가 처음 출범했을 때 충청도 사람들에게 OB 베어스는 분명 우리 지역의 팀이었고, 그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한 원년 챔피언이었다.<br><br>그렇게 충청도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원년 우승까지 해 놓고, 나중에는 배신 때리고 서울로 튀었다.<br><br>OB가 떠난 자리는 뒤에 빙그레 이글스가 채웠다. 장종훈·이정훈·이강돈 선수를 앞세운 강력한 타선은 ‘다이너마이트 타선’이라 불렸고, 빙그레 이글스는 훗날 지금의 한화 이글스로 이름을 바꾸었다.<br><br>한밭야구장 안으로 들어서자 관중석은 사람들로 가득했다.<br><br>“야, 사람 참 많네.”<br><br>어린 나는 그렇게 많은 사람이 한곳에 모여 있는 모습부터 신기했다. 프로야구가 막 시작된 때라 사람들의 관심도 대단했다. 당시 대통령은 전두환이었고, 이른바 3S 정책 가운데 하나가 스포츠였다는 것은 훗날 알게 된 일이다. 어찌 됐든 그 시절 프로야구의 열기는 대단했다.<br><br>경기가 시작되기 전,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br><br>신경식 선수와 김우열 선수 같은 당시의 쟁쟁한 선수들이 바로 눈앞에서 움직였다. 특히 신경식 선수가 1루에서 다리를 일자로 쫙 벌리며 공을 받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해야 공을 0.01초라도 더 빨리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도 난다.<br><br>마운드 쪽에서는 박철순 선수가 피칭 연습을 하고 있었다.<br><br>당시 어린 내 눈에 박철순 선수는 그야말로 투수의 제왕이었다. 그가 너클볼로 이름난 투수라는 이야기도 그 무렵 귀동냥으로 들었다. 구종을 알아볼 나이는 아니었지만, 당대 최고의 투수가 눈앞에서 공을 던지는 모습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br><br>아직 경기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야구장은 벌써 흥분의 도가니였다. 나 역시 곧 눈앞에서 펼쳐질 첫 프로야구 경기를 생각하며 잔뜩 들떠 있었다.<br><br>그런데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br><br>처음에는 금세 지나갈 소나기인 줄 알았다. 잠시만 기다리면 비가 그치고 경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비는 좀처럼 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야구장을 흠뻑 적실 만큼 계속 퍼부었다.<br><br>결국 경기는 우천으로 취소되었다.<br><br>그토록 기대했던 나의 첫 프로야구 관람은 선수들이 몸을 푸는 모습만 바라본 채 끝나고 말았다. 야구장 안까지 들어갔지만 정작 경기는 한 이닝도 보지 못했다.<br><br>그날 이후 나는 지금까지 야구장에서 프로야구 경기를 아예 본 적이 없다.<br><br>훗날 나는 한밭야구장에서 걸어서 삼십 분 남짓 떨어진 문화동에서 약 13년을 살았다. 한밭야구장 주변은 자주 걷던 산책길이 되었고, 밤에 보문산을 오르다 보훈대 쪽에서 내려다보면 야간경기의 불빛도 보였다.<br><br>그렇다고 야구를 본 것은 아니었다.<br><br>산길을 걷다가 멀리 불이 켜진 야구장을 바라보며,<br><br>“어, 저놈들 야구허고 있구먼.”<br><br>하고 지나치는 정도였다.<br><br>어린 시절 그렇게 보고 싶었던 야구장이 가까이에 있었는데도, 나는 끝내 관중석에 들어가 경기를 보지 않았다. 어쩌면 내게 한밭야구장은 처음부터 야구를 보는 곳이라기보다, 갑자기 퍼붓던 소나기와 함께 기억되는 곳이 되어 버렸는지도 모른다.<br><br>그러나 그날의 이야기는 야구장에서 끝나지 않았다.<br><br>밤이 되어 우리끼리 큰고모님 댁에 있을 때였다. 갑자기 누군가 대문을 쾅쾅 두드리며 문을 열라고 했다.<br><br>큰고모님 댁의 형이 문밖을 향해 물었다.<br><br>“누구세요?”<br><br>그러자 밖에서 남자의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br><br>“니 삼촌이다. 언능 문 열어.”<br><br>형은 단호하게 대답했다.<br><br>“저는 삼촌이 없는데요.”<br><br>문밖의 사람은 다시 대문을 세차게 두드렸다.<br><br>“뭐여? 나 니 삼촌여. 언능 문 열어.”<br><br>그러나 형도 물러서지 않았다.<br><br>“아, 저는 삼촌이 없다니까요.”<br><br>나와 형은 그 목소리가 누구인 지 알아듣지 못했다. 밤이라 모두 긴장했고, 대문 밖에서 낯선 남자가 계속 문을 두드리는 것 같아 무섭기도 했던 모양이다.<br><br>대문을 사이에 두고 같은 말이 몇 번이나 오갔다. 문밖의 사람은 계속 자신이 삼촌이라고 했고, 문 안의 우리는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았다.<br><br>문밖의 사람은 한참 동안 대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아무리 두드려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br><br>결국 참지 못한 그 사람은 담을 타고 올라왔다.<br><br>그리고 담 위에 걸터앉았다.<br><br>그제야 우리는 담 위에 앉아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보았다.<br><br>우리 아부지였다.<br><br>큰고모님 댁의 형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고모부에게는 남자 형제가 없어서 그 형에게 친삼촌은 정말 없었다. 형은 ‘삼촌’이라고 하면 아버지의 남자 형제만 떠올렸던 것이다.<br><br>그러나 우리 아부지는 큰고모님의 오빠였다. 그 형에게 우리 아부지는 분명 외삼촌이었다. 아부지는 외삼촌인 자신도 당연히 삼촌이라고 생각하셨다.<br><br>두 사람의 말은 모두 맞았다.<br><br>다만 서로 말하는 삼촌이 달랐다.<br><br>지금 생각하면 웃음부터 나는 장면이다.<br><br>“나 니 삼촌여.”<br><br>“저는 삼촌이 없는데요.”<br><br>대문을 계속 두드려도 조카가 끝내 문을 열어 주지 않자, 결국 월담을 감행해 담 위에 걸터앉아 계시던 아부지. 병들어 누워 계시던 아부지와는 전혀 다른, 당당하고도 유쾌한 모습이었다.<br><br>그날 대문 안에서 끝까지 “저는 삼촌이 없는데요”라고 버티던 고모네 형은 훗날 학창 시절 오토바이 사고로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났다.<br><br>그리고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이듬해 여름이 오기 전인 봄에 아부지도 세상을 떠나셨다.<br><br>그래서 소나기로 야구를 보지 못한 그날이, 아부지와 함께했던 마지막 여름이 되었다.<br><br>나는 그날 한 이닝의 야구도 보지 못했다.<br><br>그러나 지금도 야구보다 더 선명하게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br><br>어두운 밤, 닫힌 대문을 두드리다 끝내 담 위에 걸터앉아 계시던 아부지의 모습이다.<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889/69/cover150/896372092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8896957</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에세이</category><title>[마이리뷰] 김용택의 어머니 - [김용택의 어머니]</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8867</link><pubDate>Sun, 02 Aug 2026 21:2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886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18154&TPaperId=1742886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672/10/coveroff/8954618154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18154&TPaperId=1742886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김용택의 어머니</a><br/>김용택 지음, 황헌만 사진 / 문학동네 / 2012년 05월<br/></td></tr></table><br/>[나의 이야기 2] 내 기억 속의 아버지...<br><br>나는 늘 지갑 속에 빛바랜 흑백사진 한 장을 넣고 다닌다.<br><br>아부지 사진이다.<br><br>사진 속 아부지는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맨 채, 늘 나를 바라보고 계신다. 상반신만 담긴 작은 사진이다.<br><br>아부지는 1983년에 암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그때 나는 열 살이었다. 함께 지낸 날들을 떠올리면 서로 이어지지 않는 몇 장면만이 군데군데 남아 있다. 그래서인지 나는 기억보다 사진 속에서 아부지를 더 자주 만난다.<br><br>가장 오래된 기억 가운데 하나는 국민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br><br>크레파스를 사 달라고 아부지에게 졸랐다가 작대기로 맞았다. 왜 그렇게까지 졸랐는지, 아부지가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크레파스를 갖고 싶었던 마음과 맞아서 서러웠던 기억만 희미하게 남아 있다.<br><br>그것이 아부지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억이라는 사실이 조금은 서글프다.<br><br>하지만 따뜻한 기억도 하나 있다.<br><br>아부지와 함께 웅천 시내의 백마루라는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었던 날이다.<br><br>어디를 다녀오던 길이었는지는 생각나지 않는다. 백마루는 훗날 유명 개그맨이 된 이의 집안에서 운영하던 중국집으로, 웅천에서는 짜장면이 맛있기로 이름난 곳이었다.<br><br>어린 내게도 그 집 짜장면은 기막히게 맛있었다. 아부지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날 아부지와 마주 앉아 짜장면을 먹었던 모습은 희미하게나마 떠오른다.<br><br>백마루는 훗날 사라졌다. 그래도 그날 아부지와 함께 먹었던 짜장면 한 그릇만은 잊히지 않는다.<br><br>기억을 더듬어 가다 보면 농사꾼으로 살아가던 아부지의 모습도 하나씩 떠오른다.<br><br>아부지는 농사꾼이셨다. 우리 집 논 가운데에는 바닥이 깊고 질어 농기계가 들어가지 못하는 수렁논이 있었다. 그 논만큼은 늘 소가 들어가 갈아야 했다. 아부지는 함께 농사를 짓던 그 소를 무척 아끼셨다.<br><br>어느 날 아부지가 소를 팔고 돌아와 우시던 모습이 기억난다.<br><br>왜 소를 팔게 되었는지, 어디에 팔았는지, 얼마를 받았는지는 모른다. 다만 오랫동안 함께 농사를 지은 소를 떠나보내고 눈물을 흘리시던 아부지의 모습은 지금도 남아 있다.<br><br>아부지에게 그 소는 값을 받고 넘기는 가축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농기계도 들어가지 못하는 수렁논에 함께 들어가 한 해 농사를 지어 온 일꾼이었고, 어쩌면 한 식구와도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br><br>밭에 거름을 뿌리던 모습도 떠오른다.<br><br>그 시절에는 집에서 나온 인분도 그냥 버리지 않았다. 똥차에 퍼 담아 밭으로 가져가 거름으로 썼다. 지금 생각하면 냄새부터 견디기 어려웠을 텐데, 당시 농촌에서는 농사를 짓는 데 꼭 필요한 귀한 거름이었다.<br><br>아부지는 그 인분을 밭에 뿌리셨다. 소를 부려 수렁논을 갈고, 인분을 거름 삼아 밭을 일구며 한 해 농사를 준비하셨다. 그것이 내가 기억하는 농사꾼 아부지의 모습이다.<br><br>농사일이 없는 날이라고 아부지의 손이 쉬는 것은 아니었다.<br><br>그 시절에는 마을 상수도를 놓거나 마을길을 콘크리트로 포장하는 일도 동네 사람들이 함께했다. 지금처럼 공사업체가 장비와 사람을 데리고 와서 모두 해 주던 때가 아니었다. 마을에 필요한 일이 생기면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땅을 파고, 자재를 나르고, 콘크리트를 쳤다.<br><br>아부지도 성동리 사람들과 어울려 그런 일을 하셨다. 농사를 짓고 집안을 돌보며, 마을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길과 시설을 함께 만들어 가던 시절이었다.<br><br>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아부지가 몹시 우셨던 기억도 있다.<br><br>어린 나는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아부지가 왜 그렇게 슬피 우시는지도 몰랐다. 그날 어디에서 소식을 들으셨는지, 주위에 누가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br><br>다만 아부지가 많이 우셨다는 것만은 기억한다.<br><br>소를 팔고 돌아오신 날에도 우셨고, 박정희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을 때도 우셨다. 아부지에 대한 기억은 많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아부지의 눈물은 두 장면이나 남아 있다.<br><br>내 기억에 남은 장면보다 사진 속에 남아 있는 아부지의 모습이 더 많다.<br><br>추석 무렵, 주산에 있는 할아버지 산소에 성묘하러 갔다가 찍은 사진이 있다. 코스모스가 피어 있는 가을 들길에서 아부지와 형, 사촌이 함께 서 있다. 제사를 지내는 모습을 담은 사진도 있고, 아부지 형제분들과 자식들이 한자리에 모여 찍은 가족사진도 있다.<br><br>아부지는 일곱 남매의 맏이였다.<br><br>아부지 아래로 큰고모와 작은아버지들, 둘째고모, 막내아버지와 막내고모가 있었다. 그 가족사진에는 나도 있고, 아직 아기였던 여동생도 있다. 막내동생은 아직 태어나기 전이라 사진에 없다. 분명 나도 함께 있었던 날이지만, 그날의 기억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br><br>사진 속에는 한 집안의 맏이였던 아부지와 형제분들, 그리고 그 자식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이제는 그 사진 속 사람들 가운데 여러 분이 세상을 떠나셨다.<br><br>지금 아부지 형제분 가운데 살아 계신 분은 큰고모와 둘째 작은아버지, 막내아버지 세 분뿐이다. 할머니마저 돌아가신 지도 이제 얼추 스무 해가 되어 간다.<br><br>아부지가 포병으로 군 복무를 했다는 것도 사진으로 남아 있다.<br><br>사진에는 ‘장하다 우리의 포병’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군복을 입은 젊은 아부지는 내가 어렴풋이 기억하는 병든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젊고 건강했던 한 사람의 시간이 그 사진 속에 멈춰 있다.<br><br>향토예비군복을 입고 동네 친구분들과 학고방에서 찍은 사진도 있다. 아부지는 농사꾼이었고, 군 복무를 마친 예비군이었으며, 성동리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던 한 집안의 가장이었다.<br><br>형과 아부지가 커다란 비행기 바퀴 앞에서 함께 찍은 사진도 있다.<br><br>김포공항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사진 속에는 아부지와 형이 나란히 서 있고, 곁에는 사람보다 훨씬 커 보이는 비행기 바퀴가 있었다.<br><br>어린 나는 그 사진을 보면서 형이 엄청나게 부러웠다. 왜 형만 아부지와 그곳에 갔는지, 나는 왜 함께하지 못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아부지 곁에 서 있는 형과 커다란 비행기 바퀴가 그렇게 부러웠다.<br><br>이제 와 생각하면 비행기를 가까이에서 보지 못한 것보다 아부지와 함께 그 자리에 있지 못했다는 것이 더 아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br><br>아부지가 병들고 나서는 부모님이 함께 기도원을 찾아다니기도 했다.<br><br>그 모습은 내가 직접 기억하는 장면이라기보다 사진 속에 남아 있는 기억이다. 사진 속 어머니의 품에는 아직 젖먹이였던 막내동생이 안겨 있었다. 병든 남편과 함께 길을 나서면서도 어린아이를 품에서 내려놓을 수 없었던 어머니의 모습이 그 사진에 남아 있다.<br><br>그 무렵 우리 가족에게는 아부지의 병을 고칠 만한 마땅한 방도가 없었다. 부모님은 병을 고칠 수 있다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고 싶으셨을 것이다.<br><br>집에서 굿을 하던 어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다.<br><br>어머니는 아부지를 살릴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붙잡고 싶으셨을 것이다. 남편을 살리고 어린 네 남매의 아버지를 지켜 내고 싶은 마음뿐이었을 것이다.<br><br>그러나 아부지는 끝내 병을 이겨 내지 못하셨다.<br><br>돌아가시던 날, 아부지는 사랑방에서 계속 토하셨다. 곁에서 어머니는 “혼자서 어떻게 새끼들과 살라고 먼저 가느냐”며 통곡하셨다.<br><br>내가 또렷하게 기억하는 아부지의 마지막 모습은 그것이다.<br><br>그때 나는 그날이 무엇을 뜻하는지 온전히 알지 못했다. 아부지가 다시는 일어나지 못한다는 것도, 그날 이후 어머니와 할머니가 어린 네 남매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br><br>다만 사랑방에서 고통스러워하시던 아부지와, 무너져 내리듯 통곡하시던 어머니의 모습만 어린 마음속에 깊이 남았다.<br><br>둘째 작은아버지도 지금으로부터 스물여섯 해 전 위암에 걸리셨다. 그러나 다행히 치료를 받으셨고, 지금까지 우리 곁에 살아 계신다.<br><br>그 모습을 볼 때마다 문득 아부지를 생각한다.<br><br>아부지도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절에 아프셨더라면 어땠을까. 아부지도 병을 이겨 내고 지금까지 우리 곁에 계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br><br>물론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아들인 나는 자꾸만 그런 생각을 한다.<br><br>사진을 오래 바라본다고 잊힌 시간이 다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br><br>그래도 나는 가끔 지갑 속 사진을 꺼내 아부지를 오래 바라본다.<br><br>사진 속 아부지는 오늘도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맨 채, 말없이 나를 바라보고 계신다.<br><br>함께한 기억이 너무 적어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672/10/cover150/8954618154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6721041</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에세이</category><title>[마이리뷰] 김용택의 어머니 - [김용택의 어머니]</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8575</link><pubDate>Sun, 02 Aug 2026 17:4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857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18154&TPaperId=1742857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672/10/coveroff/8954618154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18154&TPaperId=1742857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김용택의 어머니</a><br/>김용택 지음, 황헌만 사진 / 문학동네 / 2012년 05월<br/></td></tr></table><br/>[나의 이야기 1] 새벽을 여는 어머니의 발길<br>― 웅천 성동리에서 자란 네 남매의 이야기<br><br>내가 열 살이던 무렵, 아버지는 암으로 세상을 떠나셨다.<br><br>형은 열두 살, 나는 열 살, 여동생은 여섯 살, 남동생은 네 살이었다. 아버지가 떠난 뒤 우리 집에는 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어린 네 남매가 남았다.<br><br>그때는 몰랐다.<br><br>우리 집을 지탱하는 것이 할머니와 어머니의 손이고, 남들보다 먼저 시작되는 어머니의 새벽이라는 것을.<br><br>겨울이 오면 집 안 풍경부터 달라졌다.<br><br>할머니와 어머니는 겨우내 총올치를 했다. 두 분의 손에서 길게 이어진 총올치는 팔자 모양으로 한 꾸리씩 만들어져 바구니에 담겼다. 그렇게 바구니를 채운 총올치는 장날을 기다렸다.<br><br>웅천장은 2일과 7일에 섰다. 장날은 구경을 가는 날이 아니라, 겨우내 손으로 만든 총올치를 내다 팔아 얼마간의 돈으로 바꾸는 날이었다.<br><br>총올치보다 값이 더 나가는 것은 모시였다.<br><br>할머니는 서천장에서 모시를 만들 재료를 떼어 오셨다. 그것을 물에 불리고 말리며 손질한 뒤, 가느다란 올을 무릎에 대고 손바닥으로 비벼 하나씩 이어 붙이셨다. 얼마나 오랫동안 같은 자리를 비볐는지 무릎에서 피가 나기도 했다.<br><br>어린 나는 할머니 무릎에서 피가 나는 것을 보면서도, 왜 그 일을 멈출 수 없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저 할머니와 어머니는 겨울이면 으레 총올치와 모시를 잇는 분들인 줄만 알았다.<br><br>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어머니는 할머니와 함께 어린 네 남매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겨울이면 총올치와 모시를 이어 장에 내다 팔았지만, 그것만으로 살림을 꾸리기는 어려웠다.<br><br>그래서 어머니는 웅천천 가까이에 있는 석재공장에 다니셨다. 공장에서 하루 일을 마치고 돌아온 뒤에도 어머니의 일은 끝나지 않았다. 집에는 할머니와 어린 네 남매가 있었고, 어머니가 감당해야 할 살림은 늘 남아 있었다.<br><br>겨울 새벽이면 가장 먼저 일어나는 사람도 어머니였다.<br><br>안방에는 연탄보일러가 있었다. 아직 날도 밝기 전, 어머니는 잠이 덜 깬 눈을 비비며 밖으로 나가 연탄을 갈았다. 밤사이 연탄불이 약해지거나 꺼지면 방이 식었기 때문이다. 새 연탄으로 갈아 넣고 불이 제대로 이어지는 것을 살핀 뒤에야 어머니의 아침이 시작되었다.<br><br>사랑방은 안방과 달랐다.<br><br>사랑방 아궁이에는 추수를 마치고 남은 왕겨를 넣어 불을 땠다. 왕겨는 그냥 넣어 둔다고 잘 타지 않았다. 손으로 풍로를 돌려 아궁이 안으로 바람을 불어 넣어야 했다. 풍로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바람을 먹은 왕겨가 서서히 타오르고, 그 열이 구들을 따라 사랑방을 덥혔다.<br><br>풍로 돌아가는 소리와 왕겨 타는 냄새는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br><br>겨울이 지나고 날이 풀리면 어머니는 또 다른 새벽을 맞았다.<br><br>우리 동네에서는 다슬기를 고동이라고 불렀다. 어머니는 새벽이 채 밝기 전에 카바이드등을 들고 웅천천으로 나가셨다. 카바이드에 물을 부어 불을 밝히는 등이었다. 손전등도 귀하던 시절, 어머니는 그 불빛에 의지해 어두운 물속을 살피며 고동을 잡으셨다.<br><br>웅천천에는 봇담, 배챙이, 삽재처럼 고동이 잘 잡히는 곳이 따로 있었다. 좋은 자리를 차지해야 많이 잡을 수 있었고, 그 자리에는 말없는 텃세도 있었다. 먹고살기 위해 나간 새벽 물가에도 먼저 자리를 잡으려는 경쟁이 있었던 것이다.<br><br>어머니가 잡아 온 고동을 모두 내다 판 것은 아니었다.<br><br>일부는 집에서 삶아 먹었다. 고동을 삶으면 푸르스름한 국물이 우러났다. 무엇을 넣었는지는 이제 기억나지 않는다. 소금을 넣었는지도 가물가물하다. 다만 그 국물에 밥을 말아 먹으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br><br>우리 네 남매는 탱자나무 가시로 고동 살을 하나씩 빼먹었다. 어머니가 새벽 웅천천에서 잡아 온 고동 한 그릇은 우리 네 남매의 든든한 한 끼가 되었다.<br><br>나도 자라면서 집안일의 한몫을 맡았다.<br><br>중학생이 된 뒤에는 겨울이면 지게를 지고 나무를 하러 다녔다. 집에서 불을 때려면 땔감이 있어야 했고, 누군가는 산에 올라 나무를 해 와야 했다.<br><br>고등학생이 되어서는 경운기를 몰고 나무를 하러 다녔다. 중학생 때는 지게에 지고 오던 나무를, 고등학생이 된 뒤에는 경운기에 싣고 왔다. 그렇게 해 온 나무는 우리 집이 겨울을 나는 땔감이 되었다.<br><br>그때는 그것을 특별한 고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br><br>우리 집에 필요한 일이었고, 내가 해야 할 몫이라고 여겼다. 할머니와 어머니가 저마다의 일을 하셨듯, 나도 자라면서 내 몫을 조금씩 맡아 갔을 뿐이었다.<br><br>세월이 흘러, 어린 네 남매를 키우고 가르치기 위해 애쓰신 할머니와 어머니 덕택에 형도, 나도, 여동생도, 남동생도 모두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다.<br><br>어린 시절에는 알지 못했다.<br><br>총올치 한 올과 모시 한 가닥, 새벽마다 갈아 넣던 연탄 한 장, 풍로를 돌려 살려 낸 왕겨불, 카바이드등에 의지해 잡아 온 고동 한 줌이 우리 네 남매를 키우고 있었다는 것을.<br><br>우리 네 남매의 졸업장에는 할머니와 어머니의 이름이 적혀 있지 않다. 그러나 그 졸업장마다 총올치와 모시를 잇던 두 분의 손길과, 우리를 키우고 가르치기 위해 애쓰신 두 분의 삶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br><br>내 기억 속 성동리에는 지금도 총올치를 잇던 할머니와 어머니의 손과, 고단한 삶을 짊어지고 새벽 배챙이로 걸어가시던 어머니의 등이 남아 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672/10/cover150/8954618154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6721041</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마이리뷰] 미로관의 살인 - [미로관의 살인]</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8421</link><pubDate>Sun, 02 Aug 2026 16:1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842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9753084&TPaperId=1742842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872/10/coveroff/895975308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9753084&TPaperId=1742842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미로관의 살인</a><br/>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권일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01월<br/></td></tr></table><br/>[독서감상보고]<br><br>&lt;미궁 속 공간 트릭과 액자소설이 빚어낸 추리의 명암&gt;<br><br>『미로관의 살인』은 건축가 나카무라 세이지가 설계한 미로관을 무대로 한 관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건물 중앙의 복잡한 미궁과 유사한 형태의 객실, 문 앞의 짐승 가면을 사건의 핵심 장치로 활용하였으며, 미노스와 테세우스, 아리아드네, 파시파에 등 그리스 신화의 이름을 주요 공간과 객실에 부여하였다. 미로관은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배경에 머물지 않고 등장인물의 이동과 판단을 교란하는 거대한 범행 장치로 기능한다.<br><br>처음에는 미야가키 요타로가 죽음을 가장한 뒤 비밀통로를 이용하여 살인을 저지르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관 시리즈의 특성상 숨겨진 공간이나 비밀장치가 있을 것이라는 점은 예상하였지만, 이는 관 시리즈를 읽은 독자라면 쉽게 떠올릴 만한 추리이기도 하였다. 이노는 참가자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사러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으나,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의심받도록 배치된 인물이어서 처음부터 범인으로 보지 않았다. 스자키, 기요무라, 하야시, 후나오카가 차례로 살해되면서 자연스럽게 후보에서 제외되었고, 시마다까지 제외하면 게이코, 우타야마, 사메지마 정도가 남았다. 그러나 작중소설의 해결편에서 미야가키가 범인으로 제시되자 그 동기가 부자연스럽다고 느끼면서도 일단 사건이 끝난 것으로 받아들였다. 작품이 액자소설이라는 사실을 끝까지 경계하지 못한 것이 나의 가장 큰 판단 착오였다.<br><br>이 작품에서 가장 뛰어난 부분은 기요무라 사건의 공간 트릭이었다. 복잡하게 꺾이는 복도와 유사한 객실 구조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이동 경로보다 문 앞의 짐승 가면을 객실을 식별하는 기준으로 삼는다. 범인은 이 표식을 바꾸어 기요무라가 다른 방을 자신의 객실로 착각하게 하였고, 미리 설치한 독극물 장치로 살인을 완성하였다. 방 자체를 옮긴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익숙한 표식을 신뢰하는 습관을 이용하여 공간 인식만 바꾼 발상이 인상적이었다. 미로관이라는 건축물이 범행을 가능하게 하는 물리적 조건이자 사람의 행동을 유도하는 장치로 사용된 사건이었다.<br><br>반면 최종 범인인 사메지마를 독자가 논리적으로 특정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았다. 사메지마가 남성이라고 직접 쓰이지는 않았지만, 이름과 말투, 행동 묘사 등은 자연스럽게 남성으로 받아들이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첫 번째 사건 현장의 의문의 혈흔과 사건 뒤 늦게 나타나는 모습 등은 결말 이후에는 복선으로 해석할 수 있으나, 이를 근거로 사메지마를 진범으로 지목하기에는 부족하였다. 미야가키와의 과거 관계와 범행 동기 역시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제시되었다. 액자소설의 구조를 놓친 것은 독자인 나의 실수이지만, 액자 밖에 또 다른 진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과 사메지마를 범인으로 특정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결말 이후에야 의미가 완성되는 후행형 단서가 많았다는 점에서 본격추리의 페어플레이 정신은 심각하게 훼손된 것으로 느껴졌다.<br><br>개별 범행의 물리적 개연성에도 아쉬움이 있었다. 하야시 사건은 사메지마가 성인 남성의 등 뒤에서 칼을 찔러 살해한 것으로 설명되지만, 피해자가 별다른 몸싸움이나 저항 없이 치명상을 입게 된 과정은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 하야시가 이후 워드프로세서에 다잉메시지를 남길 정도의 시간과 의식이 있었다면 범인을 막거나 탈출하려 한 흔적도 어느 정도 남았어야 자연스럽다. 기습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사메지마가 하야시를 단독으로 제압하고 범행을 마무리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여 작품의 옥에 티로 남았다.<br><br>『미로관의 살인』은 미로관의 구조와 짐승 가면을 이용한 공간 트릭, 그리스 신화의 상징, 액자소설의 내용 반전을 결합한 복잡하고 독창적인 작품이다. 특히 건축 공간을 살인수법과 직접 연결한 구성은 관 시리즈 가운데서도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 주었다. 그러나 최종 범인을 추론할 핵심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았고 일부 범행의 현실성에도 아쉬움이 남았다. 미궁은 정교했고 액자소설의 반전은 강렬했지만, 그 놀라움이 곧 공정한 추리를 의미하지는 않는 작품이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872/10/cover150/895975308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8721084</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마이페이퍼</category><title>사라져 가는
순간의
기억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8398</link><pubDate>Sun, 02 Aug 2026 15:4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8398</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2794958&TPaperId=1742839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7599/8/coveroff/8952794958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7599/8/cover150/895279495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75990815</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마이리뷰] 미로관의 살인 - [미로관의 살인]</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8314</link><pubDate>Sun, 02 Aug 2026 15:0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831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9753084&TPaperId=1742831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872/10/coveroff/895975308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9753084&TPaperId=1742831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미로관의 살인</a><br/>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권일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01월<br/></td></tr></table><br/>[미로관의 살인 부록 2] 그리스 신화와 미로관의 건축적 상징성<br><br><br>1. 미노스(Minos)<br><br>가. 그리스 신화<br><br>ㅇ(크레타의 왕) 크레타섬을 다스린 왕으로,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숨기기 위해 다이달로스에게 거대한 미궁을 만들게 함.<br><br>ㅇ(미궁의 지배자) 미궁을 통제하고 모든 비극의 출발점을 만든 절대적인 존재임.<br><br>나. 소설과의 관계<br><br>ㅇ(서재명칭) 미야가키 요타로의 서재 이름이 ‘미노스‘로 설정되어 있음.<br><br>ㅇ(상징성) 미야가키 역시 미로관의 주인이자 모든 사건의 출발점을 만든 존재로, 미노스 왕과 대응됨.<br><br><br>2. 다이달로스(Daidalos)<br><br>가. 그리스 신화<br><br>ㅇ(명장) 미궁을 설계한 전설적인 건축가이자 발명가임.<br><br>ㅇ(창조자) 미노타우로스를 가두기 위해 누구도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미궁을 건설함.<br><br>나. 소설과의 관계<br><br>ㅇ(오락실명칭) 미로관의 오락실 이름이 ‘다이달로스‘임.<br><br>ㅇ(건축상징) 실제 미로관을 설계한 나카무라 세이지는 현대의 다이달로스와 같은 존재로 볼 수 있음.<br><br>ㅇ(공간트릭) 작품에서 건축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트릭으로 기능한다는 점을 상징함.<br><br><br>3. 미노타우로스(Minotauros)<br><br>가. 그리스 신화<br><br>ㅇ(괴물) 사람의 몸과 황소의 머리를 가진 괴물로 미궁 속에 갇혀 살았음.<br><br>ㅇ(희생제물) 아테네의 젊은이들이 주기적으로 미궁으로 보내져 제물이 되었음.<br><br>나. 소설과의 관계<br><br>ㅇ(응접실명칭) 응접실 이름이 ‘미노타우로스‘임.<br><br>ㅇ(첫살인) 스자키 소스케의 시신이 황소 머리를 올린 모습으로 연출되어 미노타우로스를 재현함.<br><br>ㅇ(상징성) 미로관의 연쇄살인 전체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신화 요소임.<br><br><br>4. 아리아드네(Ariadne)<br><br>가. 그리스 신화<br><br>ㅇ(공주) 미노스의 딸로 테세우스를 사랑하게 됨.<br><br>ㅇ(실타래) 테세우스에게 실타래를 건네 미궁에서 탈출하도록 도와줌.<br><br>나. 소설과의 관계<br><br>ㅇ(홀명칭) 중앙 홀의 이름이 ‘아리아드네‘임.<br><br>ㅇ(상징성) 모든 길이 연결되는 미로관의 중심 공간이라는 점에서 미궁의 출구를 상징함.<br><br>ㅇ(대조성) 그러나 작품 속에서는 누구도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를 얻지 못한 채 끝까지 미궁 속을 헤매게 됨.<br><br><br>5. 테세우스(Theseus)<br><br>가. 그리스 신화<br><br>ㅇ(영웅)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미궁에서 살아 나온 영웅임.<br><br>ㅇ(탈출) 아리아드네의 실타래 덕분에 미궁을 빠져나옴.<br><br>나. 소설과의 관계<br><br>ㅇ(객실명칭) 기요무라 준이치의 객실 이름이 ‘테세우스‘임.<br><br>ㅇ(상징성) 신화에서는 미궁을 탈출한 영웅이지만, 소설에서는 미궁의 공간 트릭에 속아 희생되는 역설을 보여 줌.<br><br><br>6. 아이게우스(Aigeus)<br><br>가. 그리스 신화<br><br>ㅇ(아버지) 테세우스의 아버지임.<br><br>ㅇ(비극) 테세우스가 살아 돌아왔음에도 검은 돛을 그대로 단 배를 보고 아들이 죽은 줄 알고 바다에 몸을 던짐.<br><br>나. 소설과의 관계<br><br>ㅇ(객실명칭) 하야시 히로야의 객실 이름이 ‘아이게우스‘임.<br><br>ㅇ(상징성) 잘못된 신호와 오해가 비극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다잉메시지와 암호 해석의 혼란을 상징함.<br><br><br>7. 이카로스(Ikaros)<br><br>가. 그리스 신화<br><br>ㅇ(다이달로스의 아들)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달고 탈출하다 태양 가까이 날아가 추락하여 죽음.<br><br>나. 소설과의 관계<br><br>ㅇ(객실명칭) 후나오카 마도카의 객실 이름이 ‘이카로스‘임.<br><br>ㅇ(상징성) 끝내 파멸을 피하지 못하는 비극적 운명을 상징함.<br><br><br>8. 파시파에(Pasiphae)<br><br>가. 그리스 신화<br><br>ㅇ(왕비) 미노스의 왕비이자 미노타우로스의 어머니임.<br><br>ㅇ(비극의 시작) 신의 저주로 황소를 사랑하게 되어 미노타우로스를 낳았으며, 크레타 비극의 근원이 됨.<br><br>나. 소설과의 관계<br><br>ㅇ(객실명칭) 사메지마 도모오의 객실 이름이 ‘파시파에‘임.<br><br>ㅇ(상징성) 작품의 최종 진상에서 실제 범인인 사메지마가 모든 살인극의 근원이 된다는 점과 가장 강하게 대응되는 신화적 상징임.<br><br><br>9. 에우로페(Europe)<br><br>가. 그리스 신화<br><br>ㅇ(공주) 제우스에게 납치되어 미노스를 낳은 여인임.<br><br>ㅇ(기원) 크레타 왕가의 시작이 되는 인물임.<br><br>나. 소설과의 관계<br><br>ㅇ(객실명칭) 이노 미쓰오의 객실 이름이 ‘에우로페‘임.<br><br>ㅇ(상징성) 미노스 왕가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미야가키와 가장 가까운 인물에게 배정된 이름으로 해석할 수 있음.<br><br><br>10. 포세이돈(Poseidon)<br><br>가. 그리스 신화<br><br>ㅇ(바다의 신) 올림포스 12신 가운데 하나로 바다를 지배하는 신임.<br><br>ㅇ(황소) 미노스에게 신성한 황소를 보내 미노타우로스 신화의 출발점이 되는 존재임.<br><br>나. 소설과의 관계<br><br>ㅇ(객실명칭) 우타야마 히데유키의 객실 이름이 ‘포세이돈‘임.<br><br><br>11. 디오니소스(Dionysos)<br><br>가. 그리스 신화<br><br>ㅇ(포도주의 신) 축제와 광기, 황홀을 관장하는 신임.<br><br>ㅇ(이중성) 기쁨과 광기를 함께 상징하는 존재임.<br><br>나. 소설과의 관계<br><br>ㅇ(객실명칭) 우타야마 게이코의 객실 이름이 ‘디오니소스‘임.<br><br><br>12. 탈로스(Talos)<br><br>가. 그리스 신화<br><br>ㅇ(청동거인) 크레타섬을 지키던 거대한 청동 거인임.<br><br>ㅇ(최후) 발목의 못이 빠지면서 몸속 이코르가 흘러나와 죽음을 맞음.<br><br>나. 소설과의 관계<br><br>ㅇ(객실명칭) 스자키 소스케의 객실 이름이 ‘탈로스‘임.<br><br>ㅇ(상징성) 강인한 수호자의 이름을 가진 인물이 가장 먼저 희생되는 역설을 보여 줌.<br><br><br>13. 메데이아(Medeia)<br><br>가. 그리스 신화<br><br>ㅇ(마녀) 뛰어난 지혜와 마법을 지닌 여성으로 알려져 있음.<br><br>ㅇ(복수) 배신당한 뒤 처절한 복수를 감행하는 비극적 인물임.<br><br>나. 소설과의 관계<br><br>ㅇ(객실명칭) 빈 객실의 이름이 ‘메데이아‘임.<br><br>ㅇ(상징성) 기요무라 사건에서 객실 표식이 바뀌는 공간 트릭의 핵심 무대로 활용됨.<br><br><br>14. 코칼로스(Kokalos)<br><br>가. 그리스 신화<br><br>ㅇ(왕) 다이달로스를 보호했던 시칠리아의 왕임.<br><br>ㅇ(지혜) 힘보다 지혜로 미노스를 죽게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함.<br><br>나. 소설과의 관계<br><br>ㅇ(객실명칭) 시마다 기요시의 객실 이름이 ‘코칼로스‘임.<br><br>ㅇ(상징성) 무력보다 논리와 추리로 사건을 해결하는 시마다의 역할과 대응됨.<br><br><br>15. 폴리카스테(Polykaste)<br><br>가. 그리스 신화<br><br>ㅇ(등장인물) 그리스 신화 여러 계보에 등장하는 여성 이름으로 전해짐.<br><br>나. 소설과의 관계<br><br>ㅇ(객실명칭) 가도마쓰 후미에의 객실 이름이 ‘폴리카스테‘임.<br><br><br>16. 종합 고찰<br><br>ㅇ(건축철학) 미로관은 단순히 그리스 신화의 이름만 차용한 것이 아니라, 미궁이라는 공간 자체를 현대 건축으로 재해석한 작품임.<br><br>ㅇ(상징배치) 주요 공간과 객실 이름은 등장인물의 역할이나 사건의 전개와 일정 부분 대응하도록 배치되어 있으나, 일부 명칭은 직접적인 연결성이 뚜렷하지 않아 신화적 상징 체계의 밀도에는 다소 편차가 있음.<br><br>ㅇ(공간트릭) 미궁이라는 건축물이 사건 해결의 가장 중요한 트릭으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그리스 신화와 본격추리소설이 자연스럽게 결합됨.<br><br>ㅇ(활용의 한계) 미로관은 신화 속 미궁이 지닌 탈출 불가능성과 심리적 공포를 깊이 재현하기보다, 객실의 유사성·표식 교체·숨겨진 공간 등 살인 트릭을 작동시키는 기능적 건축 공간으로 활용되는 비중이 큼.<br><br>ㅇ(작품의미) 『미로관의 살인』은 그리스 신화를 단순한 장식이 아닌 공간 구성과 상징 체계의 근간으로 활용하여 작품 전체의 완성도를 높였으나, 일부 상징은 사건과의 대응 관계가 다소 약하게 제시된 한계도 함께 지님.]]></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872/10/cover150/895975308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8721084</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마이리뷰] 미로관의 살인 - [미로관의 살인]</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8195</link><pubDate>Sun, 02 Aug 2026 13:3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819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9753084&TPaperId=1742819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872/10/coveroff/895975308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9753084&TPaperId=1742819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미로관의 살인</a><br/>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권일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01월<br/></td></tr></table><br/>[미로관의 살인 부록 1] 주요 등장인물의 서사적 기능과 역할<br><br><br>1. 사건의 중심인물<br><br>가. 미야가키 요타로(宮垣葉太郎, 60세)<br><br>ㅇ(기본위치) 일본 추리소설계의 원로 대가이자 미로관의 주인으로, 소설 경연을 개최한 인물임.<br><br>ㅇ(사건역할) 자신의 유언과 소설 경연을 통해 모든 인물을 미로관으로 불러들이며 연쇄살인의 출발점을 마련함.<br><br>ㅇ(서사기능) 작품 초반 죽음을 위장한 범인으로 가장 강하게 의심받으며 독자의 시선을 액자 속 해결편으로 집중시키는 역할을 수행함.<br><br>ㅇ(신화상징) 서재 이름인 ‘미노스‘처럼 미궁의 지배자이자 모든 사건의 중심축을 상징함.<br><br><br>나. 사메지마 도모오(鮫島智生, 38세)<br><br>ㅇ(기본위치) 소설 경연에 직접 참가한 인물은 아니나, 문예평론가로 경연에 참석한 소설가들의 작품을 심사하는 위치에 있었으며, 작품의 최종 진상(액자밖)에서 실제 범인으로 밝혀짐.<br><br>ㅇ(서사기능) 사건의 중심에서 한발 비켜선 위치를 유지하며 마지막까지 독자의 의심을 효과적으로 피해 감.<br><br>ㅇ(성별트릭) 작품은 성별을 명시하지 않으면서도 이름과 말투, 행동 묘사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남성으로 인식하도록 유도하였다가 마지막에 여성이라는 사실을 밝혀 가장 큰 반전을 형성함.<br><br>ㅇ(신화상징) 객실 이름인 ‘파시파에‘는 미노타우로스를 낳은 크레타의 왕비를 의미하며, 작품 속 모든 비극과 살인극의 근원이 되는 인물이라는 점과 대응됨.<br><br><br>2. 추리의 중심인물<br><br>가. 시마다 기요시(島田潔, 37세)<br><br>ㅇ(기본위치) 경찰은 아니지만 사건의 추리를 주도하는 탐정 역할의 인물임.<br><br>ㅇ(추리방식) 평면도, 객실 구조, 짐승 가면, 이동 경로 등 객관적이고 물리적 사실을 중심으로 사건을 분석함.<br><br>ㅇ(서사기능) 여러 인물이 제시하는 다양한 가설을 검토하고 사건의 물리적 구조를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중심축 역할을 수행함.<br><br>ㅇ(신화상징) 객실 이름인 ‘코칼로스‘처럼 무력이 아닌 지혜와 판단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과 일정 부분 대응됨.<br><br><br>3. 소설 경연 참가자<br><br>가. 참가자 공통 특성<br><br>ㅇ(공통점) 스자키, 기요무라, 하야시, 후나오카는 모두 미야가키의 제자로, 스승이 개최한 소설 경연의 참가 작가이며, 각자가 집필한 원고와 객실명이 살인사건의 연출, 단서 또는 상징과 연결됨.<br><br>나. 스자키 소스케(須崎昌輔, 41세)<br><br>ㅇ(서사기능) 첫 번째 희생자로서 미로관의 살인극이 현실에서 시작되었음을 선언하는 역할을 수행함.<br><br>ㅇ(공간연출) 시신이 미노타우로스의 형상으로 연출되어 미로관과 그리스 신화의 연결을 가장 강렬하게 보여 줌.<br><br>ㅇ(신화상징) 객실 이름인 ‘탈로스‘는 크레타를 지키던 청동 거인을 의미하며, 가장 먼저 희생되는 역설을 형성함.<br><br>다. 기요무라 준이치(清村淳一, 30세)<br><br>ㅇ(서사기능) 미로관의 구조와 짐승 가면을 이용한 공간 트릭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 주는 인물임.<br><br>ㅇ(평면특성) 범행에 이용된 객실과 유사한 평면 구성, 반복되는 복도, 제한된 시야로 인해 자신의 방이라고 착각하기 쉬운 물리적 조건을 형성함.<br><br>ㅇ(인지특성) 복잡한 미로 구조에서는 이동 경로보다 객실의 표식을 더 신뢰하게 되는 인간의 인지적 습관을 범행에 이용한 대표적인 사례임.<br><br>ㅇ(신화상징) 객실 이름인 ‘테세우스‘와 달리 미궁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오히려 미궁에 희생되는 역설을 보여 줌.<br><br>라. 하야시 히로야(林宏也, 27세)<br><br>ㅇ(서사기능) 워드프로세서를 이용한 다잉메시지와 암호 해독이라는 또 하나의 추리 요소를 담당함.<br><br>ㅇ(암호장치) 영문 자판과 일본어 오아시스 키보드의 배열 차이를 이용한 키보드 암호 트릭을 제공함.<br><br>ㅇ(신화상징) 객실 이름인 ‘아이게우스‘처럼 잘못된 신호와 오해가 비극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상징함.<br><br>마. 후나오카 마도카(舟丘まどか, 30세)<br><br>ㅇ(서사기능) 피해자인 동시에 한때 범인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독자의 의심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수행함.<br><br>ㅇ(의심유도) 여성 범인을 추론하는 독자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끌어들이는 기능을 담당함.<br><br>ㅇ(신화상징) 객실 이름인 ‘이카로스‘처럼 끝내 진실에 도달하지 못하고 추락하는 비극성을 상징함.<br><br><br>4. 경연 관계자 및 주변 인물<br><br>가. 우타야마 히데유키(宇多山英幸, 40세)<br><br>ㅇ(기본위치) 미야가키의 담당 편집자임.<br><br>ㅇ(서사기능) 참가 작가들의 원고에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 마지막까지 범인 후보 가운데 한 사람으로 남게 되는 인물임.<br><br>나. 우타야마 게이코(宇多山桂子, 33세)<br><br>ㅇ(기본위치) 우타야마 히데유키의 아내임.<br><br>ㅇ(서사기능) 작품에서 명시적으로 드러나는 여성 인물 가운데 하나로, 여성 범인을 예상하는 독자의 시선을 끌어가는 역할을 수행함.<br><br>다. 이노 미쓰오(井野満男, 36세)<br><br>ㅇ(기본위치) 미야가키 요타로의 비서로 미로관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인물임.<br><br>ㅇ(서사기능) 참가자들의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미로관을 떠난 뒤 돌아오지 않으면서 초반 독자의 의심을 집중시키는 역할을 수행함.<br><br>ㅇ(사건전개) 이후 미야가키의 방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어 또 하나의 반전을 형성함.<br><br>ㅇ(신화상징) 객실 이름인 ‘에우로페‘는 미노스 왕가의 시작을 상징하며, 미야가키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인물이라는 점과 대응됨.<br><br>라. 가도마쓰 후미에(角松フミヱ, 63세)<br><br>ㅇ(기본위치) 미로관의 살림을 맡고 있는 가사도우미임.<br><br>ㅇ(서사기능) 폐쇄된 미로관에서 일상생활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현실적인 기반을 담당하며, 미로관의 구조와 생활환경을 가장 오래 알고 있는 내부 인물임.]]></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872/10/cover150/895975308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8721084</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마이리뷰] 미로관의 살인 - [미로관의 살인]</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8053</link><pubDate>Sun, 02 Aug 2026 11:4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805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9753084&TPaperId=1742805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872/10/coveroff/895975308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9753084&TPaperId=1742805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미로관의 살인</a><br/>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권일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01월<br/></td></tr></table><br/>[독서감상보고] 미로는 정교했으나 추리는 공정하지 않았다<br>- 『미로관의 살인』의 공간 트릭과 추리 공정성에 대한 한계 고찰<br><br><br>1. 작품 개요<br><br>가. 도서명: 『미로관의 살인』(迷路館の殺人)<br><br>나. 저자: 아야츠지 유키토(綾辻行人)<br><br>다. 관 시리즈<br><br>ㅇ(시리즈) 『십각관의 살인』, 『수차관의 살인』에 이어 건축가 나카무라 세이지가 설계한 기괴한 관을 무대로 전개되는 ‘관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임.<br><br>ㅇ(본격추리) 폐쇄된 저택, 연쇄살인, 공간 착각, 암호, 액자소설과 서술 트릭을 결합한 본격추리소설임.<br><br>라. 작품의 특징<br><br>ㅇ(미궁구조) 저택 중앙의 물리적 미로뿐 아니라 사건의 진상과 이야기의 구조까지 여러 겹의 미궁으로 구성된 작품임.<br><br>ㅇ(공간트릭) 구조가 비슷한 객실과 각 방을 표시하는 짐승 가면을 이용해 등장인물의 공간 인식을 교란함.<br><br>ㅇ(소설경연) 추리작가들이 집필한 원고의 살인 장면이 현실에서 재현되는 형식을 통해 소설과 현실의 경계를 흐림.<br><br>ㅇ(액자소설) 작중소설의 해결편 뒤에 액자 밖의 진상을 다시 제시하여 독자가 읽어 온 이야기 전체를 뒤집음.<br><br>ㅇ(그리스신화) 미노스, 미노타우로스, 테세우스, 아리아드네 등 그리스 신화를 건축물과 객실, 사건의 상징으로 활용함.<br><br><br>2. 미로관 소개<br><br>가. 건축 개요<br><br>ㅇ(설계자) 미로관은 관 시리즈의 건축가 나카무라 세이지가 설계한 기괴한 저택임.<br><br>ㅇ(중앙미궁) 건물 중앙에 여러 갈래와 막다른 길로 이루어진 미로가 자리하고 있으며, 이를 둘러싸듯 객실과 주요 공간이 배치됨.<br><br>ㅇ(반복구조) 일부 객실은 출입문의 위치와 내부 형태가 비슷하여, 방 앞의 표식이 바뀌면 다른 방에 들어가고도 이를 알아차리기 어려운 구조임.<br><br>ㅇ(범행도구) 건물 자체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사람의 이동과 판단을 조종하는 거대한 범행 장치로 기능함.<br><br>나. 주요 공간<br><br>ㅇ(아리아드네) 넓은 홀에 붙은 이름으로, 미궁에서 테세우스의 탈출을 도운 아리아드네를 상징함.<br><br>ㅇ(미노타우로스) 응접실에 붙은 이름으로, 미궁 속에 갇힌 반인반우의 괴물을 상징함.<br><br>ㅇ(다이달로스) 오락실에 붙은 이름으로, 미노스 왕의 명령을 받아 미궁을 만든 장인을 상징함.<br><br>ㅇ(에우팔라모스) 도서실에 붙은 이름으로, 다이달로스의 계보와 연결되는 인물을 상징함.<br><br>ㅇ(미노스) 미야가키의 서재에 붙은 이름으로, 크레타의 왕이자 미궁의 지배자를 상징함.<br><br>다. 객실 명칭<br><br>ㅇ(이카로스) 후나오카 마도카의 객실<br><br>ㅇ(탈로스) 스자키 소스케의 객실<br><br>ㅇ(아이게우스) 하야시 히로아의 객실<br><br>ㅇ(테세우스) 기요무라 준이치의 객실<br><br>ㅇ(메데이아) 비어 있는 객실<br><br>ㅇ(코칼로스) 시마다 기요시의 객실<br><br>ㅇ(폴리카스테) 가도마쓰 후미에의 객실<br><br>ㅇ(에우로페) 이노 미쓰오의 객실<br><br>ㅇ(파시파에) 사메지마 도모오의 객실<br><br>ㅇ(포세이돈) 우타야마 히데유키의 객실<br><br>ㅇ(디오니소스) 우타야마 게이코의 객실<br><br>라. 미로관의 의미<br><br>ㅇ(공간미궁) 등장인물의 방향감각을 흐리고 서로의 이동 경로를 확인하기 어렵게 만드는 물리적 미궁임.<br><br>ㅇ(심리미궁) 사건이 이어질수록 참석자들이 서로를 의심하게 만드는 심리적 미궁임.<br><br>ㅇ(서술미궁) 작중소설의 해결을 최종 진실로 믿게 한 뒤 다시 액자 밖의 진상을 제시하는 이야기의 미궁임.<br><br><br>3. 주요 등장인물<br><br>ㅇ 미야가키 요타로(宮垣葉太郎, 60세) : 일본 추리소설계의 원로 대가이자 미로관의 주인<br><br>ㅇ 기요무라 준이치(清村淳一, 30세) : 미로관의 소설 경연에 참가한 추리작가<br><br>ㅇ 스자키 소스케(須崎昌輔, 41세) : 미로관의 소설 경연에 참가한 추리작가<br><br>ㅇ 후나오카 마도카(舟丘まどか, 30세) : 미로관의 소설 경연에 참가한 추리작가<br><br>ㅇ 하야시 히로아(林宏也, 27세) : 미로관의 소설 경연에 참가한 추리작가<br><br>ㅇ 사메지마 도모오(鮫島智生, 38세) : 문예평론가이자 액자 밖 진상의 핵심인물<br><br>ㅇ 우타야마 히데유키(宇多山英幸, 40세) : 편집자이자 미야가키의 담당자<br><br>ㅇ 우타야마 게이코(宇多山桂子, 33세) : 우타야마 히데유키의 아내<br><br>ㅇ 이노 미쓰오(井野満男, 36세) : 미야가키의 비서<br><br>ㅇ 가도마쓰 후미에(角松フミヱ, 63세) : 미로관의 살림을 맡은 가사도우미<br><br>ㅇ 시마다 기요시(島田潔, 37세) : 사건 내용을 잘 알고 있으며 추리에 참여하는 추리소설 애호가<br><br><br>4. 나의 추리 과정<br><br>가. 첫 번째 추리<br><br>ㅇ(위장자살) 초반부터 미야가키의 죽음이 실제 죽음이 아니라 연쇄살인을 위한 위장일 가능성을 의심하였음.<br><br>ㅇ(비밀통로) 관 시리즈의 건축물에는 숨겨진 공간과 비밀장치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므로, 이번에도 미야가키가 비밀통로를 이용해 돌아다니며 살인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였음.<br><br>ㅇ(예상범위) 다만 이러한 추리는 관 시리즈를 읽어 온 독자라면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이라 생각하여, 작가가 이보다 더 복잡한 진상을 준비했을 것으로 판단하였음.<br><br>나. 범인 후보의 압축<br><br>ㅇ(이노제외) 이노가 미로관에서 갑자기 사라졌을 때부터 범인으로 의심하지 않았음. 너무 노골적으로 의심받도록 배치된 인물이어서 오히려 작가가 준비한 미끼라고 판단하였음.<br><br>ㅇ(후보제외) 스자키, 기요무라, 하야시, 후나오카는 차례로 살해되면서 자연스럽게 범인 후보에서 제외되었음.<br><br>ㅇ(탐정제외) 시마다는 사건의 모순을 검토하고 추리를 진행하는 탐정 역할이었으므로 범인일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였음.<br><br>ㅇ(후보압축) 살해된 인물들과 이노, 시마다를 제외하고 나니 게이코, 우타야마, 사메지마 정도가 남았으며, 이 가운데 한때 게이코를 가장 의심하였음.<br><br>ㅇ(사메지마) 사메지마는 사건 발생 뒤 늦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었으나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았고, 범인으로 연결할 만한 행동도 뚜렷하지 않아 강하게 의심하지 않았음.<br><br>ㅇ(미야가키범인설) 작중소설의 해결편에서 미야가키가 범인으로 규정되었을 때 살인의 동기가 지나치게 부자연스럽다고 느끼면서도, 예상했던 위장 죽음과 비밀통로가 해답으로 제시되자 일단 사건이 해결된 것으로 받아들였음.<br><br>다. 추리의 실패<br><br>ㅇ(액자간과) 작품이 액자소설이라는 사실을 끝까지 경계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추리 실패였음.<br><br>ㅇ(진상종결) 작중소설 안에서 범인이 밝혀졌다는 이유로 사건이 완전히 끝났다고 판단하면서 액자 밖의 가능성을 스스로 배제하였음.<br><br>ㅇ(판단한계) 미야가키의 범행 동기가 납득하기 어려웠음에도 이를 또 다른 진상이 남아 있다는 신호로 연결하지 못하였음.<br><br>ㅇ(자기반성) 사건의 수법과 범인뿐 아니라 자신이 읽고 있는 글의 형식과 서술 주체까지 의심했어야 했음을 뒤늦게 깨달았음.<br><br><br>5. 관 시리즈 가운데 가장 복잡했던 작품<br><br>가. 공간의 미궁<br><br>ㅇ(도면확인) 등장인물의 객실과 이동 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평면도와 부분도를 여러 차례 다시 살펴보게 된 작품이었음.<br><br>ㅇ(객실유사성) 여러 객실의 구조가 비슷해 방의 위치와 방향을 기억하는 것이 쉽지 않았음.<br><br>ㅇ(가면표식) 등장인물들이 정확한 동선보다 방 앞에 걸린 짐승 가면을 기준으로 객실을 찾는 설정이 공간 착각을 가능하게 하였음.<br><br>ㅇ(동선통제) 건축물이 사람을 수용하는 수동적 공간이 아니라 이동과 행동을 유도하고 통제하는 능동적 장치로 사용되었음.<br><br>나. 이야기의 미궁<br><br>ㅇ(복합구조) 공간 트릭, 암호, 살인현장의 연출, 작중소설, 액자 밖의 반전이 중첩되어 사건보다 이야기의 구조를 파악하는 일이 더 어려웠음.<br><br>ㅇ(독자혼란) 독자는 미로관의 평면도 안에서만 길을 잃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소설인지 판단하는 과정에서도 길을 잃게 되었음.<br><br>ㅇ(해결재검토) 하나의 해답이 제시될 때마다 다시 의문이 생겨, 해결편조차 그대로 믿을 수 없는 작품이었음.<br><br>다. 관 시리즈와의 비교<br><br>ㅇ(십각관) 『십각관의 살인』이 인물의 정체와 두 공간 사이의 분리를 중심으로 독자를 속인 작품<br><br>ㅇ(수차관) 『수차관의 살인』이 건물 구조와 인물의 외모·기억·바꿔치기를 중심으로 구성된 작품<br><br>ㅇ(미로관) 『미로관의 살인』은 객실과 짐승 가면을 이용한 공간 착각에 액자소설과 성별 트릭까지 중첩한 작품이었음.<br><br>ㅇ(복잡성) 앞선 작품보다 사용된 장치가 많고 반전의 층위도 깊어 관 시리즈 가운데 가장 복잡한 작품으로 느껴졌음.<br><br><br>6. 복선과 페어플레이에 대한 고찰<br><br>가. 정보 통제와 후행형 복선<br><br>ㅇ(작가의주장) 작가는 후기에서 최소한의 페어플레이를 지켰고 복선도 깔았다고 자신 있게 밝히고 있음.<br><br>ㅇ(후행복선) 그러나 사메지마와 관련된 단서들은 읽는 도중 진범을 찾아가게 하는 전진형 복선보다 결말을 알고 난 뒤에야 의미가 생기는 후행형 복선에 가까웠음.<br><br>ㅇ(등장시점) 사메지마가 사건 발생 직후 현장에 바로 나타나지 않고 뒤늦게 등장하는 경우가 있었으나, 이것만으로 범행 후 정리를 하고 있었다고 추론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였음.<br><br>ㅇ(혈흔단서) 첫 번째 사건 현장의 의문의 혈흔이 여성 범인을 암시하는 단서였다고 볼 수 있으나, 여성이라는 사실에서 곧바로 사메지마를 특정할 수는 없었음.<br><br>ㅇ(관계와동기) 미야가키와 사메지마의 과거 관계 및 범행 동기를 이루는 핵심 정보도 사건 진행 중 충분히 부각되지 않아, 결말 전에 두 사람의 관계를 합리적으로 추론하기 어려웠음.<br><br>나. 성별 트릭<br><br>ㅇ(성별미표기) 사메지마가 남성이라고 명시된 적은 없지만, 말투와 행동, 등장인물로서의 분위기는 독자가 자연스럽게 중년 남성으로 받아들이도록 구성되어 있었음.<br><br>ㅇ(인식유도) 단순히 성별을 밝히지 않은 수준을 넘어 독자가 남성으로 판단하도록 서술 전체가 의도적으로 유도되어 있었음.<br><br>ㅇ(말장난의혹) 마지막에 여성이라는 사실을 밝히며 ‘남자라고 쓴 적은 없다’는 방식으로 뒤집는 것은 형식적으로 거짓말을 피했을 뿐, 독자의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인식을 악용한 말장난에 가깝게 느껴졌음.<br><br>ㅇ(추론한계) 여성 범인의 가능성을 발견하더라도 당시 여성으로 제시된 게이코나 후나오카가 먼저 의심될 수밖에 없어, 사메지마를 진범으로 특정하기는 어려웠음.<br><br>다. 페어플레이의 훼손<br><br>ㅇ(정보불균형) 진범의 성별, 과거 관계, 범행 동기처럼 범인을 특정하는 데 필요한 핵심 정보가 지나치게 감춰져 있었음.<br><br>ㅇ(범인특정) 액자 밖에 또 다른 진상이 있음을 알아차렸더라도 게이코, 우타야마, 사메지마 가운데 사메지마를 합리적으로 선택할 근거는 충분하지 않았음.<br><br>ㅇ(반전우선) 독자가 제시된 단서를 조합해 진상에 도달하도록 하기보다, 마지막에 감춰 둔 정보를 공개하여 충격을 주는 방식이 우선된 것으로 느껴졌음.<br><br>ㅇ(공정성한계) 결말 이후에야 앞선 장면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과 독자가 결말 전에 범인을 추론할 수 있다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였음.<br><br>ㅇ(최종평가) 독자를 놀라게 하는 데에는 성공하였으나, 주어진 정보만으로 진범을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본격추리의 페어플레이 정신은 심각하게 훼손된 작품으로 판단됨.<br><br><br>7. 총평<br><br>ㅇ(공간트릭) 미로관의 반복되는 객실 구조와 짐승 가면을 이용한 공간 트릭은 관 시리즈 가운데서도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 주었음.<br><br>ㅇ(액자구조) 작중소설의 해결 뒤 액자 밖에서 진상을 다시 뒤집는 구성은 강한 반전 효과를 만들어 냈음.<br><br>ㅇ(종합평가) 공간과 서술 구조는 뛰어났으나 진범을 특정할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아, 범인 추리의 공정성은 심각하게 훼손된 작품으로 평가됨.<br><br><br>8. 사건 전개 및 주요 트릭<br><br>가. 미로관의 소설 경연<br><br>ㅇ(유언과경연) 추리소설계의 원로 미야가키 요타로는 자신의 제자들에게 미로관을 무대로 한 추리소설을 집필하게 하고, 가장 뛰어난 작품의 작가에게 유산과 저작권을 물려주겠다는 뜻을 남김.<br><br>ㅇ(폐쇄공간) 작가와 평론가, 편집자, 비서 등 관계자들이 미로관에 모여 합숙하며 원고를 작성하고 심사하는 폐쇄적 상황이 조성됨.<br><br>ㅇ(소설과현실) 작가들이 집필하는 소설의 살인 장면과 닮은 사건이 현실의 미로관에서 발생하면서 소설 경연이 연쇄살인사건으로 변함.<br><br>ㅇ(시선유도) 살인현장을 작가들의 원고와 연결하여 참석자들의 관심이 원고의 내용과 작가들 사이의 경쟁으로 향하도록 유도함.<br><br>나. 스자키 소스케 사건<br><br>ㅇ(첫희생자) 스자키 소스케가 미노타우로스 응접실의 양가죽 위에서 살해된 채 발견됨.<br><br>ㅇ(참수연출) 스자키의 머리가 제거되고 그 자리에 검은 황소의 머리가 놓여 인간의 몸과 황소의 머리가 결합된 미노타우로스의 모습으로 꾸며짐.<br><br>ㅇ(소설재현) 살인현장은 스자키가 집필하던 원고 속 장면과 유사하게 구성되어 범인이 원고의 내용을 알고 있었음을 보여 줌.<br><br>ㅇ(의문혈흔) 현장에는 피해자의 것으로 보기 어려운 혈흔이 남아 있었으며, 액자 밖의 진상에서 범인의 성별과 연결되는 단서로 해석됨.<br><br>ㅇ(연극적범행) 황소 머리를 놓고 시신을 변형한 행위는 살해 자체에 필요한 과정이 아니라, 살인을 하나의 작품이나 공연처럼 연출하기 위한 행위였음.<br><br>다. 기요무라 준이치 사건<br><br>ㅇ(객실착각) 미로관의 여러 객실은 구조가 비슷하며, 참석자들은 복잡한 이동 경로보다 방 앞에 걸린 짐승 가면과 이름표를 기준으로 객실을 구분함.<br><br>ㅇ(가면교체) 범인은 관련 객실 앞의 짐승 가면 위치를 바꾸어 기요무라가 다른 방을 자신의 객실로 착각하도록 유도함.<br><br>ㅇ(함정설치) 불이 꺼진 방의 조명 스위치 부근에 독극물을 이용한 장치를 미리 설치하여, 기요무라가 스위치를 찾는 과정에서 독에 노출되도록 함.<br><br>ㅇ(비대면살인) 범인은 범행 순간 기요무라와 함께 있을 필요 없이 피해자의 습관적인 행동을 이용해 살인을 완성함.<br><br>ㅇ(밀실아님) 기요무라 사건의 핵심은 밀실살인이 아니라 짐승 가면과 유사한 객실 구조를 이용한 방의 착각 및 사전 설치형 함정이었음.<br><br>ㅇ(공간트릭) 방 자체를 움직인 것이 아니라 표식만 바꾸어 피해자의 인식을 조작했다는 점에서 미로관의 공간적 특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한 사건이었음.<br><br>라. 하야시 히로아 사건<br><br>ㅇ(연속범행) 하야시 역시 자신이 집필하던 원고와 연관된 형태로 살해되어, 범인이 작가들의 원고를 읽거나 내용을 전달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음을 보여 줌.<br><br>ㅇ(워드프로세서) 하야시의 방에 있던 워드프로세서에 의미를 바로 알 수 없는 문자 조합이 남아 다잉메시지로 의심됨.<br><br>ㅇ(자판대응) 영문 자판과 일본어 오아시스 키보드 배열의 차이를 대조하여 같은 키 위치의 다른 문자를 해석하는 암호가 제시됨.<br><br>ㅇ(암호트릭) 전통적인 살인사건에 당시의 워드프로세서 자판을 활용한 암호를 결합하여 사건의 수수께끼를 확장함.<br><br>ㅇ(양면성) 다잉메시지는 피해자가 남긴 진짜 단서일 수도 있고 범인이 수사 방향을 조종하기 위해 만든 거짓 단서일 수도 있어 판단을 흔드는 장치로 작용함.<br><br>ㅇ(물리적개연성) 하야시 살인은 사메지마가 등 뒤에서 칼로 기습하여 살해한 것으로 전개되나, 성인 남성이 별다른 몸싸움이나 저항 없이 치명상을 입게 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 부족함. 이후 다잉메시지를 남길 시간은 있으면서도 범인을 제압하거나 탈출을 시도한 흔적은 제시되지 않아 범행의 물리적 개연성에 다소 아쉬움이 남는 장면임.<br><br>마. 후나오카 마도카 사건<br><br>ㅇ(부상발견) 후나오카가 머리에 심한 부상을 입은 채 발견되어 또 다른 피해자로 인식됨.<br><br>ㅇ(의식회복) 잠시 의식을 회복하지만 사건의 진상을 분명하게 밝힐 만한 진술을 남기지 못함.<br><br>ㅇ(사망) 후나오카가 결국 사망하면서 참석자들은 연쇄살인이 마무리된 것으로 생각함.<br><br>ㅇ(가설제시) 사건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후나오카나 이노 등을 범인으로 보는 여러 가설이 제시되지만, 이는 등장인물들의 토론 과정에서 나온 가능성일 뿐 시마다가 확정한 결론은 아니었음.<br><br>ㅇ(의심분산) 피해자가 범인일 수도 있다는 가설을 제시하여 특정 인물에게 의심이 고정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함.<br><br>바. 시마다 기요시의 검토<br><br>ㅇ(평면도분석) 시마다는 평면도와 객실 구조, 등장인물들의 이동을 다시 검토하며 사건의 물리적 가능성을 확인함.<br><br>ㅇ(짐승가면) 사람들이 객실 위치를 정확한 거리와 방향보다 짐승 가면으로 기억했다는 점이 방 착각 트릭의 핵심으로 드러남.<br><br>ㅇ(가설검토) 후나오카나 이노 등을 범인으로 보는 다른 사람들의 가설을 검토하고 모순을 확인하며 사건을 재구성함.<br><br>ㅇ(추리역할) 특정 인물을 성급히 범인으로 지목하기보다 제시된 가설들을 논리적으로 검증하는 역할을 수행함.<br><br>ㅇ(해결범위) 사건의 수법과 미로관의 구조를 설명하는 데에는 성공하였으나, 액자 밖에서 드러나는 최종 진상까지 포착하지는 못함.<br><br>사. 작중소설의 해결<br><br>ㅇ(미야가키범인설) 작중소설에서는 죽은 것으로 알려진 미야가키가 실제로는 살아 있었으며, 미로관의 장치와 숨은 공간을 이용해 사건을 일으킨 범인으로 설명됨.<br><br>ㅇ(위장죽음) 미야가키가 자신의 죽음을 위장하고 미로관 내부를 돌아다니며 범행을 저질렀다는 해답이 제시됨.<br><br>ㅇ(독자의수용) 관 시리즈의 특성상 비밀통로와 위장 죽음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장치였기 때문에 이를 최종 해답으로 받아들이기 쉬웠음.<br><br>ㅇ(동기부자연) 그러나 고령의 작가가 자신의 작품과 미로관을 완성하기 위해 여러 사람을 살해했다는 동기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음.<br><br>ㅇ(액자신호) 미야가키의 부자연스러운 범행 동기는 액자 밖에 또 다른 진상이 남아 있음을 암시하는 장치로 기능함.<br><br>아. 액자 밖의 진실<br><br>ㅇ(액자전환) 작중소설이 끝난 뒤 이야기가 액자 밖으로 돌아오면서 앞서 제시된 미야가키 범인설이 최종 진상이 아니었음이 드러남.<br><br>ㅇ(진범사메지마) 실제 사건을 조종하고 기록을 구성한 핵심인물로 사메지마가 드러남.<br><br>ㅇ(성별반전) 작품 내내 남성으로 읽혔던 사메지마가 실제로는 여성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현장의 혈흔과 범행 동기가 새롭게 해석됨.<br><br>ㅇ(과거관계) 사메지마와 미야가키의 과거 관계가 진상의 중심에 놓이며 사건의 동기와 액자소설의 작성 목적이 설명됨.<br><br>ㅇ(서술트릭) 독자는 범행 현장의 물리적 미로뿐 아니라 사메지마가 구성한 이야기의 미로 안에서도 속고 있었음이 밝혀짐.<br><br>ㅇ(내용반전) 작중소설의 해답을 액자 밖에서 다시 뒤집음으로써 작품 전체를 하나의 서술 트릭으로 완성함.]]></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872/10/cover150/895975308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8721084</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마이리뷰] 여행의 이유 - [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7832</link><pubDate>Sun, 02 Aug 2026 07:5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783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55971&TPaperId=1742783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8827/60/coveroff/8954655971_3.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55971&TPaperId=1742783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a><br/>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04월<br/></td></tr></table><br/>나의 여행의 이유<br><br>돌궐의 명장 톤유쿠크는 성을 쌓고 한곳에 머무르기보다 끊임없이 이동하는 삶에서 민족의 힘과 생존의 길을 찾았다. 그가 정착과 안주보다 이동과 기동성을 중시했던 뜻처럼, 나에게 여행은 익숙한 자리에 머물지 않고 세상을 직접 찾아 나서는 일이다.<br><br><br>1. 역사유적을 직접 찾아가 그곳에 남아 있는 사람과 시대의 흔적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br><br>2. 산과 협곡, 바다와 고원 등 인간의 힘으로 만들 수 없는 웅장한 대자연의 경치를 직접 마주하기 위해<br><br>3. 가족과 함께 보고 걷고 느낀 시간을 오래 남을 기억과 나만의 이야기로 기록하기 위해<br><br><br>“돌궐의 명장 톤유쿠크가 말한 이동의 정신처럼, 익숙한 곳에 안주하지 않고 역사의 흔적과 웅장한 대자연을 직접 찾아 나서며, 가족과 함께한 그 시간과 감동을 오래 남을 이야기로 기록하기 위해 나는 여행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8827/60/cover150/8954655971_3.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88276096</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마이리뷰] 여행의 이유 - [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7831</link><pubDate>Sun, 02 Aug 2026 07:5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783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55971&TPaperId=1742783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8827/60/coveroff/8954655971_3.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55971&TPaperId=1742783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a><br/>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04월<br/></td></tr></table><br/>김영하 『여행의 이유』에서 말하는 여행의 이유<br><br>1. 익숙한 일상과 상처에서 잠시 벗어나기 위해<br><br>2.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고 현재에 머물기 위해<br><br>3. 익숙한 신분과 역할을 벗어나 ‘아무도 아닌 사람’이 되기 위해<br><br>4. 낯선 사람과 세계가 건네는 환대를 경험하기 위해<br><br>5. 자신이 살던 곳에서 거리를 두고 자기 삶과 자신을 새롭게 바라보기 위해<br><br>6. 실패와 우연, 예상하지 못한 사건까지 새로운 경험과 이야기로 받아들이기 위해<br><br>※ 인간은 본래 이동하고 방랑하는 존재라는 설명은 여행의 직접적인 이유라기보다, 인간이 여행을 떠나는 근원적 본성이나 배경에 해당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8827/60/cover150/8954655971_3.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88276096</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오늘의 한문장] 미로관의 살인</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7638</link><pubDate>Sun, 02 Aug 2026 00:2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7638</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E832530515&TPaperId=1742763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0083/28/coveroff/e832530515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0083/28/cover150/e83253051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00832837</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작가, 평론가, 편집자와 그의 아내, 이 자리에 모인...</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7634</link><pubDate>Sun, 02 Aug 2026 00:1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7634</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9753084&TPaperId=1742763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872/10/coveroff/8959753084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872/10/cover150/895975308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8721084</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마이리뷰] 비키니 섬 - [비키니 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7167</link><pubDate>Sat, 01 Aug 2026 18:5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716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8996615&TPaperId=1742716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00/4/coveroff/898899661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8996615&TPaperId=1742716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비키니 섬</a><br/>시어도어 테일러 지음, 김석희 옮김 / 아침이슬 / 2007년 10월<br/></td></tr></table><br/>[독서감상보고]<br><br>크로스(Crossroads), 인류가 선택해야 할 길<br>- 『비키니 섬』을 읽고 -<br><br>1. 비키니 섬은 누구의 고향이었는가<br><br>『비키니 섬』을 읽기 전부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책의 표지였다. 잔잔한 바다 위 작은 쪽배를 탄 비키니 섬 원주민이 거대한 버섯구름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핵실험 장면을 그린 그림이라고 생각했지만, 책을 읽고 난 뒤 다시 보니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br><br>쪽배는 원주민들의 평범한 일상과 삶의 터전을 상징하고, 그 뒤로 솟아오른 거대한 버섯구름은 강대국의 군사력과 핵무기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였다. 한쪽에는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작은 공동체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인간이 만들어 낸 가장 거대한 파괴력이 있다. 두 모습이 한 화면에 담겨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책이 말하려는 비극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다.<br><br>특히 원주민은 버섯구름을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이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다. 자신의 삶과 고향이 사라지는 순간을 무력하게 지켜보는 그 뒷모습은 책을 모두 읽고 난 뒤에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나는 이 표지 한 장만으로도 『비키니 섬』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충분히 담아내고 있다고 느꼈다.<br><br>『비키니 섬』은 청소년을 위한 소설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작품이다. 이 책은 태평양 마셜제도에 있는 비키니 환초를 배경으로, 핵무기가 인간의 삶과 공동체를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담담하게 그려낸다.<br><br>비키니 섬은 원래 미국의 영토가 아니었다. 수백 년 동안 마셜제도 원주민들이 평화롭게 살아온 삶의 터전이었다. 주민들은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고, 코코넛과 판다누스를 기르며, 가족과 이웃이 서로 의지하는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왔다. 그들에게 비키니 섬은 단순한 땅 한 조각이 아니라 조상들의 무덤과 기억, 생활방식이 함께 이어지던 하나의 세계였다.<br><br>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미국은 유엔 신탁통치령이 된 이 지역을 핵실험장으로 선정하였다. 1946년 주민들에게 “인류의 평화와 전쟁을 끝내기 위한 실험이니 잠시만 섬을 비워 달라.”고 설득하여 다른 섬으로 이주시켰고, 이후 비키니 환초에서는 모두 23차례의 핵실험이 실시되었다.<br><br>특히 1954년 실시된 ‘캐슬 브라보(Castle Bravo)’ 수소폭탄 실험은 예상보다 훨씬 큰 폭발을 일으켜 방사능 낙진이 광범위하게 퍼졌으며, 주민들과 주변 지역에 심각한 피해를 남겼다. 주민들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약속을 믿고 떠났지만, 방사능 오염으로 인해 지금까지도 자유롭게 삶의 터전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br><br>미국이 빼앗은 것은 단순한 섬 하나가 아니었다. 한 공동체의 역사와 기억, 삶의 방식, 그리고 삶의 터전 전체였다.<br><br>2. ‘크로스(Crossroads)’, 인류가 선 교차로<br><br>소설에서 핵실험 작전의 이름은 ‘크로스(Crossroads)’, 우리말로 ‘교차로’이다.<br><br>처음에는 단순한 작전명이라고 생각했지만, 책을 읽을수록 그 이름이 가진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br><br>원자력은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도 있는 과학기술이다. 그러나 동시에 인류를 스스로 멸망시킬 수도 있는 핵무기가 되었다. 인류는 평화와 공멸이라는 두 갈래 길이 만나는 교차로에 서게 된 것이다.<br><br>하지만 비키니 섬 주민들에게는 선택권조차 없었다. 그들은 강대국이 선택한 길의 희생자가 되었을 뿐이다. ‘교차로’라는 이름은 인류의 선택을 의미했지만, 정작 그 선택의 대가는 아무 죄 없는 작은 섬 주민들이 치러야 했다.<br><br>‘크로스’라는 이름은 1946년 당시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핵무기를 안보의 수단으로 계속 붙들 것인지, 아니면 군축과 공존의 길로 나아갈 것인지 결정하지 못한 채 오늘날의 인류도 여전히 같은 교차로에 서 있다.<br><br>8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인류는 그 교차로를 벗어나지 못했다. 어느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인류의 미래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br><br>3. 가장 무서웠던 것은 무감각함이었다<br><br>이 책에는 전쟁이나 핵실험의 참상을 자극적으로 묘사하는 장면이 거의 없다.<br><br>오히려<br><br>“실제 폭탄 투하 5분 전.”<br><br>“모든 보안경을 조정하라.”<br><br>“폭탄 투하.”<br><br>라는 짧은 방송만 반복될 뿐이다.<br><br>이 장면이 더욱 섬뜩했던 이유는 사람의 생명과 삶의 터전이 하나의 군사작전 절차처럼 처리되고 있었기 때문이다.<br><br>누군가는 초 단위로 시간을 재고, 누군가는 계기를 확인하며, 누군가는 명령을 전달한다. 그 치밀한 절차가 향한 곳은 적군의 군사기지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이었다. 주민들은 이미 강제로 고향을 떠나야 했고, 남겨진 섬은 거대한 핵실험장이 되었다.<br><br>작전의 모든 과정은 초 단위로 정밀하게 계산되었지만, 그 계산 속에 비키니 섬 주민들의 삶과 고향의 가치는 들어 있지 않았다. 절차가 정확할수록 오히려 인간의 생명이 얼마나 무가치하게 취급되었는지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치밀한 절차와 인간 생명의 가벼움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장면이었다.<br><br>더욱 두려운 것은 이 모든 일이 분노나 증오가 아니라, 일상적인 명령과 보고, 점검과 확인 속에서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누군가의 고향을 파괴하고 공동체를 해체하는 일이 하나의 임무이자 업무처럼 처리되고 있었다.<br><br>핵무기의 가장 큰 공포는 폭발 그 자체만이 아니다. 인간의 삶과 공동체가 군사적 목적 앞에서 너무도 쉽게 희생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과정에 사람들이 무감각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더욱 두려웠다.<br><br>4. 핵무기는 누구에게 허용되어야 하는가<br><br>『비키니 섬』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과연 핵무기는 누구에게 허용되어야 하는 것일까.<br><br>현재 국제사회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통해 핵무기의 확산을 막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미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들은 막대한 핵전력을 유지하면서도 다른 나라의 핵개발은 강하게 제재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이에 대해 국제사회에서는 핵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기존 핵보유국 역시 핵군축에 더욱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br><br>강대국은 자신들의 핵무기를 억지력과 안보라는 말로 정당화하지만, 약소국에는 같은 논리를 인정하지 않는다. 강대국의 힘의 논리와 약소국의 안보 불안이 맞물리는 한, 핵확산 문제를 어느 한 나라의 잘못만으로 단순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br><br>최근 국제사회의 여러 핵 갈등을 보면서도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란을 둘러싼 갈등과 협상, 군사적 긴장이 반복되는 모습을 보며 국제정치에서는 힘의 논리가 정의보다 앞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느꼈다. 이러한 현실을 보며 약한 나라들이 느끼는 안보 불안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다.<br><br>물론 그렇다고 핵무기가 더 늘어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핵무기는 어느 나라의 손에 있든 결국 인류 전체를 위협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한 나라가 안보를 이유로 핵무기를 강화하면 다른 나라도 불안을 느끼고 같은 길을 선택하게 된다. 그 결과 어느 나라도 완전히 안전해지지 못하고, 오히려 모두가 더 위험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br><br>『비키니 섬』은 핵무기를 가져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를 단순하게 이야기하는 소설이 아니다. 핵무기를 가진 강대국들이 과연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해 왔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큰 희생을 치른 사람들은 누구였는지를 우리에게 묻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br><br>5. 비키니 섬이 우리에게 남긴 질문<br><br>『비키니 섬』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비키니 섬 사람들은 대체 무슨 죄가 있었을까.”라는 질문이었다.<br><br>그들은 전쟁을 일으킨 사람들도 아니었고, 어느 나라를 침략한 사람들도 아니었다. 그저 조상 대대로 살아온 섬에서 평범한 삶을 이어가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강대국은 군사적 필요를 이유로 그들의 고향을 빼앗았다. 사람보다 국가의 전략이, 삶보다 군사적 목적이 우선된 결과였다.<br><br>지금도 비키니 섬은 완전히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핵실험은 끝난 지 오래되었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자유롭게 고향으로 돌아가 살지 못하고 있다. 한때는 평화로운 남태평양의 작은 섬이었던 비키니 환초는 이제 핵시대의 비극을 증언하는 세계문화유산이 되었다.<br><br>사람의 발길이 끊긴 뒤 비키니 섬의 산호와 해양생태계는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자연이 회복되는 동안에도 고향을 빼앗긴 사람들의 공동체는 돌아오지 못했다. 푸른 바다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상실이 한곳에 겹쳐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비키니 섬이 품고 있는 가장 쓰라린 아이러니이다.<br><br>아름다움은 사람들이 떠난 뒤에야 찾아왔다. 자연은 다시 살아났지만, 사람들의 삶과 기억은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했다. 자연의 회복과 인간의 상실이 교차하는 이 현실은 핵실험의 상처가 결코 과거형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br><br>책을 덮으며 다시 표지 속 원주민의 뒷모습과 ‘크로스(Crossroads)’라는 작전명을 떠올렸다. 작은 쪽배 위에서 거대한 버섯구름을 바라보는 원주민의 모습은 강대국의 선택 앞에서 아무런 선택권도 갖지 못했던 비키니 섬 주민들의 처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br><br>‘크로스’는 단순한 핵실험의 작전명이 아니었다. 인류가 평화와 대결, 생명과 파괴 사이에서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 것인지를 묻는 상징이었다.<br><br>비키니 섬은 그 선택의 대가가 얼마나 참혹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역사이다. 그리고 그 질문은 80여 년이 지난 오늘도 여전히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인류가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지는 결국 우리 모두의 몫일 것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00/4/cover150/898899661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000426</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에세이</category><title>[마이리뷰] 만년필입니다! - [만년필입니다! - 만년필 사용자를 위한 입문서]</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6985</link><pubDate>Sat, 01 Aug 2026 16:3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698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4819096&TPaperId=1742698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355/31/coveroff/8994819096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4819096&TPaperId=1742698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만년필입니다! - 만년필 사용자를 위한 입문서</a><br/>박종진 지음 / 엘빅미디어 / 2013년 11월<br/></td></tr></table><br/>[만년필 에세이 2] 내 책상 위의 만년필 2<br>- 쉬는 만년필도 있다<br><br>지난 번 글에서 나는 늘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만년필 이야기를 했다.<br><br>사진만 본 사람이라면 아마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br><br>‘저 사람이 가진 만년필은 저게 전부인가?‘<br><br>하지만 그렇지는 않다.<br><br>책상 위에 놓여 있는 만년필은 언제나 일부일 뿐이다.<br><br>사용하지 않는 만년필들은 따로 보관함에서 쉰다. 나무 보관함도 있고, 오래 아껴 온 만년필들을 넣어 둔 보관함도 있다. 뚜껑을 열면 각자 제자리에 누워 있는 만년필들이 조용히 쉬고 있다.<br><br>책상 위에 있는 만년필들이 현역이라면, 보관함 속 만년필들은 잠시 휴식 중인 셈이다.<br><br>한동안 책상 위에서 함께 지내던 만년필들은 보관함으로 들어가고, 대신 다른 만년필들이 나온다.<br><br>나는 혼자서 이걸 ‘교대‘라고 부른다.<br><br>오랫동안 같은 만년필만 쓰다 보면 어느 순간 조금 심심해진다.<br><br>만년필이 싫어진 것이 아니다.<br><br>그저 다른 녀석이 생각나는 것이다.<br><br>그럴 때면 보관함을 연다.<br><br>오늘은 누구를 데려올까.<br><br>뚜껑을 열고 한 자루씩 바라보다 보면 예전에 자주 쓰던 만년필이 눈에 들어온다.<br><br>‘그래, 이번에는 네 차례다.‘<br><br>그렇게 다시 책상 위로 나온 만년필은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처럼 반갑다.<br><br>물론 늘 반갑게 인사만 하는 것은 아니다.<br><br>보관하기 전에는 잉크를 비우고 세척하는 것이 원칙이다.<br><br>그런데 사람 일이 늘 그렇듯 가끔은 깜빡한다.<br><br>‘다음에 또 쓰지 뭐.‘<br><br>하고 잉크를 채운 채 그대로 보관함에 넣어 둔 만년필이 하나쯤 생긴다.<br><br>몇 달 뒤 그 녀석을 다시 꺼내 보면 역시나 쉽게 써지지 않는다.<br><br>종이 귀퉁이에 선을 몇 번 그어 보고, 휴지에도 대 본다.<br><br>그래도 꿈쩍하지 않는 녀석이 있다.<br><br>그러면 방법은 하나다.<br><br>세면대로 직행이다.<br><br>따뜻한 물을 조금 틀어 놓고 펜촉을 씻어 준다.<br><br>살살 마사지를 해 준다.<br><br>한참 그러고 나면 굳었던 잉크가 조금씩 풀린다.<br><br>다시 책상으로 돌아와 종이에 첫 획을 그어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부드럽게 잉크가 흘러나온다.<br><br>그럴 때면 괜히 웃음이 난다.<br><br>˝인자 됐네.˝<br><br>만년필은 저마다 성격도 조금씩 다른 것 같다.<br><br>내 경험으로는 일본 세일러 만년필은 참 부지런하다.<br><br>프로기어 화이트 로즈골드에 사쿠라모리 잉크를 넣어 두고 정말 깜빡한 채 거의 2년을 보관했던 적이 있다. 나중에야 생각나 꺼내 들었는데 얼마나 부드럽게 써지던지.<br><br>‘워매... 스케이트여. 스케이트.‘<br><br>그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br><br>반면 파카 듀오폴드 핀스트라이프는 내 것만 그런지는 모르겠다. 조금 오래 두었다 쓰면 잉크 흐름이 박하다. 첫 획부터 시원하게 나오질 않는다. 몇 번이고 달래 줘야 그제야 제 모습을 찾는다.<br><br>몽블랑은 대체로 든든한 편이다.<br><br>엊저녁에는 어린왕자 여우 시리즈 르그랑의 뚜껑을 열어 둔 채 잠이 들어 버렸다.<br><br>아침에 일어나 그 모습을 보는 순간,<br><br>‘아이고, 내가 미쳤구나.‘<br><br>싶었다.<br><br>하룻밤 내내 뚜껑이 열린 채 있었으니 당연히 안 써질 줄 알았다.<br><br>그런데 막상 종이에 대 보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술술 써 내려간다.<br><br>혼자 피식 웃었다.<br><br>‘역시 너는 믿음직하구나.‘<br><br>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가 쓰고 있는 만년필들의 이야기다.<br><br>같은 모델이라도 사람마다 경험은 다를 수 있다.<br><br>누군가는 만년필이 너무 많지 않으냐고 묻는다.<br><br>맞는 말이다.<br><br>책상 위에 있는 몇 자루만으로도, 아니 한자루로도 글은 얼마든지 쓸 수 있다.<br><br>그런데도 다른 만년필을 꺼내는 이유는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가 아니다.<br><br>조금 다른 기분으로 글을 쓰고 싶어서다.<br><br>사람도 매일 같은 옷만 입고 살지는 않는다.<br><br>기분에 따라 옷을 갈아입듯, 나는 그날의 마음에 따라 만년필을 바꾼다.<br><br>그렇게 교대를 마친 만년필들은 다시 책상 위에서 한동안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br><br>한자를 쓰고, 시를 필사하고, 메모를 남기고, 또 손가락에 잉크를 묻힌다.<br><br>그러다 다시 보관함으로 돌아간다.<br><br>그리고 또 다른 만년필이 책상 위로 나온다.<br><br>내 책상 위의 만년필은 그렇게 조금씩 얼굴을 바꾸며 오늘도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355/31/cover150/8994819096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3553163</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마이페이퍼</category><title>˝콘테스트-미로관의 살인......인가? 흐음, 사상...</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6881</link><pubDate>Sat, 01 Aug 2026 15:1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6881</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E832530515&TPaperId=1742688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0083/28/coveroff/e832530515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0083/28/cover150/e83253051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00832837</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마이페이퍼</category><title>스자키 쇼스케, 41세.
오늘 모인 미야가 요타로의 ...</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6847</link><pubDate>Sat, 01 Aug 2026 14:5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6847</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9753084&TPaperId=1742684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872/10/coveroff/8959753084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872/10/cover150/895975308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8721084</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마이리뷰] 대전현충원에 묻힌 이야기 - [대전현충원에 묻힌 이야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6755</link><pubDate>Sat, 01 Aug 2026 13:3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675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92934623&TPaperId=1742675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5221/0/coveroff/k89293462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92934623&TPaperId=1742675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대전현충원에 묻힌 이야기</a><br/>김선재.임재근.정성일 지음 / 문화의힘 / 2024년 10월<br/></td></tr></table><br/>[대전현충원에 잠들어 있는 친구들]<br><br>국립대전현충원에는 나와 인연이 닿았던 두 사람이 잠들어 있다. 한 사람은 중학교 동창인 ㅎㅇㅇ 상사이고, 다른 한 사람은 ㅅ대학교 ROTC 동기였던 ㅂㅁㅁ 중위다.<br><br>두 사람과 맺었던 인연의 깊이는 서로 달랐다.<br><br>ㅎㅇㅇ 상사는 나와 같은 중학교를 다녔지만, 솔직히 말하면 학창 시절의 기억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같은 학교를 다녔어도 특별히 가까이 지낸 사이는 아니었고, 내 기억 속에서도 눈에 잘 띄지 않는 조용한 친구였다.<br><br>그가 나와 같은 중학교를 다닌 동창이었다는 사실도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뒤에야 알았다. 텔레비전과 신문에 그의 이름과 얼굴이 나오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비로소 오래전 같은 학교를 다녔던 친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br><br>그만큼 조용한 친구였다. 학교에서는 기억에 뚜렷하게 남지 않을 만큼 조용했던 한 사람이 훗날 서해 바다에서 나라를 지키다 전사했고, 나라가 기억하는 영웅이 되었다. 나는 살아 있을 때 제대로 알지 못했던 동창을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뒤늦게 알게 되었다.<br><br>ㅎㅇㅇ 상사는 우리 마님과도 같은 중학교 동창이다. 마님 역시 그와 특별히 가까이 지낸 것은 아니지만, 우리 부부에게 그는 같은 시절, 같은 학교를 다녔던 동창이다.<br><br>반면 ㅂㅁㅁ 중위는 전혀 다른 인연이다.<br><br>그는 ㅅ대학교 ROTC 동기 가운데서도 나와 가까웠던 친구 중 하나였다. 함께 장교가 되기 위한 교육과 훈련을 받으며 대학 시절을 보냈고, 서로의 성격과 사람됨도 잘 알고 지냈다.<br><br>군 복무 중 나는 연천 전곡에 있는 공병대대에서 소대장으로 근무했다. 당시 저탐시설, 즉 레이더 관련 시설공사의 감독을 맡고 있었다.<br><br>어느 날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굴삭기 기사가 내게 물었다.<br><br>“ROTC 출신입니까?”<br><br>그렇다고 대답하자 어느 학교를 나왔느냐고 다시 물었다.<br><br>“ㅅ대학교입니다.”<br><br>그러자 그분은 곧바로 물었다.<br><br>“ㅂㅁㅁ을 아십니까?”<br><br>“잘 압니다. 친했던 동기입니다.”<br><br>내 대답이 끝나자 그분은 청천벽력 같은 말을 꺼냈다.<br><br>“죽었습니다. 자살했다고 합니다.”<br><br>순간 무슨 말을 들은 것인지 믿을 수가 없었다. 친했던 동기가 죽었다는 사실도 충격이었지만, 자살했다는 말은 더욱 받아들일 수 없었다.<br><br>“그럴 리가 없습니다. 그 친구는 절대로 자살할 사람이 아닙니다.”<br><br>나는 거의 반사적으로 그렇게 말했다. 내가 알고 있던 ㅂㅁㅁ 중위의 성격과 모습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br><br>그러자 그분이 말했다.<br><br>“제가 그 아이 외삼촌입니다.”<br><br>그분은 그 자리에서 자신이 ㅂㅁㅁ 중위의 외삼촌이라고 밝혔다.<br><br>친했던 동기의 죽음을 공식적인 연락이나 다른 동기의 전언이 아니라, 군부대 공사 현장에서 우연히 만난 그의 외삼촌에게서 처음 들었다. 굴삭기 소리와 공사장의 먼지 속에서 들었던 그 말은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다.<br><br>그 뒤로 세월이 흘렀다.<br><br>텔레비전에서는 ㅂㅁㅁ 중위의 어머니가 아들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방송되었다. ㅅ대학교 학군단 뒤편에는 그를 기리는 추모비가 세워졌다.<br><br>그리고 여러 사람의 오랜 노력 끝에 ㅂㅁㅁ 중위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되었다.<br><br>그가 현충원으로 들어오던 날 여러 ROTC 동기들이 함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그러나 나는 그 자리에 가지 못했다.<br><br>친했던 동기의 마지막 길에 함께하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br><br>후에 나는 대전에 사는 ㅅ대학교 ROTC 동기 한 사람과 함께 ㅂㅁㅁ 중위의 묘소를 찾았다. 그 친구는 나와도 가까웠고, ㅂㅁㅁ 중위와도 친하게 지냈던 동기였다. 젊은 시절에는 우리 세 사람이 모두 가까이 지냈다.<br><br>세 사람이 함께했던 대학과 학군단 시절은 이미 먼 과거가 되어 있었다. 이제는 살아남은 두 사람이 먼저 떠난 한 친구를 찾아 현충원의 묘소 앞에 서 있었다.<br><br>그가 현충원으로 들어오던 날 함께하지 못했던 미안함을 뒤늦게나마 전하고 싶었다.<br><br>우리 부부는 평소에도 가끔 국립대전현충원을 찾는다.<br><br>현충원에서는 구암사에서 나온 분들이 연중무휴로 무료 국수 보시를 하고 있다. 우리는 작은 금액이나마 시주를 하고 따뜻한 국수 한 그릇을 먹고 돌아오곤 한다.<br><br>ㅎㅇㅇ 상사는 나뿐 아니라 마님에게도 중학교 동창이다. 그래서 마님과 함께 그의 묘소를 직접 찾아가 본 적도 있다.<br><br>학창 시절에는 기억조차 희미했던 친구였지만, 묘소 앞에 서니 같은 시절, 같은 학교를 다녔다는 인연이 새삼 다르게 다가왔다. 살아 있을 때는 제대로 알지 못했던 친구를, 마님과 함께 현충원에서 뒤늦게 찾아간 셈이었다.<br><br>오늘도 마님과 함께 현충원에 가서 국수를 먹고 돌아왔다.<br><br>하지만 오늘은 ㅎㅇㅇ 상사도, ㅂㅁㅁ 중위도 찾아보지 못했다.<br><br>한 사람은 학창 시절의 기억조차 희미한 중학교 동창이고, 다른 한 사람은 대학과 학군단 시절을 함께 보낸 가까운 ROTC 동기다.<br><br>살아 있을 때 두 사람은 서로 아무런 인연도 없었을 것이다.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나와 인연을 맺었고, 서로 다른 사연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br><br>그러나 지금 두 사람은 모두 국립대전현충원에 잠들어 있다.<br><br>현충원에 갈 때마다 반드시 두 사람을 찾는 것은 아니다. 국수를 먹고 산책을 하다 그냥 돌아오는 날도 있다. 오늘도 그랬다.<br><br>그래도 그곳 어딘가에 두 사람이 잠들어 있다는 사실은 늘 마음 한편에 남아 있다.<br><br>다음에 현충원을 찾을 때는 국수만 먹고 돌아오지 말아야겠다.<br><br>ㅎㅇㅇ 상사에게는 마님과 함께 다시 찾아가 같은 중학교를 다녔던 동창으로서 인사를 건네고 싶다.<br><br>ㅂㅁㅁ 중위에게는 함께 묘소를 찾았던 그 동기와의 옛 추억을 떠올리며, 현충원에 들어오던 날 함께하지 못해 미안했다는 말을 다시 전하고 싶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5221/0/cover150/k89293462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52210095</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마이리뷰] 대전현충원에 묻힌 이야기 - [대전현충원에 묻힌 이야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6752</link><pubDate>Sat, 01 Aug 2026 13:2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675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92934623&TPaperId=1742675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5221/0/coveroff/k89293462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92934623&TPaperId=1742675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대전현충원에 묻힌 이야기</a><br/>김선재.임재근.정성일 지음 / 문화의힘 / 2024년 10월<br/></td></tr></table><br/>『대전현충원에 묻힌 이야기』는 잘 알려지지 않은 안장자들의 삶을 발굴하고, 국가폭력과 군 의문사, 사회적 참사의 희생자들을 조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책이다.<br><br>그러나 대전현충원의 전체 역사를 다루는 듯한 제목과 달리, 실제 인물 선정은 저자들의 시민운동, 진보적 문제의식에 상당 부분 치우쳐 있다는 인상을 준다. 특히 세월호 순직교사와 여러 군 의문사 사건을 비중 있게 다루면서도, 북한의 무력도발에 맞서 전사한 제2연평해전 장병들을 언급하지 않은 점은 선정 기준의 대표성과 균형성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긴다.<br><br>국가의 잘못을 기록하는 일과 국가를 지키다 희생된 사람들을 기억하는 일은 서로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다. 오히려 두 가지 모두 대한민국 현대사를 구성하는 중요한 역사이며, 함께 조명될 때 비로소 국립현충원의 의미도 온전히 드러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의미 있는 시도임에도 불구하고, 인물 선정과 역사 서술의 균형성에서는 일정부분 한계를 보인다고 평가할 수 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5221/0/cover150/k89293462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52210095</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마이리뷰] 귀멸의 칼날 1~23 박스 세트 - 전23권 (완결) - [귀멸의 칼날 1~23 박스 세트 - 전23권 (완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6583</link><pubDate>Sat, 01 Aug 2026 11:1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658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32830074&TPaperId=1742658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0424/98/coveroff/k33283007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32830074&TPaperId=1742658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귀멸의 칼날 1~23 박스 세트 - 전23권 (완결)</a><br/>고토게 코요하루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2년 11월<br/></td></tr></table><br/>[부록 3] 우부야시키 카가야와 키부츠지 무잔<br>―  같은 혈통에서 갈라진 두 지도자<br><br>1. 검토 개요<br><br>가. 검토 목적<br><br>1) 혈연관계 및 리더십 분석<br><br>ㅇ(혈연관계 규명) 귀살대 당주 우부야시키 카가야와 혈귀의 시조 키부츠지 무잔 사이의 혈통적 관계 및 우부야시키 일족이 대대로 무잔 토벌에 매달려 온 배경 검토<br><br>ㅇ(리더십 비교) 같은 혈통에서 갈라진 두 인물이 죽음과 조직, 구성원과 후계자를 대하는 방식에서 보인 차이 분석<br><br>ㅇ(조직 역량 분석) 카가야가 내부 구성원의 결속뿐 아니라 외부 전문역량까지 받아들이고, 압도적인 전력 차이를 조직 전체의 연계로 극복한 과정 분석<br><br>나. 핵심 분석 결과<br><br>1) 두 지도자의 근본적 차이<br><br>ㅇ(같은 혈통) 카가야와 무잔은 천 년의 세월로 혈연관계가 멀어졌으나, 본래 같은 일족에서 갈라진 인물들임<br><br>ㅇ(상반된 선택) 무잔은 타인의 생명을 희생시켜 자신의 육체적 불멸을 추구한 반면, 카가야는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공동의 뜻과 조직이 자신보다 오래 이어지도록 준비함<br><br>ㅇ(조직의 개방성) 카가야는 혈귀인 타마요와 유시로까지 무잔 토벌이라는 공동목표 아래 받아들여, 귀살대 내부에 없던 의학적·혈귀술적 전문역량을 확보함<br><br>ㅇ(대립의 본질) 두 사람의 대립은 귀살대 당주와 혈귀 우두머리 사이의 단순한 싸움이 아니라, 같은 혈통에서 시작된 ‘개인의 영생’과 ‘뜻의 계승’ 사이의 대립임<br><br>2. 같은 혈통과 천 년의 악연<br><br>가. 무잔과 우부야시키 일족의 관계<br><br>1) 같은 일족에서 갈라진 혈통<br><br>ㅇ(혈통적 관계) 카가야가 자신을 찾아온 무잔에게 두 사람이 같은 혈통임을 직접 밝힘. 다만 무잔이 천 년 전에 태어난 인물이므로 두 사람의 혈연은 이미 매우 멀어진 상태임<br><br>ㅇ(악연의 시작) 우부야시키 일족과 무잔의 관계는 가까운 친족 사이의 개인적 원한이 아니라, 같은 일족에서 최초의 혈귀가 태어난 뒤 천 년 동안 이어진 혈통적·숙명적 관계임<br><br>2) 일족에 내려진 단명의 저주<br><br>ㅇ(저주의 내용) 우부야시키 일족은 같은 혈통에서 무잔이라는 혈귀를 배출한 뒤, 태어나는 아이들이 병약하고 일찍 죽는 저주를 받음. 특히 남자 후손은 서른 살을 넘기기 어려운 단명의 운명을 지님<br><br>ㅇ(혈통 유지) 일족은 신직을 맡은 집안의 여성을 아내로 맞이하면 아이들이 조금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조언에 따라 혼인과 계승을 이어 옴<br><br>ㅇ(카가야의 단명) 이러한 노력에도 저주 자체는 사라지지 않았으며, 카가야 역시 병이 악화되어 스물세 살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함<br><br>나. 귀살대에 부여된 일족의 책무<br><br>1) 무잔 토벌과 저주의 종결<br><br>ㅇ(일족의 책임) 우부야시키 일족은 같은 혈통에서 혈귀의 시조가 나왔다는 사실을 단순한 불운으로 여기지 않고, 무잔을 쓰러뜨리는 일을 일족이 대대로 감당해야 할 책임으로 받아들임<br><br>ㅇ(세대 간 과업) 귀살대의 운영은 어느 한 당주의 개인적 복수가 아니라, 무잔이 소멸할 때까지 후손들이 이어받아야 하는 장기적 과업임<br><br>ㅇ(조직의 계승) 당주가 죽더라도 다음 당주가 지휘권과 공동목표를 이어받는 세습적 계승체계 구축<br><br>ㅇ(귀살대의 뿌리) 사람을 지킨다는 공동목표와 함께, 무잔을 배출한 일족이 그 책임을 끝까지 감당한다는 우부야시키 가문의 결의가 귀살대 조직의 근본적 토대로 작용함<br><br>3. 평범한 인간과 달랐던 카가야<br><br>가. 전투력이 없는 최고지도자<br><br>1) 칼을 들지 않는 당주<br><br>ㅇ(비전투 지도자) 카가야는 혈귀술이나 검술을 사용하지 못하고 병이 깊어 직접 전투에도 참여할 수 없는 인물임<br><br>ㅇ(조직 운영) 직접 칼을 들지 않는 대신 사람과 정보, 재산과 전력을 하나의 목표 아래 결집하고 운용하는 최고지휘관의 역할 수행<br><br>ㅇ(지도력의 근원) 무력이나 처벌권이 아닌, 대원들의 성품과 사연을 기억하고 그들의 희생을 자신의 책임으로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형성된 권위와 신뢰<br><br>나. 우부야시키 일족의 비범한 능력<br><br>1) 앞일을 내다보는 직감<br><br>ㅇ(선견지명) 카가야는 사건의 흐름과 위험을 미리 짚어 내는 뛰어난 직감을 지닌 인물임<br><br>ㅇ(최종결전 예측) 무잔과의 최종결전이 가까워졌다는 사실과 무잔이 자신의 저택을 직접 찾아올 가능성까지 예상하고 함정을 준비함<br><br>ㅇ(전략적 활용) 일족의 직감을 개인의 생존이나 재산 증식에만 사용하지 않고, 귀살대의 재정과 정보망 구축 및 무잔 토벌을 위한 장기 전략에 활용함<br><br>2) 사람을 이끄는 통솔력<br><br>ㅇ(특유의 목소리) 상대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자연스럽게 귀를 기울이게 하는 특별한 목소리와 분위기 보유<br><br>ㅇ(인물 파악) 개성이 강하고 자존심 높은 柱들의 성품과 사연, 장점과 약점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설득함<br><br>ㅇ(신뢰 형성) 당주라는 지위나 명령이 아니라, 구성원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통해 대원들의 자발적 충성과 헌신을 이끌어 냄<br><br>ㅇ(강인한 정신력) 어린 나이에 당주가 되어 수많은 대원의 죽음과 일족의 저주를 감당하고, 육체가 병으로 무너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판단과 감정을 유지함<br><br>다. 조직의 경계를 넘어선 전략적 협력<br><br>1) 타마요와 유시로의 전문역량 수용<br><br>ㅇ(출신보다 목적 중시) 카가야는 타마요와 유시로가 혈귀라는 이유만으로 배척하지 않고, 무잔을 쓰러뜨린다는 공동목표와 두 사람의 능력을 기준으로 협력을 요청함<br><br>ㅇ(외부 전문역량 확보) 귀살대 내부에 존재하지 않던 타마요의 혈귀 연구와 의학적 지식, 유시로의 혈귀술을 조직의 전력으로 받아들임<br><br>ㅇ(연구역량 결합) 타마요의 연구성과와 코쵸우 시노부의 등나무꽃 독 연구를 결합하여 무잔의 재생과 전투능력을 약화시킬 결정적 수단 마련<br><br>ㅇ(전략적 유연성) 인간과 혈귀라는 기존의 구분에 얽매이지 않고, 공동목표 달성에 필요한 외부 역량을 받아들이는 실용적·유연한 판단<br><br>2) 전략적 협력의 성과<br><br>ㅇ(무잔 약화) 타마요가 무잔에게 투여한 약이 인간화 작용과 노화 촉진, 분열 방해 및 세포 파괴로 이어져 무잔의 압도적인 재생력과 전투력을 크게 약화함<br><br>ㅇ(유시로의 지원) 유시로가 나키메의 시야와 무한성의 지배권에 개입하고, 꺾쇠까마귀를 통한 정보공유를 지원하여 귀살대의 지휘와 전투 지속에 기여함<br><br>ㅇ(협력의 결정성) 타마요와 유시로의 참여가 없었다면 귀살대의 전투력만으로 무잔을 해가 뜰 때까지 붙잡아 두기 어려웠을 가능성이 큼<br><br>ㅇ(리더십의 확장) 카가야의 리더십이 내부 구성원의 결속에 머물지 않고, 조직 외부의 인물과 전문역량까지 공동목표 아래 연결하는 수준으로 확장됨<br><br>4. 같은 혈통에서 나온 상반된 지도자<br><br>가. 죽음을 대하는 태도<br><br>1) 무잔의 육체적 불멸<br><br>ㅇ(죽음의 공포) 무잔은 죽음을 극도로 두려워하여 혈귀가 된 이후에도 햇빛을 극복하고 완전한 불멸을 얻는 일에 집착함<br><br>ㅇ(타인의 희생) 자신의 생존과 완성을 위해 수많은 사람을 혈귀로 만들고, 실패하거나 쓸모가 없어진 혈귀를 가차 없이 제거함<br><br>ㅇ(개인의 영속) 무잔이 추구한 영속은 자신의 육체가 영원히 살아남는 것이며, 조직과 부하는 이를 위한 수단에 불과함<br><br>2) 카가야의 죽음 수용<br><br>ㅇ(단명의 수용) 카가야는 자신이 오래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죽음을 피하기보다 남은 생명을 무잔 토벌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판단함<br><br>ㅇ(자기희생) 자신과 가족이 머물던 저택을 폭파하여 무잔의 움직임을 묶고, 타마요와 귀살대가 공격할 기회를 마련함<br><br>ㅇ(공동목표 우선) 자신의 생존보다 무잔 토벌이라는 일족과 귀살대의 공동목표를 우선하는 선택<br><br>ㅇ(뜻의 영속) 카가야가 추구한 영속은 자신의 육체가 아니라, 자신이 죽은 뒤에도 귀살대의 목적과 지휘체계가 계속 이어지는 것임<br><br>나. 구성원을 대하는 태도<br><br>1) 무잔의 공포와 소모<br><br>ㅇ(도구적 관계) 무잔은 혈귀를 동료로 여기지 않고 자신의 명령과 목적을 수행하는 도구로 취급함<br><br>ㅇ(일방적 희생) 자신은 생존을 우선하면서 부하들에게 죽음을 명령하고, 실패의 책임도 구성원에게 전가함<br><br>ㅇ(숙청과 통제) 임무에 실패하거나 자신의 의도에서 벗어난 혈귀를 즉시 제거하는 방식으로 공포와 복종 유지<br><br>ㅇ(신뢰 부재) 혈귀들은 무잔의 명령에 복종하지만, 공동의 가치나 무잔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자발적 희생을 선택하지 못함<br><br>2) 카가야의 신뢰와 위임<br><br>ㅇ(구성원 존중) 귀살대원들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죽은 대원들의 이름과 뜻을 기억하며 그 책임을 함께 짊어짐<br><br>ㅇ(자발적 헌신) 귀살대원들은 처벌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카가야가 제시한 목적과 진심을 믿어 스스로 목숨을 거는 구조임<br><br>ㅇ(역할 위임) 전투는 柱와 대원들에게, 연구는 시노부와 타마요에게, 정보 전달과 후방지원은 각 담당 조직에 맡기는 분권적 운영<br><br>ㅇ(구성원 연결) 서로 다른 성격과 능력을 지닌 대원들을 하나의 공동목표 아래 연결하고 각자의 역할이 최종승리로 이어지게 하는 통솔 방식<br><br>다. 후계체계의 차이<br><br>1) 무잔의 1인 집중 구조<br><br>ㅇ(권력 집중) 혈귀 조직의 힘과 판단, 지위와 생존권이 모두 무잔 한 사람에게 집중된 구조<br><br>ㅇ(후계자 부재) 자신의 뒤를 이을 지도자나 독립적인 지휘체계, 공동의 가치와 목표를 남기지 않음<br><br>ㅇ(조직의 소멸) 무잔이 소멸하자 혈귀 조직 전체도 함께 끝날 수밖에 없는 1인 종속형 조직의 한계<br><br>2) 카가야의 계승 구조<br><br>ㅇ(후계자 준비) 자신이 죽은 뒤 아들 키리야가 당주와 지휘권을 이어받도록 사전 준비<br><br>ㅇ(지휘체계 유지) 카가야의 사망 직후에도 키리야와 두 누이가 전황을 파악하고 대원들을 지휘하며 정보 전달과 후방지원 지속<br><br>ㅇ(역할의 연속성) 당주가 사라진 뒤에도 전투, 연구, 정보 전달, 치료와 후방지원 등 귀살대의 각 기능이 중단되지 않는 구조<br><br>ㅇ(시스템적 지속성) 카가야의 죽음이 조직의 붕괴가 아니라 최종작전의 시작으로 이어지는 계승형 조직체계<br><br>5. 카가야의 자기희생에 대한 평가<br><br>가. 온화함과 냉혹함을 함께 지닌 지도자<br><br>1) 단순한 성인군자가 아닌 인물<br><br>ㅇ(냉정한 결단) 대원들을 따뜻하게 대하면서도 무잔을 쓰러뜨리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자신과 가족의 죽음까지 작전에 포함시키는 냉정한 전략가의 면모<br><br>ㅇ(목적의 절대성) 무잔 토벌을 개인의 생명보다 우선하는 일족의 숙명이자 귀살대의 최종목표로 인식함<br><br>ㅇ(숙명 의식) 평범한 사람이라면 내리기 어려운 결정을 실행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천 년 동안 이어진 일족의 책임과 단명의 운명 존재<br><br>ㅇ(평가의 양면성) 가족까지 작전에 포함한 선택은 현대적 관점에서 극단적이고 논쟁적인 결정이며, 카가야를 단순히 온화하고 선한 지도자로만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임<br><br>나. 위기관리와 전략적 위험 감수<br><br>1) 최대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유인작전<br><br>ㅇ(최대 위협 식별) 카가야는 귀살대가 맞닥뜨린 모든 위험의 근원이 무잔이며, 무잔을 직접 붙잡지 못하는 한 상현과 일반 혈귀를 아무리 쓰러뜨려도 싸움이 끝나지 않는다고 판단함<br><br>ㅇ(유인장소 선정) 무잔이 자신을 직접 찾아오도록 유도하고, 귀살대가 미리 준비한 장소와 시점에서 공격을 시작할 수 있도록 전장을 선택함<br><br>ㅇ(전략적 위험 감수) 조직의 최대 위협인 무잔을 특정 장소에 붙잡아 두기 위해 최고지도자인 자신의 생명과 당주 저택을 작전의 핵심수단으로 투입함<br><br>ㅇ(결정적 기회 확보) 저택 폭발로 무잔의 움직임과 판단을 일시적으로 흔들고, 타마요가 약을 주입하며 히메지마 교메이와 귀살대가 공격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 마련<br><br>2) 최고지도자가 감당한 위험<br><br>ㅇ(책임의 선행) 부하들에게 희생을 명령하기 전에 최고지도자인 자신이 먼저 가장 위험한 위치에 들어감<br><br>ㅇ(조직 존속 우선) 당주 개인과 저택의 보존보다 무잔 토벌과 귀살대 전체의 존속을 우선하는 판단<br><br>ㅇ(위기관리의 양면성) 무잔을 직접 유인한 작전은 성공 시 최종결전의 기회를 만들 수 있으나, 실패 시 당주와 지휘부 일부를 동시에 잃을 수 있는 극단적인 고위험 결정임<br><br>ㅇ(리더십의 입체성) 카가야의 리더십이 온화한 말과 신뢰 형성에만 머물지 않고, 위기 상황에서 냉정한 계산과 자기희생을 실행하는 결단력까지 포함함<br><br>다. 무잔의 희생과 다른 점<br><br>1) 자신이 먼저 감당한 희생<br><br>ㅇ(희생의 주체) 무잔은 다른 사람을 희생시켜 자신만 살아남으려 했으나, 카가야는 자신이 먼저 죽음의 자리에 들어감<br><br>ㅇ(공동의 목적) 무잔의 부하들은 공포에 의해 희생되었으나, 카가야의 가족과 귀살대원들은 무잔을 끝낸다는 공동목표 아래 각자의 역할을 받아들임<br><br>ㅇ(책임의 자세) 무잔은 실패와 죽음을 타인에게 떠넘긴 반면, 카가야는 일족과 귀살대의 희생에 대한 책임을 자신의 생명으로 감당함<br><br>ㅇ(희생의 차이) 타인을 자신의 생존을 위해 소모하는 희생과 자신을 공동목표를 위해 내놓는 희생 사이의 근본적 차이<br><br>6. 조직 및 리더십 측면의 의미<br><br>가. 압도적인 비대칭 전력의 극복<br><br>1) 상현 혈귀와 귀살대의 전력 차이<br><br>ㅇ(전술핵 수준의 상현) 상현 혈귀 한 명 한 명은 柱 한 명이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이른바 ‘전술핵 수준’의 압도적인 비대칭 전력임<br><br>ㅇ(개인전의 한계) 귀살대가 상현과 일대일 대결만을 반복할 경우 柱와 핵심 대원들의 지속적인 손실이 불가피한 구조임<br><br>ㅇ(혈귀의 우위) 상현은 강력한 혈귀술과 재생력, 오랜 전투경험을 동시에 갖추고 있어 개별 전투력에서 인간을 압도함<br><br>2) 조직 전체의 연계에 의한 극복<br><br>ㅇ(전투력 결합) 柱와 일반 대원들이 역할을 나누고, 먼저 쓰러진 대원이 만든 기회와 공격을 다음 대원이 이어받는 릴레이식 협공 수행<br><br>ㅇ(정보 전달) 꺾쇠까마귀가 전황과 명령, 혈귀의 능력과 위치를 전달하는 정보통신망의 역할 수행<br><br>ㅇ(후방지원) 카쿠시가 부상자 이송, 치료, 장비와 인력 운반 및 전투현장 수습을 담당하여 전투원의 지속적인 작전 수행 지원<br><br>ㅇ(연구와 기술) 시노부와 타마요가 독과 약을 연구하고, 유시로가 혈귀술을 통해 무한성과 전황 파악을 지원하는 전문역량 결합<br><br>ㅇ(지휘체계) 카가야와 키리야를 중심으로 전투·정보·연구·후방지원 조직이 하나의 목표 아래 연결된 유기적 작전체계 구축<br><br>ㅇ(비대칭 전력 극복) 상현의 압도적인 개별 전력을 더 강한 개인으로 상대하지 않고, 조직 전체의 정보·전투·연구·지원 능력을 결합하여 극복함<br><br>나. 개인의 불멸과 가치의 계승<br><br>1) 무잔과 카가야의 상반된 선택<br><br>ㅇ(무잔의 선택) 자신이 영원히 살아남으려 했으나, 자신이 사라진 뒤에도 남을 가치나 조직을 만들지 못함<br><br>ㅇ(카가야의 선택) 짧은 생을 살았지만, 자신이 죽은 뒤에도 공동목표와 지휘체계, 구성원들의 신뢰가 이어지도록 함<br><br>ㅇ(대립의 핵심) 무잔은 ‘육체의 불멸’을 추구하고, 카가야는 ‘뜻과 조직의 지속’을 이룬 구조<br><br>다. 지도자의 진정한 역할<br><br>1) 조직을 자신보다 오래 남기는 지도력<br><br>ㅇ(목표 제시) 지도자의 역할은 모든 능력을 혼자 갖추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함께 지켜야 할 목표를 분명하게 제시하는 것임<br><br>ㅇ(역할 연결) 뛰어난 조직은 각 구성원의 능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누군가 쓰러지더라도 다른 사람이 그 역할을 이어받을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임<br><br>ㅇ(외부역량 활용) 조직 내부의 능력만 고집하지 않고, 공동목표 달성에 필요한 외부 인재와 전문역량을 받아들이는 유연한 판단 필요<br><br>ㅇ(후계체계 구축) 지도자의 성과는 조직을 얼마나 오래 지배했는지가 아니라, 자신이 사라진 뒤에도 조직의 목적과 기능이 유지되는가에 따라 평가할 수 있음<br><br>ㅇ(가치의 계승) 지도자가 남겨야 할 가장 중요한 유산은 개인에 대한 복종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스스로 이어 갈 수 있는 공동목표와 가치임<br><br>7. 종합 결론<br><br>가. 혈통과 선택이 만든 두 지도자의 차이<br><br>1) 무잔과 카가야에 대한 최종 평가<br><br>ㅇ(혈통적 숙명) 우부야시키 카가야와 키부츠지 무잔은 같은 혈통에서 갈라졌으나, 죽음과 타인, 조직을 대하는 태도에서 정반대의 길을 선택함<br><br>ㅇ(두 지도자의 대비) 무잔은 다른 생명을 소모하여 자신의 육체를 영원히 유지하려 했고, 카가야는 자신의 짧은 생을 바쳐 공동의 뜻과 조직을 다음 세대에 남김<br><br>ㅇ(조직의 폐쇄와 개방) 무잔은 모든 힘과 판단을 자신에게 집중시키고 다른 존재를 믿지 않았으나, 카가야는 타마요와 유시로까지 공동목표 아래 받아들여 조직의 역량을 확장함<br><br>ㅇ(전력 차이의 극복) 상현 한 명 한 명이 ‘전술핵 수준’의 압도적인 전력을 지녔으나, 귀살대는 전투원과 지휘부, 연구진과 정보전달·후방지원 조직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이를 극복함<br><br>ㅇ(승패의 근본 원인) 무잔은 누구도 믿지 않아 자신이 무너지자 모든 것이 끝났으나, 카가야는 사람을 믿고 역할을 맡겨 자신이 죽은 뒤에도 싸움이 계속되는 조직을 구축함<br><br>ㅇ(최종 평가) 두 사람의 차이는 강한 지도자와 약한 지도자의 차이가 아니라, 모든 것을 자신에게 집중시킨 지도자와 자신의 뜻과 책임을 조직 전체에 나누어 남긴 지도자의 차이임<br><br>ㅇ(핵심 결론) 무잔은 천 년을 살고도 아무것도 계승하지 못했으나, 카가야는 스물세 살의 짧은 생을 살고도 자신보다 오래 지속되는 조직과 뜻을 남김]]></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0424/98/cover150/k33283007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04249889</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에세이</category><title>[마이리뷰] 만년필입니다! - [만년필입니다! - 만년필 사용자를 위한 입문서]</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6438</link><pubDate>Sat, 01 Aug 2026 08:5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643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4819096&TPaperId=1742643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355/31/coveroff/8994819096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4819096&TPaperId=1742643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만년필입니다! - 만년필 사용자를 위한 입문서</a><br/>박종진 지음 / 엘빅미디어 / 2013년 11월<br/></td></tr></table><br/>[만년필 에세이 1] 내 책상 위의 만년필<br><br>사람들은 만년필을 어떻게 보관하는지 모르겠다.<br><br>전용 보관함에 한 자루씩 가지런히 넣어 두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사용한 뒤에는 부드러운 천으로 닦아 제자리에 돌려놓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 책상 위의 만년필은 늘 그런 모습과 거리가 멀다.<br><br>검은색, 갈색, 파란색, 붉은색, 보라색 만년필 여러 자루가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늘어져 있다. 서로 겹쳐 누워 있기도 하고, 다른 펜 아래에 반쯤 깔려 있기도 한다. 글을 쓰려고 특별히 꺼내 놓은 것이 아니다. 평소 내 책상이 늘 이렇다.<br><br>책상에 앉는다고 해서 오늘은 어느 만년필을 써야겠다고 미리 정하지도 않는다. 그저 손에 잡히는 것을 집어 든다. 종이 한쪽에 선을 그어 보고 잉크가 잘 나오면 그대로 쓴다.<br><br>검은 잉크가 나올 줄 알았는데 남색이 나오기도 하고, 파란색인 줄 알았던 만년필에서 청록색이나 보라색 잉크가 나오기도 한다. 어느 만년필에 무슨 잉크를 넣어 두었는지 가끔은 나도 잊어버린다.<br><br>그래도 상관없다.<br><br>잉크 색을 맞추어야 할 만큼 거창한 글을 쓰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br><br>책상에 앉아 내가 하는 일은 대개 소소하다. 종이에 한자를 몇 자 끄적여 보기도 하고, 시집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시나 구절을 옮겨 적기도 한다. 읽던 책에서 눈에 들어온 문장을 써 놓을 때도 있고, 갑자기 떠오른 생각을 짧게 메모할 때도 있다.<br><br>글씨를 잘 쓰려는 것은 아니다. 꼭 남겨야 할 기록이 있어서 쓰는 것도 아니다. 만년필을 쥐고 종이 위에 획을 하나씩 긋다 보면 마음이 잠잠해진다. 펜촉이 종이를 스치는 감촉과 잉크가 종이에 스며드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책상 앞의 시간이 조금 다르게 흘러간다.<br><br>만년필은 손이 많이 가는 필기구다.<br><br>오래 쓰지 않은 펜은 처음에 잉크가 잘 나오지 않는다. 종이 한쪽에 줄을 여러 번 긋고, 휴지에 펜촉을 대 보기도 한다. 그래도 나오지 않으면 만년필을 가볍게 흔들거나 털어 보기도 한다.<br><br>문제는 그럴 때 생긴다.<br><br>잉크는 손가락에만 묻는 것이 아니다. 잉크를 채우다가 손끝에 묻고, 펜촉을 닦다가 손바닥에 묻는다. 마르지 않은 글씨를 무심코 짚었다가 손에 번질 때도 있다. 책상 위에 떨어진 잉크를 보지 못한 채 팔꿈치를 댔다가 나중에야 잉크가 묻은 것을 발견한 적도 있다.<br><br>오늘도 손가락 끝과 손바닥 세 군데에 잉크가 묻어 있다. 휴지로 닦고 손을 씻어도 손톱 가장자리와 피부 주름 사이에는 색이 남는다. 며칠 지나야 완전히 없어지는 자국이다.<br><br>손에 묻은 잉크야 씻으면 그만이다.<br><br>그러나 한 번은 정말 기겁할 일이 있었다.<br><br>잉크가 잘 나오지 않는 만년필을 미련하게도 리클라이너 위쪽에서 털었다. 그러자 보라색 잉크가 사방으로 튀었다. 한두 방울이 아니었다. 작은 보라색 점들이 스트레스리스 리클라이너 밑의 카펫에 떨어졌고, 비싼 리클라이너 가죽에도 묻었다.<br><br>그 순간에는 만년필의 멋도, 잉크 색의 아름다움도, 글을 쓰는 낭만도 모두 사라졌다.<br><br>“아이고, 내가 왜 하필 여기서 털었을까.”<br><br>물티슈를 들고 정신없이 닦아냈다. 빨리 닦지 않으면 카펫과 가죽에 그대로 스며들 것 같아 마음이 급했다. 다행히 서둘러 닦아냈지만, 그때의 놀란 마음은 아직도 생생하다.<br><br>그런 일을 겪고 나면 다시는 만년필을 아무 데서나 털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또 잊어버리고 책상 위에서 펜을 흔들 때가 있다. 사람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 하는데, 만년필 앞에서는 나도 예외가 아닌 모양이다.<br><br>글을 다 쓰고 나서도 만년필을 보관함에 넣지는 않는다. 방금 쓰던 자리에 그대로 내려놓는다. 다음에는 또 다른 만년필이 손에 잡히고, 그 펜도 책상 위 어딘가에 놓인다.<br><br>그러다 보면 만년필들은 다시 서로 뒤섞인다.<br><br>누군가는 정리가 안 된 책상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게는 이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가지런히 진열된 만년필보다, 쓰다 만 종이와 책 사이에 아무렇게나 놓인 만년필이 더 익숙하다.<br><br>내 책상 위의 만년필은 감상하기 위해 늘어놓은 수집품이 아니다.<br><br>한자를 몇 자 쓰고, 시를 옮겨 적고, 생각나는 말을 끄적이는 동안 매일 손에 잡히는 생활 도구다. 잉크를 흘리고, 손을 더럽히고, 가끔은 카펫과 리클라이너까지 위협하지만, 그래도 책상에 앉으면 나는 다시 만년필 한 자루를 집어 든다.<br><br>무슨 잉크가 들어 있는지는 종이에 첫 획을 그어 보아야 안다.<br><br>어쩌면 내 하루도 그 첫 획을 그어 보기 전에는 어떤 색으로 흘러갈지 모르는 것인지도 모른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355/31/cover150/8994819096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3553163</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마이리뷰] 귀멸의 칼날 1~23 박스 세트 - 전23권 (완결) - [귀멸의 칼날 1~23 박스 세트 - 전23권 (완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6429</link><pubDate>Sat, 01 Aug 2026 08:4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642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32830074&TPaperId=1742642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0424/98/coveroff/k33283007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32830074&TPaperId=1742642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귀멸의 칼날 1~23 박스 세트 - 전23권 (완결)</a><br/>고토게 코요하루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2년 11월<br/></td></tr></table><br/>[부록 2] 귀멸의 칼날 전투 양상에 따른 조직 역량 및 리더십 분석<br><br>1. 개요<br><br>가. 분석 목적<br><br>ㅇ(진영 비교) 『귀멸의 칼날』에 나타난 귀살대와 상현 혈귀의 전투 방식을 비교하여 두 진영의 조직 운영과 리더십 차이를 살펴본다.<br><br>ㅇ(승리 원인 분석) 상현의 압도적인 개인 능력에도 불구하고 귀살대가 최종적으로 승리한 원인을 조직적 협력과 가치 계승의 관점에서 분석한다.<br><br>나. 핵심 분석 결과<br><br>ㅇ(개인 능력 의존) 상현 혈귀들은 개별 전투력에서는 귀살대의 柱를 능가했으나, 서로 협력하지 않고 각자의 힘에 의존하였다.<br><br>ㅇ(역할 분담과 계승) 귀살대는 柱와 일반 대원, 지휘부와 후방지원 조직이 역할을 분담하고, 먼저 쓰러진 사람이 남긴 기회와 뜻을 다음 사람이 이어받았다.<br><br>ㅇ(조직 역량의 승리) 귀살대의 최종 승리는 개인의 무력을 뛰어넘는 조직의 시스템적 지속가능성과 가치 계승에서 비롯되었다.<br><br>2. 진영별 조직 운영과 전투 방식<br><br>가. 귀살대<br><br>1) 공동목표에 따른 결속<br><br>ㅇ(공동목표) 귀살대원들은 저마다 다른 상처와 사연을 지녔지만, 사람을 지키고 무잔을 쓰러뜨린다는 공동의 목표 아래 결속하였다.<br><br>ㅇ(신뢰 형성) 우부야시키 카가야는 구성원들을 공포로 통제하지 않고 각자의 성품과 능력을 이해하며 신뢰를 형성하였다.<br><br>2) 역할 분담과 릴레이식 협공<br><br>ㅇ(역할 분담) 柱와 일반 대원들은 상대의 능력과 전투 상황에 따라 역할을 나누고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였다.<br><br>ㅇ(코쿠시보전) 무이치로와 겐야가 코쿠시보의 움직임과 재생을 막고, 교메이와 사네미가 공격을 완성하였다.<br><br>ㅇ(도우마전) 시노부가 목숨을 걸고 독을 남긴 뒤 카나오와 이노스케가 최종 공격을 이어받았다.<br><br>3) 지속 가능한 조직체계<br><br>ㅇ(지휘체계 계승) 카가야가 사망한 뒤에도 키리야를 중심으로 지휘체계가 이어졌으며, 꺾쇠까마귀와 카쿠시, 타마요와 유시로까지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였다.<br><br>ㅇ(조직의 지속성) 핵심 지도자와 주력 전력이 쓰러진 뒤에도 조직의 목표와 기능이 유지되었다는 점에서 귀살대는 지속 가능한 조직체계를 갖추고 있었다.<br><br>나. 무잔과 혈귀<br><br>1) 공포와 복종에 의한 통제<br><br>ㅇ(도구적 관계) 무잔은 혈귀들을 동료가 아닌 자신의 목적을 수행하는 도구로 취급하였다.<br><br>ㅇ(공포 통제) 임무에 실패한 하현들을 직접 숙청하고, 나키메가 유시로에게 조종당하자 즉시 제거하는 등 공포를 통해 조직을 통제하였다.<br><br>2) 각자도생식 전투<br><br>ㅇ(경쟁 관계) 상현들은 같은 진영에 속해 있으면서도 서로를 동료보다 경쟁자로 인식하였다.<br><br>ㅇ(상호지원 부재) 굣코와 한텐구가 함께 도공 마을에 투입되고도 각자의 장소에서 따로 싸운 것처럼, 상현 사이에는 역할 분담이나 상호지원이 거의 없었다.<br><br>3) 무잔 1인 중심의 조직 한계<br><br>ㅇ(권력 집중) 혈귀의 힘과 지위, 임무와 생존 여부가 모두 무잔의 판단에 좌우되었다.<br><br>ㅇ(대체체계 부재) 모든 권력과 의사결정이 무잔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지도자를 대신하거나 다른 구성원의 빈자리를 채울 조직적 기반이 존재하지 않았다.<br><br>3. 종합 분석 및 시사점<br><br>가. 승패를 가른 조직적 차이<br><br>ㅇ(혈귀의 고립) 혈귀들은 제각기 압도적인 힘을 지녔지만 서로를 믿지 못했고, 자신의 전투를 다른 혈귀에게 맡기거나 이어 주지 못하였다.<br><br>ㅇ(귀살대의 협력) 귀살대원들은 개인의 힘으로 상현을 이기기 어려웠으나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먼저 쓰러진 사람이 남긴 기회와 역할을 이어받았다.<br><br>ㅇ(유기적 연결) 결국 승패를 가른 것은 개인의 강함이 아니라 조직 구성원들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는가의 차이였다.<br><br>나. 리더십 측면의 의미<br><br>ㅇ(공포형 리더십의 한계) 무잔의 공포형 리더십은 구성원의 복종을 얻을 수는 있었지만 신뢰와 자발적 헌신을 만들지 못하였다.<br><br>ㅇ(가치 중심의 리더십) 우부야시키 카가야의 리더십은 구성원들에게 공동의 목적과 지켜야 할 가치를 제시하고, 지도자가 사라진 뒤에도 그 뜻이 이어지도록 하였다.<br><br>ㅇ(시스템적 지속가능성) 귀살대의 승리는 특정 영웅 한 사람의 압도적인 능력이 아니라, 개인의 무력을 뛰어넘는 조직의 시스템적 지속가능성과 가치 계승이 만들어 낸 결과였다.<br><br>ㅇ(조직의 진정한 힘) 이는 조직의 진정한 힘이 가장 뛰어난 개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서로의 빈자리를 채우고 공동의 가치를 다음 사람과 다음 세대에 이어 주는 데 있음을 보여 준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0424/98/cover150/k33283007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04249889</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마이리뷰] 귀멸의 칼날 1~23 박스 세트 - 전23권 (완결) - [귀멸의 칼날 1~23 박스 세트 - 전23권 (완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6406</link><pubDate>Sat, 01 Aug 2026 08:1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640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32830074&TPaperId=1742640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0424/98/coveroff/k33283007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32830074&TPaperId=1742640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귀멸의 칼날 1~23 박스 세트 - 전23권 (완결)</a><br/>고토게 코요하루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2년 11월<br/></td></tr></table><br/>[부록 1] 주요 인물 및 세력 소개<br><br>※ 인물명은 한글 표기 뒤에 한자와 한자의 한국식 음독을 병기하였다. 이름 일부가 히라가나 또는 가타카나로 표기된 경우에는 해당 부분을 한글로 적었다.<br><br>1. 귀살대 지휘부<br><br>가. 우부야시키 카가야(産屋敷耀哉, 산옥부요재)<br><br>귀살대의 제97대 당주로, 대원들은 그를 ‘어르신’이라 부른다. 몸이 약해 직접 전투에 나서지는 못하지만, 온화한 성품과 뛰어난 통찰력으로 개성이 강한 주들을 하나로 이끈다. 최종결전에서는 자신의 목숨과 저택을 미끼로 삼아 무잔의 움직임을 묶는다.<br><br>나. 우부야시키 아마네(産屋敷あまね, 산옥부 아마네)<br><br>카가야의 아내로, 병약한 남편을 보좌하며 귀살대의 운영을 돕는다. 최종결전 직전까지 남편 곁을 지키며 무잔을 맞는다.<br><br>다. 우부야시키 키리야(産屋敷輝利哉, 산옥부휘리재)<br><br>카가야의 아들로, 아버지가 죽은 뒤 어린 나이에 귀살대 당주를 이어받는다. 무한성전과 무잔전에서 대원들의 위치와 전황을 파악하며 전체 전투를 지휘한다.<br><br>라. 우부야시키 쿠이나·카나타<br><br>ㅇ 우부야시키 쿠이나(産屋敷くいな, 산옥부 쿠이나)<br><br>ㅇ 우부야시키 카나타(産屋敷かなた, 산옥부 카나타)<br><br>키리야의 여동생들로, 오빠의 곁에서 전황을 지도에 표시하고 정보를 정리한다. 유시로의 부적을 붙인 꺾쇠까마귀를 통해 전달되는 무한성 내부의 상황을 지도에 옮기며 지휘를 보조한다.<br><br>2. 아홉 명의 주(柱)<br><br>주는 귀살대의 최고 계급에 오른 검사들을 말한다. 각자는 한 가지 호흡을 대표하며, 일반 대원들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하지만 상현과의 싸움에서는 동료들과의 협력이 필요하다.<br><br>가. 수주(水柱) 토미오카 기유(冨岡義勇, 부강의용)<br><br>물의 호흡을 사용하는 검사이다. 탄지로와 네즈코를 처음 만났으며, 혈귀가 된 네즈코가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믿고 두 남매를 우로코다키 사콘지에게 보낸다. 무한성에서는 탄지로와 함께 아카자를 상대하고, 최종결전까지 살아남는다.<br><br>나. 염주(炎柱) 렌고쿠 쿄쥬로(煉獄杏寿郎, 연옥행수랑)<br><br>화염의 호흡을 사용하는 밝고 강직한 검사이다. 무한열차에서 승객들을 지킨 뒤 상현 3 아카자와 홀로 싸우다가 치명상을 입고 사망한다. 그의 정신과 말은 이후 탄지로 일행이 싸움을 계속하는 힘이 된다.<br><br>다. 충주(蟲柱) 코쵸우 시노부(胡蝶しのぶ, 호접 시노부)<br><br>벌레의 호흡과 독을 사용하는 검사이다. 혈귀의 목을 벨 완력이 부족한 대신 등나무꽃 독을 이용해 싸운다. 무한성에서는 도우마에게 흡수되지만, 자신의 몸에 축적해 둔 독으로 도우마를 약화시킨다.<br><br>라. 음주(音柱) 우즈이 텐겐(宇髄天元, 우수천원)<br><br>소리의 호흡을 사용하는 검사로, 과거에는 닌자였다. 유곽에서 탄지로·젠이츠·이노스케와 함께 규타로와 다키를 쓰러뜨린다. 이 전투에서 왼팔과 왼쪽 눈을 잃고 주에서 은퇴하지만 이후 귀살대 훈련과 경계를 돕는다.<br><br>마. 하주(霞柱) 토키토 무이치로(時透無一郎, 시투무일랑)<br><br>안개의 호흡을 사용하는 천재 검사로, 검을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주가 되었다. 도공 마을에서는 상현 5 굣코를 홀로 쓰러뜨린다. 무한성에서는 코쿠시보에게 치명상을 입지만, 마지막까지 공격을 이어가며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br><br>바. 연주(恋柱) 칸로지 미츠리(甘露寺蜜璃, 감로사밀리)<br><br>사랑의 호흡을 사용하는 검사로, 보통 사람보다 훨씬 강한 근육과 유연한 몸을 지녔다. 도공 마을에서 한텐구의 분신 조하쿠텐을 막아 탄지로가 본체를 추적할 시간을 번다. 최종결전에서 무잔과 싸우다 입은 부상으로 사망한다.<br><br>사. 사주(蛇柱) 이구로 오바나이(伊黒小芭内, 이흑소파내)<br><br>뱀의 호흡을 사용하는 검사로, 목에 감고 다니는 뱀 카부라마루와 함께 싸운다. 엄격하고 냉정한 성격이지만 칸로지 미츠리에게 깊은 마음을 품고 있다. 무잔전에서 끝까지 싸운 뒤 미츠리와 함께 최후를 맞는다.<br><br>아. 풍주(風柱) 시나즈가와 사네미(不死川実弥, 불사천실미)<br><br>바람의 호흡을 사용하는 거친 성격의 검사이다. 혈귀를 끌어당기는 희귀한 피를 지녔으며, 동생 겐야를 위험에서 떼어 놓기 위해 일부러 차갑게 대한다. 코쿠시보전과 무잔전에서 큰 부상을 입지만 살아남는다.<br><br>자. 암주(岩柱) 히메지마 교메이(悲鳴嶼行冥, 비명서행명)<br><br>바위의 호흡을 사용하는 검사로, 주들 가운데 가장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앞을 보지 못하지만 뛰어난 청각과 육체 능력으로 쇠도끼와 철구를 사용한다. 코쿠시보 격파를 이끈 뒤 무잔전에서 입은 부상으로 사망한다.<br><br>3. 탄지로와 동료들<br><br>가. 카마도 탄지로(竈門炭治郎, 조문탄치랑)<br><br>혈귀가 된 여동생 네즈코를 인간으로 되돌리고 가족을 죽인 무잔을 쓰러뜨리기 위해 귀살대에 들어간다. 물의 호흡과 가문에 전해진 히노카미 카구라를 사용한다. 뛰어난 후각과 공감 능력으로 동료들을 이어 주며 여러 협동전투의 중심에 선다.<br><br>나. 카마도 네즈코(竈門禰豆子, 조문녜두자)<br><br>탄지로의 여동생으로, 무잔의 피에 의해 혈귀가 된다. 사람을 먹는 대신 잠으로 힘을 회복하며, 혈귀이면서도 인간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 도공 마을에서 햇빛을 극복한 뒤 무잔의 표적이 되고, 최종결전 중 타마요가 만든 약의 힘으로 인간으로 돌아온다.<br><br>다. 아가츠마 젠이츠(我妻善逸, 아처선일)<br><br>번개의 호흡을 사용하는 검사이다. 겁이 많고 소란스럽지만 청각이 뛰어나며, 번개의 호흡 제1형을 집중적으로 연마했다. 무한성에서는 자신의 사형 카이가쿠를 독자적으로 만든 제7형 화뢰신으로 쓰러뜨린다.<br><br>라. 하시비라 이노스케(嘴平伊之助, 취평이지조)<br><br>산에서 멧돼지에게 길러진 검사로, 자신이 만든 짐승의 호흡을 사용한다. 경쟁심이 강하고 거칠지만 탄지로와 젠이츠를 동료로 받아들이면서 점차 다른 사람을 위할 줄 알게 된다. 무한성에서는 카나오와 함께 도우마를 쓰러뜨린다.<br><br>마. 츠유리 카나오(栗花落カナヲ, 율화락 카나오)<br><br>코쵸우 시노부의 츠구코로, 꽃의 호흡을 사용한다. 어린 시절의 학대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못했지만 탄지로와의 만남을 통해 스스로 판단하기 시작한다. 시노부가 남긴 독을 이용해 이노스케와 함께 도우마의 목을 벤다.<br><br>바. 시나즈가와 겐야(不死川玄弥, 불사천현미)<br><br>풍주 사네미의 동생으로, 호흡을 사용하지 못하는 대신 혈귀의 살점을 먹어 일시적으로 그 능력을 얻는다. 코쿠시보전에서는 혈귀술로 코쿠시보의 움직임과 재생을 방해한다. 싸움이 끝난 뒤 형과 마음을 확인하지만 치명상을 이기지 못하고 사망한다.<br><br>4. 귀살대를 도운 인물들<br><br>가. 타마요(珠世, 주세)<br><br>무잔의 지배에서 벗어난 혈귀이자 의사이다. 사람을 죽이지 않고 소량의 피만으로 살아가며 혈귀를 인간으로 되돌리는 방법을 연구한다. 시노부와 함께 무잔을 약화시키는 약을 완성하고, 자신의 목숨을 바쳐 무잔의 몸에 약을 주입한다.<br><br>나. 유시로(愈史郎, 유사랑)<br><br>타마요가 혈귀로 만든 청년으로, 타마요를 깊이 존경하고 따른다. 자신의 부적을 붙인 사람이나 사물의 모습을 감추고 시야를 공유하는 혈귀술을 사용한다. 무한성에서는 나키메의 정신에 침투해 무한성의 지배권을 빼앗고 귀살대를 돕는다.<br><br>다. 꺾쇠까마귀(鎹鴉)<br><br>귀살대원들에게 임무와 정보를 전달하는 전령이다. 대원마다 한 마리씩 배정되며 사람의 말을 할 수 있다. 최종결전에서는 유시로의 부적을 붙이고 무한성 내부의 위치와 전황을 지휘부에 전달한다.<br><br>라. 카쿠시(隠, 은)<br><br>전투가 끝난 뒤 부상자를 이송하고 현장을 수습하는 귀살대의 후방지원 조직이다. 직접 혈귀와 싸우는 검사는 아니지만 치료, 연락, 운반 등으로 귀살대의 활동을 뒷받침한다. 무잔전에서는 부상자를 구조하고 차량과 장비를 동원해 전투를 지원한다.<br><br>5. 혈귀의 시조<br><br>가. 키부츠지 무잔(鬼舞辻無惨, 귀무십무참)<br><br>모든 혈귀의 시조이자 작품 전체의 적이다. 천 년 이상 살아오면서 죽음과 햇빛을 두려워하고, 햇빛을 극복할 방법을 찾기 위해 수많은 사람을 혈귀로 만든다.<br><br>무잔은 혈귀들을 동료로 보지 않고 자신의 목적을 위한 도구로 취급한다. 실패한 하현들을 직접 죽이고, 나키메가 유시로에게 조종당하자 곧바로 제거한다. 혈귀들에게 피를 나누어 힘을 주지만 서로를 믿고 협력하는 관계는 만들지 못한다.<br><br>최종결전에서는 타마요와 시노부의 약으로 급속히 노화하고 재생력이 약해진다. 귀살대가 해가 뜰 때까지 도주를 막은 끝에 햇빛을 맞고 소멸한다.<br><br>6. 상현의 혈귀<br><br>가. 상현 1(上弦の壱) 코쿠시보(黒死牟, 흑사모)<br><br>인간 시절 이름은 츠기쿠니 미치카츠(継国巌勝)로, 해의 호흡 검사 츠기쿠니 요리이치(継国縁壱)의 쌍둥이 형이다. 동생의 재능을 넘어서려는 집착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혈귀가 되었다.<br><br>달의 호흡과 혈귀술을 결합해 싸우며 상현 가운데 가장 강하다. 무한성에서 교메이·사네미·무이치로·겐야와 싸우고, 네 사람의 협공으로 소멸한다.<br><br>나. 상현 2(上弦の弐) 도우마(童磨, 동마)<br><br>항상 웃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인간의 감정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혈귀이다. 종교집단의 교주로 활동하며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을 잡아먹었다. 시노부의 언니 코쵸우 카나에(胡蝶カナエ)를 죽였으며, 이노스케의 어머니 하시비라 코토하(嘴平琴葉)도 죽였다.<br><br>무한성에서 시노부를 흡수하지만 그녀의 몸에 축적된 독에 의해 약해진다. 이후 카나오와 이노스케의 협공으로 목이 잘려 소멸한다.<br><br>다. 상현 3(上弦の参) 아카자(猗窩座, 의와좌)<br><br>무술을 숭배하고 강자와 싸우는 것을 즐기는 혈귀이다. 인간 시절 이름은 하쿠지(狛治)로, 병든 아버지와 자신을 거두어 준 스승, 약혼자 코유키(恋雪)를 잃은 비극을 지녔다.<br><br>무한열차에서 렌고쿠 쿄쥬로(염주)를 죽인다. 무한성에서 탄지로와 기유에게 목이 잘린 뒤 인간 시절의 기억을 되찾고 스스로 재생을 포기한다.<br><br>라. 상현 4(上弦の肆) 한텐구(半天狗, 반천구)<br><br>겁이 많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혈귀이다. 궁지에 몰리면 자신의 감정을 형상화한 여러 분신을 만들어 싸운다. 본체는 매우 작으며 분신 뒤에 숨어 도망치는 방식으로 살아남는다.<br><br>도공 마을에서 미츠리·겐야·네즈코가 분신을 상대하는 동안 탄지로가 본체를 찾아 목을 벤다.<br><br>마. 상현 5(上弦の伍) 굣코(玉壺, 옥호)<br><br>항아리 안에서 이동하며 사람의 죽음과 훼손을 예술이라 여기는 혈귀이다. 여러 생물을 뒤섞은 기괴한 괴물과 물고기를 만들어 공격한다.<br><br>도공 마을을 습격하여 도공들을 죽이려 하지만 반점이 발현된 토키토 무이치로(하주)에게 일대일로 패배한다.<br><br>바. 상현 6(上弦の陸) 규타로(妓夫太郎, 기부태랑)<br><br>다키의 오빠로, 가난과 멸시 속에서 살아온 인간 시절의 기억을 지녔다. 마른 몸과 낫을 사용하며, 낫에 묻은 강한 독과 혈귀술을 이용해 싸운다.<br><br>유곽에서 우즈이 텐겐(음주)과 탄지로를 상대한다. 탄지로에게 목이 베이며 다키와 동시에 참수되어 소멸한다.<br><br>사. 상현 6(上弦の陸) 다키(堕姫, 타희)<br><br>규타로의 여동생으로, 유곽에서 오이란으로 숨어 사람들을 잡아먹었다. 허리띠를 이용해 사람을 가두거나 공격한다. 혼자서는 진정한 상현의 힘에 미치지 못하지만 오빠 규타로와 함께 상현 6의 자리를 공유한다.<br><br>유곽전에서 젠이츠와 이노스케에게 목이 베이며, 규타로와 동시에 참수되어 소멸한다.<br><br>7. 후임 상현<br><br>가. 신 상현 4(上弦の肆) 나키메(鳴女, 명녀)<br><br>비파를 연주해 무한성의 방과 통로를 자유롭게 움직이는 혈귀이다. 한텐구가 죽은 뒤 상현 4가 된다.<br><br>무한성에서 귀살대원들을 서로 떨어뜨리고 전장을 조종하지만 유시로에게 정신을 지배당한다. 무한성의 지배권이 넘어갈 것을 우려한 무잔이 직접 죽인다.<br><br>나. 신 상현 6(上弦の陸) 카이가쿠(獪岳, 회악)<br><br>젠이츠와 같은 스승 밑에서 번개의 호흡을 배운 검사였으나, 살기 위해 코쿠시보의 피를 받아 혈귀가 된다. 번개의 호흡 제1형을 사용하지 못했으며 젠이츠를 줄곧 무시했다.<br><br>무한성에서 젠이츠와 싸우다가 젠이츠가 만든 번개의 호흡 제7형 화뢰신에 목이 베여 소멸한다.<br><br>8. 하현의 혈귀<br><br>가. 하현 1(下弦の壱) 엔무(魘夢, 염몽)<br><br>사람에게 행복한 꿈을 보여 준 뒤 정신의 핵을 파괴하는 혈귀이다. 무잔이 하현들을 숙청할 때 살아남아 더 많은 피를 받고 강해진다.<br><br>무한열차 전체와 몸을 융합하지만 이노스케가 급소를 찾아내고 탄지로가 기관부의 목뼈를 베어 소멸시킨다.<br><br>나. 하현 2(下弦の弐) 로쿠로(轆轤, 녹로)<br><br>무잔에게 더 많은 피를 달라고 요구했다가 무잔의 분노를 사 죽는다. 하현 숙청 과정에서 제거된 혈귀 중 하나이다.<br><br>다. 하현 3(下弦の参) 와쿠라바(病葉, 병엽)<br><br>무잔이 하현들을 죽이기 시작하자 도망치려 하지만 곧바로 붙잡혀 목이 잘린다.<br><br>라. 하현 4(下弦の肆) 무카고(零余子, 영여자)<br><br>주와 마주치면 싸우기보다 달아날 생각을 품고 있었다. 무잔에게 그 마음을 간파당해 죽는다.<br><br>마. 하현 5(下弦の伍) 루이(累, 루)<br><br>거미줄을 사용하는 어린 모습의 혈귀이다. 인간 시절 잃어버린 가족관계를 흉내 내기 위해 나타구모산의 혈귀들에게 역할을 강요하며 가짜 가족을 만든다.<br><br>탄지로와 네즈코를 몰아붙이지만 뒤이어 나타난 토미오카 기유(수주)에게 목이 베여 소멸한다.<br><br>바. 하현 6(下弦の陸) 카마누에(釜鵺, 부야)<br><br>무잔의 말에 속으로 불만을 품었다가 생각을 읽힌다. 하현 숙청 과정에서 가장 먼저 무잔에게 죽는다.<br><br>사. 전 하현 6(元下弦の陸) 쿄우가이(響凱, 향개)<br><br>장구를 두드려 방의 방향과 위치를 바꾸는 혈귀이다. 한때 하현 6이었지만 사람을 충분히 먹지 못하고 성장하지 못해 무잔에게 계급을 빼앗겼다.<br><br>장구저택에서 탄지로에게 목이 베인다. 죽기 직전 자신의 혈귀술과 글을 인정받으며 위안을 얻는다.<br><br>9. 인물 구도의 의미<br><br>귀살대에는 주와 일반 대원뿐 아니라 당주와 어린 지휘관들, 꺾쇠까마귀, 카쿠시, 타마요와 유시로까지 서로 다른 역할을 맡은 인물들이 연결되어 있다. 직접 칼을 들지 않는 인물도 정보 전달과 치료, 연구와 지휘를 통해 같은 목표에 힘을 보탠다.<br><br>반면 무잔과 혈귀들은 강한 힘을 가졌지만 공포와 서열로 묶여 있다. 규타로와 다키처럼 혈연으로 연결된 예외는 있으나, 대부분 서로의 전투를 돕거나 희생을 이어받지 않는다.<br><br>이 인물 구도는 본문의 주제인 ‘협력하는 인간과 각자도생하는 혈귀’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 준다. 혈귀는 제각기 강했으나, 서로의 빈자리를 채우며 함께 싸우는 인간을 끝내 이기지 못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0424/98/cover150/k33283007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04249889</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마이리뷰] 귀멸의 칼날 1~23 박스 세트 - 전23권 (완결) - [귀멸의 칼날 1~23 박스 세트 - 전23권 (완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6404</link><pubDate>Sat, 01 Aug 2026 08:0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640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32830074&TPaperId=1742640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0424/98/coveroff/k33283007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32830074&TPaperId=1742640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귀멸의 칼날 1~23 박스 세트 - 전23권 (완결)</a><br/>고토게 코요하루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2년 11월<br/></td></tr></table><br/>[작품 분석 보고서]<br><br>귀멸의 칼날, 협력하는 인간과 각자도생하는 혈귀<br>― 혈귀는 강했으나, 함께하는 인간을 이기지 못했다<br><br>※ 원작 만화 완결 기준으로 무한성편과 최종결전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다.<br><br>1. 개요<br><br>『귀멸의 칼날』에서 상현의 혈귀들은 주 한 명보다 월등히 강하다. 렌고쿠 쿄쥬로(염주)는 아카자에게 패하고, 코쵸우 시노부(충주)는 도우마에게 흡수되며, 토키토 무이치로(하주) 역시 코쿠시보에게 치명상을 입는다.<br><br>그러나 최종적으로 승리한 쪽은 귀살대이다. 귀살대는 한 사람이 쓰러지면 다른 사람이 그 뜻과 공격을 이어받지만, 혈귀들은 자신의 힘만 믿고 대부분 홀로 싸웠기 때문이다.<br><br>2. 柱와 주요 혈귀의 최후<br><br>가. 사망한 柱<br><br>ㅇ 렌고쿠 쿄쥬로(염주, 炎柱), 무한열차편에서 아카자에게 입은 치명상으로 사망<br>· 하현 1 엔무가 소멸한 직후 나타난 상현 3 아카자와 홀로 맞섰다.<br>· 아카자의 팔이 복부를 관통한 상태에서도 해가 뜰 때까지 붙잡으려 했으나, 아카자가 팔을 끊고 달아난 뒤 탄지로 일행에게 유언을 남기고 숨을 거두었다.<br><br>ㅇ 코쵸우 시노부(충주, 蟲柱), 무한성편에서 도우마에게 흡수되어 사망<br>· 언니 카나에를 죽인 상현 2 도우마와 싸우다가 패배하여 몸째 흡수되었다.<br>· 그러나 자신의 몸에 축적해 둔 등나무꽃 독으로 도우마를 약화시켰으며, 카나오와 이노스케가 그의 목을 벨 수 있는 길을 열었다.<br><br>ㅇ 토키토 무이치로(하주, 霞柱), 무한성편에서 코쿠시보에게 입은 치명상으로 사망<br>· 상현 1 코쿠시보에게 한쪽 팔이 잘리고 몸이 절단되는 치명상을 입었다.<br>· 죽기 직전 붉어진 일륜도를 코쿠시보의 몸에 깊이 박아 재생을 방해했으며, 교메이와 사네미가 공격을 완성할 수 있는 결정적인 발판을 만들었다.<br><br>ㅇ 히메지마 교메이(암주, 岩柱), 최종결전에서 무잔에게 입은 치명상으로 사망<br>· 코쿠시보전에서 큰 부상을 입은 상태로 무잔과의 최종전에 참여했다.<br>· 무잔의 공격으로 한쪽 다리를 잃고도 해가 뜰 때까지 싸움을 이어 갔으며, 무잔이 소멸한 직후 치료를 사양하고 숨을 거두었다.<br><br>ㅇ 칸로지 미츠리(연주, 恋柱), 최종결전에서 무잔에게 입은 치명상으로 사망<br>· 무잔의 공격으로 전신에 심각한 부상을 입어 전선에서 이탈했으나 다시 돌아와 끝까지 싸웠다.<br>· 무잔이 소멸한 뒤 이구로의 품에서 다음 생에는 부부가 되자고 약속하고 숨을 거두었다.<br><br>ㅇ 이구로 오바나이(사주, 蛇柱), 최종결전에서 무잔에게 입은 치명상으로 사망<br>· 무잔의 공격으로 시력을 잃고 전신에 치명상을 입었지만, 뱀 카부라마루의 도움을 받아 탄지로와 함께 마지막까지 싸웠다.<br>· 무잔이 소멸한 뒤 미츠리를 품에 안고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 후 전투에서 입은 부상으로 사망했다.<br><br>나. 생존한 柱<br><br>ㅇ 토미오카 기유(수주, 水柱), 아카자전과 무잔전에서 오른팔을 잃었으나 생존<br>· 탄지로와 함께 상현 3 아카자를 상대한 뒤 무잔과의 최종전에도 참여했다.<br>· 전투 중 오른팔을 잃고 심각한 부상을 입었으나 치료를 받아 살아남았다.<br><br>ㅇ 시나즈가와 사네미(풍주, 風柱), 코쿠시보전과 무잔전에서 중상을 입었으나 생존<br>· 무한성에서 코쿠시보와 싸운 뒤 중상을 입은 상태로 무잔전까지 참여했다.<br>· 죽음 직전까지 몰렸으나 끝내 살아남아 기유와 함께 최종결전 이후까지 생존한 현역 柱가 되었다.<br><br>ㅇ 우즈이 텐겐(음주, 音柱), 유곽편에서 왼팔과 왼쪽 눈을 잃고 은퇴하였으나 생존<br>· 규타로의 독에 중독된 상태에서도 탄지로·젠이츠·이노스케와 함께 규타로와 다키를 쓰러뜨렸다.<br>· 이후 柱에서 은퇴했지만 합동 강화 훈련과 귀살대 본부의 경계를 맡아 후방에서 최종결전을 지원했다.<br><br>다. 상현을 쓰러뜨린 인물<br><br>ㅇ 상현 1 코쿠시보, 무한성편에서 교메이·사네미·무이치로·겐야의 협공으로 소멸<br>· 무이치로의 붉은 일륜도와 겐야의 혈귀술이 코쿠시보의 움직임과 재생을 방해했다.<br>· 그 틈을 이용해 히메지마 교메이(암주, 岩柱)와 시나즈가와 사네미(풍주, 風柱)가 목과 몸을 파괴하여 네 사람의 협공으로 쓰러뜨렸다.<br><br>ㅇ 상현 2 도우마, 무한성편에서 시노부의 독과 카나오·이노스케의 협공으로 소멸<br>· 코쵸우 시노부(충주, 蟲柱)를 흡수한 뒤 그녀의 몸에 축적된 등나무꽃 독으로 급격히 약화되었다.<br>· 재생 능력이 무너진 틈을 타 츠유리 카나오와 하시비라 이노스케가 협공하여 목을 베었다.<br><br>ㅇ 상현 3 아카자, 무한성편에서 탄지로·기유에게 패배한 뒤 스스로 재생을 포기하여 소멸<br>· 카마도 탄지로와 토미오카 기유(수주, 水柱)의 협공을 받았으며, 탄지로에게 목이 베인 뒤에도 머리를 재생하려 했다.<br>· 그러나 인간 시절의 기억과 약혼자 코유키를 떠올린 뒤 스스로 재생과 전투를 포기했다.<br><br>ㅇ 상현 4 한텐구, 도공 마을편에서 탄지로가 본체를 참수하여 소멸<br>· 칸로지 미츠리(연주, 恋柱)가 강력한 분신 조하쿠텐을 막고, 겐야와 네즈코가 다른 분신들을 상대했다.<br>· 그 사이 탄지로가 몸을 작게 만들어 숨어 달아나던 본체를 추적하여 목을 베었다.<br><br>ㅇ 상현 5 굣코, 도공 마을편에서 토키토 무이치로에게 참수되어 소멸<br>· 굣코는 무이치로를 물감옥에 가두고 도공들을 공격했지만, 무이치로가 기억과 감정을 되찾으면서 반점이 발현되었다.<br>· 토키토 무이치로(하주, 霞柱)가 안개의 호흡 제7형으로 굣코를 압도하고 일대일로 목을 베었다.<br><br>ㅇ 상현 6 규타로와 다키, 유곽편에서 탄지로·젠이츠·이노스케의 동시 참수로 소멸<br>· 규타로와 다키는 두 혈귀의 목을 동시에 베어야만 소멸하는 구조였다.<br>· 우즈이 텐겐(음주, 音柱)이 규타로를 붙잡은 사이 탄지로가 규타로의 목을 베었고, 동시에 젠이츠와 이노스케가 다키의 목을 베었다.<br><br>상현들은 각자 柱 한 명을 압도할 정도로 강했지만, 실제 전투에서는 대부분 홀로 귀살대를 상대했다. 반면 귀살대는 柱와 대원들이 역할을 나누고, 먼저 쓰러진 사람이 남긴 공격과 기회를 다음 사람이 이어받으며 상현을 격파했다.<br><br>3. 함께 싸우는 귀살대<br><br>귀살대원들은 저마다 가족을 잃고 혈귀를 원망하는 사연을 지녔지만, 사람을 지키고 무잔을 쓰러뜨린다는 공동의 목적 아래 움직였다.<br><br>코쿠시보전에서는 무이치로가 일륜도를 몸에 박고, 겐야가 움직임을 묶었으며, 교메이와 사네미가 공격을 완성했다. 도우마전에서는 시노부가 목숨을 걸고 독을 남긴 뒤 카나오와 이노스케가 그의 목을 베었다.<br><br>무잔전에서도 타마요와 시노부가 만든 약, 주들의 공격, 탄지로 일행의 저항, 일반 귀살대원들의 희생이 차례로 이어졌다. 귀살대의 승리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한 사람의 승리가 아니라, 먼저 쓰러진 사람의 뜻과 역할을 다음 사람이 이어받은 결과였다.<br><br>4. 홀로 싸우는 혈귀<br><br>가. 공포로 유지된 조직<br><br>무잔은 혈귀를 동료로 대하지 않고 자신의 목적을 위한 도구로 이용했다. 실패한 하현들을 직접 죽였으며, 나키메가 유시로에게 조종당하자 망설임 없이 제거했다.<br><br>귀살대가 믿음과 보호로 이어진 조직이라면, 무잔과 혈귀의 관계는 공포와 복종으로 유지된 관계였다. 서로를 위해 희생하거나 등을 맡길 신뢰가 생길 수 없는 구조였다.<br><br>나. 힘과 서열에 따른 경쟁<br><br>상현들은 같은 편이면서도 서로를 동료보다 경쟁자로 여겼다. 서열은 힘으로 정해졌고, 혈귀들은 다른 혈귀를 깔보거나 적대했다.<br><br>무잔 역시 상현들을 하나의 부대처럼 운용하지 않고 각자에게 임무를 맡긴 뒤 결과만 요구했다. 굣코와 한텐구가 함께 도공 마을에 왔지만 서로 돕지 않고 각자의 장소에서 따로 싸운 것이 대표적이다.<br><br>다. 협력의 예외<br><br>규타로와 다키는 함께 싸웠지만 친남매이자 하나의 상현 자리를 공유하는 특수한 경우였다. 한텐구의 분신들 역시 별개의 동료가 아니라 한텐구의 감정과 혈귀술에서 갈라져 나온 존재였다.<br><br>결국 혈귀에게는 귀살대처럼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목적을 공유하고 역할을 나누는 협력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br><br>5. 인간으로 돌아온 네즈코<br><br>네즈코는 도공 마을편에서 햇빛을 극복한 최초의 혈귀가 되어 무잔의 최우선 목표가 된다. 이후 타마요가 만든 인간화 약을 복용하고, 최종결전이 벌어지는 동안 점차 기억과 인간의 모습을 되찾는다.<br><br>무잔이 소멸하기 직전 탄지로를 혈귀로 만들자, 인간으로 돌아온 네즈코는 오빠를 끌어안고 끝까지 놓지 않는다. 카나오가 인간화 약을 주입하면서 탄지로도 다시 인간으로 돌아온다.<br><br>전투가 끝난 뒤 남매는 함께 고향으로 돌아간다. 네즈코가 끝내 인간성을 되찾은 과정 역시 탄지로와 동료들이 그녀를 혈귀가 아닌 가족으로 믿고 지켜 준 결과였다.<br><br>6. 승패를 가른 힘<br><br>우리 옛이야기 가운데 아버지가 아들들을 모아 놓고 나뭇가지를 부러뜨리게 하는 이야기가 있다. 나뭇가지 하나는 쉽게 부러지지만, 여러 개를 한데 묶으면 쉽게 꺾이지 않는다.<br><br>『귀멸의 칼날』의 귀살대와 혈귀도 이와 같다.<br><br>상현의 혈귀들은 제각기 압도적인 힘을 지녔지만, 자신의 힘을 믿고 홀로 싸웠다. 귀살대원들은 개인의 힘만으로 상현을 이기기 어려웠지만, 서로를 보호하고 먼저 쓰러진 사람의 공격과 뜻을 이어받았다.<br><br>무이치로와 겐야가 남긴 공격은 교메이와 사네미의 승리로 이어졌고, 시노부의 죽음은 카나오와 이노스케가 도우마를 벨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름 없는 귀살대원들까지 목숨을 걸고 무잔의 도주를 막았기 때문에 마지막 햇빛을 맞게 할 수 있었다.<br><br>이러한 귀살대의 모습은 현대의 조직관리와 리더십 관점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우부야시키 카가야는 구성원들을 힘으로 지배하지 않고 각자의 상처와 능력을 이해하며 하나의 목적 아래 결속시켰다. 그가 죽은 뒤에도 지휘체계와 공동의 목표가 무너지지 않았으며, 키리야와 대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역할을 이어 갔다.<br><br>이는 귀살대의 승리가 특정 영웅 한 사람의 압도적인 무력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무력을 뛰어넘는 조직의 시스템적 지속가능성과 가치 계승에서 비롯되었음을 보여 준다. 지도자가 사라지고 뛰어난 전력이 쓰러져도 정보 전달, 후방지원, 연구, 전투와 지휘가 계속 이어지는 조직이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싸울 수 있었다.<br><br>반면 무잔의 조직은 모든 힘과 판단이 무잔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혈귀들은 명령에는 복종했지만 서로를 신뢰하지 않았고, 무잔이 세운 공포와 서열 외에는 함께 지켜야 할 가치도 남기지 못했다. 강력한 개인들이 모여 있었지만, 지도자의 힘을 대신하거나 서로의 빈자리를 채울 조직적 기반은 없었던 것이다.<br><br>혈귀는 강했으나 서로를 믿지 않았고, 인간은 약했으나 서로의 빈자리를 채웠다. 결국 귀살대의 승리는 한 사람의 끝을 다음 사람이 이어 가고, 한 세대의 뜻을 다음 세대가 계승하는 조직의 힘에서 이루어졌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0424/98/cover150/k33283007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04249889</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20251224~28 일본 동경</category><title>[마이리뷰] 만년필 탐심 - [만년필 탐심 - 인문의 흔적이 새겨진 물건을 探하고 貪하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0932</link><pubDate>Thu, 30 Jul 2026 07:4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093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52933267&TPaperId=1742093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4572/70/coveroff/k95293326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52933267&TPaperId=1742093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만년필 탐심 - 인문의 흔적이 새겨진 물건을 探하고 貪하다</a><br/>박종진 지음 / 틈새책방 / 2024년 08월<br/></td></tr></table><br/>[가족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도쿄 여행기 - 특별기고 3]<br><br>후지산의 구름이 만년필에 머물다 ― 플래티넘 #3776 센추리 후지운케이 네 자루<br><br><br>이번 후지산 여행에서 새삼 눈에 들어온 것이 하나 있었다.<br><br>구름이었다.<br><br>신칸센 창밖으로 처음 만난 후지산도 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고, 타누키호에서도 후지산은 커다란 구름에 가려졌다가 다시 모습을 보여주기를 반복했다.<br><br>산은 그대로 그 자리에 있는데 구름이 어떻게 지나가느냐에 따라 후지산의 표정은 계속 달라졌다.<br><br>어떤 순간에는 정상이 선명하게 드러났고, 조금 뒤에는 구름 속으로 반쯤 숨어버렸다.<br><br>그러고 보니 플래티넘도 그 구름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br><br>2023년, 후지산과 그 주변을 흘러가는 구름이 함께 만들어내는 풍경을 주제로 새로운 #3776 센추리 시리즈를 시작했다.<br><br>후지운케이(富士雲景, ふじうんけい, Fuji Unkei) 시리즈.<br><br>‘雲景’.<br><br>말 그대로 구름이 만들어내는 풍경이다.<br><br>2023년 우로코구모(鱗雲, うろこぐも, Urokogumo)에서 시작해 2026년 운카이(雲海, うんかい, Unkai)까지 모두 네 자루가 나왔다.<br><br>첫 번째는 2023년 우로코구모(鱗雲, うろこぐも, Urokogumo).<br><br>두 번째는 2024년 카스미(霞, かすみ, Kasumi).<br><br>세 번째는 2025년 키누구모(絹雲, きぬぐも, Kinugumo).<br><br>그리고 네 번째이자 마지막 작품이 2026년 운카이(雲海, うんかい, Unkai)다.<br><br>구름이라는 것은 잡을 수도 없고 한곳에 머물러 있지도 않는다.<br><br>생겼다가 사라지고, 모였다가 흩어지고, 몇 분 사이에도 전혀 다른 모양으로 변한다.<br><br>플래티넘은 그런 순간의 구름을 만년필에 붙잡아두었다.<br><br>鱗雲.<br><br>霞.<br><br>絹雲.<br><br>雲海.<br><br>하늘에서는 잠시 나타났다 사라질 풍경이지만 만년필 안에서는 그대로 머문다.<br><br>그래서 이 시리즈를 다시 들여다보니 만년필의 색과 무늬보다 오히려 실제 풍경이 궁금해졌다.<br><br>저 만년필에 담긴 구름을 후지산에서 직접 만나려면 언제 가야 할까.<br><br>그리고 어디에서 기다려야 할까.<br><br><br>1. 우로코구모(鱗雲, うろこぐも, Urokogumo) ― 비늘처럼 펼쳐진 구름<br><br>2023년 첫 번째 작품.<br><br>鱗은 비늘이다.<br><br>鱗雲은 작은 구름들이 하늘에 촘촘하게 늘어서 물고기의 비늘처럼 보이는 구름을 말한다.<br><br>우리말로 하면 비늘구름이다.<br><br>플래티넘은 후지산 주변 하늘에 펼쳐진 이 불규칙한 비늘구름을 표현하기 위해 이전 시리즈에서 사용했던 규칙적인 무늬와 달리 일부러 불규칙한 패턴으로 몸체를 가공했다.<br><br>몸체의 오목한 절삭면에 빛이 들어오면서 복잡하게 투과되고 반사되도록 만든 것이다.<br><br>첫 작품부터 상당히 공을 들였다.<br><br>그런데 만년필보다 궁금해지는 것이 하나 있다.<br><br>실제 후지산 위에 저런 비늘구름이 펼쳐지는 모습을 보려면 언제 가야 할까.<br><br>비늘구름은 일본에서도 흔히 가을 하늘을 떠올리게 하는 구름이다.<br><br>따라서 노린다면 9월에서 11월 무렵이 좋다.<br><br>특히 공기가 맑아지고 후지산의 윤곽이 선명해지기 시작하는 가을에 높은 하늘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br><br>장소를 고른다면 후지산과 넓은 하늘을 함께 볼 수 있는 가와구치호 북안이나 오이시공원 같은 곳이 먼저 떠오른다.<br><br>호수와 후지산을 함께 두고 그 위로 넓게 펼쳐진 하늘을 볼 수 있으니, 비늘구름이 제대로 떠준다면 鱗雲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풍경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br><br>하지만 구름은 호수가 아니다.<br><br>“오늘 鱗雲을 보러 왔습니다.”<br><br>한다고 기다려주는 녀석이 아니다.<br><br>그날 하늘이 허락해야 한다.<br><br>후지산은 모습을 드러내고, 그 위에는 비늘구름이 펼쳐져야 한다.<br><br>벌써 난이도가 높다.<br><br>그래도 눈앞의 후지산 위로 비늘처럼 촘촘한 구름이 한꺼번에 펼쳐진다면 기다린 보람은 충분할 것 같다.<br><br><br>2. 카스미(霞, かすみ, Kasumi) ― 봄날 흐릿하게 번지는 후지산<br><br>2024년 두 번째 작품.<br><br>霞.<br><br>카스미다.<br><br>우리말로 옮기면 안개나 아지랑이처럼 먼 풍경이 희미하게 보이는 모습을 떠올리면 된다.<br><br>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봄 풍경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말로 사용해왔다.<br><br>플래티넘은 옛 그림 두루마리나 병풍에서도 볼 수 있는 ‘카스미몬(霞文, かすみもん)’이라는 전통적인 안개무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br><br>몸체에 작은 원형의 절삭을 이어가면서 안개가 길게 흘러가는 듯한 모습을 표현했다.<br><br>이 만년필이 재미있는 이유는 우리가 보통 후지산 여행에서 피하려고 하는 풍경을 오히려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데 있다.<br><br>후지산을 보러 갔는데 산이 희뿌옇게 보이면 보통은 아쉽다.<br><br>“아이고, 오늘 시야가 왜 이래.”<br><br>그런데 霞를 보러 간 여행이라면 이야기가 반대다.<br><br>후지산이 살짝 흐릿해야 제맛이다.<br><br>이 풍경을 노린다면 봄이다.<br><br>3월에서 5월 무렵.<br><br>겨울의 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풀리고, 따뜻해진 공기 속에서 먼 후지산의 경계가 희미해질 때다.<br><br>봄철 가와구치호 북안에서 호수 너머로 살짝 흐려진 후지산을 만난다면, 이번 겨울에 보았던 또렷한 후지산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일 것이다.<br><br>산이 쨍하게 보이지 않는 것이 실패가 아니라 성공인 여행.<br><br>생각해보면 그것도 재미있다.<br><br>“오늘은 후지산이 흐릿해서 잘 봤다.”<br><br>이런 말도 할 수 있는 것이다.<br><br><br>3. 키누구모(絹雲, きぬぐも, Kinugumo) ― 비단실처럼 하늘을 흐르는 구름<br><br>2025년 세 번째 작품.<br><br>絹은 비단이다.<br><br>따라서 絹雲은 비단처럼 얇고 가느다란 구름이라는 뜻이다.<br><br>보통 기상학에서 말하는 권운(巻雲, けんうん), 즉 cirrus를 가리킨다.<br><br>하늘 높은 곳에 가늘고 섬유처럼 길게 늘어지거나 깃털처럼 퍼지는 구름이다.<br><br>플래티넘은 그 모습을 ‘광선조각’과 ‘V날 조각’이라는 두 종류의 가공으로 표현했다.<br><br>몸체 전체를 무늬로 꽉 채우지 않고 일부러 조각하지 않은 부분도 남겨두어 푸른 하늘에 구름이 떠 있는 듯한 공간까지 살렸다.<br><br>구름 하나 표현하려고 만년필 몸체를 여기까지 파고드는 걸 보면 참 집요하다.<br><br>이 풍경은 특정 계절 하나로 정하기 어렵다.<br><br>권운은 사계절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br><br>따라서 絹雲을 만나러 가는 여행은 달력보다는 하늘을 봐야 한다.<br><br>푸른 하늘이 열려 있고,<br><br>높은 곳에는 가느다란 비단실 같은 구름이 흐르고,<br><br>그 아래 후지산이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날.<br><br>그 순간이 만년필 속 絹雲과 가장 비슷한 실제 풍경이 될 것이다.<br><br>이런 구름을 기다린다면 넓은 하늘과 후지산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가와구치호 주변이나, 조금 더 높은 곳에서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전망지가 좋을 것 같다.<br><br>후지산만 잘 보인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구름까지 예쁘게 걸려줘야 한다.<br><br>이번 여행에서도 구름 하나가 후지산의 모습을 완전히 가려버렸다가 다시 열어주는 것을 보았다.<br><br>산은 그대로 그 자리에 있는데 구름이 움직일 때마다 풍경은 계속 달라졌다.<br><br>그 위에 가느다란 絹雲까지 걸린다면 같은 후지산이 또 얼마나 다르게 보일까.<br><br>이쯤 되면 관광이라기보다 기다림에 가깝다.<br><br><br>4. 운카이(雲海, うんかい, Unkai) ― 구름바다 위에 솟은 후지산<br><br>2026년 네 번째이자 후지운케이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br><br>雲海.<br><br>우리말로도 그대로 운해다.<br><br>산 아래에 구름이 넓게 깔리면서 마치 바다처럼 보이는 풍경이다.<br><br>그리고 그 구름바다 위로 후지산이 우뚝 솟는다.<br><br>후지운케이라는 이름에 가장 잘 어울리는 마지막 장면일지도 모른다.<br><br>플래티넘은 2023년 鱗雲에서 시작해 霞, 絹雲을 거쳐 2026년 이 雲海로 시리즈를 마무리했다.<br><br>이 녀석이 표현한 실제 풍경을 보는 것은 네 작품 가운데서도 특히 쉽지 않을 것 같다.<br><br>운해는 날짜를 정해놓고 찾아간다고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br><br>밤사이 지표면이 식고, 습한 공기가 낮은 곳에 머물면서 기온역전이 생기고, 그 위 높은 곳은 맑아야 한다.<br><br>전날 비가 내린 뒤 다음 날 아침 맑아지는 날도 좋은 조건이 될 수 있다.<br><br>계절로 보면 밤과 낮의 기온 차가 커지기 쉬운 봄이나 가을의 이른 아침을 노려볼 만하다.<br><br>장소는 호숫가보다 어느 정도 고도를 확보한 곳이 유리하다.<br><br>신도고개(新道峠)의 FUJIYAMA 트윈테라스처럼 높은 곳에서 후지산과 가와구치호 일대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지도 후보가 될 수 있다.<br><br>다만 어디까지나 가능성을 높이는 조건일 뿐이다.<br><br>결국 자연이 허락해야 한다.<br><br>숙소에서 새벽같이 일어나 높은 전망대로 올라갔는데 아무것도 없을 수도 있다.<br><br>반대로 어느 날 운 좋게 산 아래로 끝없는 구름바다가 펼쳐지고 그 위로 후지산이 떠 있는 모습을 만날 수도 있다.<br><br>이번 여행에서 본 것은 후지산 주변을 떠다니는 구름이었다.<br><br>그 구름 하나만으로도 산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br><br>그런데 산 아래를 통째로 구름이 뒤덮고 그 위로 후지산 정상만 솟아 있는 풍경이라면 어떨까.<br><br>사진으로 보는 것과 그 자리에 직접 서 있는 것은 분명 다를 것이다.<br><br>그래서 네 풍경 가운데서도 雲海는 꼭 한번 직접 보고 싶다.<br><br><br>5. 구름 네 자루를 실제 풍경으로 만난다면<br><br>鱗雲, 霞, 絹雲, 雲海.<br><br>이 네 자루는 실제 풍경으로 만나기가 만년필을 보는 것보다 훨씬 까다롭다.<br><br>구름은 한곳에 머물지 않는다.<br><br>우로코구모(鱗雲, うろこぐも, Urokogumo)는 가을 하늘을 노려야 한다.<br><br>카스미(霞, かすみ, Kasumi)는 봄날 먼 산이 부드럽게 흐려지는 시기가 잘 어울린다.<br><br>키누구모(絹雲, きぬぐも, Kinugumo)는 계절보다 그날 높은 하늘에 권운이 떠주는지가 중요하다.<br><br>운카이(雲海, うんかい, Unkai)는 봄이나 가을의 새벽, 습도와 기온역전 같은 조건까지 맞아야 가능성이 높아진다.<br><br>계절이 맞아야 하고,<br><br>시간이 맞아야 하고,<br><br>기온이 맞아야 하고,<br><br>습도가 맞아야 하고,<br><br>구름이 원하는 모양으로 떠줘야 한다.<br><br>거기에 후지산까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br><br>한 가지라도 틀어지면 만년필 속 풍경과는 달라진다.<br><br>그래서 오히려 이 시리즈를 실제 여행으로 따라가 보는 것은 재미있을 것 같다.<br><br>“이번에는 鱗雲을 만나러 간다.”<br><br>“이번에는 霞를 보러 간다.”<br><br>“오늘은 絹雲이 뜰까.”<br><br>“이번 여행에서는 雲海를 한번 기다려보자.”<br><br>후지산 하나를 앞에 두고도 여행 목적이 전부 달라진다.<br><br><br>6. 플래티넘은 어디까지 후지산을 우려먹을 셈인가<br><br>후지운케이 네 자루를 보고 있으면 한편으로는 감탄하고,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br><br>‘이 회사는 대체 후지산에서 어디까지 소재를 찾아낼 셈인가.’<br><br>이번에는 구름이었다.<br><br>비늘처럼 펼쳐진 구름을 찾아내고,<br><br>봄날의 흐릿한 안개를 찾아내고,<br><br>비단실 같은 권운을 찾아내고,<br><br>마지막에는 구름바다까지 끌어왔다.<br><br>구름은 손에 잡히지도 않고 모양도 계속 변하는데, 그 짧은 순간을 골라 이름을 붙이고 만년필 한 자루의 색과 무늬로 만들어냈다.<br><br>이쯤 되면 후지산을 모티프로 만년필을 만든다기보다 후지산 주변에서 만년필 만들 구실을 계속 찾아내고 있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br><br>그런데 문제는 또 있다.<br><br>예쁘다.<br><br>그러니 수집가가 당한다.<br><br>욕은 그렇게 해놓고 신제품 사진이 뜨면 또 확대해서 보는 내 손가락도 문제다.<br><br>결국 회사만 탓할 일은 아니었다.<br><br><br>7. 내 책상 위에 모두 있었다면<br><br>가끔 상상해본다.<br><br>후지산을 소재로 만들어진 #3776들이 책상 위에 한 줄로 쫙 늘어서 있는 모습.<br><br>내가 가지고 있는 本栖, 精進, 西, 山中, 河口.<br><br>그리고 그 옆으로 내가 놓친 만년필들이 줄줄이 이어진다.<br><br>그 가운데 本栖의 투명한 계보를 이어받은 忍野까지 한 자루 세워놓으면 제법 장관이었을 것이다.<br><br>전부 #3776.<br><br>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를 끌고 가는 산은 하나다.<br><br>후지산.<br><br>책상 위에 작은 후지산 세계 하나가 만들어지는 셈이다.<br><br>물론 현실의 책상 위에는 그렇게 완성된 모습이 없다.<br><br>놓친 녀석들이 있다.<br><br>한정판이라는 것은 지나간 뒤에 더 아쉽다.<br><br>그때는 ‘다음에 사지 뭐’ 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 다음이 쉽게 오지 않는다.<br><br>그래도 이제 그 아쉬움만 들여다보고 있을 생각은 없다.<br><br>만년필이 없으면 풍경을 만나러 가면 된다.<br><br><br>8. 구름은 다시 온다<br><br>만년필은 한정판이다.<br><br>정해진 수량을 만들고 판매가 끝나면 그것으로 끝이다.<br><br>하지만 구름은 다르다.<br><br>鱗雲은 어느 가을날 다시 후지산 위에 펼쳐질 것이다.<br><br>霞도 어느 봄날 후지산의 윤곽을 희미하게 만들 것이다.<br><br>絹雲도 어느 맑은 날 높은 하늘을 비단실처럼 흘러갈 것이고,<br><br>雲海도 어느 새벽 산 아래를 구름바다로 뒤덮을 것이다.<br><br>그날이 언제인지는 모른다.<br><br>내가 그곳에 있을 때 나타나준다는 보장도 없다.<br><br>그래도 그것이 오히려 재미있다.<br><br>실제 후지산으로 가면 된다.<br><br>가을에는 가와구치호 주변에서 비늘구름을 기다리고,<br><br>봄에는 霞 속에 흐릿하게 떠 있는 후지산을 바라보고,<br><br>푸른 하늘이 열린 날에는 絹雲이 흐르는 순간을 기다리고,<br><br>운해를 노리는 날에는 높은 전망지에서 새벽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다.<br><br>한 번 간다고 보여준다는 보장은 없다.<br><br>두 번 가도 못 볼 수 있다.<br><br>그러면 또 가면 된다.<br><br>그것도 여행이다.<br><br><br>9. 만년필 하나가 또 여행을 만든다<br><br>이번 도쿄 여행에서 나는 처음 후지산을 만났다.<br><br>신칸센 창밖으로 후지산이 처음 나타났을 때 그렇게 흥분했고,<br><br>시라이토 폭포에서는 무지개를 보았고,<br><br>타누키호에서는 흰 머리의 후지산을 질리도록 바라보았다.<br><br>그런데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후지산은 그날 하루로 끝나지 않았다.<br><br>책상 위의 만년필을 다시 꺼내게 했고,<br><br>오래전에 보았던 한정판들을 다시 찾아보게 했고,<br><br>이번에는 그 만년필들이 담고 있는 구름까지 궁금하게 만들었다.<br><br>솔직히 말하면 후지산을 소재로 한 #3776 시리즈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모으지 못한 것은 천추의 한이다.<br><br>하지만 이제 그 아쉬움만 붙들고 있을 필요는 없다.<br><br>내가 가지고 있는 후지오호 다섯 자루는 언젠가 직접 들고 가면 된다.<br><br>모토스호(本栖湖, もとすこ)에서는 本栖를 들고,<br><br>쇼지호(精進湖, しょうじこ)에서는 精進을 들고,<br><br>사이호(西湖, さいこ)에서는 西를 들고,<br><br>야마나카호(山中湖, やまなかこ)에서는 山中을 들고,<br><br>가와구치호(河口湖, かわぐちこ)에서는 河口를 들고 사진을 한 장씩 찍는다.<br><br>그리고 또 다른 날에는 하늘을 기다려본다.<br><br>가을 하늘에 鱗雲이 펼쳐질 수도 있고,<br><br>봄날 霞 속에서 후지산의 윤곽이 희미해질 수도 있다.<br><br>푸른 하늘에 絹雲이 걸릴 수도 있고,<br><br>정말 운이 좋다면 어느 새벽 雲海 위로 솟은 후지산을 만날지도 모른다.<br><br>다음에는 어떤 후지산을 만나게 될까.<br><br>그걸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벌써 다음 여행이 시작되는 기분이다.<br><br>못 산 만년필은 여전히 아쉽다.<br><br>하지만 아직 보지 못한 풍경이 이렇게 많이 남아 있다는 것도 꽤 즐거운 일이다.<br><br>하늘의 구름은 흘러가지만 플래티넘은 그 순간을 만년필에 머물게 했다.<br><br>그리고 그 만년필들은 다시 나를 후지산으로 가게 만든다.<br><br>그러고 보면 만년필 한 자루가 만들어내는 여행도 참 길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4572/70/cover150/k95293326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45727019</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20251224~28 일본 동경</category><title>[마이리뷰] 만년필 탐심 - [만년필 탐심 - 인문의 흔적이 새겨진 물건을 探하고 貪하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0929</link><pubDate>Thu, 30 Jul 2026 07:3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42092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52933267&TPaperId=1742092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4572/70/coveroff/k95293326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52933267&TPaperId=1742092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만년필 탐심 - 인문의 흔적이 새겨진 물건을 探하고 貪하다</a><br/>박종진 지음 / 틈새책방 / 2024년 08월<br/></td></tr></table><br/>[가족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도쿄 여행기 - 특별기고 2]<br><br>후지산의 계절을 만년필에 담다 ― 플래티넘 #3776 센추리 후지슌케이 다섯 자루<br><br><br>플래티넘 #3776 센추리 후지오호(富士五湖) 시리즈의 첫 자루를 사고 난 뒤부터 문제가 생겼다.<br><br>시리즈라는 것이 그렇다.<br><br>하나만 있으면 아무렇지도 않은데, 두 자루가 되고 세 자루가 되기 시작하면 나머지가 자꾸 눈에 밟힌다.<br><br>“시리즈는 모아야 맛이지.”<br><br>결국 本栖, 精進, 西, 山中, 河口까지 다섯 자루를 모두 모았다.<br><br>그렇게 끝난 줄 알았다.<br><br>그런데 플래티넘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br><br>2016년 후지오호 시리즈를 끝내자 이듬해부터는 후지산이 계절마다 보여주는 풍경을 새로운 만년필에 담기 시작했다.<br><br>후지슌케이(富士旬景, ふじしゅんけい, Fuji Shunkei) 시리즈.<br><br>2017년부터 2021년까지 다시 다섯 자루였다.<br><br>슌교(春暁, しゅんぎょう, Shungyo)<br>쿤푸(薫風, くんぷう, Kumpoo)<br>롯카(六花, ろっか, Rokka)<br>시운(紫雲, しうん, Shiun)<br>킨슈(錦秋, きんしゅう, Kinshu)<br><br>참 사람 환장하게 만드는 회사다.<br><br>플래티넘은 이 시리즈를 후지산이 만들어내는 계절의 풍경과 아름다운 일본어를 만년필 전체에 표현하려는 기획으로 만들었다.<br><br>나라고 이 녀석들을 책상 위에 다섯 자루 나란히 올려놓고 싶지 않았겠는가.<br><br>당연히 갖고 싶었다.<br><br>그런데 문제가 있었다.<br><br>돈이다.<br><br>이놈의 돈.<br><br>만년필 한 자루 살 때는 그럭저럭인데, 한정판 시리즈가 해마다 하나씩 나오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br><br>내 벌이는 시원찮고 만년필에 들어가는 돈은 끝이 없다.<br><br>그래서 후지슌케이도 인터넷 쇼핑몰에서 사진을 들여다보며 몇 번이나 망설였다.<br><br>살까.<br><br>말까.<br><br>또 봤다.<br><br>장바구니에 넣어놓고도 결제를 못 했다.<br><br>그런데 참 웃기는 일이었다.<br><br>플래티넘 한정판 몇 자루를 놓고는 비싸다고 고민하던 내가, 그 무렵에는 이미 다른 녀석들에게 정신을 빼앗기고 있었다.<br><br>몽블랑이었다.<br><br>어린왕자 르그랑 한정판이 눈에 들어오고,<br><br>「80일간의 세계일주」 르그랑 한정판이 또 눈에 들어오고,<br><br>145 두에와 145 레진, 솔리테어 르그랑에 이어 작가 오마주 시리즈까지 하나둘 눈앞에서 아른거렸다.<br><br>플래티넘을 보면서는<br><br>‘아이고, 이것까지 사면 돈이 또 얼마나 깨지는 겨.’<br><br>하고 망설이던 사람이,<br><br>몇 배나 더 비싼 몽블랑 앞에서는 또 인터넷을 뒤지고 있었다.<br><br>가격을 보고,<br><br>사진을 확대해 보고,<br><br>다른 사람의 실물 사진까지 찾아보고,<br><br>어느새 결제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br><br>지금 생각하면 참 한심하다.<br><br>플래티넘은 돈이 아까워 참으면서 그보다 몇 배 비싼 몽블랑은 하나둘 모셔왔으니 말이다.<br><br>그렇다고 몽블랑을 산 것이 후회된다는 얘기는 아니다.<br><br>지금도 책상 위에 어린왕자나 「80일간의 세계일주」를 꺼내놓고 바라보고 있으면 뿌듯하다.<br><br>문제는 사람 마음이 그렇다는 것이다.<br><br>한쪽을 얻으면 다른 한쪽을 놓친 것이 또 아쉽다.<br><br>결국 후지슌케이 다섯 자루는 사지 못했다.<br><br>인터넷에서 그렇게 많이 들여다봤는데도 말이다.<br><br>게다가 만년필을 하나씩 사들이면 택배가 온다.<br><br>한 번 오고,<br><br>또 오고,<br><br>며칠 있다 또 온다.<br><br>그러면 아무리 내 취미라 해도 마님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다.<br><br>그래도 우리 마님이 착하다.<br><br>내가 술도 안 하고 담배도 안 하니 만년필 사는 것 정도는 그냥 모른 척 눈감아주는 것 같다.<br><br>말은 안 해도 그런 것 같다.<br><br>마님 하나는 잘 모시고 온 셈이다.<br><br>그래서 나도 어느 정도는 참아야 했다.<br><br>그렇게 후지슌케이는 결국 화면 속 만년필로만 남았다.<br><br>문제는 한정판이라는 것이다.<br><br>그때 안 사면 나중에는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다.<br><br>당시에는<br><br>‘다음에 사지 뭐.’<br><br>했는데 그 ‘다음’이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br><br>돈이 생겼을 때는 물건이 없고,<br><br>어쩌다 물건이 나오면 상태나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br><br>그러니 지금 생각하면 그때 하나씩 사둘 걸 하는 미련이 남는다.<br><br>本栖, 精進, 西, 山中, 河口 옆에<br><br>春暁, 薫風, 六花, 紫雲, 錦秋까지 쫙 늘어서 있었다면 얼마나 보기 좋았을까.<br><br>시리즈는 역시 모아야 맛이다.<br><br>그렇다고 이미 지나간 만년필만 붙들고 아쉬워할 수는 없다.<br><br>만년필은 놓쳤어도 그 만년필들이 담아낸 후지산의 계절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br><br>그렇다면 이제 궁금해진다.<br><br>春暁, 薫風, 六花, 紫雲, 錦秋.<br><br>이 다섯 풍경을 실제 후지산에서 만나려면 언제 가야 할까.<br><br><br>1. 슌교(春暁, しゅんぎょう, Shungyo) ― 봄날 새벽의 후지산<br><br>2017년 첫 번째 작품.<br><br>春暁는 ‘봄날의 새벽’을 뜻한다.<br><br>겨울의 추위가 아직 완전히 물러나지 않은 이른 봄 새벽, 햇빛이 퍼지면서 붉게 물드는 하늘과 검은 실루엣처럼 서 있는 후지산을 표현했다.<br><br>붉은 몸체와 불규칙한 가는 선, 무광 가공으로 새벽 하늘을 표현했고 캡 꼭대기에는 후지산을 형상화한 부분도 넣었다.<br><br>세계 3,776자루 한정.<br><br>후지산의 높이 3,776m와 정확히 맞춘 숫자다.<br><br>이 풍경을 실제로 보고 싶다면 언제 가야 할까.<br><br>이름부터 春暁다.<br><br>봄날 새벽.<br><br>따라서 3월에서 4월 무렵, 해가 뜨기 전부터 후지산이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br><br>중요한 것은 새벽이다.<br><br>해가 높이 뜬 뒤가 아니라 동쪽 하늘이 붉어지기 시작하고 후지산은 아직 검은 실루엣으로 남아 있는 짧은 시간.<br><br>그 순간을 만나야 슌교의 풍경에 가까워진다.<br><br>이번 여행에서는 겨울 아침의 후지산을 처음 만났지만, 언젠가는 봄날 새벽에 아직 어둠이 남아 있는 후지산도 한번 보고 싶다.<br><br>검은 산의 윤곽 뒤로 붉은 빛이 번지기 시작하는 순간.<br><br>그 풍경을 실제로 보고 나면 春暁라는 이름도 지금과는 다르게 느껴질 것 같다.<br><br><br>2. 쿤푸(薫風, くんぷう, Kumpoo) ― 신록 사이로 부는 초여름 바람<br><br>2018년 두 번째 작품.<br><br>薫風은 초여름 신록 사이로 불어오는 향기로운 바람을 뜻한다.<br><br>플래티넘은 햇빛을 받은 신록과 푸른 하늘이 어우러지는 풍경을 반투명한 터키석빛 몸체에 담았다.<br><br>신록 사이로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이 푸른 하늘로 올라가는 듯한 풍경이 이 만년필의 모티프다.<br><br>이걸 실제로 보려면 초여름이다.<br><br>대략 5월 하순에서 6월 무렵.<br><br>눈 녹은 후지산 기슭의 나무들이 연두색에서 짙은 초록으로 바뀌고, 파란 하늘 아래 신록이 가장 싱싱할 때다.<br><br>다만 여름으로 갈수록 후지산은 구름에 가릴 가능성이 커진다.<br><br>그러니 이 풍경을 만나려면 아침 일찍 후지산 앞에 서는 편이 낫다.<br><br>산 아래 신록이 바람에 흔들리고 그 뒤로 후지산이 모습을 드러내준다면, 만년필 속 薫風이 실제 풍경이 되는 셈이다.<br><br>겨울의 흰 후지산을 먼저 본 나로서는 초록빛으로 가득한 계절의 후지산이 어떤 느낌일지도 궁금하다.<br><br>같은 산인데 주변의 색 하나만 달라져도 전혀 다른 모습일 것이다.<br><br><br>3. 롯카(六花, ろっか, Rokka) ― 눈과 얼음의 후지산<br><br>2019년 세 번째 작품.<br><br>六花.<br><br>글자 그대로 보면 ‘여섯 개의 꽃’이다.<br><br>하지만 여기서 꽃은 눈 결정이다.<br><br>육각형으로 이루어진 눈 결정을 꽃에 비유한 옛 표현이다.<br><br>플래티넘은 차가운 공기 속에서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후지산의 깨끗한 풍경을 이 만년필에 담았다.<br><br>몸체에도 눈 결정이 이어지는 듯한 정밀한 가공을 넣었다.<br><br>빛을 받으면 여러 면에서 반사되며 눈 결정처럼 반짝인다.<br><br>이 풍경은 비교적 명확하다.<br><br>겨울이다.<br><br>12월부터 2월.<br><br>눈을 뒤집어쓴 후지산을 볼 가능성이 높고, 공기가 건조해 산의 윤곽도 선명하게 보이는 시기다.<br><br>내가 이번 여행에서 처음 만난 후지산도 12월 27일의 겨울 후지산이었다.<br><br>신칸센 창밖에서 처음 만났고, 시라이토 폭포를 지나 타누키호에 이르기까지 흰 머리의 후지산을 질리도록 바라보았다.<br><br>그러고 보면 이번 여행에서 내가 직접 만난 후지산은 후지슌케이 다섯 풍경 가운데 六花에 가장 가까운 모습이었다.<br><br>책상 위에는 六花 만년필이 없었지만, 그 만년필이 표현하려 했던 겨울의 후지산은 내 눈으로 직접 본 셈이다.<br><br><br>4. 시운(紫雲, しうん, Shiun) ― 보랏빛 구름에 감싸인 후지산<br><br>2020년 네 번째 작품.<br><br>紫雲.<br><br>보랏빛 구름이라는 뜻이다.<br><br>일본에서는 예로부터 길조로 여겨진 구름이기도 하다.<br><br>플래티넘은 후지산 주변을 보랏빛으로 물들이는 구름과 그 사이로 비치는 빛을 정밀한 렌즈컷으로 표현했다.<br><br>세계 3,776자루 한정이었다.<br><br>이 녀석이 표현한 실제 풍경을 찾아가는 것은 조금 어렵다.<br><br>春暁처럼 ‘봄에 가면 된다’, 六花처럼 ‘겨울에 가면 된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br><br>보랏빛 구름은 계절보다 빛과 구름의 조건이 중요하다.<br><br>해가 뜨기 직전이나 해가 진 직후, 낮은 각도의 햇빛이 구름을 붉고 보랏빛으로 물들이는 순간을 만나야 한다.<br><br>맑기만 해서도 안 된다.<br><br>후지산은 보여야 하지만 그 주변에는 빛을 받을 적당한 구름도 있어야 한다.<br><br>결국 이 풍경은 기다려야 한다.<br><br>운도 따라줘야 한다.<br><br>이번 여행에서도 후지산은 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가 다시 숨기를 반복했다.<br><br>그 모습을 바라보며 구름 하나가 후지산의 표정을 얼마나 크게 바꾸는지 느꼈다.<br><br>그 구름이 어느 저녁 보랏빛으로 물들기까지 한다면 또 얼마나 다른 후지산이 될까.<br><br>어쩌면 다섯 풍경 가운데 가장 만나기 어려워서 더 보고 싶은 모습인지도 모르겠다.<br><br><br>5. 킨슈(錦秋, きんしゅう, Kinshu) ― 단풍으로 물든 후지산의 가을<br><br>2021년 마지막 작품.<br><br>錦秋.<br><br>‘비단 같은 가을’이라는 뜻이다.<br><br>산과 들이 단풍으로 붉고 노랗게 물든 모습을 금실과 은실로 짠 비단인 錦에 비유한 이름이다.<br><br>플래티넘은 불타는 듯한 가을 단풍을 붉은 몸체와 정밀한 커팅으로 표현했다.<br><br>후지슌케이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었다.<br><br>이 풍경을 만나려면 당연히 가을이다.<br><br>후지오호 지역을 기준으로 보면 대체로 10월 하순부터 11월 무렵이 좋다.<br><br>특히 가와구치호(河口湖, かわぐちこ) 일대처럼 단풍과 호수, 후지산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곳에서 가을빛을 기다려보고 싶다.<br><br>붉은 단풍 아래 호수.<br><br>그 뒤로 솟은 후지산.<br><br>정상에는 흰 눈.<br><br>겨울 타누키호에서 보았던 후지산과는 전혀 다른 모습일 것이다.<br><br>春暁가 하루의 시작을 담았다면 錦秋는 한 해의 깊어진 계절을 담은 듯하다.<br><br>언젠가 실제로 한번 보고 싶은 풍경이다.<br><br><br>6. 다섯 자루의 만년필을 실제 풍경으로 만난다면<br><br>春暁, 薫風, 六花, 紫雲, 錦秋.<br><br>만년필은 다섯 자루지만 결국 모두 하나의 후지산이다.<br><br>계절과 시간, 빛이 달라졌을 뿐이다.<br><br>春暁를 만나려면 봄날 새벽에 가야 한다.<br><br>薫風을 만나려면 신록이 가장 싱싱한 초여름의 아침이 좋다.<br><br>六花를 만나려면 눈 덮인 겨울의 후지산을 찾아가야 한다.<br><br>紫雲은 계절보다 일출이나 일몰 무렵의 빛과 구름이 맞아떨어지는 순간을 기다려야 한다.<br><br>錦秋는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늦가을이 제격이다.<br><br>후지오호 시리즈와는 여기서 차이가 난다.<br><br>모토스호(本栖湖, もとすこ), 쇼지호(精進湖, しょうじこ), 사이호(西湖, さいこ), 야마나카호(山中湖, やまなかこ), 가와구치호(河口湖, かわぐちこ)는 찾아가기만 하면 된다.<br><br>호수는 그 자리에 있다.<br><br>하지만 후지슌케이는 그렇지 않다.<br><br>계절이 맞아야 하고,<br><br>시간이 맞아야 하고,<br><br>빛이 맞아야 한다.<br><br>그날 후지산이 구름 속으로 숨어버리지도 않아야 한다.<br><br>그러니 만년필에서 모티프를 얻은 바로 그 풍경을 직접 만나려면 한 번의 여행으로는 어려울지도 모른다.<br><br>오히려 그것이 재미있다.<br><br>봄에는 春暁.<br><br>초여름에는 薫風.<br><br>겨울에는 六花.<br><br>어느 날의 일출이나 일몰에는 紫雲.<br><br>가을에는 錦秋.<br><br>같은 후지산을 보러 가는데도 여행의 목적과 풍경이 전혀 달라진다.<br><br>이쯤 되면 단순히 ‘후지산을 보러 간다’고 말하기도 어렵다.<br><br>어떤 후지산을 만나러 가느냐가 더 중요해지는 것이다.<br><br><br>7. 만년필은 놓쳤어도 풍경까지 놓친 것은 아니다<br><br>그래도 생각을 조금 바꿔보면 아직 남은 것이 있다.<br><br>만년필은 놓쳤지만 그 만년필이 담았던 실제 후지산의 풍경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br><br>봄날 새벽의 春暁.<br><br>초여름 신록의 薫風.<br><br>눈 덮인 六花.<br><br>보랏빛 구름의 紫雲.<br><br>가을 단풍의 錦秋.<br><br>그 풍경들은 지금도 후지산 어딘가에서 계절이 돌아올 때마다 다시 나타난다.<br><br>이번 여행에서는 그 가운데 겨울의 六花에 가까운 후지산을 만났다.<br><br>다음에는 다른 얼굴의 후지산을 만나러 가도 좋겠다.<br><br>“이번에는 春暁를 만나러 간다.”<br><br>“이번에는 錦秋의 후지산을 보러 간다.”<br><br>그렇게 하나의 만년필 이름을 여행의 목적처럼 정해놓고 떠나는 것이다.<br><br>언제 다시 후지산으로 가게 될지는 아직 모른다.<br><br>하지만 그때는 단순히 후지산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계절의 후지산을 만나러 가는지부터 정해보고 싶다.<br><br>봄날 새벽의 붉은 하늘일 수도 있고,<br><br>초여름 신록일 수도 있고,<br><br>가을 단풍 너머의 흰 후지산일 수도 있다.<br><br>그리고 언젠가 후지오호 다섯 자루를 들고 실제 다섯 호수를 하나씩 찾아가는 여행까지 한다면 더 좋겠다.<br><br>만년필은 책상 위에만 있는 물건이지만, 그 만년필 하나 때문에 알게 된 이름이 실제 여행지가 되고, 그 속에 담긴 색과 무늬 때문에 어느 계절의 풍경을 찾아가게 된다.<br><br>다음에는 어떤 후지산을 만나게 될까.<br><br>아직 보지 못한 풍경이 남아 있다는 것도 생각해보면 꽤 즐거운 일이다.<br><br>그러고 보면 플래티넘이 만들어놓은 것은 만년필만이 아닌지도 모르겠다.<br><br>나한테는 아직 가보지 않은 여행지가 또 이렇게 생겨버렸으니 말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4572/70/cover150/k95293326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45727019</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