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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의 힘 - 능청 백단들의 감칠맛 나는 인생 이야기
남덕현 지음 / 양철북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원체 국수를 좋아하지만 여름이라 더 국수가 땡긴다.
올 여름은 특히나, 여기 울산은 특히나 장마통에도 비가 하두 안와서
꼼짝 않코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 내릴 지경이다.
밥 해 먹을 엄두가 안 나니 줄창 라면을 끓여대다가
그나마도 귀찮아서 요즘은 사발면으로 바뀌었고
가끔은 건강 생각하면서 콩국수나 냉면, 밀면, 비빔면, 짜장, 짬뽕, 모밀국수, 들깨칼국수 등을 사먹는 요즈음,
그 와중에도 꼭 들고 다니면서 읽는 책이 한 권 생겼으니 그것이 바로
『충청도의 힘』 되시겠다.
책을 읽고 한 가지 소원이 생겠는디, 그것은 바로 ‘이 책과 같은 형식으루다가 강원도, 갱상도, 절라도, 제주, 황해, 함경, 평안, 연변 편이 속속 나와주신다면 그 을매나 좋을소냐.’ 하는 것이다.
소원만 생겼는가 하믄 한가지 꿈도 생겠는디, 그것은 바로 ‘이 책과 같은 형식으루다가 울엄니 편을 한 권 써봐야 쓰겄다’ 는 것이다.
소원두 생기구 꿈두 생기구, 게다가 하나 또 생긴게 있다믄 그것은 바루 살아갈 힘이 그것이다.
살아갈 힘, 의욕, 의지!
ㅡ요기까정은 확 줄여 쓴 리뷰 되시겄고,
ㅡ요기서부텀은 확 풀어 쓴 리뷰 되시겄습니다요. 확 풀어 쓰다. 풀긴 뭘 푼다고. 앞뒤 없는 머릿 속 생각, 앞뒤 없는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는 낱말, 리뷰 제목, 말 반죽.
국수는 밀가루 반죽으로 만들고『충청도의 힘』은 말 반죽으로 만들었다.
밀가루 반죽은 아무나 할 수 있지만 국수 달인들이 하는 반죽은 아무나 따라 할 수 없듯이
말은 누구나 하며 살아가지만 여기『충청도의 힘』에 나오는 노인들이 하는 말반죽은 정말 아무도 따를 자가 없으리라.
밀가루 반죽은 기계로도 할 수 있지만 말반죽을 기계로 한다는 것은 택도 없는 얘기다.
밀가루 반죽은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말반죽을 혼자서? 그야말로 택도 없는 얘기다.
물론 밀가루 반죽을 말반죽과 댓구한다는 것은 차이가 나도 너무 나는 얘기다.
그러나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국수를 먹고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듯이
내가 말반죽으로 만든 『충청도의 힘』을 읽고 한 시절 살아갈 힘을 얻은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차이가 나도 너무 나는 밀가루 반죽과 말반죽이지만
소름 돋게 같은 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맛'이다.
탱글 탱글 탄력 돋는 면발을 아무나 만들 수는 없지만
그런 면으로 만든 국수가 끝내주게 맛있다는 것은
국수를 맛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느낄 수 있다.
펄떡 펄떡 살아있는 말빨을 아무나 재생할 수는 없지만
그런 말빨, 글빨로 만든 『충청도의 힘』이 끝내주게 맛있다는 것은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느낄 수 있는 것과 같다.
수타면 고수가 하는 짜장면 집이 전단 광고지 한 장 붙이지 않고도 입소문으로 대박나듯이
말반죽 고수가 하나도 아니고 둘 셋, 여러 분 등장하시는 『충청도의 힘』이
입소문만으로 대박나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다.
우하하하하하하하하!
(얼추 '말반죽'으로 리뷰를 풀어 쓴 내가 웃는다.
이것이 진정 내가 쓴 리뷰란 말인가!
느무느무 똑 알맞은 리뷰 아닌가 말이다!
으흐흐흐흐흐흐)
이러구 끝내믄 내가 양심에 털 난 년이지. 암만!
그럴수는 읎으니께,
고백헙니다유.
차차루 책을 읽어보신다믄 자연히 알게될 일이지만서두 말유,
그려두 시상 이치가 그릏지가 않다구 보는기 지 생각이니께유,
확실허게 밝히겄습니다유.
지가 여태꺼정 주구장창 써댄 ‘말반죽’이란 말 말유,
그것이 실상은 지가 지어낸 말이 아니란 말유.
그거까징두 실상은 『충청도의 힘』에 다 나온 말이라는
엄연한 사실이란 말유.
(95p.)(상략) 시방 니 이모는 워디에 있냐 허구 물으니께 그눔이 이러는 겨.
"시방 똥 눠유!"
쌍눔의 새끼, 김이 팍 새데!
암만 어린것이라 혀두 그렇지, 눈치가 읎어두 그 모냥으루 읎을까? 똥이 뭐여, 똥이!
총각이 지 이모 찾으믄 뻔한 거 야녀? 총각이 지 이모 똥 받아다가 거름으루 쓸라구 워딨냐구 물었겄어? 기분이 확 잡쳐 갖구선 입맛만 쩍쩍 다시구 있는디 그눔이 한 술 더 뜨는 겨.
"다 눴으믄 델꾸 오까유?"
참말루 델꾸 올께비 겁나데!
그래 갖구 그눔 새끼 마빡을 후려갈기구선 그답(그대로) 집으루 온 겨. 뒤돌아오는디 그눔 새끼가 뒤에서 소리를 빽빽 지르는 겨.
"우리 이모, 인자 거진 쌌슈!"
사램 환정허지 참말루다.
이치루 따지믄 사램이 똥 안 누구 살 수는 읎는 건디두 그답 오만 정이 똑 떨어지는 겨.
하여튼 사램이라는 짐승이 참말루 희한한 겨. 내가 그 샥시 얼굴을 직접 보기를 혔어, 아니믄 말반죽이래두 한티 치대 봤어? 정이 붙을 새두 읎는 것인디 그랴두 정이 한여름에 우박 떨어지드끼 싸늘허게 떨어지드래니께!" (하략)(95p.)
후유우... 인자 속이 핀안허네유.
그람 지는 인자 그만
물러나겄슈.
그람 재미들 보셔유.
* 오해허실께비 한 가지 더 밝혀두겄는디유『충청도의 힘』은 사투리 힘이 아녀유. 고것은 그라니께 시방 뭐랄까 거시기 사투리두 사투리지만서두, 쪼까만 더 생각해본다믄 그것은 사투리라기 보담두 역시 이 사램 저 사램 한티루 치대는 말반죽의 힘이유, 말반죽! 으째유. 그류 안그류? 배고파유. 말반죽 한 차례 야무지게 치대설라무네 동네 사램 모다 불러다 재미지게 한 판 벌여보는건 으떻겄냔 말유 시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