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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리커버 양장 에디션)
이슬아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내가 움직인 만큼 딱 그만큼 세상이 깨끗해진다. 한 사람만 왔다 가도 치울꺼리가 생기고, 가게 문을 열었다는 자체가 이미 스탠바이 하겠다는 약속이기 때문에, 몸에는 늘 힘이 들어간다. 움직여야 계속 움직일 수 있다. 체력이 딸린다고 느낄 때 더 움직이는 이유다. 움직여야 힘이 빠지고, 힘이 빠져야 힘이 덜 든다.
6년째, 가게를 하면서 내가 가장 잘 이해하게 된 것은 깨끗함에 대한 욕구(실은 ‘욕망‘이라고 말하고 싶은) 또는 기대치가 엄청 높다는 점이고, 이것은 손님들 얘기가 아니라 나 자신이 그렇다는 얘기다. 아직 강박증까지 생긴 것은 아니지만 그것 역시 시간 문제가 아닐까, 아니겠지, 아닐 것이다. 강박증이라면 치울꺼리 남겨두고 도망치듯, 늘 그렇게 후다닥 퇴근하진 못할테니까.
오늘도 확진자가 많이 나와서 손님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바빴다. 특이점은 날이 추운데도 커피를 들고 나가서 차가운 바깥 의자에 앉는 손님이 많다는 것이다. 장사를 안한다면 모를까 계속 하려면 역시나 바깥에도 테이블을 놓아야 할까?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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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한 사랑》을 읽고 좋아서 서평집 《너는 다시 태어나력고 기다리고 있어》를 읽고, 그것도 좋아서 인터뷰집 《깨끗한 존경》을 읽고, 이어서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를 읽는다. 다른 책보다 크고 눈에 띄는 표지라 가게에서 읽자니 오가는 사람들 시선이 느껴지지만 끝까지 다 읽었다. 다 읽고도 치우지 않고 앉아서 책멍(표지멍? 제목멍? 이슬아멍, 복희멍, 우럼마멍) 때린다. 훌쩍 30분이 흘렀다.
나와는 너무 다른 세대고, 나이, 성격, 취향, 어느 하나 닮은 데가 없는 이 사람 얘기가 왜 이렇게 와 닿을까 골몰하다가 퍼뜩 깨달았다. 아 거기, 그 모든 공간, 그 모든 장소에 내가 있었구나. 서울, 을지로, 청계천, 구제 옷 가게, 반지하, 운동장, 운동회, 면허시험장, 스쿠터, 카페, 미술학원, 화실, 강의실, 신사동, 잡지사, 면접실, 그리고, 내가 없는 것 같으면서도 모든 것을 충만하게 느낄 수 있었던 바로 거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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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 놓을 테이블을 주문했다.
나는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았다.
불멍이니 물멍이니 별소리가 다 많으니 나는 오늘 책멍 또는 북플멍이다.
일을 하는 건지,
돈을 버는 건지,
핑계김에 책을 읽자는 것인지.
읽는김에 글을 쓰자는 것인지.
그걸 다 하자는 말인가.
말이다.
말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