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 -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하면서 쓰고, 쓰면서 여행하는 벅찬 즐거움 하루키의 여행법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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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60
나는 그에게 ˝당신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건 무엇입니까?˝ 하고 물어보았다.
˝가족이지요.˝ 드와이트 씨는 한마디로 말했다. ˝가족만큼 소중한 건 없습니다. 가족이야말로 모든 것의 기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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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하게 장소로만 본다면 나는 이 우동집이 가장 마음에들었다. 이 식당은 말 그대로 논 한가운데에 있다. 가게 밖에놓여 있는 평상에 걸터앉아서 눈앞에 펼쳐진 널따란 논에서벼이삭이 하늘거리는 것을 보며 우동을 먹는다. - P156

그러니까 정확하게 말한다면, ASW 도입 이전의 ‘사키 우동‘과 그 이후의 ‘사누키 우동‘은 맛이 변한 것이다. 실제로 ‘야마시타 우동집‘ 주인은 "물론 옛날 우동이 더 맛있었다" 고 말했다. - P159

그러나 마나베 교수는 꼭 그런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맛이라는 건 기억에 따르기 때문에 어느 쪽이 맛있다든가 맛이 어떻게 달라졌다든가 딱 부러지게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분명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이런 문제는 가가와 현 내에서도 여러 가지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화제가 아닐까? 어쩌면 자치단체장 선거의 논점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 P159

그밖에도 여러 우동집을 돌아다녔지만 일일이 다 쓰려면 한도 끝도 없으니 생략하기로 한다. 왠지 1년분의 우동을 사흘동안 다 먹어 치운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여러 종류의 우동을 먹었다. "이거, 콧구멍에서 우동 가락이 나올 것 같은데요" 하고 마쓰오 씨가 말했다. 마쓰오 씨는 취재를 하던 중에 지독한 감기에 걸려 줄곧 코를 풀고 있었으니 정말 한두 줄기는 나왔는지도 모른다. - P162

누구나 다 우동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었으며, 그  추억을 그리운 듯이얘기해주었다. 그런 분위기는 정말 좋은 것이며, 그런 따스함에서 맛이 배어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P162

그리고 ‘나카무라 우동‘은 정말 굉장했다! - P162

1994년 6월 《태엽 감는 새제3부에서 노몬한과 만저우에 대해 썼더니 《마르코 폴로>라는 잡지에서 실제로 그곳에 가보지 않겠느냐고 제의해왔다. 나도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기에 얼른 수락했다. 꽤 변경이어서 인민해방군과 몽골군의 막사에 묵으면서 여행을 했다.
혼자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동행자는 마쓰무라 에이조군, 책표지에사용한 사진은 내가 지참한 현장 감독‘이라는 카메라로 기념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면서 촬영을 부탁한 것이다. 포탄의 파편은 아직도 소중히 간직하고있다. 그러나 양고기만으로 하는 식사에는 걸렸다. - P164

그것은 그로부터 2년후에 발발한 태평양전쟁에 관한 요란한 기술과 비교하면 ‘아주 조그만 에피소드‘ 같은 짧은 기술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어찌 된 셈인지 내 머릿속에는 이 노몬한 전투 (그것은 정식 선전포고를 거친 전쟁이 아니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노몬한 사건‘이라는 어중간한 이름으로 계속 불려왔지만, 사실은 치열한 ‘실제‘ 전투였다. 몽골 사람들은 ‘할힌골 전투‘라고 부른다)의 정경이 선명하게 새겨져버린 것 같았다. - P165

중국이라는 나라를 처음으로 보고 우선 가장 먼저 깜짝 놀란 점은 사람이 많다는 점이었다. 일본에도 물론 사람들이 많지만 일본은 국토 자체가 비좁으니 이해할 수 있다. 그처럼 좁은 곳에 살고 있으니 다소 혼잡한 것쯤은 서로 참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중국의 경우는 나라가 한없이 넓은데 인구 또한 그 넓은 국토를 가득 채울 정도로 많은 것이다.
어디를 가나 정말 인간들뿐이고 인간이 없는 정경이라는 건전혀 생각할 수 없다. - P171

물어보면 하나같이 "달아봐도 헛일이에요, 신호등이 있어도아무도 지키지 않으니까요" 하고 대답한다. "글쎄, 모두 제대로신호를 지키면 교통정체도 훨씬 줄어들 텐데" 하고 모두들 남의 일처럼 말하지만 아무도 질서를 지킬 생각은 하지 않는다. - P174

전 세계의 자동차회사들이 유일하게 남겨진 대형 시장으로서 중국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그러나 만일 중국의 자동차 수가 지금보다 더 늘어난다면, 아마도 엄청난 악몽(중국에 관한 것은 대개 모두 자릿수가 달라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에 시달리게 될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이대로도 이미 충분히 ‘통상적인의미의‘ 악몽이라고 부르는 데에 부족함이 없기 때문이다. - P174

그러나 사람들이 그런 사태를 특별히 악몽으로 받아들이고있지는 않은 것 같다. 머지않아 중국 전국토가 베트남 국경에서부터 만리장성에 이르기까지 교통정체와 대기오염, 담배꽁초와 베네통 간판으로 뒤덮이고 말 것이라는 사실은 어쩌면 역사적 필연이라고 해야할까,  아무튼 틀림없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 P174

터키의 깊은 산속에서 쿠르드족 게릴라에게 포위당했을 때도 적잖이 무서웠고 멕시코에서 사살된 것으로 보이는 시체를발견했을 때도 무서웠지만, 호랑이를 끌어안고 있을 때는 정말 무서웠다. 그때 찍은 사진을 보면 표정이 잔뜩 일그러져 있다. 중국의 동물원은 중국의 다른 여러 가지 것과 마찬가지로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만큼 과격한 면이 있다. 어중간한 것은일절 없다고 생각된다. - P177

내가 그 말을 듣고 미심쩍어 하자 그 사람은 과거의 건물을파괴했다는 걸 증명해주기 위해 우리를 옛날의 호랑이 우리로데려가 주었다. 분명히 그곳에는 옛날의 콘크리트 토대 자국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 파괴된 50년 전의 콘크리트 토대가7년 전에 만든 새로운 콘크리트벽보다 훨씬새롭고 튼튼해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 P178

중국의 여러 도시를 여행하면서 곰곰이 생각한 것은 중국인 건축가에게는 새로 지은 빌딩을 마치 폐허처럼  보이게 하는특이한 재능이 있는 것 같다는 점이다.  - P179

예를 들어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고층 호텔에 들어가면,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그곳에서 황폐한 광경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엘리베이터의 패널은 흉하게 절반쯤 벗겨져 있고, 천장 구석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구멍이 뚫려 있으며, 욕실 문의 손잡이는 절반쯤 떨어져나가고 없다. 전기스탠드의 목은 부러져서 축 늘어져 있고 세면대의 마개는 닳을 대로 닳아 있다. - P179

모두 즐거워 보인다. 이곳창춘에서도 물론 마찬가지여서 모두 즐거운 일을 하느라 바쁜 탓인지, 일부러 돈을 내고 날뛰는호랑이를 끌어안은 얼빠진 사람은 나 하나뿐이었던 것 같다. - P179

중국인은 아주 속편하게 창밖으로 온갖 것을 버려대기 때문에 창을 열고 창가에 앉아 있으면 생각지도 못한 재난을 만날 수 있다. 맥주병이나 밀감 껍질, 닭뼈나 가래침, 코를 푼 휴지 등 여러 가지 이물질이 불쑥불쑥 창밖을 날아 지나가서, 자칫하면 부상을 입거나 비참하고 슬픈 지경에 빠질 수도 있다. - P181

내 경험으로 미루어보면, 특히 안과 치료에 관한 한 중국의의료 시스템은 상당히 훌륭했다. 진료비가 싸고 빠른 시간 안에 치료가 가능했으며 의사들도 능숙했다(적어도 서툴지는 않았다.) - P183

굳이 문제가 있었다면 베개 색깔이 너무 요란했다는 점인데, 뭐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었다. 화장실은 언제나처럼 참을수 없을 지경이었지만 그 역시 언제나처럼 체념하면 되는 일이다. - P184

그리고 이대로 만저우까지, 그리고 국경을 넘어 러시아까지 줄곧 그의 뒤를 따라가서 그에 대한 여러 가지 일을 확인하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혔다. 나는 이따금 그런 얼토당토않은 호기심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물론 그런 일을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단념하고 하이라얼 역에서 내렸다. - P188

마술이라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입니다. 구더기는 시체 위를 기어 다니면서 부드러운 부분부터먹기 시작합니다. 이것은 사망자뿐만 아니라 부상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토 게이치, 《조용한 노몬한》에서)이 문장을 읽었을 때도 상당히 충격을  받았지만, 실제로 이곳에 와서 벌레들의 습격을 받자 그 혐오감을 훨씬 더 실감할수 있었다. - P200

해가 지면 몽골의 하늘은 수많은 별들로 뒤덮인다. 여름 해질녘에 보는 초원의 풍경은 호흡이 멎을 정도로 아름답다. - P201

이 근방은 원래 유목민이 가축을 이끌고 계절마다 이곳저곳으로 이동하는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닌‘ 토지였다. 그곳에서 전투가 일어나야만 했던 거의 유일한 이유는 군의 체면과 ‘운이좋으면‘ 하는 모험적인 의도뿐이었다. 고향에서 멀리 떠나 구더기투성이가 되어서 심한 고통 속에서 죽어가야 했던 당시의청년들은 죽어도 눈을 감지 못할 정도로 억울하지 않았을까. - P202

탐욕스럽게 미국 달러를 요구한다. 이 나라의 관광 산업은 유감스럽게도 여행자 수를 조금이라도 늘리려기보다는몇 사람 안 되는 여행자로부터 조금이라도 많은 돈을 뜯어내려는 단계였다(한 세대 전의 중국과 비슷하다). 그러나 거꾸로 말해미국 달러만 내놓으면 모든 것을 살 수 있고 모든 일이 해결된다는 얘기도 된다. - P209

초원 한가운데서한겨울에 돌연 자동차가 고장 나면 자칫 잘못하다가는 그대로죽을 수밖에 없는 참으로 심각한 환경이기 때문에, 이 부근 운전자들의 세계관과 시부야 근처에서 토요일 밤에 자가용을 몰고 있는 불량배의 세계관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해도 전혀 이상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 P211

"일본인은 위의 구조가 태어날 때부터 다르니까, 여행하는동안에는 음식을 그다지 많이 먹지 않소." 나는 적당히 거짓말을 해두었다. 그다지 이해하는 듯 보이진 않았지만. - P213

친절한 건지 그저 한가한 건지 잘 알 수 없지만, 솔직히 이 사람은 몽골 육군중령이라기보다는 센다가야 상점가의 ‘가을철 교통안전 주간대기소‘에서 아침부터 빈둥거리고 있는 동네 아저씨처럼 보였다. 혹은 망해가는 스모 클럽의 알코올 의존증에 걸린 보스처럼 보이기도 했다. 나쁜 의미로 이렇게 말하는 것은 아니다. - P216

역사적으로 분류한다면 우리는 ‘후기 철기시대‘에 속해있는 것이 아닐까. 거기서는 대량의 강철을 유효하게 상대방에게 살포한 쪽이, 그리고 그것에 의해서 조금이라도 많이 상대방을 제압한 쪽이 승리와 정의를 손에 넣는 것이다. 그리고 ‘변변치 않은‘ 초원의 한쪽 구석을 자랑스럽게 손에 넣을 수 있는것이다. - P221

어쩌면 늑대들은 말에게는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확률은 대충 50퍼센트라고 몽골인들은 말했다. 그러나 은폐물도도랑도 기복도 나무숲도 아무것도 없는 평평한 대초원 한가운데서 늑대는 4륜 구동차를 절대로 이길수없다. 자동차는 커다란 강철 기계일 뿐이며 따라서 결코 지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 P226

10분이면 늑대는 완전히 지쳐버린다. 그 폐는 이미 파열직전 상태인 것이다. 늑대는 멈춰 서서 어깨로 크게 숨을 들이쉬고 각오를 한 듯 우리 쪽을 빤히 응시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더 이상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늑대는 알고 있다. 그곳에는이미 선택의 여지라는 것이 없다.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 P226

- 공포, 절망, 혼란, 곤혹, 체념……… 그리고 나로서는 잘 알 수 없는 그 무엇. - P226

나는 초자연적인 대상을 숭배하는 인간이 아니다. 어느 쪽인가 하면, 일상적으로는 진지한 현실적인 인간이다. 그러나 그때만은 나는 거기서 뭔가 특별한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런 걸 가지고 오는 게 아니었는지도 모른다고 문득생각했다. 그곳에 그대로 두고 왔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 P229

내가 도쿄를 떠날 때는 분명히 하네다수상이었는데, 그리고 같은 날에 김일성 주석의 죽음이 보도되었다. 내가 만저우에서 몽골로 느긋하게 여행을 즐기고 있던 2주일 동안 이쪽세계에서는 여러 가지 일이 나와는 무관하게 진행되고 있었던것이다. 그로부터 약 한 달 후인 현재 나는, 몽골의 초원에서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거의 반대의 극에 있다고 할 수 있는장소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 P232

이 글은 1995년 6월 잡지 《신라>에 2회로 연재된 것인데, 이 책에 수록하기위해 내용을 보완하였다. 동행자는 역시 마쓰무라 에이조 군, 이런 오랜 여행에 동행해줄 사진가는 이 친구밖에 없다.
실제로 핸들을 잡고 대륙 횡단을 해보니까 미국이라는 나라는 정말 엄청나게큰 나라임을 새삼 알 수 있었다. 가는곳마다 문화나 복장이 퍽이나 달랐다. 그리고 감탄한 점은 휘발유값이 싸고 유료도로가 거의 없다는 점. 그리고 식당과 숙박 시설이 구제 불능일 정도로 단조로웠다는 점이었다.
다시 한 번 횡단해보겠느냐고 누가 물으면 글쎄, 선뜻 그러겠다고 나서기는어렵다. - P236

그 광고에서는 여행지에서 여러 가지 재난을 당하는 불쌍한 여행자가 이렇게 내뱉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집에서 스크래블이나 할걸." 나는 그 광고를 볼 때마다 "그래, 정말 맞는 말이야" 하고 고개를 끄덕이곤 한다. - P238

나는 여행을 하는 동안 줄곧 여행 일지를 쓰고 있었는데(어떤 여행에서나 반드시 매일 여행 일지를 꼼꼼히 적는다. 나는 인간의 기억이라는 것을 전혀 믿고 있지 않다. 그중에서도 특히 나 자신의 기억을), 미국 중서부의 모텔과 레스토랑에 대해서는 정말 아무것도 적을 것이없었다. - P249

거리에 들어갔을 때 누군가 다가와서 "우리 마을에 온 것을진심으로 환영합니다!" 하고 인사를 해주는 것도 아니었다. 애교 넘치는 부인이 먼 곳에서 찾아온 손님에게 아이스티를 내밀어주는 것도 아니었다. 반대로 우리의 정체를 수상하게 생각한 순찰차가 한참 동안 꽁무니를 따라다니는 바람에 애만먹었다. ‘웰컴‘은 무슨 웰컴, 하고 한마디 해주고 싶었다. - P252

"일본인은 전쟁 중에 많은 박해를 받았으며, 모르몬교 신자도 미국 역사 속에서 늘 박해만 받아왔습니다. 그런 면에서 서로 통하는 바가있었겠죠. 어느 쪽이나 근면을 미덕으로 삼는 진지한 사람들입니다"라고 했다. 모두가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겠지만..………. - P260

나는 그에게 "당신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건 무엇입니까?" 하고 물어보았다.
"가족이지요." 드와이트 씨는 한마디로 말했다. "가족만큼 소중한 건 없습니다. 가족이야말로 모든 것의 기초이지요." - P260

"아, 죄송합니다만 여기는 아직 유타 주이기 때문에그런 것은 없습니다" 하고 정중하게 (그러나 다소 냉정하게 대답했다. - P262

1997년 5월, 혼자서 니시노미야에서 고베까지 걸었다. 그저 한번 걸어보고 싶었다. 이 글은 어디에 싣는다는 목표도 없이 말하자면 나 자신을 위해쓴 글인데, 결국 발표할 지면을 얻지 못한 채 이 책에 수록하게 되었다. 고향에 대해서 글을 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상처를 입은 고향에 대해서 쓴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에이조 군이 나중에 내가 걸었던 노정을 더듬어서 사진을 찍어주었다. - P268

사람들의 손에 의해 고삐가 풀린 폭력 장치는 결코 제자리로 돌아오는 법이 없다. - P278

주머니에 넣어온 헤밍웨이의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를 몇 페이지인가 읽었다. 고등학교 시절에 읽은 기억이있지만, 우연히 호텔 방에서 다시 읽게 되었는데 완전히 넋을빼앗겼다. 어째서 옛날에는 이 소설의 미덕을 이해하지 못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 무엇인가 다른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 P284

자기 내면의 풍경을 조망하려는 노력,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려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참다운 여행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
하루키 읽기의 색다른 맛 - P293

"어느 날 문득 나는 긴 여행을 떠나지 않고서는 도무지 견딜수가 없었다." -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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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앤서니 브라운
본명: Anthony Edward Tudor Browne
(앤서니 에드워드 튜더 브라운)
국적: 영국
출생: 1946년 9월 11일, 영국 요크셔 셰필드
거주지: 영국 캔터베리
학력: 리즈예술대학 그래픽디자인 전공
직업: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대표작: 돼지책, 우리 엄마,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마술 연필
수상:
커트 메쉴러상(1983)
케이트 그리너웨이상(1983)
케이트 그리너웨이상(1992)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2000)
2021년 새해 문학상(2021)

2. 앤서니 브라운 뺨치는 그림들 ㅎ
아들 5~6살 때 그림들, 10년두 더 훨씬 넘었구나

3. PLANC 마지막 그림 둘, SSF몰 캡춰
이 그림 디자인된 제품 무지 비쌈,
아들 어렸을 적 그린 그림과 비교시 그다지 뛰어나지 않음. 우리 아들도 엄청난 디자이너가 될수도...

디자이너 카롤리나 카스틸리오니의 딸 마르게리타가 직접 그린 그림을 활용한 디자인으로...

결국 아버지가 문제인 거군ㅠㅠ 쩝.
내가 유명 디자이너 였다면 울 아들 그림도 빛을 발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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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2-25 12: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중간에 삐약이 넷이서 햇빛받으며 걷고 있는 그림 너무 좋아요. 저 그림으로 가방 만들면 진짜 들고 다닐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씬나 씬나 하고 다닐듯요. ^^
그런데 플랜씨의 저 가방은 물론 만든 디자이너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저걸 몇십만원을 주고 사는 마음은 도저히 이해가 안가네요. 내가 만들어도 될듯한데말이죠. 저도 저정도 그림은 그릴 수 있어요. ㅎㅎ

대장정 2023-02-25 13:45   좋아요 1 | URL
ㅎㅎ 감사합니다 ^^.. 제 아들녀석이 그린거지만 삐약이 잘 그렸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고맙습니다. 머리털 삐쭉삐쭉 그림하고 아주 흡사한 그림두 있는데 못찿겠네요. 물건값이 너무 거시기 하죠ㅠㅠ
 

‘큰일인걸, 이건 꽤 위험한데‘ 하고 나는 생각했다. 응, 이래서 번듯하게 사는 사람들은 버스를 타지 않는구나! - P71

솔직히 고백한다면 나는 확고하기보다는 오히려 흐느적거리는 인간이며, 항구적이라기보다는 일상적인 인간이며, 정확하다기보다는 부정확한 인간이다. 그리고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여행‘이지 ‘다른 사람의 여행‘이 아니다. 나에게는 누군가에게 뭔가를강요할 권리도 자격도 없다. - P78

게다가 사물의 인상이라는 것은언제 어떤 관점에서 보는가에 따라 완전히 달라져버릴 수도있다. ‘아카풀코는 정말 멋진 곳이었다‘ - P78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환상을 좇아 어딘가로 가서 그 환상을 손에 넣는 것이다. 그들은 그 환상을 얻기 위해 적잖은 돈을 쓰기도 하고 시간을 들이기도 한다. 그것은 그들 자신의 돈이고 시간이다. 그러기에 그들에게는 그 환상을 손에 넣을 정당한 권리가 있다. - P78

하지만 다이버들의 실제 모습을 바로 가까이에서 보고 내가실망했다는 말은 아니다. 단지 그때 순간적으로 ‘이런 건 영화에는 나오지 않는구나‘ 하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런 장면은 분명히 영화에서 나오지 않는다. 영화라는 것은 현실의 일관성보다는 환상의 일관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 P84

나중에는 아무래도 귀찮아져서 그냥 수돗물을 사용했다. 될대로 돼라, 배탈나려면 나라지 뭐, 하고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다행히도 나는 별탈이 없었다. 물론 마시는 물만은 생수를 썼지만. - P85

열흘 동안 원인 모를 식중독과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멕시코 노래, 자동 소총을 든 용감한 젊은이들과 냉방 장치가 고장난 버스, 아무리 걷어차도(나는 정말로 걷어찼다) 꼼짝달싹도 않는코끼리처럼 뻔뻔스런 새치기 장사꾼 아줌마를 견뎌내면서 혼자 멕시코를 여행해보고 새삼스레 절실히 느낀 것은, 여행이란근본적으로 피곤한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이것은 내가 자주 여행을 해보고 나서 체득한 절대적인 진리다. - P87

여행은 피곤한 것이며, 피곤하지 않은 여행은 여행이 아니다. 비참함이 끝없이이어지고, 예상했던 일이 빗나간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 P87

나는 왜 피곤을 찾아서 일부러 멕시코까지 다녀와야만 했던가? "왜냐하면 그런 피곤은 멕시코에서밖에 얻어낼 수 없는종류의 피곤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나는 대답하겠다. - P90

이상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물건을 한 가지씩 잃어버릴때마다, 설사를 한 번 할 때마다, 시간에 늦어 버스를 한 대 놓칠 때마다, 그리고 아주머니들이 새치기를 할 때마다, 내 마음속엔 멕시코란 나라가 한층 더 가까이 다가오는 듯한 느낌이들었다. 농담이 아니다. 독일에는 독일 나름대로의 피곤이 있고, 인도에는 인도, 뉴저지에는 뉴저지 나름대로의 피곤이 있다. 하지만 멕시코의 피곤은 멕시코에서밖에 얻을 수 없는 총류의 피곤인 것이다. - P91

이건 마치 마오쩌둥의 말과 같다고 문득 생각했다. "피곤은피곤으로 극복해내야만 한다. 피곤을 극복해내는 건 피곤 이외의 것이어서는 안 된다"라는 말. - P91

"해가 지고 나면 절대로 운전을 해선 안 됩니다. 아시겠어요?
어떤 일이 있더라도 해가 지기 전에 묵을 곳을 찾아두세요." - P95

흡혈귀가 나오는 트란실바니아도 아닌데 해진 뒤에 돌아다니면 안 된다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인가. 문제는 치안이었다.
밤만 되면 치안 상태가 아주 나빠진다는 것이다. 흡혈귀는 아니지만 대신 강도가 나온다. 하긴, 흡혈귀나 강도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 P95

아무튼 그렇듯 끝없이 나타나는 토페와 패인 구멍에 계속시달리면서 멕시코를 이동했다. 우리가 밤에 차를 몰지 않았던건 어쩌면 무장 강도의 공포보다는 패인 구멍과 토페에 너무나 진절머리가 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대낮에도 노면 상태가잘 보이지 않는데, 어두워지면 최악일 수밖에 없다. - P99

이 지역에 스페인의 콘키스타도르(침략자)가 쳐들어온 것은1523년이었다. 그들은 순식간에 원주민들을 무력으로 정복하고 그 토지를 몰수해서 병사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그리고 원주민들을 노예로 부려 그 토지를 경작했다. 원주민들은 그때까지 살아왔던 마을로부터 좁은 산지 사이의 정착지로 강제이주당하고, 거기서 병사들의 엄격한 감시를 받으며 살았다.
강제로 기독교로 개종당하고, 무거운 세금을 물어야 했다. - P102

원주민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혹사당했는지는 그 인구의 급격한 감소만 보더라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스페인인이 땅을 정복했을 때 치아파스에 살던 원주민의 수는 약 35만명이었으나 1600년에는 그 수가 9만 5,000명으로 대폭 줄었다. 스페인인이 구대륙에서 옮겨 온 전염병도 인구 감소의 주된 원인 중 하나이긴 했지만, 그렇더라도 너무나 극심한 인구감소였다. 원주민들이 얼마나 ‘소모품‘으로 다루어졌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P102

원주민들의 편을 들어주었던 사람들은 바르톨로메데 라스카사스를 중심으로 한 기독교 선교사들이었다. 그들은 원주민들을 보호하고, 스페인 본국에 그들의 궁핍한 처지를 호소했다. 그리고 가까스로 노예 제도의 폐지를 실현시킬 수 있었다. - P102

내가 이 주의 내력을 이렇게 길게 쓴 것은, 이런 역사적 배경을 모르고는 이 지역을 여행하면서 거기에 배어 있는 사물의 의미와 상황을 이해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치아파스는 역사에 짓밟히고, 무력에 의해 침략당한 땅이다. 그곳은 가난한 땅이요 모순과 비애로 가득 찬 땅이다. 한 발자국만 들여놓고 보면 여행자는 그런 환경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수가 있다. 그 빈곤은 극단적이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매우 심각한 상태이다. - P104

하지만 그런 심각한 문제를 넘어서, 이 지역에는 뭔가 사람의 마음을 뭉클하게 해주는 것이 있는 듯하다. 거기에는 슬픔속에 아름다움이 있고, 치열함 속에 고요함이 있으며, 가난 속에 포근함이 있다. - P105

개인적인 인상으로는 멕시코의 도시는 대체로 두 종류로 나눌수 있다. ‘소란스러운 도시‘와 ‘한적한 도시‘가 그것이다. 그 중간은 거의 없다. 하지만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카사스는 소란스럽지도 않고 한적하다고도 할 수 없는 묘한 도시다. 인구는약 5만, 살기엔 꼭 적절한 규모의 도시다. 산책을 하는 데도 지루하지 않고, 느낌이 좋은 레스토랑이나 커피 하우스 같은 곳도 있다. 한 달쯤 이곳에 있으면 멋있는 소설을 쓸 수 있을 것같은 느낌이 든다. - P107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그들을 매몰시킨 역사라는 것은병렬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역사성의 몇 가지 가설들 중 한 가지에 불과한 것이어서, 그들을 망각한 공인된 역사(우리가 학교교과서에서 배우고, 지식으로 얻는 일반적인 역사)와는 별도로, 그들의눈을 통해 꾸준히 이어져 내려오는 ‘또 하나의 역사‘가 동시에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 P111

미국에서 살아보면 기분이 좋고 나쁜 것과는 관계없이, 역시 나는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언제나 있었다. 원래의 장소가 아닌 데서 살고 있다는 생각.
그것은 사회적으로, 인종적으로 어떠냐 하는 문제 이전의 일이다. - P122

이 마을 아이들은 순박한 편이다. 관광객을 봐도 그다지 집요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곳에서 한 아이를 만났는데 눈에 띄게 예쁜, 여덟 살쯤 된 여자 아이였다. 나는 그 아이에게서천으로 만든 가방을 하나 샀다. 가방 자체도 비교적 예쁘게만들어져 있었지만, 그 여자 아이가 뛰어나게 예뻤던 것도 가방을 사게 된 큰 요인이었다. - P128

확실히 어느 세계에서나 미인은득을 본다고 생각한다. - P128

우동그릇을 들고 밖으로 나가서 가게 안이 너무 좁았다) 돌 위에걸터앉아 후루룩 후루룩 우동을 먹었다. 아침 9시가 조금 넘은시간이었다. 날씨도 좋고 우동도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아침부터 돌 위에 걸터앉아서 우동을 정신없이 먹고 있으니, 점점 ‘세상이야 어떻게 돌아가건 말건 내 알바  아니다‘라는 기분이드는 것이 아주 이상했다. - P149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우동이라는음식에는 뭐랄까, 인간의 지적 욕망을 마모시키는 요소가 들어 있는 것 같다.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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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을 듣고 보니 내가 정말 멕시코라는 나라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자꾸 들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나라는 인간이 잘못된 동기로 잘못된 장소에 와버린 잘못된 존재인 것만 같았다. - P54

‘멕시코라는 땅에 가보고 싶다‘는 바로 그 의지가 나를 이곳까지 데려다준 것이다.
하지만 그런 대답은(아무리 정직하고 성실한 대답이었다 치더라도) 아마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 P55

굳이 변명을 늘어놓자는 건 아니지만, 나의 인생이라는 것은(반드시 내 인생에 국한된 일은 아니지만 수많은 우연들이 산처럼쌓여 생겨난 것이다. 인생의 어떤 과정을 지나면 우리는 어느정도 산처럼 쌓인 우연성의 패턴을 소화시킬 수 있게 되며, 그패턴 속에 뭔가 개인적인 의미를 찾아낼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는, 만약 그렇게 하고 싶으면, 그것을 이유라고 이름 붙일 수도 있다. - P56

하지만 우리는 역시 근본적으로 우연성에 의해 지배되고 있으며, 우리가 그 우연성의 영역을 넘어설 수 없다는 기본적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 P56

그때 이후로 우리는 배낭 대신 쌤소나이트 여행 가방을 들고, 중형차를 렌트하고, 그럴 듯한 호텔에 숙박하고, 식사를 하고, 짐꾼이나 여종업원에게는 팁을 듬뿍 집어주는 중상류급여행을 하게 되었다.  - P59

여행안내서도 스파르타식 학생 취향의 ‘레쓰고‘  시리즈를 청산해버리고, <<미슐랭>> 같은 좀 더 일반적인 책을 들고 다녔다. 이런 변화를 인생의 대전환이라고 말할수도 있겠다. 타락이라고 말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 P59

하지만 어쨌든 마흔 고개를 넘어서, 적어도 여행하는 양식에 관해 이야기한다면 우리는 일단 성숙한 어른이 된 셈이었다. - P59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하루에 여섯 시간씩이나 전혀 뜻도 모르는 멕시코 노래를 계속 듣고 있자면, 제대로 된인간이라면 누구든지 머리가 이상해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 P64

나는 버스를 탈 때마다 그 버스의 카스테레오가 고장 나 있기를 하늘에 빌었다. 부처에게나 성모 마리아에게나 껫살꼬아뜰(Quetzalcóatl 고대 멕시코의 창조와 문명의 신, 옮긴이)에게나, 무엇에게든지 빌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카스테레오가 고장 난버스는 한 대도 없었다. 이것은 정말이지 멕시코에서는 기적적인 일이었다. 멕시코에서는 온갖 물건이 늘 고장이 잘 난다.
내가 탄 버스도 진짜 별별 고장이 다 나 있었다. 어떤 버스에서는 냉방 장치가 고장 나 있었다. - P65

제 기능을 하나도 발휘하지 못하는 계기판, 이런 건 고장 정도도 아니다. 진짜 속도계도 연료계도 모두 딱 멎은 채로였다. 그런데도, 그런데도 카스테레오만은 잘도 울리고 있었다. - P66

이 기묘한 나라에서는 모든 기계가 다 죽어도, 모든  이념과 혁명이다 죽어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카스테레오만은 절대 죽지 않는다. - P66

나는 마음을 비우고 멕시코 노래를 ‘원래부터 존재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 P66

무슨 이유에선지 나는 멕시코 버스의 카스테레오만은 절대죽지 않는다고 썼다. 하지만 이것은 말의 뉘앙스 같은 것이지, 멕시코 버스의 카스테레오가 죽지 않는 데는  그럴 만한 뚜렷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멕시코인 운전기사나 차장이 무엇보다도 멕시코 노래를 깊이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 P66

때로는 침묵이 필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 사람들에게 침묵이란 멕시코 노래로 빼곡히 메워져야만 하는 미완성의 공백을 의미하는 것이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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