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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에는 괴물이 산다 - 불안과 콤플렉스에서 탈출하는 자신감의 심리학
한덕현 지음 / 청림출판 / 2013년 3월
절판
스포츠는 육체적 노력의 총화이기도 하지만 정신적 측면에서는 삶의 리허설 혹은 압축 버전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스포츠는 인간의 정신적 측면을 설명하기에 가장 적합한 분야가 아닐까 싶다.- 7쪽
성적순으로 평가받는 운동선수들의 모습은 치열한 경쟁사회로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선수들의 심적 갈등은 대부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일어난다. 그동안의 노력과 열정이 헛수고로 돌아갔을 때, 그들은 매우 힘들어하고 속상해한다.- 8쪽
청소년기에 내가 가졌던 의문 가운데 하나는 `왜 사는가?`였다. 이 질문을 책상 앞에 커다랗게 써 붙여놓고 제법 심각하게 고민했던 적도 있다. 어느 날 누군가 그 종이 귀퉁이에 이런 말을 적어놓았다.
˝왜 사는지 알기 위해 산다.˝- 9쪽
˝배팅은 타이밍이고, 피칭은 그 타이밍을 흩뜨려놓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역대 최다승을 기록한 좌완투수 워런 스판Warren Spahn이 남긴 이 말을 나는 매우 좋아한다. 자신의 역할을 정확하게 꿰뚫는 말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일에 대해 명쾌하게 내릴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24쪽
문제가 발생하면 원인부터 차악해야 한다. 슬럼프 기간이 긴 선수들을 보면 이런저런 방법을 다 써보고 난 뒤에야 가까스로 좋아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처음부터 주요 원인을 찾지 못하고 다른 곳에서 헤맸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주요 원인에 접근하지 못하는 건 몰라서가 아니라 그 원인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자신이 프로 축구선수임에도 왼발 드리블 실력이 아마추어 수준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차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의 결핍이나 단점을 인정하는 일은 알몸을 만천하에 그러내는 일만큼 두려운 일이다. 특히 완벽주의자일수록 더욱 그렇다.- 31쪽
집중력은 흥미와 구별되어야 한다. 집중력이 높은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당장 해야 할 일에 대해 충분히 생각할 줄 안다. 하지만 집중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좋아하는 일에만 빠져 다른 일을 진행하지 못한다.
이들은 다른 사람이 보기엔 열심히 하는 것 같지만 그것이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자신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나는 해도 안 되는 사람`이라며 자책하기 쉽다. 부족한 집중력이 행동을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만드는 것이다.- 83쪽
무의미한 반복은 자기학대일 뿐이다. 내재적 기억을 향상시켜 반복적 훈련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85쪽
말과 행동이 같은 사람이 긍정적인 사람이다. 우리는 상대에게 ˝너라면 할 수 있어˝라고 쉽게 말하지만 정작 자신의 문제로 들어가면 담배 한 개비 줄이는 일도 어렵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천 앞에서 한없이 작아진다.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고 모레로 미룬다. 특히 완벽주의자들이 실천에 약하다. 한 번의 시도로 완벽한 성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02쪽
한 야구 감독은 좋은 선수를 알아보는 방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좋은 선수란 늦게 밤늦게까지 연습하는 선수가 아니라 아침 일찍 운동장에 나오는 선수다.˝- 111쪽
뇌는 성공 경험을 기억한다
성공을 나눠 작은 성공을 일찍 맛보게 되면 `보상`이나 `만족`이라는 선물이 주어진다. 그리고 이 보상이 `긍정`을 강화한다.- 114쪽
보상에는 `지연적 보상delayed reward`과 `즉각적 보상immediate reward`이 있다. 즉각적 보상은 행동하는 즉시 보상이라는 선물이 주어져 보상을 받는 행동을 더욱 강화한다. 즉각적 보상이 강화되면 중독 물질이 분비되는데, 우리 몸은 중독 물질이 더 많이 분비되는 쪽으로 에너지를 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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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뇌 회로가 저절로 반응하게 되면 선택긔 갈림길에서 고민이 줄어든다. 뇌가 보상을 받은 쪽으로 최종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패턴을 `반복 학습`이라 부른다. - 115쪽
직장인들에게 출근은 하루를 시작하는 일종의 의식이다. 이 의식이 사라지면 상진 씨는 하루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답답했다. 자신의 삶이 하루아침에 `완벽한 세팅`에서 `미해결 과제`로 전락된 것처럼 느껴졌다. 퇴직을 결정한 뒤 상진 씨의 세상은 온통 회색빛으로 변했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관심의 초점이 과거 전성기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자신의 존재가 빛났던 시절에 집착하는 사고의 특징을 `고착 현상`이라 한다. 고착fixation은 스트레스에 부딪힐 때 인격 발달 과정이 중단되는 상태를 말한다. - 138쪽
독립성은 뭐든지 혼자 해내는 능력이 아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독립성이란, 내 안에 자리하고 있는 대상과 긍정적 혹은 부정적 사건을 경험하면서 선별적으로 대상을 내재화하는 갓을 의미한다.
선별적으로 대상을 내재화할 수 있게 되면 대상에 대한 경험과 관계만을 남겨두고 의존했던 대상으로부터 독립이 이루어진다. 무기력증을 `엄마의 자궁에 중독된 상태`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대상에 중독되어 무기력해진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상대가 받아주지 않으면 극도의 불안 증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158쪽
독립 시도를 방해하는 사람과는 물리적인 거리를 둬야 한다.
독립을 하고 싶어도 막상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 사람의 독립을 원하지 않는 상대 때문이다. 어렸을 때는 부모가 그랬고, 커서는 또래 친구, 상사와 같은 대상들이 그 역할을 한다.
이들은 대상을 물심양면으로 보살피며 그 대가로 자존감을 보상으로 받는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자기 품속에 있던 대상이 독립을 한다고 하니 패닉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보살핌을 원하는 사람만큼 보살핌을 주는 사람 또한 대상에 의존하고 있었던 것이다.- 159쪽
일을 즐긴다고 믿고 있지만 결과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때 일에 대한 회의감이 밀려온다면, 이전의 컨디션으로 돌아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당신은 일이 아닌 성과를 통한 다른 사람의 관심을 더 즐기고 있는 것이다.- 175쪽
일을 즐긴다는 것은 `외부 평가`와 `자기 평가` 사이의 균형에 달려 있다. 외부 존재에 대한 과대평가 혹은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절하는 심리학자 로널드 페어베언Ronald Fairbairn이 말한 `과도기적 의존 단계`에서 일어나는 정신병리로 설명할 수 있다. 페어베언은 공포증, 강박증, 히스테리, 편집증이 아이들의 마음에서 내적 혹은 외적 대상의 과도한 수용과 거절의 과정을 거쳐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175쪽
결국 외부 대상에 지나치게 신경 쓰게 되면 공포증이나 히스테리처럼 외부 평가(결과)에 몰두하게 되고, 내적 대상에 지나치게 신경 쓰면 강박증이나 편집증처럼 과정에 몰두하게 되어 어느 겨우든 정상적인 일의 진행이 불가능해진다.- 177쪽
결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나는 선수들과 `운동을 즐긴다`는 주제로 많은 대화를 나눈다. 스포츠를 해설하거나 스포츠 평론가들도 선수에 대한 평가를 할 때 ˝운동을 즐기고 있다˝는 표현을 종종 쓴다. 이때 `즐긴다`는 말은 선수들이 성적과 평가를 떠나 자신의 플레이와 퍼포먼스를 스스로 개선하고 향상시킬 때 쓸 수 있는 말이다.- 177쪽