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하지 않는다.

˝오늘 몇 잔 팔았어?˝는 질문이 아니다.
˝오늘 얼마 벌었어?˝는 질문이 아니고, 관심도 아니고, 대화도 아니고, 차라리 그냥 아무 것도 아니면 좋겠는 그 무엇이다.

제발 쫌..


소피아가 할머니에게 하늘나라가 어떻게 생겼느냐고 묻자, 할머니는 저기 저 풀밭 같을지도 모른다고 대답했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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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세 가지를
할 수 있어야만 하지.
유한한 생명을 사랑하기,
자신의 삶이 그것에 달려 있음을
알고 그걸 끌어안기,
그리고 놓아줄 때가 되면
놓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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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 디자인이 뭔지 궁금해서 읽은 책.
아하!
궁금증을 다 풀었다.
하하하 깔깔깔 웃으면서 시원하게!

나는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아는 사람이 좋다. 참 좋다. 알기만 해도 좋은데 남에게 잘 가르쳐주기까지 하는 사람은 정말 좋아 죽는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잘 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좋다.
이제 내가 하는 일을 남에게 잘 가르치고 싶다. 그렇게 하는 내 자신을 무지막지하게 좋아하고 아끼고 그러고 살고 싶다.

그러자니 글쓰기를 배워야겠고,
그러자니 글을 써야한다.

글쓰기는 글쓰기로만 배울 수 있다!









네가 원래 모르던 걸 내가 말해줄 수는 없어.
하지만 몇 가지를 명확하게 정리해주고 싶어.
-고등학교 때 내 친구였던 조 페라라(Joe Ferrara) - P2

나는 내가 하는 일이 참 좋다. 나는 사용성 컨설턴트로 일한다. 내가 하는 일은 이렇다.

사람들(‘고객들‘)은 자신이 작업하던 것을 내게 보낸다. 내가 그들에게 받은 것은 새로운 웹 사이트의 디자인이나 재설계하고 있는 사이트의 주소, 아니면 앱의 프로토타입일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받은 것으로 사용자에게 필요한 것, 혹은 사용자가 하고 싶어 할 만한 것을 수행해본다.

그리고 사용자의 작업이 막힐 법한 부분, 사용자가 헷갈릴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기록한다. 이를 ‘전문가 사용성 리뷰‘라 한다.

어떨 때는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모습을 관찰하며 그들이 어디에서 막히는지, 어디에서 혼란스러워 하는지 기록한다. 이를 ‘사용성 평가‘라 한다. - 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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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아침이다. 주차장에 들어서서 빈 칸을 찾는데 넓은 자리가 눈에 띈다. 양쪽 다 경차다. 마침 오른쪽 차가 깜박깜박, 누군가 걸어 나온다. 아 얼른 나부터 대야겠다 하고 서두르다 보니 뭔가 삐딱하다. 앞으로 뺐다가 다시 넣다가 보니, 아까 걸어나오던 사람이 왼쪽 차 앞에서 당황한 표정으로 리모컨 키를 누르고 있다. 아무리 눌러도 반응이 없자 차 안을 들여다 보고 다시 누르고 급기야 수동으로 열쇠를 넣어 돌리는데도 문은 열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창문을 내리고 ˝저기요, 이쪽 차가 깜박깜박 하던데요?˝ 하며 오른쪽 차를 가리켰다.

˝앗! 죄송합니다!˝

˝아니 뭐 저한테 죄송할 일은 아니고, 저도 그런 적 있어요.˝

˝핫핫핫 죄송합니다.˝

핫핫핫
핫핫핫핫
아이고 두 번 당황하셨네.
‘당황 + 당황 = 죄송‘인가?
‘당황 + 당황 = 민망‘이겠구나.
‘당황 + 당황 = 민망하지만 아무튼 감사‘까지 하는 사람은 드물다.
감사도 훈련이란 말이 생각났다.
열심 살자!

‘그러니까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을 줬더니 기분이 좋다는 거고, 다른 사람의 민망함에 대해서는 더 말 할 필요가 없다‘............아? 아니다. 내가 그냥 차 대고 그 자리를 떠났으면 결국 스스로 자신의 착각을 알아차렸을 텐데? 그럼 혼자 머쓱하고 말았을 일인데? 아이쿠. 이거 제가 죄송합니다. 괜한 참견을 했네요.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 그래도 아무튼 기분 좋은 아침인 걸로! 왜냐면, 내가 앉은 여기 지금 무척 아늑하고 독립된 공간이라서. 왜냐면 손님이 하나도 없어서. 지나다니는 사람도 하나 없구만. 혼자 커피 마시기 좋은 시간! 벌컥벌컥 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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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p.)손님방은 나중에 추가로 지었기 때문에 모양이 아주 독특했다. 집 뒷벽에 딱 붙어 있었는데, 타르칠이 된 안쪽 벽에 그물과 아이볼트와 밧줄, 그리고 늘 그 자리에 있는 다른 필요한 물건들이 걸려 있었다. 천장은 지붕의 연장선이었기 때문에 아주 삐딱했고, 집을 받치고 있는 바위가 이전에 늪이 있었던 곳으로 기울어졌기 때문에 방은 나무 기둥 위에 지어졌다. 바깥에 소나무가 자라고 있어서, 손님방은 침대보다 아주 조금밖에 더 길쭉하지 않았다. 그 방은 달리 말하면 푸르게 회칠이 된 아주 짧은 복도에 지나지 않았고, 한쪽 끝에는 문과 못 상자가, 반대쪽에는 지나치게 큰 창문이 있었다.창문은 어딘가에서 안 쓰고 남은 물건이기 때문에 그렇게 컸고, 왼쪽은 기울어진 지붕 때문에 구석을 잘라 냈다. 하얀 침대는 푸른색과 금색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손님방 밑에는 콜타르와 석유와 목재용 방부재가 들어 있는 통들, 빈 상자, 삽과 쇠 지렛대 그리고 생선 상자와 버리기 아까운 온갖 물건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손님방은 아늑하고 독립된 장소였고, 그 밖의 자잘한 것에 대해서는 별로 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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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베 얀손에게 배운다. 글쓰기를 배운다. 글쓰기는 글쓰기로만 배울 수 있다. 토베 얀손처럼 쓰고 싶다. 토베 얀손은 능청맞고, 섬세하고, 생각이 있고, 성실하고, 재미있다.

손님방에 대해 저렇게 시시콜콜 말해놓고는 마지막에 ‘그러니까 손님방은 아늑하고 독립된 장소였고, 그 밖의 자잘한 것에 대해서는 별로 말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진짜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손님방이 아늑하고 독립된 장소라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손님방에 대해서 시시콜콜, 자잘한 것까지 다 말하고 싶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을 즐겼을 거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에 저런 한 마디를 추가하기 위해서, 저런 능청스런 표정을 한 번 지어내기 위해서 꼭 필요한 작업이었을 테니까.

마지막에 웃기 위해 오늘도 꼭 필요한 시간이라 믿는다.










손님방은 나중에 추가로 지었기 때문에 모양이 아주 독특했다. 집 뒷벽에 딱 붙어 있었는데, 타르칠이 된 안쪽 벽에 그물과 아이볼트와 밧줄, 그리고 늘 그 자리에 있는 다른 필요한 물건들이 걸려 있었다. 천장은 지붕의 연장선이었기 때문에 아주 삐딱했고, 집을 받치고 있는 바위가 이전에 늪이 있었던 곳으로 기울어졌기 때문에 방은 나무 기둥 위에 지어졌다. 바깥에 소나무가 자라고 있어서, 손님방은 침대보다 아주 조금밖에 더 길쭉하지 않았다. 그 방은 달리 말하면 푸르게 회칠이 된 아주 짧은 복도에 지나지 않았고, 한쪽 끝에는 문과 못 상자가, 반대쪽에는 지나치게 큰 창문이 있었다.창문은 어딘가에서 안 쓰고 남은 물건이기 때문에 그렇게 컸고, 왼쪽은 기울어진 지붕 때문에 구석을 잘라 냈다. 하얀 침대는 푸른색과 금색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손님방 밑에는 콜타르와 석유와 목재용 방부재가 들어 있는 통들, 빈 상자, 삽과 쇠 지렛대 그리고 생선 상자와 버리기 아까운 온갖 물건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손님방은 아늑하고 독립된 장소였고, 그 밖의 자잘한 것에 대해서는 별로 말할 필요가 없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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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0-26 16: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우연히 비슷한 자리에 같은 모양 차가 있었던거네요. 그 사이에 우리 잘잘라님이 딱 가려주시고.... ㅎㅎ
가끔 이런 일로 또 웃는게 우리 일상의 기쁨이죠. 잘잘라님 요즘 토베 얀손에게 확 꽂히셧네요. 즐거운 독서가 즐거운 글쓰기로 이어지길요. ^^

잘잘라 2022-10-26 18:50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당~ ㅎ 같은 차종 같은 색 차가 한 칸 걸러 나란히 서 있었어요. 제가 중간에 똭ㅎㅎ.. 그 분도 나중에 돌이켜 생각하면서 하하하 웃으셨을 것 같아요. ^^ 바람돌이 님 감사합니다^___^
 
다락방의 미친 여자
샌드라 길버트.수전 구바 지음, 박오복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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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에 '보급판 서문'을 쓴 작가, 문학연구가 리사 아피냐네시는 '젠더에 상관없이' 이 책을 추천한다고 했다. 

2022년에 이 책을 산 독자, 잘잘라 식으로 한마디 하자면, 젠더고 뭐고 상관없이, 부자고 아니고 상관없이, 집이 있고 없고 상관없이, 다락방에 갇혔고 말고 상관없이, 주식을 샀고 팔았고 상관없이, 밥을 먹었고 안 먹었고 상관없이, 나를 알고 모르고 상관없이, 여기서 가깝고 멀고 상관없이, 밤이고 낮이고 상관없이, 날씨가 춥고 덥고 상관없이, 비가 오고 말고 상관없이, 바람이 불고 말고 상관없이, 달이 뜨고 말고 상관없이, 산에 오르고 안 오르고 상관없이, 낙엽이 지고 말고 상관없이, 꽃이 피고 말고 상관없이, 새가 울고 말고 상관없이, 파도가 치고 말고 상관없이, 별이 빛나고 안 빛나고 상관없이, 드라마가 끝나고 말고 상관없이, 음악이 있고 없고 상관없이, 주위가 시끄럽고 말고 상관없이, 잠이 오고 말고 상관없이, 기분이 좋고 말고 상관없이, 손님이 있고 없고 상관없이, 약속이 있고 없고 상관없이, 고양이를 기르고 안 기르고 상관없이, 심지어 책을 읽고 안 읽고 상관없이, 이 책을 추천합니다. 

이전에는 아무도 19세기의 다양한 여성 작가들을 한 권의 방대한 책으로 펴낸 적이 없었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제인 오스틴의 『노생거 사원』과, 또는 더 과격하게 밀턴의 『실낙원』과 나란히 놓는다는 것은 정전에 대한 예의를 통쾌하게 깨는 시도였다. 누구도 위대한 남성 작가들과 비교해 자신들을 ‘이류‘로 경험한 19세기 여성 작가들을 그렇게 박학다식하고 광범위하게 연결시킨 적이 없었다. - P12

제인 오스틴,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 브론테 자매, 조지 앨리엇, 크리스티나 로세티, 에밀리 디킨슨은 소설과 시를 써서 자신들을 옥죄는 범주에 도전했다. 그들은 샬럿 브론테가 『제인 에어』에서 말했던 ‘우리가 아무리 애써도 닿을 수도 불평할 수도 없고, 단지 그것에 대해 너무 자주 생각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받는 악‘을 알고 있었다. - P13

거의 동시대를 살았던 미국의 위대한 두 시인, 월트 휘트먼과 에밀리 디킨슨의 궤적 비교는 길버트와 구바에게 19세기 후반 남녀 시인의 차이를 뽑아낼 수 있는 풍요로운 영역이었다. ‘나는 거대하고 나는 군중을 품는다‘라는 시로 확장해갔고 ‘나 자신을 축하하며 나 자신을 노래할‘ 수 있었으며 『풀잎』의 모든 개정판에서 확신에 차 자신의 이미지를 재생산했던 휘트먼과 대조적으로, 에밀리 디킨슨은 자아 망각의 과정을 밟아나갔다. 점점 더 작은 공간을 차지하고, 거의 먹지 않으며, 방 하나에 자신을 가둔 채 사람을 점점 더 멀리했다. 1861년에 그녀는 ‘나는 아무도 아니다!‘라고 썼다. - P17

그러므로 친애하는 독자여, 젠더에 상관없이 나는 이 책을 그대들에게 추천하노라.
(2020)

/보급판 서문_리사 아피냐네시(작가, 문학연구가)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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