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 비용 데버라 리비 자전적 에세이 3부작
데버라 리비 지음, 이예원 옮김, 백수린 후기 / 플레이타임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데버라 리비!

(1959년생)


'데보라 레비' 라고 읽었을텐데, 표지에 '데버라 리비'라고 쓰여있어서 "데버라 리비!"라고 읽었다. 데보라 보다는 데버라, 리비 보다는 레비가 더 입에 붙는 느낌인데, 그래서 나라면 '데버라 레비'라고 표기했을 것 같다. 뭐가 됐든 헷갈리기는 마찬가지일것 같아서 그냥 영어로 'Deborah Levy'로 익혀두려고 한다. Deborah Levy!


1959년생. 국적? 모르겠다. 작가소개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태어나 1968년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이주했다.'고 나온다. 1968년이면 열 살, 2021년 올해 나이 예순 셋, 그렇다면 아무튼 50년 이상 영국에서 살았으니까 나는 그냥 영국인으로 입력.


원제 : The Cost of Living : A Working Autobiography(2018)


자기 얘기를 쓴 거니까 자서전이라는 말이 틀린 건 아닌데, 자서전이라고 부르기엔 이상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닌 것이, 작가는 틀림없이 자기 얘기를 썼는데, 독자인 내가 왜 내 얘기 쓴 거 같고, 우리 언니 얘기 쓴 거 같고, 내 친구 얘기 쓴 거 같고, 심지어 선생님 얘기 쓴 거 같냐는 말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한 마디로 말 할 수 없는 책이다. 그래도 굳이 한마디로 말하자면, (히히.. 이런 거 재미붙이면 재미없는뎅.) 이 책은 '이름'에 관한 책이다. "이름이 뭐예요?"하고 묻는다. "누구세요?"라고 묻지 않고 대뜸 이름이 뭐냐고 묻는다. 


우리에게 이름이 없다면 우리는 과연 누구인 걸까?(18p.)


우리에게 이름이 없다면 우리는 과연 누구인 걸까?

그러게나 말이다. 

그러게나 말이다.

그러게나!


"너, 이름이 뭐니?"


무언가를 사고 팔 때가 아니면 아무도 이름을 묻지 않는다.

내 이름을 모르면서 나를 아는 사람들.

많은 사람들.


누구도 묻지 않지만,

누구도 묻지 않기에,

내가 묻고,

내가 답하는,

그때 거기서 했던 일,

지금 여기서 하는 일,

앞으로 계속 할 일,

그것은 바로~오~~~

"글쓰기!"라고,


비공개로 할 수도 있지만,

굳이, 번거롭게스리, 공개로 하는 거라고,

굳이, 번거롭게스리, 구지이~ 공개로 해야만 생활비가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구지이~ 밝히고 끝맺는 자서전 '어 월킹 오로바이오그라피' 리뷰 끝.


*

생활비가 들어오는 것도 아닌데 굳이 공개 리뷰를 쓰고 있는, 

"너는 이름이 뭐니?"

"잘잘라요."



자기가 쓴 책들에 대해, 그리고 아파서 집에 있는 자기 와이프(이름은 없었다)에 대해 한참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내겐 질문 하나 하지 않았고 심지어 이름조차 묻지 않았다. - P62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이버 2021-08-17 15: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잘잘라님 리뷰는 잘잘라님께 생활비는 되지 못할지라도 늘 재미있어요ㅎㅎㅎㅎ 공개로 쓴 글이 돈벌이가 되는 저자의 능력이 부럽네용~^^*

잘잘라 2021-08-17 17:24   좋아요 3 | URL
파이버님! 재밌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파이버님 댓글이 생활비 보다 더 오래갈 것 같아요. (그래도 부러운 건 부러운 거구용~~ㅎㅎㅎ) 와! 벌써 5시 넘었어요!! 비도 그치고, 바람두 불구~~ 아~~ 룰루랄라~~ ^_____________^
 
가드를 올리고
고정순 지음 / 만만한책방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림책을 한 권 보았다.
글러브를 낀 사람이 나온다.
팔이 엄청 길게 늘어난다.
상대방도 나온다.
싸운다.
시합인가?
권투 경기, 빨간 글러브 낀 사람이 많이 맞는다.
계속 맞는다.
쓰러진다.
일어선다.

실제로 책에서는 맞는 장면이 일곱 번쯤 나오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최소한 백 대는 맞는다.

책에서는 빨간 글러브 낀 사람이 상대방을 치는 장면이 분명 나오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한 대도 못 때린다. 분하다. 분하다고 시합을 포기할 수는 없다.

끝날 때까지는 끝나지 않는다.
다시 가드를 올리고

아니
오늘은 이만
시간이

됐다.

정말 좋아하는 그림책을 한 권 보았다. 읽었다고 해야 하나? 헷갈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피은경의 톡톡 칼럼 - 블로거 페크의 생활칼럼집
피은경 지음 / 해드림출판사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싱어게인, 피아노어게인, 발야구어게인, 뜀박질어게인, 편지어게인... 이것은 '다시' 하고 싶은 것들이고, 좝 어겐, 봐디 어겐, 휴먼 어겐, 뤼딩 어겐... 이것은 '새롭게' 하고 싶은 것들이다. 


      중단했던 것을 다시 하고 싶다거나, 익숙한 것을 버리고 새롭게 하고 싶다거나, 결국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이고 심심하다는 뜻이고 지루하다는 뜻이고 좀이 쑤신다는 뜻인데, 이럴 때(이런 기분일 때), 나는 그저 떠오르는 대로, 기분 내키는 대로, 뭐든 시작하고 움직인다. 그러다 얼마 못 가 힘들고 지치고 흥미를 잃고, 그런 기분은 마음에 들지 않고, 심심하고 지루하고 좀이 쑤시고, 떠오르는 대로 뭐든 시작하고 움직이고 얼마 못 가고 췟, 췟, 췟, 췟바퀴 속을 돌다가 알라딘을 만나고 아주 신이 났었다. 매일 새로운 책, 새로운 글이 올라오는 알라딘 동산에서 나는 오랫동안 심심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세월호가 가라앉았다.


      정지. 그날, TV 앞에서 모든 것이 멈췄다. 멈춰버렸다. 기분 정지, 생각 정지, 판단 정지, 분석 정지, 믿음 정지, 신뢰 정지, 명랑 정지, 유머 정지, 나눔 정지, 교류 정지, 노래 정지, 춤 정지, 배움 정지, 정지, 정지, 정지. 물론, 알라딘도 정지....했나? 진짜? 이러고 서재 들어와서 비공개로 잠궈 놓은 글들 뒤져보니까, 엄마야. 그것은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새빨간'으로는 부족하다. '씻뻘건' 거짓말이다. 화내고 분통 터뜨리고 소리 지르고 먹고 자고 전화하고 축하하고 시험공부 하고 읽고 쓰고 그리고 웃고 떠들고 술먹고 노래방 가고 별 거 별 거 할 거 다 했다. 몇 년이나 지났다고 그래, 멀쩡한 얼굴로 그래, 입술에 침도 안 바르고 그래, 철면피가 따로 없네 그래, 허 참 나 원.


      이래서 어디다 뭘 남기는 건 참 신중해야 한다. 문서로 남겨두지 않았다면, 그냥 기억하고 싶은 대로 기억하면 그만이고, 불리하면 기억 안난다고 하면 그만이고.. 얼마나 편리한가. 온라인이 됐건 비공개 글이 됐건 아무튼 이렇게 무슨 책을 읽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기분인지, 어쩔 계획인지, 그런 말을 남겨둔다는 건, 언제고 내가 변절자가 되고 거짓말쟁이가 되고 배신자가 되고 악당이 될 수 있는 화근을 남기는 것과 다를 게 없질 않나? 온라인으로 남기는 것만 해도 이렇게 위험한 노릇인데, 그 글을 모아서 아예 책을 낸다니! 어느 누구든지 손에 쥐고 읽을 수 있는 책을, 언제 어느 때고 똭- 증거로 들이밀 수 있는 책, 책, 책을!!!!!!!!!......자 자 잠깐. 이거 이거 이게 아닌데?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나? 나 지금 페크님 책 리뷰하고 있는 거 아닌가? 정신차리자.


      그렇다. 페크님이 책을 내려고 준비하고 있다는 글을 올리셨을 때, 난 마냥 해맑은 얼굴로 축하합니다, 환영합니다, 꼭 내돈내산으로 읽겠습니다, 했다. 알라딘 서재에 올라온 페크님 글을 읽으면 언제나 넓고 맑고 깨끗한 호숫가에 서서 일렁이는 물결을 바라보는 기분이다. 항상 주변이 산만하고 기분대로 내키는대로 살아온 나와는 달리, 글에서 느껴지는 페크님은 뭔가 정돈된 느낌, 생각이 깊고 차분한 분위기여서 페크님 글을 좋아한다. 뭔가 기분대로 막 쏟아내고 싶은 날에도 페크님 글을 읽고 나면 많이 진정이 되서 마음의 평정을 얻는다. 그러면 또 뿌듯한 기분으로 페크님 서재를 나와서는 제법 어른스러운 몸짓으로 차분하게 다른 이웃 서재를 돌며 사부작 사부작 장바구니를 채워서 나가는 날도 많다.(이것은 제가 읽은 책에 대해 하나하나 리뷰를 올리지 않는 핑계가 아니,.. 아니고, 핑계가 맞습니다.ㅋ)


      어디까지나 이것은 『피은경의 톡톡 칼럼』이 나오기 전까지의 얘기고, 실제로 책이 나와서 알라딘 판매가격 11,700 원에 올라와 있는 지금,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더이상 핑계를 대고 앉아 있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한 두 달도 아니고 지난 수 년 간 신세를 진 페크님의 글에 대해서 저도 뭔가 역할을 해야한다는 자각이 일어났달까요.(그러고보니 어느새 제가 존댓말을 쓰고 있네요. 음.. 독자를 의식했다는 의미일까요? 리뷰에서조차 참, 산만함을 드러내고야 말았네요.) 아무튼 저는 페크님 책이 올라오자마자 주문했습니다. 즉 제가 이 책을 받아 든 것은 지난 해 여름이었다는 말입니다. 거의 반 년 만에 리뷰를 올리는 셈이고 그간의 사정은 이렇습니다. 


      책을 받고 저는 적잖이 실망을 하였습니다. 2020년 출판 시장에서, 먹고 싶은 건 참아도, 갖고 싶은 책은 못참는 제 입장에서 보자면, 딱히 누가 디자인했다고 말하기도 민망한 표지 디자인이며 제목, 부제, 구성, 종이 질감, 인쇄 상태, 어느 하나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결국 저는 책을 갖지 않기로 했습니다. 알라딘 중고 매장에 내다 판 것이지요. 어차피 페크님 글은 알라딘 서재에서 계속 읽으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바로 그때부터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마음이 불편했거든요. 페크님 글을 읽을 때마다 뭐랄까, 아무튼, 좀처럼 밝고 맑고 차분한 호숫가 풍경이 펼쳐지지를 않는 것입니다. 이것참 큰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페크님 글을 읽으면서 마음의 평정을 찾는 그 기분을 다시는 느낄 수 없다니. 그러면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그간에 페크님과 알라딘에 오래 같이 다닌 시간이 빛을 발하여 제가 책을 사는 의미, 책을 읽는 의미가 무엇인지 제대로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저는 행동파입니다. 잘못은 시정하면 되는 것이니까요. 저는 곧 페크님 책을 다시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읽었습니다. 밑줄 치며 읽고, 메모하며 읽었습니다. 읽었던 글을 읽고 또 읽는 읽는 셈이 되었습니다. '새로나온 책이 하도 많으니 나는 아무리 재미있는 책도 두 번은 안 읽을 거야.' 하던 치기 어린 생각도 고쳤습니다. 읽은 글을 다시 읽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았습니다. 보이지 않던 마음이 보이고, 행간을 읽으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습니다. 수풀로 뒤덮여 어수선하기만 하던 제 머릿속 세상에 조금씩 조금씩 생각의 길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책을 사는 의미, 책을 읽는 의미'에 더해 '책을 출판하는 의미'에 대해서도 메모하고 있습니다. 이래저래, 제 인생에서 책이 주는 의미를 의미있게 생각하게 하는 뜻 깊은 책, 『피은경의 톡톡 칼럼』을 써주신 페크님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출처: 페크님 서재 「(단상81)독서가 삶에 도움이 될까 안될까」

https://blog.aladin.co.kr/717964183/6914253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주시는 페크님의 글, 오늘도 감사합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1-02-04 2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05 0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1-02-05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에서 느껴지는 페크님은 뭔가 정돈된 느낌, 생각이 깊고 차분한 분위기여서 페크님 글을 좋아한다.˝

˝읽은 글을 다시 읽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았습니다. 보이지 않던 마음이 보이고, 행간을 읽으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습니다. 수풀로 뒤덮여 어수선하기만 하던 제 머릿속 세상에 조금씩 조금씩 생각의 길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래저래, 제 인생에서 책이 주는 의미를 의미있게 생각하게 하는 뜻 깊은 책, 『피은경의 톡톡 칼럼』을 써주신 페크님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렇게 써 주셔서 제가 감사합니당~~~

잘잘라 2021-02-05 19:28   좋아요 1 | URL
흐흐흣 ^^ 😀 역시 페크님!
댓글 마저 이렇게 차분하게 써주셨네요. 히힛.. 페크님 다음 책 기대합니당~~. 👍👍👍
 
이렇게 될 줄 몰랐습니다
재수 지음 / 심플라이프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잘잘라의 경로 : 알라딘서재→『재수의 연습장』→인별그램 재수 작가 팔로우→클래스101 재수 작가 포켓드로잉 강의 수강→『이렇게 될 줄 몰랐습니다』→대장님&고양이

2. 작가님의 경로 : 트위터→인별그램→팬→연인→아내→대장님&고양이

3. 대장님의 경로 : 여러가지 덕질→재수 작가→덕질 대상→연인→남편→여전히 여러가지 덕질


결론은 덕질인가?

고양이인것 같기도..


『이렇게 될 줄 몰랐습니다』를 읽으며 큭큭 웃고, 빙긋 웃고, 깔깔거리다가도 한번씩 반성 모드가 되는 순간이 있는데 덕분에 좀 진정하고 차근 차근 해나가자는 마음이 생겼다. 고마운 일이다. 이미 팬이지만 이 책으로 인해서 더 팬이 된 독자로서 다음 책을 기다리며 한가지 바램이 있다면, 다음 책은 크기를 쬐끔만 더 크게(글씨 크게, 그림도 크게 ^_____^) 내주시면 좋겠다. 세월은 당최 속도를 줄일 줄을 모르니, 눈이 침침... 에휴.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로 2021-01-07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 너무 귀여워요!! 내용도 재밌겠다요. 그작가 좋겠다.ㅋㅋ

잘잘라 2021-01-07 22:35   좋아요 0 | URL
정말 그작가 부러워요. ㅋㅋ 그작가 그림도 잘 그리고 장가도 잘 가고..!! ㅎㅎ 강추입니다.
 
나는 기린 해부학자입니다 - 기린 덕후 소녀가 기린 박사가 되기까지의 치열하고도 행복한 여정
군지 메구 지음, 이재화 옮김, 최형선 감수 / 더숲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작사가는 아니지만, 내가 만일 작사가였으면 이 책을 읽고 최소한 노래 100 곡은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작사가는 아니지만, 그래서 더 마음놓고 큰소리 뻥뻥 칠 수 있는 것이지만, 어쩌면 이 책 덕분에 작사가가 될 지도 모르지. 인생이란, 언제나 갑자기!


이상하지? 이 책을 읽다보면 수없이 많은 노래 제목이 떠오른다. 내 눈엔 이 책이 수많은 노랫말이 살고 있는 연못 같다. 바람이 물결 한 번 휘이, 저어 놓으면 여기 저기서 둥둥 떠올라, 신나게 반짝 반짝, 반짝놀이 하고 놀다가 숨어버리는 노랫말. 이번에 한 개, 다음에 또 한 개, 적어 둬야지.  



# 저 긴 목

저 긴 목을 어떻게 하면 좋아.

저 긴 목으로 어떻게 해.

저 긴 목을 봐.

저 긴 목,

저 긴 목,

저 긴 목으로 살아왔지.

저 긴 목으로 사랑했지.

저 긴 목으로 울었어.

저 긴 목,

저 긴 목


#열아홉 살의 겨울

#해부는 언제나 갑자기

#골격 표본

#기린 우리 앞에서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기린이 좋다.

#연상의 기린

#심장이 쉼없이 두근거렸다.

#해부와 해체의 차이

-오늘은 해부하는 거야?

-아니, 이번에는 해체해야겠지.

-상태가 꽤 좋은 표본을 얻었으니까 이번에는 진득하게 해부할 참이야.

-겨우 해부가 끝났어. 이제 제육만 하면 돼.

연구실에서는 이런 대화가 종종 오간다.

#다시는 처음으로 돌아갈 수 없다.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머리가 좀 더 좋아진 뒤에(웃음) 다시 도전해 보세요.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게다가 그분은 '목 전문가'

#뭐, 일단 근육 이름에는 그렇게 연연하지 않아도 괜찮잖아?

#간신히 머리를 써서 해부할 수 있게 된 순간

#항인대

#데스 포즈

#'니나ㆍ시로' 부부 기린

#완신경총

#기린과 오카피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그야말로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로 깊이 생각한 끝에

#어둠에 묻힌 '기린의 경추 8개설'

#졸업한 지금도 생일에는 서로 "축하합니다."라고 메일을 보냅니다.

#기린과 오카피가 죽으면 연락 주세요.

#일단 냉동해 둘까

#그토록 원했던 오카피 사체가 손에 들어왔다.

#기린의 뿔

#어엿한 뿔

#새끼 기린이라면

#목장에 남은 것은 나뿐이었다.

#이것 또한 하나의 운명이다.

#기린의 사체는 크지만 손발이 길어서 지레의 원리를 잘 이용하면 나 혼자도 뒤집을 수 있다. 기린보다 가벼운 동물이라도 사실 손발이 짧은 동물이 더 뒤집기 어렵다.

#기린의 8번째 목뼈설

#목뿐만 아니라 사지도 매우 길다.

#기린이 물을 마시기 위해 머리를 숙일 때

#머리를 들고 먼곳을 멍하니 바라보는 모습

#어린아이의 마음

#어린아이의 마음을 지닌 채 

#10만 마리

#아프리카코끼리 45만 마리

#하마 12만 5천 마리

#야생 기린 10만 마리

#사모테리움 메이저

#시바테리움 기간테움

#지라파 시발렌시스

#절멸

#어머니는 전업주부입니다.

#미야자와 겐지를 약간 닮았다고 할까요?

#어머니는 제게 "비가 내리는데도 학교에 가다니 대단해."라며 자주 칭찬했습니다.

#나가는 말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

#3무(無)

#무목적, 무제한, 무계획

#돈이 듭니다.

#수많은 표본이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자주 공격받는 지금이야말로 '3무'를 잊지 않고 소중히 지켜 나가고 싶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처음으로 기린을 해부한 것은 열아홉 살의 겨울이었다. 그로부터 대략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30마리의 기린을 해부해왔다. 북쪽으로는 센다이부터 남쪽으로는 가고시마까지 전국 각지의 동물원에서 기증한 기린 사체 덕분에 수많은 해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 P9

사실 ‘기린을 해부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제법 있다. 기린을 한 번이라도 해부한 적 있거나 견학한 적 있는 사람이라면 일본에도 100명 정도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십 마리의 기린을 완전히 해부한 사람은 아직 본 적이 없다. 외국 연구자 중에서도 나보다 많이 기린을 해부한 사람은 만난 적이 없다. 어쩌면 내가 세상에서 가장 기린을 많이 해부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 P10

기린의 해부는 동물원 직원이 보내온 부고로 시작한다. 나에게 도착하는 기린의 사인은 수명이 다했거나 질병에 걸려서 또는 사고를 당해서 등 다양하다. 때로는 "오늘 밤이 고비일지도 모릅니다."라는 연락을 받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언제 죽을지 예상할 수 없다. 그래서 해부는 언제나 갑자기 시작된다. 사전에 일정을 짜 둘 수는 없다. - P1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