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대장정 서재 (대장정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 /><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Wed, 04 Nov 2026 09:15:34 +0900</lastBuildDate><image><title>대장정</titl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myface/pt_7980481063106933.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대장정</description></image><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영화/노래</category><title>답사의 급수
그 나름의 훈련과 연륜을 필요로 하는 일...</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612345</link><pubDate>Tue, 03 Nov 2026 23:3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612345</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79385&TPaperId=1761234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1845/76/coveroff/8936479385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1845/76/cover150/893647938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8457656</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영화/노래</category><title>자장은 636년 당나라에 유학하여 청량산(淸凉山, 일...</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608196</link><pubDate>Mon, 02 Nov 2026 00:0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608196</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79385&TPaperId=1760819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1845/76/coveroff/8936479385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1845/76/cover150/893647938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8457656</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영화/노래</category><title>[마이리뷰] 고질라 : 킹 오브 몬스터 - [고질라 : 킹 오브 몬스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607525</link><pubDate>Sun, 01 Nov 2026 19:1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60752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D522830534&TPaperId=1760752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0027/11/coveroff/d52283053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D522830534&TPaperId=1760752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고질라 : 킹 오브 몬스터</a><br/>마이클 도허티 감독, 밀리 바비 브라운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9년 09월<br/></td></tr></table><br/>범지구적 생태계 교란 사태(타이탄 각성)에 따른 위기관리 및 내부통제 부실 검토보고<br><br>— 영화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2019)를 통해 본 외래 생태계 교란종 무단 방사의 폐해와 지휘통제 시스템 붕괴<br><br>※ 본 보고서는 2019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 속 사건을 오늘날의 행정제도 및 위기관리 시스템에 비추어 재구성한 풍자적 검토보고서임. 아래 행정절차 누락 및 지적사항은 가상의 감사 관점에서 작성한 것으로, 실제 법령 적용 및 위법 여부를 판단한 것은 아님.<br><br>1. 검토 배경 및 목적<br><br>가. 검토 배경<br><br>ㅇ (대규모 인명 및 재산 피해 발생) 2019년 모나크 소속 엠마 러셀 박사가 환경 테러리스트와 결탁하여 거대 생명체인 기도라와 로단 등을 각성시켰으며, 이후 기도라가 전 세계 타이탄을 동시다발적으로 깨우면서 초유의 재난과 대규모 사상자 발생<br><br>나. 검토 목적<br><br>ㅇ (위기관리 시스템 붕괴 원인 규명) 생태계 복원을 명분으로 자행된 미확인 외래 생명체 무단 방사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신무기 사용에 관한 지휘부의 오판 및 국가핵심기술(오르카) 통제 부실 등 총체적 행정 실패의 원인 분석<br><br>2. 주요 문제점 및 행정관리 부실 검토<br><br>가. 미확인 외래 생태계 교란종(기도라) 무단 방사 및 검역 부재<br><br>ㅇ (원산지 미확인 및 생태계 파괴) 자연 생태계 복원이라는 자의적 신념에 빠져 남극에 봉인된 기도라를 각성시켰으나, 이후 기도라가 지구 토종 생명체가 아닌 외계 기원 생명체로 밝혀지면서 전 지구적 생태계 파괴 초래<br><br>ㅇ (검토의견) 아무리 생태계 복원이라는 선의의 목적이라도 미확인 생명체를 자연에 방사하기 전에는 원산지 교차 검증과 생태계 교란 여부에 대한 철저한 사전 평가가 선행되어야 할 사안임<br><br>ㅇ (주요 지적사항) 생태계위해성평가 누락, 외래 생태계 교란종 수입·반입 및 자연환경 방사 허가 절차 전면 위반<br><br>나. 현장 전문가 의견을 배제한 지휘부의 탁상행정<br><br>ㅇ (전문가 패싱 및 무기체계 오남용) 기도라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토종 생명체인 고질라의 방어 기제를 신뢰해야 한다는 현장 전문가(세리자와 박사)의 강력한 권고를 묵살한 채, 미군 지휘부가 신무기(산소 파괴자) 투하 강행<br><br>ㅇ (검토의견) 그 결과 정작 박멸해야 할 교란종(기도라)은 생존하고 생태계 방어종(고질라)만 치명상을 입게 된바, 책상머리 판단이 현장의 실체적 진실을 가린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실패 사례임<br><br>ㅇ (주요 지적사항) 중대 재난 현장 대응 시 관계기관 협의 및 현장 전문가 자문 절차 누락, 무기체계 환경영향 검토 부실<br><br>다. 국가핵심기술(오르카) 내부통제 및 보안 시스템 붕괴<br><br>ㅇ (전략 자산 사유화 및 유출) 전 지구적 거대 생명체의 행동을 유도하고 통제할 수 있는 비대칭 대량살상무기급 음파 발생 장치(오르카)가 개발자인 엠마 러셀의 테러조직 공모로 악용되어 범지구적 재난 유발<br><br>ㅇ (검토의견) 이는 단순한 개인의 도덕적 해이를 넘어, 위험 기술을 개발하고 관리한 모나크 조직 전체의 보안 인가 시스템과 내부 감찰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치명적 관리 부실임<br><br>ㅇ (주요 지적사항) 국가핵심기술 유출 방지 조치 위반 및 연구시설 내부통제, 보안관리 매뉴얼 전면 부실<br><br>라. 자의적 판단에 따른 구제 활동(결자해지)의 한계<br><br>ㅇ (개인적 죄책감에 기인한 사태 수습) 사태를 유발한 엠마 러셀이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고 가족을 구하기 위해 오르카를 이용한 기도라 유인작전에 참여하였으며, 마지막에는 홀로 남아 가족과 구조대의 대피 시간을 확보하고 희생<br><br>ㅇ (검토의견) 마지막 희생(결자해지)을 통해 인명 구조에 기여한 정상은 참작되나, 재난 유발자가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는 이유로 이미 발생한 대규모 인명 피해의 본질적 책임까지 면책될 수는 없음<br><br>ㅇ (주요 지적사항) 고의적 재난 유발행위에 대한 책임 규명 및 사후 구제 활동에 따른 정상참작 범위 검토<br><br>3. 결론 및 정책적 시사점<br><br>가. 종합 판단<br><br>ㅇ (참사의 본질) 본 사태는 개인의 맹목적 신념이 낳은 외래 생태계 교란종 불법 방사 참사이자, 현장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한 지휘부의 오판과 조직의 내부통제 부실이 결합하여 발생한 총체적 행정 재난임<br><br>나. 정책적 시사점<br><br>ㅇ (팩트 기반의 위기관리) 검증되지 않은 가설이나 개인적 신념보다 객관적인 위험정보와 현장 전문가의 의견에 기반하여 재난 대응 정책 결정<br><br>ㅇ (책임 행정의 구현) 타인이 초래한 재난을 수습하기 위해 스스로 희생한 세리자와 박사의 사례를 거울삼아, 의사결정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과 조직의 내부통제 체계 확립 필요<br><br>다. 결론<br><br>ㅇ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외래 위험(기도라)을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세상에 풀어놓은 개인의 교만과, 이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 조직의 관리 부실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음]]></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0027/11/cover150/d52283053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00271119</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영화/노래</category><title>[마이리뷰] 콩: 스컬 아일랜드 (1disc) - [콩: 스컬 아일랜드 (1disc)]</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607499</link><pubDate>Sun, 01 Nov 2026 18:5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60749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D882735530&TPaperId=1760749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1067/95/coveroff/d88273553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D882735530&TPaperId=1760749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콩: 스컬 아일랜드 (1disc)</a><br/>조던 보트 로버츠 감독, 존 굿맨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7년 07월<br/></td></tr></table><br/>스컬 아일랜드 탐사사업 사전 행정절차 및 안전관리 실태 검토보고<br><br>— 영화 《콩: 스컬 아일랜드》(2017)를 통해 본 무분별한 사업 추진의 폐해와 사전 행정절차의 중요성<br><br>※ 본 보고서는 1973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 속 사건을 오늘날의 행정제도에 비추어 재구성한 풍자적 검토보고서임. 아래 행정절차 누락 지적은 가상의 감사 관점에서 작성한 것으로, 실제 법령 적용 및 위법 여부를 판단한 것은 아님.<br><br>1. 검토 배경 및 목적<br><br>가. 검토 배경<br><br>ㅇ (대규모 인명 피해 발생) 1973년 모나크 소속 빌 랜다가 주도한 스컬 아일랜드 탐사 과정에서 무분별한 폭발물 투하와 거대 생명체의 공격으로 다수의 군인과 탐사대원이 사망하는 참사 발생<br><br>나. 검토 목적<br><br>ㅇ (사업관리상 문제점 규명) 탐사 대상 지역에 대한 사전조사와 위험성 검토, 현장 안전관리 및 정보 공유 실태를 분석하고, 오늘날 각종 영향평가와 사전 행정절차의 필요성 고찰<br><br>2. 주요 문제점 및 사전 행정절차 검토<br><br>가. 산림 훼손 및 원주 생태계 침해<br><br>ㅇ (생태계 보전대책 부재) 원시림과 독자적인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는 미지의 섬에 사전조사 없이 진입하여 폭발물을 투하함으로써 기존 생명체의 서식환경을 침해<br><br>ㅇ (검토의견) 스컬 크롤러와의 싸움으로 부모를 잃고 섬의 생태계를 지켜온 콩의 영역까지 침범한 것으로, 오늘날 산지관리 및 자연환경 보전 관점에서는 개발행위에 앞서 생태계 현황과 보전 필요성에 대한 검토가 요구되는 사안임<br><br>ㅇ (주요 지적사항) 산지전용허가 및 산지전용타당성조사 등 관련 절차 검토 누락<br><br>나. 환경영향평가 및 재해영향평가 사전검토 부실<br><br>ㅇ (환경 및 재해 위험 간과) 지진파 탐지를 명분으로 폭발물을 대량 투하하면서 소음, 진동에 따른 생태계 교란과 거대 생명체의 반응 등 잠재적 위험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헬기 추락 등 대규모 인명 피해 초래<br><br>ㅇ (검토의견) 오늘날 환경영향평가 및 재해영향평가의 취지는 사업 시행 전에 위험요소를 예측하고 피해를 예방하는 데 있으므로, 사업별 적용 요건에 따른 평가와 필요한 안전대책을 우선 검토했어야 할 사안임<br><br>ㅇ (주요 지적사항) 전략환경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 및 재해영향평가등의 협의 대상 여부 검토 누락<br><br>다. 지하안전 검토 부재 및 지하 생태계 교란<br><br>ㅇ (지하 생태계 교란) 섬의 지하 구조와 생명체의 서식환경을 충분히 파악하지 않은 채 지진파 탐지용 폭발물을 투하하여 지하 생명체를 자극하고 생태계 교란 위험 초래<br><br>ㅇ (검토의견) 현행 지하안전평가가 모든 탐사행위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나, 지반 진동과 지하 공동 등에 대한 위험성 검토 없이 폭발물을 사용하는 것은 사전 예방 원칙에 부합하지 않음<br><br>ㅇ (주요 지적사항) 지하안전평가 대상 여부 및 지하 공동에 대한 사전 안전성 검토 누락<br><br>라. 국가유산 영향진단 및 매장유산 조사 부실<br><br>ㅇ (문화유산 조사 부족) 원주민의 독자적인 생활문화와 거대 생명체의 유골 등 역사적, 학술적 가치가 있는 흔적이 존재함에도 관련 현황을 파악하기 전에 무장 진입과 폭발물 투하 강행<br><br>ㅇ (검토의견) 오늘날 국가유산 보호 관점에서는 국가유산 영향진단과 매장유산 지표조사 등 관련 절차를 검토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시굴조사, 발굴조사 및 보존대책을 마련해야 할 사안임<br><br>ㅇ (주요 지적사항) 국가유산 영향진단 및 매장유산 지표조사, 필요시 시굴조사 등 관련 절차 검토 누락<br><br>마. 해상 접근 및 탐사 안전대책 부재<br><br>ㅇ (위험한 기상조건에서 탐사 강행) 거대한 폭풍우로 둘러싸인 섬에 헬기를 이용해 진입하면서 기상 위험과 비상 상황에 대한 대응체계 미흡<br><br>ㅇ (검토의견) 해상 및 항공 안전관리 관점에서 접근 경로의 위험성, 기상 악화 시 중단 기준, 통신체계 및 비상 철수계획 등을 사전에 확보할 필요가 있었음<br><br>ㅇ (주요 지적사항) 해상교통안전진단 대상 여부 검토 및 해상, 항공 접근에 관한 사전 안전대책 수립 누락<br><br>바. 발주기관의 정보 은폐 및 현장 책임<br><br>ㅇ (탐사 목적 및 위험정보 공유 부족) 빌 랜다는 일반적인 지질조사와 지도 제작을 명분으로 탐사대를 조직했으나, 실제 목적이었던 거대 생명체의 존재 확인과 관련 위험을 군 지휘부 및 현장 참여자에게 충분히 알리지 않음<br><br>ㅇ (검토의견) 탐사 목적과 핵심 위험정보를 보유한 모나크 및 랜다의 책임과 명령에 따라 현장에 투입된 군인들의 책임은 구분되어야 하며, 정보 부족 상태에서 위험을 감당한 현장 인력의 희생을 불가항력적 사고로만 볼 수 없음<br><br>ㅇ (주요 지적사항) 탐사 목적 및 위험정보 공유 절차 부실, 지질조사용 굴착행위를 수반하는 경우 관할 지자체 굴착행위 신고 여부 검토 누락<br><br>3. 결론 및 정책적 시사점<br><br>가. 종합 판단<br><br>ㅇ (참사의 본질) 스컬 아일랜드 참사는 미지의 생태계에 대한 충분한 조사 없이 탐사를 강행하고, 위험정보를 현장에 제대로 알리지 않은 사업 추진 주체의 잘못된 판단에서 비롯된 인재임<br><br>나. 정책적 시사점<br><br>ㅇ (사전 예방의 중요성) 오늘날의 각종 영향평가와 안전관리 절차는 이러한 위험을 사업 시행 전에 발견하고 예방하기 위한 제도로, 사업별 적용 요건에 따라 필요한 절차를 이행하고 그 결과를 실제 사업 추진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함<br><br>다. 결론<br><br>ㅇ 결국 문제는 콩이 아니라 랜다였음. 콩은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 했지만, 랜다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애먼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렸음<br><br>원칙은 지키면서도 일을 되게 만드는 것.<br><br>일을 되게 하겠다고 원칙부터 무너뜨려서는 안 됨.]]></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1067/95/cover150/d88273553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10679573</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영화/노래</category><title>[마이리뷰] [4K 블루레이] 나는 전설이다 : 슬립케이스 증정 (1disc: 4K UHD Only) - [[4K 블루레이] 나는 전설이다 : 슬립케이스 증정 (1disc: 4K UHD Only)]</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607364</link><pubDate>Sun, 01 Nov 2026 17:0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60736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D692939190&TPaperId=1760736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506/88/coveroff/d69293919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D692939190&TPaperId=1760736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4K 블루레이] 나는 전설이다 : 슬립케이스 증정 (1disc: 4K UHD Only)</a><br/>프랜시스 로렌스 감독, 윌 스미스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26년 02월<br/></td></tr></table><br/>나는 전설이다<br><br>— 영화 《나는 전설이다》(2007)를 보고, 문명 붕괴 속 고독한 생존과 인류를 위한 마지막 희생<br><br>영화 소개<br><br>* 제목 : 나는 전설이다(I Am Legend)<br>* 감독 : 프랜시스 로런스<br>* 주연 : 윌 스미스(로버트 네빌), 앨리스 브라가(안나), 샐리 리처드슨(조이 네빌)<br>* 제작국가 : 미국<br>* 개봉연도 : 2007년<br>* 장르 : SF, 재난, 스릴러, 좀비<br>* 작품 특징 : 바이러스 감염으로 문명이 붕괴한 뉴욕을 배경으로, 홀로 살아남은 한 인간의 고독과 상실, 인류를 위한 마지막 희생을 그린 영화<br><br>1. 사람이 사라진 뉴욕<br><br>암을 정복하기 위해 개발한 신약이 인류를 멸망의 위기로 몰아넣는다.<br><br>영화 《나는 전설이다》는 이렇게 시작한다.<br><br>암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한 KV 바이러스가 치명적인 변이를 일으키면서 인류는 사실상 붕괴한다. 영화 속 설정에 따르면 바이러스의 치사율은 90%에 이르고, 약 5억 8,800만 명은 변종 인간으로 바뀌었으며, 면역을 가진 사람은 1,200만 명도 남지 않았다.<br><br>인류를 구하려던 의학의 성과가 도리어 인류를 멸망 직전으로 몰아넣은 것이다.<br><br>뉴욕은 봉쇄되고, 사람들은 죽거나 변종 인간으로 바뀌었다.<br><br>한때 세계에서 가장 번화했던 도시에는 더 이상 사람도 자동차도 보이지 않는다. 거리는 텅 비었고, 야생동물들이 도심을 돌아다닌다.<br><br>그곳에 홀로 살아남은 사람이 로버트 네빌이다.<br><br>네빌은 군의관이자 과학자다. 낮에는 식량과 필요한 물자를 구하고, 밤에는 집 안에 숨어 지낸다.<br><br>변종 인간들은 햇빛에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따라서 낮에는 네빌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지만, 밤이 되면 상황이 완전히 뒤바뀐다.<br><br>낮의 뉴욕은 고요하고 평화로워 보인다. 그러나 밤의 뉴욕은 변종 인간들이 지배하는 공포의 공간이다.<br><br>결국 그 넓은 뉴욕이 네빌에게는 벗어날 수 없는 생존의 감옥이 되어버린 것이다.<br><br>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무섭게 느껴지는 것은 변종 인간들의 모습이 아니다.<br><br>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다.<br><br>먹을 것도 있고, 살 집도 있고, 필요한 물건도 구할 수 있다. 사람들의 간섭을 받을 일도 없다.<br><br>하지만 아무리 넓은 집에서 좋은 음식을 먹고 살아간들,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어떨까.<br><br>사람이 가장 많이 모여 살던 뉴욕이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공간으로 바뀌었다.<br><br>그 역설이 이 영화의 첫 번째 공포다.<br><br>2. 샘, 마지막으로 남은 가족<br><br>네빌에게는 반려견 샘이 있다.<br><br>샘은 단순히 주인을 따라다니는 개가 아니다. 가족을 잃고 홀로 살아가는 네빌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동반자이자 가족이다.<br><br>네빌은 샘과 함께 매일 정해진 일상을 이어간다.<br><br>낮에는 먹을 것을 구하고, 필요한 물자를 확보하고, 연구실에서 치료제를 개발한다. 허드슨강 쪽에 정박한 배에서 샘과 함께 골프를 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br><br>또한 살아남은 사람이 있기를 바라며 방송을 송출하고, 누군가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찾아오기를 기다린다.<br><br>이러한 일상이 인상적이었다.<br><br>이미 세상은 무너졌는데도 네빌은 정해진 시간에 움직이고, 운동하고, 연구하며 자신의 생활을 유지한다.<br><br>그에게 일상의 규칙은 단순한 습관이 아닐 것이다.<br><br>완전히 무너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 붙잡고 있는 삶의 질서다.<br><br>그런 네빌의 곁에는 언제나 샘이 있다.<br><br>이야기를 나눌 사람 하나 없는 세상에서 샘은 네빌의 말을 들어주는 유일한 존재다.<br><br>그런데 샘마저 잃는다.<br><br>변종 개들과 싸우던 샘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바이러스에 감염된다.<br><br>네빌은 샘을 살리려 하지만 결국 감염이 진행되고, 자신의 손으로 샘의 마지막을 지켜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br><br>참으로 가슴 아픈 장면이다.<br><br>이미 아내와 딸을 잃은 사람이다.<br><br>인간관계가 모두 사라진 세상에서 유일하게 남은 가족이 샘이었는데, 그 샘마저 자신의 손으로 떠나보내야 한다.<br><br>그동안 네빌이 견뎌왔던 외로움과 슬픔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것만 같다.<br><br>샘의 죽음 이후 네빌은 이전과 달라진다.<br><br>규칙적으로 유지하던 일상이 무너지고,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는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br><br>그동안 가까스로 버티게 해주던 마지막 정서적 버팀목이 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br><br>생각해 보면 사람은 먹을 것과 잠잘 곳만 있다고 살아갈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br><br>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의지하고,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면서 살아간다.<br><br>그런 관계가 모두 끊어진다면 살아남는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br><br>샘의 죽음은 단순히 반려견 한 마리의 죽음이 아니다.<br><br>네빌이 끝까지 붙잡고 있던 삶의 마지막 끈이 끊어지는 순간이다.<br><br>그래서 이 영화에서 가장 가슴 아픈 장면을 하나 고르라면 나는 샘의 죽음을 꼽겠다.<br><br>3. 인류를 구하려던 과학이 재앙이 되다<br><br>영화의 출발점에는 과학기술에 대한 인간의 믿음이 있다.<br><br>암을 정복하겠다는 것이다.<br><br>얼마나 훌륭한 목표인가.<br><br>수많은 사람이 암으로 고통받고 목숨을 잃는 현실에서,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이 개발된다면 인류에게는 엄청난 축복일 것이다.<br><br>그런데 영화에서는 바로 그 신약이 인류를 멸망 직전으로 몰아넣는다.<br><br>인류를 살리기 위해 만들어낸 기술이 오히려 인류를 파괴한 것이다.<br><br>여기에는 과학의 양면성이 드러난다.<br><br>과학기술은 인간의 삶을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들지만,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br><br>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는 사실이 그 기술의 모든 결과를 통제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br><br>인간이 자신의 능력을 과신할 때 그 결과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br><br>그렇다고 이 영화가 과학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br><br>오히려 재앙을 해결할 마지막 희망 역시 과학에 있다.<br><br>홀로 살아남은 네빌은 인류가 거의 사라진 상황에서도 치료제 개발을 포기하지 않는다.<br><br>실험을 반복하고 실패를 겪으면서도 계속 연구한다.<br><br>어쩌면 그에게 치료제 개발은 살아남은 과학자로서의 책임이자, 자신의 삶을 끝까지 지탱해 주는 또 하나의 이유였을 것이다.<br><br>과학이 인류를 멸망의 위기로 몰아넣었지만, 과학을 통해 다시 인류를 구하려는 것이다.<br><br>이러한 역설이 흥미롭다.<br><br>문제는 과학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다루는 인간의 판단과 책임에 있을 것이다.<br><br>4. 뜻밖의 생존자들과 마지막 희생<br><br>샘을 잃은 네빌은 절망에 빠진다.<br><br>결국 변종 인간들에게 무모하게 맞서며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린다.<br><br>그런데 그 순간 안나와 어린아이가 나타나 네빌을 구한다.<br><br>네빌이 계속 송출해 온 방송을 듣고 찾아온 생존자들이다.<br><br>다른 생존자가 있다는 사실은 반갑지만, 솔직히 이 장면은 개연성이 조금 아쉽다.<br><br>네빌조차 밤이면 철저하게 집 안에 숨어 지내야 하는 상황이다.<br><br>변종 인간들이 우글거리는 밤의 뉴욕에서 안나와 어린아이가 어떻게 네빌을 찾아와 구할 수 있었을까.<br><br>영화의 전개를 위해 필요한 장면이라는 점은 이해한다. 그러나 그 과정이 충분히 설득력 있게 그려졌다고 보기는 어렵다.<br><br>그래도 안나와 아이의 등장은 중요한 전환점이다.<br><br>네빌이 끝까지 찾아 헤매던 다른 생존자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br><br>세상 어딘가에는 아직 사람이 살아 있고, 인류가 다시 살아갈 가능성도 남아 있다.<br><br>네빌이 포기하지 않았던 치료제 연구도 마침내 성과를 거두기 시작한다.<br><br>하지만 변종 인간들이 네빌의 집을 습격하면서 마지막 위기가 찾아온다.<br><br>네빌은 안나와 아이를 보호하고, 자신이 개발한 치료제가 담긴 혈액을 안나에게 넘긴다.<br><br>그리고 수류탄을 터뜨려 변종 인간들과 함께 죽음을 맞는다.<br><br>자신은 죽더라도 치료제가 다른 생존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마지막 선택을 한 것이다.<br><br>그렇게 안나와 아이는 살아남고, 치료제는 생존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전달된다.<br><br>네빌은 끝내 살아남지 못했다.<br><br>그러나 인류가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남겼다.<br><br>이 장면을 보면서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br><br>네빌은 오랫동안 혼자 살아남기 위해 애썼다. 매일 먹을 것을 구하고, 밤의 위험을 피하고, 끊임없이 살아남을 방법을 찾았다.<br><br>그런데 마지막 순간에는 자신의 생존보다 다른 사람들의 생존을 선택한다.<br><br>살아남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던 삶에서, 다른 사람들을 살리는 것이 마지막 목적이 된 것이다.<br><br>그것이 네빌의 희생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든다.<br><br>5. 그는 왜 전설이 되었는가<br><br>영화를 다 보고 나니 《나는 전설이다》라는 제목이 다시 눈에 들어온다.<br><br>네빌이 전설이 된 것은 단지 멸망한 세상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았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br><br>그는 외로움과 두려움에 흔들렸고, 때로는 삶의 의지마저 잃었다. 결코 완벽한 영웅은 아니었다.<br><br>그러나 마지막에는 자신이 살아서 누리지 못할 미래를 다른 사람들에게 남겼다.<br><br>그것이 이 영화에서 말하는 전설의 의미라고 생각한다.<br><br>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살아남았느냐가 아니라, 끝까지 무엇을 지키려 했느냐일 것이다.<br><br>《나는 전설이다》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문명이 붕괴한 세상을 그린 SF 재난영화이자 좀비영화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난 뒤 더 오래 남는 것은 변종 인간들의 공포보다 한 인간의 고독과 상실, 그리고 마지막 희생이다.<br><br>괴물보다 더 무서운 고독 속에서도 인류를 위한 희망 하나를 남기고 사라진 사람.<br><br>로버트 네빌.<br><br>그는 그렇게 전설이 되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506/88/cover150/d69293919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5068871</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영화/노래</category><title>남을 희생시키면서 세상을 구하겠다는 사람보다, 자기 ...</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607192</link><pubDate>Sun, 01 Nov 2026 15:2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607192</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D872938987&TPaperId=1760719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3991/52/coveroff/d872938987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D742834667&TPaperId=1760719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7224/26/coveroff/d742834667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D522830534&TPaperId=1760719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0027/11/coveroff/d522830534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D882735530&TPaperId=1760719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1067/95/coveroff/d882735530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9427207094&TPaperId=1760719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428/51/coveroff/9427202327_3.jpg" width="75" border="0"></a>&nbsp;<br/><br/>남을 희생시키면서 세상을 구하겠다는 사람보다,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서 남을 구하려는 사람이 더 위대하다.<br><br>괴수들은 본능 때문에 싸웠지만, 인간들은 신념 때문에 재앙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신념의 대가를 치른 것은 대개 다른 사람들이었다.<br clear="all">]]></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428/51/cover150/9427202327_3.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4285189</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영화/노래</category><title>[마이리뷰] 고질라 - [고질라]</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607176</link><pubDate>Sun, 01 Nov 2026 15:1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60717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9427207094&TPaperId=1760717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428/51/coveroff/9427202327_3.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9427207094&TPaperId=1760717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고질라</a><br/>가레스 에드워즈 감독, 브라이언 크랜스톤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4년 09월<br/></td></tr></table><br/>무토는 무슨 죄가 있는가<br><br>— 영화 《고질라》(2014)를 보고, 인간의 호기심과 이기심, 자만심이 불러온 재앙<br><br>영화 소개<br><br>* 제목 : 고질라(Godzilla)<br>* 감독 : 개러스 에드워즈<br>* 개봉 : 2014년 5월 15일<br>* 장르 : SF, 액션, 재난<br>* 상영시간 : 123분<br>* 주요 출연 : 애런 테일러존슨(포드 브로디), 브라이언 크랜스턴(조 브로디), 엘리자베스 올슨(엘 브로디), 와타나베 켄(이시로 세리자와), 줄리엣 비노슈(산드라 브로디), 샐리 호킨스(비비안 그레이엄), 데이비드 스트라탄(윌리엄 스텐츠 제독)<br>* 제작 특징 : 몬스터버스 세계관의 첫 번째 영화로, 일본의 고질라를 현대적인 할리우드 괴수영화로 재해석한 작품<br>* 특이사항 : 1954년 비키니 환초 핵실험을 고질라 제거 작전과 연결하고, 일본 잔지라 원전 사고와 무토의 출현을 통해 인간과 거대 생명체의 충돌을 그린 작품<br><br>1. 아내의 사진을 찾아서?<br><br>《콩: 스컬 아일랜드》(2017)와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2019)를 본 뒤, 시간을 거슬러 《고질라》(2014)를 봤다.<br><br>영화는 1999년 일본 잔지라 원자력발전소의 사고로 시작한다.<br><br>원전에서 근무하는 조 브로디는 이상한 진동을 감지한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아차리지만, 점검을 위해 들어간 아내 산드라는 사고 현장에 갇히고 만다.<br><br>조는 방사능 누출을 막기 위해 방호문을 닫아야 한다. 문 너머에는 아내가 있다.<br><br>결국 아내를 남겨둔 채 문을 닫는다.<br><br>산드라는 죽고, 원전은 무너진다.<br><br>정부는 자연재난에 따른 원전 사고라고 발표하고 주변 지역을 방사능 오염구역으로 통제한다.<br><br>15년이 흐른 뒤에도 조는 사고의 진상을 추적한다. 아들 포드는 이제 그만 과거를 잊으라고 하지만, 조는 그럴 수 없다.<br><br>“네 엄마가 거기 있다, 포드. 엄마가 아직 거기 있다고. 급하게 피하느라 엄마 사진이 한 장도 없어.”<br><br>“내가 엄마를 거기로 보냈어. 그저 원자로가 용해된 게 아니야.”<br><br>이 두 대사가 참으로 슬프다.<br><br>조가 사고의 원인을 밝히려는 것은 단순히 과학적 호기심 때문이 아니다. 아내를 위험한 곳으로 보냈다는 죄책감, 그리고 아내가 왜 죽어야 했는지 알아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br><br>더구나 아내의 사진 한 장조차 남아 있지 않다.<br><br>그는 아들과 함께 폐쇄된 잔지라 격리구역에 몰래 들어간다.<br><br>그런데 방사능 때문에 출입을 통제했다는 곳에서 개들이 뛰어다니고, 방사선 측정기에는 방사선이 검출되지 않는다.<br><br>조의 의심이 사실이었던 것이다.<br><br>그는 자신이 살던 집으로 돌아가 사고 당시 자료가 담긴 디스크를 챙긴다. 그리고 집을 나서려던 순간, 깨진 액자 속에서 아내의 사진을 발견한다.<br><br>15년 동안 아내를 잊지 못한 남자가 사고 자료를 찾으러 폐쇄구역에 들어갔다가, 뜻밖에 아내의 사진 한 장까지 되찾은 것이다.<br><br>괴수는 아직 제대로 등장하지도 않았는데, 이 장면에서 벌써 마음이 아프다.<br><br>2. 무토 부부를 생이별시킨 인간들<br><br>사건의 시작은 필리핀이다.<br><br>1999년 광산에서 거대한 고대 생명체의 뼈와 두 개의 포자가 발견된다. 하나는 이미 부화해 일본 잔지라 원전으로 이동했고, 다른 하나는 인간들에 의해 미국 네바다주의 핵폐기물 저장시설로 옮겨진다.<br><br>일본으로 간 놈은 수컷 무토, 미국으로 옮겨진 포자에서는 암컷 무토가 깨어난다.<br><br>결국 두 마리는 서로를 찾아가 짝짓기하고 번식하려 한다.<br><br>무토 입장에서 보면 인간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부부를 생이별시켜 놓은 꼴이다.<br><br>물론 발견 당시부터 두 마리가 부부였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서로를 찾아 번식하려는 생명체였다는 것은 영화에서 드러난다.<br><br>인간은 정체불명의 생명체를 발견하자 연구하기 시작했다.<br><br>호기심이다.<br><br>모나크와 일본 정부는 잔지라 원전 사고가 단순한 자연재난이 아니라 거대 생명체 때문에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주민들에게 진상을 감췄다.<br><br>모나크는 괴수를 제거하면 더 큰 방사능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격리하고 연구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그것이 진실을 숨긴 이유까지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br><br>그렇다면 왜 15년 동안 비밀을 지켰을까.<br><br>괴수에 관한 정보를 독점하고, 연구를 통해 무언가 이득을 얻으려 했던 것은 아닐까.<br><br>물론 영화에서 그런 의도가 직접 확인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조 브로디가 아내를 잃은 상황에서도 진상을 감춘 것은 사실이다.<br><br>실제로 방사능 오염을 이유로 15년 동안 출입을 통제했지만, 조가 들어가 확인한 구역에서는 방사선이 검출되지 않았다.<br><br>자신들의 연구와 조직의 이해관계를 주민들의 알 권리보다 앞세운 것은 아닌지 의심할 만하다.<br><br>그렇다면 이기심이라 할 만하다.<br><br>잔지라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고, 조는 아내를 잃었다. 그런데 그들에게 주어진 공식 설명은 자연재난이었다.<br><br>이쯤 되니 영화 《컨스피러시》가 떠오른다.<br><br>정부가 무언가를 숨긴다는 의심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실제로 진상을 감추는 일이 벌어지면 음모론이 자라날 토양이 만들어지는 법이다.<br><br>조의 의심은 결국 사실로 밝혀진다.<br><br>하지만 아내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찾으려던 조마저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다.<br><br>그런데 미국으로 옮겨진 포자도 문제다.<br><br>모나크 연구진은 수년간 시험한 끝에 그 포자가 휴면 상태라고 판단했다. 이후 미국 측은 방사성이 높다는 이유로 포자를 인수해 핵폐기물 저장시설에 처분했다.<br><br>휴면 상태라 깨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방사선을 먹고 사는 생명체를 방사성 폐기물 곁에 가져다 놓은 셈이다.<br><br>결국 그곳에서 암컷 무토가 깨어났으니, 자신들의 판단이 옳을 것이라는 확신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지 보여준다.<br><br>자만심이다.<br><br>3. 애먼 관광객들과 내가 다녀온 도시들<br><br>무토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거대한 발톱이 아니라 EMP, 전자기 펄스다.<br><br>이놈이 EMP를 발생시키면 전기가 끊기고 전투기와 통신장비 등 첨단 전자장비들이 작동하지 않는다.<br><br>미국이 자랑하는 군사력도 속수무책이다.<br><br>예전에 즐겨 하던 《스타크래프트》가 떠오른다. 테란의 사이언스 베슬이 사용하는 EMP 쇼크웨이브 말이다. 프로토스의 보호막과 에너지를 날려버리던 그 기술이 이번에는 미군을 상대로 등장한 셈이다.<br><br>인간은 수많은 돈과 기술을 들여 첨단 무기체계를 만들었는데, 무토는 자기 몸에서 EMP 한 번 발생시키면 그만이다.<br><br>전자무기와 생체무기의 대결이다.<br><br>그런데 그 와중에 애먼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br><br>하와이 해변에는 평생에 한 번 가볼까 말까 한 여행을 온 관광객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고질라가 바다에서 나타나자 거대한 쓰나미가 밀려온다.<br><br>호놀룰루 공항에서는 무토가 난입하고, 비행기들이 연쇄 폭발한다.<br><br>관광객들은 무슨 죄가 있는가.<br><br>그런데 쓰나미 장면에서 우스운 광경도 하나 있다.<br><br>나무에 묶여 있던 개가 위험을 감지하고 짖어대더니, 갑자기 목줄이 스르륵 풀린다. 그리고는 죽어라 달아난다.<br><br>어처구니가 없어 영상을 되돌려 다시 봤다.<br><br>정말 줄이 스르륵 풀린다.<br><br>괴수의 등장은 인정하겠는데, 개 목줄이 저절로 풀리는 모습은 참으로 웃기다.<br><br>그 개가 쓰나미에서 살아남았는지는 모르겠다.<br><br>한편 네바다에서 깨어난 암컷 무토는 라스베이거스를 쑥대밭으로 만든다.<br><br>라스베이거스라니. 얼마 전 내가 직접 여행했던 도시다. 파리스 호텔에 묵고 스피어도 관람했던 곳인데, 이번에는 괴수가 그 도시를 박살 내고 있다.<br><br>마지막 전투가 벌어지는 샌프란시스코 역시 내가 다녀온 곳이다.<br><br>금문교 위를 직접 걸었고, 다리 위를 자동차로 건너보기도 했다. 구불구불한 길로 유명한 롬바드 스트리트도 가봤다.<br><br>공교롭게 영화에서 재앙을 겪는 하와이, 라스베이거스, 샌프란시스코 세 곳 가운데 두 곳을 직접 다녀온 셈이다.<br><br>내가 걸었던 금문교가 영화 속에서는 괴수의 등장으로 위험에 처하고, 내가 돌아다녔던 도시에서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br><br>그저 화면 속에서 건물이 무너지는 장면과는 느낌이 다르다.<br><br>괴수들이야 서로를 찾아 움직이는 것이겠지만, 사람들에게는 여행지이고 일터이고 삶의 터전이다.<br><br>4. 핵폭탄과 PP마대, 인간의 자만심<br><br>1954년 비키니 환초.<br><br>영화에서는 당시 핵실험이 사실은 고질라를 제거하려는 작전이었다고 설명한다.<br><br>그러나 고질라는 살아남았다.<br><br>그런데 수십 년이 지나 괴수들이 다시 등장하자 미군은 또 핵폭탄을 사용하려 한다.<br><br>군 지휘부는 핵탄두의 방사선으로 무토를 유인한 뒤 핵폭발의 충격으로 괴수들을 한꺼번에 제거하겠다는 계획을 세운다.<br><br>핵폭발의 충격과 방사선을 에너지원으로 삼는 능력이 다르다는 점은 이해한다.<br><br>그러나 과거에도 핵폭탄으로 고질라를 죽이지 못했다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br><br>이번에는 훨씬 강력한 폭탄이니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br><br>참으로 대단한 확신이다.<br><br>그런데 수컷 무토는 인간이 준비한 핵탄두를 암컷에게 가져다준다. 암컷은 샌프란시스코에 둥지를 만들고 핵탄두의 방사성 에너지를 이용해 알을 키운다.<br><br>인간에게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데, 무토에게는 새끼를 키울 에너지원이 되어버린 것이다.<br><br>괴수를 죽이겠다고 준비한 폭탄이 괴수의 먹이가 되다니.<br><br>이쯤 되면 인간이 우스워진다.<br><br>샌프란시스코 방어작전도 마찬가지다.<br><br>핵폭탄으로도 해결하지 못한 괴수를 상대하겠다며 해안가에 PP마대를 쌓아놓고 기관총을 설치한다.<br><br>괴수는 방사능을 먹고 사는데, 인간은 모래주머니 뒤에 숨어 총알을 퍼부을 준비를 하고 있다.<br><br>참으로 눈물겨운 방어태세다.<br><br>물론 군인들이 우스운 것은 아니다. 위험을 알면서도 명령에 따라 작전에 투입되어야 하는 사람들이다. 도망갈 수도 없다.<br><br>웃기는 것은 그들에게 그런 무기를 들고 괴수와 맞서게 하는 상황이다.<br><br>그런데 세리자와 박사는 이 모든 상황을 한마디로 정리한다.<br><br>“인간은 자기들이 자연을 통제한다 여기지만, 사실은 그 반대지요.”<br><br>맞는 말이다.<br><br>자신이 만든 무기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인간의 자만심을 지적하는 말이다.<br><br>세리자와가 지니고 다니는 회중시계도 인상적이다.<br><br>1945년 8월 6일 오전 8시 15분.<br><br>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시간에 멈춘 아버지의 시계다.<br><br>핵무기의 비극을 기억하는 사람이 핵폭탄으로 괴수를 제거하려는 계획에 반대한다.<br><br>그런데 나중에 나온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에서는 바로 그 세리자와가 고질라를 살리기 위해 핵폭탄을 직접 작동시키고 죽는다.<br><br>핵무기가 인간에게는 파괴의 수단이지만 고질라에게는 에너지원이 된다는 역설이 두 영화를 관통한다.<br><br>5. 새끼를 잃은 무토의 울부짖음<br><br>그런데 마지막 전투를 보면서 나는 무토가 불쌍해졌다.<br><br>수컷과 암컷 무토는 서로를 찾아 만나고, 마침내 알까지 낳는다.<br><br>무토가 인간을 미워해서 이런 행동을 한 것은 아니다. 그저 자기 종족을 이어가려 했을 뿐이다.<br><br>그런데 인간들은 무토를 제거하려 한다.<br><br>물론 인간으로서는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괴수를 막아야 한다. 하지만 무토가 인간적인 의미의 악의를 품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br><br>더구나 두 마리가 협공하자 고질라도 상당히 고전한다.<br><br>그런데 포드 브로디가 무토의 둥지를 불태워 버린다.<br><br>알들이 불타는 모습을 본 암컷 무토는 울부짖는다.<br><br>그 모습이 참으로 안쓰러웠다.<br><br>자기 새끼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울부짖는 것은 인간이나 괴수나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br><br>새끼들을 잃은 일이 전투의 흐름을 바꾼다. 수컷은 고질라의 꼬리에 맞아 죽고, 암컷도 결국 죽음을 맞는다.<br><br>만약 새끼들이 죽지 않았다면 어땠을까.<br><br>두 마리의 협공으로 고질라가 상당히 밀리고 있었으니 무토 부부가 이겼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br><br>물론 결과를 단정할 수는 없다.<br><br>그런데 무토들이 죽는 방식도 참으로 제멋대로다.<br><br>미군의 총탄과 미사일에도 끄떡없던 수컷 무토가 고질라의 꼬리에 맞아 건물 구조물에 꿰뚫려 죽는다.<br><br>암컷은 방사성 에너지를 먹고 사는 괴수인데, 고질라가 입안에 푸른 원자열선을 쏟아붓자 죽는다.<br><br>물론 고질라의 원자열선은 단순한 방사선이 아니라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공격이다. 미사일의 폭발과 구조물의 관통도 작용 방식이 다르다.<br><br>그러나 영화는 무토가 어떤 공격에는 강하고 어떤 공격에는 약한지 충분히 납득시키지 않는다.<br><br>차라리 고질라가 사무라이처럼 칼을 뽑아 무토의 목을 댕강 쳤다면 이해하겠다.<br><br>아무리 방사능을 먹고 사는 괴수라도 목이 잘리면 죽는다는 것은 납득할 수 있으니까.<br><br>물론 칼을 든 고질라부터 우습기는 하겠다.<br><br>괴수영화라고 현실의 과학을 그대로 적용하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영화가 스스로 만들어 놓은 세계의 논리는 지켜야 한다.<br><br>괴수가 등장하는 것은 인정하겠다. 그러나 괴수라고 해서 논리까지 괴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br><br>그런데 우스운 설정과 별개로 새끼를 잃고 울부짖는 암컷 무토의 모습은 오래 생각하게 된다.<br><br>영화 초반에는 아내를 잃은 조 브로디가 슬펐는데, 마지막에는 새끼를 잃은 무토가 슬프다.<br><br>인간에게 가족이 소중하듯 무토에게도 지켜야 할 존재가 있었던 것이다.<br><br>6. 고질라가 도시를 구했다고? 염병이다<br><br>고질라는 결국 무토 두 마리를 죽인다.<br><br>그러나 자신도 기진맥진해 쓰러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한다. 다음 날에야 다시 일어나 바다로 돌아간다.<br><br>그런데 뉴스에서는 고질라가 도시의 구원자인지를 묻는다.<br><br>고질라가 도시를 구했다고?<br><br>염병이다.<br><br>하와이에서는 고질라의 등장으로 거대한 쓰나미가 발생했고, 샌프란시스코에서는 괴수들의 싸움으로 도시가 쑥대밭이 되었다.<br><br>그 과정에서 수많은 시민과 군인이 희생되었다.<br><br>고질라가 인간을 구하기 위해 싸웠다는 근거는 없다. 세리자와 박사도 고질라가 자연의 균형을 회복하러 왔다고 믿었지, 인간을 구하러 왔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 고질라는 무토와 싸워 이겼을 뿐이다.<br><br>그런데 인간들은 자기들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왔다고 고질라를 영웅으로 만들려 한다.<br><br>생각해 보면 이 재앙의 중심에는 괴수들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br><br>정체불명의 생명체를 발견하고 연구하려 했던 인간의 호기심.<br><br>잔지라 원전 사고의 진상을 감추고 주민들에게 실제 위험을 알리지 않았던 인간의 이기심.<br><br>그리고 무토의 포자를 휴면 상태라고 믿고 핵폐기물 저장시설에 처분한 데 이어, 괴수들을 핵폭탄으로 제거할 수 있다고 자신했던 인간의 자만심.<br><br>그 결과 관광객들이 죽고, 군인들은 위험한 작전에 내몰렸으며,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다.<br><br>무토 가족도 모두 죽었다.<br><br>영화 초반에는 아내를 잃은 남자가 울고, 마지막에는 새끼를 잃은 괴수가 울부짖는다.<br><br>인간과 괴수라는 차이가 있을 뿐, 모두 소중한 존재를 잃었다.<br><br>그런데 영화는 고질라가 이겼다는 이유로 그를 도시의 구원자로 부르려 한다.<br><br>나는 오히려 무토가 불쌍하다.<br><br>인간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옮겨놓은 포자에서 깨어나, 짝을 찾아 만나고, 새끼를 키우려 했던 두 마리의 생명체.<br><br>그들에게는 세상을 구하겠다는 명분도, 인간을 지배하겠다는 야망도 없었다.<br><br>그저 살아남아 종족을 이어가려 했을 뿐이다.<br><br>무토는 무슨 죄가 있는가.<br><br>차라리 괴수보다 인간의 호기심과 이기심, 자만심이 더 무섭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428/51/cover150/9427202327_3.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4285189</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영화/노래</category><title>[마이리뷰] 고질라 : 킹 오브 몬스터 - [고질라 : 킹 오브 몬스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606690</link><pubDate>Sun, 01 Nov 2026 08:3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60669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D522830534&TPaperId=1760669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0027/11/coveroff/d52283053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D522830534&TPaperId=1760669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고질라 : 킹 오브 몬스터</a><br/>마이클 도허티 감독, 밀리 바비 브라운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9년 09월<br/></td></tr></table><br/>지구를 구하겠다며 사람을 죽이는 인간들<br><br>— 영화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2019)를 보고, 괴물보다 더 무서운 인간의 신념과 희생<br><br>영화 소개<br><br>* 제목 :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Godzilla: King of the Monsters)<br>* 감독 : 마이클 도허티<br>* 개봉 : 2019년 5월 29일<br>* 장르 : SF, 액션, 모험<br>* 상영시간 : 132분<br>* 주요 출연 : 카일 챈들러(마크 러셀), 베라 파미가(엠마 러셀), 밀리 바비 브라운(매디슨 러셀), 와타나베 켄(이시로 세리자와), 찰스 댄스(앨런 조나), 장쯔이(일린 첸), 샐리 호킨스(비비안 그레이엄)<br>* 제작 특징 : 몬스터버스 세계관의 세 번째 영화이자 《고질라》(2014)의 후속작으로, 고질라와 모스라, 로단, 킹 기도라의 대결을 다룬 작품<br>* 특이사항 : 엔딩 크레딧에서 고질라와 콩이 대결하는 모습을 그린 고대 벽화가 등장하며, 쿠키 영상에서는 환경 테러리스트 앨런 조나가 킹 기도라의 잘린 머리를 매입해 후속작과의 연결을 암시<br><br>1. 아들을 잃은 어머니가 다른 사람의 아들들을 죽인다<br><br>《콩: 스컬 아일랜드》를 보고 난 뒤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를 봤다.<br><br>전편에서는 빌 랜다라는 인간이 자신의 가설을 증명하겠다고 미지의 섬에 군인들을 끌고 들어가 죽게 만들더니, 이번에는 아예 인류를 희생시켜 지구를 구하겠다는 여자가 등장한다.<br><br>베라 파미가가 연기한 엠마 러셀 박사다.<br><br>2014년 샌프란시스코에서 고질라와 무토라는 괴수들이 싸우면서 대재앙이 발생한다. 엠마와 남편 마크는 그 과정에서 아들 앤드루를 잃는다. 고질라가 직접 아들을 죽였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부부에게는 괴수들의 등장으로 아들을 잃었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하다.<br><br>그런데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두 사람의 태도가 전혀 다르다.<br><br>마크는 고질라를 증오한다. 괴수들을 연구하던 모나크에서도 떠난다. 반면 엠마는 괴수들을 계속 연구하면서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한다.<br><br>인간이 지구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으며, 타이탄이라 불리는 거대 생명체들은 자연의 균형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을 깨워 인간과 괴수가 공존하던 자연의 질서를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br><br>영화 속 설정에서 이 주장에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타이탄들이 자연환경을 회복시키는 능력을 지녔다는 설명이 나오고, 영화가 끝날 무렵에는 실제로 생태계가 복원되는 모습도 소개된다.<br><br>문제는 그 주장을 실행하는 방법이다.<br><br>엠마는 타이탄들을 깨우는 과정에서 일부 희생이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오르카를 이용하면 그 위험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다.<br><br>그러나 희생을 감수하겠다고 결정한 사람은 엠마 자신이었고, 실제로 희생될 사람들은 그런 결정에 동의한 적이 없었다.<br><br>자신의 이론을 실현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생사를 결정해 버린 것이다.<br><br>그것도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이 아니다.<br><br>엠마는 환경 테러리스트 앨런 조나와 손잡고, 괴수들과 소통하는 장치인 오르카를 이용해 잠들어 있던 타이탄들을 깨우는 계획에 참여한다. 처음에는 납치당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테러리스트들과 협력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br><br>더구나 딸 매디슨까지 자신의 계획에 끌어들인다.<br><br>여기서 한 가지 생각할 문제가 있다.<br><br>엠마는 타이탄들을 깨우기 시작할 때 딸을 자기 곁에 두고 있었다. 아들을 잃은 뒤 딸에게 살아남는 법을 가르쳤다는 대사도 나온다.<br><br>적어도 자기 딸은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br><br>이는 영화 속 행동을 바탕으로 한 해석이지만, 엠마가 나중에 보여주는 태도를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br><br>인류 전체가 위험해지는 것은 감수하면서도 자기 자식만큼은 그 위험에서 지키려 했다는 것이다.<br><br>아들 하나를 잃은 슬픔이 그렇게 컸던 여자가, 지구를 살리겠다는 명분으로 수많은 부모들에게 똑같은 고통을 안겨주려 한다.<br><br>그런데 그 희생의 범위는 자신이 정한다.<br><br>나는 《스컬 아일랜드》의 랜다가 가장 큰 괴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엠마를 보니 랜다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br><br>랜다는 자신의 신념을 증명하려고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렸다. 반면 엠마는 대규모 인명 피해의 가능성을 알면서도 그 희생을 지구 회복의 수단으로 삼았다.<br><br>콩보다 랜다가 더 무서웠는데, 이번에는 랜다보다 엠마가 훨씬 더 무섭다.<br><br>2. 베라 파미가가 아니었다면 가능했을까<br><br>엠마 역을 맡은 배우는 베라 파미가다.<br><br>《베이츠 모텔》의 노마 베이츠, 《오펀: 천사의 비밀》의 케이트 콜먼, 《컨저링》의 로레인 워런 등을 연기했던 배우다.<br><br>그녀가 맡았던 인물들이 모두 같은 성격은 아니다.<br><br>《베이츠 모텔》의 노마 베이츠는 아들을 끔찍이 사랑하지만, 그 사랑이 집착과 통제로 이어지는 인물이다. 《오펀: 천사의 비밀》에서는 불안과 의심 속에서 가족을 지키려는 어머니를 연기했고, 《컨저링》에서는 초자연적인 위험에 맞서는 로레인 워런을 연기했다.<br><br>선한 인물도 있고, 불안정한 인물도 있다. 그러나 모성애와 불안, 신념과 집착이 복잡하게 얽힌 인물을 연기할 때 보여주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br><br>엠마 러셀도 그렇다.<br><br>그녀가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는 장면을 보면, 인류가 대규모로 희생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면서도 태도는 확신에 차 있다. 과학적 근거를 내세우며 자신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br><br>세리자와가 수십억 명의 목숨을 걸고 도박하는 일이라고 경고해도 엠마는 물러서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계획이 인류를 구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한다.<br><br>이런 사람이 더 무섭다.<br><br>자신이 잘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과, 자신이 옳다고 굳게 믿으면서 다른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사람 가운데 누가 더 위험할까.<br><br>나는 후자가 더 두렵다.<br><br>베라 파미가는 이런 인물을 연기하는 데 참으로 잘 어울린다. 다른 배우가 맡았다면 엠마의 지적인 모습과 그 안에 숨어 있는 무서운 집착이 이만큼 설득력 있게 표현되었을까 싶다.<br><br>그런데 결국 딸 매디슨이 엄마의 모순을 알아차린다.<br><br>엠마는 타이탄들을 하나씩 깨워 자연의 균형을 회복하려 했다. 그러나 기도라가 새로운 우두머리로 나서 다른 타이탄들을 일제히 불러내면서 계획은 통제를 벗어난다.<br><br>세상이 걷잡을 수 없이 파괴되자 매디슨은 엄마에게 괴물이라고 말한다.<br><br>엄마는 지구를 구하겠다고 했는데, 정작 엄마가 시작한 일 때문에 사람들이 죽고 세상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br><br>딸의 눈에도 엄마가 괴물로 보인 것이다.<br><br>3. 괴수들의 왕은 누구인가<br><br>괴수들의 싸움도 참으로 요란하다.<br><br>고질라, 모스라, 로단, 그리고 머리가 세 개 달린 킹 기도라까지 등장한다.<br><br>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해 보이는 놈은 역시 기도라다.<br><br>고질라는 기도라에 상대도 않고, 잘린 머리까지 재생한다. 알고 보니 지구에서 태어난 생명체도 아니다. 우주에서 온 침입자로, 지구의 타이탄들을 지배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으로 지구를 바꾸려는 존재다.<br><br>힘으로만 보면 고질라가 상대할 수 없는 존재다.<br><br>그런데 기도라는 힘은 세지만 편이 별로 없다.<br><br>로단은 처음에는 기도라에게 덤비다가 패하자 곧바로 기도라의 꼬붕으로 들어간다. 나중에는 모스라와 싸우다가 가슴을 찔린다. 죽은 줄 알았더니 살아남았고, 기도라가 죽자 이번에는 고질라밑으로 첫빠따로 기어들어간다.<br><br>이놈은 누가 이기는지 보고 대장을 바꾸는 모양이다.<br><br>모스라는 고질라와 각별한 관계다. 영화에서는 둘의 관계를 두고 연인 사이냐는 농담까지 등장하지만, 실제 설정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공생 관계에 가깝다.<br><br>그런데 영화에서 가장 황당한 것은 인간의 무기가 괴수들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br><br>미군이 산소 파괴자라는 신무기를 발사하자 고질라는 치명상을 입고 바닷속으로 사라진다. 반면 기도라는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는다.<br><br>이후 고질라가 회복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자, 세리자와 박사는 핵폭탄을 이용해 고질라를 되살릴 계획을 세운다.<br><br>핵폭탄을 맞으면 인간은 죽지만, 고질라는 방사선 에너지를 흡수해 오히려 강해진다는 것이다.<br><br>참으로 편리한 설정이다.<br><br>나중에는 모스라가 기도라의 공격을 대신 받아 희생되면서 자신의 에너지까지 고질라에게 전달한다.<br><br>고질라는 마침내 온몸에서 엄청난 열을 내뿜는 불덩어리 같은 존재가 된다. 그리고 기도라를 압도해 불태워 없애버린다.<br><br>인간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인 핵폭탄이 괴수에게는 영양제가 되고, 다른 괴수의 희생까지 더해지자 거의 무적이 된다.<br><br>괴수영화니까 가능한 이야기겠지만, 이렇게 해결하고 나니 마지막 승부가 다소 허무하다.<br><br>그런데 그 핵폭탄을 직접 터뜨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은 사람이 있다.<br><br>4. 새 시계를 살 시간이야<br><br>와타나베 켄이 연기한 이시로 세리자와 박사.<br><br>《라스트 사무라이》에서 카츠모토를 연기했던 그 배우다.<br><br>그 영화에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싸웠던 카츠모토가 떠오른다. 이번에도 와타나베 켄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목숨을 내놓는 인물을 연기한다.<br><br>하지만 세리자와의 신념은 엠마와 다르다.<br><br>그는 괴수들을 무조건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는 존재라고 해서 반드시 적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아니며, 인간과 괴수가 공존할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br><br>고질라를 증오하는 마크에게도 그런 생각을 전한다.<br><br>고질라를 찾아 잠수함으로 이동하던 중 마크가 세리자와에게 시간을 묻는다.<br><br>세리자와가 대답한다.<br><br>“새 시계를 살 시간이야.”<br><br>마크는 그 말을 듣고 죽은 아들 앤드루가 좋아하던 농담을 떠올린다. 앤드루는 세리자와가 회중시계를 꺼낼 때마다 시간을 물었다고 한다.<br><br>그런데 그 시계에는 또 다른 사연이 있다.<br><br>1945년 8월 6일 오전 8시 15분.<br><br>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시간이다. 세리자와가 가지고 다니는 것은 그때 멈춘 아버지의 회중시계다. 전편 《고질라》에서 이미 소개된 물건이다.<br><br>원자폭탄이 남긴 비극을 기억하는 사람이 이제는 고질라를 살리기 위해 핵폭탄을 사용하려 한다.<br><br>참으로 역설적인 상황이다.<br><br>마크는 자신이 아들을 잃게 만든 존재를 구하러 가고 있다는 사실을 여전히 받아들이기 어렵다.<br><br>그런 그에게 세리자와가 말한다.<br><br>“상처를 준 악마와 화해하는 게 아픔을 잊는 유일한 길이지.”<br><br>이 말은 단순히 고질라를 구해야 한다는 설명이 아니다.<br><br>세리자와는 마크가 아들의 죽음에 대한 분노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망하는 대상을 없애는 것만으로 상처가 치유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br><br>마크가 그 말을 온전히 받아들이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그러나 적어도 그는 고질라를 증오하는 마음만으로는 남아 있는 가족을 지킬 수 없다는 현실과 마주한다.<br><br>그리고 세리자와는 자신의 신념을 말로만 주장하지 않는다.<br><br>고질라가 회복하고 있는 해저의 은신처에 핵폭탄을 설치해야 하는데, 잠수함의 무기 발사 장치가 고장 나 직접 폭탄을 설치하고 작동시켜야 한다.<br><br>그곳의 열기와 방사선량을 생각하면 살아 돌아올 수 없는 임무다.<br><br>세리자와는 자신이 가겠다고 나선다.<br><br>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 결과가 무엇인지 알고 직접 선택한다.<br><br>핵폭탄을 작동시킨 세리자와는 마지막으로 고질라에게 다가간다.<br><br>거대한 몸에 손을 얹고 조용히 작별을 고한다.<br><br>“굳바이, 나의 오랜 친구.”<br><br>그리고 핵폭탄이 폭발한다.<br><br>세리자와는 죽고 고질라는 살아난다.<br><br>이 장면만큼은 그저 황당한 괴수영화라고 웃어넘길 수 없었다.<br><br>5. 괴수를 깨운 사람과 막아야 하는 사람<br><br>이번 영화에서도 군인들이 수없이 죽어 나간다.<br><br>하지만 《콩: 스컬 아일랜드》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br><br>전편의 군인들은 지질조사를 지원한다는 명령을 받고 위험의 실체도 모른 채 섬에 들어갔다. 이번 영화의 군인들은 이미 발생한 재난에 대응하고, 시민들을 대피시키며, 괴수들의 공격을 막기 위해 출동한다.<br><br>임무의 성격부터 다르다.<br><br>따라서 단순히 군인들이 희생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그들을 출동시킨 결정까지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br><br>그렇다면 따져봐야 할 것은 무엇인가.<br><br>실제로 어떤 판단이 내려졌고, 그 판단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가 하는 것이다.<br><br>대표적인 사례가 산소 파괴자다.<br><br>미군 지휘부는 고질라와 기도라를 제거하기 위해 새로운 무기의 사용을 결정한다. 세리자와는 고질라를 믿어야 한다며 반대하지만, 군 지휘부는 이미 미사일이 발사되었다고 통보한다.<br><br>결과는 실패다.<br><br>기도라는 살아남고, 오히려 기도라와 맞서던 고질라만 치명상을 입는다.<br><br>그 때문에 세리자와가 나중에 자신의 목숨을 걸고 고질라를 회복시켜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진다.<br><br>물론 당시 군 지휘부가 기도라의 정체와 무기의 효과를 모두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괴수들의 공격으로 도시가 파괴되는 상황에서 신속한 대응이 필요했던 것도 사실이다.<br><br>그렇다고 결과적으로 실패한 판단에 대한 검토까지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br><br>군인들이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다 희생되는 것과, 지휘부의 판단이 적절했는지는 구분해서 따져야 한다.<br><br>보스턴의 마지막 전투에서도 마찬가지다.<br><br>딸 매디슨은 엄마의 계획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오르카를 가지고 탈출한다. 그리고 야구장에 설치된 음향시설을 이용해 타이탄들을 진정시키려 하지만, 기도라까지 그곳으로 끌어들이고 만다.<br><br>그러자 아버지 마크와 모나크 관계자들, 군인들이 매디슨을 구하기 위해 움직인다.<br><br>물론 군인들의 임무는 매디슨 한 사람의 구조만이 아니었다. 괴수들의 공격을 막고, 시민들을 대피시키며, 재난을 수습하는 임무도 수행했다.<br><br>그러나 이 모든 사태의 출발점에는 엠마와 테러리스트들의 결정이 있었다.<br><br>엠마가 벌인 일을 수습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위험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br><br>《스컬 아일랜드》에서 랜다의 탐사 때문에 군인들이 죽었듯, 이번에는 엠마가 불러온 재난을 막는 과정에서 군인들이 희생된다.<br><br>상황은 다르지만 한 가지는 같다.<br><br>위험을 만들어낸 사람과 그 위험을 감당해야 하는 사람이 다르다는 사실이다.<br><br>괴수영화에서 군인들이 걸핏하면 죽어 나가는 것은 익숙한 장면이다. 그야말로 군인이 동네북이다.<br><br>하지만 군인들의 희생을 그저 전투 장면의 일부로 넘기기보다, 그들이 왜 그 위험 속에 들어가야 했는지를 따져볼 필요는 있다.<br><br>6. 생태계는 회복되고, 모나크에는 무엇이 남았는가<br><br>영화가 끝나갈 무렵, 고질라는 세리자와의 희생과 모스라의 도움으로 기도라를 물리친다.<br><br>살아남은 로단을 비롯한 여러 타이탄들이 고질라에게 복종한다.<br><br>이제 고질라가 진정한 괴수들의 왕이 된 것이다.<br><br>그런데 영화는 타이탄들이 깨어난 뒤의 세상을 뜻밖의 모습으로 설명한다.<br><br>괴수들이 활동한 지역에서 생태계가 회복되고 자연환경이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다. 엔딩 크레딧에 등장하는 기사들을 통해 그런 변화를 보여준다.<br><br>그렇다면 엠마의 주장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었다는 말인가.<br><br>적어도 영화 속 세계관에서는 타이탄들이 지구 생태계를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 나온다.<br><br>그렇다고 해서 엠마의 행동까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br><br>자연이 회복된다는 사실과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죽어도 된다는 판단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br><br>더구나 엠마는 일부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오르카로 위험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기도라가 다른 타이탄들을 지배하면서 그 계산은 무너졌다.<br><br>자신이 충분히 통제하지 못하는 기술을 이용해 인류 전체를 위험에 빠뜨린 것이다.<br><br>여기서 모나크라는 조직의 역할도 생각하게 된다.<br><br>오르카는 괴수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술이다. 마크와 엠마가 개발에 참여한 이 장치는 괴수들을 진정시키는 데도 사용되지만, 테러리스트들의 손에 들어가자 거대한 재난을 일으키는 도구가 된다.<br><br>그렇다면 이런 위험한 기술은 누가 관리해야 하는가. 개발자가 조직의 목적과 다른 방향으로 사용하려 할 때, 이를 어떻게 통제해야 하는가.<br><br>물론 영화에서 모나크가 어떤 보안조치를 취했고, 실제로 어떤 관리상 잘못이 있었는지는 충분히 확인할 수 없다.<br><br>그렇지만 오르카를 둘러싼 사건은 위험한 기술을 가진 조직이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든다.<br><br>《스컬 아일랜드》에서는 랜다가 자신의 신념을 증명하려고 탐사를 추진했다. 이번에는 엠마가 자신의 신념을 실현하려고 오르카를 이용했다.<br><br>모두 모나크와 관계된 인물들이다.<br><br>물론 모나크의 모든 구성원을 이들과 같은 부류로 볼 수는 없다. 세리자와처럼 인류를 구하기 위해 희생한 사람도 있고, 다른 사람들을 지키려고 싸우다 죽은 사람들도 있다.<br><br>바로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행동과 조직의 책임을 구분해야 한다.<br><br>문제가 발생했을 때 개인의 잘못을 따지는 것과 별개로, 그러한 일이 가능했던 과정과 기술의 관리체계를 살펴봐야 한다.<br><br>그런데 영화가 끝나자 이번에도 다음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br><br>엔딩 크레딧에서는 스컬 아일랜드와 콩에 관한 기록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고질라와 콩이 서로 맞서는 모습을 그린 고대 벽화가 나타난다. 두 거대한 괴수 아래에는 두 팔을 들어 올린 작은 인간들의 모습도 보인다.<br><br>《스컬 아일랜드》에서는 콩이 아직 성장 중인 존재였고, 이번 영화에서는 고질라가 기도라를 물리치고 괴수들의 왕이 되었다. 그런데 그 둘이 맞서는 그림이라니.<br><br>이번에는 괴수들의 왕과 스컬 아일랜드의 왕이 맞붙을 모양이다.<br><br>고대 벽화는 과거에도 고질라와 콩의 종족 사이에 대결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앞으로 벌어질 고질라와 콩의 대결 또한 암시한다.<br><br>그리고 크레딧이 모두 끝난 뒤의 쿠키 영상에서는 환경 테러리스트 앨런 조나가 멕시코에서 기도라의 잘린 머리를 사들인다.<br><br>죽은 줄 알았던 기도라의 머리가 또 다른 사건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br><br>이 머리는 후속작 《고질라 VS. 콩》에서 메카고질라와 연결된다.<br><br>괴수들의 싸움은 끝났지만, 인간들이 괴수를 이용하려는 시도는 끝나지 않은 셈이다.<br><br>7. 결자해지와 대의를 위한 희생<br><br>엠마도 마지막에는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다. 오르카를 이용해 기도라를 유인하고 가족과 다른 사람들이 탈출할 시간을 벌어준다.<br><br>자신이 벌인 일을 자신이 수습하려 한 것이다. 결자해지다.<br><br>딸을 구하려는 마음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겠지만,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마지막에는 행동을 바꾸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고 이미 희생된 사람들의 죽음까지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br><br>세리자와의 희생은 성격이 다르다. 모나크의 핵심 인물이었지만 엠마의 계획에 가담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직접 일으키지 않은 재난을 막기 위해,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스스로 해저로 향했다.<br><br>대의를 위한 희생이다.<br><br>여기서 《라스트 사무라이》의 카츠모토가 떠오른다. 와타나베 켄이 연기한 두 인물은 서로 다른 시대와 상황에서 죽음을 맞았지만, 자신의 신념에 따라 위험을 감수하고 마지막까지 그 선택을 책임졌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br><br>《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에서 괴수들의 왕은 고질라였다.<br><br>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진정한 영웅은 핵폭탄을 맞고 더욱 강해진 고질라가 아니다.<br><br>그 폭탄을 직접 작동시키고 자신의 목숨을 내놓았던 사람.<br><br>《라스트 사무라이》의 카츠모토, 와타나베 켄이 연기한 이시로 세리자와 박사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0027/11/cover150/d52283053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00271119</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마이페이퍼</category><title>나는 병산서원에 오면 대부분의 시간을 이 만대루에서 ...</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606682</link><pubDate>Sun, 01 Nov 2026 08:2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606682</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79385&TPaperId=1760668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1845/76/coveroff/8936479385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1845/76/cover150/893647938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8457656</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마이리뷰] 오래된 정원 - 전2권 세트 - [오래된 정원 - 전2권 세트]</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606391</link><pubDate>Sun, 01 Nov 2026 00:0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60639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35906&TPaperId=1760639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86/38/coveroff/600020635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35906&TPaperId=1760639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오래된 정원 - 전2권 세트</a><br/>황석영 지음 / 창비 / 2000년 05월<br/></td></tr></table><br/>오래된 정원<br><br>— 왜 가니, 니가. 잘 가라, 이 바보야.<br><br>&lt;책 소개&gt;<br><br>* 지은이 : 황석영<br>* 출판사 : 창비<br>* 출간일 : 2000년 4월 24일<br>* 분량 : 상권 332쪽, 하권 320쪽, 총 652쪽(출판사 초판 안내 기준)<br>* 장르 : 한국 장편소설<br>* 작품 특징 : 1980년대 민주화운동과 사회주의권의 붕괴 등 격변의 시대를 배경으로, 오랜 수감생활을 마치고 출소한 남자가 과거의 사랑과 잃어버린 시간을 되짚는 이야기<br><br>&lt;영화 소개&gt;<br><br>* 제목 : 오래된 정원(The Old Garden)<br>* 감독 : 임상수<br>* 각본 : 임상수<br>* 원작 : 황석영의 장편소설 『오래된 정원』<br>* 제작사 : MBC 프로덕션<br>* 제작연도 : 2006년<br>* 개봉일 : 2007년 1월 4일<br>* 상영시간 : 112분<br>* 장르 : 드라마<br>* 주요 출연 : 지진희(오현우), 염정아(한윤희), 이은성(오은결), 윤여정(오현우의 어머니)<br>* 작품 특징 :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도피 중인 오현우와 그를 숨겨준 한윤희의 6개월간의 사랑, 17년의 이별과 재회를 이루지 못한 상실을 그린 영화. 시대적 격변과 개인의 사랑을 교차하여 보여주는 황석영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작품.<br><br>1. 황석영의 오래된 정원, 엇갈린 두 사람의 궤적<br><br>오현우는 군부독재에 저항하다 수배되어 도피생활을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미술교사 한윤희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두 사람이 함께 지낸 시간은 불과 3개월. 현우는 다시 떠나고, 결국 체포되어 감옥에 갇힌다.<br><br>18년 만에 세상으로 돌아왔지만 그를 기다리는 것은 낯선 세상과 이미 세상을 떠난 연인 한윤희의 흔적뿐이다.<br><br>그가 믿었던 이념도, 함께 싸우던 사람들도, 세상도 달라져 있다.<br><br>황석영은 두 사람의 사랑을 통해 1980년대 한국사회의 격변과 사회주의권의 붕괴까지 이야기한다. 개인의 삶과 시대의 역사가 함께 흘러가는 소설이다.<br><br>현우는 18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청춘을 잃었고, 사랑하는 여자를 잃었으며, 세상이 변하는 모습도 보지 못했다.<br><br>그런데 윤희의 18년은 어떠했을까.<br><br>현우가 감옥에 있는 동안 윤희의 시간도 흘렀다. 독일로 건너가 미술을 공부하기도 했고, 한국으로 돌아와 현우의 딸 은결을 키우며 자신의 삶을 이어갔다. 그리고 현우가 돌아오기 전에 세상을 떠났다.<br><br>현우에게 18년은 빼앗긴 시간이지만 윤희에게는 하루하루 힘겹게 견뎌내야 했던 시간이었다.<br><br>우리는 민주화운동을 하다 감옥에 갇힌 사람들의 희생을 기억한다. 당연히 기억해야 한다. 그들이 맞서 싸운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대가를 치렀는지 잊어서도 안 된다.<br><br>그러나 그들이 떠난 자리를 지키며 살아간 사람들의 세월도 그에 못지않게 무겁다.<br><br>윤희를 단순히 남자를 기다리며 살아간 여자로 볼 생각은 없다. 그녀에게도 자신의 신념과 삶이 있었고, 예술가로서의 꿈이 있었다. 현우와 헤어진 뒤에도 세상을 살아가며 사랑하고, 상실을 겪고, 아이를 키웠다.<br><br>그녀는 현우의 삶에 딸린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살아간 사람이다.<br><br>그래서 나는 두 사람이 함께하지 못한 세월을 현우의 희생만으로 설명하고 싶지 않다.<br><br>그가 감옥에서 잃어버린 18년과 그녀가 홀로 살아낸 18년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두 사람의 삶을 바꿔놓았다.<br><br>황석영은 현우가 윤희의 기록을 읽으며 자신이 알지 못했던 세월을 알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현우가 몰랐던 것은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만이 아니다.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몰랐던 것이다.<br><br>그것이 18년이라는 세월의 무게다.<br><br>2. 임상수의 오래된 정원, 염정아가 연기한 한윤희; 6개월의 사랑, 17년의 이별<br><br>한윤희, 염정아. 이쁘다.<br><br>숨겨줘, 재워줘, 먹여줘, 몸줘.<br><br>2024년 10월 30일, 영화를 보고 남긴 독서노트다.<br><br>도피 중이던 오현우를 숨겨주고, 재워주고, 먹여주고, 사랑까지 내어준 여자다.<br><br>그런데 이놈은 떠난단다.<br><br>왜 가니, 니가.<br><br>그래, 네가 왜 가야 하느냐는 말이다.<br><br>염정아가 연기한 한윤희는 당차고 씩씩하다. 현우가 자신을 사회주의자라고 소개하자 씻기나 하라며 농담으로 받아넘긴다.<br><br>현우는 자신의 사상과 신념을 이야기하지만, 윤희에게는 우선 눈앞에 있는 현우라는 사람이 중요했던 모양이다.<br><br>윤희는 자신이 운동권이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도피 중인 현우를 숨겨주고, 함께 생활하며 사랑에 빠진다.<br><br>두 사람이 갈뫼에서 지낸 시간은 영화에서 6개월로 그려진다.<br><br>그 짧은 시간에 두 사람은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사랑하며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br><br>독재정권에 쫓기는 남자와 그를 숨겨준 여자라는 사정만 빼면 여느 연인과 다를 것도 없다.<br><br>그런데 서울에서 동료들이 모두 붙잡혔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현우는 혼자 숨어 있을 수 없다며 갈뫼를 떠나기로 한다.<br><br>영화를 보고 있으니 화가 난다.<br><br>그렇게 아름답고 자신을 사랑해 주는 여자를 두고 왜 떠난다는 말인가.<br><br>솔직히 염정아가 너무 아름다워서 현우의 선택이 더욱 못마땅한 것도 사실이다.<br><br>그렇다고 미모 때문에 떠나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br><br>윤희가 현우에게 내어준 것은 단순히 잠자리나 은신처가 아니다. 자신의 생활 속으로 그를 받아들였고, 함께하는 삶을 시작했다.<br><br>현우에게 갈뫼는 잠시 몸을 피하는 장소였을지 모르지만, 윤희에게는 자신이 살아가는 공간이었다. 그 안에 현우가 들어온 것이다.<br><br>그런데 현우는 다시 떠나겠다고 한다.<br><br>현우가 떠나는 이유는 이해한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 마음은 그와 다르다.<br><br>동료들이 붙잡혔다는 사정도 알겠고, 그가 지키려는 신념이 무엇인지도 알겠다.<br><br>그래도 윤희를 두고 떠나는 현우가 야속하다.<br><br>그렇게 두 사람은 헤어지고, 영화 속 현우는 17년 만에 감옥에서 나온다.<br><br>윤희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br><br>이제 현우가 할 수 있는 일은 윤희가 남긴 기록을 읽고, 자신이 없었던 세월을 더듬는 것뿐이다.<br><br>오현우, 지진희. 바보, 지진아.<br><br>3. 그때는 자기만 행복하면 나쁜 놈이 되는 시대였거든<br><br>독서노트에는 현우의 말도 적어놓았다.<br><br>˝그때는 자기만 행복하면 왠지 나쁜 놈이 되는 시대였거든.˝<br><br>그 시절은 그랬다.<br><br>독재정권이 국민을 억압하고, 민주화를 요구하던 사람들이 잡혀가고, 고문당하고, 죽어가던 시대였다.<br><br>그런 세상에서 자기 혼자 편안하게 살겠다는 것이 부끄러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br><br>누군가는 거리로 나섰고, 누군가는 감옥에 갔으며, 누군가는 목숨을 잃었다.<br><br>그들이 지키려 했던 가치와 그 과정에서 감당한 희생을 가볍게 평가할 생각은 없다.<br><br>그러나 자기만 행복하면 나쁜 놈이 되는 시대였다고 해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행복해지는 것까지 죄스러운 일이었을까.<br><br>현우에게는 동료들에 대한 책임이 있었다. 함께 싸우던 사람들이 잡혀갔는데 자기 혼자 안전한 곳에 숨어 있는 것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br><br>그렇다고 윤희와 함께하는 삶이 동료들을 배신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br><br>현우가 갈뫼에 남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br><br>동료들을 외면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을 수도 있다. 언젠가 다시 붙잡혔을 수도 있고, 윤희와 함께 살아가면서도 자신의 신념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했을 수도 있다.<br><br>어느 쪽이든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것이다.<br><br>하지만 그렇다고 떠나는 것만이 옳은 선택이었다고 말할 수도 없다.<br><br>현우가 지키려던 신념은 소중하다. 윤희와 함께할 수 있었던 삶도 소중하다.<br><br>둘 중 하나가 다른 하나보다 반드시 우선해야 할 이유는 없다.<br><br>우리는 어떤 사람이 옳은 일을 했다는 이유로 그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고통까지 정당화하는 경우가 있다.<br><br>그러나 목적이 정당하다는 사실과 그 목적을 이루는 과정에서 누군가가 겪은 상실은 구분해야 한다.<br><br>현우가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것은 잘못이 아니다. 그가 감옥에 갇힌 것은 독재정권의 억압 때문이지, 사랑하는 여자를 떠났기 때문에 받아야 할 대가가 아니었다.<br><br>현우를 비난하다가도 결국 그 시대를 돌아보게 되는 이유다.<br><br>두 사람이 평범하게 사랑하며 살 수 없도록 만들었던 시대가 있었다.<br><br>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자신이 원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이 민주화운동의 목적 중 하나 아니었을까.<br><br>그런데 정작 그 세상을 만들겠다고 나선 사람들은 자신들의 행복을 죄스럽게 여겨야 했다.<br><br>참 고약한 시대였다.<br><br>그렇다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난 현우의 선택이 아깝지 않은 것은 아니다.<br><br>이해하는 것과 동의하는 것은 다른 문제니까.<br><br>4. 글로 읽는 시대와 영상으로 보는 사랑; 원망스러운 시대, 야속한 오현우<br><br>황석영의 소설과 임상수의 영화는 같은 이야기를 다루지만, 읽고 보는 과정에서 내가 바라보는 곳은 달라진다.<br><br>소설은 현우와 윤희가 헤어진 뒤에도 각자의 삶이 어떻게 이어졌는지를 폭넓게 보여준다. 민주화운동과 사회주의권의 붕괴,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생각과 삶이 두 사람의 이야기에 함께 담겨 있다.<br><br>현우는 감옥에 있었지만 윤희는 그 밖에서 세상의 변화를 직접 겪었다. 그녀의 기록에는 현우가 알지 못했던 또 하나의 역사가 들어 있다.<br><br>따라서 소설에서는 현우가 어떤 시대를 살았고, 무엇을 지키려 했으며, 그 선택 이후 두 사람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생각하게 된다.<br><br>반면 영화에서는 두 사람이 갈뫼에서 함께했던 생활이 눈앞에 펼쳐진다.<br><br>윤희의 표정과 목소리, 두 사람이 나누는 농담과 사랑, 그리고 갈뫼를 떠나는 현우의 모습까지 직접 보게 된다.<br><br>소설에서 3개월이었던 두 사람의 동거 기간도 영화에서는 6개월로 늘어났다.<br><br>단순히 함께 지낸 기간이 길어졌다는 사실보다 그 시간을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 영화는 두 사람이 함께하는 일상을 관객에게 직접 보여주고, 그 모습을 통해 두 사람의 관계를 받아들이게 한다.<br><br>물론 이것이 감독이 의도한 효과였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내가 두 작품을 받아들인 방식은 그렇다.<br><br>소설에서는 윤희가 살아온 삶을 읽으며 그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아갔다면, 영화에서는 윤희의 모습을 보면서 그녀를 먼저 좋아하게 된 셈이다.<br><br>글로 읽을 때와 영상으로 볼 때의 감정이 다르다.<br><br>소설에서는 두 사람을 갈라놓은 시대가 원망스럽고, 영화에서는 윤희를 두고 떠나는 현우가 야속하다.<br><br>5. 다시 찾은 오래된 정원, 그곳에 없는 사람; 돌아갈 수 없는 과거, 남아 있는 삶<br><br>오현우가 다시 갈뫼를 찾았을 때 그곳에는 윤희가 남긴 기록과 그림이 있다.<br><br>그러나 정작 윤희는 없다.<br><br>두 사람이 함께했던 장소는 다시 찾을 수 있지만, 그때의 시간까지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br><br>현우에게 갈뫼는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장소다.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사랑했던 시간은 감옥에서도 지울 수 없었을 것이다.<br><br>하지만 윤희에게 갈뫼는 현우와 함께했던 장소인 동시에 그가 떠난 뒤에도 자신의 삶이 계속된 현실의 한 부분이었다.<br><br>같은 장소를 기억하더라도 두 사람이 기억하는 시간은 다를 수밖에 없다.<br><br>그래서 제목이 오래된 정원인가 보다.<br><br>현우가 돌아온 것은 정원이지만, 정작 그가 만나고 싶었던 사람은 그곳에 없다.<br><br>대신 딸 은결이 있다.<br><br>현우가 기억하는 윤희는 과거의 연인이지만, 은결에게 윤희는 자신을 낳고 키운 어머니다. 같은 사람을 기억하지만 서로 알고 있는 삶이 다르다.<br><br>현우에게는 딸에게 설명할 이야기가 많겠지만, 은결에게도 아버지가 없는 동안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들려줄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br><br>지나간 세월은 되돌릴 수 없다. 이제 현우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과거를 설명하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이 알지 못했던 딸의 삶을 알아가는 일일 것이다.<br><br>오래된 정원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을 수는 없지만, 앞으로 살아갈 시간까지 잃어버린 것은 아니니까.<br><br>6. 잘 가라. 이 바보야.<br><br>황석영의 소설과 임상수의 영화를 함께 읽고 보면서 결국 현우의 선택을 다시 생각한다.<br><br>나는 현우의 신념을 존중한다. 그가 무엇을 위해 싸웠고, 어떤 대가를 치렀는지도 안다. 그러나 그의 선택까지 선뜻 받아들이기는 어렵다.<br><br>사랑도 때가 있는 법이다.<br><br>떠나야 할 때 떠나는 것이 용기라면, 남아야 할 때 남는 것도 용기일 것이다. 어느 쪽이 옳았는지는 당사자조차 평생 알지 못할 수 있다.<br><br>현우가 윤희 곁에 남았다면 두 사람은 행복했을까.<br><br>그건 알 수 없다.<br><br>다만 내가 아깝다고 생각한 것이 무엇인지는 분명하다.<br><br>두 사람이 함께할 수 있었던 시간이다.<br><br>그러니 그에게 한마디는 해야겠다.<br><br>한윤희, 염정아. 이쁘다.<br><br>오현우, 지진희. 바보, 지진아.<br><br>왜 가니, 니가.<br><br>잘 가라. 이 바보야.]]></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86/38/cover150/600020635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863843</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마이페이퍼</category><title>2026-10-31 수정된 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606106</link><pubDate>Sat, 31 Oct 2026 23:3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606106</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15061233&TPaperId=1760610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70/41/coveroff/8915061233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70/41/cover150/891506123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704123</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영화/노래</category><title>[마이리뷰] 콩: 스컬 아일랜드 (1disc) - [콩: 스컬 아일랜드 (1disc)]</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605233</link><pubDate>Sat, 31 Oct 2026 21:0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60523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D882735530&TPaperId=1760523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1067/95/coveroff/d88273553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D882735530&TPaperId=1760523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콩: 스컬 아일랜드 (1disc)</a><br/>조던 보트 로버츠 감독, 존 굿맨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7년 07월<br/></td></tr></table><br/>콩보다 더 큰 괴물<br><br>— 영화 《콩: 스컬 아일랜드》(2017)를 보고, 애먼 사람들만 죽어 나가는 세상<br><br>영화 소개<br><br>* 제목 : 콩: 스컬 아일랜드(Kong: Skull Island)<br>* 감독 : 조던 보트로버츠<br>* 개봉 : 2017년<br>* 장르 : 액션, 모험, 판타지<br>* 상영시간 : 118분<br>* 주요 출연 : 톰 히들스턴(제임스 콘래드), 브리 라슨(메이슨 위버), 사무엘 L. 잭슨(프레스턴 패커드), 존 굿맨(빌 랜다), 존 C. 라일리(행크 말로)<br>* 제작 특징 : 몬스터버스 세계관의 두 번째 영화, 1973년을 배경으로 한 킹콩 이야기<br>* 특이사항 : 쿠키 영상에서 고질라, 모스라, 로단, 킹 기도라의 존재를 암시<br><br>1. 누가 이 일을 벌였는가<br><br>괴수영화 한 편을 봤다. 《콩: 스컬 아일랜드》. 거대한 고릴라가 등장하고, 헬기가 추락하고, 괴물들이 사람을 잡아먹는다. 볼거리는 충분하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내내 콩보다 더 화가 나는 인간이 하나 있었다.<br><br>존 굿맨이 연기한 빌 랜다. 비밀 연구기관 모나크의 책임자다.<br><br>이 인간이야말로 영화에 등장하는 가장 큰 괴물이다.<br><br>1973년, 베트남전쟁에서 미군이 철수하던 무렵이다.<br><br>랜다는 위성으로 발견된 미지의 섬, 스컬 아일랜드에 탐사대를 보내려고 한다. 그곳에 거대 생명체가 존재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믿음을 증명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목숨까지 위험에 빠뜨렸다는 것이다.<br><br>랜다는 상원의원을 찾아가 탐사에 대한 정치적 지원을 얻어내고 군대의 지원까지 요청한다. 소련이 먼저 섬을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논리도 동원한다.<br><br>그런데 여기서부터 어이가 없다. 상원의원 한 사람의 정치적 지원으로 탐사가 추진되고, 군 병력까지 동원되는 과정이 너무도 손쉽게 그려진다. 물론 실제로 군대에 명령을 내리는 사람은 별도의 장군이다. 그렇다고 해도 영화 속 의사결정 과정은 참으로 허술하다.<br><br>더 큰 문제는 탐사의 진짜 목적이다.<br><br>겉으로는 지질조사다. 폭발물을 투하해 지하 구조를 파악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런 조사 목적도 있지만, 랜다가 그토록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거대 생명체의 존재였다.<br><br>그는 위험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함께 가는 사람들이 그 위험을 충분히 알고 판단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br><br>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고 싶은 욕심, 남들이 믿지 않는 것을 자신이 밝혀내겠다는 집착. 그 목적을 위해 군인들과 조사원들이 동원된다.<br><br>그리고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은 정작 다른 사람들이다.<br><br>2. 집에 가고 싶었던 군인들<br><br>사무엘 L. 잭슨이 연기한 패커드 중령.<br><br>베트남전쟁에서 미군이 철수한다. 전쟁터에서 오랫동안 싸웠던 군인들이 이제 고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패커드는 철수를 마냥 반기는 지휘관은 아니다. 전쟁이 이런 식으로 끝난다는 사실에 불만도 있다.<br><br>그런 그에게 마지막 임무가 주어진다.<br><br>미지의 섬에 과학자들을 데려다주라는 것이다.<br><br>패커드는 기꺼이 임무를 받아들인다. 전쟁이 끝나가는 마당에 마지막으로 부하들과 함께 비행할 수 있는 기회다.<br><br>그러나 부하들의 사정은 다르다.<br><br>그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전쟁이 끝났으니 가족을 만나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군인에게 상부의 명령은 선택사항이 아니다.<br><br>결국 패커드는 부하들을 데리고 섬으로 향한다.<br><br>그들이 맞닥뜨린 것은 평범한 지질조사 따위가 아니었다.<br><br>폭발물이 투하되자 거대한 콩이 나타난다. 헬기들이 추락하고 군인들이 죽어 나간다. 조금 전까지 살아 있던 전우들이 눈앞에서 사라진다.<br><br>콩의 입장에서는 자기 영역에 난데없이 침입한 인간들이 폭탄을 터뜨린 것이다. 그러니 침입자들을 공격하는 것이 잘못이라고만 할 수도 없다.<br><br>그렇다면 죽어 나간 군인들은 무슨 죄인가.<br><br>그들에게 이 섬에 오고 싶으냐고 물어보기나 했던가.<br><br>3. 패커드의 복수는 비난받아야 하는가<br><br>패커드는 분노한다.<br><br>자신이 지휘하던 부하들이 죽었다. 함께 전쟁터를 누볐던 전우들이다. 마지막 임무만 마치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사람들이다.<br><br>그런데 듣도 보도 못한 거대한 괴물에게 죽임을 당했다.<br><br>패커드가 콩을 죽이겠다고 나서는 것은 그의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br><br>물론 나중에는 콩이 섬을 지키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데도 복수를 포기하지 않는다. 살아남은 부하들까지 위험에 빠뜨리며 끝까지 싸우려 한다. 이 대목은 지휘관으로서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다.<br><br>그렇다고 해서 패커드를 그저 복수에 눈먼 미치광이로 치부할 수 있을까.<br><br>그는 애초에 자신들이 어떤 위험에 들어가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과학자들을 수송하는 임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누군가의 거대 생명체 탐사에 동원된 것이었다.<br><br>그 사실을 알았을 때 패커드가 느꼈을 분노와 배신감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br><br>그러나 패커드가 처음부터 아무런 판단 없이 명령만 수행한 것은 아니다.<br><br>섬에 접근하던 중 거대한 폭풍을 마주하자, 랜드샛의 현장 책임자 니에베스는 위험을 이유로 탐사 중단을 주장한다. 하지만 랜다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패커드에게 결정을 넘긴다. 결국 패커드는 헬기대를 이끌고 폭풍 속으로 들어간다.<br><br>패커드는 섬에 거대한 괴물이 있다는 사실은 몰랐다. 그러나 눈앞에 닥친 위험을 감수하고 작전을 강행하는 결정에는 직접 참여했다.<br><br>여기서 패커드의 책임도 시작된다. 상부의 명령을 수행하는 군인이라는 사실과 현장에서 부하들의 안전을 판단해야 하는 지휘관이라는 사실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br><br>다만 그의 분노가 향한 대상은 잘못되었다.<br><br>부하들을 그 섬으로 끌어들인 사람은 랜다였지만, 패커드는 눈앞에서 부하들을 죽인 콩을 적으로 삼았다.<br><br>최초의 원인을 제공한 인간과 직접적인 죽음을 가져온 괴물 사이에서, 패커드는 결국 괴물에게 복수하는 길을 선택한다.<br><br>그리고 자신도 죽는다.<br><br>생각해 보면 랜다와 패커드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랜다는 자신의 신념을 증명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렸고, 패커드는 부하들의 원수를 갚기 위해 살아남은 부하들까지 위험에 빠뜨렸다. 물론 두 사람의 동기와 책임은 다르다. 패커드는 랜다가 벌인 일에 끌려 들어간 피해자이면서도, 현장에서는 부하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지휘관이었다. 부하들을 잃은 피해자라는 사실이 남은 부하들의 생명까지 걸고 복수할 권리를 주지는 않는다. 결국 패커드도 자신이 그토록 증오했던 랜다와 비슷한 잘못을 저지르고 만 것이다.<br><br>처음부터 끝까지 참으로 비극적인 인물이다.<br><br>4. 가고 싶었던 사람과 가기 싫었던 사람<br><br>이 영화에서 가장 어처구니없는 것은 사람들의 운명이다.<br><br>톰 히들스턴이 연기한 콘래드는 돈을 받고 탐사에 참가한다. 위험을 예상하고 보수를 다섯 배나 더 요구하고, 살아 돌아왔을 때 보너스까지 추가로 달라는 조건을 내건다. 브리 라슨이 연기한 사진기자 위버도 자신의 취재 목적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섬에 들어간다.<br><br>반면 현장 책임자 니에베스는 폭풍을 보고 탐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위험하니 들어가지 말자는 것이다.<br><br>그러나 탐사는 강행된다.<br><br>결국 니에베스는 섬을 탈출하기 위해 강을 따라 이동하던 중, 날개 달린 괴생명체 무리에게 붙잡혀 공중에서 목숨을 잃는다.<br><br>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군인들도 죽는다. 위험하다고 반대했던 사람도 죽는다.<br><br>반면 스스로 탐사를 선택한 콘래드와 위버는 살아남는다.<br><br>물론 위험을 감수하고 참가한 사람이 살아남았다고 비난할 일은 아니다. 그들도 목숨을 걸고 살아남기 위해 싸웠다.<br><br>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다른 데 있다.<br><br>선택할 수 있었던 사람과 선택할 수 없었던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이다.<br><br>누군가는 돈을 받고 위험을 감수했다. 누군가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 섬에 들어갔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저 상부의 명령에 따라야 했다.<br><br>정작 목숨을 잃은 사람들 가운데는 애초에 그 섬에 가고 싶지 않았던 사람들이 있었다.<br><br>이것이야말로 영화에서 가장 불편한 대목이었다.<br><br>5. 진짜 괴물은 누구인가<br><br>랜다도 결국 섬에서 죽는다. 그러니 그가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br><br>하지만 그것으로 모든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br><br>누가 위험을 알고 있었는가. 누가 탐사를 추진했는가. 누가 군대의 지원을 요청했는가. 그리고 그 위험을 함께 감수해야 할 사람들에게 무엇을 알려주었는가.<br><br>영화는 이런 질문에 충분히 답하지 않는다.<br><br>오히려 패커드는 콩에게 복수하려는 집착적인 군인으로, 콘래드와 위버는 콩을 이해하고 보호하려는 인물로 그려진다.<br><br>그러는 사이 정작 모든 사건의 출발점이었던 랜다와 모나크의 책임은 괴수들의 싸움 속에 묻혀버린다.<br><br>콩은 자기 영역을 지키려고 싸웠다. 인간들이 먼저 폭발물을 터뜨렸고, 그 소란으로 섬의 위험한 생명체들까지 깨어났다.<br><br>반면 랜다는 자신이 믿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위험 속으로 데려갔다.<br><br>누가 더 괴물다운 행동을 했는가.<br><br>나는 콩보다 랜다가 훨씬 무서웠다.<br><br>영화 마지막에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섬에 불시착해 오랫동안 고립되었던 말로가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간다. 아내를 만나고, 그동안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아들도 만난다.<br><br>그 장면은 반갑고 따뜻하다.<br><br>그런데 문득 생각한다.<br><br>말로는 수십 년 만에 집으로 돌아갔지만, 이제 막 전쟁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패커드의 부하들 가운데 일부는 영영 돌아가지 못했다.<br><br>전쟁터에서도 살아남았던 사람들이, 전쟁이 끝나가는 마당에 누군가의 탐사 욕심 때문에 목숨을 잃은 것이다.<br><br>괴수영화에서 이런 것까지 따져야 하느냐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애먼 군인들이 죽어 나갔는데, 누가 그들을 그 섬으로 보냈는지는 따져봐야 하지 않겠는가.<br><br>세상에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벌이는 사람이 있고, 그 일을 수습하느라 고생하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무 잘못도 없이 희생되는 사람도 있다.<br><br>《콩: 스컬 아일랜드》도 결국 그런 이야기로 보였다.<br><br>6. 사람은 죽어도 조직은 살아남는다<br><br>그런데 영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br><br>쿠키 영상에서 살아남은 콘래드와 위버는 모나크 관계자들을 만난다. 그들은 다른 거대 생명체들의 존재를 보여준다. 고질라, 모스라, 로단, 킹 기도라. 스컬 아일랜드의 콩만이 세상에 존재하는 괴물이 아니라는 것이다.<br><br>이 장면을 보고 웃음이 나왔다.<br><br>랜다는 죽었다. 패커드도 죽었다. 수많은 군인과 조사원들도 죽었다. 그런데 모나크는 여전히 건재하다.<br><br>섬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모나크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그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오히려 새로운 거대 생명체들을 보여주며 다음 이야기를 준비한다.<br><br>모나크라는 조직 전체에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는지는 영화만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 조직의 인물이 위험한 탐사를 추진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희생된 것은 분명하다.<br><br>그럼에도 살아남은 조직은 다음 일을 준비한다.<br><br>하긴, 모나크까지 책임을 물어 해체해 버리면 다음 영화는 누가 만들겠는가.<br><br>영화 제작진 입장에서는 후속작을 위한 장치겠지만, 앞서 희생된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참으로 씁쓸한 결말이다.<br><br>사람은 죽고 조직은 살아남는다. 일을 벌인 사람은 사라져도 그 조직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음 사업을 준비한다.<br><br>어디 영화 속에서만 볼 수 있는 이야기겠는가.<br><br>결국 이 영화에는 두 종류의 괴물이 등장한다.<br><br>자기 영역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괴물과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남의 목숨을 위험에 빠뜨리는 인간.<br><br>영화의 제목은 《콩: 스컬 아일랜드》지만, 내가 본 가장 큰 괴물은 콩이 아니었다.<br><br>빌 랜다. 바로 그 인간이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1067/95/cover150/d88273553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10679573</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마이페이퍼</category><title>병산서원의 공간 운영
병산서원 또한 그런 전형적인 서...</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604386</link><pubDate>Sat, 31 Oct 2026 14:5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604386</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79385&TPaperId=1760438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1845/76/coveroff/8936479385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1845/76/cover150/893647938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8457656</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마이리뷰] 연금술사 - [연금술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604027</link><pubDate>Sat, 31 Oct 2026 11:2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60402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2814477&TPaperId=1760402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0/73/coveroff/8982814477_3.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2814477&TPaperId=1760402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연금술사</a><br/>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2월<br/></td></tr></table><br/>칼을 든 산티아고, 길을 걷는 산티아고<br><br>—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읽고, 한 이름에 담긴 역사의 아이러니<br><br>책 소개<br><br>* 지은이 :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 브라질의 소설가<br>* 옮긴이 : 최정수<br>* 출판사 : 문학동네<br>* 출간일 : 2001년 12월 1일(한국어판)<br>* 분량 : 278쪽<br>* 장르 : 브라질 현대소설, 철학적 우화<br>* 작품 특징 : 스페인의 양치기 소년 산티아고가 꿈에서 본 보물을 찾아 이집트 피라미드로 향하는 여정을 통해 꿈과 운명, 사랑과 삶의 의미를 탐색하는 소설<br>* 특이사항 : 1988년 포르투갈어로 원작 출간. 원제는 『O Alquimista』.<br><br>파울로 코엘료는 오프라 윈프리와의 인터뷰에서 『연금술사』 주인공의 이름을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가져왔다고 밝혔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따온 이름이 아니냐는 질문에도 헤밍웨이 때문이라고 분명히 답했다.<br><br>그런데 이 이름에는 또 다른 역사가 있다.<br><br>산티아고(Santiago).<br><br>스페인의 수호성인 성 야고보의 이름이자, 이베리아반도에서 기독교와 이슬람이 충돌했던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다.<br><br>나는 이 이름에 담긴 역사를 생각하며 『연금술사』를 다시 읽었다. 작가가 이름을 가져온 계기는 분명하지만, 소설 속 산티아고가 걸어가는 길에는 그보다 오래된 역사의 아이러니가 숨어 있었다.<br><br>1. 무어인을 죽이는 성인<br><br>스페인 역사에서 산티아고는 특별한 이름이다.<br><br>예수의 열두 사도 가운데 한 사람인 성 야고보는 스페인의 수호성인으로 숭배되었다. 그리고 이베리아반도에서 기독교 세력이 이슬람 세력과 싸우던 레콩키스타 시대에는 전쟁의 상징이 되었다.<br><br>이러한 성 야고보의 모습을 일컫는 별칭이 있다.<br><br>산티아고 마타모로스(Santiago Matamoros).<br><br>말 그대로 ‘무어인을 죽이는 성 야고보’라는 뜻이다.<br><br>전설에 따르면 844년 클라비호 전투에서 기독교 군대가 이슬람 군대에 밀리고 있을 때, 백마를 탄 성 야고보가 나타나 기독교군의 승리를 이끌었다고 한다.<br><br>그러나 역사학계에서는 클라비호 전투 자체가 실제로 벌어지지 않은 것으로 본다. 백마를 탄 성 야고보의 출현 역시 후대에 만들어진 전설이다. 당시 이베리아반도에서 기독교와 이슬람 세력의 관계도 전쟁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서로 동맹을 맺기도 했고, 교역도 이루어졌다.<br><br>그럼에도 이 전설은 오랫동안 스페인 사람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백마를 타고 칼을 휘두르며 무어인들을 짓밟는 성 야고보의 모습은 그림과 조각으로 남았고, 그의 이름은 전쟁터에서 외치는 구호가 되었다.<br><br>레콩키스타 역시 기독교 세력의 입장에서는 잃어버린 땅을 되찾는 국토회복운동이었지만, 그 땅에서 살아가던 이슬람 세력에게는 자신들의 지배와 삶의 터전이 무너지는 과정이기도 했다.<br><br>기독교 세력에게 성 야고보는 자신들을 지켜주는 성인이었다. 그러나 그 칼끝의 반대편에 서 있던 이슬람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보였을까.<br><br>누군가에게는 수호성인이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신들을 죽이는 자의 모습이었을 것이다.<br><br>한쪽의 영웅이 다른 쪽에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 같은 인물을 두고도 역사의 기억은 이처럼 다르다.<br><br>2. 칼끝의 반대편에 선 산티아고<br><br>『연금술사』의 주인공 산티아고는 스페인 안달루시아에서 양을 치던 소년이다. 그는 꿈에서 본 보물을 찾아 지브롤터해협을 건너 북아프리카의 탕헤르로 향한다.<br><br>과거에는 무어인을 몰아내는 전쟁의 상징이었던 이름을 가진 소년이, 이제는 그들이 살아가는 땅으로 들어가는 것이다.<br><br>그런데 코엘료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소설 속에 직접 등장시킨다.<br><br>탕헤르의 술집에 들어간 산티아고는 사람들이 커다란 담뱃대를 돌려 피우는 모습을 본다. 낯선 풍습을 ‘이교도들의 풍습’이라고 생각하던 소년은 어린 시절 교회에서 보았던 산티아고 마타모로스의 형상을 떠올린다.<br><br>백마를 탄 성인이 칼을 빼 들고 있고, 그 발아래에는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이다. 소년은 속이 불편하고 몹시 외롭다고 느낀다.<br><br>이 장면은 뒤에 등장하는 또 하나의 장면과 연결된다.<br><br>사막을 건너 알파이윰 오아시스에 도착한 산티아고는 매의 움직임을 보고 오아시스에 닥칠 공격을 예감한다. 그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린 뒤, 어느 날 밤 백마를 탄 낯선 기마인과 마주친다.<br><br>검은 옷을 입은 기마인은 커다란 칼을 빼 들고 소년을 위협한다.<br><br>그 순간 산티아고는 다시 산티아고 마타모로스를 떠올린다.<br><br>백마를 타고 칼을 든 모습은 어린 시절 교회에서 보았던 성인의 형상과 닮았다. 다만 이번에는 입장이 뒤바뀌었다.<br><br>과거에는 무어인들이 그 칼 아래 있었지만, 지금은 스페인에서 온 산티아고 자신이 칼끝 앞에 서 있다.<br><br>칼을 든 자와 칼을 맞는 자.<br><br>그 위치가 바뀌자 같은 광경도 전혀 다르게 보인다.<br><br>나는 이 장면이 인상 깊었다. 역사 속에서 칼을 휘두르던 성인의 이름을 가진 소년이, 이제는 그 칼을 맞을지도 모르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br><br>더구나 기마인은 소년을 죽이지 않는다. 그는 바로 연금술사였고, 소년의 용기를 시험한 뒤 사막을 건너는 길을 이끄는 스승이 된다.<br><br>이것이 단순히 이름이 같아서 생긴 우연일까.<br><br>코엘료가 처음에 헤밍웨이에게서 이름을 가져왔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나 소설 속에서 마타모로스의 형상을 두 차례나 등장시키고, 칼을 든 자와 칼을 맞는 자의 위치까지 뒤바꿔 놓은 것을 보면 그 역사적 의미를 모르고 쓴 것 같지는 않다.<br><br>그렇다고 작가가 역사적 화해를 의도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br><br>다만 나는 이 장면에서 오래된 적대의 역사를 다른 자리에서 바라보게 만드는 문학적 반전을 읽었다.<br><br>3. 같은 바람, 다른 이야기<br><br>소설의 처음과 마지막에는 레반터(Levanter)라는 바람이 등장한다.<br><br>지중해를 거쳐 안달루시아로 불어오는 이 바람은 과거 무어인들이 이베리아반도로 건너왔던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산티아고에게는 사막의 냄새와 낯선 세계에 대한 동경을 불러일으키는 바람이기도 하다.<br><br>소년은 그 바람을 맞으며 자신도 자유롭게 세상을 여행하고 싶다고 생각한다.<br><br>그렇게 시작된 여행은 북아프리카와 사하라 사막을 지나 이집트의 피라미드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정작 보물은 그가 처음 꿈을 꾸었던 스페인의 낡은 교회에 묻혀 있었다.<br><br>소년이 찾아낸 금화와 보석, 황금 가면 등은 오래전에 잊힌 정복의 전리품이었다.<br><br>보물을 찾아 떠난 여행의 끝에서 다시 과거 정복의 흔적을 만난 셈이다.<br><br>그리고 소설의 마지막.<br><br>고향으로 돌아온 산티아고에게 레반터가 다시 불어온다. 그런데 이번에 바람이 전하는 것은 정복의 소문도, 무어인의 침공에 대한 위협도 아니다.<br><br>사막의 오아시스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 파티마의 향기와 입맞춤이다.<br><br>나는 이 장면에서 산티아고 마타모로스의 모습을 다시 떠올렸다.<br><br>과거 무어인들이 바다를 건너오던 일은 전쟁과 정복의 기억이었다. 그러나 소설의 마지막에 같은 바다를 건너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소식이다.<br><br>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은 달라지지 않았다.<br><br>다만 그 바람이 전하는 이야기는 달라졌다.<br><br>어쩌면 코엘료가 말하는 연금술은 이런 것이 아닐까. 납을 금으로 바꾸는 기술이 아니라, 오랫동안 적대와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것을 이해와 사랑의 대상으로 바꾸는 일 말이다.<br><br>물론 이것은 작가가 직접 밝힌 의도가 아니라, 산티아고라는 이름의 역사를 통해 내가 읽어낸 소설의 또 다른 의미다.<br><br>그 역사의 한가운데에는 칼을 든 산티아고가 있었다.<br><br>그리고 오랜 세월이 흘러, 같은 이름을 가진 소년이 그 땅으로 건너가 사람을 만나고, 지혜를 배우고, 사랑을 얻는다.<br><br>나는 『연금술사』를 단순히 꿈을 이루기 위한 자기계발의 이야기로만 읽고 싶지 않다.<br><br>칼을 든 산티아고와 길을 걷는 산티아고.<br><br>같은 이름을 가진 두 존재가 전혀 다른 길을 걷는다는 사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서 전쟁의 기억을 품은 바람이 사랑하는 사람의 입맞춤을 전한다는 역설.<br><br>그것이 내가 이 소설에서 찾아낸 또 하나의 보물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0/73/cover150/8982814477_3.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07361</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에세이</category><title>[마이리뷰] 정선 목민심서 - [정선 목민심서]</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599490</link><pubDate>Thu, 29 Oct 2026 00:4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59949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71015&TPaperId=1759949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55/26/coveroff/8936471015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71015&TPaperId=1759949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정선 목민심서</a><br/>정약용 지음, 다산연구회 편역 / 창비 / 2005년 03월<br/></td></tr></table><br/>조선시대에 태어났다면, 나는 탐관오리였을까?<br><br>— 『목민심서』를 읽고, 공조 치수사업담당 임 정랑의 수해 예방사업<br><br>들어가며<br><br>“廉者，牧之本務，萬善之源，諸德之根，不廉而能牧者，未之有也。”<br><br>“청렴은 수령의 본무로, 모든 선(善)의 근원이요 모든 덕(德)의 뿌리이니, 청렴하지 않고서 수령 노릇 할 수 있는 자는 없다.”<br><br>“廉者，天下之大賈也。故大貪必廉。人之所以不廉者，其智短也。”<br><br>“청렴은 천하의 큰 장사이다. 그러므로 크게 탐하는 자는 반드시 청렴해야 한다. 사람이 청렴하지 않은 것은 그 지혜가 부족하기 때문이다.”<br><br>— 『목민심서』 율기편(律己篇), 청심(淸心)<br><br>다산(茶山) 정약용은 청렴을 관리가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으로 보았다. 특히 대탐필렴(大貪必廉)이라는 말이 눈길을 끈다. 눈앞의 작은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더 큰 가치와 명예를 추구하려면 오히려 청렴해야 한다는 뜻이다.<br><br>다산은 『목민심서』 서문에서도 백성을 다스리는 자들이 자신의 이익에만 급급하고 백성을 돌보는 방법은 알지 못한다고 꾸짖었다.<br><br>그런데 내게는 공전편(工典篇)의 천택(川澤)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다. 하천과 못을 관리하는 일을 다룬 대목이다.<br><br>이 책 『정선 목민심서』는 다산연구회의 『역주 목민심서』 여섯 권을 한 권으로 줄인 발췌본이다. 천택에서 인용할 세 구절 가운데 첫 번째만 이 책에 실려 있어, 나머지 두 구절은 한국고전번역원의 한국고전종합DB에서 원문과 번역을 확인했다.<br><br>“川澤者，農利之所本，川澤之政，聖王重焉。”<br><br>“천택(川澤)은 농리(農利)의 근본이 되는 것이므로, 천택에 대한 정사를 성왕(聖王)은 소중하게 여겼다.”<br><br>“土豪貴族，擅其水利，專漑其田者，嚴禁。”<br><br>“토호(土豪)와 귀족(貴族)이 수리(水利)를 멋대로 하여 자기의 전지에만 물 대기를 독점하는 것은 엄금하여야 한다.”<br><br>“池澤所產，魚ㆍ鼈ㆍ蓮ㆍ芡ㆍ茭ㆍ蒲之屬，爲之厲守，以補民役，不可自取以養己。”<br><br>“못에서 생산되는 물고기, 연마름, 마름줄, 부들 등속은 엄중하게 지켜서 그 수입으로 백성들의 요역에 보충해야 하고, 수령이 스스로 취득하여 사복을 채워서는 안 된다.”<br><br>— 『목민심서』 공전편(工典篇), 천택(川澤)<br><br>하천과 못은 백성의 생업을 위한 시설이며, 그 혜택을 특정인이 독차지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이다. 못에서 나는 물고기조차 사사로이 취하지 말라고 했으니,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을 구분하는 데 얼마나 엄격했는지 알 만하다.<br><br>다산이 그토록 경계한 목민관(牧民官)의 폐단은 과연 지금 공직 현장에서 완전히 사라졌을까.<br><br>책장을 넘기다 문득, 내가 조선시대에 태어나 공조(工曹)의 관리가 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이 들었다.<br><br>지금의 5급 시설사무관은 조선시대로 치면 어느 정도 벼슬일까?<br><br>정5품 정도라면 공조 정랑(正郞)쯤 되었을 법하다. 공조는 오늘날 국토교통부와 비슷한 일을 맡았던 관청이니, 토목직인 내게도 제법 어울리는 자리다.<br><br>그런데 나는 과연 다산이 바랐던 청렴한 관리가 되었을까, 아니면 그가 그토록 경계했던 탐관오리(貪官汚吏)가 되었을까?<br><br>기왕 상상하는 김에 탐관오리가 되어보자.<br><br>1. 금의환향<br><br>때는 조선 어느 해 봄.<br><br>한양 공조의 정5품 정랑 임 아무개가 충청도 고향으로 내려왔다. 조정의 명을 받아 장마철을 앞두고 제방과 교량을 보수하는 공사를 감독하게 된 것이다.<br><br>고향 백성들은 중앙에서 높은 관리가 내려왔다며 반겼다.<br><br>그러나 임 정랑의 관심은 다른 데 있었다.<br><br>오래전부터 마음에 걸리던 고향집 뒤편의 낡은 석축이었다.<br><br>마침 나라에서 내려준 공사비가 은자 천 냥이었다.<br><br>‘기왕 내려온 김에 우리 집부터 손봐야겠구먼.’<br><br>임 정랑은 아전들을 불러 석축을 보수하도록 했다. 그런데 공사가 시작되자 욕심이 생겼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배수로도 널찍하게 내고 마당 물매도 잡았다. 내친김에 정원의 연못까지 근사하게 정비했다.<br><br>아전 하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br><br>“나리, 석축만 보수하시면 될 것을 어찌 배수로까지 새로 내시옵니까?”<br><br>“이놈아! 석축만 튼튼하면 무엇 하느냐? 물이 빠지지 않으면 수압이 높아져 석축이 무너질 것 아니냐!”<br><br>“허나 연못까지 정비하시는 까닭은 무엇이옵니까?”<br><br>“그것은 우수 저류시설이니라. 집중호우 때 빗물을 일시적으로 저장하여 하류의 홍수 부담을 줄이는 것이지.”<br><br>“그런데 연못에 비단잉어는 어찌 풀어놓으셨사옵니까?”<br><br>임 정랑이 혀를 찼다.<br><br>“쯧쯧, 무식한 놈 같으니라고. 수질 상태를 상시 확인하기 위한 생물학적 모니터링이니라!”<br><br>아전은 감탄했다.<br><br>역시 한양에서 내려온 관리는 아는 것부터 달랐다.<br><br>2. 장마가 지나간 자리<br><br>그해 여름,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br><br>제방이 무너지고 다리가 끊어졌다. 백성들의 초가집은 물에 잠기거나 통째로 떠내려갔다.<br><br>그런데 임 정랑의 고향집만은 멀쩡했다.<br><br>튼튼한 석축과 널찍한 배수로 덕분에 마당에는 물 한 방울 고이지 않았다. 연못에서는 비단잉어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다.<br><br>며칠 뒤, 고을에 암행어사가 들이닥쳤다.<br><br>“암행어사 출두야!”<br><br>관아가 발칵 뒤집혔다.<br><br>“네가 공조에서 내려온 임 정랑이냐?”<br><br>“그러하옵니다.”<br><br>“나라에서 제방을 보수하라고 내려준 은자 천 냥은 어디에 썼느냐?”<br><br>“수해 예방사업에 집행하였사옵니다.”<br><br>“그렇다면 공사비 장부를 가져오너라!”<br><br>임 정랑이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br><br>“황공하오나, 지난 장마에 관아가 침수되어 장부가 모두 떠내려갔사옵니다.”<br><br>“뭐라? 장부가 떠내려갔다고?”<br><br>“그러하옵니다.”<br><br>“그런데 어찌 네놈의 집만 멀쩡하단 말이냐?”<br><br>임 정랑은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br><br>“그것이 바로 소신이 평생 힘써 온 수해 예방사업의 성과이옵니다.”<br><br>3. 시범사업의 성과<br><br>“뭐라? 성과?”<br><br>암행어사가 눈을 부릅떴다.<br><br>“백성들의 집은 모두 떠내려갔는데 네놈의 집만 멀쩡한 것이 성과란 말이냐?”<br><br>“소신의 집은 시범사업 대상지였사옵니다.”<br><br>“시범사업?”<br><br>“새로운 수해 예방공법을 전면 시행하기에 앞서 한 곳에 먼저 적용하여 효과를 검증한 것이옵니다. 이번 장마로 그 성능이 확실하게 입증되었사옵니다.”<br><br>“그 한 곳이 하필 네놈의 집이란 말이냐?”<br><br>“사업 효과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려면 관리가 용이한 곳을 선정해야 하지 않겠사옵니까?”<br><br>“그렇다면 백성들의 집은 어찌할 것이냐?”<br><br>“내년도 본사업에 반영할 예정이옵니다.”<br><br>“내년도라니! 백성들은 당장 올겨울을 어디서 나란 말이냐!”<br><br>“그것은 소신의 소관이 아니옵고, 호조와 진휼청에서 검토할 사안인 줄 아뢰옵니다.”<br><br>“이놈! 그럼 네놈은 대체 무엇을 했느냐?”<br><br>“시범사업을 완료하고, 사업 효과를 검증하였으며, 향후 확대 시행을 위한 기초자료를 확보하였사옵니다.”<br><br>“그 기초자료는 어디 있느냐?”<br><br>“장부와 함께 떠내려갔사옵니다.”<br><br>암행어사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br><br>“그럼 남아 있는 것이 무엇이냐?”<br><br>“시범사업 시설물은 온전히 남아 있사옵니다.”<br><br>“어디에?”<br><br>“소신의 집에 있사옵니다.”<br><br>4. 내년도 예산<br><br>“여봐라! 저놈을 당장 포박하라!”<br><br>역졸들이 달려들었다.<br><br>임 정랑이 다급히 외쳤다.<br><br>“어사또! 잠시만 기다려 주시옵소서!”<br><br>“또 무슨 할 말이 남았느냐!”<br><br>“소신을 잡아가시면 내년도 본사업 추진에 차질이 발생하옵니다!”<br><br>“뭐라?”<br><br>“시범사업을 수행한 담당자가 사라지면 사업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어렵사옵니다. 후임자가 오더라도 현장 여건을 파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옵니다.”<br><br>“그래서 네놈을 풀어달라는 것이냐?”<br><br>“그런 뜻은 아니옵니다. 다만 백성들의 안전을 생각하신다면 사업의 정상적인 추진을 우선 고려해 주십사 하는 것이옵니다.”<br><br>암행어사가 기가 막혀 물었다.<br><br>“그렇다면 내년도 본사업에는 얼마나 필요하겠느냐?”<br><br>“은자 만 냥 정도면 되겠사옵니다.”<br><br>“만 냥이나?”<br><br>“정확한 사업비는 실시설계를 거쳐 확정하여야 하옵니다. 다만 물가 상승과 현장 여건 변동에 따라 총사업비가 증액될 가능성은 있사옵니다.”<br><br>암행어사는 더 이상 듣지 않았다.<br><br>“끌고 가라!”<br><br>임 정랑은 포승줄에 묶여 끌려가면서도 끝까지 외쳤다.<br><br>“어사또! 소신은 나라에서 내려준 공사비를 한 푼도 남기지 않고 집행하였사옵니다!”<br><br>“그 돈을 모두 어디에 썼느냐!”<br><br>“그 성과가 지금 소신의 집에 고스란히 남아 있사옵니다!”<br><br>5. 후일담<br><br>이렇게 공조 정랑 임 아무개는 포승줄에 묶여 한양으로 압송되었다.<br><br>나라에서 내려준 공사비로 자기 집을 고쳐놓고도 끝까지 시범사업의 성과라고 우겼으니, 참으로 뻔뻔한 탐관오리가 아닐 수 없다.<br><br>그런데 생각해 보면 임 정랑에게도 억울한 점은 있었을 것이다.<br><br>석축은 무너지지 않았고, 배수로는 제 기능을 했으며, 연못의 비단잉어까지 무사했으니 말이다.<br><br>사업 효과만큼은 확실하게 입증된 셈이다. 다만 그 혜택을 본 사람이 자기 자신뿐이었다는 게 문제였지만.<br><br>조선시대에 태어났다면 나도 저런 관리가 되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br><br>그로부터 얼마 뒤, 임 정랑의 고향집에서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br><br>장마가 끝나고 연못의 물이 빠지자 비단잉어들이 하나둘 죽기 시작했다는 것이다.<br><br>소식을 들은 임 정랑이 옥중에서 탄식했다.<br><br>“아이고, 이런! 수질 모니터링 체계에 문제가 있었구먼.”<br><br>그리고 옥졸에게 종이와 붓을 청했다.<br><br>“나리, 옥에 갇혀서까지 무엇을 그리 열심히 쓰시옵니까?”<br><br>임 정랑이 붓을 멈추지 않은 채 대답했다.<br><br>“내년도 우리 집 수해 예방시설 유지관리 예산 요구서일세.”]]></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55/26/cover150/8936471015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552624</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마이리뷰] 미국 서부 5대 캐니언 - [미국 서부 5대 캐니언 - 셀프투어 그랜드캐니언 여행]</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596580</link><pubDate>Tue, 27 Oct 2026 20:5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59658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E472635116&TPaperId=1759658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287/64/coveroff/e47263511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E472635116&TPaperId=1759658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미국 서부 5대 캐니언 - 셀프투어 그랜드캐니언 여행</a><br/>이루다 / 인사이트랩 / 2025년 04월<br/></td></tr></table><br/>여행을 준비하려고 샀더니, 여행을 준비하란다<br><br>— 이루다, 『미국 서부 5대 캐니언』을 읽고<br><br>1. 여행 정보를 얻으려고 구입한 책<br><br>지난 9월 미국 서부 여행을 준비하면서 이 책을 구입했다. 그랜드캐니언을 비롯한 미국 서부의 장대한 자연을 직접 눈으로 보기 전에, 어디를 어떻게 돌아봐야 할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얻고 싶었다. 인터넷에도 여행 정보는 넘쳐나지만, 책이라면 그 많은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았으리라 기대했다.<br><br>결론부터 말하자면 완전히 헛짚었다.<br><br>책 어디에도 여행 안내서라고 명시돼 있지는 않다. 제목과 ‘셀프투어 그랜드캐니언 여행‘이라는 부제, 그리고 여행 준비와 각종 팁을 다룬 목차를 보고 내가 실용적인 여행서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다고 그 기대가 터무니없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br><br>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실망을 넘어 화가 났다.<br><br>2. 다섯 캐니언, 남는 것은 감탄사뿐<br><br>전체 166쪽 가운데 다섯 캐니언을 소개하는 내용은 약 50쪽이다. 그마저도 사진과 함께 어디에 갔고, 무엇을 보았고, 자연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를 이야기하는 수준이다.<br><br>여행의 감동을 전하는 글도 좋다. 여행기가 반드시 관광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그곳에서 무엇을 경험했고, 어떤 생각을 했으며, 무엇이 그렇게 감동적이었는지를 자신만의 언어로 들려줘야 하지 않을까.<br><br>브라이스캐니언을 소개하는 부분을 보자. 48쪽부터 55쪽까지 여덟 쪽에 걸쳐 사진과 감상이 이어진다. 셔틀버스를 탔다고 하지만 어디서 타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브라이스 포인트, 인스퍼레이션 포인트, 선셋 포인트를 방문했다고 하면서도 각 전망대의 특징이나 이동 동선은 알려주지 않는다. 하이킹 코스가 다양하다고 하지만 어느 코스를 걸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없다.<br><br>여행자가 알고 싶은 것은 아름답다는 감탄사만이 아니라, 그 아름다움을 어디에서 어떻게 만날 수 있느냐는 것이다.<br><br>3. 알맹이 없는 여행 정보와 추천 없는 추천 코스<br><br>더욱 기가 막힌 것은 여행 준비와 각종 팁을 소개하는 부분이다.<br><br>여행경비를 절약하는 방법이라며 일찍 예약하라, 성수기를 피해라, 현지 식당을 이용하라,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한다. 이 정도 상식이라면 굳이 책을 사지 않아도 누구나 알고 있지 않은가.<br><br>식당과 카페의 위치, 메뉴, 운영 시간을 알려준다면서 정작 식당 이름 하나 제시하지 않는다. 공원 입구나 방문자센터 근처에 식당이 있고, 운영 시간은 계절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확인하라는 식이다.<br><br>압권은 추천 하이킹 코스다.<br><br>초보자는 2∼5km, 중급자는 5∼15km, 상급자는 15km 이상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실제 하이킹 코스의 이름은 하나도 없다. 어느 국립공원의 어디서 출발하는지, 얼마나 걸리는지, 무엇을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br><br>추천 하이킹 코스를 소개한다면서 정작 추천하는 코스가 없다는 사실이 황당할 따름이다.<br><br>가이드 투어 예약 방법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공식 홈페이지를 확인하고, 궁금하면 업체에 문의한 다음 예약하라고 한다. 이런 내용을 네 쪽에 걸쳐 설명한다. 그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br><br>책의 곳곳에는 편안한 신발을 신고, 충분한 물을 준비하고, 날씨를 확인하고, 안전수칙을 지키라는 조언도 등장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미국 서부 캐니언에 관한 특별한 정보라기보다 어느 여행지에나 적용할 수 있는 일반적인 주의사항이다.<br><br>틀린 말이 없다고 해서 유용한 정보가 되는 것은 아니다.<br><br>4. 내가 직접 걸었던 그랜드캐니언 1.3km<br><br>나는 이번 여행에서 그랜드캐니언의 매더 포인트에서 야바파이 포인트까지 협곡 가장자리를 따라 1.3km를 걸었다. 실제 이동 시간과 관람 시간을 기록했고, 걸으면서 마주한 풍경을 사진으로 남겼다.<br><br>그 짧은 경험만 정리해도 두 전망대의 위치와 이동 경로, 소요 시간, 중간에 만날 수 있는 풍경을 다른 여행자에게 알려줄 수 있다.<br><br>내가 이 책에서 기대한 것이 바로 그런 정보였다. 어디가 좋다는 이야기만이 아니라, 그곳을 찾아가는 사람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경험과 지식 말이다.<br><br>그런데 이 책에는 그런 구체성이 보이지 않는다. ‘셀프투어‘라는 부제가 무색할 정도다.<br><br>여행 정보가 부족하다면 여행기로서의 매력이라도 있어야 할 텐데, 그마저도 아쉽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자연과 교감하고, 마음의 평화와 치유를 얻었다는 이야기가 반복된다. 정작 그런 감정을 불러일으킨 특별한 경험이나 저자만의 시선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br><br>5. 별 하나조차 아까운 책<br><br>인터넷서점에는 이 책을 극찬하는 독자평도 몇 건 올라와 있다. 나와는 전혀 다른 평가지만, 누가 어떤 감상을 남기든 그것은 각자의 몫이다. 다만 실제로 책을 구입하고 읽은 내 판단은 분명하다.<br><br>나는 웬만하면 책에 별 네 개 아래의 평점을 주지 않는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책이라도 한 권을 쓰기 위해 들였을 저자의 시간과 노고를 존중하기 때문이다.<br><br>그런데 이 책만큼은 별 하나조차 아깝다.<br><br>책을 쓴 사람의 노고를 존중하는 것과 그 결과물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적어도 내가 읽은 이 책은 그동안 지켜온 관대한 평가 기준마저 무너뜨렸다.<br><br>여행기는 저자가 어디를 다녀왔는지 이야기할 수 있다. 여행 정보를 다루는 책이라면 독자가 어디를 어떻게 여행할 수 있는지도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해낸다면 책으로서 가치가 있을 것이다.<br><br>그러나 이 책은 여행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정보가 부족하고, 여행기로서도 상투적인 감상과 표현을 반복하는 데 그친다.<br><br>아름다운 자연을 다룬 책이라고 해서 그 책까지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장대한 풍경을 사진으로 담았다고 해서 그 자체로 훌륭한 여행서가 되는 것도 아니다.<br><br>책을 덮고 나서 남은 것은 여행 정보도, 여행에 대한 감동도 아니었다. 왜 이 책을 구입했을까 하는 후회와 허탈함뿐이었다.<br><br>여행을 준비하려고 책을 샀는데, 책은 그저 여행을 잘 준비하라고 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287/64/cover150/e47263511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2876453</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에세이</category><title>[마이리뷰] 걷는 사람, 하정우 - [걷는 사람, 하정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593057</link><pubDate>Mon, 26 Oct 2026 00:1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59305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53812&TPaperId=1759305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7449/55/coveroff/s23253410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53812&TPaperId=1759305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걷는 사람, 하정우</a><br/>하정우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1월<br/></td></tr></table><br/>걷는 사람에 대한 단상(步行斷想)<br>2026년 10월 25일, 일요일<br><br><br>어제 하루 종일 비를 맞으며 30.6km를 걸었다.<br><br>그런데 오늘도 걸었다. 아침에 5.2km, 오후에 20.3km. 합쳐서 25.5km다. 이틀 동안 걸은 거리가 무려 56.1km다.<br><br>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참 징하게도 걸었다.<br><br>오늘은 멀리 갈 것도 없이 집 주변을 걸었다. 아침에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들어왔다가 오후에 다시 길을 나섰다. 멀리 가지 않았다고 해서 적게 걸은 것은 아니다. 동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오후에만 20km를 넘겼다.<br><br>오늘 하루 걸음 수를 확인하니 약 3만 7천 보다.<br><br>오전에는 평지를 따라 5.2km를 걸었는데 약 6천 보였고, 오후에는 평지와 산길을 섞어 20.3km를 걸었더니 약 2만 6천 보가 나왔다. 산길에서는 보폭이 짧아지니 같은 거리를 걸어도 걸음 수가 더 많아진다.<br><br>이렇게 운동하면서 걸은 것만 약 3만 2천 보. 여기에 집에서 돌아다니고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등 자잘하게 걸은 것까지 합하니 3만 7천 보가 된 것이다.<br><br>얼마 전에는 대전도시철도 1호선의 스물두 역을 따라 걸었다. 역사 따라 걷기 구간은 48km였고, 그날 하루 전체로는 약 57km, 7만 보를 걸었다. 나도 어지간히 걷는 것을 좋아하는 모양이다.<br><br>지하철 역사 따라 걷기와 어제 비 내리는 갑천을 따라 걸었던 이야기, 두 편 모두 하정우의 『걷는 사람, 하정우』에 올렸다.<br><br>그런데 책을 쓴 하정우, 이 양반은 하루 3만 보를 걷는다고 한다.<br><br>하루 3만 보라니.<br><br>내 걸음으로 환산하면 대략 24km다. 오늘 오후에만 20km 넘게 걸었는데 쉬는 시간까지 합치니 다섯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br><br>그렇다면 하루 3만 보를 걸으려면 도대체 몇 시간을 걸어야 한다는 말인가.<br><br>아니, 그럼 일은 언제 하는겨?<br><br>물론 걷는 것이 일상인 사람도 있고, 출퇴근하면서 걸음 수를 채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정우도 일상생활에서 걷는 것까지 모두 합산한 숫자일 것이다.<br><br>그래도 하루 3만 보를 매일 채우려면 보통 부지런해서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br><br>더구나 하루 3만 보를 목표로 삼는 것과 실제로 날마다 3만 보를 걷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br><br>나야 장거리 걷기가 얼마나 힘든지 진즉에 알고 있다. 오래 걸으면 다리도 뻐근해지고 발바닥도 아프다. 아무리 걷는 것을 좋아해도 발바닥까지 그걸 좋아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br><br>그래도 나는 걷는 것이 좋다.<br><br>특별한 목적지가 없어도 좋고, 오래 걸어 낯선 곳에 도착해도 좋다. 때로는 익숙한 길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때로는 아무 생각 없이 그저 걷는다.<br><br>지난번에는 지하철역 스물두 개를 찾아 걸었고, 어제는 비 내리는 갑천을 따라 걷다가 가을 축제들을 만났다. 오늘은 집 주변을 돌아다녔다.<br><br>걷는 길도 다르고, 만나는 것도 다르다.<br><br>하지만 걷는 것이 좋다고 해서 무작정 많이 걷는 것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br><br>어제와 오늘, 이틀 동안 56.1km를 걸었더니 온몸이 노곤하다. 어디가 특별히 심하게 아픈 것은 아닌데 그냥 피곤하다.<br><br>하긴, 그만큼 걸었으니 피곤하지 않으면 그게 더 신기한 일 아니겠는가.<br><br>얼마 전 내가 만든 말이 있다.<br><br>사와생보(死臥生步).<br><br>죽어서야 누울 것이니, 살아 있으니 걸어라.<br><br>걸을 수 있을 때 걷고, 떠날 수 있을 때 떠나고, 읽을 수 있을 때 읽자는 뜻에서 만든 말이다.<br><br>그런데 오늘은 여기에 한마디를 덧붙여야겠다.<br><br>피즉휴식(疲則休息).<br><br>피곤하면 쉬어라.<br><br>집에 돌아와 쉬는 동안에는 틈틈이 책도 읽는다. 한참 걷고 난 뒤 편히 앉아 책장을 넘기는 시간도 좋다. 두 다리는 쉬고, 좋아하는 책은 읽고. 이 정도면 나름 괜찮은 휴식 아니겠는가.<br><br>死臥生步 疲則休息.<br><br>살아 있으니 걷되, 피곤하면 쉬어야 한다.<br><br>걷는 것도 좋지만 내일은 좀 쉬어야겠다.<br><br>그런데 또 길을 보면 걷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br><br>참, 사람 마음이란.<br><br>⸻<br><br>걷기 기록<br><br>2026년 10월 25일(일요일)<br><br>오전 걷기<br>전체거리 : 5.2km<br>출발시간 : 오전 7시 56분 33초<br>종료시간 : 오전 9시 33분 19초<br>소요시간 : 1시간 36분 46초<br>운동시간 : 1시간 14분 46초<br>휴식시간 : 22분 00초<br>평균속도 : 4.2km/h<br>누적고도 : 133m<br>걸음 수 : 약 6,000보<br><br>오후 걷기<br>전체거리 : 20.3km<br>출발시간 : 오후 1시 00분 58초<br>종료시간 : 오후 6시 21분 27초<br>소요시간 : 5시간 20분 29초<br>운동시간 : 5시간 01분 24초<br>휴식시간 : 19분 05초<br>평균속도 : 4.0km/h<br>누적고도 : 720m<br>걸음 수 : 약 26,000보<br><br>하루 합계<br>전체거리 : 25.5km<br>소요시간 : 6시간 57분 15초<br>운동시간 : 6시간 16분 10초<br>휴식시간 : 41분 05초<br>평균속도 : 4.1km/h<br>누적고도 : 853m<br><br>하루 전체 걸음 수 : 약 37,000보 (일상생활 약 5,000보 포함)]]></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7449/55/cover150/s23253410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74495561</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마이페이퍼</category><title>내가 어떤 미사여구를 동원한다 해도 이 한적한 절집의...</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593045</link><pubDate>Mon, 26 Oct 2026 00:1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593045</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79385&TPaperId=1759304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1845/76/coveroff/8936479385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1845/76/cover150/893647938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8457656</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에세이</category><title>[마이리뷰] 걷는 사람, 하정우 - [걷는 사람, 하정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591579</link><pubDate>Sun, 25 Oct 2026 12:4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59157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53812&TPaperId=1759157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7449/55/coveroff/s23253410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53812&TPaperId=1759157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걷는 사람, 하정우</a><br/>하정우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1월<br/></td></tr></table><br/>우연히, 가을 축제들을 만나다<br><br>— 비 내리는 갑천을 따라 가을의 한자락을 거닐다 —<br><br>2026년 10월 24일, 토요일<br><br>날씨: 하루 종일 비<br><br>ㅇ 걷기 코스: 집 → 유림공원(국화축제) → 신세계백화점 → 엑스포다리 → 둔산대공원 → 도안호수공원 → 가수원교 → 소태봉,옥녀봉 → 집<br><br>ㅇ 걷기 기록<br><br>* 전체거리 : 30.6km<br>* 출발시간 : 오전 9시 25분 15초<br>* 소요시간 : 7시간 02분 30초<br>* 운동시간 : 5시간 54분 45초<br>* 휴식시간 : 1시간 07분 45초<br>* 평균속도 : 5.2km/h<br>* 누적고도 : 532m<br><br>⸻<br><br>1. 이번에는 비를 맞으며 걸어보자<br><br>지난 10월 10일, 대전도시철도 1호선의 스물두 역을 따라 48km를 걸었다.<br><br>유성온천역에서 출발해 반석역을 찍고 판암역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유성온천역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가야 할 곳이 정해져 있었고, 그곳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는 재미가 있었다.<br><br>그런데 이번에는 특별한 계획이 없었다.<br><br>그냥 주말이니 또 한번 걸어보자는 생각이었다.<br><br>마님은 일직근무를 나갔다. 지난번에는 마님이 사과를 싸줬지만, 이번에는 그럴 형편이 아니니 내가 직접 사과를 썰어 통에 담았다.<br><br>배낭을 챙기고 집을 나서려는데 밖에서는 비가 제법 내리고 있었다.<br><br>아니, 모처럼 걷겠다고 나서는 날에 비라니.<br><br>그렇다고 비가 온다는 이유로 걷기를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우산을 챙겨 들고 오전 9시 25분, 집을 나섰다.<br><br>처음부터 비가 꽤 내렸다.<br><br>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걸었다. 걷는 사람이 많지 않은 거리에는 빗물이 고여 있었고, 나무에서는 젖은 낙엽들이 하나둘 떨어지고 있었다.<br><br>하루 종일 비가 내릴 모양이었지만 걷는 데 큰 문제는 없었다. 다만 한 손에 우산을 들고 오래 걷는 일이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었다.<br><br>그렇다고 아직은 레인코트를 꺼내 입을 필요는 없겠다 싶어 우산을 쓴 채 계속 걸었다.<br><br>오늘은 어디까지 걸을까.<br><br>아직 정해진 것은 없었다.<br><br>발길 닿는 대로 걸어보자는 생각뿐이었다.<br><br>2. 비 내리는 국화축제, 그리고 태권브이<br><br>우산을 쓰고 걷다 보니 제17회 유성국화축제 현장이 나타났다.<br><br>국화축제가 한창이었다.<br><br>노란색과 분홍색, 자주색과 붉은색 국화들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비를 맞은 꽃들은 색깔이 더욱 진해 보였고, 물기 어린 바닥에는 꽃과 주변 시설물의 모습이 비쳤다.<br><br>축제장에는 단순히 국화 화분만 늘어놓은 것이 아니라 갖가지 조형물도 만들어놓았다.<br><br>그중 단연 눈길을 끈 것은 거대한 로보트 태권브이였다.<br><br>어릴 적 즐겨 보았던 바로 그 태권브이가 꽃으로 옷을 갈아입고 서 있었다. 몸통에는 노란 국화가 촘촘히 박혀 있었고, 특유의 브이자 장식도 눈에 띄었다.<br><br>그 옆에는 커다란 로켓처럼 생긴 조형물도 있었다.<br><br>태권브이와 로켓이라니.<br><br>어릴 적 만화영화를 보던 때가 떠올랐다. 꽃구경을 하러 왔다가 뜻밖에 어린 시절의 영웅까지 만난 셈이다.<br><br>국화꽃으로 만든 커다란 책도 있었다. 펼쳐진 두 장의 책장을 꽃으로 빼곡하게 장식해 놓았는데,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괜히 더 눈길이 갔다.<br><br>이 밖에도 두 마리 학이 긴 목을 굽혀 부리를 맞대고 있는 조형물이 있었다. 서로 마주한 목이 하트 모양을 이루고 있었는데, 제법 그럴듯했다.<br><br>녀석들, 사람들 사진 찍으라고 자세 한번 잘 잡았구먼.<br><br>국화꽃 사이에는 인공 폭포도 만들어놓았다. 바위 사이로 물이 떨어지고 주변에는 형형색색의 국화들이 가득했다.<br><br>한쪽에는 노란색과 자주색 국화들이 줄지어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분홍색 꽃들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br><br>축제장을 둘러보며 사진도 여러 장 찍었다.<br><br>비가 내리는 날이라 우산을 들고 구경하기가 조금 불편했지만, 꽃구경을 못 할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비에 젖은 국화와 물기 어린 바닥이 가을날의 운치를 더했다.<br><br>처음부터 국화축제를 구경하겠다고 나선 것은 아니었다.<br><br>그냥 걷다가 만난 것이다.<br><br>이것이 오늘 첫 번째 우연이었다.<br><br>3. 엑스포다리에서 레인코트로, 그리고 코스모스<br><br>국화축제를 구경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br><br>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었다.<br><br>그렇게 엑스포다리까지 걸어왔다. 출발한 뒤 거의 10km를 우산을 쓰고 걸은 셈이다.<br><br>이쯤 되니 우산을 들고 걷는 일이 슬슬 귀찮아졌다.<br><br>마침 엑스포다리 아래에는 비를 피할 만한 공간이 있었다. 그곳에서 우산을 접고 배낭에 넣어두었던 레인코트를 꺼내 입었다.<br><br>이제야 두 손이 자유로워졌다.<br><br>물론 레인코트를 입었다고 비가 그치는 것은 아니지만, 장거리 걷기에는 우산보다 훨씬 편했다.<br><br>다시 걸음을 옮기며 갑천변에 펼쳐진 코스모스 꽃밭을 바라보았다.<br><br>분홍색과 흰색 코스모스가 강변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한쪽으로는 붉고 푸른 아치가 교차하는 엑스포다리가 보였고, 반대편에는 높이 솟은 엑스포타워가 서 있었다.<br><br>그런데 이곳이 어딘가.<br><br>불과 엿새 전에도 왔던 곳이 아닌가.<br><br>지난 10월 18일 일요일, 고향 친구가 대전에 찾아왔었다. 그날도 비가 내렸지만 마님과 친구, 이렇게 셋이 함께 이곳을 찾아 코스모스를 구경했다.<br><br>그날의 이야기는 「가을비 속에 만난 동네 친구」라는 제목으로 남겨두기도 했다.<br><br>그런데 엿새 만에 또 이곳에 온 것이다.<br><br>그날은 친구와 마님이 함께였고, 오늘은 나 혼자다.<br><br>코스모스는 여전히 그 자리에 피어 있었다.<br><br>엿새 전에도 느꼈지만 요즘 코스모스는 키가 작아 예전처럼 하늘거리는 맛이 없다. 그래도 넓게 펼쳐진 꽃밭을 바라보니 가을 분위기는 제법 난다.<br><br>같은 장소를 찾았으니 사진도 비슷하게 찍게 된다.<br><br>엑스포다리를 배경으로 한 장, 이번에는 카메라를 반대편으로 돌려 엑스포타워를 배경으로 또 한 장.<br><br>그러면서 엿새 전 친구와 함께 걸었던 시간이 떠올랐다.<br><br>고향 친구와 함께한 코스모스 구경도 좋았지만, 오늘 혼자 걸으며 그날을 떠올리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br><br>같은 장소를 다시 찾았는데도 함께하는 사람이 다르고, 그 자리에 서 있는 내 마음도 다르다.<br><br>엿새 전에는 친구와 함께 코스모스를 보았고, 오늘은 코스모스를 보며 친구를 떠올렸다.<br><br>꽃들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지만, 엿새라는 시간 사이에 또 하나의 추억이 쌓였다.<br><br>4. 사과 한 조각과 따뜻한 커피<br><br>걷기를 이어가다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br><br>비를 피할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고 배낭을 내려놓았다. 준비해 온 사과를 꺼내고 따뜻한 커피도 한 잔 마련했다.<br><br>비 오는 날 오래 걸은 뒤에 마시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은 참 좋다.<br><br>사과 한 조각을 곁들이니 이만한 간식도 없다.<br><br>근사한 카페에 앉은 것도 아니고 특별한 음식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걷다가 잠시 쉬어가는 이 시간이 좋았다.<br><br>한 손에는 사과를 들고, 옆에는 커피를 놓았다. 빗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사과를 씹었다.<br><br>오래 걷는 날에는 이런 짧은 휴식도 중요하다.<br><br>아무리 걷는 것을 좋아해도 계속 걷기만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br><br>다리를 쉬게 하면서 주변도 둘러보고, 사진도 확인했다.<br><br>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br><br>잠시 쉬었다가 다시 배낭을 둘러멨다.<br><br>아직 걸을 길이 많이 남았다.<br><br>5. 둔산대공원에서 만난 또 하나의 우연<br><br>이번에는 둔산대공원에서 또 하나의 행사를 만났다.<br><br>「2026 대전지역 전통민속놀이 대축제」.<br><br>넓은 광장에 초록색 천막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전통 복장을 한 사람들과 우산을 쓴 방문객들이 오가고 있었다.<br><br>천막에는 지역별 민속놀이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br><br>그런데 날씨가 영 협조해 주지 않았다.<br><br>비가 내리는 바람에 광장에는 물이 고여 있었고, 바닥은 온통 젖어 있었다. 넓은 공간에 마련된 행사 시설들을 보니 맑은 날이었다면 제법 볼만했을 것 같았다.<br><br>행사를 준비한 사람들은 얼마나 속상할까.<br><br>여러 지역에서 사람들이 모이고, 천막과 행사장을 설치하고, 준비할 것도 많았을 텐데 하필 비가 내리다니.<br><br>그래도 천막 아래에서는 사람들이 저마다 맡은 일을 하고 있었다. 전통 복장을 입은 사람들도 보였고, 우산을 쓴 시민들도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었다.<br><br>나는 그 모습을 구경하며 지나갔다.<br><br>그러다 문득 신승훈의 노래 한 곡이 떠올랐다.<br><br>「우연히」.<br><br>우연히 그렇게 널 만난 거야.<br><br>오래전에 들었던 노래다.<br><br>노래 속에서는 우연히 만난 사람이 애틋한 사연의 주인공이지만, 오늘 내게 우연히 찾아온 것은 사람 대신 축제들이었다.<br><br>국화축제를 만났고, 이번에는 전통민속놀이 행사까지 만났다. 그 사이 엿새 전 친구와 함께 보았던 코스모스도 다시 보고 왔다.<br><br>이쯤 되면 참 풍성한 하루다.<br><br>그냥 걷겠다고 길을 나섰을 뿐인데, 대전에서 열리는 가을 행사들을 연달아 구경하고 있으니 말이다.<br><br>자동차를 타고 목적지만 찾아다녔다면 이런 행사들이 열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지나갔을 수도 있다.<br><br>그런데 걸으니 보인다.<br><br>오늘은 발길 닿는 곳마다 볼거리가 기다리고 있었다.<br><br>6. 갑천누리길, 물새들과 함께 걷다<br><br>다시 갑천을 따라 걸었다.<br><br>엑스포다리에서 가수원교까지 이어지는 길은 갑천누리길 1코스다.<br><br>총연장 약 10.3km.<br><br>도심을 가로지르는 갑천을 따라 걸으면서도 자연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길이다.<br><br>한쪽에는 산책로와 자전거길이 이어지고, 다른 한쪽에는 갈대와 물풀이 우거진 하천이 펼쳐져 있다.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고층 아파트들이 줄지어 서 있으니 도심과 자연이 나란히 있는 셈이다.<br><br>물가에서는 오리들이 무리를 지어 헤엄치고 있었다.<br><br>녀석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물 위를 떠다녔다. 무리에서 조금 떨어져 헤엄치는 녀석도 있었고, 함께 움직이는 녀석들도 있었다.<br><br>얕은 물에는 하얀 백로들도 보였다.<br><br>긴 다리로 물속을 천천히 걸으며 먹이를 찾고 있었다. 어떤 녀석은 한참 동안 가만히 서 있었고, 다른 녀석은 날개를 펼치기도 했다.<br><br>그 뒤로는 아파트들이 늘어서 있었다.<br><br>참 재미있는 모습이다.<br><br>사람들이 살아가는 도심 한복판에서 물새들이 제법 한가롭게 자기들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다.<br><br>월평습지 일대에는 갑천 습지보호지역이라는 안내판도 있었다.<br><br>안내판을 읽고 주변을 둘러보니 이곳이 단순한 산책로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갈대와 물풀, 물새들이 살아가는 공간이 도심 가까이에 남아 있다는 것이 반가웠다.<br><br>물길을 따라 걷다 보니 징검다리도 만났다.<br><br>물 위로 콘크리트 블록들이 길게 이어져 있었고, 그 옆으로는 물이 흘렀다. 비가 내려 젖은 블록들을 바라보니 괜히 옛날 생각도 났다.<br><br>비가 내리는 갑천변은 한산했다.<br><br>산책로에는 빗물이 고여 있었고, 나무 아래에는 젖은 낙엽들이 떨어져 있었다. 길게 뻗은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가을이 조금씩 깊어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br><br>이런 날에는 일부러 비를 맞으며 걷는 사람도 많지 않다.<br><br>그러니 길이 한결 조용하다.<br><br>우산을 쓰고 걷던 아침과 달리 이제는 레인코트를 입고 있으니 두 손도 자유롭다.<br><br>물가의 새들을 구경하고, 사진을 찍고, 때로는 발걸음을 멈추며 걸었다.<br><br>오랫동안 도로와 교량을 다루던 토목기술자라 그런지 다리 아래 비탈면이나 시설물도 자연스레 눈에 들어왔다. 쉬는 날에도 그런 것까지 살펴보고 있으니 직업이란 것이 참 무섭다.<br><br>그래도 오늘은 업무를 보는 날이 아니다.<br><br>그냥 걷는 사람이다.<br><br>7. 도안호수공원에서 먹는 건빵<br><br>둔산대공원에서 민속놀이 행사를 구경한 뒤에도 한참을 더 걸었다.<br><br>대략 6km쯤 걸었을까. 도안호수공원에서 잠시 쉬었다.<br><br>이곳에서는 아까 먹던 사과 대신 건빵을 꺼냈다.<br><br>‘우리밀 추억건빵’.<br><br>건빵이라니.<br><br>군대에서 먹던 그 건빵이 떠오른다. 예전에는 건빵을 그다지 반가워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제는 추억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서 팔고 있으니 세월이 참 많이 흘렀다.<br><br>한 봉지를 뜯어 먹었다.<br><br>오래 걷다가 먹으니 건빵도 제법 맛있다.<br><br>지난번 48km 걷기에서는 코다리냉면에 동태전까지 시켜 먹었다. 결국 너무 많이 주문한 동태전은 절반이나 포장해서 들고 왔었다.<br><br>그때와 비교하면 오늘은 사과와 커피, 건빵으로 간식을 해결했으니 제법 소박한 편이다.<br><br>물론 30km 넘게 걷는 사람이 먹는 것을 너무 소박하게 챙기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다.<br><br>뭐, 어쩌겠는가.<br><br>건빵도 맛있으면 그만이지.<br><br>잠시 쉬었다가 다시 길을 나섰다.<br><br>8. 가수원교에서 방향을 바꾸다<br><br>갑천누리길 1코스의 끝은 가수원교다.<br><br>엑스포다리에서 시작해 갑천을 따라 내려온 길이 이곳에서 끝난다.<br><br>그러나 오늘 걷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br><br>가수원교에서 방향을 바꿔 건양대학교병원 쪽으로 향했다. 이후 소태봉과 옥녀봉을 거쳐 목원대학교 방향으로 걷고, 마침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br><br>하천을 따라 걷던 길에서 산길과 도심을 지나는 길로 바뀌었다.<br><br>비를 맞으며 오래 걸었으니 몸도 제법 무거워졌다. 하지만 여기까지 걸어왔으니 집까지도 내 두 발로 돌아가야 한다.<br><br>애초에 어디까지 걷겠다고 정하지 않았으니, 돌아가는 길도 오늘 걷기의 일부다.<br><br>그렇게 집으로 향했다.<br><br>최종거리 30.6km.<br><br>지난번 대전도시철도 1호선 48km 걷기보다는 짧았지만, 이번에도 만만치 않은 거리였다.<br><br>무엇보다 하루 종일 비를 맞으며 걸었다는 점에서 지난번과는 또 다른 하루였다.<br><br>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면서 갑천누리길에 얽힌 오래전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br><br>9. 8년 전 걸었던 길, 그리고 다음 걸음<br><br>2018년 10월.<br><br>그때도 갑천누리길을 걸었다.<br><br>갑천누리길은 모두 세 개의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br><br>1코스는 엑스포다리에서 가수원교까지 이어지는 약 10.3km의 도심 속 갑천길이다. 2코스는 약 16.6km, 3코스는 약 13.0km로, 세 코스를 합하면 약 40km에 이른다.<br><br>2018년 10월에는 이 길을 두 차례로 나눠 걸었다.<br><br>먼저 1코스를 걸었다. 그런데 가수원교에서 걷기를 끝낸 것이 아니라 집까지 그대로 걸어 돌아왔다.<br><br>그렇게 걸은 거리가 20km였다.<br><br>다음에는 2코스와 3코스를 한 번에 이어 걸었다. 두 코스를 합하면 약 30km. 그렇게 두 차례에 걸쳐 갑천누리길 세 코스를 모두 완주했다.<br><br>벌써 8년 전 일이다.<br><br>이번에는 비 내리는 갑천을 따라 1코스를 다시 걸은 셈이다. 물론 국화축제도 구경하고 코스모스 꽃밭도 둘러본 뒤, 가수원교에서 건양대학교병원 쪽으로 방향을 바꿔 소태봉과 옥녀봉, 목원대학교를 거쳐 집으로 돌아왔으니 전체거리는 30.6km가 됐다.<br><br>그러고 보니 나머지 2코스와 3코스도 다시 걸어보고 싶어졌다.<br><br>다음 주쯤 두 코스를 한 번에 다시 걸어볼까.<br><br>2018년에 걸었던 길이 지금은 어떻게 달라졌을지 궁금하다. 그때 보았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을 수도 있고, 새롭게 바뀐 곳도 있을 것이다.<br><br>8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도 같지는 않을 테고.<br><br>이번에는 그냥 걷고 싶어 길을 나섰다가 국화축제와 전통민속놀이 행사를 만났다. 엿새 전 친구와 함께 보았던 코스모스를 다시 보았고, 비 내리는 갑천을 따라 걷다 보니 8년 전의 기억까지 떠올랐다.<br><br>그러고는 또다시 걸어보고 싶은 길이 생겼다.<br><br>2018년 10월에 걸었던 그 길을, 2026년 가을에 다시 만나러 가야겠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7449/55/cover150/s23253410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74495561</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에세이</category><title>[마이리뷰]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 살아 있는 이들을 위한 열네 번의 인생 수업]</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591495</link><pubDate>Sun, 25 Oct 2026 11:3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59149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2236750&TPaperId=1759149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1350/69/coveroff/8952236750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2236750&TPaperId=1759149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 살아 있는 이들을 위한 열네 번의 인생 수업</a><br/>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17년 06월<br/></td></tr></table><br/>가을비 속에 만난 동네 친구<br><br>— 비에 젖은 대전의 어느 일요일(’26.10.18.), 세월이 흘러도 이어지는 관계와 만남의 소중함<br><br>1. 대전에 오는 동네 친구<br><br>오랜만에 고향 동네 친구가 대전에 놀러 온다고 했다.<br><br>국민학교와 중학교를 함께 다닌 친구다. 같은 동네에서 자랐으니 알고 지낸 세월만 해도 반세기에 가깝다. 그런데 이 친구는 나뿐 아니라 아내와도 인연이 있다. 아내에게도 중학교 동창이기 때문이다.<br><br>친구가 일요일에 온다고 하자 아내가 토요일에 오라고 했다. 일요일에는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구는 일기예보에 비가 저녁부터 온다고 했다며 부득불 일요일에 오겠다고 했다.<br><br>그렇게 일요일로 약속이 정해졌다.<br><br>모처럼 찾아오는 친구를 어디로 데리고 갈까 고민했다. 하필 날씨가 좋지 않으니 야외 나들이도 마땅치 않았다. 그래도 대전에 왔으니 이것저것 구경시켜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br><br>그런데 이쯤에서 친구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 더 해야겠다.<br><br>이 친구에게는 우리 부부와 관련된 특별한 이력이 있다.<br><br>바로 우리 부부의 중신애미라는 사실이다.<br><br>그렇다. 나와 아내를 맺어준 사람이 바로 이 친구다. ㅋㅋ<br><br>2. 하늘거리지 않는 코스모스<br><br>친구를 만나 먼저 갑천변 코스모스 꽃밭으로 향했다.<br><br>분홍색과 흰색 코스모스가 넓은 들판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꽃밭 너머로는 엑스포다리가 보였다. 잿빛 하늘 아래 펼쳐진 코스모스는 제법 아름다웠다.<br><br>그런데 꽃밭을 보면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br><br>코스모스가 너무 작았다.<br><br>내가 기억하는 코스모스는 저렇지 않았다. 사람 허리춤을 훌쩍 넘기는 가느다란 줄기 끝에 꽃을 매달고, 가을바람이 불면 하늘하늘 흔들리던 꽃이었다.<br><br>바람이 세게 불면 쓰러질 듯 휘어졌다가도 다시 일어섰다. 꽃잎이 예쁜 것도 좋았지만, 코스모스는 그렇게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더 좋았다.<br><br>요즘은 키가 작은 왜성 품종을 많이 심어서인지 예전처럼 훤칠한 코스모스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꽃은 촘촘하고 화려하지만 하늘거리는 맛이 없다. 꽃밭은 풍성해졌는데 운치는 오히려 줄어든 것 같다.<br><br>어린 시절 고향의 가을 풍경이 떠올랐다.<br><br>그때는 길가에도 코스모스가 흔했다. 누가 심었는지도 모르는 꽃들이 가을이면 피어났고, 가느다란 줄기가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렸다. 특별히 가꾸지 않아도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br><br>그 시절 우리는 그런 풍경 속에서 자랐다.<br><br>같은 동네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이 이제는 쉰 살을 훌쩍 넘겼다. 그때는 매일 마주치던 얼굴들이었는데, 이제는 서로 다른 곳에서 살면서 이렇게 날을 잡아야 만날 수 있다.<br><br>코스모스 구경을 마치고 꿈돌이와 꿈순이도 만나러 갔다.<br><br>대전의 마스코트인 꿈돌이와 꿈순이를 보니 1993년 대전엑스포가 생각났다. 그때 우리 나이 스무 살 무렵이었다. 어느덧 30년이 훌쩍 지났으니 꿈돌이도 우리와 함께 세월을 먹은 셈이다.<br><br>우산을 쓰고 사진도 찍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br><br>그런데 날씨가 영 고약했다.<br><br>3. 비 맞은 개꼬라지<br><br>일기예보에는 저녁부터 비가 온다고 했지만, 비는 저녁까지 기다려 주지 않았다.<br><br>그것도 적당히 내리는 비가 아니었다. 대차게 쏟아졌다.<br><br>우산을 받쳐 들어 머리와 윗몸은 어느 정도 비를 피했지만, 바짓가랑이와 신발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빗물이 튀고 바닥에 고인 물을 밟을 때마다 바짓단이 젖어 들었다.<br><br>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길도 온통 구적구적했다.<br><br>그래도 이왕 나온 김에 구경은 계속했다.<br><br>마침 엑스포과학공원 일대에서 대전 빵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비가 그렇게 쏟아지는데도 행사장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우산을 든 사람들이 천막 사이를 오가며 빵을 구경하고 있었다.<br><br>우리도 그 틈에 섞여 돌아다녔다.<br><br>대전의 빵축제라면 역시 성심당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성심당 부스에 가보니 줄이 드럽게 길었다.<br><br>비까지 맞아가며 그 긴 줄에 서 있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빵이 아무리 맛있어도 그렇지, 신발까지 젖어 가며 기다릴 일은 아니었다.<br><br>결국 축제장 성심당 부스의 긴 줄은 포기했다. 대신 그 근처에 있는 성심당 DCC점 튀소정거장으로 향했다.<br><br>친구는 그곳에서 빵을 한 보따리 샀다. 우리야 대전에 사니 언제든 사 먹을 수 있지만, 멀리서 찾아온 친구는 기왕 온 김에 넉넉히 사 가고 싶었을 것이다.<br><br>친구가 산 빵은 내가 대신 들었다. 한 손에 빵 봉지를 잔뜩 들고 젖은 길을 걸어가는 모습이 사진에도 남았다.<br><br>그동안 비는 그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br><br>나중에는 신발 속까지 물이 들어왔다. 아내도 친구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br><br>셋 다 비 맞은 개꼬라지가 되었다. ㅋㅋ<br><br>토요일에 오라고 했던 아내의 말을 들었더라면 이런 고생은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와서 누구를 탓하겠는가.<br><br>4. 비에 젖어도 즐거운 하루<br><br>몸은 고단했지만 참 재미있었다.<br><br>어릴 적에는 친구를 만나는 일이 특별하지 않았다. 같은 동네에 살았으니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서로 시간을 맞추고 먼 길을 오가야 한다.<br><br>그렇게 세월이 흘렀어도 만나면 반갑고 편안하다. 오랜 친구 앞에서는 굳이 지난 시간을 하나하나 설명할 필요가 없다. 서로의 어린 시절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br><br>집에 돌아와 그날 찍은 사진들을 다시 들여다보았다.<br><br>비에 젖은 풍경도, 우산을 쓰고 돌아다니던 모습도 사진 속에 남아 있었다.<br><br>다음에는 날씨가 좋은 날 다시 만나면 좋겠다.<br><br>하지만 이번처럼 궂은 날씨에 고생한 하루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br><br>어쨌든, 비는 실컷 맞았어도 친구는 참 잘 만났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1350/69/cover150/8952236750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13506982</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마이페이퍼</category><title>˝저는 손장섭, 강연균, 임옥상 같은 호남의 화가들이...</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591021</link><pubDate>Sun, 25 Oct 2026 00:2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591021</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79385&TPaperId=1759102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1845/76/coveroff/8936479385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1845/76/cover150/893647938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8457656</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마이페이퍼</category><title>아름다운 월출산과 남도의 봄
잃어버린 옛 정취의 미련...</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589771</link><pubDate>Sat, 24 Oct 2026 08:3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589771</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79385&TPaperId=1758977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1845/76/coveroff/8936479385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1845/76/cover150/893647938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8457656</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마이리뷰]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두 번째 기록 -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두 번째 기록]</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589763</link><pubDate>Sat, 24 Oct 2026 08:2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58976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92130973&TPaperId=1758976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14/47/coveroff/k39213097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92130973&TPaperId=1758976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두 번째 기록</a><br/>세스지 지음, 전선영 옮김 / 반타 / 2026년 06월<br/></td></tr></table><br/>공포가 아니라 슬픔이었다<br><br>『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두 번째 기록』 — 세스지<br><br>책 소개<br><br>* 지은이 : 세스지(背筋), 일본의 공포소설 작가<br>* 옮긴이 : 전선영<br>* 출판사 : 반타<br>* 출간일 : 2026년 6월 22일<br>* 분량 : 364쪽<br>* 장르 : 일본 공포소설, 모큐멘터리 호러<br>* 작품 특징 : 잡지 기사, 인터뷰, 인터넷 게시글, 목격담 등 다양한 기록을 엮어 긴키 지방의 특정 장소에서 발생한 괴이한 사건들을 추적하는 작품<br>* 특이사항 : 2025년 국내 출간된 동명 소설을 일부 개작한 작품. 기본 줄거리는 유지하면서 인물 설정과 주제, 결말 등을 변경한 일본 문고판을 『두 번째 기록』이라는 제목으로 국내 출간.<br><br>⸻<br><br>책을 읽는 내내 무섭지 않았다.<br><br>산속에서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목소리,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람들, 기괴한 행동을 하는 여자, 수상한 종교 집단과 저주를 부르는 스티커까지. 실제로 이런 일을 겪는다면 공포스러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활자로 읽는 이야기는 전혀 무섭지 않았다.<br><br>무엇보다 이야기가 산만했다.<br><br>1984년 소녀 실종사건에서 시작해 수련회 집단 히스테리, 인터넷 괴담, 아파트 투신사건, 미확인 생물, 기괴한 사진과 신흥 종교까지. 사건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하나의 이야기에 몰입할 만하면 또 다른 이야기가 끼어든다. 작가는 이 모든 사건에서 공통점을 찾아 하나의 장소로 연결하려는 것 같은데, 내게는 서로 다른 괴담을 이것저것 가져다 붙이는 것처럼 느껴졌다.<br><br>물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반복되는 단서들이 조금씩 연결된다. 산과 댐, 신사와 도리이, 감과 신부, 그리고 마시라사마.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던 말들이 뒤에 가서 설명된다. 하지만 단서들이 연결된다고 해서 읽는 동안 끊겼던 몰입까지 되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사건의 연결 관계를 이해하는 것과 공포를 느끼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br><br>그런데 후반부에 이르러 그동안 괴담 속에 가려져 있던 한 가족의 비극이 드러났다.<br><br>사람들을 두렵게 했던 빨간 여자는 한때 남편과 두 자녀를 둔 어머니였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종교에 빠져들었고, 그 과정에서 가족의 삶은 무너져 내렸다. 아키라는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으며, 홀로 남은 세노는 평생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가게 되었다.<br><br>그들의 사연을 알고 나니 귀신의 정체나 괴담의 진상보다 그 가족이 겪어야 했던 고통이 더 마음에 남았다. 그때까지 무섭지 않게만 읽었던 이야기에서 비로소 슬픔을 느꼈다.<br><br>결국, 가족인가.<br><br>가족을 갖고 싶었던 사람, 가족을 잃은 사람, 그리고 잃어버린 가족을 끝내 놓아주지 못하는 사람.<br><br>특히 빨간 여자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마음이 무거워졌다.<br><br>나 역시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의었다. 열 살 때였다.<br><br>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어머니는 3남 1녀, 네 남매를 홀로 책임지셨다. 어린 자식 넷을 키우며 살아오신 세월이 얼마나 고단했을까. 그럼에도 어머니는 힘을 잃지 않으셨고, 우리 네 남매를 끝까지 지켜주셨다.<br><br>그래서 빨간 여자의 이야기가 더욱 안타까웠다. 남편을 잃은 슬픔과 혼자 자식을 키워야 하는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고통 속에서 종교에 빠져들고, 결국 자식들마저 비극으로 몰아넣은 삶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br><br>만약 우리 어머니도 그랬다면 어땠을까.<br><br>생각만 해도 끔찍하다.<br><br>책을 다 읽고 나서 책꽂이에 꽂혀 있던 최인호의 『가족』 두 권을 찾아 꺼냈다.<br><br>1권의 표지에는 아버지가 어린아이를 목말 태우고 환하게 웃고 있다. 아이가 아들인지 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버지의 어깨에 올라탄 아이도 함께 웃고 있다. 아이를 목말 태운 아버지의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하다.<br><br>2권의 표지는 더욱 따뜻하다. 아버지가 아들의 뒤에서 두 팔로 가슴을 감싸 안고 있다. 아들은 아버지의 품에 안겨 해맑게 웃고, 아버지는 그보다 더 환하게 웃고 있다. 아이의 웃음이 아버지에게 전해진 것인지, 아버지의 행복이 아이에게 전해진 것인지 모를 만큼 두 사람의 표정이 밝다.<br><br>그래, 이게 가족의 모습이어야지.<br><br>아이를 어깨에 태워주고, 품에 꼭 안아주고, 함께 웃으며 살아가는 것. 자식에게 아버지의 어깨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이고, 아버지의 품은 가장 든든한 울타리가 아니겠는가.<br><br>그런데 아키라와 세노의 아버지도, 나의 아버지도 너무 일찍 돌아가셨다.<br><br>저 사진 속 아버지와 아이처럼 함께 웃고 살아갈 시간이 우리에게는 너무 짧았다. 아키라와 세노도 아버지의 빈자리를 안고 자라야 했고, 나 역시 열 살 이후로는 아버지의 어깨에 올라탈 수도, 아버지의 품에 안길 수도 없었다.<br><br>아버지의 죽음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떠난 뒤 남겨진 가족의 삶은 너무나 달랐다.<br><br>우리 어머니는 아버지의 빈자리를 모두 채울 수는 없었겠지만, 적어도 우리 네 남매가 살아갈 울타리는 끝까지 지켜주셨다. 반면 소설 속 어머니는 남편을 잃은 뒤 종교에 의지했고, 가족은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맞았다.<br><br>그 여자도 처음부터 그런 삶을 바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키라와 세노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었던 것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사랑한다는 마음만으로 가족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br><br>책 표지 속 아버지와 아들의 웃는 얼굴을 다시 바라보았다.<br><br>이런 가족의 모습이었다면, 그 여자와 아키라, 세노도……<br><br>한참을 그렇게 바라보았다.<br><br>결국 책을 덮고 내 마음에 남은 것은 귀신도, 저주도 아니었다. 열 살에 아버지를 잃은 우리 네 남매의 곁을 끝까지 지켜주신 어머니였다. 그 세월의 무게를 이제야 조금 헤아려 본다.<br><br>어머니의 은혜는 하늘같다.<br><br>식상하고 상투적인 말이지만, 지금 내 마음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있을까.<br><br>내게 이 책은 공포가 아니라 슬픔의 이야기였고, 어머니에 대한 감사의 이야기이기도 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14/47/cover150/k39213097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6144747</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마이페이퍼</category><title>그런 가운데 취재를 구실로 ●●●●● 현지에 가서 그...</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589692</link><pubDate>Sat, 24 Oct 2026 05:3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589692</guid><description><![CDATA[]]></description></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마이리뷰] 아무튼, 연필 - [아무튼, 연필 - 연필이 연필이기를 그칠 때]</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587907</link><pubDate>Fri, 23 Oct 2026 08:2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58790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52633508&TPaperId=1758790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5320/33/coveroff/k652633508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52633508&TPaperId=1758790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아무튼, 연필 - 연필이 연필이기를 그칠 때</a><br/>김지승 지음 / 제철소 / 2020년 10월<br/></td></tr></table><br/>오늘 아침 블랙윙에 대한 단상<br>(今朝黑翼斷想)<br><br>어제 직원이 내가 쓰는 연필을 보더니 부러워했다. 연필이야 집에 차고 넘치니 직원들에게 하나씩 나눠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집 책상 구석에 블랙윙 LAB 11.24.23 한 상자가 올라가 있기에 오늘 아침 출근하며 집어왔다.<br><br>사무실에 와서 상자를 열었다. 예전에 이 제품 가운데 희귀한 색이 있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나서였다. 혹시 내 상자에도 들어 있나 싶어 한 자루씩 살펴보는데, 열두 자리가 다 차지 않는다. 세어보니 열 자루다. 두 자루가 없다. 언제 꺼내 썼는지, 누구에게 주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이미 오래전에 제 갈 길을 간 모양이다.<br><br>LAB 11.24.23은 블랙윙 랩 시리즈의 아홉 번째 제품이다. 블랙윙이 3년 넘게 모아둔 ‘미스핏 연필’을 열두 자루씩 담아 2023년 11월 24일 내놓았다. 기존 제품을 만들다가 색이 고르게 나오지 않았거나, 칠이 한 겹만 입혀졌거나, 표면에 작은 흠이 생기는 등 외관상 정식 제품의 규격에서 벗어난 연필들이다. 생김새는 제각각이지만 필기 성능에는 문제가 없다.<br><br>상자마다 연필의 색과 심이 다르며 상자 번호도 따로 붙어 있다. 무엇이 들어 있는지는 열어봐야 안다. 그냥 버렸으면 불량품이었을 것을, 블랙윙은 세상에 하나뿐인 조합으로 만들어 한정판으로 팔았다. 장사를 참 잘한다.<br><br>나도 이 LAB을 여섯 상자쯤 샀다. 그런데 오늘 찾던 쨍한 파란색은 한 자루도 보이지 않는다. 파란색이 귀하다는 이야기가 사실인지 블랙윙이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아니지만, 내가 산 여러 상자에는 없으니 적어도 내게는 희귀한 색이 맞다.<br><br>상자를 뒤지다 보니 2021년 마지막 날 북플에 올렸던 글이 생각났다. 그동안 사들인 연필을 한데 모아놓고 “몇 번을 태어나 죽어도 다 쓰지 못할 연필들”이라며 자랑했던 글이다. 그때 찍어둔 사진을 다시 펼쳐보니 수많은 연필 사이에 푸른색 블랙윙 한 자루가 보였다.<br><br>그 연필은 오늘 찾던 LAB의 파란색이 아니었다. 블랙윙 Volume 73, 레이크 타호였다.<br><br>레이크 타호는 2017년 6월에 나온 한정판이다. 연필 몸통에는 타호 블루 색을 입혔고, 표면에는 호수 주변의 지형을 본뜬 무늬를 도드라지게 새겼다. 은색 페룰과 흰색 지우개를 달았으며, 심은 진하고 부드러운 소프트 흑연이다.<br><br>숫자 73은 타호호의 투명도를 측정한 세키 깊이 73피트에서 따왔다. 한때 개발과 오염으로 맑은 물빛을 잃어가던 호수가 보전 노력으로 투명도를 회복한 것을 기념한 연필이다. 호수의 색과 지형, 환경보전의 의미까지 연필 한 자루에 담았다.<br><br>나는 이 연필이 나오기 전인 2016년 10월, 실제 레이크 타호에 갔었다. 맑은 하늘 아래 펼쳐진 넓고 푸른 호수와 그 뒤를 둘러싼 산을 직접 보았다. 이듬해 그 호수의 이름과 색을 담은 블랙윙이 나왔고, 지금 내게는 두 타스가 상자째 그대로 보관되어 있다. 출시된 지 9년이 지난 지금은 온전한 한 상자를 구하기도 쉽지 않은 연필이 되었다.<br><br>오늘 직원들에게 한 자루씩 나눠주려고 LAB 상자를 가져왔을 뿐인데, 두 자루가 없다는 것을 알차리고, 희귀하다는 파란색을 찾아보고, 5년 전 북플에 올린 글을 다시 읽었다. 그리고 그 글의 사진 속에서 레이크 타호를 찾아내어, 10년 전 그 호수 앞에 서 있던 시간까지 돌아보았다.<br><br>LAB의 두 자루는 이미 어디론가 갔고, 찾던 쨍한 파란색은 애초부터 없었다. 대신 레이크 타호 두 타스가 여전히 내 연필 상자 속에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br><br>연필은 쓰면 쓸수록 짧아진다. 하지만 연필 한 자루에 붙은 기억은 시간이 흐를수록 길어진다. 오늘 내 손을 떠나 직원들 손으로 건너갈 연필에도 또 하나의 이야기가 붙을 것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5320/33/cover150/k652633508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53203339</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마이페이퍼</category><title>당신은 속죄해야 합니다.
한 번 더 제게 이야기를 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587873</link><pubDate>Fri, 23 Oct 2026 07:3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587873</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92130973&TPaperId=1758787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14/47/coveroff/k392130973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14/47/cover150/k39213097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6144747</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마이페이퍼</category><title>˝예. 그렇게 들었습니다. 원숭이의 신이라고요.˝
˝...</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587174</link><pubDate>Thu, 22 Oct 2026 21:0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587174</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E012638859&TPaperId=1758717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08/51/coveroff/e012638859_e537.jpg" width="75" border="0"></a>&nbsp;<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08/51/cover150/e012638859_e537.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7085148</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마이페이퍼</category><title>편집부에서는 지갑 사정이 허락하는 한 현장 조사까지 ...</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585877</link><pubDate>Thu, 22 Oct 2026 07:1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585877</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92130973&TPaperId=1758587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14/47/coveroff/k392130973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14/47/cover150/k39213097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6144747</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마이페이퍼</category><title>˝아는 사람 중에 UMA를 본 사람이 있습니다˝라는 ...</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584870</link><pubDate>Wed, 21 Oct 2026 18:2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584870</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92130973&TPaperId=1758487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14/47/coveroff/k392130973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14/47/cover150/k39213097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6144747</link></image></item><item><author>대장정</author><category>마이페이퍼</category><title>하지만 한편으로 다른 생각도 들었다. 이번 특집에 한...</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581978</link><pubDate>Tue, 20 Oct 2026 07:4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048106/17581978</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92130973&TPaperId=1758197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14/47/coveroff/k392130973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14/47/cover150/k39213097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6144747</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