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게 참 어렵습니다 시사IN 저널북 (SJB) 2
김영화 외 지음 / 시사IN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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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마지막 부분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든다. 미리 걱정하면서 살고 싶지 않았다고나 할까. 곱씹어 생각할 게 많다. 지금이라도 이 책을 만나 다행이라는 심정이지만 그렇다고 무거운 마음이 가벼워지진 않는구만... 다시 찬찬히 읽어야겠음.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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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게 참 어렵습니다』(9쪽)

프롤로그                          나경희

ㅡ우리 가족은 정말 운이 좋았다


할머니에게 이상이 생겼다는 걸 알아차린 사람은 엄마였다. 햇살이 잘 들어오는 방에서 할머니의 옷매무새를 다듬고 있던 엄마가 가족을 불러 모았다. 할머니의 눈자위가 누르스름했다. 여행을 떠나는 주말 아침이었다. 들떠 있는 손주들 앞에서 할머니는 황달일 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런가 봐요" 말하면서도 엄마는 고개를 갸웃했다.


    주말이 지나고 할머니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검사는 오래 걸렸다. 결과가 나오자 엄마와 아빠는 숨김없이 솔직하게 이야기해주었다. 손을 쓸 수 없는 췌장암 말기였다. 항암 요법을 받거나 수술을 해도 나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다. 10살이었던 나는 할머니를 '고쳐달라'고 울면서 떼를 썼다. 엄마는 그렇게 하기에는 할머니의 나이가 너무 많고 할머니가 받을 고통도 너무 클 거라고 말했다. 나는 침대에 누워서도 분에 못 이겨 씩씩거렸다. '할머니가 이 세상에 없을 거라는 생각만으로도 나는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내 고통은 알지도 못하면서.'


    할머니는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집에서 가족과 함꼐 남은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할머니의 몸은 천천히 느려졌다. 결국 부축 없이는 걷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우리는 충격을 받지 않았다. 할머니가 하루하루 약해지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그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할머니가 병원에 입원했다면, 그래서 우리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병문안을 갔다면 그때마다 급격하게 상태가 악화돼 있는 할머니의 모습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할머니와 부모님의 선택은 옳았다. 가족들에게도, 할머니 자신에게도 죄책감을 주지 않았다. 서로에게 지난 날을 정리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 의사가 예상했던 시간보다 6개월이 더 지나 할머니는 집에서 평온하게 눈을 감았다. 무척 슬펐지만 그뿐이었다. 아쉬움이나 분노 같은, 슬픔 이외의 마음은 들지 않았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그리고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취재를 하면서 비로소 알게 됐다.


    우리 가족은 운이 좋았다. 당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었던 엄마는 고령의 암 환자들이 병원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임종에 이르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첫 번째 행운이었다. 초ㆍ중학교에 다니고 있던 우리는 일찍 집에 돌아와 할머니를 돌봤다. 문방구고 놀이터고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학교만 끝나면 달리고 달려서 할머니 곁으로 돌아왔다. 할머니는 우리를 사랑했고 우리는 할머니를 사랑했다. 할머니가 수십 년간 살아온 집은 수십 년간 쌓여온 사랑이 가득한 공간이었다. 수술로 암이 치료될 가능성이 '조금' 있었다고 해도 할머니는 병원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두 번째 행운이었다.


    우리 가족은 정말 운이 좋았다. '운이 좋았다'고 거듭 말하는 건 그렇지 못한 가족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96년 집에서 사망한 사람이 전체 사망자의 63.2%, 병원에서 사망한 사람이 25.2%를 차지한다. 이 비율은 2003년을 기점으로 뒤바뀐다. 2019년 집에서 사망한 사람은 전체의 13.8%에 불과하고 병원에서 사망한 사람은 77.1%나 된다.


    꼭 집에서 죽어야만 좋은 죽음이라는 말은 아니다. 문제는 집을 대신할 수 있는 공간이 병원밖에 없다는 점이다. 병원은 효율적으로 사람을 살리는 게 목표인 공간이다. 질병과의 싸움에서 승리와 패배가 명확히 갈리는 곳이다. 비효율적이더라도 후회 없이, 미련 없이 어떻게 잘 죽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공간이다. 


    죽는 그 순간까지 후회를 걱정해야 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지친 몸과 마음은 얼마나 두렵고 쓸쓸할까. 모든 순간이 단 한 번뿐이지만 죽음은 정말이지 단 한 번뿐이다. 우리는 단 한 번 맞이할 죽음에 대해 좀 더 다양한 상상을 해야 하고, 좀 더 다양한 경험을 이야기해야 한다.


    취재를 하면서 깨닫게 된 사실이 또 하나 있다. 나는 엄마와 아빠를 할머니만큼 잘 보내드릴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나와 형제들은 타지에서 생활하고 있고, 명절 때나 서로 얼굴을 볼 뿐이다. 이제 부모님 집에는 엄마와 아빠의 쇠잔한 몸을 보완해줄 수 있는 장치가 하나씩 늘어가고 있다. 부엌 가스 밸브에 자동잠금 장치가 새로 달렸고, 욕실 슬리퍼는 미끄러지지 않는 고무 재질로 바뀌었다. 온갖 예방책에도 불구하고 생기게 될 돌봄 공백은 누가 채울 수 있을까.


    부모님의 죽음보다 더 자신 없는 건 나의 죽음이다. 내가 결혼을 하지 않는다면, 내게 함께 사는 사람이 없다면 노령의 나를 누가 부축해줄 수 있을까. 나는 할머니만큼 잘 떠날 수 있을까. 다행인 건 이 걱정을 나만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과연 잘 죽을 수 있을까. '죽음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 끝에 나온 결론이 책의 제목이 되었다. '죽는 게 참 어렵습니다.'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나의 죽음을 운에만 맡길 수는 없다.



*

'2019년 집에서 사망한 사람은 전체의 13.8%에 불과하고 병원에서 사망한 사람은 77.1%나 된다.'는 통계 자료에 놀랐다. 이런식이면 대부분 병원에서 죽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인가? (통계청 자료 검색해보니 2023년 '사망 장소별 사망자 수 비중은 의료기관(병의원, 요양병원 등) 75.4%, 주택 15.5%, 기타(사회복지시설, 산업장, 도로 등) 9.1%임') 와아. 정신 든다. 번쩍 번쩍. 집에서 죽는 게 이렇게나 어려운 일이었다니. 절대 공감,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나의 죽음을 운에만 맡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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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4-04-11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공감합니다. 오늘날 죽음은 병원에서... 때로는 최악의 경우 독립된 공간도 아닌 곳 커튼을 치고. 그렇게 갑니다. 많은 생각이 지나가네요.

잘잘라 2024-04-11 13:24   좋아요 0 | URL
집에서 죽고 싶습니다. 죽기 좋은 집을 짓고 싶어요. 정신 들게 해 준 말들이 고마운 책입니다.
 
불변의 법칙 - 절대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23가지 이야기
모건 하우절 지음, 이수경 옮김 / 서삼독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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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열 아홉 번쯤 살아본 사람이 쓴 책 같다.
책을 읽은 나도 최소한 한 번은 다시 시작할 수 있으리라.
뜻밖의 위로를 얻는다.
배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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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 후쿠로의 단순한 제스처 드로잉 - 10%의 힘만으로 그리는 도형화·인체 드로잉
사토 후쿠로 지음, 김재훈 옮김 / 잉크잼(잼스푼)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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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p.)저자소개

도쿄 가쓰시카 출신으로, 1982년 1월 18일생입니다.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을 시작했고, 그해 일러스트레이터 겸 만화가로 독립했습니다. 그전까지는 이바라키 공업고등전문학교를 3학년 때 중퇴한 후에 총무 사무직, 공장 근무직, IT 관련 영업직, 앤티크 가구 창고 관리직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쳤죠.


2021년 4월부터 교토 예술대학 객원교수로 재직 중이며 온라인, 오프라인 강좌를 통해 학생부터 프로까지 제스처 드로잉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 코스도 담당하고 있죠. 또한 제스처 드로잉과 함께 '그림으로 표현하기'를 중심으로 각종 테마의 세미나를 종종 개최하면서, 다양한 형태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법과 관련한 정보도 전하고 있답니다.


좋아하는 건 곤충으로, 특히 하늘소를 좋아합니다. 식충식물, 광석, 열대식물 등 식물 전반에 흥미가 있죠. 손에 굳은살이 있는 사람을 동경합니다. 저는 굳은살이 전혀 생기지 않거든요. 


♥나와 공통점 세 가지 발견

1. 개띠

2. 사무직, 영업직, 관리직.. 다양한 직업을 거침

3. 손에 굳은살이 있는 사람을 동경함


기념으로 책 구입.

흐흐흐.

책을 사다가,

굿즈를 사다가,

굿즈를 갖고 싶어 책을 사다가,

다시 책을 산다.

굿즈용 책을 산다.

오늘의 통찰 모먼트

책=굿즈

굿즈 중의 굿즈

책 책 책





내 안의 ‘즐거워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소중히 여겨보세요. - P8

-사람을 그려봤어!
-이야, 죽이네!
-이번엔 이 사람의 움직임과 감정이 궁금한데?
-움직인다고? 감정이라고?
-그래, 정했다! 나는 너를 웃게 해줄거야!

‘흐믓해한다‘
‘기뻐한다‘
‘지쳐 보인다‘
‘집중하고 있다‘
이런 사람을 발견한다면 잘 그릴 수 있을까요?
그 사람을 보고 느낀 인상을 ‘어떻게 해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끄적여 보세요. - P9

ㆍ뉘앙스
ㆍ분위기
ㆍ현장감
말로는 어떻게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 반대로 말하자면 그림이 아니고선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 - P10

비주얼: 시각적 요소로
스토리: 이야기를
텔링: 말한다 - P11

8가지 공부법
제스처 드로잉
카페 스케치
필름 스터디
풍경 스케치
자료를 참고해 만든 단편
히어로 포즈
25가지 표정 챌린지
스토리보드
... 모든 드로잉 방법의 기본에는 제스처 드로잉의 원리가 깔려 있습니다. - P14

제스처 드로잉이란?
제스처 드로잉에는 다양한 정의와 방법론이 있습니다.
다만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죠.
ㆍ사람의 전신을 러프로 그린다.
ㆍ짧은 시간에 잡아낸다.
ㆍ선화로 표현한다.

제 나름대로 이해한 내용을 적어 보자면,
제스처 드로잉이란 ‘동작과 감정을 그래 내는 아이디어 스케치‘입니다.
또한 제스처 드로잉은 여행과 비슷합니다.
그려나가는 동안 탐색과 발견을 즐기는 여행이죠.
솔직히 말하자면, 단번에 이해하거나 내 것으로 만들려는 마음보다는 느긋하게 즐겼으면 좋겠어요. - P16

제스처 드로잉을 계속하면 뭐가 좋을까?
① 전신 그리기가 당연해진다!
② 러프를 빠르게 그릴 수 있다! 5분 안에도 가능해!
③ 다시 그리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④ 그림의 허들이 낮아진다! 어디서든 그릴 수 있어!
⑤ 인상을 포착하는 습관이 생긴다! 위화감 없이 전달할 수 있으면 돼!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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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심리 공부 - 마음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기초 지식 365 하루 한 공부
신고은 지음 / 유유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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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으로 읽다가 종이책을 주문했다. 종이책인데 페이지 수가 없다. 여백이 좁아서 메모하기도 어렵다. 반품할 정도는 아니지만 낯설고 어색한 편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 심리 공부』 강력 추천! 내 마음 알아보는 데 더없이 좋은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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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4-03-22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자책이 편리해서 좋은 점이 있는데, 가끔은 종이책이 좋을 때도 있는 것 같아요.
잘잘라님,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잘잘라 2024-03-28 08:34   좋아요 1 | URL
이 책을 마지막으로 밀리의서재 구독을 중지했어요.
밀리의서재에서 읽다가 종이책 구입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요.
배보다 배꼽이 커졌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저는 언제나 종이책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