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버지는 슈퍼마켓에서 천문학을 다룬 얇은 책 한 권을 사주었다. 나는 책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읽었고 내용을 통째로 외웠다. 내 기억에 그날부터 천문학에 푹 빠져든 것 같다. 이후 아버지의 직장 동료가 『하늘과 우주』(Ciel et Espace)라는 잡지를 선물했다. 그로써 아주 오래 지속될 하나의 시기가 시작되었다. 처음 몇 달 동안 나는 잡지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잡지를 앞표지 왼쪽 맨 윗줄부터 뒤표지 오른쪽 맨 아래에 있는 글자까지, 광고는 물론 바코드까지 죄다 외웠다. 그러고 나서야 난 외우지 않고도 잡지를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참 후에는 잡지를 처음부터가 아니라 특정 부분(예를 들어 16쪽에 있는 기사)부터 읽기 시작해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끝으로, 나는 기사와 광고의 차이를 이해했다. 물론 이 과정은 아주 천천히 진행되었다.

『하늘과 우주』는 내 개성을 창조하는 도구일 뿐만 아니라 사회화 수단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간접적인 사회화였다. 애호가들이 보는 잡지에는 실존 인물 정보, 그들이 조직하는 행사, 모임과 이벤트 날짜, 애호가들의 만남 그리고 행사 이후 기사 등이 실리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나는 사람들이 서로 만나길 좋아하고, 구성원 안에서 통용되는 특수한 용어를 사용하며, 모든 만남은 일종의 의식을 닮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난 다른 경우였다면 무척 지루하게 여겼을 법한 사회적 관례를 간접적으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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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웨인 짱!
짱 마크 트웨인 산문을 번역하고 엮어준 정소영 번역가, 영문학자, 교수님 짱!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아야진길에 있는 출판사 온다프레스 짱!
내돈내산에 열독에 필사까지 계획중인 잘잘랄라 짱짱짱!


도덕 관념은 무엇이 옳은지를 우리에게 가르쳐주지만, 다수의 입장이 아닐 경우 그것을 어떻게 회피할지도 가르쳐준다. - P140

그런 용맹한 사람을 어디에서 구해야 할까? 정말이지 그게 어려운 일이다. - P142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안되겠다. 그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 우리에게는 도덕적으로 용맹한 사람들의 재고가 충분하지 않다. 도덕적 용기라는 자질이 다 떨어졌다. 극심한 궁핍에 처해 있는 것이다. 저 아래 남부에 보안관 두 명이 있는데ㅡ아니, 관두자. 그걸로 어떻게 해볼 수도 없으니. 그 사람들은 자기 지역에 남아 그곳 일을 챙겨야 하니까 말이다.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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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는 환상의 섬
저널리즘이라는 환장의 거리
격언이라는 마법의 땅
침묵이라는 메마른 기침
농담이라는 사치기 사치기 사뽀뽀
합창이라는 전설
춤이라는 기적
책이라는 뽕
너라는 거짓말
우리라는 미친
나라는
나,라는
말장난

시간은 간다
오늘이 저문다
내일이라는 믿음의 활화산
끓어오른다




시와 저널리즘 사이 어딘가에 격언이라는 마법의 땅이 있다고 생각한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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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하지 않는다.

˝오늘 몇 잔 팔았어?˝는 질문이 아니다.
˝오늘 얼마 벌었어?˝는 질문이 아니고, 관심도 아니고, 대화도 아니고, 차라리 그냥 아무 것도 아니면 좋겠는 그 무엇이다.

제발 쫌..


소피아가 할머니에게 하늘나라가 어떻게 생겼느냐고 묻자, 할머니는 저기 저 풀밭 같을지도 모른다고 대답했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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