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우렌티우스 발라Laurentius Valla, 1407~1457)
그는 언어를 올바로 사용하는 것이 소통과 문화 변용을 위한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했고,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라틴어의 고상함에 대하여』라는 책을 씁니다. 그는 이 책에서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올바른 방법이 모든 표현의 기초가 되고, 그것이 참다운 지적 체계를 형성한다고 말합니다. 이를 위해 라틴어 사용의 지향점과 그간 잘못 사용되어왔던 라틴어 문법을 정리하고, 소통의 중요한 도구로서 언어의 고상함에 대해 설파합니다. - P44

저는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한국어가 참 거칠다고 느꼈어요. 연장자는 나이 어린 사람을 쉽게 하대합니다. 혹은 나이보다도 계급에따라 말의 태도가 달라져요. 한국 사회에서는 이런 언어 사용이 당연히 여겨지는데 이런 언어 태도에 불쾌했던 적이 꽤 있습니다. 아마 다들 비슷한 경험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에 비해 라틴어는기본적으로 상대가 누구든지 간에 내려다보지 않습니다. 수평성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죠.

과거 로마가 스페인을 정복하고, 북아프리카를 정복해 식민지로 삼았지만 스페인이나 북아프리카 사람들은 로마에 지배당한다고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로마는 식민지 출신의 사람들 중 우수한 인재들을 사회 전반에 기용했고, 이들은 로마 제국의 경영, 경제 군사 분야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언어는 사고의 틀입니다.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 수평성을 가지고 있는 라틴어가 로마인들의 사고와 태도의 근간이 되었을 겁니다. - P45

또 한 가지 더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발라가 말한 라틴어의 ‘올바른 사용‘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그는 책에서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올바른 방법이 모든 표현의 기초가 되고, 그것이 참다운 지적 체계를 형성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한글을 빨리 깨쳐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른 나이에 외국어 교육도 받게 합니다. 하지만 자기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는 방법을 잘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러니 타인의 생각 또한 이해할 수 없고, 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어요.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을 밀어붙이느라 바쁘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화부터 내는, 서로 저마다 다른 말을 하는 광경을 주위에서 자주 봅니다. 그것은 결국 외국어의 문제로 확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모국어로 안 되는 건 외국어로도 안 됩니다. 게다가 모든 언어 공부가 결국 시험으로 귀결됩니다. ‘언어‘를 알기는 아는데 그 언어를 ‘제대로 쓸 줄‘은 모른다고 해야 할까요? - P46

저는 소통의 도구로서의 언어는 배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배가 항구에 정박되었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항구를 떠나 먼 바다로 나가면 크고 작은 문제가 일어나기 시작해요. 어쩌면 그것은 배가 지나간 자리에 생기는 물거품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배와 배가 나아가는 방향을 보아야 하는데 물거품을 보는 데서 생기는 문제라는 것이죠. 이는 정작 메시지를 읽지 않고 그 파장에 집중하는 것과 같아요. 그래서 오해가 쌓이고 소통이 되지 않는 것이 아닐까요? - P46

결국 발라가 말한 ‘라틴어의 고상함‘은 라틴어가 문학적으로, 혹은 언어적으로 뛰어나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언어를 제대로 잘 사용할 때에 타안과 올바른 소통이 가능한데, 라틴어가 바로 그런 언어라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몇 개 국어를 하는가, 어려운 외국어를 할 줄 아는가가 대단한 게 아닙니다.
외국어로 유창하게 말할 줄 알지만 타인의 이야기를 듣지 못하는유명 인사의 강변보다 몇 마디 단어로도 소통할 줄 아는 어린 아이들의 대화 속에서 언어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종종 생각합니다. 나는 고상한 언어를 구사하고 있을까 하고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여러분의 언어 속에서 고상함을 발견하고있나요?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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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바람직하지 못한 감정을 없애기 위해 과식, 알코올 및 약물 남용, 과도한 노동, 심한 운동, 직장에서의 성취 추구, 재정적인 성공 추구 등을 택합니다. 위로받을 곳이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중독에 빠지기 쉽습니다.

알코올이나 담배 중독과 같이 몸을 혹사시키는 경우를 볼 때는 더욱 안타깝습니다.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같은 일상적인 중독도 많이 있지요. 

만약 이런 상황이라면 새로운 활동을 접하려는 시도를 통해 중독 상황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 P112

호스피스에서 죽음을 앞둔 이들을 대상으로 미술치료를 하다 보면 공통된 특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삶을 정리하려는 의지가 강하게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가족 내 불화가 있었던 사람이라면 평소에 그리지 않았던 것을 표현하면서 관계 회복의 욕구를 나타냅니다. - P127

모딜리아니는 대부분의 인물화에서 본인뿐만 아니라 모델들의 눈동자도 그리지 않았습니다. 잔이 그 이유를 묻자, 모딜리아니는 영혼을 알아야 눈동자를 그릴 수 있다고 답합니다. 모딜리아니는 잔과 결혼서약을 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잔의 초상화에 처음으로 눈동자를그려넣었습니다. 왼쪽 그림은 잔의 눈동자를 그린 첫 그림입니다. 모딜리아니가 잔의 영혼도 사랑하게 되었다는 뜻이겠죠. 이 초상화를 보니 잔은 도도하고 강한 여인이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난 때문에 잔이 친정으로 가게 되어 둘은 생이별하게 됩니다. 모딜리아니는 아이와 잔을 몹시 보고 싶어 했지만 잔의 부모님이 가로막아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얼마 뒤 모딜리아니는 결핵성 뇌막염으로 죽음을 맞습니다. 모딜리아니는 잔에게 "천국에서도 나의모델이 되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 P131

다시 「물랭루주」를 봅시다. 더욱 성숙한 로트레크는 사선 구도의 남자들 사이에 자신을 배치함으로써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면서 자기 강화를 했을 것입니다. 

사람들과 친숙한 관계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서로를 드러내는 자기 노출입니다. 

자기 노출은 자신의 내적 감정과 의견을 표현하는 기능, 표현을 통해 애매한 것을 명료하게 정리하는 기능, 상대방의 반응을 통해 자기의 의견에 대해 평가와 조정을 하는 기능, 스스로 노출의 정도를 조절함으로써 상대방과의 관계를 통제하는 기능 등을 지닙니다. 

자기 노출은 상대방에게 호응을 요구하고 호응이 있을 경우 관계는 친숙해지죠. 이 과정이 상대방에게 이해와 연민을 일으켜서 관심과 배려로 이어지면 서로 신뢰를 쌓고 정서적인 유대감을 만들어냅니다.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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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사람들은 식물들에 대한 그리움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해요.

수렵 생활을 하던 아주아주 오래 전부터 식물과 함께 지내 왔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우리가 산이나 들판에나가 꽃과 식물들을 만나면 즐겁고 행복해지는 거라고 합니다.

......
감수자 심재헌 (경상북도 환경연수원 교수 팀장) - P10

달콤한 사탕이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상상을 해 본 적 있나요? (......) 동아시아에 그런 나무가 실제로 있답니다. 바로 포도처럼 아주 달콤한 열매가 열리는 ‘헛개나무(이탤릭체로 Hovenia dulcis)‘지요 - P12

바이올린을 만드는 사람들은 헛개나무를 ‘악기를 만드는 나무‘라고 부르기도 해요. 헛개나무의 불그스레한 목재로 악기를 만들면 빛깔이 우아할 뿐만 아니라, 소리도 아름답기 때문이지요. - P12

헛개나무의 씨앗은 심기만 하면 절 자라는 편이지만, 꽃은 5년이 지나야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이 나무는 참을성이 많아 오랫동안 기다릴 수 있는 사람만이 재배할 수 있지요. - P13

헛개나무처럼 사탕이 열리는 나무가 있는가 하면, 소시지가 열리는 나무도있어요. 소시지나무(이탤릭체 Kiegelia pinnata)는 아프리카에서 주로 자라지요.

소시지나무는 헛개나무처럼 집에서 키우기는 어려워요. 한번 떨어지면 자동차가 찌그러질 정도로 크고 무거운 소시지가 열리거든요. 

소시지나무는 커다란 자주색 꽃이 피어요. 그럼 달콤한 꿀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박쥐와 새들이 날아와 꽃가루받이를 도와주지요. 

꽃가루받이가 성공하면 소시지 모양의 열매가 열리고 50센티미터까지 자란답니다. 이 열매는 자라면서 점점 딱딱해지기 때문에 만약 소시지 나무의 씨앗을 얻으려면 아주 커다란 톱이나 도끼가 필요할 거예요.

소시지나무의 열매는 겉으로 보기에만 소시지 모양일 뿐 아쉽게도 먹을 수는 없어요. 

하지만 원주민들의 집안 살림에는 꽤 도움이 된답니다. 병이나 그릇으로 이용하기도 하고 약 혹은 샴푸로도 사용하거든요. 또 싸움터에 나가려고 몸에 그림을 그릴 때 물감으로도 쓴다고 해요. 

아프리카 말라위에서는 소시지 나무로 실로폰을 만들고,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소시지 나무의 열매로 마라카스 같은 리듬악기를 만들기도 한답니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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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 공간에 남은 삶의 흔적』

초판1쇄 2014년 6월 20일
지은이 정기호
펴낸곳 도서출판 집




고궁의 정전과 내전을 비롯해 각기 다른 역할을 가진 전각들, 전통마을에서 만나는 고택과 정자⋯⋯ 이들은 그 자리에 저 혼자 있었던 게 아닙니다. 건축을 둘러싸고 있는 외부환경과 매우 밀접하게 관계 맺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경관‘이라고 합니다. - P7

1970년대와 1980년대, 건설 붐이 일던 시절에는 댐 건설이나 개발을위해 수몰되어야 하거나 개발이 예정되어 있는 곳의 중요한 문화재들을 그모습 그대로 안전한 곳에 옮겨놓곤 했습니다. 문화재 보존 차원에서 많은 돈과 노력을 들인 겁니다만 몸은 빠져 나왔는데 정신은 거기 두고 온 셈입니다. - P8

처음 이걸 시작할 때는 거저먹는 일로 생각했습니다. 사진을 설명하고 거기서 있었던 일들을 기억해 내며 있는 그대로 손 가는 대로 서술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참 부지런히 찾아다니고 기록했음에도 3년이 넘어갔습니다. - P9

경관을 전공하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경관론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경관의 변화입니다. 

경관은 공간에 남은 삶의 흔적입니다. 경관은 우리 일상 환경의 변화, 특히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합니다. 역사적·전통적 대상에서 그들의 변화를 찾아가 보는 일은 그래서 참 매력 있는 일입니다.

사진에 담겨 있거나 사진의 장소에 이르기까지 뒷이야기도 소홀히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사진 한 장에 깊이 들어간 이야기도 있습니다. 사진에 붙인 기억나는 이야기들이라 여겨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독일인 교수님의 사진을 통해 들여다 본 1980년대 우리의이야기이며, 오늘날 우리에게 다가오는 우리의 ‘지난 옛이야기‘입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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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정원을 거닐다』

1판1쇄 2013년 7월 13일
1판4쇄 2016년 9월 2일

지은이 정기호 최종희 김도훈 이준규 윤호병
펴낸곳 (주)글항아리


형광펜으로 빡빡 줄 쳐 가며 읽고 싶어서 주문해야겠다.
서양 조경사 공부에 도움된다. 엄청

유럽의 정원은

빌라 아드리아나의 로마 황제 정원이나 
폼페이 발굴 유적에서 나타나는 고대 로마의 일반 민가 정원도 있지만,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정원은 
15세기 이탈리아에 르네상스가 일어나면서 등장한 
피렌체 일원의 빌라정원에서 비롯되었습니다. 

16세기 무렵의 로마와 
로마캄파냐 지역 추기경들의 
빌라정원에서 활짝 꽃피운 
이탈리아 르네상스 정원은 
음으로 양으로 
알프스 이북 유럽 각국의 정원 양식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 P4

그리하여 프랑스 절대왕정 시대의 17세기 바로크 정원이 발전했고, 영국의 의회정치 이념과 어우러지면서18세기 자연풍경식 정원으로 펼쳐졌죠. 

프랑스대혁명과 나폴레옹 시대를 지나 19세기에 이르면 유럽은 이전의 귀족 중심 사회를 탈피해 시민이나 대중에게로 힘이 옮겨갑니다. 

바로 여기서 공공을 위한 정원이 조성됩니다. 
오늘날 우리가 매일같이 거니는 공원이라는 이름의 전례가 되는 셈이죠. 

파리의 여러 숲과 공원이라 이름 붙여진 곳들이 그런 경우입니다. 

특히 도시녹지가 체계적으로 정착하던 19세기의 독일 베를린 포츠담 일원의 사례는 도시녹지 계통의 대표적인예로 꼽을 수 있습니다.

유럽 전역에 시민 사회가 정착하던 즈음, 왕이나 상류사회의 전유물로 여겨져오던 정원은 서서히 시민계급에 뿌리내렸습니다. 시민사회가 활기를 띤 것과 더불어 산업혁명과 과학기술의 발달, 그리고 유리세 폐지로 온실과 정원 관리를 위한 시설이 늘면서 대중화된 것이 큰 몫을 했죠.

뭐니 뭐니 해도 19세기 중반의 코티지 가든, 아트 앤 크라프트 운동과 함께 일어나 오늘날까지 큰 영향을 미치는 영국의 정원운동에 주목할 만합니다. - P5

ㅡ이탈리아 빌라정원에 대해 공부했기에 그곳 정원들에 대한 남다른 애착이 있을 텐데, 정원을 본 첫인상도 산마르코 광장에 끌렸던 느낌과 비슷했나요?

ㅡ학위논문이 걸려 있어 정원 답사를 아주 치열하게 다녔는데, 이때「이탈리아 빌라와 정원Italian villas and gardens」이란 책이 중요한 지침서가 됐어요. 이 책은 이탈리아 정원 하나하나를 정원 소유주가 직접 집필하거나, 대담을 통해 연구자들이 정리해 짜임새가 훌륭해요. - P14

이 책의 저자는 정원에 대한 접슨 방법으로, 찰스무어가 『정원의 시학Poetics of the Gardens』에서 정원을 보는 기본 시각으로 기준 삼았던 
세팅컬렉션Setting-Collection, 
즉 지형경관/공간 요소를 축으로 삼아 
AWPO, 즉 건축물(A), 수공간(W), 식물(P), 점경물(O) 등의 요소들을 분절해 표현 해설하고 있어요. 

당시 이런 시각은 저에게 매우 신선했죠. 이탈리아 정원사가들과 다른 나라 정원사가들이 이탈리아 르네상스 정원을 보는 시각은 상당히 다른 듯해요.

ㅡ그런 시각 차는 이탈리아를 이해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될까요?

ㅡ외국인 입장에서는 라치오, 토스카나, 북부 이탈리아 등 지역별로 나누어 접근하는 게 일반적이죠. 앞서 언급한 책에서도 그렇게 다뤘어요. 반면 이탈리아 정원사가들은 ‘도입기-정착기-확산기‘ 등으로 구별해요. 제가 학위논문에서 다뤘던 방식이기도 합니다. 

지금으로서는 가령 빌라 감베라이아Villa Gamberaia를 이탈리아적 색채가 가장 짙은 정원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습니다. 역사정원의 원형을 유지하고있는가라는 잣대를 들이대면 학술적으로 그리 높게 평가되진 않지만요. 그렇지만 여행자들이 볼 때는 이탈리아적 모습이 물씬 배어남을 느낄 수 있어요.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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